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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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의 음악살롱] 작곡과 표절 지면기사
표절은 범죄다. 작년, 문학에서 논란이 거셌다. 올해, 연극도 의혹이 제기됐다. 소설과 공연에 침투한 표절을 놔둬선 안 된다. 음악은 어떤가? 여기도 그렇다.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을 뿐이다. 표절의 근절을 위해, 평론가가 나서야 하나? 제대로 밝혀내고 싶으나, 들이는 시간이 아깝다.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피곤하다. 당사자가 누구보다 더 잘 알지 않을까? 음악에서 표절을 막기 위해, 우선 작곡과 편곡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우선 이것만큼은 꼭 지켜져야 한다. 국악에서 특히 더 그럴 필요가 있다. 편곡을 치자면 용인할 수 있어도, 작곡으로 봤을 땐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곡들이 많다. 작곡과 편곡은 다르다.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작곡이 일단 더 창의적이다. 아주 엄밀하게 구분되는 건 아니지만, 작곡은 예술적 작업이요, 편곡은 기술적인 작업이다. 한 예로, '아리랑'을 가져와서 그 선율을 거의 사용하고 있는 곡을 들겠다. 아리랑의 리듬을 좀 달리하고 악기편성을 좀 달리했을 뿐이다. 이건 누가 봐도 편곡이다. 그럼에도 북클릿과 리플렛에 버젓이 '작곡'이라고 적는다. 이건 불량한 표절행위다. "작곡인가? 편곡인가" 작곡가 저마다의 자기검열이 요구된다. 편곡의 가치와 편곡적인 능력을 간과하는 건 아니다. 작곡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거고, 편곡은 유에서 유로 변화시키는 거다. 전통음악은 앞선 시대의 산물이다. 이후 세대가 공유할 자산이다. 국악은 그간 '전통의 계승'이라는 차원에서, 타 분야에 비해서 모방과 표절에 너그러웠다. 기존 음악을 도용한 작품도, 기존 작품을 모방한 작품도, 국악의 외연을 넓히는 범주에서 포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 된다. '이 작품은 전통에 충실했다' 작곡가 자신의 이런 해설을 본다. 어떤 곡은 실제 듣고 나서,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이 작품은 전통을 모방(표절)했을 뿐, 작곡가 개인의 창의성은 부족하다.'문학에 편역(編譯)이 있는 것처럼, 음악에 편작(編作)이 있을 수 있다. 새롭게 만들어진 편작엔 그 담당자의 구성력과 창작성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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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에세이] 소설 수업 지면기사
학생들이 소설을 쓰기전에막연함을 걷어낼 수 있도록힘있는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문학의 모호함을 고백하며도대체 그런건 전달되는 것일까회의하면서 수업을 마치곤 한다봄이 되면서 십오 년 만에 모교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학생이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으로. 스무 명 남짓한 대학생들과 소설 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인천에 있으면서도 학교 가는 것을 일부러 피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약속이 학교 앞에서 잡히면 가고 싶지 않고 슬쩍 장소를 바꾸곤 했다. 학교에 갈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건 뭐라고 요약하기 힘든, 하지만 분명하고 오래된 거부감이었다. 졸업 무렵의 학교는 뭔가를 얻은 곳이 아니라 잃은 곳이었다. 연애는 뜻대로 되지 않았고 준비도 부족한데 학교에서 나가야 하는 시간은 가까워졌다. 소설을 쓰고 싶었지만 결국 소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사회로 던져졌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패배감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보면 소설이란 충분한 경험이 필요한 것이고 그때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시기였는데, 모든 게 늦었다고 느꼈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모교가 아니라 나의 이십 대가 미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수업을 나가면서 그때의 나에 대해 떠올리게 된 건 장소뿐만 아니라 강의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 때문이었다. 거기에는 십오 년 전의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있고 세련되고 인상도 좋은 학생들이 앉아 있었지만 왠지 거기에는 내가, 여전한 불만과 불안을 견디지 못해 창백해져 있는 내가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대학 시절 문학 수업의 장면들, 내내 졸다가 갑자기 손을 번쩍 들어 '그러니까 우리는 나로서 '나임'을 찾는 동시에 '우리임'도 자각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질문하던 선배의 모습이나, 문학은 약자를 위한 것이고 가장 가난한 자가 가장 선하다고 믿는다던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다. 2011년에 우리 곁을 떠난 소설가 김용성 선생님이 그런 문학에 대해 가르쳐주신 분이었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할 때 나는 분명 가슴이 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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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알파고와 대국이 불공정 하다고? 지면기사
"천여명 훈수꾼 둔것이나 마찬가지" 주장 오해탓구글, 알고리듬 개선 치중했지만 하드웨어는 그대로CPU 규모도 유럽 세계체스챔피언 꺾을때와 같아열풍 정도가 아니다. 알파고 앞에서 북핵도 총선도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이슈 블랙홀이라고, 이게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될 만하냐고 묻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정말 그럴까?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진 사건의 경중이 분명치 않다면, 역사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게 도움이 된다. 30년 쯤 지나서 살아온 날들을 회고할 때, 인공지능이 다다를 수 있는 한계를 하루 만에 갈아엎은 알파고 대국을 기억할까, 아니면 선거를 앞둔 이합집산의 정치 양상을 기억할까? 넘쳐나는 보도와 분석으로 인한 알파고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를 더하게 되는 이유다. 첫 대국 때만 해도 그냥 화젯거리였다. 언론에 나온 딥러닝이라는 단어는 강 건너 마을 얘기 같았고, 몬테카를로 트리 서치 같은 어려운 말은 금기어였다. 쉬워 보이는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로 퉁치는 바람에 터미네이터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간을 노예로 부리는 그 무시무시한 스카이넷이 나오는 영화 말이다. 어설프고 선정적인 인공지능의 인간지배 가능성 얘기 대신에, 스테판 호킹 박사가 던진 굵직한 화두인 '인공지능 시대의 자본주의와 부의 재분배' 같은 논의를 시작했으면 더 남는 게 있었을 텐데. 하지만 알파고의 연승이 이어지자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어 이게 아닌데'의 느낌. 점입가경으로 공정성 문제도 튀어나왔지만, 즉시 나서서 이의 제기를 안한다고 잘라 말한 한국기원의 의연함은 존경받을 만하다. 하지만 알파고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알고리듬이다. 이 알고리듬을 분산처리 방식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많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결하여 처리속도를 높인다. 보편목적 GPU는 여러 개의 계산을 동시 수행해야 하는 벡터수치계산에 탁월해서 그래픽과 무관한 계산용으로도 흔히 쓰인다. 저가로 슈퍼컴퓨터를 구축할 때 수천 개의 CPU를 모아서 구축한 클러스터로 평행 알고리듬을 돌리는데, 이런 클러스터는 세계 슈퍼컴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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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소금] 국민 관심만이 구태의연한 정치 바꿀 수 있다 지면기사
바야흐로 국민의 일꾼을 뽑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목전에 다가왔다. 국회의원은 대의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자리지만 언제부터인지 국회의원은 국민의 일꾼보다는 멀리 여의도 국회 의사당 안에 있는 높으신 양반들, 혹은 대중매체에서나 볼 수 있는 유명인사로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서로의 당리당략에 따라 치고받고 싸우는 존재들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정치에 대해 점점 더 무관심해지고 어느 모임에 가서도 정치에 대한 토론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정치는 저 멀리 국회의사당 안이나 TV안에서만 벌어지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아니다. 정치는 우리 곁에 있다. 우리 아이들의 유치원, 학교에도 있고 지하철, 버스에도 있다. 하루 아침에 예산이 집행되지 않거나 학교 입시 제도가 바뀌거나 대중교통요금체계 등이 정해지는 것 역시 정치적 산물이다. 정치의 산물인 법률과 제도가 우리 삶의 매우 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그럼에도 많은 국민들은 정치에 상당히 무관심하다. 특히 젊은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이전 어느 세대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20~30대의 투표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고 선거일은 법정공휴일 그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 젊은이들이 늘었다. 정치에 대해 관심을 잃게 한 것은 기성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대화와 타협, 상호 존중하며 설득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상대방을 근거 없이 비난하며 자신과 뜻을 달리한다고 물리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국민의 관심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정치인들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이른바 '정치꾼'들을 매의 눈으로 선별해낼 권한과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 청년실업, 고용불안, 저출산 문제 등 대부분의 사회적 문제도 정치적 무관심에서 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이 바뀌길 기대하기보다 국민들이 각성해야 한다. 같은 지역, 같은 학교 출신, 종친이기 때문에 소중한 한 표를 헌납할 게 아니다. 정말 그 후보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분별해야 한다.정말 국민의 일꾼으로서 적합한 사람이 누구인지 분별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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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복지는 일상에 스며들어야 한다 지면기사
전국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복지정책을 행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은 지 이미 오래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면서 복지 수요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복지 범위가 한 범주에 속하지 않고 생계, 주거, 의료, 교육, 교통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있어서 예산도 많이 투자되지만, 관리나 발굴도 그만큼 어려워 항상 세심한 주의와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광명시는 지난 2013년 3월부터 전국 최초로 주민센터에 '복지동' 제도를 도입해 시범(18개 주민센터 중 1곳) 운영에 들어갔다. 복지동 제도의 기본은 동장과 복지공무원, 방문보건간호사가 3인 1조로 매일 복지수요자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상담을 통하여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고 직업상담사, 무료법률상담 변호사 등을 배치해 주민들이 집 근처에서 손쉽게 생활불편이나 애로사항 등을 상담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취약계층에 대한 사례발굴, 자원연계, 사례관리까지 One-Stop 서비스를 체계화해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행정으로 복지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한 것이다. 광명시의 이와 같은 복지동 제도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전국의 읍·면·동장 90여 명이 광명시 복지현장을 직접 방문해 체험했다. 또 서울·경기·인천·충남·충북·전남 등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벤치마킹을 다녀갈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면서 2014년부터는 복지동 제도를 전 주민센터로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이 결과 복지 사각지대 발굴이 2.6배, 방문상담이 2배, 서비스연계가 4.1배 각각 증가(지난 2015년 12월 말 기준)하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민간과 봉사단체의 이웃돕기가 30%나 늘어났고, 복지 수요자에 대한 취업률도 12%나 증가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도 일궈내고 있다. 올해부터는 복지동 제도가 지속해서 진화할 수 있게 하도록 18개 동 주민센터를 2~4개 동씩 묶어 5개의 권역에 팀장을 포함한 복지직 공무원, 방문보건간호사, 민간사례관리사, 직업상담사가 한곳에서 근무하는 '복지중심동'을 출범시켰다. 복지수요자에게 사례관리, 민·관 협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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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소금]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단상 지면기사
또 다시 국회의원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말 경 어느 국회의원이 헌법 제1조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규정을 읊조린 적이 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위 헌법 조항을 너무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 국민이 모든 권력의 출발점이라는 것이 어떻게 제도상으로 표출될 수 있을까? 우리들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있는 선거라는 제도로 표출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내용을 소개하면 "선거는 오늘날의 대의 민주주의에서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선거를 통하여 국민은 선출된 국가기관과 그의 국가권력 행사에 대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한다. 민주주의는 참정권의 주체와 국가권력의 지배를 받는 국민이 가능한 한 일치할 것을 요청한다. 국민의 참정권에 대한 이러한 민주주의적 요청의 결과가 바로 보통선거의 요청이다(1991. 3. 11. 90헌마28)." 일상 생활에서 우리는 개인의 의사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회 조직의 테두리에서 나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자들에 의해 지배를 받으며 그들이 목표로 하는 방향으로 삶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러한 현상이 싫다면 그 사회를 떠나거나 핍박받을 각오를 하고 올바른 저항을 해야 한다. 우리에게 최고 지도자나 또 다른 국가권력기관(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면, 주저하지 말고 당연히 이를 행사해야 한다. 이러한 선거권이 일반 국민들에게 주어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00년대부터 그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피를 흘리며 투쟁한 결과 지금 우리들이 권리를 대행해 줄 국가 기관을 선택할 권리를 갖게 된 것이다. 4년마다 그 국가 기관이 되겠다는 분들이 짧은 선거 기간이라도 표를 달라고 애걸하는 것은 우리가 위 헌법 조항에서 규정된 것처럼 대한민국의 주권자이기 때문이다.우리 국민들은 최고 지도자뿐만 아니라 300인의 국가기관인 국회의원을 선출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정치를 잘 모른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나와는 별개의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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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경기도 농식품기업에 바란다 지면기사
개방화·고령화 시대 맞아농업인력 키우는 일본처럼우리나라도 적극 나서야청년들에게 농업·식품산업분야다양한 체험과 교육기회 제공우수인재 육성 기업에 유입돼야최근 우리 농식품의 수출 확대를 위해 '2016 도쿄식품박람회'에 다녀왔다. 도쿄식품박람회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식품박람회로서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주, 유럽 등 전 세계 바이어들이 한 곳에 모이는 행사다. 세계 식품 트렌드를 볼 수 있고 식품업체가 내놓은 다양한 신제품을 보면서 소비자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다. 생들기름, 깐은행 등 한국산 건강식품이 초고령화 사회 일본 소비자와 바이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잘 알다시피 일본은 2006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도달했다. 일본은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 감소와 소비침체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노동인력부족과 청년실업증가 등 구조적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세계 유례없이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인 우리나라도 2018년 고령화사회에,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리 대비하고 잘 준비해야 한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도쿄식품박람회 기간 중 일본 현지 기업들과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동일본수입유통협의회 소속 12개 식품무역기업과 청년 일자리 네트워크 구축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좋은 일자리, 우수한 인재(Good Job, Good people)' 협약이다. aT가 운영 중인 '대한민국 농식품 미래기획단' 얍(YAFF)이 일본에서 우리 청년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청년들은 일본의 식품무역기업 채용기회가 생기고 기업들은 우수인재를 뽑을 기회를 얻게 된다. 농업과 식품, 무역에 관심이 많은 한일 청년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생긴다. 일본 내 한국유학생과 현지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얍 회원들이 이번 박람회에서 직접 한국 농식품 홍보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행사에 참여한 글로벌 얍 회원 이시하라 군은 "이번 박람회를 통해 한국 농식품의 경쟁력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 청년이 취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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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아주 특별한 책의 도시, 고양 지면기사
한국 사회는 점점 책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습관처럼 인문학의 위기를 이야기하기에 이르렀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일반도서를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은 20년 전에 비해 약 20%가 줄어들었다. 한 언론에서는 '책도 안 읽으면서 노벨문학상을 원하는' 한국인의 모순을 지적하기도 했다. 고양시의 16개 시립도서관은 103만 시 인구의 절반인 50만 회원, 연간 대출도서 411만 권, 약 191만 권의 보유도서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도서관에서 찾는 책이 어떤 책인가라는 것을 파고들어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수치를 가지고 시의 도서관정책을 평가하는 건 무의미하다. 질적인 면이 중요하다는 얘기다.이러한 현실 속에서 고양시는 올해 '아주 특별한 책의 도시 고양'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고양시 전체가 하나의 책의 도시로 변화해야 한다는 희망을 가득 담았다. 오로지 취업과 시험공부 등 필요에 따라 오고 가는 곳이 아니라, 삶의 지식과 경험을 체험하고 그것을 양식으로 삼는 일상적 문화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5년 전부터 추진한 관내 도서관들의 특성화는 그 첫 번째 시작이었다. 그동안 고양시 도서관에는 책의 구성이 대부분 비슷했다. 물론 기본적인 책들은 갖춰야 하겠지만, 모두가 다 같은 책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예를 들어 문화 공간이 잘 마련된 아람누리에는 문화와 관련된 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화정 어린이도서관에 가면 아동도서가 많이 있으며, 고양 600년의 역사를 공부하고 싶을 땐 삼송도서관에 가서 보면 되는 것이다. 이는 박제화된 도서관이 아닌, 좀 더 특별한 재미와 감동을 원하는 시민의 요구이기도 하다.SNS를 통해 고양시 도서관의 주옥같은 문화프로그램을 공유하며 일종의 지식과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작은 도서관을 요청하는 시민들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그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SNS를 통해 도서관 프로그램과 도서를 공유하게 되면 위와 같은 우려가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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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렴은 시정의 중요 역량이다 지면기사
공공 부문의 청렴은 국가 경쟁력의 중요요소이기 때문에 지속해서 강조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국가별 부패 정도를 평가하는 활동이 활발하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부패인식지수가 발표되면 언론에도 크게 보도되고 관련 연구에서도 많이 인용된다. 우리나라는 2015년 조사에서 100점 만점에 56점을 받아 조사 대상국 168개국 중 37위를 차지했다. 70점대가 되어야 투명한 상태이고 50점대는 절대부패에서 벗어난 정도라고 한다. 상위권은 주로 북유럽 선진국이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8위), 홍콩·일본(공동 18위), 대만(30위) 등이 우리보다 높다.국내의 평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1월 26일 1인당 GDP가 2만7천 달러일 때의 제도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를 내놓았는데 부정부패 근절에서 우리는 55점, 미국·독일이 공동으로 90점이며, 관료행정비용도 우리나라는 38점, 미국 75점, 독일 65점이다.국가경쟁력 평가는 세계경제포럼(WEF)과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것이 대표적인데 모두 정부 부문을 중요 항목으로 하며 세부 항목 대부분은 부패 관련 지표가 차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는 뇌물 등 비정상적인 지급만 부패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책결정의 투명성, 공무원 의사결정의 편파성, 재정낭비 및 공공자금전용 등의 항목도 사실은 부패와 밀접한 것이다.이러한 논의를 우리 인천시에 대입해 보면 청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위의 국가경쟁력 평가의 정부 부문 주요 항목 중 제도요인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이 차이가 지방행정의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지자체 행정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자원과 재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인적자원의 도덕성은 시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와 지지도를 높이는 중요한 항목이다. 공무원 집단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약한 지역에서는 신뢰가 높은 지역보다 시정에 대한 순응이 약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게 된다.시정에 대한 지역사회의 신뢰는 최근 강조되고 있는 사회적 자본의 핵심이라고 하겠다. 저명한 정치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와 퍼트넘은 이탈리아의 남북 지역 간 격차, 국가 간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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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인공지능과의 인간의 공진화 지면기사
더욱 빠른속도로 진화 '전문분야'부터 대체할 듯인류·국가 미래 운명도 좌우할 '인공지능 혁명''300억 투자하겠다'는 우리정부 태평스럽기만인공지능 열풍이 한국에 불고 있다. 게임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벌인 바둑대결이 가져온 효과이다. 세계인의 이목도 이 빅이벤트에 쏠려 있다.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로 동북아정세가 요동치고 있고, 한 달 앞의 총선으로 국내 정치도 연일 대형 뉴스를 쏟아내고 있지만 '세기의 대국'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 마지막 대국은 국내 방송사들이 모두 생중계에 나섰다. 직관과 창의력을 놓고 기계와 인간이 정면승부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기계'의 본격적인 등장을 알리는 이 대국은 인류사 혹은 문명사의 변곡점이 될 것이며, 우리에게 던지는 과제도 만만치 않다.사실 인공지능의 출현에 대해 인공지능의 시조인 엘런 튜링이 예고한 바 있으며, 상당한 수준의 시제품이 개발되어 이미 활용되고 있다. 1997년 체스 세계챔피언을 꺾은 IBM 인공지능 '딥블루', 2014년 미국 퀴즈쇼 제퍼디의 역대 우승자들을 꺾은 'IBM왓슨' 등이 대표적이다. 알파고는 바둑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경우의 수에 대해 신경망 알고리즘을 통해 해결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인간과 가장 유사한 인공지능이다.갑자기 출현한 인공지능의 위력에 대한 경계심도 높아졌다. 기상예보용 인공지능의 예측 성능에 대해서는 불평하지만, 유독 인공지능 앞에서는 공포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인간의 고유기능이라고 '믿어 온' 능력과 일을 기계가 가로채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일 것이다. 우리가 알파고를 대신하여 바둑을 두고 있는 아자황 박사처럼 되지 않을까하는 의문 말이다. 인공지능이 초래할 사회적 변화는 혁명적이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총 702개 직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30년까지 이 직업들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47%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그중 판사의 경우 사라질 확률이 40%에 달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전문직종으로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