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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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어려운 시국'이지만 대입 수험생들의 선전을 기대하며 지면기사
최순실 딸 정유라 입학·학사특혜의혹 사실로 드러나자수험생들 엄청난 박탈감 느껴국정농단 사태로 청소년 마음에커다란 상처 남겨줘 '가슴 먹먹' 무력감 크지만 건강함을 믿는다내일은 2017학년도 대입 수능일이다. 수험생들은 초등학교부터 시작해 지난 12년간 쌓아 온 실력을 모두 발휘해야 하는 날이기도 하다.그런데 지난 주말 수능 시험을 불과 닷새 앞둔 수험생들이 '고 3인 우리는 연필 대신 촛불을 들었습니다' 라는 피켓을 앞세우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하기만 했다. 또 다른 학생들은 '역사의 중심엔 늘 청소년이 있다'는 의미심장한 구호를 내걸기도 했다.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온 나라를 헤집어 놓으면서 수능 시험을 코앞에 둔 수험생들이 집회에 참여하게 된 것은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여지없이 무너져 버린 상실감 때문이 아닐까?필자 스스로도 요새 학생들 앞에 서면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앞서 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노력과 성실이 삶의 우선 가치가 돼야 한다고 가르쳐 왔을 텐데 이번 사태로 그 믿음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느낌이다. 지금 같은 상황 속에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수능 점수 잘 받으면 정말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나요?"라는 학생들의 질문에 학부모도 교사도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없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 한국동란을 거치면서 폐허가 되었던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주목받는 국가가 된 것은 자녀들에 대한 부모의 교육열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바탕에 깔려 있었던 믿음은 이른바 금수저와 흙수저 차별 없이 대학 입학은 엄정한 공정성이 담보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최순실 씨 딸 정유라의 입학·학사 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많은 수험생들은 엄청난 박탈감을 느끼게 되었고, 사회 정의라는 개념에 대해 불신과 회의감마저 들었으리라 본다.돌이켜 보면 수험생 시기에 1979년 10·26 사태, 1980년 5·18 광주민주항쟁을 경험한 80, 81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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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웅비하는 동두천 지면기사
미군기지로 개발 제한·기지촌… 65년간 희생만'헬기부대 배치 보도' 발전 또 발목 잡힐까 우려 'Let's move 동두천' 걸맞게 힘찬 날개짓 도와줘야'Let's move 동두천!' 은 민선 6기 후반기 시정목표이다. 동두천의 꿈과 희망을 이루기 위해 가장 필요한 '실천'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동두천시민의 꿈과 희망은 무엇인가? 가슴 아픈 질곡의 세월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10만명에 불과한 동두천시민은 5천만 국민의 행복을 위해 희생해 왔다. 지난 65년 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시 면적의 42%를 미군 기지로 내어주고 지역개발에 제한을 받으며 기지촌이라는 손가락질 때문에 가슴속에 응어리를 품을 수밖에 없었던 지역이었다.그러나, 지금 동두천은 어둠에서 벗어나 새롭게 웅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 1천700억 원에 불과했던 시 예산은 현재 4천억 원을 넘어섰다. 반환된 미군 공여지에 전국 최초로 대학교를 유치하여 지난 4월 동양대학교가 개교함으로써 군사도시에서 교육도시로 변화를 예고했다. 경기 소금강 소요산 자락에 '경기북부 어린이박물관'도 매월 2만 명 이상이 찾는 최고의 가족단위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또한, 시 면적의 68%를 차지하는 산림을 활용해 3대가 즐길 수 있는 '놀자 숲'과 '산림휴양형 MTB 체험단지'를 연계해 조성하고 있으며 '소요산 산림욕장'을 확대 개발하고 연간 60만 명 이상이 찾아오는 소요산 공주봉까지 내년 운영을 목표로 모노레일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시는 미군 재배치로 직격탄을 맞아 경제공황 상태에 놓인 보산동 관광특구 일대에 K-ROCK을 활용하여 'K-ROCK 빌리지 조성사업'을 추진한다.이와함께 특화산업인 가죽을 활용한 공예 공방 창업기반을 구축하는 '디자인 아트빌리지 사업'을 연계 추진하며 실버세대를 위한 추억의 '5060 청춘로드'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정목표인 활기차고 역동적인 모습의 'Let's move 동두천'에 걸맞게 돛을 올리고 항해 중이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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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학교우레탄, 방치 아닌 대안 찾아나서야 할 때 지면기사
유해성이 큰 경기도내 학교운동장 우레탄 시설이 학생들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만 아니라 사용금지로 인한 제2의 피해까지 키우고 있어 학교와 학부모, 지역민들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우레탄 시설을 설치해 사용 중인 도내 397개 학교의 실태를 점검한 결과 61%에 해당하는 244개 학교 시설이 기준치를 넘었고, 165개교는 기준치의 10배를 초과하는 수준이었다는 자체 조사결과가 나왔다. 필자가 거주하는 오산의 경우 관내 우레탄 시설 보유 11개 학교 가운데 문제가 된 학교는 초등학교 2개교를 포함 3개 고등학교, 1개 특수학교 등 6개교가 한국산업표준(ks) 기준치의 많게는 76.8배까지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이에 따라 인체에 유해한 기준치 이상의 납 성분이 검출된 시설물에 대해 사용금지를 통보하는 등 임시조치를 취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시설이 인체에 유해하다고 검증된 이상 즉각적인 철거와 사후 관리가 돼야 하나 예산 부족 등으로 대부분 방치되고 있다. 김포 등 일부 학교의 경우 긴급 예비비를 투입, 전면 교체에 들어갔으나 오산을 비롯한 대다수 학교는 방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해 시설에 어린 학생들이 노출되면서 건강상 심각한 우려와 교내 체육활동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주말과 휴일 지역 주민에게 운동장을 개방해온 학교의 경우 트랙과 운동장 등의 시설 사용금지 조치에 따라 학교를 중심으로 한 지역 공동체 활성화 사업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당장 운동장 사용금지로 축구동호회 활동이 옵스톱 됐는가 하면 해체위기에 처하는 등 제3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우레탄 시설 설치학교 중 절반 이상 사용을 중지한 오산지역 역시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커짐에 따라 예산확보 등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나 뾰족한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 해결이 요원한 가운데 최근 필자를 비롯 지역 사회를 걱정하는 일부 인사들이 급기야 국회 관련 위원회와 당국을 방문해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는 등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안타까운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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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에 대한 단상 지면기사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며 보다 전문적이며 세분화해 간다.그러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변화하지 않는 것은 오래 살고 싶은 욕망, 그것도 건강하게…. 생활환경과 식습관의 변화와 문명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이며 더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욕망은 너나 할 것 없이 같을 것이다. 이전에는 없던 '건강수명'이라는 새로운 말도 생겨날 정도로 건강해야 함이 시대적 흐름이며 이는 '삶의 질'에 관계된 문제이기도 하다.건강수명은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살았는가보다 실제로 건강하게 산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건강지표로 우리나라의 2013년 건강수명은 73세로 같은 해의 평균수명 보다 약 9년 가까이 적어 이 기간 동안은 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난다는 것으로 '삶의 질'이 저하되어 개인이나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므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건강수명 향상을 위한 전 국민 맞춤형 건강관리'를 위해 생애주기에 맞는 건강검진제도로 영유아검진(4개월~71개월), 가입자격에 따른 일반 건강검진, 생애 전환기 검진(만40세, 66세), 위암을 포함한 5대 국가 암검진 등 건강검진을 통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도록 하는 것은 건강관리의 사전관리제도라 할 수 있다.질환으로의 예방체계 강화를 위해서도 이상지질혈증 등 5개 항목의 대사증후군 관리와 비만 예방, 금연치료 지원사업 그리고 검진결과에 따라 이용이 가능한 건강증진센터를 설치 전문인력(의사, 영양사, 운동처방사, 운동지도사)으로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어 건강검진 후에 이루어지는 건강관리 프로그램은 그 의미가 크며 효과 또한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견된다.유 질환군 중 고혈압, 당뇨환자 상담, 만성질환 건강지원 서비스(건강교실 운영, 혈압측정기, 혈당측정기 대여 등), 경로당과 같은 실내나 도심공원 등 야외에서 운영되는 건강백세 운동교실 등 '국민보건과 사회보장 증진으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다양한 건강증진사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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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대한민국호 아리랑 고개를 넘자 지면기사
지금 상처입고 신음하는 나라되살리기 위해 당파적 이해나대권욕 자제하고 대승적 차원서혼돈을 전화위복 계기로 삼자낡은 헌법과 국가근간 개혁하고양극화·고통 치유위한 지혜 필요특정 사인들의 뿌리깊은 국정 농단(壟斷)과 이를 막지 못한 대통령의 멍에를 벗어나기 위하여 온 나라가 신음하고 있다. 노한 민심의 큰 물결이 일고 국정의 진공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 시간 대한민국호는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는가?지금의 시국은 주변 열강의 각축 속 이리와 늑대들에 둘러싸인 어린 양처럼 쇠잔해 가던 구한말이나 해방 이후 남북 분단으로 갈등하며 동족상잔에 빠졌던 위태로움에 비견될 수 있다. 최근 미국·소련·중국·일본 4대 열강 모두 강력한 국가 수반들이 등장해 국력을 극대화하고 자국의 이익을 전면에 내세우며 서로간 첨예한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런 4대 열강의 한 복판에서 핵무장 완성만을 목표로 치달리는 동족 북한을 대치하며, 새우등처럼 웅크린 대한민국이 국정 리더십의 중심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만일 현재의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반만년 역사에 천우신조로 이룩한 경제 기적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성과가 일순 몰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한다. 일단 사인의 국정 농단에 연루되어 휘둘린 대통령이 더 이상의 미련을 내려놓고 국민께 진정한 참회를 표명하고 국정 일선에서 스스로 물러섬이 사태 해결의 출발점이라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과 관계인들의 국법위반 책임소재와 경중이 사법절차에 의하여 밝혀지기도 전에,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대통령을 물리력으로 끌어내리려 한다면 헌정 붕괴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우리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당파성과 조급성, 부패 둔감과 나만 옳다는 독선을 버리지 못하고 이 사태를 당리당략과 차기 집권에만 이용하려 든다면 국정 혼란은 더욱 깊어질 뿐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국정 일선에서 물러날 기회를 주고 헌법 절차에 따라 새 대통령과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거국중립내각의 책임총리가 과도정부를 이끌게 함이 죄없는 국민 모두의 생존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존립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라 보여진다.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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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관의 날씨이야기]날씨와 경제 지면기사
푹푹 찌던 여름을 보내기가 무섭게 가을을 건너뛰고 겨울이 온 것처럼 찬바람이 불었다. 이번 추위는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한반도로 남하한 것이 원인인데,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첫얼음이 관측되었고, 전국 곳곳의 최저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졌다. 준비할 겨를도 없이 갑자기 차가워진 바람에 옷장 속 걸어두었던 겨울외투를 꺼내 입기도 하고, 서둘러 두툼한 패딩점퍼를 구매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옷깃을 파고드는 찬바람에 인상을 찌푸릴만도한데 이번 추위가 마냥 반가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방한용품업체와 난방물품업체, 의류업계들이다. 이른 겨울추위로 월동준비를 서두르는 소비자 덕에 전기매트, 내복, 구스다운과 같은 겨울용품들이 벌써 품귀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매출이 급증했다고 한다. 추운 날씨를 기다린 곳은 또 있다. 작년과 올해 초 유례없는 가뭄과 겨울 이상고온으로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아 겨울축제를 개최하지 못했던 인제·화천과 같은 지자체들이다. 겨울축제는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기 때문에 지역 상권이 축제 특수를 누리기 위해서는 산천을 꽁꽁 얼려버릴 낮은 기온과 강수량이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작년과 올해 초 겨울축제가 무산되면서 큰 타격을 입은 어민과 지역상인들은 올해 일찍 불어온 찬바람이 얼마나 반가울까. 반대로 이번 추위에 건설현장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보통 겨울에는 기온이 떨어져 땅이 얼면 작업이 어렵고, 또한 눈이 오는 시기가 빨라지거나 길어지면 콘크리트 타설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겨울이 오는 시기에 따라 건설업계는 매출에 직격탄을 맞는다. 이처럼 기상기후와 산업은 별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그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업계에서 희비가 엇갈린다. 지난여름, 35℃를 넘나드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에어컨 판매가 급증했고, 더위를 피해 백화점, 마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 매출이 올랐지만 반대로 냉방시설이 없는 전통시장에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겨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재미있는 지수가 개발됐다. 다음소프트에서 개발한 '치킨지수'인데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불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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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연인]사슴 지면기사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관이 향기로운 너는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본다 노천명(1912~1957)사슴은 학·거북이·해·산·돌·물·소나무·달·불로초와 함께 십장생으로서 민족과 친숙하게 지내온 짐승이다. 십장생은 장수를 의미하는 숭배의 대상으로 고구려 벽화에도 부분적으로 나타나며, 병풍이나 이불보, 베개, 자개옷장 등에 수를 놓을 정도로 길운과 장수의 상징이다.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무척 높은 족속' 등에서 욕망이 절제된 상태의 고고하고 흔들림 없는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눈망울 속에서 숨겨진 '비애의 눈물'을 찾을 수 있다. 슬픔과 고독 속에 잠겨 있는 사슴은 고요한 연못의 물을 통해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그 속에 '잃었던 전설'을 읽어내기 시작한다. 그것은 지나온 '지난한 향수'이며 '잃어버린 그리움'인 것 같이, 그러한 날이면 당신도 자신도 모르게 넋을 놓고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보는 '녹슨 추억'이 있질 않던가.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노천명(1912~1957)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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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대통령 탈당'과 '김병준 총리'로 풀어라 지면기사
박대통령, 총리권한 국민앞에 분명하게 선언해야진정 거국중립내각 만들겠다면 당적 이탈 필수野, '김병준 카드' 받고 마비된 국정 풀어 나가야'미국판 문화대혁명'. '트럼프 당선'에 대해 중국 일각에서 나오는 평가다. 설마가 현실이 된 것이다. 민주당 정권 8년을 지났으니 이번에는 공화당 차례였다. 미국 정치의 법칙이 그렇다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당장 걱정은 우리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이다. 미국 45대 대통령 당선인은 기행과 막말을 일삼던 인물이다. 우리가 보아서 알지만 사람의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트럼프의 공약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멕시코 국경 장벽설치' '무슬림 입국 금지' '불법이민자 추방' 등은 실현되기 어렵다. 비용이나 정치적 역학 관계, 법률적 문제 등이 얽혀 있다. 그에 반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등은 비교적 쉬운 문제다. 자유무역협정은 일방이 통보하면 180일 후 자동 종료된다. 미국에 유리하게 재협상하지 않으면 자동종료 조항을 발동할 수도 있다. 미군 주둔 비용에 충분히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미군 철수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 모두가 트럼프 지지층으로부터 환영받을 일이다. 북한 핵 문제는 완전히 외면하거나 선제공격론이 현실화되거나 극단을 오갈 수 있다. 어찌 되었건 한미 관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는 엄청난 격변이 예상된다. 중국과 일본이 바짝 긴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가. 가장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대한민국 정치권은 아직 한가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지만 크게 힘이 들어가 보이지는 않는다. 통치의 도덕적 정당성과 정책집행의 동력을 이미 상실한 탓이다. 야당은 총리 후보 추천 거부에 이어 이번 토요일 촛불집회에 참석하겠다고 한다. 물론 트럼프 당선 소식이 전해지기 이전의 행보이다. 문제는 앞에서도 말했듯 상황이 심상치 않게 변했다는 사실이다. 정치적 급변 사태가 생긴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이나 여야 모두 지금과 같은 정치적 교착상태를 더 끌고 간다면 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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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밤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지면기사
"여러분이 사시는 주택에는 소화기,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설치되어 있나요?"2012년 2월 5일부터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되어 주택 신·개축 허가 시 설치하고 기존 주택은 2017년 2월 4일까지 설치하도록 되어있습니다.이제 4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국민안전처의 언론홍보와 전국 소방서에서 다양한 이벤트, 캠페인 등을 통해 대국민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안전'이라는 단어는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굳이 세월호 참사를 말하지 않아도 이제 누구나 안전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영화에도 단골소재로 등장해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최근 '터널'이라는 재난영화가 개봉되면서 누적 관객수 712만507명(지난 10월말 현재)으로 흥행하는 것을 보면 국민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제 딸이 영화를 보고 나서 터널을 지날 때마다 하는 영화 대사가 있습니다. "대한국민의 안전이 또 다시 무너졌습니다." 우리말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소용없음을 경고하는 말입니다. 지금 우리 세대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안전하고 튼튼하게 고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물려주어야 하지 않을까요.최근 3년간 전체 화재의 24.3%, 화재사망자의 60.7%가 주택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더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한 주택을 만들기 위해 소방시설법 제8조를 신설, 주택(단독·다중·다가구·연립·다세대)거주세대마다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하였습니다.여러분이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내가 사는 집에 단독경보 감지기와 소화기가 있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거실, 각 방 천장마다 설치되어 가족이 잠든 사이 화재가 발생하면 경보음을 울려 대피하도록 도와주고 소화기는 화재의 초동진화를 도와줍니다.해외사례를 들어보면 미국의 경우 주택용 화재경보기 설치가 32%일 때 6천15명, 96%일 때 2천380명으로 사망자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광명소방서의 경우도 2015년 전통시장에 거주하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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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에세이]정치라는 것의 감각 지면기사
아버지가 원했던 신문속 세상이야합·비리 부정으로 얼룩진 정치권력 준 적없는 세력이 활개치고통치권자는 책임 방기한채 비호그러는 동안 무구한 사람이 죽고상처받는 세상 아니었다고 믿어누구나 정치라는 것을 느꼈던 최초의 순간이 있을 것이다. 연결되어 있고 다수의 문제라는 감각, 공동체의 상태에 영향을 주는 강력한 힘, 하지만 다수의 것이기에 한명 한명의 개별적인 선택이 무력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 내가 세상에 정치라는 것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았던 건 신문을 읽는 아버지의 어깨 너머를 통해서였다. 아버지는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내가 아버지라는 대상을 인지했던 까마득한 옛날부터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고심하며 세상을 읽었다. 늘 파자마 차림이라서 그건 일상적이고 좀 안온한 느낌을 주었지만 한손으로 가만가만히 종잇장을 넘기던 신중한 태도는 지금의 행위가 중요하고 많은 생각의 동력을 필요로 한다는 걸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 아버지의 아침에 내가 또다른 풍경으로 등장하게 된 건 스무 살이 되면서였다. 내가 다른 신문을 구독하면서 집에는 두 개의 신문이 배달되었고 우리는 서로가 보고 있는 지면에서 펼쳐지는 세계, 서로가 지지하고 응원하는 세상의 동력,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선택한 정치적 방향에 대해서 때로는 직접적으로, 때로는 신문을 보고 있는 모습 자체를 통해서 드러냈다. 나는 내가 믿는 세계에 대한 열렬한 신념을 갖게 된 젊은이였지만 아버지에게 '급진적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아침이면 마주했던 아버지의 뒷모습, 신문이 놓여 있는 바닥으로 기울어진 어깨, 생각하는 사람의 느린 손동작 같은 것들이, 정치라는 것을 감각하고 있는 한 시민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시민은 판단하는 사람이었고 선택하는 사람이었으며 거기에는 지켜야 할 하루의 일상과 그것의 중첩으로 이루어진 인생이 있는 것이었다.요즘의 한국 정치를 바라보면서 참담함을 느끼는 것이 비단 나뿐일까. 현 정권을 지지했던 사람들, 그들이 이 공동체의 운명을 책임질 사람으로 현재의 대통령을 주목했을 때 거기에는 그들이 체험한 자기 삶이 있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