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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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수원 천변풍경(川邊風景) 지면기사
방화수류정 주변 '수원판 종교문화' 형성불교계 진각국사비·도심형 대형사찰 수원사기독교계 동신교회·천주교 북수원 성당…다종교 도시, 다종교 국가 대한민국 축소판박태원(1909~1986)의 장편소설 '천변풍경'은 1930년대 청계천변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일상과 도시 생태를 다룬 작품이다. 평론가 임화는 이를 '세태소설'이라 명명한 바 있다. 산책과 관찰이란 고현학(考現學)의 방법을 동원하여 도시 서민들의 생활사를 잘 그려냈다. 독특한 공간구성과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실험기법으로 '천변풍경'은 1930년대 말 한국모더니즘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경기도 수부(首府) 도시 수원도 이에 못지않은 천변풍경이 있다. 지금의 수원은 조성된 지 235년이 된 비교적 젊은(?) 도시다. 옛 수원은 융건릉과 수원대학교 일대였으나 정조 13년(1789) 사도세자의 능침인 현륭원(顯隆園)이 조성되면서 수원부가 현재의 수원으로 이전되고, 정조 20년(1796) 수원화성이 완공되면서 수원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수원하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화성만 떠올리기 십상인데 수원의 중심부를 가르는 수원천변에는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근대 종교문화유산들이 포진되어 있다.수원의 근대 문화유산으로 '부국원'과 금융회사였던 '옛 수원문화원'(조선중앙무진회사) 등을 꼽을 수 있다. 고대 도시의 상징으로 통하는 튀르키예 아나톨리아 고원 위의 '카탈 후유크'나 이탈리아의 폼페이 또는 삼국시대나 조선시대의 건축물들만 문화유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사를 대표하거나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 나아가 한 시대의 전범이 된다면 그 역시 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켜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보존할 필요가 있다.수원에도 이런 조건을 갖춘 근대 문화유산들이 수원천 주변에 밀집해 있다. 수원화성의 백미로 꼽히는 방화수류정 주변과 화홍문에서 남수문에 이르는 구간에 독특한 수원판 천변풍경, 종교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문화의 불모지였던 수원에 기념비적인 기념비가 들어섰으니 고려시대 '창성사지 진각국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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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김민기, 이수만 그리고 K-POP 지면기사
저항가요·청년문화 중심 '김민기'노래 통해 민주화세력 구심점 역할대학가요 이끈 엔터테이너 '이수만'국내 안주하지 않고 세계시장 진출BTS 등 이들이 뿌린 씨앗의 결실'김민기'가 세상을 떠났다. 작곡가, 가수, 공연기획자로서 그의 이름은 길이 남을 것이다. 김민기는 6·25전쟁 중에 태어나 유신시대에 대학을 다녔다. 그의 이름은 권위주의 정권의 대중예술 탄압의 상징이었다. 동시에 저항의 아이콘이었다. 그는 얼굴 없는 가수였다. 386대학생은 입학과 동시에 선배로부터 '아침이슬'과 '상록수'를 배웠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들을 수 없었다. 모두 금지곡이었기 때문이었다. 대학생들에게 김민기의 노래는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공개적으로 구전되었다. 당시의 대학 정원은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만 진학할 수 있었다. 대학생들은 엘리트였고 그들의 청년문화는 기성세대에 도전했다. 청년문화의 중심에 김민기가 있었다. 그렇다고 그 시대의 대학생들이 김민기의 노래만 부른 것은 아니다. 1977년에 탄생한 대학가요제는 권위주의의 암울한 시대 상황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나 어떻게', '내가', '그때 그사람', '꿈의 대화', 'J에게' 등 가요제의 수많은 명곡들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캠퍼스의 시위현장에서는 저항가요가, 학교 앞의 다방과 거리의 레코드점에서는 대학가요가 울려 퍼졌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대중가요는 다양해졌고, 대중들의 관심과 소비는 증가했다. 음악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초가 다져진 셈이다.마침내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김민기의 노래도 해금(解禁)되었다. 그러나 그는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다. 그의 노래는 자연스럽게 운동권의 전유물처럼 변해갔다. 김민기 또한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가수에서 공연기획자로 변신했다. '지하철 1호선'과 어린이 뮤지컬을 상연(上演)했다. 그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이후 한국대중문화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가 만든 학전소극장은 운영난으로 최근 폐관됐다. 이제 김민기도 타계했으니 학전소극장의 명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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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기의 경기도 소상공인 '생존율 급락 충격과 대응전략' 지면기사
5년 살아남는 경우 44.3%에 불과코로나후 온라인시장 확대 주원인대기업·프랜차이즈와 경쟁 부담인건비·원재료비용 상승도 '위협'세제 혜택·기술 지원 등 정책 도움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72만명이 넘는 소상공인과 관련분야에 157만여명이 종사하고 있고, 전통시장 270여 곳에서 7만여 명이 일하고 있다. 또 경기지역 1천300만명의 인구에 비례해 골목 상권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는 '일자리의 보고'이자 '대한민국 서민경제의 근간'이다.하지만 이같은 경기도 소상공인의 생존율은 현재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필자가 원장직무대행으로 근무하고 있는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에서 발간하는 소상공인 경제이슈 브리프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경기도 소상공인의 5년 생존율은 44.3%로, 2019년의 60.8%에 비해 16.5%p나 크게 하락했다. 5년 생존율은 5년 전 신생기업 중 기존 연도까지 생존해 있는 기업의 비율이다.이는 소매업 48.9%, 서비스업 51.9%, 음식점업 35.3%로 업종별로도 고르게 낮아졌음을 보여준다. 2019년과 비교하면 음식점업의 경우 18.8%p 생존율이 낮아졌으며 음식점업 중 요리전문점업과 제과점업이 29.4%p씩 떨어졌다. 서비스업 가운데 기숙사·고시원은 39.6%p나 급락한 것으로 분석됐다.이러한 생존율 하락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먼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소비 패턴의 변화와 온라인 시장의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온라인 시장이 급속히 성장했으며, 2023년에는 오프라인 시장을 넘어서는 매출을 기록했다.이에 반해 오프라인 매출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소상공인들의 경영 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또한 대기업 및 대형 프랜차이즈와의 경쟁도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대형 프랜차이즈는 대량 생산 및 물류 시스템, 다양한 마케팅 전략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 환경 속에서 소상공인들은 가격 경쟁력과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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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 초고령사회와 기초단체의 역할 지면기사
지역내 65세 이상, 3년 사이 1만여명 늘어일자리 외 노인관련 대대적 정책변화 시급치매 전담실 갖춘 '구립요양원' 건립 추진선제적 시설환경 사업에 정부 지원 나서야초고령사회 진입이 임박했다는 암울한 통계청 지표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이달 1천만명을 넘어섰고 70살 이상 취업자도 올해 상반기만 15만명이나 늘었다는 소식이다. 국민 5명 중 1명(20%)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당초 2025년 상반기보다 수개월 앞당겨질거라는 예측도 나왔다. 우리 연수구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초 지역 내 65세 이상 고령층이 4만8천여 명으로 3년 사이 1만여 명이나 늘었다. 나홀로 가정생활을 하는 지역 홀몸노인 가구도 3년 동안 3천여 명이나 증가하며 올해 초 1만 세대를 훌쩍 넘어섰다.어르신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더 막막하다. 고금리와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최근 점심시간에 식당 대신 편의점을 찾는 70대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다. 굳이 OECD 회원국 중 최악 수준의 대한민국 노인빈곤율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모두 가파른 상승 지표들이다. 올해부터 은퇴가 시작된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등 가속화하는 초고령 사회에 대비해 이제 기초단체가 일자리뿐 아니라 의료, 복지 등 노인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정책 변화가 시급한 이유다.노인 인구가 증가하면 노인의 사회·경제적 구성도 바뀌고 새로운 문제들도 등장하기 마련이다.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에서 보이지 않는 작은 차별까지도 꼼꼼히 들여다봐야할 때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선 지 오래다. 법정 정년 연장 등을 포함해 올 하반기 중장년 전직 및 재취업 활성화 방안 등을 내놓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 정책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지방분권시대 최전선이자 가장 빨리 피부로 느끼는 곳이 기초단체이기 때문이다. 노인 일자리에서 치매, 요양대책 등 현장의 환경부터 실질적으로 변화해야 한다.연수구는 주민 20.1%가 60세 이상으로 노인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지역이다. 어르신들이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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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아고라] 애국·애민의 경제·민주, 그리고 전쟁·안보 지면기사
러·중·북한 등 '회색지대 전략'한반도·동아시아 전쟁위협 여전한미일과 자유세계 협력은 당연소리없는 전쟁인 '정보전' 노출국가안보 법률 과학·선진화 필요올해 6월25일은 6·25전쟁이 발발한 지 74년, 1953년 정전협정 71년되는 때고, 8월15일 한반도 해방 79년이 되는 시기다. 한반도는 1910년 일본에 강점되었기에 대한민국 국민에게 독립, 민족자주 및 평화와 발전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피식민지 역사와 분단 및 6·25전쟁과 냉전을 경험한 대한민국은 국가안보도 독립운동처럼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한국의 안보·국방·사회안정·경제발전 및 민주주의 수호는 안보 위협에 직면해 사회안정과 국제 경쟁력 확보라는 고난의 시간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기성세대는 교육현장에서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고 애국가가 나오면 동작을 멈춰 국기에 경례하는 애국이 애민이던 시기 살았고, 애국이 애민으로 국가발전과 연결된다고 믿었다. 국내 정치는 정부 강압과 보수와 진보 대립 속에서도 노동자, 농민, 학생, 직장인의 민주화 노력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다. 반공정책과 민주화운동 그리고 사회통제와 경제발전이 혼동되던 시기다. 이런 한국 근현대사는 최근 드라마, 영화가 되어 우리와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는 '한류'가 되었다. 대한민국 고난의 경제 역정이자 민주화 실화다!최근 한국전쟁 후 홀트아동복지재단에서 일하던 가족과 한국서 어린 시절 경험이 있는 미국인 교수를 만났다. 그는 한국이 이렇게 바뀐 것은 "신과 한국인들이 만들어낸 기적이라고 하며 은퇴 후 한국에서 살고 싶다"라고 했다. 기독교 서양 문화와 한국인 DNA의 절묘한 조화다! 사실 일본이나 대만과 같이 한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한미방위조약이라는 한미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8군, 한미연합사가 한국에 주둔하며, 6·25전쟁 결과 동북아 안보를 위해 유엔사가 남아있다. 한국에 한미연합사령부, 미8군, 유엔사가 있는 것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계속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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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형과 함께하는 '슬기로운 보호자생활'] 댕냥이도 아토피가 있나요? <4> 지면기사
스테로이드 부작용 걱정없이주치수의사와 상담 개선 목적간헐적 치료 삶의 질 유지시켜1년간 장기간 소요되지만중증 반려동물엔 시도해 볼 만지금까지는 아토피라는 질병과 아토피의 증상을 줄여줄 수 있는 관리 방법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전 칼럼에서 설명한대로 열심히 관리해준다면 아토피 때문에 고생하는 동물들의 고통을 상당 부분 감소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증의 아토피를 앓는 동물이라면 보호자의 정성어린 관리에도 불구하고 심한 가려움증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고 이러한 경우라면 어쩔 수 없이 약물의 도움을 받는 수밖에는 없다.아토피성 피부염을 치료하는 약물중에서 가장 강력한 약물로는 스테로이드를 첫손에 꼽을 수 있다. 일부 보호자분들 중에는 각종 방송매체나 의학 정보 등을 통해 스테로이드 약물의 부작용과 유해성이 폭넓게 알려진 탓에 무조건적인 거부반응을 보이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스테로이드만큼 확실한 효과를 보이는 약물은 없다. 스테로이드는 위험한 약물이기는 하지만 약물의 작용 원리와 부작용에 대하여 명확히 인지하고 사용한다면 다방면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약물로서 동물병원에서는 용법과 용량을 잘 조절하여 무분별하게 약물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주치수의사의 지시에 따라 치료받는다면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장기간 사용하기에는 많은 부작용이 있는 약물임은 분명하므로 약물을 사용함에 있어 득과 실을 지속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제약이 있어 꽤 성가신 약물인 것은 분명하다.많은 병원에서 스테로이드의 사용은 극심한 증상을 보이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치료할 때 단기간에 걸쳐 사용하거나 다른 약물들에 대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는 항히스타민제 역시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사람의 경우 항히스타민제가 아토피나 알러지의 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단독으로도 많이 처방되고 장기간 처방되기도 하지만 개와 고양이의 경우 항히스타민제에 대한 약물 반응이 그리 좋지 못하기에 단독으로 사용하기보다는 다른 약물과의 상승효과를 노리고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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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힐빌리의 노래 지면기사
밴스, 美 공화당 최연소 부통령 후보"왜 변하려 않는지" 비판만 할 뿐연민 있다면 변화 외칠게 아니라변할수 있게 도움 줘야하지 않는가트럼프 선거구호 전락 잘못된 선택초선의 상원의원 J.D.밴스가 미국 공화당의 역대 최연소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그를 러닝메이트로 낙점한 것이다. 부통령 후보 지명과 함께 그의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흐름출판, 2017년)가 다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힐빌리'는 러스트 벨트(Rust Belt)에 사는 가난한 백인 하층민을 가리키는 말이다. 러스트 벨트는 주로 북동부 5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장지대를 일컫는다. 쇠락해 공장설비에 '녹(rust)'이 슬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부 뉴욕주와 펜실베이니아주를 포함해 웨스트버지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 미시간, 일리노이, 아이오와, 위스콘신 등 중서부와 중북부 주들을 일컫는다.러스트 벨트의 한복판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에서 태어난 밴스는 성장기를 줄곧 그곳에서 보냈다. '힐빌리의 노래'는 힘겨웠던 성장기를 담담하면서도 격정적으로 풀어낸 회고록이다. 성장기 밴스를 절망케 한 건 경제적 빈곤이 아니었다. 술에 의존해 사는 데다 수시로 애인을 갈아치우는 엄마의 폭력과 무관심 속에서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낄 대상을 찾지 못했고, 목표 의식을 가질 수도 없었다. 그런 정서적 빈곤을 극복하도록 보듬어준 건 '할모'라고 부르는 외할머니였다. 덕분에 밴스는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에 입대해 이라크에서 복무했고, 이후 오하이오주립대학교를 거쳐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가족과 고향마을에 대한 연민과 향수로 출발한 책은, 결국 변화하려고 하지 않는 그들에 대한 비판으로 귀결된다. 초반부에선 잭슨과 미들타운 사람들의 모습을 애틋하게 그린다. "잭슨 사람들은 지나가다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은 물론이고, 눈더미에 빠진 낯선 이의 자동차를 빼내기 위해 기꺼이 자기 시간을 내어줄 뿐 아니라, 운구차 행렬이 있을 때면 예외 없이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와 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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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문화예술계 공분 산 인천중구문화재단 지면기사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음악 콘텐츠 기획·제작사 루비레코드가 10년 넘게 이어온 음악 축제 브랜드 '사운드 바운드'(SOUND BOUND)의 명칭을 인천중구문화재단이 무단으로 사용한 사실(7월 22일자 6면 보도=10년된 음악축제 '사운드 바운드' 브랜드 도용 주장 시끌)이 드러나 문화예술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루비레코드는 현재 '사운드 바운드' 상표권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인천중구문화재단은 "상표권 출원 심사 대기 중인 것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상표권 침해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논란이 커지자 문제가 된 행사(제2회 씬나사운드뮤직페스티벌)의 홍보 포스터에서 '사운드 바운드'란 문구를 뺐다.루비레코드 측은 인천 중구와 인천중구문화재단이 사전 협의 없이 무단으로 '사운드바운드' 브랜드를 사용한 데 대해 사과 공지와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운드 바운드'는 2008년 공연장·레이블 루비살롱으로 시작된 루비레코드가 2013년부터 지역 라이브클럽, 뮤지션들과 함께 열고 있는 음악축제다. 루비레코드는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 대중음악씬에서, 상대적으로 척박한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전국적 인지도를 얻은 몇 안 되는 민간 기획·제작사다. 인천 중구 신포동에선 문화공간 '인천여관×루비살롱'을 운영하며 이 지역이 고유 색깔을 갖는데 일조하고 있기도 하다.대다수 문화예술인은 '사운드 바운드'가 루비레코드의 기획·창작 콘텐츠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문화예술계가 아니더라도 온라인 검색을 통해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사실이다.취재 과정에서 의견을 나눈 상당수 문화예술인들은 인천중구문화재단의 상표권 침해 여부에 대한 법리적 쟁점을 떠나 "상표권을 등록하지 않았다고 창작자의 특정 창작물을 협의 없이 사용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기초문화재단이 오히려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려 한 행위"라는 비판도 있었다.인천중구문화재단은 '인천시 중구 지역문화진흥 조례'에 근거해 2022년 1월 설립됐다. 이 조례는 '구청장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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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집중력이 사라졌다 지면기사
무언가 창조·해석 기쁨은 사라지고오로지 도파민 자극 쾌락만 날 지배시간들여 털있는 짐승을 그려 보고서로 응원하는 마이너 운동 배우자집중력 물론 지치지 않는 체력은 덤집중력이 사라졌다. 하고자 하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 그러니까 읽던 책이 재미있어서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밥 먹는 것도 잊고 마지막 책장이 덮일 때까지 몰입하여 읽던 그런 능력이, 친구가 보낸 편지에 답장을 보내기 위해 겨울밤에 부엌 냉장고에 등을 기대고 밥상을 책상 삼아 고심하며 몇 시간이고 밤이 새도록 편지를 쓰던 능력이, 과자 사 먹으라고 할아버지께서 주신 백원짜리 동전이 제법 모이면 학교 앞 문방구로 달려가서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프라모델 조립식 장난감들을 도서관 빽빽한 책등마냥 훑다가 지구를 구할 로봇을 고르듯 고심과 갈등 끝에 하나를 골라 집으로 날듯이 달려와 머리가 아파 끙끙 소리가 나도록 하루종일 앉은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불상처럼 앉아 조립도를 보며 변신 로봇을 완성해나가던 능력이 사라져버린 것이다.그리고 그 집중력의 자리는 이제 스마트폰이 차지해버렸다. 버스에서도 전철에서도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시간에도 잠이 들기 전에도 책을 읽던 습관이 사라지고 이제는 스마트폰을 열어 최신뉴스를 훑어본다. 그러다가 금방 흥미를 잃고 다시 SNS에 들어가서 새로 올라온 각종 소식들을 열람한다. 스크롤을 올리며 친구들의 이 얘기 저 얘기들을 읽다가 쇼츠, 릴스 등 각종 짧은 동영상을 보게 된다. 한번 보면 자꾸 그다음 영상을 보게 된다. 영상을 보다가 질리면 게임을 한다. 복잡한 것은 머리가 아프니까 간단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게임을 한다. 벽돌을 쌓거나 부수거나 피하거나 맞춘다. 그러다가 지루해지면 다시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서 최신뉴스를 읽는다. 그렇게 돌고 도는 손안의 스마트 세상을 즐기다보면 즐거운 것이 아니라 점점 우울해진다. 불안도가 증가하고 자존감이 떨어진다. 무언가를 생산하고 창조하고 주체적으로 해석해나가던 기쁨은 사라지고 오로지 도파민을 자극하는 수동적인 쾌락만이 나를 지배하는 것이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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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지면기사
비오는 이른아침 논에 갔다 온 종길이 아재불 켜진 현수네서 들려오는 텔레비전 소리부채·파리채·물병 정리된 정자는 아직 조용 갑자기 먼곳서 천둥… 나라에 큰비 온단다현관문을 나섰다. 마을은 아직 조용하다. 비가 왔다. 우산을 폈다. 비가 잘 온다. 착실하게 온다. 마음이 착해진다. 우산 위에 빗소리와 오동나무, 가죽나무, 고욤나무, 오갈피나무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각각 다르게 일정하다. 바람이 없다. 빗소리가 마을을 불안하게 하거나 위협적이지 않았다. 꾀꼬리가 아무 일 없는 소리로 노래한다. 참새들이 마당 잔디에서 무엇인가를 물어간다. 할미새가 지붕 끝으로 날아와 앉았다. 자태가 곱다. 파랑새 새끼들 다 길렀는지 나는 연습시킨다. 집 앞에서 종길이 아재를 만났다. 이른 아침인데 벌써 논에 갔다 오신다. 고라니와 멧돼지 방지를 위해 논 가에 둘러놓은 전선 줄 전기를 차단하고 오신다. "생각보다 비가 적게 왔네요" 그랬더니, "말보다 적게 왔고 만" 하신다. 종길이 아재가 집 앞 콩밭에 들어서며, "어젯밤에 또 고라니란 놈들이 왔다 갔고 만, 이놈들은 꼭 콩 새순을 똑똑 따먹는 당게" 하신다.강가로 나갔다. 돌아가신 당숙모네 밭에 이장이 콩을 심어놓았다. 이장 부인이 콩밭 풀을 매다 말았다. 다른 급한 일이 생겼었나 보다. 뽑아 모아둔 풀과 호미가 비 맞는다. 이장이 우리동네 농사를 다 짓다시피 한다. 옥수수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토닥토닥 차분하다.강가에 섰다. 물이 조금 불었다. 물이 다리를 넘어간다. 어제 온 비와 보태졌다. 붉덩물이다. 어디서 갑자기 소낙비가 왔나 보다. 강 건너를 보았다. 칡넝쿨들이 묵은 밭 감나무를 타고 올라가 감싸버렸다. 감나무 형체가 보이지 않는다. 큰 돌들이 물에 잠겨 물살을 일으킨다.오늘도 마을을 한 바퀴 돌기로 한다. 마을 제일 끝집인 양식이네 집을 지났다. 양식이는 아직 출근 전이다. 전주 누나네 집 식당 일을 돕는다. 현수네 집에는 불이 켜져 있다. 텔레비전 소리가 새어나온다. 현수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거동이 불편했는데, 어제는 회관까지 걸어오셨다. 집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