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윤중강의 음악살롱]대통령이여! 여민락을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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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중강의 음악살롱]대통령이여! 여민락을 들어라! 지면기사

    박근혜 대통령은 여민락(與民樂)을 알까? 들은 적은 있을까?조선의 성군 세종이 만든 음악이 여민락이다.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세종이지만, 음악에서 또한 그러했다. 세종은 직접 작곡도 했다. 세종이 막대기로 땅을 짚어가면서, 박자를 맞춰가며 작곡을 했다. 실록에 이런 사실이 기록돼 있다. (세종 31년, 1449년 12월) 세종은 이렇게 음률(音律)에 밝았다. 지금의 우리는 음악(音樂)이라고 하지만, 예전에는 음률(音律)이라고 했다. 소리를 통해서 즐거움을 얻는 것이 음악이라면, 음률은 다르다. 법률(法律)이란 말이 있듯이, 률(律)이라는 것은 조화와 질서를 뜻한다. 세상을 바르게 이끌어 가는 데 있어서, 소리(음률)가 얼마만큼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광화문광장에는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졌다. 텔레비전에서 촛불집회 현장을 중계하는 영상에는 수많은 시민과 함께 세종대왕의 동상을 보게 된다. 청와대의 박 대통령은 물론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겠지?세종의 주변에는 우의정 맹사성과 같은 대신이 있었다. 세종은 그들에게 나라의 공식적인 의식에서 아악(중국음악)이 연주되는 것을 개탄하기도 했다. 조선사람은 살아서 조선음악을 듣는데, 죽어서는 중국음악을 듣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향악(조선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세종에게도 궁금증이 있었다. 실록과 사초가 어떻게 적혀지는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세종은 보고 싶어 했으나, 청백리 맹사성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조선의 여민락(與民樂)은 하나가 아니다. 세종에 의해서 창제된 여민락은 여러 곡의 파생곡을 만들어냈다. '하나의' 좋은 음악이 '또 다른' 좋은 음악을 만든 셈이다. 이런 것을 '선한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세종이란 임금뿐만 아니라, 또 다른 그 누구도 여민락을 만들어낸 셈이다.여민락은 거슬러 올라가면, 맹자의 정치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여민동락(與民同樂)이다. 무릇 임금이란 존재는 '백성과 더불어서, 즐거움을 함께해야 한다'는 정치철학이다. 여민동락과 여민락은 모두 왕정시대의 산물이다. 민주시대가 아니었다. 시대적 한계

  • [시인의 연인]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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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연인]폐선 지면기사

    뜨겁게 끌어안았던강물을 뒤로 한 채달빛만 가득 싣고생을 마친 폐선 한 척,자신이건너갈 것도 아니면서강을 놓지 못하네.민병도(1953~)2016년을 한 척의 배라고 한다면 이제 그 배에서 내려야 할 때다. 모든 희망을 '한 해의 돛'에 걸고 쉼 없이 달려왔던 '시간의 닻'이 "뜨겁게 끌어안았던/강물을 뒤로 한 채" 2016년을 정박시키고 있다. 돌아보면 "달빛만 가득 싣고/생을 마친 폐선 한 척" 보이는가. 거기서 당신도 더 이상 꿈을 꾸지 않아도 되는 '놓지 못하는 강'에 서 있는가. 타고 온 배를 짊어지고 갈 수 없듯이 슬픔과 고통도 지나가고 있으니, 지나온 것은 지나간 데로 폐선에 담아 내려놓으리. 그래야 모름지기 밝아올 '새해의 강'에 '희망의 닻'을 올리고 '꿈의 돛'을 펼치며 건너갈 수 있지 않겠는가.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민병도(1953~)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열린마당]자발적 욕구에 의한 상대성 학습의 맛, 락지자<樂之者>의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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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마당]자발적 욕구에 의한 상대성 학습의 맛, 락지자<樂之者>의 유레카 지면기사

    아르키메데스의 '알았다(유레카)'는 배움을 바탕으로 고민을 풀어 낸 의미가 깊은 깨달음의 행복을 주고 있다. 공자의 말 중에 '지지자(知之者) 불여호지자(不如好之者), 호지자(好之者) 불여락지자(不如樂之者)'라는 것이 있다.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레카는 모든 지식과 지혜, 기능과 기술, 태도, 정보를 통섭·통합·융합하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락지자가 되어 행복을 즐긴 것으로 본다. 2015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 주관 평가 결과에 따르면 수학·과학의 상위 성적을 나타낸 초·중학생들이 학업자신감과 흥미도는 뒤에서 1~4위라고 하였다. 흥미는 낮은데 점수가 높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인 것이다. 배움의 맛이 없이 참고 죽어라 고통스럽고 힘겹게, 지겹게 공부를 했다는 것은 불행이다. 학습에 대한 재미와 흥미를 높이고 자발성 높게 하려면 학습 내용을 실생활(스토리텔링)과 연결 지어 배우고 싶다는 마음, 배워야겠다는 목적, 배워서 써먹어야겠다는 이유, 배우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감정 느끼기, '왜?' 배워야 하지 이유 알기, 이것을 배우면 나에게 어떤 효과, 좋은 점이 있을까, 오늘의 배움 목표대로 내가 공부를 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를 학생과 소통·공감·이해시켜야 한다. 그러면 학생이 자발성, 자의성, 자유의지의 욕망, 욕구, 선택과 희망을 바탕으로 하여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의미를 부여하여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는 실행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헤리포터의 작가 조앤 캐슬링 롤링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해주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하였다. 그것은 락지자의 태도로 창의적 사고력의 유레카의 맛을 즐기며 갈 수 있는 명언인 것이다.디지털 시대에 4차 산업혁명이 여러 분야에서 진행 되고 있다. 이어령은 "디지털 시대 리더는 천리마를 알아보는 백락처럼 기회를 찾아내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업과 직업, 삶의 생태계가 달라져 가는 시간에 기회는 주어지는 것도 있지만, 찾고, 고민하고, 해결하려

  • [춘추칼럼]가벼움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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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가벼움의 미학 지면기사

    자신의 생각 유머스럽게 표현 하는건 소중한 가치엄중한 시절 관용과 너그러움의 회복을 기다린다처음 유학을 갔더니 영어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비속어를 도통 모르는 탓이라 지레짐작하고 공부를 하려고 이 분야의 강자라는 에디 머피의 스탠딩 코미디 비디오를 빌려다 여러 번 들었다. 인종비하에서 여성비하까지, 난무하는 온갖 금기어는 심약한 청년에겐 가히 문화적 충격이었다.이런 발칙한 비디오를 파는 나라에서, 소수인종의 대학입학 비율을 정한 '입학 쿼터제'가 비하적 표현이라며 난리더니 긍정행동(affirmative action) 정책이라는 난해한 표현으로 정리되는 건 또 뭔지. 풍자와 해학의 표현 자유는 존중하지만, 공적 영역에서는 전혀 다른 수준의 엄정한 잣대를 고수하는 건가.미국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가 항상 지금 같진 않았다. 매카시즘의 출현이 한고비였는데, 1950년부터 6년간 지속한 2차 적색공포 시기에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J. McCarthy)에 의해 주도됐다. 정치인뿐 아니라 할리우드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연예인 다수도 핍박받았고, 과학자도 광풍을 피해 가지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대량살상무기의 파괴성을 절감하고 반전 평화운동에 나섰던 아인슈타인이나 오펜하이머가 그랬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리더로 원자폭탄을 탄생시킨 오펜하이머는 1954년에 한 달 동안 상원 청문회에 불려가 고초를 겪었다. 중국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주도한 과학자 첸쉐썬(錢學森)은 매카시즘의 감시와 통제를 못 견디고 미국에서 중국으로 돌아간 탓에, 매카시즘이 중국에 보낸 최대의 선물이라고 한다.저명한 수학자 스테판 스메일은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며 반전운동과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활동을 한 덕분에 한때는 미국을 피해서 브라질의 순수응용수학연구소(IMPA)에서 연구활동을 했다. 1966년 모스크바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 강연을 하면서는 소련 정부의 인권탄압을 비판하는 바람에 구금되어 외교 문제로 비화하기까지 했다. 표현의 자유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197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솔제니친은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

  • [풍경이 있는 에세이]아오모리 현의 親韓, 냉각된 한일관계 녹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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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이 있는 에세이]아오모리 현의 親韓, 냉각된 한일관계 녹이길 지면기사

    히로사키 공원서 찍은 드라마로한국어 공부하는 팬들 증가 추세한국과 우호교류 강화 위해현에서 한국으로 수학여행 가는학생들에 보조금 지원 하기도내년초엔 30여명 제주도 방문아오모리 현의 현청 소재지인 아오모리 시로부터 같은 현의 히로사키 시청까지 가는데 약 2시간이 걸렸다. 세찬 눈보라를 뚫고 시청사 내의 면담 장소에 들어서니 직원들이 나와 필자를 에워싸고 기립박수를 친다. 하룻새 300㎜가량 눈이 내린 날, 어렵게 온 길이었음을 알아준 직원들의 박수는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눈보라가 치는 날 굳이 이곳을 방문한 까닭은 금호아시아나배 '말해보자 한국어 대회' 때문이다. 본 대회 진출을 위한 아오모리 현 대회가 히로사키 시에서 열렸다. 현 내의 아오모리 시와 구로이시 시는 각각 평택시와 경북 영천시와 교류하며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있다. 필자는 이에 이들을 격려하고 대회 개최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다.사실 이는 현 내에 있는 시들의 '한국 사랑'에 대한 답방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를 개최한 히로사키 시는 3년에 걸쳐 이 대회를 위해 시민회관을 무료로 제공해 주고 있는 친한(親韓) 도시다. 히로사키 벚꽃축제·세계자연유산 시라가미 산지·네푸타 국화와 단풍 축제·눈등롱축제 등 히로사키의 4계절을 담은 이벤트 달력과 시의 다양한 관광안내 팸플릿이 모두 한국어로 인쇄돼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최근에는 드라마 '세상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주인공 남녀의 키스 신을 히로사키 공원에서 찍은 것이 알려지면서부터 한국어를 공부하는 팬들이 늘어 친한(親韓)의 훈풍이 더 하다.히로사키 시를 품은 아오모리 현 역시 친한(親韓)을 위해 애쓰고 있다. 한국과의 우호교류 강화 등을 위해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현에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현 지사와 지사 이하 직원들은 단체 및 개인 여행도 한국을 목적지로 하고 있다. 아오모리 현의 친한 노력은 제주도와 교류 협력에서 빛을 냈다. 두 지자체는 세계자연유산을 보유하고 아기자기한 예쁜 숲속 오솔길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점이 유사하다. 이러한 점에

  • [기고]이천 중리 택지지구에는 누가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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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이천 중리 택지지구에는 누가 살까? 지면기사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큰 일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과거·현재·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의 '방문객' 중에서 사람은 살다보면 어떤 이유든 이사를 하게 된다. 같은 지역에서 더 넓은 집으로 옮기는 경우는 좋지만 경제적 이유 또는 직장, 결혼 등 환경적 이유로 타지로 이사하는 경우에는 무척 망설여지게 된다. 교육, 교통, 편익시설, 주택가격 등을 고려할 때 그곳이 정말 우리가 살기 좋은 곳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럼 중리 택지지구는 과연 어떤 사람들이 올까? 이천은 물론 다른지역에서도 유입이 예상되지만 우리 시는 외부 유입이 더 많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에서도 인정하였듯이 우리 시는 조만간 33만 인구의 계획도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외부 유입이 많기위해선 경강선이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만일 외부에서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분명히 이천에 있는 역 주변을 선택할 것이다. 그 이유는 경강선을 타 본 사람이라면 모두 느꼈을 것이, 주변 환경이나 발전 잠재력을 비교할 때 이천시의 3개 역세권이 월등하며 그중에서도 이천역이 객관적으로 우수하다. 중리지구는 이러한 이천역 뿐 아니라 300병동의 종합병원, 설봉공원, 행정타운, 원도심과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있으며 주거·교육·상업·근린생활시설을 모두 갖춘 미니 신도시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그들을 이천으로 오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1996년 이천시에 임용되어 평촌에서 이사 온 때를 회상해 본다. 교차로를 통해 전셋집을 구하던 그때와 달리 수 백개가 넘는 중개업소를 보면 얼마나 개발압력이 높은지를 엿 볼 수 있다. 백화점은 물론 아웃렛에서 쇼핑, 영화나 뮤지컬을 즐길 수 있으며 어린이 전용 장난감 도서관이 있어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해 줄 수 있고 서울 친구들이 전철을 이용해 설봉산을 같이 구경할 수 있다니. 그 당시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무엇보다도 달라진 것은 시민 의식이다. 친절한 점포들이 많아졌고, 거리가 깨끗해졌으며,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인사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손

  • [경제전망대]한국사회의 개혁을 위한 국가지도자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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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전망대]한국사회의 개혁을 위한 국가지도자의 리더십 지면기사

    차기 대통령은 동북아 평화와남북통일·행복한 공동체 건설을제시하고 실천하는 인물이어야이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박대통령 탄핵여부 헌재에 맡기고성숙한 시민으로서 이성 찾아야일찍이 플라톤은 "철학자가 통치자가 되거나 혹은 통치자가 철학자가 되지 않으면 정치상황은 개선될 수 없다"고 갈파하면서 국가통치자의 철학을 강조하였다.요즈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법리 검토·심리·판결 과정을 기다리면서 용(龍) 꿈을 꾸는 대선 주자들의 행보가 분주하다. 과연 그들은 국가지도자로서의 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는가?국가지도자 리더십의 중요성은 맨커 올슨(1932~1998)의 '국가흥망성쇠론',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의 '자유주의 위기론' 등에 서술되어 있다. 또한, 제러드 다이아몬드(1937~현재)는 그의 저서 '문명의 붕괴'에서 문명이 몰락하는 이유는 지도자의 잘못된 역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국가지도자 리더십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은 실증적 분석 자료에 잘 나타나 있다. 2008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성장 보고서'에 의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도성장을 이뤘던 13개 국가(한국,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말레이시아, 오만, 보츠와나, 말타)를 분석한 결과, 고도성장(1950년 이후 최소 25년 이상 연평균 7% 이상 성장)을 가능케 했었던 요인은 다음과 같다. ① 유능한 정부와 신뢰받는 국가지도자의 리더십 ② 수출 등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우호적인 세계경제 ③ 안정적인 국내 거시경제 ④ 높은 저축·투자율 ⑤ 정부간섭이 적은 시장경제체제이다.그렇다면, 바람직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그것은 니콜 마키아벨리(1469~1527)의 '군주론'에서 서술된 능란한 권모술수나 일반 대중의 감성을 무책임하게 자극·유발하는 선동력이 아니다.공자는 리더십을 '덕치주의(德治主義)'라고 사유했었다, 그렇다면 '덕(德)'은 무엇인가? 소크라테스는'지(知)', 플라톤은 '조화로운 행동',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中庸)

  • [특별기고]수원 軍공항 이전 갈등, 경기도 주관 공론화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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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수원 軍공항 이전 갈등, 경기도 주관 공론화로 풀자 지면기사

    수원 군 공항 이전 후보지를 선정하는 과정이 예상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방부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하여, 안산·양평·여주·이천·평택·화성시 등 6개 지자체와 예비후보지를 선정할 협의체 구성을 바라지만, 해당 지자체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최근 화성시 화옹지구 일부 주민들이 '군 공항 유치 추진위'를 구성하기도 했지만, 화성시는 주민 피해와 주민 간 갈등 발생을 이유로 들어 군 공항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뚜렷한 해법이 없을 때에는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다수 의견을 형성해 가는 공론화(公論化)가 필요하다. 공론화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거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공공정책 및 의제에 대해 모든 이해 당사자가 공론장에 참여하여 숙의적인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다수의 의견을 형성할 때에 거칠 수 있는 절차이다. 군 공항은 국가안보를 위한 필수(공익)시설이지만, 군 공항 후보지의 지역 주민들은 소음과 고도제한에 따른 피해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군 공항이 유치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군 공항 이전부지를 선정하는 기준과 절차', '피해저감 대책', '지역사회 발전 방안'을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공론화'가 갈등을 예방하는 데 관건이 된다.프랑스는 중립적인 독립기관인 '공공토론위원회'(Commission National du Debat Public, 이하 'CNDP'라고 함)를 통해 대규모 국가사업의 계획수립 단계에서부터 정보 공개·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사회적 공감대(합리적 다수의견)를 형성하여 갈등을 예방하고 있다. 프랑스 CNDP는 토론의 전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며, 전문가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가 지역 순회토론, 온라인 토론 등을 병행하면서 다수의 주제별 토론을 통해 최종 권고안을 마련하여 갈등 예방 및 해결에 나선다. 프랑스 CNDP 공론화 절차를 본보기로 삼아, 중립적인 기관이 주관하는 군 공항 이전과 관련한 공론화 절차를 기획할 수 있다. 필자는 군 공항 이전 공론화의 일환으로 국방부,

  • [기고]대통령의 직무유기는 대한민국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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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대통령의 직무유기는 대한민국의 위기다! 지면기사

    2014년 4월 16일 수백 명이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참사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2년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그 당시 대통령은 무엇을 했는지 속 시원하게 밝혀진 게 없다.많은 사람은 세월호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한 일을 궁금해 하고 있으며, 검찰 및 특별검사 그리고 국회도 당시 박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밝히려고 수사도 하고 국정조사도 하고 있다. 그런데 박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잘못을 했는지 밝히려는 이러한 노력이 나에게는 참으로 이상하게 여겨진다.만약, 대형참사가 닥쳤을 때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위기수습을 위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겠는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또한 국가적 위기상황은 예고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정이 예정되어 있다면 그것이 단 몇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정을 공개하고 직무를 대행할 사람을 미리 정해놔야만 한다. 그 시간에 북한의 도발이 없으리라고 어찌 장담할 수 있으며, 지진과 같은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알 수 있겠는가.미국의 경우 1985년 7월 레이건 당시 대통령은 대장종양 제거수술에 들어가기 전 부시 부통령에게 대통령 권한을 넘겨주는 서명을 했다고 하며, 2002년 부시 대통령은 결장암 정기검사를 받기 위해 2시간 15분 동안 딕체니 부통령에게 권한 이양을 했다고 한다.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 박 대통령은 스스로 당일 위기수습을 위해 어떠한 일을 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분명히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그것은 국민이 당시 대통령의 잘못된 행위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 어떠한 일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 직무유기를 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박 대통령은 세월호참사 당일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직무를 유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대통령 스스로 증명해야 하고, 그것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직무를 유기한 것이 된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이라고는 세월호참사가 있던 날 대통령은 점심을

  • [경인칼럼]환대와 관용의 도시
    칼럼

    [경인칼럼]환대와 관용의 도시 지면기사

    로마제국, 관용의 원리 작동되면서 초강대국 발전이민자의 나라 미국 몰락한다면 '불관용'이 원인외국인10만 글로벌시티 인천의 미래 좌우하는 관건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주인공 오디세이는 떠돌이 노인으로 변장하고 이타케로 돌아온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걸인으로 변장한 옛 주인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오디세이를 나그네의 한 사람으로 맞아들여 정성껏 대접한다. 오디세이가 고마움을 표하자 에우마이오스는 태연히 말한다. "나그네여! 그대보다 못한 사람이 온다 해도 나그네를 업신여기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요. 모든 나그네와 걸인은 제우스에게서 온다니까요!"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우주 만물이 '신'이었으며, 특히 인간의 형상을 한 신들은 매번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모습을 바꿔가며 인간들의 집을 찾아온다고 여겼다. 낯선 곳에서 오는 이방인에 대해 조건없이 '환대(hospitality)'하는 것과, 신들에게 가축을 제물로 바치는 제사는 그리스인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다. 손님에 대한 환대가 그리스인들의 일상이었다면 역사적으로 명멸했던 모든 제국들은 군대의 힘이 아닌 '관용'으로 유지되었다. 신흥 제국인 미국의 전략도 문화적 관용이었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할 수는 있지만, 현재의 미국이 물질문명 뿐 아니라 정신문명에서도 최고 수준의 나라임을 부인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비결은 '멜팅팟(melting pot)' 정책, 용광로처럼 이질적 문화를 하나로 융합하여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예일대학의 에이미 추아(Amy L. Chua) 교수는 '제국의 미래'에서 고대 페르시아로부터 오늘의 미국에 이르기까지 2천500년 동서양 제국의 흥망사를 개관하면서, 역사상 존재했던 초강대국들이 가진 공통점은 관용이라고 분석했다. 관용이란 정치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의미한다. 한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인종과 종교, 출신 배경과 무관하게 생활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로마제국의 경우 다양한 출신 배경의 인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관용의 원리가 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