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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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안전의 출발은 겸양지덕(謙讓之德)이다 지면기사
얼마 전 서설(瑞雪)이 내렸다.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인 듯 이쯤이면 다들 화재, 폭설 등 재난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 특히 화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인지 불조심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우리는 이제 먹고 사는 데 크게 지장이 없을 만큼 생활 수준이 좋아졌고, 복지도 선진국 문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마슬로우의 욕구 5단계 설에서도 보듯이 생존 욕구 단계를 넘어 안전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이젠 우리 자신이 안전하기를 원하고 또한 안전을 위해 다소 부담도 감수할 자세가 되었으나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으며, 그렇게까지 비용을 들여가면서 실익이 있을지 이해타산을 따지면서 망설이고 있다.그래서인지 아직은 중대사고가 발생하면 약방의 감초같이 안전불감증이 주요 원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헬렌 조페에 의하면 이런 상존하는 위험에 대해 대중들 스스로는 자신은 무관하다고 믿으며 그 위험을 야기한 것은 다른 외부 존재라 여기는 반응, 즉 '나 아닌 타인'이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하였다.그러면 왜 사람들에게 안전불감증이 생기는 것일까?다소 시간이 흘러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나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많은 사람의 뇌리 속에 생생히 기억되고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위험에 대비하는 태도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안전불감증 때문이다.따라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사고와 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시도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을 한다. 다소 불편하고 번거롭더라도 서로에게 위험과 안전을 일러주는 수고를 마다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안전생활의 실천이고, 안전을 담당하는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안전의 적은 오만, 자만, 거만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정도면 되겠지", "괜찮아", "대충대충", "빨리빨리"와 같이 몸에 익혀진 대로 그냥 생각없이 행동을 하다 보니 끊임없이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사고나 사건이 날 때마다 잠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한다고 부산을 떨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곤 하였다.이제 안전은 겸손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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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불사주야: 밤낮으로 그침이 없다 지면기사
하루는 공자가 강가에서 흐르는 물을 보고 있었다. 옆에 있던 제자 자공이 물었다. "배움이 깊은 사람들은 강을 만나면 반드시 흘러가는 물을 지켜보는 데 무슨 까닭입니까?" 공자가 답하였다. "강물이 흘러가는 것은 쉼이 없는데 이것이 道의 流行이 끝없음과 같다. 물의 성질이 그것을 잘 보여주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중국 곡부에 갔을 때 공자가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는 곳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래서 '在川觀水'라고도 한다.낮에 활동하던 것들이 밤이 되면 휴식을 취하는 법인데 자연의 도리는 밤이 돼도 쉼 없이 흐른다는 것이다. 밤이 되면 잠에 빠져들어 꿈나라에 가더라도 음양적 호흡(呼吸)은 쉼 없이 이어지는 것이 우리네 생명활동의 실상이다. 낮이 되면 그것을 느끼고 밤이 되면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 호흡은 쉼이 없다. 호흡을 느끼는 때만 숨을 쉬고 느끼지 못할 때는 숨을 멈춘다면 인간은 하루도 살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이것을 역사에 비추어보면 아무리 난세도 역사의 변화하는 도리는 쉼 없이 흐른다는 뜻이 된다. 지금 어둡고 힘들고 맥이 빠져도 治亂之道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밤이라도 태양은 늘 지구 저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지구는 또 돌아서 태양을 맞이하는 도리는 쉼 없이 계속되고 있음을 흐르는 물이 말해준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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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도시 속의 예술, 예술 속의 도시 지면기사
도시를 걷다가 마음에 드는예술작품 만나면 숭고함 느껴그것이 바로 도시의 품격이다시정지도자·예술가·전문가들서로 지혜 모아 창의성 기반으로도시의 예술성 제대로 키워내야왜 눈으로 보이는 똑 같은 도시경관이라도 사람이나 예술가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것인가? 겸재 정선은 먹 붓과 화선지만 달랑 가지고 북악산에 올라 인왕산, 남산, 관악산, 청계산, 남한산까지 먹빛으로 그려냈다. 겸재는 비구름, 하늘, 솔바람을 모두 여백으로 비워 놓았다. 그는 사물을 다 드러내지 않는 여백의 미를 남겨 논 것이다. 세잔은 자신이 그렇게 감동을 받아 명작을 남겼던 생트 빅투아르 산의 풍경을 매일 보고 지나가는 농부가 그 풍경에 대해 전혀 어떤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놀랐다고 한다. 오스카 와일드는 안개 속의 런던이라는 경관에 대해 평소 사유하는 사람은 '안개가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안개로 인해 감기 걸릴라'라는 말을 대신 한다고 한다. 상상력이 풍부한 예술가는 같은 경관이라도 나름 독특한 시각으로 이해하고 사유한다. 이런 창의적 사고가 창조공간을 만들어 내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시와 음악, 미술, 공연 등 예술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준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기'에서 바로 창의력이 나온다. 창조경영이나 창조도시의 출발점은 바로 예술이다. 때론 창의성이 인본주의 도시에 반하는 도시계획 철학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도시건축가인 르코르비지는 근대화란 미명 아래 도시계획에서 과거의 모든 것을 지우는 설계원리를 제시한다. 역사와 관계없이 주거, 상업 등으로 지역지구화(zoning)했다. 초고층과 대로위주의 도시를 만들었다. 초고층 중심의 고밀도 도시가 들어서면서 도시의 시간을 지워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이다.도시나 지역이 생존하려면 그 도시만의 독특한 예술성이 있어야 한다. 예술성이란 시민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현재를 아우르는 예술성이란 가치에서 나오는 것이다. 도시의 미술관이나 극장, 그리고 공공예술은 현대인의 창조성을 자극하는 산소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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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AI 방역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지면기사
철저한 방역·살처분과 취급업소 피해 없도록 최선전국최초 오리농가 휴식년제 '닭농가'로 확대 계획봄이 오기전 조기 종식위해 900여 공직자 업무 혼신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며 안성시에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안 그래도 어지러운 국정 상황과 맞물려 지자체 공무원들의 몸과 마음은 고단하다. 비단 안성시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12월 19일 현재, 204건이 고병원성AI로 확진되었고 사실상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이 AI에 뚫렸다. 안성시는 지난 11월 16일, 전국에서 최초로 충북 음성과 전남 해남에서 AI가 확진됨에 따라, 안성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고병원성AI 방역대책본부를 긴급 구성했으며 23일 경계단계 발효와 함께 심각단계에 준하는 대처를 해오고 있다. 특히, 철새도래지인 안성천에 대해 별도 직원을 편성하고 안전띠를 설치하는 등, 엄격하게 출입을 통제해왔지만 12월 19일, 안성천에서 H5N8형 AI가 새롭게 확인되었고, 안성시는 바이러스 검출이 확정되기 하루 전인 12월 18일, 안성천을 비롯한 청미천까지 약 9km 구간에 대대적인 항공방제를 실시했다. H5N8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발생했던 타입으로 올해 발생한 H5N6에 비해 병원성이 다소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성시 내에 처음 2개였던 방역 초소는 현재 4개로 늘어났고 공무원들은 2인 1조가 되어 일일 3교대로 근무를 서고 있다. 임시적으로 마련된 초소에는 작은 전기 난로가 하나 있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엄동설한이 시작되며 겨울밤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안성시의 900여 공직자들은 본연의 업무에 더해진 AI 관련 업무들을 묵묵히 수행해 내고 있다. AI의 조기 종식을 위해 한 편에서는 철저한 방역과 살처분을 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 위축이 우려되는 닭이나 오리 등의 취급 업소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적극적인 소비도 함께 챙겨야 한다. AI의 파장은 고스란히 업계로 전해져, 안성시 전체음식점의 7.3%인 265개소의 가금류 취급 업소의 매출이 지난해 대비 30%~40% 정도 감소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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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경기도 예산안 의결은 의회 민주주의의 새 이정표 지면기사
'정상적'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현 시국에서, 경기도의회는 지난 13일 2017년 경기도 예산안을 법정 기일인 16일 보다 3일이나 앞당겨 의결했다. 차기 예산안은 회계연도 시작 15일 이전까지 의결하도록 명문화돼 있지만, 경기도는 최근 5년간 단 한 번도 차년도 예산안 의결을 법정 기일까지 맞추지 못했다. 연정예산을 다룬 첫 해인 올해는 예산안 처리를 연말까지도 하지 못해, 경기도는 광역지자체로는 최초로 2016년 1월 한 달 간 준예산 상태에 들어가는 경험까지 해야했다.올 7월,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필자는 예산 편성의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원만히 해결하고, 예산안 의결 기한을 지켜내겠다는 결심을 했다. 예산은 도민이 낸 세금으로,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도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사용돼야 하는데, 도 집행부가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과 의회가 그 예산 편성 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 도 집행부가 중점적으로 끌고 나가기를 원하는 분야에 대해 야당이 반대를 하거나, 야당이 원하는 분야에 대해 집행부가 외면하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목격했다. 예산안 의결 법정 기일을 맞춘다는 것은 주어진 짧은 기한 내에 집행부와 의회, 여당과 야당, 교육청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대립 상황과 갈등요소를 해소하고 상호 동의과정을 만들어가는 고도화된 커뮤니케이션과 양보, 타협, 신뢰, 시간 엄수를 전제할 때 가능한 일이다.2017년 예산안은 편성과정에서부터 경기도가 시도하고 있는 연정 정신과, 작년 말 경험했던 갈등과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반영한 노력이 있었고, 집행부가 예산안 제출을 한 이후에도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예산의 성립과 집행의 최종 목표인 도민 행복과 안전을 위해 힘을 쏟았다. 무엇보다 이번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작년 준예산 사태의 도화선이 되었던 누리과정 예산을 '도의회-경기도-경기도교육청' 3자간의 합의를 통해 무난히 해결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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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경기청년 트레이드 매니저' 과정을 마치고 지면기사
4학년 2학기, 졸업이 성큼 다가온 만큼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좁다는 취업문을 두드려야 했습니다. 취업 정보를 찾던 중 경기도에서 주관하고 한국무역협회의 커리큘럼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경기청년+4 트레이드 매니저 육성교육' 과정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중국어와 무역을 공부했던 저는 교육 과정을 통해 이론과 실무의 거리감을 없애고 무역전문가로 성장할 좋은 기회라 생각해 지원했습니다. 집에서 교육 장소인 삼성동 무역아카데미까지의 상당한 거리와 7, 8월의 맹렬한 무더위가 힘들게 했지만, 다른 친구들은 받을 수 없는 현장 중심의 무역 과정으로 즐겁게 수업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수준 높은 비즈니스 언어수업과 좋은 환경 덕분에 별 어려움 없이 수업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해외마케팅, 외환, 원산지관리와 통관, 무역협상, 운송, 무역계약, 무역영어, 무역실무 등 무역 전반의 이론과 실무를 포함해 매일 비즈니스 중국어를 체계적으로 배웠습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실제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CEO부터 무역 분야 전문가의 실무적인 강의였습니다. 일반 대학생으로서는 만나기 힘든 전문가들을 만나 생생한 경험담을 들음으로써 무역 전문가의 꿈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또 제게 꼭 필요 했던 취업 특강도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취업하기 전 꼭 알아야 할 직무 설명을 포함해 자기소개서 작성법, 면접 승패를 좌우하는 '이미지 메이킹' 방법 등에 대해 배웠습니다. 특히 실제 복장을 갖추고 모의면접을 하면서 반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고 조언해줬던 부분이 취업이 급선무인 저희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됐습니다.남들은 비싼 비용을 들여 장기간 배워야 하는 무역실무와 비즈니스 언어를 경기도의 지원을 통해 방학기간을 활용한 단 두 달 만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정규 과정을 끝마치고는 본격적인 취업프로그램이 시작됐습니다.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는 수료자를 대상으로 'JOB PARTY'를 개최해 10여 개의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들과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줘 실제 면접을 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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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연인]기러기 행군 지면기사
하늘 전광판電光板에문자 뉴스 몇 줄 떠오르며 스쳐 간다.겨울 전선戰線 급속히 남하 중,지나가던 허수아비들이일제히 멈춰 서서 허공을바라보고 있다. 오세영(1942~)하늘은 하나의 채널이지만 무한한 용량과 크기를 알 수 없는 스크린을 가졌다. 태초부터 한 번도 꺼진 적 없는 '하늘 화면'은 수없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하늘이 보여주는 그것은 고개 들어 보는 자의 몫이며, 그것을 헤아릴 줄 아는 자의 것이 된다. 철새들이 날아오는 겨울 이맘 때 즈음, 기러기들의 행렬은 '하늘 전광판電光板에' 자막 방송이라도 하듯이 줄지어 지나가기도 한다. 마치 새들은 "문자 뉴스 몇 줄 떠오르며 스쳐"가지만 동일한 시선이 아니라 사람마다 다르게 읽힌다. 이처럼 기러기 무리 이미지는 여러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러한 의미는 개별적인 상상을 통해 파악되는 것이다. 새떼를 일렬로 배열된 절도 있는 군인들의 '행군'이라고 한다면 '겨울 전선戰線'에 '급속히 남하'하는 전투적 형상으로 보게 된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는 순식간에 텅 빈 채 '허수아비'와 같이 무방비 상태에서 '일제히 멈춰 서서 허공을/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땅을 벗어난 허공에서 쓰는 '새들의 문장'에서 당신은 무엇을 읽고 있는가. 혹은 사회라는 구조 속에서 당신은 무엇을 쓰고 있는가.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오세영(1942~)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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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미래교육 준비, 어디까지 왔나 지면기사
교육 분야 국책연구원장 한자리미래 정책·학교과정등 머리맞대인성·학문·자아정체성·창조성…성장 단계별로 중점내용 차별화교사 양성체제도 전면수정 필요일부 개선 아닌 시스템 혁신해야지난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교육 정책세미나에 참석했다. 한국교육개발원장,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주제발표를 했는데, 이처럼 교육분야 국책연구원장이 한꺼번에 참석하여 세미나를 한 사례는 아마 처음일 것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미래 대한민국의 교육정책, 학교, 직업교육, 교육과정을 주제로 논의하였다.제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미래사회의 변화 속도와 범위는 엄청날 것으로 예측된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의 미래기술이 바꿀 세상을 상상해보라. 미래학자들이 말하는 미래는 10년 후, 2030년 등을 상정하는데, 이것은 먼 훗날이 아니라 우리 코앞에 와 있는 미래이다. 10년 후에는 현재의 직업 702개 중 단순반복적 작업인 47%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 학자가 있다. 또한 파괴적 기술로 인해 2030년까지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고, 소멸되는 대표적 직업을 예시한 학자도 있다.하지만 직업이나 일자리 감소를 두려워하거나 걱정만 할 일은 아니다. 빅데이터, 3D프린터, 드론, 무인자동차 등 미래혁신기술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며, 26억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탄생할 것으로 예측하는 보고서도 있다. IT·로봇, 금융, 의료복지, 환경·에너지, 문화예술, 생활·여가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들이 탄생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과 정부는 미래기술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정부와 교육기관이 미래사회와 직업세계의 변화 등에 관해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 각급 학교에서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교사양성기관에서는 그들을 가르칠 교사를 길러야 한다.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창의성, 다양성, 인성을 갖춘 인재다. 미래에도 사람에게 가르쳐야 할 가장 큰 가르침은 여전히 인성이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예, 효, 배려, 소통, 정직, 존중,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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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미의 나무이야기]크리스마스 트리로 사랑받는 전나무 지면기사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이 저무는 해의 아쉬움을 더해 준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맘때쯤 거리에는 캐롤이 울려 퍼지고 멋지게 장식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한층 더 분위기를 고조시켜 훈훈한 세밑 풍경을 만들어준다. 얼마전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보낼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장식하게 될 트리로 전나무가 낙점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보통 크리스마스 트리로는 전나무 외에도 구상나무, 소나무 같은 상록수가 쓰이는데 특히 전나무는 늠름하게 뻗어 올라간 아름드리 줄기와 짙푸른 잎새 등 모양이 장식용으로 제격이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일설에 따르면 16세기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제일 처음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했다고 한다. 루터는 어느 해 크리스마스 전날 밤 하늘에 아름답게 빛나는 별들을 배경으로 초록색 전나무가 서있는 모습을 보고 종교적 깨달음을 얻은 후 전나무 한 그루를 집안에 들여놓고 촛불을 매달아 장식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전나무는 대표적인 겨울나무이다. 겨울산이 하얗게 쌓인 눈들로 은빛으로 빛나고 우뚝 선 전나무에도 순백의 눈이 덮이면 크리스마스 카드속 그림처럼 아름답다. 전나무는 조선시대 산수화에서 소나무 다음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다. 겸재 정선이나 김홍도 등 조선후기의 화가들이 그린 금강산 그림에는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데 주변 경치와 어우러져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특히 장안사를 그린 그림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전나무는 오대산 월정사나 부안 내소사, 청도 운문산 등 오래된 사찰 입구에서도 볼 수 있다. 사찰을 새로 짓거나 중건할 때 기둥으로 쓰기 위해 심은 흔적이 보이는데 재질이 단단하지 않아 기둥재로 적합한 목재는 아니지만 길고 곧은 목재를 얻을 수 있어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판을 보관하는 곳인 수다라장, 양산의 통도사와 강진의 무위사 기둥의 일부도 전나무를 사용했다. 합천 해인사 학사대에는 고운 최치원 선생께서 평소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고 홀연히 떠났는데 그 지팡이가 자라 전나무 거목이 됐다는 이야기가 동국여지승람 등에 전해 내려온다.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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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혐오와 농단 지면기사
올해의 단어는 단연 '미소지니(여성혐오)'·'국정농단'대통령과 비선실세들 이익 저울질하느라 국정 망가뜨려40대이상 남성 구조적 폭력 주체 되지않도록 성찰 필요'올해의 단어'를 꼽으라면 가장 강력한 두 후보가 바로 '미소지니(misogyny, 여성혐오)'와 '국정농단(國政壟斷)'일 것이다. 물론 신조어는 아니어서 그간 사용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학계 내부에서 사용되거나 신문 기사 등에서나 볼 수 있는 말이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러나 2016년에는 한국어 사용자 모두에게 널리 받아들여지기에 이르렀으니 올해의 단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하나의 언어공동체가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는 일이 갖는 의미는 크다.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으나 간과되거나 무시되다가 정확한 개념이 언중에게 주어질 때 뒤늦게 가시화되고 공론화되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일단 '미소지니'라고 먼저 쓰고 '여성혐오'를 괄호 안에 넣은 것은 이 번역어 자체가 최선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어서다. "근대에 이르러 헤아릴 수 없이 복잡하고도 정교한 방식으로 여성이 배치된 원리 그 자체를 가리키는 미소지니의 구조적 측면이 이 용어[여성혐오]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김신현경) 핵심은 '구조적 혐오'에 있는데 그보다 '개인적 혐오'의 층위를 먼저 떠올리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 그래서 남성들로 하여금 '나는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다'라는 개인적 층위의 반론을 제기하게 만드는 면도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말을 어떻게 바꿔도 이해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지만 말이다. 딴에는, 이참에 '혐오'라는 말 자체의 근본적 의미를, 이를테면 애초 '혐오'라는 감정 자체가 전적으로 자발적인 것만은 아니라 '구조'에 의해 습득된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새롭게 성찰해 보기 위해서라도, 번역어를 교체하지 말고 그냥 두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번역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이 이 사안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도 나쁠 것 없다는 뜻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