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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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육기획위원장 소회와 경기교육을 위한 당부 지면기사
특수학교 교육 관심·손길 필요오직 도민만 바라보며 힘 합치고교육중심은 교사임을 잊지말아야학교·학생·학부모·교직원 참여로진정한 교육자치 꽃 피우길 응원최근 필자의 머릿속에는 '과거를 멀리 볼수록 미래를 더 멀리 볼 수 있다'는 말이 맴돌고 있다. 이는 지난 2년간 제11대 전반기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이기 때문일 것이다. 2022년 8월, 여러 우여곡절 끝에 제11대 전반기 경기도의회 활동이 시작됐고 경기도교육을 총괄하는 교육기획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위원장을 맡았던 당시를 돌아보면 많은 일들을 해내리라 다짐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교육격차, 서이초등학교 젊은 교사의 안타까운 사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문제, 교권과 학생 인권을 둘러싼 갈등 등 경기교육에 몰아친 거대한 파도 속에서 어느 것 하나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필자에게 지난 2년은 언제나 어려움과 고민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온 일들을 몇 자 적어보려는 이유는, 그 시간 속의 경험과 고민이 제11대 전반기 교육기획위원회의 동료 의원들과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자산이며 교육기획위원회가 계속해서 이어가야할 소중한 문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첫째, 가장 먼저 경기교육의 아픈 손가락부터 살피는 교육기획위원회가 돼야 한다. 경기도는 1천410만 인구가 살고 있는 전국 최대의 광역자치단체다. 이 중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수는 약 163만명에 달하지만,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약 0.3%인 5천400여 명이다. 전체 학생 수에 비해 특수교육 학생의 숫자는 작아 보일 수 있기에 자칫 교육자원을 배분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경기도교육청 입장에서는 특수교육에 대해 소홀할 수도 있다. 이는 단지 특수교육을 예로 든 것으로 경기교육 내에는 도의회의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 분야가 많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둘째, 경기교육 안에서는 모두 한가족임을 기억하는 교육기획위원회가 돼야 한다. 경기도의회와 경기도교육청은 도민의 행복과 학생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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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제헌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지면기사
'헌법적 가치' 정체성과 연결돼야번성 국가 후손에게 물려주려는건무엇보다 강한 '민족 정체성' 아닐지자유민주주의 부정 적대세력 대응새로운 민주화 정신으로 무장해야오늘 제헌절에 떠오르는 두 가지 장면이 있다. 첫번째는 영화 '변호인'(2013년 개봉)이다. 노무현을 연기한 송강호가 재판 과정에서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인용하며 외친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라는 대사다. 이 기본 정신을 지키기 위해 우리에게 많은 희생이 있었음을 상기시키는 대사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 정체성은 해방 이후 이승만 정부, 유신 독재와 군부 독재에 국민이 저항하여 획득한 희생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두번째로 생각나는 것은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라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1830년 프랑스 7월 혁명의 모습을 담고 있다. 프랑스 혁명 이후 공화정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자유'를 상징하는 '마리안느'(미국 '자유의 여신상' 모티브)는 수난의 역정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다.이 두 가지의 연결점은 결국 '민주와 자유'이다. '민주와 자유'는 마치 한 몸이다. 그러나 인간의 자유를 찾는 여정은 역사적으로 순탄하지 않다. 기원전 5세기경, 바빌론에서 돌아온 유대인의 모습이 성서(聖書)에 서술되고 있다. 예루살렘으로 귀환하고 귀환자 중 한 명인 학자 '에스라'가 예루살렘 성벽 앞에서 이스라엘 모든 백성 앞에서 '율법(헌법)'을 낭독하는 장면은 마치 우리가 해방되어 제헌절을 선포하는 느낌이다. 성서에는 이때 온 백성이 모두 귀를 기울였으며, 이 율법(헌법)이 낭독되자 모든 백성이 감동하여 울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히브리 민족이 이집트로부터 자유를 찾아 이집트를 떠나고 다시 나라를 잃어 바빌론으로 끌려갔다 다시 돌아오니 그 감동이 오죽하였겠는가.그러나 그들의 자유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후 이스라엘 민족은 나라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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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 참여와 자치가 지역을 바꾼다 지면기사
반도체 용수공급 '희생강요 부당' 입장 반영자연보전권역 완화·산업단지 조성 등 성과반도체기업 원활한 입주 SK와 실무협의중빗속 주먹쥔 팔 흔들던 시민들 눈에 선하다2년전 일이다. 세 번의 도전 끝에 60%가 훌쩍 넘는 과분한 지지율로 민선 8기 여주시장에 당선된 직후였다. 나는 12개 읍면동을 돌며 민원을 청취하고 시정과제를 발굴하는 등 여주시를 위해서라면 죽도록 일하고 싶을 만큼 의욕이 넘쳤다. 취임 첫 과제로 '여주시 복합행정타운 건립 계획'을 결재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치 않은 문제가 터졌다.용인반도체클러스터에 필요한 공업용수 57만3천t(하루)을 여주시에서 끌어간다는 계획이 서있으니 취수장과 관로 설치를 위한 인허가를 서둘러 달라는 일방적인 요구를 유보하면서 이 문제가 공론화 된 것이다. 반도체 공장 유치를 지역발전의 활로로 삼고 있는 다른 지자체들과 달리 여주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묶이고, 팔당상수원 보호를 위해 시 전체의 40%가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되어 반도체 공장은커녕 계획적인 개발조차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었다.수도권규제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지역의 균형발전이다. 그러나 전 지역이 자연보전권역으로 설정된 여주는 균형발전의 혜택은커녕 과도한 개발제한으로 40년 동안의 역차별을 당연한 듯 견뎌왔다. 여기에 또다시 지역을 가로지르는 용수관로 설치를 감당하라는 요구에 여주시민들의 반발은 거셌다.(''반도체 초강대국', 지역과의 상생이 첫발이다!'(2022년8월16일자 19면 보도) 칼럼 참조)여주시민들의 바람은 '특별대책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자연보전권역을 성장관리권역으로 조정해달라는 것이었고, 용수관로의 설치와 유지에 대한 '보상'으로 일정 규모의 지역 개발 사업에 투자해달라는 것이었다.그러나 일부 친기업 언론들은 이 당연한 요구를 '지역이기주의'이자 국가기간산업발전의 '발목잡기'라며 몰아붙였다. 여주시민들의 억울함이나 신출내기 시장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주는 언론의 목소리는 이 거칠고 악의적인 프레임에 그대로 묻혀버렸다. 그들의 편향된 시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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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아고라] 역사를 잊은 민족, 민족을 잊은 역사 지면기사
우리가 그냥 독립을 얻은게절대 아님을 반드시 가르쳐야영웅들 활약상 모르는 세대들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이무얼 의미하는지 알길 없다'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겪은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 우리 민족의 역사 중에서 무엇을 잊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는 그렇게 용이하지 않다. 다만 최근에 일어난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우리가 무엇을 잊고 있으며 또한 잊으려 하는지 반성해 보고자 한다.2023년 8월25일, 육사에 설치한 독립군 및 광복군 영웅(박승환·홍범도·지청천·이회영·김좌진·이범석) 흉상을 철거하여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어났다. 결론적으로 육사 내에 재배치하는 걸로 논쟁은 마무리되었지만, 민족의 독립투쟁에 대해서 잘못된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 또는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점을 입증한 사건이었다.역사교육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2017학년도부터 한국사 과목이 수능에서 필수과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과목을 응시하지 않으면 수능 전체 성적이 무효가 되니 대학을 진학하려면 반드시 한국사를 공부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역사교육은 다른 문제가 없는가? 아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서 보듯이 무엇을 교육과정에 넣고, 어떻게 교과서를 만들고 어떤 내용을 학교에서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서 매우 심각한 의견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하나의 단일 교과서를 통해서 역사를 가르치려고 한다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현재 권력을 갖고 있는 집단에게 유리한 내용만 선정, 조직될 위험이 있다.또 하나 생각할 지점은, 교과서가 완벽하게 잘 꾸려졌다고 하더라도 학교에서 실제로 가르치는 과정에서 왜곡과 생략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근현대사의 경우에는 시험에 나올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 교과의 범위가 넓어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고대와 중세사에 비추어 볼 때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의 상황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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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국제결혼, 무엇이 문제인가 지면기사
사랑 전제된 결혼에 국가가 개입'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없는 일혼인신고 하기전 의사소통 정도 문화프로그램 제공 등 점검됐으면다문화사회 준비여부 묻고 싶다'무능한 남편이 가출한 베트남 각시를 찾습니다'. 며칠 전 온라인에 게재된 글이라고 한다. 5월23일 입국한 아내가 6월3일 가출을 했다고 하니 남편으로서 얼마나 당황스러운 일이었을지 짐작이 간다.1994년 경상도의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농촌총각 국제결혼'을 추진하면서 인구감소를 겪고 있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이 사업에 동참하였고 지원조례를 제정하였다. 그리고 2004년까지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총각들을 위해 중국 조선족을 대상으로 배우자감을 찾았었다. 그러나 급하게 추진한 정책이었던 만큼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불거지기 시작하였다. 말하자면 언어는 통하지만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었고 체제의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었던 것으로 보도되었다.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은 이러한 배경에서 추진되었다. 베트남 여성이 대안으로 생각되었던 것은 생김이 비슷하면서 온순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농어촌 총각의 결혼 상대 여성의 출신국이 베트남으로 확대되면서 2004년 무렵을 기하여 급격히 다국화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 한국인 남성의 배우자 출신국가는 중국, 동남아시아뿐만이 아니라 중앙아시아 등 매우 다양화되었다.그런데 결혼이주여성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문제 또한 발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의 하나가 이혼이다. 특히나 국적을 취득한 뒤에 발생하는 이혼의 경우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한국 여성이 가장 많이 결혼하는 외국인 배우자의 출신국이라는 글을 접하였다. 1위가 베트남이라는 글이었다.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일까?" 한국 여성이 가장 많이 결혼하는 외국 남성이 베트남 출신이다? 짐작하는 바와 같이 베트남 출신의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하여 국적을 취득한 뒤 이혼과 사별로 혼자가 되어 자국 출신의 남성과 결혼한다는 글이었다. 만감이 교차하였다. 그간 관심사의 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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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우의 '아웃사이드'] 죽어도 어쩔 수 없는 낙오자들의 나라 지면기사
개같이 벌어 정승이 되긴커녕일하다 죽는 사람 '해마다 2천명'최저임금 170원 오른 '1만30원''적절하다'는 우리사회의 악습나아질 기미마저 보이지 않아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는 속담이 있다. 험한 일도 마다 않고 어렵게 번 돈을 뜻깊게 쓰는 의로운 이들이 없지는 않지만 한국 사회엔 이런 말이 더 현실적이다. '개같이 벌다가 개처럼 죽는다'.지난 5월28일 쿠팡CLS 대리점의 배송기사로 14개월을 근무했던 고 정슬기씨는 새벽배송을 마친 뒤 자택에서 쓰러지고는 숨을 거두었다. 4남매의 아빠였던 고인은 사망 전 심야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10시간 30분씩, 주당 63시간이라는 초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41살의 한창인 나이에도 버티기 쉽지 않은 과로였다.쿠팡플렉스 남양주2캠프의 이름모를 직원과 고인이 나눈 카톡에는 쿠팡 측의 '예의 바른' 독촉과 고인의 고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부탁드립니다. 달려주십쇼'라는 쿠팡 측의 요구에 고 정슬기씨는 '개처럼 뛰고있긴 해요….'라며 넋두리하듯 대답한다.저출산 때문에 망할 거라는 나라에서 어린 자녀가 넷이나 된다면, 하루 4시간만 일해도 생계와 육아에 지장이 없도록 전 사회의 지원이 필요할 듯싶지만 어림없는 일이다. 하루 10시간도 넘게 야간 일을 하며 '개처럼 뛰어야' 올바른 부모이고 그래도 건강에 이상이 없어야 모범적인 시민이다.한국사회의 모범시민은 새벽에 배송 일을 하는데 폭우가 쏟아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을 맡긴 기업 쪽의 정답은 죽음의 위험까지도 무릅쓰는 것이다. 지난 9일 새벽 집중호우가 내린 경북 경산에서 쿠팡의 물품을 배송하던 40대 여성 A씨는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지 사흘 만에 주검으로 발견됐다.쿠팡 측은 배송중단 등 악천후에 따른 안전사항을 기사들에게 안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고 당시 A씨는 비 때문에 배달할 수 없다고 회사에 전했음에도 다른 곳부터 배송하라는 콜센터의 연락을 받았다. 이것이 사고의 결정적 원인은 아니지만, 쿠팡의 말과는 다르게 폭우 배송의 위험을 감수하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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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미연(未然)에 방지(防止) 지면기사
중국 원나라 좌극명이 편집한 '고악부'에는군자는 일이 터지기 전 대비하는 사람 정의사고 발생 전 조짐 '기미' 읽는 능력 있어야고위층 인사들 의심·의혹 살 행동하면 안돼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장마철 각종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기상청은 200년 만에 한 번 정도 발생할 수 있는 강수량이라고 발표했다. 승강기 침수와 산사태로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도로가 침수되고 비닐하우스가 무너지는 등 장마철 피해를 미연(未然)에 방지할 수는 없었을까?일방통행로를 잘못 인식하고 진입,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교통사고로 안타까운 사망사건이 발생하였다. 미연에 방지할 수는 없었을까?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하여 진실 공방을 하고 있는 축구아카데미 대표, 명품 백 알선 수수에 대한 공방으로 촉발된 정치권 싸움, 음주운전 사고 후 뺑소니로 구속되어 재판받는 연예인, 눈뜨면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를 보며 미연에 방지할 수는 없을까를 질문해 본다. 미연에 방지할 수만 있었다면 그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안타까움 때문이다.미연(未然)은 아직까지 일이 터져서 그렇게(然) 되지 않았다(未)는 뜻이다. 미연에 방지하라는 이야기는 아직까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때 미리 조치를 취하여 일의 발생을 막는다는 것이다. 하수는 사고가 터져도 해결하지 못하고, 중수는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해결하고, 고수는 사고가 나기 전에 해결하여 사고 자체를 막는다. 미연에 방지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고수다. 사마천 '사기'에 나오는 편작(扁鵲)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의술을 갖고 있었던 명의였다. 편작에게는 형제가 셋이 있었는데 모두 의술에 능통했다고 한다. 형제 중에 누가 제일 의술이 뛰어나냐는 질문에 편작은 큰형이라고 대답하였다. 큰형은 병이 나기 전에 미리 알아차려서 미연에 예방하니 의술이 가장 뛰어나고, 둘째형은 병이 드러나기 시작할 때 치료를 해주고, 자신은 환자의 병세가 깊어 고통을 호소할 때 비로소 치료하기 때문에 가장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자신이 명의라고 세상 사람들에 알려져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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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수도권쓰레기매립지 4자 합의를 파기할 결심 지면기사
환경부 무성의한 3차 공모 무산인천시민에겐 '사용 종료' 절박정부·서울·경기도는 다른 시각중앙언론 '잔여부지 운운' 보도매립지는 인천콤플렉스 '급소'서구·지역 정치권 반발 구체화총리실 전담기구 근본대안 아냐'합리적 실리' 있어야 파기 설득일에는 순서가 있고 결심에는 때가 있다. 도시행정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환경부가 주관하는 수도권 대체매립지 3차 공모도 예상대로 무산됐다. 이미 실패했던 1, 2차 공모에 비해 응모 여건을 많이 완화했다고 하지만 이를 주관한 환경부의 성의는 보이지 않았다. 되면 좋고 안 돼도 할 수 없다는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인천시민들에게 쓰레기매립지는 사용 종료가 되면 좋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결론부터 말하면 2015년 서명한 '수도권매립지정책 4자 협의체 최종 합의서' 파기를 결심할 때가 됐다. 합의서 파기 사유는 분명하다. 4자 합의 기본목표인 쓰레기매립지의 사용 종료 시기가 내년으로 다가왔고 합의서의 대전제인 서울과 경기도의 대체매립지 조성이 제자리걸음하면서 앞으로의 해결 전망도 어둡기 때문이다. 그 밖의 다른 합의 내용들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이행된 것이 없다. 핵심 사항이 합의된 기간 내에 이행되지 않은 합의서는 법적으로도 무효다.4자 합의 파기 결심을 재촉하는 구실들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아예 우리는 쓰레기 묻을 땅이 없다고 말한다. 인천과 김포 경계에 겹쳐 있는 제4매립장을 두고는 김포의 서울 편입시 서울시 매립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들도 나온다. 지금 그 누구의 땅도 아닌 공유수면을 두고 함부로 하는 주장들이다. 경기도는 자체 분도 문제로 매립지 문제는 현안에서 밀려나 있고 주무 부처인 환경부도 연초 대통령 주요 업무보고에서 매립지 문제는 보고조차 안했다. 이는 현 매립지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경기도에 형성돼 있는 공감대를 구태여 대통령에게까지 보고 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 것으로 읽힌다.중앙 언론들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대체매립지 3차 공모가 수포로 돌아갔다는 보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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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처벌보다 기회 먼저 줘야 지면기사
2년 보호관찰 처분 받은 10대 소녀불량친구들과 어울리며 일탈 이유종료일 며칠 앞두고 1년 연장 요청"대학 목표로… 미래 준비하고파"선도로 가능하다면 기회 우선해야이달 초 의정부에서 한 10대 청소년의 대견한 사연이 알려지며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다. 개인적으로도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동으로 뭉클했다. 사연의 주인공인 10대 소녀는 2022년 법원으로부터 2년간의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그동안 이를 수행하고 있었다. 보호관찰 처분을 받게 된 건 술을 마시고 한 일탈행동 때문이었다.보호관찰 기간에는 이전처럼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고 법무부가 정해준 교화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한창 혈기 왕성한 10대 청소년에겐 매일 갑갑한 생활의 연속일 수 있다. 이 소녀는 이렇게 엄한 보호관찰 기간 종료 일을 며칠 앞두고 법원에 한 통의 손편지를 보냈다. 편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보호관찰 기간을 1년 더 연장해 달라는 요청이다. 며칠도 아닌 무려 1년을 더 보호처분을 받겠다고 자청한 것이다. 이런 놀라운 요청을 한 데는 그만한 사정이 숨어 있었다. 사실 이 소녀는 그동안 부모 없이 불안정한 가정에서 불량 친구들과 어울리며 일탈 행동을 일삼았다. 보살핌 없이 외톨이로 자란 것이다. 그런데 보호관찰이 시작되고 생활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주거환경이 달라지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보호관찰소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과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갔다.이 소녀는 2년간 검정고시를 준비해 최근 합격했고 잊고 있던 가수의 꿈도 다시 꾸게 됐다. 이 소녀는 "대학까지 가는 것이 남은 청소년 기간 이루고 싶은 목표"라며 "더 나은 미래 준비를 해서 성인이 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다부진 포부까지 편지에 남겼다.청소년 중범죄가 증가하면서 촉법소년의 나이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마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성인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흉악해지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그러나 몸과 마음이 자라는 성장기 청소년은 성인보다 더 많은 변화의 여지가 있다. 그래서 애초에 법은 나이에 따라 범법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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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수수밭에서 책 읽기 지면기사
엄마의 강렬한 기억 남은 독서는열두어살 무렵 밭에 간다 말하고수수밭 한가운데서 읽었던 순간육남매중 다섯째가 고른 은신처책장 넘기는 장면 생각하니 애틋어렸을 때부터 책벌레였던 나는, 한참 책 속에 빠져 있는데 말을 시키는 사람을 너무 싫어했다. 그렇게 독서의 흥을 깨는 사람 중 단연코 1위는 엄마였다. "밥 먹어라." 이 말 한마디면 셜록 홈즈의 놀라운 추리도, 다리 기둥에 매달린 빨강머리 앤도 멈춰서야 했으니까. 그러면 읽던 페이지 사이에 손가락을 끼우고 불만스럽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나는 투덜투덜 밥상에 앉으며 책을 읽을 때는 제발 아무 말도 시키지 말아달라고 누차 강조했다. 지속적인 호소 때문인지, 성장기 내내 엄마는 내가 책을 읽고 있으면 밥 먹으란 소리 말고는 아무 말도 걸지 않는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 엄마는 내가 쓴 책이 아니면 구태여 독서를 하지 않는다. 엄마가 섭취하는 활자는 주말에 성당에서 나눠주는 주보와 '매일미사' 외에는 없는 듯 보인다. 딸이 고생해서 쓴 글이니까, 하는 마음으로 내 책도 의무감으로 겨우 보시는 듯하다. 그런 엄마에게도 일평생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독서의 순간이 있었다.엄마가 열두어 살 무렵, 어떤 이야기 책 하나가 손에 들어왔다. 읽다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밭에 일하러 간다고 말하고 집을 나왔다. 그리고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수수밭 한가운데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고 한다."보영이랑 진숙이. 그 둘이 주인공이야. 하나는 부잣집 딸이고 하나는 가난하고. 그 둘이 친구인데 이야기에 너무 빠져가지고….""근데 왜 수수밭이야? 수수가 옥수수를 말하는 건가?""옥수수가 아니라 밥에 놓아먹는 노란 조 있잖아. 그거랑 비슷한 잡곡이 열리는 거지. 수수는 높게 자라니까 밭 가운데 들어가 앉아있으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단 말이야."나는 엄마의 목소리에 실려 높다란 수수가 자라는 시골풍경을 떠올려보았다. 육남매 중 다섯째였던 엄마는 집에서는 조용한 곳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기 몸을 숨길 수 있는 은신처를 골랐던 것이다. 방해받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