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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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청소년에게 배와 바다 알리기' 프로그램 참여를 마치며… 지면기사
8월 16일 뜨거운 여름!! 폭염 속에 '청소년에게 배와 바다 알리기'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평택시 포승읍에 위치한 마린센터내 '평택해양경비안전서' 강당을 찾았다. 미리 받아본 일정표를 보고 꼭 필요한 교육이라는 생각으로 갔는데, 막상 꽉 들어찬 학생들을 보니 '이들이 과연 이 교육의 필요성을 잘 이해하고 따라와 줄까?'하는 불안과 '학생이기에 더 잘하겠지' 라는 믿음이 교차됐다.출항 첫날 평택해경 손경호 과장이 직접 강당에서 이론교육을 하고, 장소를 여객선으로 옮겨 실제로 구명조끼를 입고 해양경찰과 여객선 승무원 안내로 노란선을 따라 침착하게 퇴선 훈련을 받았다. 해난사고 시 상황에 따라 퇴선 방법이 다른데 3가지 상황(구조선으로의 퇴선, 구명정으로 퇴선, 바다 입수를 통한 퇴선)을 모두 훈련하다 보니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날씨에 구명조끼까지 입고 묵묵히 교육에 임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진지함이 묻어났다. 이어서 진행된 조명탄으로 조난신호를 보내는 훈련은 퇴선 못지않게 중요한데 갑판에선 학생들의 모습이 실제상황을 방불케해 장엄하기까지 했다. 1차 훈련을 마친 학생들과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출국수속을 밟고 여객선에 오르니 저녁 7시 드디어 출항이다. 부두에는 참가학생 부모님들의 배웅 속에 국제여객선 그랜드피스호는 머나먼 중국 땅을 향해 기적과 함께 힘차게 물줄기를 갈랐다.출항 후 우리는 일반인출입이 통제된 여객선 관제실과 조타실에서 화면에 무수히 많은 점(선박)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통신기기를 이용해 서로의 진행 방향을 알려주는 교신 등을 실습했다. 바다에도 도로처럼 운행 약속이 있고 그 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학생들은 항해사에게 생소한 광경이 신기한 듯 잇달아 질문을 쏟아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여객선 제일 아래 기관실로 열기와 소음, 거대한 배관들은 영화에서나 보았던 그 모습이었다. 이곳을 보고 그동안 우리가 모르는 여객선 곳곳에서 많은 분이 일하고 계셨음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첫 날 선상 체험훈련을 마치고 중국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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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담 너머, 감'과 생물자원 권리 지면기사
오성과 한음으로 잘 알려진 오성 이항복과 관련해 '담 너머, 감' 이란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어린 시절 오성의 집에 감나무 가지가 옆집 권율 장군의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권율 장군의 집에서 해마다 그 감을 다 따먹자, 오성이 권율을 찾아가서는 방문 창호지에 주먹을 찔러 넣고 "대감님, 이 주먹이 누구의 주먹입니까" 하고 물었다. 권율은 "네 주먹이지, 누구 주먹이겠느냐"고 대답했고, 어린 오성의 재치에 탄복해 다시는 그 감을 따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는 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생물자원의 권리'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이 일화는 '나고야의정서'(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에 대한 국제적인 강제 이행사항을 규정하는 의정서. 2014년 10월 12일 발효)가 발효되기 전 생물자원을 둘러싼 국제 상황과 묘하게 닮았다. '나고야의정서' 이전까지 생물에 대한 권리는 강대국과 약소국의 힘의 논리에 의해서 결정되었고, 경제적 약소국은 생물자원을 제공했다 하더라도 그 어떤 이익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중국에는'팔각회향'이라는 자생식물이 있다.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주원료다. 타미플루는 신종플루가 한참 유행이던 2009년 유일한 치료제로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타미플루를 개발한 스위스의 제약회사는 엄청난 이익을 얻었으나, 중국은 아무런 수익도 배분받지 못했다. 이러한 예는 우리나라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나무가 사슴의 뿔처럼 단단해 멋진 노각나무는 1910년대 말 지리산에서 미국으로 반출돼 고급 정원수로 상품화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한 푼의 로열티도 받지 못하고 있다.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 이러한 불합리함은 개선됐다. 나고야의정서는 국가의 생물 주권을 인정해, 국가 간 생물자원의 이용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공정·공평하게 나누어 갖도록 했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우리나라는 바이오산업계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생물자원을 조달하는 주요 수입국이기 때문이다.인천에 위치한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24일 '나고야의정서 대응 생물자원 콘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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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광장'은 탄핵을 끌어낼 수 있을까 지면기사
국민적 퇴진운동과 與 비주류 동참시키는 전략 필요野인사중 즉각퇴진 주장 의원들 이탈 가능성 배제못해 혼란정국 가닥 잡히면 대통령제 혁파할 개헌 논의해야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수석비서관회의와 대국민담화 때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대한 모금도 자발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선의에 의한 모금이었다고 거짓 해명했다. 이는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박 대통령과 최순실, 안종범과의 공범 관계로 입증되고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이번 주에도 검찰 수사를 거부했다. 대국민약속 위반이며, 수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와 다름없다. 이러한 대응 방식으로 볼 때 특검 수사도 수용한다는 보장이 없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비주류와 청와대도 탄핵을 공식화하고 있다. 지금의 정국은 특정한 현안 해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법의 차이에 기인하는 혼란이 아니다. 정파간 정치적 이해의 경합 수준을 넘는 국가위기 국면이다. 국회선진화법에 의하면 다음 달 2일 예산이 통과된다. 그러나 국민은 국회에서 어떠한 절차에 의해 예산 심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관료조직과 공적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국정 리더십이 붕괴된 국가의 위기다. 즉각 하야와 '질서있는 퇴진'이 대안으로 거론됐으나 이미 물 건너갔다. 여야, 청와대는 각자 다른 셈법에 의해 탄핵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탄핵의 함정을 넘어야 한다. 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200명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총리 문제는 처음부터 해결책이기보다는 야권에 씌워진 덫이었다. 야권은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전제로 한 전권 이양을 보장받는 거국내각총리를 주장했고, 청와대는 대통령 임기 보장을 단서로 내각의 실질적 통할을 보장하는 책임총리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야권이 거국내각총리의 덫에 걸린 형국이다. 지난 일요일 야당의 유력 주자 그룹 회동에서 탄핵과 국회주도 총리에 의견이 모아지면서 다시 총리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탄핵 국면에서 대통령 퇴진을 전제로 한 책임총리를 철회하겠다는 심산이다.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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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물이군분: 사물은 무리끼리 나뉜다 지면기사
남자와 여자의 정기(精氣)가 모여 생명이 잉태되어 이 세상에 나온다고 할 때 생명이란 정기가 취합한 것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정기에다가 후천적으로 받아들인 에너지를 의지해서 한 평생 살다가 늙어가면서 정기와 에너지가 분산되어 없어지면 자연스런 죽음에 이른다. 생명의 전 과정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분산과 취합의 취산(聚散) 혹은 분합(分合)이다. 모인 것은 흩어지게 되어있고 흩어져있다가도 다시 모이기도 하니. 그런데 이런 취산이나 분합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은 아무런 맥락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종류끼리 모이기도 하고 또 흩어져가기도 한다. 자연스런 생명의 취산뿐 아니라 사회에서 사람끼리 모이고 흩어지는 것도 동일하다. 전혀 종류가 다른 사람끼리 모이거나 흩어져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전국시대 장의와 소진이란 책사들은 이 성질을 이용해서 합종(合從)과 연횡(連衡)이라는 이합집산(離合集散)에 관한 책략을 펼쳤다. 둘 다 귀곡자(鬼谷子)의 문인이었던 소진(蘇秦)과 장의(張儀)는 서로 다른 계책을 구사함으로써 당시를 주름잡았는데, 합종과 연횡이란 것도 본질적으로 모이고 흩어짐에 관한 책략이다. 종으로 모이면 횡으로 흩어지는 것이고 횡으로 모이면 종으로 흩어지는 것이다. 이합(離合)은 옛날부터 난세에 더욱 활발하게 일어났던 현상인데 분명한 것은 이합도 일정 정도의 유사성을 공유한 무리끼리 하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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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지역 경제… '플랫폼'만이 살길이다 지면기사
앞으로는 새로운 융합기술자원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 입힌 플랫폼 만드는정부만이 최후의 승리자 될 것공공부문도 토지·주택·마케팅등인프라 구축해 이용토록 해줘야"현재를 즐겨라.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우리를 거두라"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에서 기숙학교에 새로 부임한 키팅 선생이 학생들을 놓고 '카르페 피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을 속삭이는 장면이 퍽 인상적이다. 그의 강의스타일이 '죽은 시인의 사회'를 재결성하게 만들었고 소심남인 토드 앤더슨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여기서 '시'는 교사와 학생들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플랫폼', 즉 토론의 마당이 된다. 요즘 플랫폼하면 구글이 떠오른다. 구글은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단말기(디바이스)로 이루어진 'CPND 생태계'에서 탄탄한 플랫폼을 통하여 콘텐츠부터 네트워크, 디바이스까지 통합하면서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이제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시대라기보다는 '구글라이제이션' 시대라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구글이 온통 사람들의 삶을 이끌어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플랫폼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 즉 마당이다. 자신만의 플랫폼을 가진 정부나 기업이 미래의 성공과 부를 지배한다. 브랙시트와 트럼프의 미국대통령 당선으로 앞으로 보호무역주의와 국수주의로 인해 세계화의 속도가 느려지고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국가 이미지와 파워가 줄고 중국과 러시아의 힘이 커질 것이다. 이런 여건에서 한국에는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한 정치경제 플랫폼이 절실한 시기이다. 브랙시트 반대파는 경제와 정치적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탈퇴파는 역사, 문화라는 독립적 플랫폼의 가치를 주장했다. 국내 정치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 국가운영시스템이라는 플랫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경제는 바닥이고, 정치는 후진국이고, 사회는 양극화이고, 대외관계는 불안이다. 외교는 굽신, 경제는 불신, 남북관계는 등신이라던 이명박 정부의 '삼신정부'보다 현 정부는 현저히 더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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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미래 희망은 지방정부와 교육에 있습니다 지면기사
누리과정 미봉책, 보육대란·행정불신·불안감 가중지역민에 필요한 정책·문제점 해결 지방이 주체돼야진정한 지방자치위해 '불균형 재정 구조' 개선 필요지난 11월 7일 지방재정 확충과 누리과정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과 서울·경기·인천교육감, 지방의원(지방재정 확충과 누리과정 해결을 위한 공동대표단, 이하 공동대표단) 등이 지방재정 확충과 누리과정 해결에 대한 목소리를 한 데 모아 전달하기 위해 중앙의 정치무대인 국회를 찾은 것입니다. 공동 기자회견에는 약 200명의 지방 선출직들이 참여했습니다. 25년 지방자치 역사상 지방 선출직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공동대표단은 기자회견과 입장문 전달 등을 통해 누리과정은 국가가 해결해야 하는 보편적 복지로 국가의 사무인 점을 다시 한 번 명확히 밝히고, 2017년에는 보육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회가 나서주길 당부하였습니다. 또한 성장 없는 재원으로는 지방자치는 고사하고 늘어나는 복지 지출을 감당하기에도 벅찬 지방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고 지방정부의 자치 실현을 위하여 지방 소득세와 지방 소비세 같은 신장성이 강한 재원을 얻을 수 있는 구조 변화의 필연성을 설파하였습니다.그러나 2017년 예산안에 대한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까지도 누리과정 예산은 반영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와 같은 미봉책으로 누리과정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보육대란은 매년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곧 행정에 대한 불신과 시민의 불안감 가중으로 이어질 것입니다.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의 재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재와 같은 지방재정 구조로는 지방자치의 본질과 독립성 저하는 물론이고, 지방의 경쟁력마저 사라지게 할 것입니다.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지출 비율은 4대6인데 비해, 국세와 지방세의 세원 배분 구조는 8대2에 불과합니다. 지방재정 구조 자체가 불균형 되어 있고, 누리과정을 비롯한 사회복지 분야 예산까지 지방정부에 전가되며 민생을 돌볼 재원은 더욱 부족해지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방재정은 더욱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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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가스보일러, 굴뚝 점검·환기 필수 지면기사
추위에 절로 몸을 움츠리게 되는 계절, 겨울이다. 집집마다 김장을 담그고 난방비 절약과 단열을 위해 유리창에 에어캡을 붙이고, 장롱 깊숙이 넣어뒀던 내복을 꺼내 입는 등 월동준비로 분주하다. 이와 더불어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꼭 잊지 말아야 할 월동준비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예방을 위한 가스안전 실천이다.'아니! 연탄가스 중독은 들어봤어도 일산화탄소 중독은 무슨 소리'라고 흘려들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실제 사고가 일어나고 있고, 자칫 부주의하면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끔찍한 문제라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다.2014년 11월 경기도 남양주 한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 중이던 야영객 2명이 난방을 위해 가스연소기를 켜둔 채 잠들었다가 사망했다. 2016년 3월에는 강원 평창의 한 초등학생이 오랜 기간 등교를 하지 않아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해서 일가족이 보일러를 켠 채 숨져있는 것을 발견하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고다. 실제 최근 5년간(2011~2015) 가스보일러 등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는 28건이 발생해 109명이 인명피해를 입었다.가정용 난방연료로 주로 사용되는 가스보일러는 설치장소의 부적합, 노후제품의 불량 및 사용자의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가스보일러 가동 중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중독사고가 대부분이다. 가스보일러 사고가 발생하는 주원인은 가스보일러 노후·결함에 의한 제품불량사고가 가장 많고, 다음은 배기통(굴뚝) 연결부 이탈에 의한 배기가스유입 사고, 급·배기구 막힘에 의한 사고 순이다.한국가스안전공사와 전국 도시가스사 등이 겨울철 가스안전을 위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와 함께 각 개인의 안전에 대한 관심과 주의가 절실히 요구된다.먼저 우리집 가스보일러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일산화탄소의 실내 유입을 막기 위해 배기통이 빠져 있거나 꺾인 곳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거주 지역의 도시가스사나 LP가스 공급자에게 문의하면 전문적이고 상세한 안전점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가스보일러나 순간온수기는 환기가 잘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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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행백리자반어구십(行百里者半於九十) 지면기사
중국 전국시대 말 진나라가 다른 제후국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되자 진나라의 무왕은 자만하기 시작한다. 이를 걱정한 한 신하가 '시경'(詩經)의 구절을 들어 충고의 말을 전한다. "신은 마음속으로 임금께서 제나라를 가볍게 알고 초나라를 업신여기며, 한나라를 속국 취급하는 것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시경'에 말하기를 '백 리를 가는 사람은 구십 리를 반으로 한다' 했습니다. 처음은 누구나 잘하지만 끝마무리를 잘하는 사람은 드문 법이니(靡不有初鮮克有終), 공께서는 이를 마음에 새기십시오." 이른바 '행백리자반어구십(行百里者半於九十)'의 어원이다.지난 7월 민선 6기 2년을 정리하면서 인천시의 부채 감축 성과가 조명을 받은 바 있다. 재정 문제를 책임진 재정기획관으로서 13조 원이 넘던 시 본청과 공사·공단 부채를 약 2조 원가량 줄인 것은 누가 봐도 평가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부채 감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것은 어쩐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복잡한 얘기를 하자면, 기업에서 쓰는 회계를 정부에 도입해서 쓰다 보니 계상되는 잠재적으로 갚아야 되는 돈(부채)까지 포함해서 2조원이다. 시가 직접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채무)은 3조2천억원 정도 되는데 아직 2천억 원도 못 갚았다. '시 재정 문제 빛이 보인다'고 보도가 나가니 은행빚 다 갚은 줄 아는 사람도 있는데 언감생심이다.지금 시의 재정 문제 해결은 마무리 단계가 아니라 이제 막 시작을 한 단계다. 손을 놓은 채로 어쩌지 못하던 상황을 그래도 끝이 눈에 보이는 범위 내로 끌어다 놓은 정도다. 2년 동안 뭐했냐고 물어본다면 할 말은 없다. '쓰기는 쉬워도 벌기는 어렵다'는 가정경제의 흔한 명제로 대신 설명이 될는지 모르겠다.정부라는 신체가 제 기능을 하려면 재정이라는 혈액이 온몸을 돌아다녀야 한다. 가끔 몸의 상태에 따라 혈압이 낮아지고 높아질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혈류량이 유지되어야 한다.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여 불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혈액이 안 쓰이도록 하는 것만으로는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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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연인]해금 지면기사
나를 이토록 아프게 하는 소리 떠나간 이 불러다 앉혀 놓는 소리 차마 그이에게 잘못한 일들 그이 맘에 아직 남았을 상처 너는 다독여 주리라 하건만눈이 시리도록 울어 울어야 못다 맺은 인연 풀어헤칠까 저 연두빛 숲에 그늘이 지도록아픈 가슴 파고드는 네 소리 슬픔이 이렇듯 빛날 수 있나 방민호(1965~)세상에 많은 악기가 추구하는 것은 자연의 소리다. 자연의 소리에 가깝게 근접 할수록 악기는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악기는 자연의 소리를 자연스럽게 모방하는 것이며, 우리는 재현되는 그 소리를 통해 내면의 울림을 느낀다. 그러나 어떠한 소리든지 그 자체로 있을 수 없으며, 소리는 사물과 부딪힘이라는 물리적인 것에서 파생되는 것이다. "나를 이토록 아프게 하는 소리"도 '떠나간 이'와의 갈등에서 고조된 것이며 "차마 그이에게 잘못한 일들"이 남은 까닭이다. 이처럼 "그이 맘에 아직 남았을 상처"에서 연원하는 가슴의 통증을 '해금 소리'가 호명하고 어루만지는 것이다. 해금이 상처 입은 감정을 다독여 주고, 눈이 시리도록 울어주면서 '못다 맺은 인연'을 풀어헤치는 사이 자신 내면에 "아픈 가슴 파고드는 네 소리"를 슬프도록 연주한다. 당신도 그렇다면 가을의 끝에선 한그루 나무처럼 눈물 흘릴 줄 아는 '몸의 악기'를 가졌다./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방민호(1965~)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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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미의 나무이야기]늦가을 물들이는 황금빛 낙엽송 지면기사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요즘 울긋불긋 화려함을 뽐내던 단풍이 지고 난 후 뒤늦게 홀로 황금빛을 자랑하며 마지막 가을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나무가 바로 낙엽송이다. 낙엽송은 단풍뿐만 아니라 초봄 연둣빛 신록의 자태도 고운데 박두진 시인은 낙엽송이란 시에서 '가지마다 파아란 하늘을 받들었다. 파릇한 새순이 꽃보다 고옵다'라고 할 정도로 싱그러운 생명력과 꽃보다도 곱다고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있다. 낙엽송은 소나무과의 침엽수로 일본이 원산지이며 상록수인 소나무과의 다른 나무들과 달리 가을이면 물들어 잎이 떨어지는 큰키나무이다. 정식 이름은 이렇게 잎을 갈고 원산지가 일본이라고 해서 일본잎갈나무이다. 우리나라 금강산 이북지방에 자생하는 잎갈나무가 있는데 백두산에 가면 울창한 원시림을 이루고 있으며 낙엽송과 구분이 쉽지 않다. 낙엽송은 잎갈나무와 달리 비교적 춥지 않은 중부 이남의 비옥한 땅에서 잘 자라며, 높이 30m 직경 1m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으로 세로로 갈라져서 긴 비늘조각처럼 벗겨지며 가지는 수평으로 뻗거나 아래로 처진다. 잎은 선형으로 짧은 가지에 20~30개씩 모여나는데 밝은 녹색으로 소나무나 잣나무보다는 길이가 짧다. 꽃은 5월에 노란색 타원형의 수꽃과 담홍색의 달걀모양 암꽃이 한 나무에서 따로 피며 열매는 솔방울 모양으로 9~10월에 익는데 처음에 아래쪽을 향하다가 열매가 익을 때 위쪽을 향한다. 낙엽송은 자라는데 햇빛이 많이 필요한 나무로 병충해에 강하나 공해에는 비교적 약한 편이다.낙엽송은 1904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됐다. 60~70년대 이후 치산녹화계획에 따라 정부주도하에 나무심기가 한창일 때 1순위 권장수종으로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으로 헐벗은 산을 푸르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현재는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6.2%인 27만2천㏊를 차지하고 있다. 낙엽송은 자라는 속도가 빨라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목재를 생산할 수 있으며 특히 목질이 우수하고 곧게 자라 상품성이 좋아 경제 수로 각광 받고 있다. 목재는 강하고 결이 세서 못이 잘 박히지 않을 정도이며 탄력이 적어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