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김준혁의 역사산책] 다산 정약용의 정치론(政治論)
    칼럼

    [김준혁의 역사산책] 다산 정약용의 정치론(政治論) 지면기사

    정(政)의 뜻은 바로잡는다(正)는 말이다.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토지의 이택(利澤)을 겸병(兼幷)하여 부유한 생활을 하고, 누구는 토지의 이택을 받지 못하여 빈한하게 살 것인가. 이 때문에 토지를 개량하고 백성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어 그것을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政)이다.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풍요로운 땅이 많아서 남는 곡식을 버릴 정도이고, 또 누구는 척박한 땅도 없어서 모자라는 곡식을 걱정만 해야 할 것인가. 때문에 주거(舟車)를 만들고 권량(權量)의 규격을 세워 그 고장에서 나는 것을 딴 곳으로 옮기고, 있고 없는 것을 서로 통하게 하는 것으로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政)이다.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강대한 세력을 가지고 제멋대로 삼켜서 커지고, 누구는 연약한 위치에서 자꾸 빼앗기다가 멸망해 갈 것인가. 때문에 군대를 조직하고 죄 있는 자를 성토하여 멸망의 위기에 있는 자를 구제하고 세대가 끊긴 자는 이어가게 하는 것으로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政)이다.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상대를 업신여기고 불량하고 악독하면서도 육신이 멀쩡하게 지내고, 누구는 온순하고 부지런하고 정직하고 착하면서도 복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가. 때문에 형벌로 징계하고 상으로 권장하여 죄와 공을 가리는 것으로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또한 정(政)이다.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멍청하면서도 높은 지위를 차지하여 악(惡)을 전파하고 있고, 누구는 어질면서도 아랫자리에 눌려 있어 그 덕(德)이 빛을 못 보게 할 것인가. 때문에 붕당(朋黨)을 없애고 공도(公道)를 넓혀 어진이를 기용하고 불초한 자를 몰아내는 것으로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政)이다.밭도랑을 준설하고 수리(水利) 시설을 함으로써 장마와 가뭄에 대비하고, 소나무·잣나무·밤나무 등속을 심어서 궁실(宮室)도 짓고, 관곽(棺槨)도 만들고, 또 곡식 대신 먹기도 하고, 소·염소·당나귀·말·닭·돼지·개 등을 길러 군대와 농민을 먹이기도 하고, 노인들 봉양도 한다. 산림과 하천을 담당하는 관리들은 시기를 가려 산림(山林)에 들어가서 짐승과 새들을 사냥함으로써

  • [시인의 연인] 꽃답
    칼럼

    [시인의 연인] 꽃답 지면기사

    꽃샘에 더친 상심하마 또 깊으신지요안부가 하, 꽃이네요살이가 다, 그러하지요살바람살 저미는 끝에잎 세우듯…꽃 세우듯…정수자(1957~)물음은 반드시 해답을 요구하지 않지만 문제는 찾는 사람의 몫이다. 난이도가 클수록 해답의 모양은 잘 드러나지 않을 때가 많다. 삶이란 어쩌면 해답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물음을 통해서 살아있음을 감지하는 것이 아닐까? 물음이 깊을수록 "꽃샘에 더친 상심"같이 세계에 대한 고뇌 또한 심화되지만 봄의 꽃망울처럼 일순간 터지는 순간 환상성을 경험하게 된다. 이른바 이전의 '무지의 어둠'은 '깨달음의 빛'으로 무화되며, 인생 '살이가 다, 그러하'다는 것을 통찰하게 된다. 이러한 성찰은 "살바람/살 저미는 끝에" 서성이며 섣불리 오지 않는다. 지금 밖에서 '겨울의 외피'를 벗고 "잎 세우듯" 피어나 "꽃 세우듯" 당신을 환하게 보고 있는 '한 송이 꽃답'이 그러하다./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월요논단] 식목일과 무궁화 심기운동
    칼럼

    [월요논단] 식목일과 무궁화 심기운동 지면기사

    우리민족 정기 말살하기 위해日, 전국의 무궁화 베어내고그들의 국화 벚나무 대량 식재이제 전국의 영혼없는 벚꽃축제그만 하고 무궁화 심기운동 펼쳐후손들에게 애국 정신 심어줘야4월 5일 식목일은 절기로는 청명이다. 바로 다음날이 한식인데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로 설날, 한식, 단오, 추석의 4대 명절 중 하나이다. 계절적으로 청명, 한식을 전후하여 나무심기에 알맞은 시기임으로 1949년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을 제정하여 4월 5일을 식목일로 지정하였다. 국민 모두가 참여하여 나무를 심으면서 애림사상을 높이고 산지의 자원화를 위하여 제정된 날이었다. 1960년에는 식목일을 공휴일에서 폐지하고 3월 15일을 "사방(砂防)의 날"로 대체 지정하였다. 그러나 1961년에 식목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되어 식목일이 부활되고 공휴일로 지정하였다. 2006년부터 다시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지만 식목일에 나무심기 행사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대한민국이 출범하고 이룬 산업화와 민주화의 양축과 함께 가장 대표적으로 성공한 치적을 들라면 무엇보다도 새마을운동과 산림녹화 사업이다. 새마을운동은 낙후된 농촌을 개조하고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음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또한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벌거숭이 산이었던 온 산하가 녹색이 창연하게 푸른 산으로 바뀐 것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 기적도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다. 대통령, 공무원, 국민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열정을 모은 결과이다. 지난해 광복 70년을 기념하여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는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외교통일, 산림녹화 6개 분야로 나누어 70년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 출간되었다. 그중 산림녹화 편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산림녹화에 성공한 것은 1961년부터 1979년까지 18년 동안에 걸쳐 황폐지를 복원하기 위하여 사방사업을 하고 화전을 정리하여 그 기반을 닦은 다음, 조직적인 국민 참여에 의한 산림보호 정책이 실효를 거두고 조림사업을 체계적으로 시행한 결과였음이 기술되어 있다. 또한 심기만 한 것이 아니라

  • [기고] 서해수호의 날, 하나된 마음으로 기억과 추모를
    칼럼

    [기고] 서해수호의 날, 하나된 마음으로 기억과 추모를 지면기사

    알파고와 대결을 해야 하는 등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흐름 속에서도 순리에 맞게 변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의 정세 또한 한 치의 변화 없이 해방 이후 고착된 선들로 6·25전쟁 그 이후에도 각종 소규모 국지 도발이 지금도 상처가 아물 날 없이 일어나고 있다.일본강점기 이후 우리 민족이 겪은 일련의 역사적 사건 즉, 분단의 현실과 끊임없는 도발과 희생들을 볼 때 우리나라와 민족을 혹독하게 단련시켜 더 크게 쓰고자 하는 하늘의 뜻이 있으리라 여기다가도 국민과 조국을 지키다가 꽃다운 나이에 가족의 곁을 떠나 호국의 별이 된 우리의 아들들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분단 현실이 극복되고 하나 된 통일 대한민국이 되게 해달라고 경제인의 한 사람으로 간절히 기도하게 된다.이러한 바람 중에 정부에서는 6·25전쟁 이후 서해 상에서 벌어진 국지도발을 상기하고 희생된 호국 영웅들을 추모하며 국민의 힘을 결집해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에 기여하고자 올해부터 3월 넷째 금요일을 '서해수호의 날'로 추진하기로 했다.북한은 1999년 6월 15일 제1연평해전,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 2009년 11월 10일 대청해전,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피격사건, 같은 해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등 6·25전쟁 이후 끊임없이 우리를 위협해왔고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 우리는 아깝고도 많은 청춘을 잃었다. 이들의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서해수호의 날'이라는 국가기념일의 제정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동참해 호국 영웅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최근 북한의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서해수호의 날' 지정은 북한의 국지도발로 인한 희생자 추모와 더불어 국가안위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국민이 하나 되는 안보결집의 날'이 될 것이다.하지만 요즘 우리 국민은 어느 순간 안보 불감증에 걸려있는 듯하다. 오히려 외국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의 안보와 안위를 걱정해주는 진풍경이 일어나고

  • [춘추칼럼] 선비정신과 사랑방 문화
    칼럼

    [춘추칼럼] 선비정신과 사랑방 문화 지면기사

    엄격하고 너그러우며 멋과 풍류 있는 '여유의 삶'가부장 주거공간으로 손님과 정담 나누는 '쉼터'전통 문화유산 '한류 상품화' 세계인에 각인될 것세계인들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며 한국인은 어떤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한국인의 정체성이나 이미지를 고취해 나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한 국가 외교정책은 물론 범국민적 정신 운동이라도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래야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하면 신사의 나라를 연상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분명한 국가 캐릭터가 있었으면 좋겠다. 과학 기술이 어느 정도 보편화 되면 문화가 최고의 상품이 되어 국가 경쟁력의 축이 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정신문화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전통이 있다. 선비정신이 바로 이것이다. 조선왕조가 준 최고의 선물이다. 조선은 세계에서 유래가 드문 장수 국가다. 힘이 아닌 교화를 통해 다스리려는 분명한 의지가 있었기에 오백 년이나 나라를 유지할 수 있었다. 성리학적 명분에 근거한 왕도정치를 지향하였고, 그 바탕에 선비라는 모범적 인간 버팀목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선비는 조선왕조가 설정한 최고의 이상형 인간이었던 것이다. 원래 선비라는 말은 몽고어 '박시'에서 왔다고 한다. 또, 신채호는 선의 무리 즉 선배(仙輩)가 어원이라고 하고, 김동욱은 선배(先輩)와 같은 개념으로 신라의 화랑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어질면서도 지식이 충분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훌륭한 사람의 자취나 착한 행실은 반드시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선비 논 데서 용 난다'는 속담도 이래서 생겨난 듯하다.선비는 명분과 의리를 중시하며 학예일치(學藝一致)와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추구하였다. 문사철(文史哲)을 통해 이성적 판단 능력을 높이고, 시서화(詩書畵)를 통해 감성 근력을 키웠다. 선비는 이성 교육과 감성 교육을 아우름으로써 삶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키려 하였다. 머리는 차고 가슴은 따뜻한 인간을 지향하였던 것

  • [풍경이 있는 에세이] 영화 '동주'가 보여준 빛과 상처
    칼럼

    [풍경이 있는 에세이] 영화 '동주'가 보여준 빛과 상처 지면기사

    친구 송몽규·강처중·문익환그들로 이어지는 청춘과 사랑의기억들을 바라보고 있다위안부협상 서둘러 마친 직후라영화 '귀향'과 함께 던져 준전혀 다른 민족의 아픔 느껴내게는 소홀치 않게 보관해온 귀중본들이 몇 있다. 오래전 출간된 초간본 시집이나 잡지 창간호 같은 것들, 귀한 분들로부터 친필 사인을 직접 얹어 받은 책들, 각별하고 유일한 기억이 얹혀 있는 책들이 그 목록을 차지한다. 서서히 낡아가는 종이의 속성 때문에 페이지를 넘겨 가면서 읽어내기 어렵게 된 이 책들은, 교환가치에 의해 바꿀 수 없는 자신만의 유일한 자리를 한사코 구축하고 있다. 그 가운데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있다. 물론 정음사 판 초간본은 아니다. 1955년 2월 16일 그러니까 시인의 10주기를 기념하여 정음사에서 펴낸 중간본이다. 초간본에 선명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정지용의 서문이나 유정의 조시 그리고 강처중의 발문이 쏙 빠졌고, 그 대신 시인의 아우인 윤일주의 '선백의 생애'와 정병욱이 쓴 후기가 말미에 붙어 있는 책이다. 이제는 60년 세월을 훌쩍 넘어 종이들이 나풀대기까지 하는, 고서(古書)에 가까운 이 책을 나는 무슨 불멸의 기억처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영화 '동주'를 보면서 새삼 이 책을 생각했다. 이 영화는 시인 윤동주의 삶과 죽음을 영상화한 거의 최초의 대중물이라고 할 수 있다. "평생을 함께한 오랜 벗 윤동주와 송몽규, 두 사람이 어떻게 시대를 이겨냈고, 그 시가 어떻게 이 땅에 남았는지, 그 과정을 영화로 담고 싶다는 바람 하나로 이 작품을 시작했다"는 이준익 감독의 포부는, 거의 100년이 다한 이들의 세월을 꼼꼼하게 재구성해가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달성된 것 같다. 그들의 일대기를 흑백화면에 담아 고고학적 속성을 높인 것도 꽤 실감 있게 전해져왔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송몽규가 신춘문예에 당선하던 즈음 몽규가 동주에게 '정지용시집'이나 백석 시집 '사슴'을 전달하는 장면은 그 시집들이 훨씬 뒤에 출간된 것을 감안하면 고증 실수다. 영화에서 윤동주, 송

  • [열린마당] '예산'중심 복지 아닌 '관계'중심 공동체 복지로
    칼럼

    [열린마당] '예산'중심 복지 아닌 '관계'중심 공동체 복지로 지면기사

    생활고로 인한 전 가족 동반자살 사건 보도를 비롯해 아동학대 사망 사건 등 최근 행복의 기초가 되는 가정이 뿌리째 흔들리는 소식이 매스컴을 통해 연일 들려오고 있다. 복지비로 불리는 보건·복지·고용에 관련된 예산이 정부예산 지출규모의 31.7%를 차지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좀처럼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이에 대한 대안으로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이웃을 돌보고 살피며 공적지원과 민간자원을 연계, 지역 내 복지문제를 해결해 가려는 지역단위 공동체 복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최근에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동 복지허브화'도 접근성이 높은 동주민센터를 행정복지센터로 개편해 주민 밀착형 통합복지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내 민·관 협력으로 공공복지를 보완·강화하려는데 궁극적 목적을 두고 있다.수원시는 2012년 경기도에서 선도적으로 동 단위 민·관 복지협력체인 동주민복지협의체를 구성했다. 지역복지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회복지 종사자, 봉사단체원, 지역통장, 교육·의료기관 종사자 등이 모여 지원이 필요한 가구를 스스로 찾아내고, 지원할 자원을 개발해 연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그들은 관내 병·의원 및 약국과 협약해 취약계층 무료 의료서비스를 받게 하는가 하면 마을상가 등에서 잉여식품을 모아 저소득가정에 나누는 활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위원들의 활동만으로 지역주민의 복지수요를 충당하기는 턱 없이 부족하다.어린이집 이용가정들이 참여하고 있는 육아공동체도, 학교·학부모 모임도, 어르신들이 모이는 경로당과 아파트 단지 내 커뮤니티도 마을복지공동체가 될 수 있다. 동주민센터가 동네 주민들의 마실 장소가 될 수 있고, 그 마실 장소에서 이웃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을 구할 수 있다.공동체 복지의 핵심은 관심과 애정이다. 우리 마을에 애정을 갖고 이웃을 살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우리의 공동체 복지를 발전시킬 수 있다.유대인의 전통적인 육아법은 민족공동체적 삶을 중시하는 것이 특색이다. 그들은 아이를 이웃주민들로 구성된 공동체 안에서 키우고자 애쓰며

  • [경제전망대] 주주총회의 계절, 무엇을 보고 느낄 것인가?
    칼럼

    [경제전망대] 주주총회의 계절, 무엇을 보고 느낄 것인가? 지면기사

    기업실상 많이 알 수 있기에소액주주들 주총참석 권한다듣는 정보는 왜곡되기 쉽지만보고 느끼는게 백배 낫기 때문무엇보다 중요한건 주주들이주총문화 바꾸는데 앞장서야요즘 같은 주주총회 계절만 되면 비슷한 질문이 답지한다. 최근에도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받았다. 누가 주주이고, 그들은 어떤 권한을 갖고 있나? 역시 교과서다운 답을 했다. 어떤 기업 주식 1주만 갖고 있어도 주주다. 주주는 주주총회에서 그 지분에 해당하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주주총회는 주식회사의 최고 의결기구다. 그 답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는 나도 안다. 답을 듣는 사람도 어렴풋이 느낄지 모르겠다. 주주와 주주총회에 관한 한 우리나라 현실은 교과서와 거리가 멀다. 재벌(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부터가 그렇다. 진짜 오너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는 마당에 교과서상 주인들은 큰 의미가 없다. 이런 지배구조 하에서 주주총회는 거수기나 고무도장 같은 요식 절차에 불과할 뿐이다. 주식회사가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점에서 주주총회는 그 나라 자본주의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 주주총회의 실상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것이 바로 '슈퍼 주총데이'다. 올해는 무려 333개사의 주주총회가 열린 18일이 바로 이 날이었다. 한 날 한 시에 주요 기업들의 주총이 무더기로 열린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누가 뭐래도 우리 기업들이 소액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를 원천봉쇄하겠다는 뜻이다. 언론과 시민단체가 이런 관행을 없애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사반세기 동안 변함이 없었다. 당장 고질적인 담합 행위를 근절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만이 이미 시행중인 쿼터제가 있다. 증권 감독당국이 주요 대기업이 주주총회를 희망하는 날짜를 신고 받은 다음, 특정 날짜에 몰리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특정일 쿼터를 넘어선 기업은 다른 날짜를 선택해야만 한다. 미국 일부 기업에서 시행중인 온라인 주주총회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지금도 전자투표제는 시행중이다. 오프라인 주주총회와 함께 주주들이 온라인으로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활용하는 기업은 상

  • [특별기고] 평택 시민의 자발적 도로입양사업 '행복 홀씨'
    칼럼

    [특별기고] 평택 시민의 자발적 도로입양사업 '행복 홀씨' 지면기사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도 지나고,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꽃샘추위도 물러간 듯합니다. 이제 도시는 완연한 봄입니다.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가족들과 산책하기 좋은 봄입니다.거리에는 가벼운 옷차림의 젊은이,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평택호 맞바람이 만만치 않은 평택호 수변도로도 이젠 해바라기하면서 걷기 좋습니다. 소풍정원·진위천유원지 캠핑장에는 우리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의 캠핑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가오는 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시민들의 야외활동이 늘고, 우리 시로 나들이 오시는 분들도 많아지니 도시의 이곳저곳 살피고, 하나하나 챙길 일들도 많습니다.요즘, 저는 깨끗하고 쾌적한 도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몸과 마음이 분주합니다.지난해 우리 시는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쓰레기 종량제봉투 사용, 쓰레기 분리배출, 배출시간 엄수 등의 원칙을 시민들에게 홍보했습니다. 공직자와 시민들이 마음을 모아 도시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시민들에게 쓰레기 배출 요령을 알리는 캠페인도 펼쳤습니다.1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우리 시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불법 쓰레기 배출량은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 종량제봉투 판매량과 생활폐기물 스티커 판매는 증가했습니다. 이젠 시민들의 쓰레기 배출 방법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반갑습니다. 그리고 더욱 반갑고 고마운 일은 시민 스스로 깨끗한 마을 가꾸기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봄이면 논둑, 잔디밭 등 도심 곳곳에 작고 앙징맞은 민들레가 피어나고, 곧 하얀 솜털의 민들레 홀씨가 사방 곳곳으로 흩날립니다. 봄의 전령사인양 산들산들 날아가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집니다.민들레 홀씨가 사방으로 날아가는 것처럼 마을을 청소하고 단장하는 마음과 활동이 널리 퍼져나가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이름 붙여진 '행복홀씨 도로입양사업'은 시민·단체·기업이 청소가 취약한 일부 도로 구역 등을 입양해 스스로 청소하고 가꾸는 활동을 말합니다.지난해 총 75개 기관·단체·기업체 들은 이 사업

  • [깨소금] 소중한 투표권 가치있게 활용하자
    칼럼

    [깨소금] 소중한 투표권 가치있게 활용하자 지면기사

    지난해 사우디에서는 건국 이래 처음으로 여성이 참정권을 얻어 지방의원 선거 투표권을 행사했다. 여성 운전이 금지되고 남성 보호자 없이 여성 혼자 외출도 금지된 국가에서 놀라운 일이다. 민주주의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은 1830년대 소수에게만 허용된 선거권이 1918년 모든 성인 남성과 31세 이상 여성에게, 1928년 모든 성인 여성에게 부여되면서 보통선거권이 확립됐다. 가장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인 미국도 1870년 노예에게 부여했던 선거권을 여성에게는 1920년에 부여했다. 혁명으로 절대왕정을 무너뜨린 역사를 갖고있는 프랑스는 1848년 모든 성인 남성에게 선거권을 줬으나 여성이 선거권을 획득한 것은 거의 백년 뒤인 1944년이었다. 놀랍다. 우리가 알고 있던 선진 민주국가들의 선거권이 부여된 역사를 보면 계층별·성별 차별이 심했다. 남성이 선거권을 얻은 후에도 농민, 노동자, 노예, 여성 등 소외 계층의 선거참여는 배제됐던 것이다. 소외된 이들은 선거권을 얻기 위해 격렬하면서도 처절한 투쟁을 했다. 영국에서는 한 여성이 경마 대회에서 국왕 소유의 말이 결승점에 들어오는 순간 "여성에게 투표권을!"이라고 외치면서 달리는 경주마를 향해 온몸을 던졌는가 하면 유명 정치인의 집을 불태우는 사건도 있었다. 미국에서도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대규모 시위를 했고 쇠사슬 시위와 단식 투쟁까지 목숨 건 투쟁을 했다. 민주주의 전통이 일찍 확립된 국가들도 지금의 선거권은 피 흘린 투쟁의 대가였던 것이었다.우리나라는 상황이 좀 다르다. 광복을 맞으면서 1948년 남녀 모두 선거권을 얻었다. 선거권 획득을 위한 투쟁의 역사가 없었다. 서구에서 오랜 기간 투쟁해 얻은 보물 같은 선거권이 우리에게는 너무도 쉽게 들어왔다. 그래서인지 선거권에 대한 마음가짐이 투쟁의 역사를 겪은 그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주인된 권리' 또는 국가 정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소중한 권리'라는 인식이 더욱 필요하다. 광복과 함께 들어온 선거 제도는 해가 거듭할수록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