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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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사랑, 그 진부함과 새로움 지면기사
사람에게는 숨길 수 없는 3가지가 있다고 얘기하곤 한다. 바로 기침과 가난 그리고 사랑이다. 사랑은 하나의 의미로 정의할 수 없는 인간 감정의 집합이자, 숨길 수 없는 인간 본성이건만, 사람들은 점점 사랑을 표현하는 데에 인색해져간다. 각박한 사회가 사랑을 숨기게 한다. 자꾸 사랑의 무게를 저울질해보라 권한다. 남과 여를 나누고 서로 누가 더 피해자인지 겨뤄보라고 부채질한다. 장사꾼처럼 사랑을 흥정하고 저울눈을 속이듯 서로 이득을 노리는 관계에서는 진정한 사랑이 싹트고 열매 맺지 못한다.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랑의 시작점은 사랑하는 대상으로부터가 아니라 나로부터라는 점이다. 내가 먼저 사랑해야, 내가 먼저 표현해야 사랑은, 더 사랑스러워진다. 어느 저명한 목사와 그의 아들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목사의 아들은 중학교에 다니는데 얼굴도 잘생겼고 공부도 곧잘해서 누구에게나 귀여움을 받았지만 한 가지 약점이 있었다. 나면서부터 눈이 사팔뜨기였던 것이다. 하루는 그 아이의 담임선생이 학교로 한번 찾아오라고 했다. 무슨 일일까 하고 급히 학교에 달려갔더니 담임선생은 별일은 아니라고 하면서 그의 아들이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아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담임선생은 이내 송구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런데 목사님, 저 아이가 모든 일에 모범적이고 꿀릴 데가 하나도 없는데 한 반의 친구란 놈들이 보기만 하면 '사팔뜨기' 라고 해서 학교에서는 기가 죽어 있는 것 같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목사는 말했다. "아니 사팔뜨기를 사팔뜨기라고 부르는 게 무슨 잘못입니까? 그것 때문에 기가 죽을 까닭은 하나도 없지요." 이렇게 말하고 오히려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그는 교무실을 나왔다.사실 목사는 그날 밤 한잠도 못 자고 뜬눈으로 새웠다고 한다. 자기의 아들이 친구들에게 사팔뜨기라고 놀림을 받는다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괴로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른 새벽부터 아무도 없는 예배당에 홀로 무릎을 꿇고 앉아서 "제 아들의 눈을 내 눈과 바꾸어 주었으면" 하는 기도를 했다고 한다.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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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이심전심을 가능케 하는 경청(傾聽)의 힘 지면기사
두 아들 모두 대학 입학과 동시에 집을 떠났습니다. 늘 품 안에 있을 것만 같았던 아들의 부재로 아내와 저는 걱정도 많고, 애틋함도 커졌습니다.문득 작은아들이 잘 지내는지 궁금해 전화했더니 지금 아버지 생각을 했다며 우린 '이심전심' 이라고 하길래 기분이 좋아 크게 웃었습니다. 이심전심, 맞습니다. 작은 행동 하나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일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많은 심리학자, 과학자가 사람 마음을 읽는 방법을 찾으려고 연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과학적 데이터로 분석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요? 얼마 전 하반기 시민과의 대화 일정을 끝냈습니다. 주민센터에서 만난 시민께서 저를 반겨주십니다. 그리고 "시장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얼굴을 보니 좋다"고 하십니다. 그러면 제 마음이 불편합니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듯해서 송구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이심전심' 시민께서 제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시장의 마음을 시민이 알아주시고, 시민의 마음을 제가 잘 헤아린다면 얼마나 환상적인 시정을 펼칠 수 있을까요. 2년 동안 시정을 알리고 싶어 구두가 닳도록 참 많이 뛰어다녔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시 발전 계획, 각종 현안, 복지 서비스에 대해 전하려고 노력했습니다.그런데 마음까지 전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년동안 시장으로 일하면서 제 마음을 전하고 시민 여러분의 마음을 헤아리는 좋은 방법을 찾았습니다. 바로 경청(傾聽)입니다.언제부터인가 주민센터, 학교, 기업체, 거리, 전통시장에서 시민 여러분의 이야기를 경청하다 보니 구부정하게 서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눈을 잘 맞추고 잘 들으려 하니 점점 더 구부정해지는 듯합니다. "아니, 왜 반듯하게 서 있지 못하고 구부정한 게야"하고 꾸짖으셔도 어쩔 수가 없네요."무료 예방접종을 해준대서 보건소에 갔더니 사람이 너무 많아. 기다리기 힘들었다"는 어르신, "우리 빌라에도 도시가스가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연료비가 비싸 추위가 오면 겁이 난다"는 아주머니, "삼성전자가 가동하면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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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삼성 이대로 두고 경제 민주화 될까? 지면기사
최순실 딸 승마훈련 위해 35억 지원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갤럭시 노트7 출시 동시에 단종어떤것에 경영 초점 맞췄는지…최씨일가 사익추구 했다지만대기업, 사실상 한국사회 권력 포획지난해 3월 승마협회 사장사가 한화생명에서 삼성전자로 바뀌었다. 새로운 사장사는 특정 승마선수의 전지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었다. 독일 헤센주 승마협회장을 끌어들인 회사에 35억원의 컨설팅 비용을 지원했다. 이 해 여름에는 승마협회 회장인 삼성전자 대외담당 박상진 사장이 직접 독일을 방문하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아예 그 선수가 속한 마장마술 경기를 지원하기 위한 로드맵도 만들었다. 이제는 우리 국민 모두가 다 아는 그 유명한 어머니와 딸을 돕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었다. 이 모든 일이 정말 삼성이 맡은 승마 종목의 선수 기량 향상을 위한 것 이었을까?승마협회 사장사가 바뀌기 4달 전 삼성과 한화 사이에 빅딜이 벌어졌다. 삼성그룹의 방산화학 계열사 4곳이 1조9천억원에 한화에 팔렸다. 박 사장의 독일 방문 무렵에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재편의 핵심이라고 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뤄졌다. 당시 사모펀드인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하고 나섰다. 삼성은 대주주인 연기금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연기금을 지배하는 정부의 지지를 받은 셈이었다.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이 모든 것도 우연이었다고 치자. 이 시기 삼성전자에서 벌어진 엄청난 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갤럭시 노트7은 애플의 예봉을 꺾고 세계 시장점유율 1위라는 아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야심작이었다. 하필 그 모녀를 위해 지극 정성을 다하던 시기 개발이 시작됐다. 어쩐 일인지 신제품의 치명적 결함이 내부에서 걸러지질 않았다. 이 제품은 올해 하반기 출시됐다, 이내 단종됐다. 3분기 수익은 반 토막 가까이 떨어졌다. 단종으로 인한 악영향은 내년 상반기까지도 이어질 것이다. 이 일로 공중으로 사라져버린 시가총액이 최종적으로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삼성전자는 도대체 어떤 것에 경영의 초점을 맞췄으며,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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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300만 글로벌 거점, 인천의 2016 대한민국 건축사대회 지면기사
오는 15일이면 '2016 대한민국 건축사대회'가 송도국제도시와 중구 개항장에서 성대히 열린다. 대한민국 건축사대회는 1989년 서울서 시작해 2년마다 지역에서 치러지는 건축전문가들 행사이다. 인구 300만 시대에 돌입한 인천에서 '건축사, 건축문화 가치 재창조'라는 주제로 전국 최초로 지자체인 우리 시와 대한건축사협회가 공동 주최한다. 역사와 미래를 품은 인천에서 과거의 기록을 통해 새로운 시대로의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인천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과 잠재적 가능성을 건축적 기법으로 재조명하고 도시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이다.국가공인건축가인 건축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건축문화산업 전반에 대한 현안을 논의하고 신도심과 개항장을 탐방하면서 교류의 장이 열린다. 이번 대회는 50주년을 맞이한 건축사들이 과거를 되돌아보고 더욱 건강한 미래를 설계하게 될 것이다. 최근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는 뜻을 담은 'all ways lncheon'이라는 새로운 도시브랜드(BI)와도 부합한 행사로서 의미가 있다 하겠다. 대한민국 길을 열고, 세계로 길을 잇고, 우리가 함께하는 길이 되는 인천의 철학과 지향점을 나타낸다. 인천을 비롯한 우리나라는 지난 20세기 산업화에 따른 도시화 과정에서 양적 성장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경제성장만을 추구한 결과, 건축의 고유한 미학적 가치가 무시되어 문화적 품격이 높은 건축물과 도시공간을 만드는데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사회적 가치 추구의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진정한 품격이 갖추어진 삶의 공간으로서 건축의 의미를 재발견하기를 기대하며, 집과 마을의 본질인 사람을 위한 장소를 만들어 내고 우리의 삶을 담아내는 좋은 그릇을 빚는 건축사로 재창조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렇듯 건축사들은 과거를 반추하여 해석하고, 나아가 미래를 열 수 있는 진정성 있는 가치 지향점을 추구하는 자리를 우리 인천에서 갖고자 한다.인천은 이번 행사를 통해 스페인의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와 같이 건축이 문화이면서 삶의 고유한 가치를 재조명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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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300만 인천' 질문 없습니까? 지면기사
300만명 동시대 삶의 공간 1926년 파리와 똑같아정체·가치·지향성에 대한 물음 인천도 존재하는가숫자에 미혹돼 소중하고 필요한것 빠뜨렸는지 불안화가 나혜석에게 파리는 충격이었다. 2년 가까운 유럽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뒤 5년이 지나서 쓴 글에서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1934년 잡지 '삼천리(三千里)'에 실은 글이다. "별과 같이 길이 뻗쳐났다. 그리고 건물이 삼각형으로 되어 자못 아름답다. <중략> 어디를 가든지 도로 좌우편에는 병목(병木)이 있고 중앙은 차마도(車馬道)로 목침만큼 한 나무로 모양 있게 깔고 좌우에 인도가 있고 거기에는 매 칸에 하나씩 수도가 있어 아침마다 물을 뽑아 길을 씻어내려 유리같이 되어 있다." 그녀가 본 파리는 '파리 개조 사업'의 결과물이다. 1853년 이전만 해도 파리의 좁은 길들은 미로처럼 얽혀있었다. 길 위로 시궁창물이 넘쳤다. 전염병이 창궐했다. 나폴레옹 3세는 황제로 즉위하자마자 오스만 남작을 지사로 임명했다. 그에게 도시구조 개혁을 지시했다. 중세도시 잔재 그대로였던 파리가 근대도시로 변모한 것은 이때부터다. 오스만은 1870년 지사에서 물러날 때까지 대대적인 개조사업을 통해 파리의 골격과 외양을 모조리 바꿔놓았다. 나혜석이 본 청회색 아연 지붕과 베이지색 벽면의 건물들이 즐비한 '빛의 도시' 파리는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뒤의 모습이다. 이때의 파리 인구가 300만 명에 육박한다. 1926년 기준 287만1천명. 외국인 체류자를 제외한 오늘의 인천 인구와 같다. 빛의 반대편에 그림자가 있었다. 그림자는 특히 도시빈민들 머리 위로 길게 드리워졌다. 20년에 걸쳐 파리가 뜯어고쳐지는 동안 그들은 공사판 소음과 먼지 속을 전전해야만 했다. 이후 몇 십 년이 지나도록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무도 그들의 주거환경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직 한 사람,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를 제외하고. 현대의 모든 도시는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할 만큼 르 코르뷔지에는 도시의 미래를 내다봤던 건축혁명가다. 그는 산업혁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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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사계절 안전파수꾼, 시민들 앞에 약속한다 지면기사
1991년, 처음 소방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해이다. 같은 해 소방법이 개정되면서 '소방의 날'은 119를 상징하는 11월 9일로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 실제로 불조심에 관한 기념행사는 1948년 정부 수립 후 11월을 불조심 강조 기간으로 정하고 각종 캠페인을 벌인 것을 시작으로 1963년부터는 내무부가 주관해 유공자 표창 등 소방의 날 행사를 개최해 왔다. 이후 필자가 임용되던 해 '소방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비로소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첫걸음을 같이 했기 때문에 '소방의 날'에 대한 애착이 크다. 이 '소방의 날'이 벌써 54번째를 맞았다니 감회가 새롭다. 소방조직의 역사는 오래전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426년 2월 15일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아궁이의 불씨가 바람을 타고 외부로 날아가 건물에 옮겨붙었다. 이 불로 당시 한양 면적의 20%가 삽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이 다음날에도 불이나 수백 채의 집과 건물이 피해를 입었는데, 이를 계기로 세종은 피해자를 구제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웠다. 이때 신설된 것이 방화조직인 금화도감(禁火都監)이다. 이를 시작으로 1431년 최초의 소방대라 할 수 있는 금화군(禁火軍)이 만들어졌다. 이름과 형태는 조금씩 변했지만 본래의 목적과 기능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 결과 화재의 진압과 예방을 담당하는 오늘의 소방에 이르렀고, 현재 수원소방서 전 직원들은 계절을 잊은 채 근무하고 있다. 흔히들 10월과 11월은 붉게 물든 단풍과 선선한 바람으로 등산하기 딱 좋은 계절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방관에게는 가을을 즐길 틈이 없다. 11월은 가장 바쁜 달이자, 긴장해야 하는 달이다. 오죽하면 '불조심 강조의 달' 이라고 정했을까. 날씨가 추워지면서 난방기구로 인한 가정에서의 화재가 증가하고, 또 등산객이 늘어나면서 부주의로 인한 산불 발생률도 높아지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본격적인 겨울철에 들어서면 건조한 날씨 탓에 화재 발생 건수는 눈에 띄게 증가한다. 때문에 국가적으로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지정해 각종 캠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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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손이행권: 공순한 마음으로 권력을 행사하라 지면기사
현대 사전적 의미로 보면 권력은 남을 지배하는 힘을 말한다. 이렇게 권력을 이해하고 말면 남을 지배하기 위한 마음만을 부추기게 되어 여러 가지 추태를 만든다. 한자로 보면 권력의 권(權)은 저울추를 말한다. 권은 전통적 저울대의 한쪽에 걸거나 저울판에 올려놓는 일정한 무게를 지닌 쇠이다. 이 저울추는 물건의 무게에 따라 추를 바꾸거나 위치를 이동시키며 무게를 잰다. 이렇게 저울추를 바꾸거나 이동시킬 때의 척도는 저울대의 평평함이다. 저울대가 기울지 않고 평평하면 저울질을 잘 한 것이고 저울대가 기울면 저울질을 잘하지 못한 것이다. 즉 '평형(平衡)'이 저울질의 합당성여부를 판단하는 척도인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권력(勸力)이란 저울추가 지닌 힘으로 저울대를 기울지 않고 평평하게 만들고 유지하는 힘이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무얼 뜻할까? 백성들의 삶이 한쪽으로 기울면 권력을 한쪽으로만 쏠리게 잘못 쓴 것이고 백성들의 삶의 질이 평등해서 기울어지지 않으면 권력을 균형(均衡)감 있게 잘 쓴 것이다. 이것이 대학에서 공자가 말한 평천하(平天下)에서 '平'의 뜻이다. '내말 한마디면 너는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권력자는 남을 지배하고자하는 의미의 권력자일지는 모르나 진정한 권력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진정한 권력자란 백성의 삶을 기울어트리지 않고 평등하게 만드는 자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겸손하고 공순할 수밖에 없으니 권력을 행사하는데 공순한 마음으로 할 수밖에 없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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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기후변화 시대의 요구, 탄력형 물 인프라 구축 지면기사
기후변화 대응은 완화 못지않게상승 온도에 대비 적응전략 필요배수·관로·저수형태 등 변화로다른 나라보다 먼저 능동적이고과학적 접근으로 발전한다면세계 물산업 주도하는 기회 생겨2010년, 2011년 및 2014년에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 중심지인 광화문, 강남역과 우면산 일대에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미래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OECD에 속한 국가로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의 여러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해 나가야 하는 나라, 선진국 대열에 속하여 물, 전기, 도로 등 각종 사회적 인프라는 이미 완비되었고, 그 기초 아래 첨단산업만 발전시키면 되는 나라로 인식해 왔던 터라 우리나라의 심장부가 이처럼 폭우나 산사태에 맥없이 무너져 내린 것에 국민 모두 아연실색했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 내 홍수나 큰 가뭄 등 재해가 나지 않자 우리의 뇌리 속에 이와 같은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조차도 기억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 다시 큰 재해가 일어나면 그때서야 '누구의 책임이다', '시스템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또다시 난리를 칠 것이다. 이제 우리도 좀 더 차근차근 실태를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미리 준비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아울러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원인을 보다 근본적으로 살펴보고 구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물 문제는 여러 면에서 다른 나라와 다르다. 강수의 계절적 치우침이 심하고, 지역적 차이도 크다. 인구는 많고, 국토 자체가 그다지 넓지 않아 1인당 가용수량이 세계평균의 5분의 1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도시화가 심화해 물을 사용하는 지역과 물을 담수하는 지역도 다르다. 짧은 시간 동안에 확장된 도시가 많아 지하에 깔린 인프라가 계획적이지 못한 곳이 많다. 이를 어떻게 잘 보완하고 잘 관리해 나가느냐 하는 문제는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큰 과제이기도 하다.물 인프라는 여러 인프라 중에서 변동성이 특히 강하다. 언제 어느 정도 비가 올지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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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혁의 역사산책]다산과 박대통령의 숫자 18의 차이 지면기사
다산 정약용에겐 18이란 특별한 숫자가 따라다닌다. 국왕 정조와 함께 조선의 개혁을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 18년이었고, 정조의 죽음 이후 유배를 갔던 시간이 18년이었다. 그리고 유배지 강진에서 풀려나 고향으로 돌아와 살다가 죽을 때까지의 시간이 18년이었다. 그래서 다산에게 18이란 숫자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다산 정약용만큼이나 18이란 숫자가 따라다니는 인물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18이란 숫자는 사실 그녀의 부친인 박정희 전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한다. 박정희 전대통령은 18년 집권하다가 부하인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에 맞아 죽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죽은 이후 18년 동안 야인생활을 하다가 1998년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이 되었다. 18이란 숫자가 그녀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에게 18이란 숫자가 다시 인생에 다가왔다.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한 지 18년이 되는 2016년인 올해 그녀의 소울메이트로 이야기되는 최순실로 인하여 인생의 최고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난 금요일 국민들에게 최순실 파동으로 인한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게 되었다. 이러한 여파로 문고리 3인방이라 불리는 그녀의 최측근들인 정호성 등 비서관 3명이 18년 만에 박근혜 대통령을 떠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다산 정약용의 18과 박근혜 대통령의 18이란 숫자는 같은 의미일까? 동양 유학의 최고 저서라고 평가받는 것이 공자가 마지막에 완성한 '주역(周易)'이다.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최고의 경전으로 평가받는 주역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주역은 64괘로 구성되어 있어 그 내용마다 의미와 쓰임이 다르다. 64괘중 18번째 괘는 '산풍고(山風蠱)'란 괘다. 위에 산이 있고 아래에 바람이 있어 좀이 먹어 썩어들어간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반듯해지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썩어서 부패하여 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썩는 것일까? 산(山)은 간방(1시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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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친절한 노신사의 도움 간직하며… 지면기사
우리는 서울시청역 안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내 아내와 나는 방금 막 지하철 2호선에서 내려 강남역으로 가는 길을 찾고 있었다.우리는 그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우리가 원하는 장소로 바뀌는 마법과 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랐지만, 시간은 흐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찮게도 어느 한 친절한 노신사에 의해 그 마법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는 꽤 노쇠해 보였지만 인자한 미소를 갖고 있었다."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가 우리에게 말했다. 그리고 몇 분 뒤, 우리는 목적지로 가고 있었다. 늘어가는 좌절은 지난날 버지니아 여행에서 얻었던 지혜에 대한 의심과 함께 사라져 가고 있었고, 의심 또한 낯선 땅에서 낯선 이로 인해 사라져가고 있었다.이 일은 2015년 3월에 일어났다. 이 일이 있기 전, 난 워싱턴 D.C 외곽 북버지니아에 있는 조지메이슨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그 친절한 노신사 이후로도 나와 내 아내는 친절한 한국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이 주저하지않고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곤 했다. 그들의 친절은 나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었다.한 여자는 남편과 아이들을 잠시 두고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우리를 태워다 주었다. 한 자전거 가게 주인은 내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한 달 이전부터 내 자전거를 무료로 검사해 주었다. 한 버스 운전기사는 우리가 잘못된 정거장에서 내리는 것을 막고 올바른 정류장으로 안내해 주었다.이러한 일들은 계속되었다.내가 한국 조지메이슨대학교에 온 지 세 번째 학기밖에 되지 않았지만, 가족 및 친구들과 미국에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노라면 내부인과 나는 늘 한국에서 사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것은 아직 답하기 쉬운 질문이다. "따뜻하다", "편안하다", "매력있다"라는 말은 아직 우리가 쓰고 있는 말이다. 이 단어들은 단지 우리의 경험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겪은 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하지만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가 한국에 오고 난 후 21개월 동안 겪었던 일 중 다른 사람들에게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