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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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음주운전, 절대 해선 안될 위험한 선택 지면기사
여름이 다가오면서 따뜻한 날씨 속에서 도로 위의 평온한 일상을 누리길 기대하는 국민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평온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다가오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음주운전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시간이 필요하다.여름철은 각종 축제와 행사, 휴가 등으로 야외 활동이 많아지고, 일몰 시간이 늦어지는 만큼 활동 시간도 증가해 자연스럽게 음주의 기회도 늘어나는 계절이다.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철(6월~8월)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총 3천227건으로 연간 음주운전 사고의 약 25%를 차지했다. 7월에 사고가 집중됐으며, 여름철 주말(토·일)이 약 33%, 오후 8시~새벽 2시 사이 사고율이 약 46%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해 6월 여름을 맞아 방문한 제주도에서 관광객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7월에는 서울 강남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해 사망사고까지 발생했다.이와 같은 사고들을 예방하기 위해 여름철 음주운전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보이는 시점이다.음주운전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은 정말 어렵지 않다. 술자리가 있는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불가피하게 차량을 가져갔을 경우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 하는 것이다. 또한 음주운전은 명백한 중범죄라는 사실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음주운전 근절에 동참하는 것이다.경찰은 음주운전 예방을 위해 지속적인 단속과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여름 휴가철 특별 단속 기간을 설정해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하고, 신고를 통한 음주 운전자 검거 시 신고자에게 포상하는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다가오는 여름 휴가철, 우리 사회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음주운전이 매우 위험하고 명백한 범죄행위임을 인식해 음주운전 없는 안전하고 행복한 휴가철이 되길 기대한다./오석 부천원미경찰서 경장오석 부천원미경찰서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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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나는 야구가 좋다 지면기사
도쿄돔 전광판에 '레전드' 이승엽부러운 것은 남녀노소 다양한 팬그라운드 보며 경쟁과 노력 배워한때 담배·소주병… 사회 변화도남은 버킷리스트는 메이저리그야구를 좋아한다. TV중계보다는 '직관'이 더 좋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함이 있다. 1970년대 후반에는 에너지 절약 시책으로 야간경기는 외국팀이 내한할 때만 허가되었다. 한미대학야구대회로 기억한다. 밤의 야구가 너무 궁금했다. 혼자서 서울운동장 야구장을 찾았다. 수원역에서 전철을 타고 동대문역에서 내려 야구장까지 걸어갔을 것이다. 야구장은 대낮이지만 조명탑 밖은 완전 어둠이었다. 낮과 밤의 공존을 목격했다. 1978년도의 일이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프로야구를 직관했다. 여자친구와 자주 갔다. 그렇지만 편하게 가기는 어려웠다. 대학가에서는 군부독재 저항 시위가 연일 벌어졌다. 프로야구는 우민화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학생회 행사를 빼먹고 야구장에 간 적이 있다. 그것을 알게 된 선배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기억도 있다. 주변 친구들에게 야구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낼 수 없는 시대였다. 1990년대 후반에는 정상급 선수들이 일본으로 진출했다. 방송을 통해 그들의 활약을 간혹 보았다. 직관 생각을 했지만 실천하지 못했다. 경제적,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무엇보다 야구 보러 일본 가는 것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사치로 여겼었다. 2024년 환갑을 맞이했다. 지난 삶에 후회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예전에 못간 일본 야구장이 항상 아쉬웠다. 엔화도 싸다고 하니 바로 실행하기로 했다. 비행기표, 숙소를 예약하고 도쿄돔 입장권을 예매했다. 홀로 외국 여행은 처음이었다. 많이 설레었다. 드디어 TV에서만 봤던 도쿄돔에 도착했다. 마침 요미우리 '레전드 주간'이었다. 요미우리의 4번타자였던 이승엽 선수의 축하메시지가 전광판에 흐르고 있었다. 행운이었다. 선수일 때 못 본 그를 도쿄돔의 전광판에서 만났다. 수원의 초등학생 꼬마가 서울운동장 야구장에서 느꼈던 감동을 60대 할아버지가 되어 도쿄돔에서 다시 경험했다.일본도 우리와 다를 바 없다. 도쿄돔의 수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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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최저임금의 인상 지면기사
자본주의, 남성생계 부양자 모델가사, 비정규직화… 다시 여성에낮은 가치 평가에 최저임금으로플랫폼 영역 女노동자 최임 배제 한국, 성별임금격차 'OECD 꼴찌'한국의 임금 격차는 상상을 초월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와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도 상당하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로 들어가면 그 차이는 더 커진다. 이러한 현상 가운데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상당수는 성별로 구분을 짓자면 남성 이외의 노동자들이다. 자본주의는 처음부터 남성 노동자를 기본값으로 설계됐다. 남성 노동자가 일해서 지친 몸으로 임금을 받아오면, 여성은 그 돈으로 남성이 내일 다시 건강한 몸으로 출근할 수 있도록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또 아이를 낳아 키워 돌보는 등 차마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숭고한 일을 사랑과 헌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이다.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생활시간 조사를 기초로 지급되지 않은 가사노동의 가치를 환산하면, 그 규모는 무려 490조원으로 GDP의 25.5%에 해당한다. 여성이 집안에서 무급으로 하는 돌봄노동에 대해 그 가치에 합당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하면 정부와 자본은 기겁할 것이다. 착취구조로 분석되지도 않는 저 막대한 숨겨진 무급노동이 가부장제 자본주의 한국 사회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성별에 따른 구조적 차별은 여기에서 출발해, 집 밖으로 나와 사회화된 돌봄노동의 평가절하로 이어진다.집에서 여성이 무급으로 하던 노동이 본격적으로 사회로 나와 여성의 직종이 된 것은 1997년 IMF 구조조정 이후다. 이것은 우연인가. 공기업 한국통신을 민영화하며 시작된 첫번째 구조조정은 콜센터 여성노동자들의 정리해고였고, 민간기업 현대자동차의 구조조정은 여성노동자들이 일하는 식당의 외주화, 비정규직화였다. 집에서 무급으로 여성이 담당했던 청소, 식당, 돌봄, 렌털가전서비스의 일이 비정규직으로 여성에게 주어졌고 이 노동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저렴했으니 최저임금은 여성임금이다.최근 경기침체와 불황에 정면으로 맞닿은 한국의 경제상황과 노동시장의 현실에서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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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 '세미원 배다리' 개통이 갖는 의미 지면기사
두물머리 상춘원까지 선박 44척으로 연결아름다운 산책로 사계절 내내 대표 관광지랜드마크 더해 '국가정원'으로 가는 이정표수도권 동부지역 발전에 새 성장동력 될것지난 5월17일 양평군 양서면에 위치한 세미원에서 배다리 개통식이 열렸다. 배다리가 위치한 세미원은 2019년 경기도 지방정원 1호로 지정되었으며 20만7천587㎡의 규모에 수질정화능력이 뛰어난 연꽃을 식재하여 한강물의 정화를 돕고 있다.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는 뜻을 가진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은 270여 종의 식물을 보유한 생태환경 교육의 장이자 수질정화 실험의 장으로, 전시·체험·축제 등을 제공하는 수도권 힐링 관광 여행의 중심지이다. 양평군은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를 책임지며 힐링과 치유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는 세미원의 2030년 국가정원 승격을 목표로 삼고 있다.이를 위해 민선 8기는 그 시작과 함께 세미원 국가정원 지정을 위해 가장 먼저 배다리 복원에 힘썼다.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참배하기 위해 서용보, 정약용에게 지시해 한강에 설치됐던 주교를 재현한 배다리는 역사적 고증을 통해 2012년 세미원에 처음 설치됐다.이후 준공 10년차인 2021년 안전 점검에서 최하 등급인 E등급 판정을 받아 그해 11월 임시 폐쇄되었고, 이듬해 2월, 선박 부식으로 철거되었다. 2022년 7월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본격적인 배다리 복원을 준비한 양평군은 총공사비 27억3천500만원으로 지난해 6월부터 보수 공사를 시작했다.약 2년간의 보수 공사를 마친 배다리는 지난 4월12일 임시 개통됐으며, 양평군은 이로부터 한 달 뒤인 5월17일 대취타 공연 등 전통문화행사와 함께 정조의 능행주교 행렬을 재현한 배다리 개통식을 성대하게 개최했다. 이번 배다리 개통으로 남쪽의 세미원 세한정에서 북쪽의 두물머리 상춘원까지 약 200m를 선박 44척으로 다시 잇게 됐다.배다리를 통해 세미원과 연결된 두물머리는 북한의 강원도 금강군 신읍리 단발령에서 시작하여 내려오는 북한강과, 용신이 사는 못이라 이름 붙여진 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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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아고라] 정부·의협 해야할 선택은 '치킨게임' 아닌 '대화중재' 지면기사
서로 다른 방향 쳐다보기 때문에양측 갈등 해소될 기미 안보여국민여론 '의대정원 확대' 더 원해한 쪽에만 책임 묻는건 아니지만화가 나도 '집단휴진'은 해결법 아냐윤석열 정부와 의료계가 막다른 길을 마주보며 가고 있다.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정부와 의대 정원 조정을 위한 어떤 대화와 협의도 불필요하다며 선을 긋고 '집단 휴진'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의대 정원 확대에 뜻을 굽히지 않고 의료계와 의료 개혁에 대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마치 치킨 게임(Chicken Game)과 같은 모습이다. 두 명의 운전자가 서로 정면 충돌하는 코스로 질주를 하여 먼저 피하는 쪽이 지는 게임으로 이 때 먼저 회피한 사람을 치킨(겁쟁이)이라고 불렀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이다. 지금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의정 갈등'이 딱 치킨 게임의 모양새 그대로다. 의사협회는 의대 증원안을 재논의하고,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의 쟁점 사안을 수정·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전공의 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을 즉각 소급 취소하고 사법 처리 위협을 중단해달라고도 했다. 의협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전체 회원 투표를 통해 '전면 휴진 보류'에 대해 결정한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국적으로 집단 휴진을 진행하며 이후 무기한 휴진을 포함한 전면적인 투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각 의과대학들이 단체로 휴진을 선택하면서 '의정 갈등'이 정점으로 솟구쳐 올랐다.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었고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세 곳에 소속된 교수들이 정부 방침에 반발해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한다고 선언했다. 연세대 의대 비대위는 결의문을 내고 "정부는 여러 차례 정책 결정은 정부의 권한이라 주장했다. 이는 곧 정책 추진에 따르는 문제 역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라며 "전공의에게 명령 철회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덫을 놓은 정부에 우리 교수들은 협조를 거부한다"라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료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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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 일자리 창출 ‘뿌리 중소기업’ 지원은 지역의 버팀목
나는 신년사에서 2024년 화두를 용섭대천(用涉大川, 겸손하며 덕을 갖춘 자가 큰 강을 건넌다)으로 정하고, 시민의 곁에 다가가는 현장행정을 중심으로 국내외 판로개척과 자금지원을 통해 관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그래, 해보자 2024년 비전을 '기업애로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수요자 중심 맞춤형 시스템 운영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기업 활동 여건 개선'으로, 추진 방향을 '현장 행정, 밀착 행정, 체감 행정, 홍보행정'으로 계획하고, 속도감 있게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추진했다. 1천236개 사업체의 애로사항을 파악하여 해결방안이 담긴 서한문을 발송했고, 경제 불확실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중소기업 지원시책이 담긴 책자도 발송했다. ■ 정보의 신속 전달은 필수 중소기업의 경영활동에 도움을 주고자 경기도와 공공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설명회와 간담회를 개최하여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체 대표와 임직원의 기업 활동 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무엇보다 설명회의 질을 높이기 위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등 전문가 집단을 활용했다. 모두인사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300개 이상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면서 좀 더 열정적으로 일해야겠다고 다짐했고, 120분 동안 이어지는 시책 설명과 질의·답변 시간, 현장 상담을 통해 우리는 서로 동지 의식을 갖게 됐다. ■ 홍보는 다양하고 알차게 문자발송 서비스를 이용해 각종 지원사업과 행정 일정을 그때그때 안내하고, 관련 보도자료 역시 언론사 등에 송출시켜 지원 혜택을 몰라서 못 받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썼다. 도자기축제와 함께하는 중소기업 제품 판매·전시회를 통해 지역 축제와 관내 기업체가 상생하는 동행의 장을 마련했다. 그래서 그런지 해외시장개척단 지원, 수출 물류비 지원, 기업환경 개선 지원, 중소기업 노동자 기숙사 임차비 지원 등 19개 지원사업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됐다. ■ 굴러온 복을 잡아라 지난 5월29일 이천시는 기업은행과 3년간 총 300억원의 대출 규모를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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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기도 아동그룹홈 지원센터 출범과 역할 지면기사
성장보호·종사자 역량·공공성 강화 담당어려운 예산마련 등 관계자들 뜻모아 가능따뜻한 관심·보살핌 필요한 아이들에게웃음과 건강·행복과 희망주는 시설 되길'경기도 아동그룹홈 지원센터'가 지난 5월21일 안산에 첫 문을 열었다. 아동그룹홈은 가정에서 경제적 방임과 아동학대 등으로 부모와 분리돼 일반 가정집과 같은 거주시설에서 몇 명의 아이들이 시설 종사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아동복지시설이다. 심지어 한 가족의 남매라도 남녀로 거주시설이 분리된다.경기도에 아동그룹홈은 156개소로 시설장과 종사자만 해도 500여 명이다. 전국의 아동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무려 2천여 명으로 이중 경기도에는 750명의 아이들이 있다. 이는 전국의 30%로 가장 많다.앞으로 아동그룹홈 지원센터는 아동의 성장 보호, 종사자 역량 강화, 그룹홈 공공성 강화의 기능을 주로 담당한다. 전국에서는 서울과 부산이 이미 앞서서 아동그룹홈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경기도에도 아동그룹홈 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는 지원 근거 조례가 2013년에 마련되어 있었지만 지난 10년 동안 한 걸음도 진척되지 못했었다. 경기도 내 아동그룹홈을 종합적으로,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지원센터 설치 운영은 그동안 아동그룹홈의 절실한 숙원 과제였다.필자 역시 일반 주민들처럼 아동그룹홈을 잘 알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난 코로나19 시기 '마스크 대란'으로 약국에서 신분증을 지참하고 긴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입해야 할 때, 아이들의 마스크는 보호자가 가족관계 서류를 보여 주어야 구할 수 있었다.나 또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니는 5살과 7살, 어린 두 아이의 아빠였다. 그러나 그룹홈 아이들은 부모 등 법적인 보호자와 분리 생활하는 만큼 마스크를 구입할 수 없었다. 코로나 시기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었던 것이다.2022년 11월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 아동그룹홈 지원센터 설치 필요성을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를 시작으로 김동연 도지사 대상 도정질의 실시(2023년 3월), 아동그룹홈 지원센터 설치 관련 조례 개정 추진(7월), 민간위탁 동의안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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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정의 '문득, 인권'] 책들이 사라졌다 지면기사
먼 옛날 진시황의 분서갱유홍콩 민주화 인사 책 대출 거부시대의 지성·철학 사상 파괴 같아경기도교육청 성평등·성교육책 폐기 사건 중요하게 보는 이유사무실 이사를 준비 중이다. 10년 동안 한 공간에 머물다 보니 묵은 짐이 많다. 그중 하나가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책이다. 노동, 인권 관련 책, 어린이책, 소설책, 활동했던 자료집. 어울리지 않지만 사찰음식 책도 있다. 어린이 관련 책은 다산에 오는 어린이가 많은데 읽을거리가 없다고 기증해준 책이고, 사찰음식 책은 비건 동아리 모임의 교과서였다. 쌍용자동차, 416참사, 용산참사 등 사람과 삶의 이야기가 담긴 백서도 한가득이다. 동일한 장소에 자리잡고 있지만 책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과 이곳 다산인권센터까지 흘러온 역사가 있었다. 그래서 정리가 쉽지 않다. 책장 앞에서 버릴 것과 남길 것을 분류하지 못한 채 서성인 적이 여러 번이다. 책에 담긴 이야기는 물론이거니와 쓰고 엮은이들의 정성, 책을 만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이유들이 내게 말을 건다. '나는 여기 있어야만 해'. 그래서 늘 책장 정리는 실패다. 이런 나와는 다르게 책을 아주 쉽게 사라지게 하는 곳이 있었다. 한 지역의 교육을 담당하는 경기도교육청이 바로 그곳이다.최근 1년간 경기도 내 학교도서관에서 2천500여 권의 성평등·성교육 관련 책이 대량으로 폐기되었다. 사건은 지난해 '청소년 유해 도서를 분리해달라'는 보수단체의 민원에서 시작된다. 민원 접수 이후 경기도교육청은 '각 학교에 부적절한 논란 내용이 포함된 도서에 대해 협의해 조치하라'는 공문을 2차례 보냈고 올해 3월에는 '(폐기)처리된 도서 집계 목록을 제출하라'는 공문으로 책 폐기 여부를 확인했다. 지속적으로 공문을 받은 학교들은 결국 책을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건이 문제가 되자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한 것이라 했다. 그러나 여러 차례 내려온 교육청의 공문에 자유로울 수 있는 학교가 어디 있겠는가.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한 지역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청에서 이런 일을 벌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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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여의도 대통령 지면기사
오만했던 이회창 정치 초라한 말로지금 공교롭게도 15대 직후와 흡사이재명 1인체제 굳건해진 듯하지만내연한 갈등 언제 폭발할지 몰라강렬한 사법리스크 대처 만만찮아제22대 총선 직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호칭이 따라붙었다. 여권에서 그리 부르는 건 수긍할 만하다. 총선 결과에 대한 불만에 더해 다수당의 폭주를 우려하며, 경계심을 드러낸 것일 테다. 일부 민주당 지지층에서 진의도 모른 채 서슴없이 그 호칭에 환호하는 건 얄궂고 뜨악하다. 여의도 대통령의 함의가 만만치 않다.여의도 대통령은 부득불 이회창 전 신한국당 대표를 소환한다. 1996년 당시, 이회창 대표는 15대 총선 승리 후 지나치게 오만한 행보를 보인다.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듣게 된 이유다. 총선 패배와 각종 게이트 정국으로 레임덕에 빠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초라했던 위상을 생각해 보면 총선 승리에 취해 마치 대통령 당선인처럼 오만했던 이회창의 행보는 그런 구설에 휩싸일 만했다.이회창의 당시 행보를 복기해 보자. 대통령이 주재한 전국 광역단체장 회의에 자당 출신 단체장들을 불참시켜서 '반쪽' 회의로 만들고, 청와대 영수 회담에서는 고령의 김대중 대통령 앞에서 지나치게 고자세로 일관해 오만한 이미지를 굳힌다. 부인 한인옥 여사 역시 주변에 "하늘이 무너져도 집권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고 하니 내외가 동시에 경거망동했던 셈이다.오만의 극치는 정치영역에서 도드라졌다. 당시 잠재적 우군이었던 김종필 자민련 총재에게 "숙이고 들어오라"는 식으로 거만하게 굴었다. 이후 김종필은 이회창과의 협력을 거부하고 중립으로 돌아섰고, 이후 대선에서 충청표는 수도 이전 공약을 내건 노무현 후보에게 쏠리게 된다. 이회창은 기존의 특권층 이미지에 더해 대통령이 다 된 듯한 오만한 행보로 일관했고, 그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노무현 후보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주는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이회창은 두 번째 대선에서도 패배한다.연거푸 대선에서 패배한 이회창의 이후 정치 행보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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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나이 들어 하는 공부의 즐거움 지면기사
지인은 '제임스 조이스' 원문소설 목표 세워60대에 영문과 편입후 아일랜드 방문 '성취감'진짜 해보고 싶은 일 찾는 도전엔 용기 필요고등교육기관·지자체는 프로그램 제공해야이른 아침,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대학 캠퍼스로 출근하는 것은 교수 생활을 해 온 나의 고유한 즐거움이다. 아침 등굣길, 젊은 학생들 사이로 배낭을 메고 활기차게 걸어가는 나이 지긋한 분들의 모습이 눈에 띄면, '정년을 앞둔 교수님들이 아침 일찍부터 수업 준비를 하시려고 일찍 출근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저절로 흐뭇해진다. 그런데 며칠 후 교내 행사에 참여하니 학생 대표석에 (교수라고 착각했던) 그 분이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이후 사석에서 그 분에게 만학의 이유를 물으니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자신의 딸을 조금 더 정성스럽게 보살펴주기 위해 대학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껴 입학하게 되었고, 지금은 공부가 재밌고 행복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학과 교수들이 수업시간, 시험 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어린 학생들에게 모범이 된다는 말을 전해 들으며 새삼 마음이 따뜻해졌다.지금까지 해오던 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목표를 위해 공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은퇴 후 본인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 위해 늦은 나이에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한 또 다른 모델이 필자 주변에 있다. 연구소에서 평생 연구직으로 종사하며 나름 성공적으로 인생을 살아온 분이 은퇴 즈음, 평소 소망이었던 아일랜드의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의 원문소설을 읽고 소화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고, 60대에 영문학과에 편입하여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대학 생활 동안 젊은 학생들에게 본보기가 되었고 졸업 후 대학원까지 진학하였다.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면서 직접 아일랜드에 가보고, 소설의 배경이었던 더블린을 방문하여 작가의 하숙집, 애용하던 카페, 서점에 가서 작가와 시간을 초월한 공감대를 느끼는 경험을 통해 생애 최고의 성취감과 행복을 느꼈다고 말했다.일본은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재취업, 고령자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