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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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퇴근 학습길' 세계인의 이목을 끌다 지면기사
요즘 전 세계적으로 평생학습이 화두다. 지속 가능한 도시발전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평생학습'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네트워크(이하 유네스코 GNLC) 콘퍼런스에 참가해 이러한 주장에 상당한 근거가 있음을 확인했다.유네스코 GNLC는 유네스코가 세계적인 협력 체계를 구성해 학습도시의 지속적인 발전을 지원하고자 2015년 9월 멕시코시티에서 개최한 '제2차 학습도시 국제회의'에서 출범했다. 유네스코 GNLC의 목적은 학습도시 우수사례 및 전문성을 공유하고 국제정보를 교환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전 세계 도시의 평생학습 발전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2016년 8월 기준, 28개국 115개 도시가 가입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부천과 남양주, 수원, 광명, 전주 등 17개 도시가 가입해 있다.지난 11월 15~16일 중국 항저우시에서 '지속가능성을 향한 학습도시의 노력'이라는 주제 아래 제1회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네트워크 콘퍼런스가 열렸다. 주최측인 유네스코평생학습연구소(UNESCO UIL) 관계자를 비롯해 한국, 중국, 아르헨티나, 아일랜드, 핀란드, 미국, 그리스, 영국, 브라질, 우크라이나, 이란, 이스라엘, 터키 등 17개국 40개 도시 100여명이 참가했다.우리나라에서는 부천시와 수원, 고양, 오산, 광명, 서울 관악, 충남 당진 등 7개 도시가 참가했다.▲도심과 비도심 간 학습자원 활용 방안 ▲학습도시 구축을 위한 모니터링 및 평가 ▲학습도시 구축을 위한 효과적인 정보통신기술 활용 ▲학습도시를 위한 법률 체제 구축 등 4가지 섹션별로 각 도시의 현황 및 성과가 공유되었다. 첫 번째 섹션에서 중국, 아르헨티나, 한국(부천시), 에티오피아, 아일랜드의 학습도시 대표들이 '도심과 비도심 간 학습자원 활용 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우리나라 참가도시 대표 중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필자는 '새로운 100년: 공간, 내용 그리고 참여(A New 100 Years: Space, Content & Participation)'라는 주제 아래, 부천시의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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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어린이집 CCTV의무화, 아동학대 예방 해결책? 지면기사
2015년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하고 전국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럼에도 아동학대 사건은 여전히 계속 일어나고 있다. CCTV 설치 의무화 이전과 비교해 어린이집과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발생 빈도가 현저히 줄었다는 연구결과도 아직 없다. 사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의 발단이 된 인천의 어린이집은 사건 발생 전부터 이미 CCTV가 설치돼 있던 곳이다. 보육인의 한 사람으로서 교사의 인성이 CCTV 설치로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으며, 오히려 이러한 감시체계가 교사의 역량 발휘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어린이집에서 10년째 근무하고 있는 제자 교사는 "요즘은 꼬집는 것 같아서, 아이 옷에 밥알이 묻어도 떼어주기 겁난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상황은 부모로부터 어린이집과 보육교사에 대한 불신 분위기를 만들어 어떤 교사는 "부모님이 매일 와서 CCTV를 보는데 나를 학대범으로 보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때로는 "아이와의 단순한 접촉이 학대로 몰릴 때가 있어 억울하다"면서 "영아(만 0세~2세)의 경우에는 애착 형성이 중요한 시기인데 이러한 오해가 두려워 잘 안아주지도 못한다"고 했다.물론 CCTV 설치 의무화는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학대 발생 시 판단자료를 확보해 사후 추적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어린이집 교사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부모와 사회적 시각은 교육 자율권 침해와 교사의 자부심에 상처를 줘 사기가 저하되고, 심지어 천직이라고 여기던 보육현장을 떠나는 결과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는 어린이집 아동학대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수단이라기 보다 그러한 사고의 예방 및 사후 대응을 위한 보충수단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전제할 필요가 있다. 모든 보육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은 옳지 않으며 보육현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아동학대 예방의 근본대책인 교사 처우개선과 좋은 인성의 교사 양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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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2018년 올해의 관광도시 강화 지면기사
신성장동력 육성위해 관광시책 최우선 과제 추진도심활성화 등 60여개 실천과제 선정 행정력 집중 강화 갯벌·해변 절경·역사 흔적 등 볼거리 풍성도시민들은 숨 막히는 콘크리트 장벽 속에서 저마다 망중한(忙中閑)을 그리워한다. 주말이면 가까운 자연을 찾아 심신의 피로를 풀고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산과 바다 등 아름다운 풍광과 건강한 먹거리가 잘 어우러진 곳이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런 조건을 찾자면 도심에서 멀지 않은 강화군이 제격이다. 수도권에서 큰 부담 없이 훌쩍 둘러볼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 친숙하고, 자녀들과 다녀오기 좋은 훌륭한 체험학습 장소이기도 하다. 강화군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역사와 궤를 같이해왔다. 그만큼 한민족의 얼이 서린 유적지가 많고 역사책에는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인돌을 비롯해 마니산 참성단, 전등사, 고려궁지, 5진 7보 53돈대 등 역사문화유적과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넓은 갯벌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또한 강화섬쌀, 인삼, 순무, 새우젓 등 건강 먹거리가 풍부해 수도권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하지만 관광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다. 강화군은 수도권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관광객 수는 적게는 250만 명에서 많게는 350만 명까지 몇 년째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군수로 취임한 후 제주부지사를 역임한 경험을 토대로 관광조직을 확대하고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관광은 멀게만 느껴진다.그러던 중 지난 1월에 강화군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모한 사업에서 수도권 최초로 '2018년도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됐다. 이번 공모는 관광 잠재력이 큰 중소도시를 콘텐츠 개발을 통해 매력적인 관광지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보증·추천하는 관광지로 많은 관광객 유치 효과가 기대되며, 준비기간을 거쳐 2018년에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관광은 '굴뚝 없는 공장'이라 불린다. 최근 경제규모가 커지고 삶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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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관의 날씨이야기]건강과 날씨이야기 지면기사
면역력이 약해지기 쉬운 계절이 돌아왔다. 겨울이 되면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과 면역력 저하로 오는 갖가지 질병으로 고생하기 쉽다. 겨울철 지나쳐버리기 쉬운 건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봄에만 찾아오는 줄로만 알았던 황사와 미세먼지가 가을·겨울 안가리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1일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2011~2015년 도내 월별 미세먼지 오염도 분석 결과를 발표했는데, 계절적으로 겨울에 해당하는 12월부터 2월까지의 수치가 다른 계절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12월 57㎍/㎥, 1월 66㎍/㎥, 2월 71㎍/㎥ 이런 수치는 겨울 난방을 위한 연료사용과 건조한 지표면 영향 등 여러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해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황사와 미세먼지는 입자가 10μm 이하로 아주 작기 때문에 코점막을 그대로 통과해 기관지염,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기 쉽고, 심장과 뇌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중국 공업지역의 알루미늄이나 구리, 납 등 해로운 물질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중금속이 몸속에 쌓이게 된다. 미세먼지와 황사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보호안경, 마스크, 긴소매의 옷 등으로 접촉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마스크는 규격표시가 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콘택트렌즈보다는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지나간 후엔 실내를 환기 시키고 외출 후에는 깨끗이 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쨍하던 여름햇살이 부드러워지고 불어오는 찬바람에 낙엽이 떨어지면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것을 넘어 심경변화가 잦아지고 무기력해지거나 심하면 계절성 우울증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신체적인 증상과 관련이 있는데 가을, 겨울에 일조량이 줄어들어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적어지면서 신체 리듬이 깨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 부족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수시로 야외활동을 하며 일광욕을 하면 자연스레 치유될 수 있다고 한다.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비타민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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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주역(周易) 창에 비친 시국(時局) 지면기사
탄핵국면, 택화혁의 괘상에 해당연못속에 불을 품고 있는 형상연못은 백성, 불은 열기 등 상징혁괘는 잠겨있던 민초 전면 등장그 속에 밝은 문명 기운이 일어나혁명적 변화를 일으키는 모습비선실세의 국정농단에 휘둘린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결의가 통과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절차가 속행되며 국가 명운이 비상한 국면에 들어섰다. 국회의 탄핵 결의 이후에도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시위와 이를 반대하는 맞불 시위도 등장하여 온 나라가 큰 변화의 진통을 겪고 있다. 이 변화의 국면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한국 정치문화의 혁신과 국가 재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잘못하면 나라가 위태로운 곤경에 처할 위기이다.만학의 제왕 주역은 동방성인 공자가 마지막 심혈을 바쳐 연구 주석한 인륜과 천하경륜의 경전으로 음양상대성 변화 원리에 바탕한 근본과학이다. 주역괘(周易卦)의 괘상(卦象)에는 세상의 천문(天文), 지리(地理), 인사(人事), 물상(物象)의 원리와 흐름이 함축되어 있다. 촛불처럼 흔들리는 현 시국을 주역괘(周易卦)에 비추어 본다. 국가나 개인의 흥망성쇠 변화나 자연계의 순환을 64괘의 음양 이치로 푼 것이 주역학(周易學)이다. 8가지 소상괘(小象卦) 즉 천(天 하늘), 지(地 땅), 택(澤 연못), 산(山), 화(火 불), 수(水 물), 뇌(雷 우레), 풍(風 바람) 괘 중 두 괘씩 아래위로 짝지으면 모두 64 대상괘(大象卦)가 된다. 64괘 대상괘 중 왕조가 바뀌거나 계절의 전환 같은 혁명적 변화의 상(象)이 49번째 택화혁(澤火革) 괘로 표현된다. 현재의 대통령 탄핵 국면은 택화혁의 괘상에 해당하며, 연못 속에 불을 품고 있는 형상이다. 연못은 어린 소녀, 백성, 민초, 기쁨 등을 상징하고, 불은 문명, 밝음, 열기 등을 상징한다. 혁괘는 평소 아래에 잠겨있던 민초 즉 국민이 전면에 등장하고 그 속에 뜨거운 열기 또는 밝은 문명의 기운이 일어나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는 모습이다. 택화혁 괘에서 택(澤, 국민)을 상괘(上卦)로 하여 상수(常數)로 고정시키고, 아래에 내재된 하괘(下卦)인 화(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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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연인]역사 앞에서 지면기사
만신滿身에 피를 입어 높은 언덕에내 홀로 무슨 노래를 부른다.언제나 찬란히 틔어 올 새로운 하늘을 위해 패자의 영광이여 내게 있으라.나조차 뜻 모를 나의 노래를허공에 못 박힌 듯 서서 부른다.오기 전 기다리고 온 뒤에도 기다릴영원한 나의 보람이여묘막渺漠한 우주에 고요히 울려가는 설움이 되라.조지훈(1920~1968)좌절 속에서 역사는 반복된다.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동력은 안정과 평화 속에 있지 않고, 혼란과 불안 속에서 작동하기 마련이다. 여기에 희망의 불꽃은 위기에 빠진 '패자'의 집단적 분노에서 붉게 타오르며 절규하는 함성으로 펼쳐진다. "찬란히 틔어 올 새로운 하늘을 위해" 실패한 현실을 방관하거나, 체념하지 않고 '온당한 저항'으로 타파하려고 하는 의지야 말로 '위난의 시대'를 구명하는 일이다. 다가올 미래를 아는 자가 없듯이 "나조차 뜻 모를 나의 노래를/허공에 못 박힌 듯" 맹목적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불확실한 시대의 진실을 거짓으로 덮어버린 절망 앞에서 '새날의 노래'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의 새날은 "오기 전 기다리고 온 뒤에도 기다릴" 영원한 '패자의 영광'으로부터 있기에. 지금도 위기를 당면하고 있는 '우주에 고요히 울려가는' 우리 민족의 힘이기에./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조지훈(1920~1968)/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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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느려도 법치주의를 따라야 한다 지면기사
엄중한 '대통령 탄핵' 헌정사적 불행 우리 눈앞에가결땐 헌재심판 과정서 많은 의혹 사실여부 가려져대통령·여야, 정략적 판단 계산기 두드릴때 아냐박근혜 대통령의 검찰수사 거부에 비판이 쏟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수사를 성실히 받겠다는 약속을 어긴 게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누가 강요했던 것도 아니다. 국민 앞에 공표한 담화에서 스스로 밝힌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법치주의의 요구 때문이다. 대통령도 법 앞에서는 일반 국민과 다를 바 없다는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한 것이다. 법치에 대한 요구는 이처럼 국민의 생각 속에 스며들어 있다. 최고 권력자도 법에 따라야 한다는 법치주의 사상은 기실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우리의 경우는 더구나 그렇다. 나와 같은 대다수 장년층은 헌법마저 장식에 불과했던 엄혹한 시기를 몸소 겪었다. 복잡한 심경으로 작금의 사태를 바라보는 것도 그래서이다. 매일 같이 경쟁하듯 박 대통령과 관련된 이상한 소식이 쏟아져 나온다. 더 듣고 싶지도 않은 내용 들이다. 급기야 청문회 석상에서 '최순실-박근혜 공동정권' 얘기까지 나왔다. 차은택씨가 최씨에게 장관과 수석을 추천하니 그대로 되는 걸 보며 이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했다고 증언한다. 정말 이럴 수가 있나. 분노, 자괴감, 배신감, 허탈함에 휩싸인 사람이 대부분이다. '사실이라면' 당장이라도 대통령직을 내려놓는 게 마땅하다.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파면이 정당화되는' 기준을 이렇게 설정했다.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얘기들만 보면 이 기준을 충족하고도 남는다.문제는 아무것도 '확정된 사실'은 없다는 점이다. 수많은 국정농단 사례들을 보면서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언론보도는 여전히 의혹 수준이다. 아직 법의 문턱도 넘지 못했다. 검찰수사 역시 마찬가지다. 법의 문턱을 겨우 넘었지만 갈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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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에세이]우리가 한번은 만나야 한다면 지면기사
기억에서 너무 멀게 느껴지는 봄폭염으로 고통스러웠던 여름경주 지진으로 두려웠던 가을부도덕한 정권 규탄하는 겨울촛불로 현실 외치는 사람들 볼때난 광장이 넓어지고 있다고 생각우리가 한 해 동안 만나거나 스쳐 지나간 적이 있을까. 2016년을 찬찬히 떠올려보면 유독 봄이 어떠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것이 별일이 없었기 때문인지 혹은 너무 바빴기 때문인지, 원래 봄이 그러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봄은 한 계절의 시작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대편에서는 또 저 멀리에 있는 끝의 시간이라서 일 년을 살고 나면 그 시간이 너무 아득해지는지도. 그래서 또다시 겨울이 되면 봄을 기다리게 되는지도 모른다. 막상 봄을 겪고 나면 다시 봄을 잊을 것이면서 말이다.여름은 너무 길고 고통스러웠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거리를 나서면 어떤 자비도 없는 고온의 햇볕이 쏟아지곤 했다. 그 무렵 나는 일이 늘어서 노상 카페에 앉아 글을 써야 했는데 매장은 에어컨 때문에 추울 지경인데 유리창을 뚫고 들어서는 햇살만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날카롭게 뜨거웠던 기억이 난다. 기력을 잃었고 사망자도 발생한 기상 관측 이래의 최대 폭염 속에서 '누진세'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요구들이 빗발치자 정부는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지만 아직 개편안을 발표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여름에 우리는 더위 앞에 무기력한 채 지하철에서 스쳐지나가거나 밤의 공원에서 서로를 인식하지 못한 채 앉아 더위를 잊어보려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유명한 냉면 가게에서 그 찬 것을 먹으며 겨우 속을 달래거나, 때아닌 감기 같은 것에 걸려 병원에서 함께했을지도. 아주 피로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더위였다. 그렇게 시작된 가을에는 또 지진이 있었다. 경주에서 발생한 5.8의 지진은 우리가 겪을지도 모르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지진이 있던 날에도 나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나도 전화기를 들었다. 흔들렸었어? 하고 묻고 다행이야,라고 맺는 통화였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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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정치후원금, 깨끗한 정치문화를 위한 희망 지면기사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따뜻하고 북적이는 크리스마스에 구세군의 종소리와 빨간 자선냄비는 하나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과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거리에서 구세군 사관의 종소리를 들으면 비로소 한해가 끝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구세군 자선냄비의 유래는 1891년 미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근교 해안에 배가 좌초돼 생긴 1천여명의 난민과 도시 빈민을 위한 모금활동 중 한 구세군 여사관이 쇠 솥을 거리에 놓고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는 문구로 기금을 모은 것이 시초로 알려진다. 이후 매년 성탄이 가까워지면 실시하는 이웃사랑을 위한 모금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이렇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격려를 해주는 것은 그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희망을 주는 것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이러한 희망은 우리나라 정치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는 국민의 자율적인 기부를 통해 희망의 정치를 만들기 위한 정치후원금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정치후원금 제도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각 개인으로부터 이를 받아 일정한 요건을 갖춘 정당에 지급하는 제도로서, 이는 정치자금의 기부자와 기부받는 자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청탁 등의 폐해를 예방함으로써 건전하고 깨끗한 민주정치의 발전을 위한 제도다. 이 제도는 국회의원 개인에게 직접 기부하는 후원금과는 다른 것이며,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는 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원도 기부가 가능하며 신용카드 포인트로도 기부가 가능하다. 또한 정치후원금 기부 시 연말정산에서 최고 10만원까지는 세액공제, 10만원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비율에 따라 추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납세자가 자신이 내는 세금 가운데 3달러(약 3천원)를 정치자금으로 지정하는 미국의 '3달러 체크오프' 제도처럼 우리나라의 정치후원금 제도는 부담 없는 소액 다수 기부문화를 확산하고 공식적인 정치자금 모금 통로를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깨끗한 정치를 향한 국민의 관심과 희망을 각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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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우리들의 고독한 시간들 지면기사
20억 기독교인이 구원자라 믿는 예수는 당대 최고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가는 곳마다 수많은 사람이 그의 말과 행동을 통해 희망과 위로를 얻었다. 유대인들은 그가 이스라엘 왕이 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고독할 때도 많았다. 처형되기 전날 밤 제자 세 명과 함께 마지막 기도를 위해 게세마네 동산으로 갔다. 밤이 새도록 기도하는 동안 같이 갔던 제자들은 잠이 들었고 고독과 죽음의 두려움이 그를 엄습했다. 기도의 시작은 죽음에서 건져달라고 간청이었지만 끝은 인류구원을 위한 십자가 죽음이라는 비장한 결단이었다.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기도가 없었다면 한 나라의 군주가 되 달라는 주변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석가모니는 홀로 보리수 아래에서 고행하며 성불했고 스님들은 한해에 수개월을 개인 선방(禪房)에서 부처의 가르침을 묵상하며 진리를 깨우친다. 이순신은 가끔 한산섬 홀로 망루에 올라가 나라의 운명을 걱정했고 모차르트, 니이체, 칸트는 고독한 시간을 보내며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지혜로운 자에게 고독은 헛되고 무익한 것이 아니다. 나를 발견하고, 자신이 숭배하는 신과 교감하며 이를 통해 정제되고 단련된 정신이 창의력으로 승화하는 계기가 된다. 나는 지금 혼밥 생활을 하며 고독의 여정을 걷고 있다. 달포 전,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정으로 의정부 신한대학교 혼밥 대학생 14명과 조촐한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김웅용 교양학부 교수, 김영성 식품영양학과 교수, 김기인 시인도 초청했다. 아이큐 210의 천재소년이었던 김웅용 교수는 여덟 살부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지혜의 축복만큼 아픔도 있었다. 어린 나이에 10년 동안 이역만리 타국의 한 조그마한 연구실에 홀로 앉아 수학계산을 했던 외로움과 향수는 얼마나 견디기 어려웠을까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그 상황에 마냥 갇혀있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초중고 검정고시를 거쳐 당당히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그 고독한 나날들을 이겨낸 결과였고 그 역경과 인내의 삶은 오늘 날 많은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고 있다. 지금도 청주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