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견양회망:  양을 이끌면 후회가 없을 것이다
    칼럼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견양회망: 양을 이끌면 후회가 없을 것이다 지면기사

    최근 어디를 가든지 알파고 이야기인데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4차 혁명이라고 부르는 것만 보아도 앞으로 천지가 개벽하는 변화를 몰고 올 것임을 짐작한다. 주역은 미래를 예견하는 관점에서 볼 수도 있는 책인데 그 가운데 힘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주고 있는 괘가 雷天大壯卦이다. 우레가 하늘에서 떨치면 그 위력을 느끼듯 어마어마한 힘을 상징하는 괘이다. 힘에는 물리적인 과학의 힘도 있고, 정치적인 권력도 있고, 인간의 육체적인 근력도 있고, 정신력도 있다. 이 중에 과학기술의 힘을 상징하는 사물이 바로 羊이다. 羊은 兌卦로 서방을 상징하며, 서방에서 시작된 근대과학의 힘을 상징하는 괘이다. 그 힘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주역에서 힘의 속성을 알아 잘 다루어야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충고해주고 있다. 羊은 群集생활을 하는데 순한 동물인 것 같지만 고집이 세고 힘도 세서 사람이 완력으로 끌고 몰고 다니려면 불가능하다. 무리 '群'자를 잘 보면 '羊'과 '君'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리 중에 대장에 해당하는 한 마리 양만 잘 타일러 방향을 잡아 뒤에서 몰고 가면 나머지 羊들이 모두 그 대장 격인 羊을 따라간다. 이것이 현대 문명 속 群衆의 특성이라는 것이다. 슬기로운 지혜로 과학기술의 굉장한 힘을 이끌어 가지 않으면 뜻대로 다루어지지 않아 인류는 후회를 맛본다는 것이다. 羊을 치는 목동의 자세로 어떻게 다룰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 [수요광장] '무늬만 도시브랜드' 에서 탈피하기
    칼럼

    [수요광장] '무늬만 도시브랜드' 에서 탈피하기 지면기사

    혼과 끼·정체성 없는 브랜드는허접하고 사유도 부재해 보인다내고장 아름답게 표현하려면영감과 미래에 대한 상상력으로여러 분야를 담아낼 수 있는감성적이고 융합적 탐색 필요'I ♡ N. Y.'이란 도시브랜드는 강력하면서도 매혹적이다. 세계 최고의 미술관, 디자인, 패션, 월스트리트, 뮤지컬, 박물관을 가지고 있는 뉴욕과 사랑에 빠지지 않고는 못 배긴다. 이 짧은 도시브랜드 덕분에 브랜드가 만들어진 1년 뒤 뉴욕시의 관광수입은 무려 1억4천만 달러로 늘어났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성공한 도시브랜드는 방문객과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도시브랜드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허파와 같은 구실을 해야 한다. 혼과 끼가 담긴 브랜드는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준다. 'AH! PARIS' 단순하고 힘이 있다. 원래 문화적 토양이 잘 다져져 있는 도시라 이 짧은 슬로건 한방으로 끝낸다. 얼마 전 다시 만든 서울시의 'I.SEOUL.♡.YOU'는 매우 모호하고 공허하다. 무슨 의미인지 와 닿지 않는다. 브랜드의 내용을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면 실패한 브랜드이다.'경기광명동굴'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광명시의 브랜드가 되었다. 1912년부터 60년간 광산 이었던 이곳의 금, 은, 동과 아연은 고스란히 일본으로 보내져 태평양 전쟁의 무기가 되었다. 광명시는 지난 2011년 이곳을 와인동굴로 다시 살려냈다. 이 와인동굴에 3년간 100만 명이 다녀갔다. 1957년 리버풀에서 로큰롤에 열광하던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가 밴드 '비틀스'를 결성했다. 당시 비틀스와 함께 400개의 아마추어 밴드가 리버풀 중심가 매튜 스트리트의 캐번 클럽에 모여서 음악 활동을 했다. 리버풀, 더 나아가서는 캐번 클럽은 록의 성지라는 브랜드가 붙여졌다. 도시재생으로 도시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도시들도 있다. 런던의 도크랜드(Dockland)는 본래 영국의 관문이라고 부르던 항만 지역이었으나 공업의 쇠퇴 등으로 낙후지역이 되었던 곳이다. 영국정부는 런던 도크랜드 개발공사를 출범시켜 템스 강변에 국제 업무단지인 도크랜

  • [발언대] '교통 과태료'에 대한 오해와 진실
    칼럼

    [발언대] '교통 과태료'에 대한 오해와 진실 지면기사

    최근 경찰에서는 교통법규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징수를 강화하고 있다. 얼핏 과태료 부과·징수 업무는 경찰의 고유업무 영역이 아닌 듯 생소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그럼에도 경찰에서 체납 차량의 번호판을 영치하는 등 과태료 징수를 강화하는 이유는, 아무리 교통단속을 하더라도 단속에 따른 처벌이 명확하게 이행되지 않으면 단속 효과는 반감되고, 효과 없는 단속에 막대한 행정력이 낭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법규 위반에 대한 철저한 법 집행력 확보'를 위한 활동이라 할 것이다.과태료는 벌금, 과료와 달리 형벌적 성격이 없이 법령 위반자에 과해지는 행정적 금전벌로, '질서 위반행위 규제법(2008년 6월 22일 시행)'에 따라 규율된다.스스로 안전과 법질서 확립을 위해 교통법규 위반을 하지 말아야겠지만, 부득이 위반한 경우라면 '질서 위반행위 규제법'에서 규정하는 '성실 납부자에 대한 과태료 감경'과 '과태료 체납에 대한 가산금' 제도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성실납부자 감경'은 행정청이 정한 의견제출 기한 이내에 과태료를 납부하는 경우 과태료를 20% 감경해 성실 납부자를 우대하는 제도이며, '과태료 체납에 대한 가산금'은 체납 첫 달에 가산금 5%를 부과하고, 그 다음 달부터 매월 1.2%의 중가산금을 60개월(5년) 동안 부과하는 제도다.'과태료는 당장 내지 않고, 나중에 폐차나 매매할 때 내면 된다'라는 잘못된 상식을 갖고 있다면, 총 77%의 가산금을 더 부담하거나 경우에 따라 번호판을 영치 당해 갑자기 차량을 운행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경찰의 교통단속 및 과태료 징수활동에 대해 혹자는 '정부 예산이 부족해서…, 경찰관 개인실적을 위해서…'라며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교통단속은 오직 안전운전 유도를 통한 교통사고 예방과 법질서 확립으로 선진교통 안전문화를 만들기 위해서이고, 과태료 징수활동은 '법 집행력 확보'를 통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이다.교통안전과 선진교통문화는 경찰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

  • [기고] 물과 함께하는 시화나래 수변도시
    칼럼

    [기고] 물과 함께하는 시화나래 수변도시 지면기사

    올해 경기도 송산 단독주택으로 이사 온 회사원 이모씨는 주말이 기다려진다. 주말마다 가족 나들이를 위해 꽉꽉 막히는 고속도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집 근처에서 사랑하는 아내, 초등학생인 아들·딸과 함께 시화호 주변을 산책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회사원 이모씨는 쾌적한 단독주택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물놀이도 즐기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다양한 테마로 조성된 시화호 주변 산책로를 거닐며 친환경에너지 생산 현장을 체험하기도 한다. 해외의 유명 도시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경기도 시화호 일원 시화나래 개발사업을 통해 조성하는 수변도시 이야기이다.시화지구 개발사업은 한국수자원공사가 경기도 안산시, 시흥시, 화성시가 포함된 '시화호'에 약 12.6km의 방조제를 건설하여 인공호수를 조성하고 그 주변에 생긴 간석지를 활용하여 수도권의 인구 및 산업기능을 분산하고자 산업 및 도시용지로 개발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방조제 축조로 생성된 북측간석지는 수질, 대기 등 시화지구의 환경개선대책비용 조달을 위한 첨단산업용지로, 남측간석지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따른 새로운 주거 및 여가공간 확보를 위한 관광레저주거 기능의 복합적 도시용지로 개발하게 된다.시화호가 지금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메카이자 경기도의 소중한 관광 자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와 함께 풍력, 태양광 등 미래의 전력을 담당할 신재생 에너지 발전사업의 상징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연간 15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안산의 '제1경'으로 부상했다. 시화호 북측간석지는 IT, 첨단, 신소재, 연구/벤처기업 등 기존의 공단과 차별화된 무공해 업종의 산업공간을 도입하고 국내 최고의 산학융합지구 조성을 통한 교육과 산업이 복합된 산업공간으로 기존 산업단지와는 차별화된 높은 녹지율과 시화호변의 경관 이용을 높이기 위한 수변 산책로, 상업공간을 함께 계획하여 수변도시에 최적화된 복합산업공간을 개발 중이다.또한 시화방조제에 밀물, 썰물의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하여 친환경에너지(연간 발전량 5억5천200만kwh

  • [자치단상] 현장 행정 변화에서 '섬김행정' 시작된다
    칼럼

    [자치단상] 현장 행정 변화에서 '섬김행정' 시작된다 지면기사

    일상생활 가장 밀접한 업무 洞 주민센터로 이관인천최초 저소득 주민에 한시적 생계비 지원 성과음식쓰레기 처리 공개경쟁 입찰방식 투명성 확보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방행정은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지 20여년이 지나도록 시대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제도 도입 목적은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이나 애로사항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동안 생생한 지역 주민의 소리를 듣고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현장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현장에 답이 있다. 즉, 구민이 뽑아준 공복(公僕)으로서 구민을 섬기는 행정을 하기 위해선 구민과 가장 가까운 곳, 동 현장행정 강화가 답이라고 보았다.이에 금년부터 구민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현장업무를 동 주민센터로 이관하였다. 가장 큰 변화는 전국 최초로 복지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복지전달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즉, 사회복지급여를 신청하면 조사와 관리를 동 주민센터에서 원스톱 통합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인데, 복지대상자의 사정을 정확히 현장에서 파악하여 적합한 복지급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인천에서 최초로 지방자치단체 개별 복지서비스인 남동형 기초생활보장사업을 실시하여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 주민에게 한시적으로 생계비를 지원하고 일자리를 연계하는 맞춤형 복지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고 하겠다.청소환경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꾀했다. 인천시 기초지자체에서 처음으로 생활 및 음식물쓰레기 처리대행업체 선정방식을 종전 수의계약방식에서 공개경쟁 입찰방식으로 전환하여 투명성 확보와 대행처리비용 19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는 물론, 당초 주4회 수거방식에서 주5회 수거로 확대함에 따라 주민편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청소와 도시환경 정비체계를 촘촘히 다졌다. 환경미화원의 소속을 구에서 동으로 전환하여 지역실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동장의 책임하에 지역 환경이 정비되도록 체계를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정년 보장과 보수가 안정적인 공무직 57명을 신규 채용하여 각 동 주민센터에 배치함으로써

  • [깨소금] 4·13 총선, 신뢰 회복의 기회로 삼자
    칼럼

    [깨소금] 4·13 총선, 신뢰 회복의 기회로 삼자 지면기사

    인류는 민주주의 실행을 위해 가장 기초적인 도구로 선거제도를 선택했으며 일정 연령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평등하게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보통선거'의 원칙이 실현되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피와 눈물을 필요로 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민주주의 실현의 근간이 되는 제도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선거를 통해 국민은 대표자에게 '공적 업무를 성실하고 공정하게 수행할 것'이라는 '신뢰'를 부여한다.4·13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는 한 국가의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중대한 정치적 행사다. 각 정당에서는 이번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 공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예비후보자들은 자신의 얼굴을 유권자에게 알리기 위해 밤낮없이 뛰고 있다. 선택의 순간을 앞두고 점차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선거구마다 여러 후보가 출마해 후보자의 면면을 국민이 세밀하게 알기 어렵다. 후보 개인의 역량보다 어느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인지가 선거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선거 규모나 열기에 관계없이 선거 제도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선거와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의 자기 이해와 준법정신이 필수적이다. 먼저 후보자는 '진정 자신이 국회의원직을 감당할만한 능력과 인품을 갖춘 인물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지도자로서의 인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임을 되새긴 후에는 준법 선거를 치러야 한다. 다른 후보자를 비방하거나 불법적 또는 탈법적 수단으로 자신을 알려서는 안 된다. 그러한 행위는 선거 제도에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다. 또 후보자 스스로 국민의 신뢰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행위다. 각 후보자는 지역공동체와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해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십분 발휘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정책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신뢰를 얻어야 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고자 최선을 다해야 하고 결과가 기대와 다르더라도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 유권자는 어떤 인물이 우리 지역의 후보자로 출마했

  • [조성미의 나무이야기] 봄의 전령사 생강나무
    칼럼

    [조성미의 나무이야기] 봄의 전령사 생강나무 지면기사

    생명이라곤 도무지 없을 것 같았던 얼어붙은 땅에 살가운 온기가 배어나는 계절이다. 앙상한 가지가 아직 싹을 틔울 낌새도 보이지 않는 이맘때쯤 산에 오르면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나무가 있다. 회갈색 나뭇가지에 잎도 없이 노란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는 우리 강산의 봄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전령사이다.생강나무는 한반도에 널리 분포하는 녹나무과의 낙엽활엽수로 강을 끼고 있는 산자락이나 계곡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크게 자라도 3∼4m 정도인 관목이다. 잎이나 줄기에 상처가 나거나 잘라 비비면 진한 향을 발산하는데 그 냄새가 마치 알싸한 생강냄새와 비슷하다고 해서 생강나무라 불린다. 이 향은 상처를 아물게 하는 일종의 소독제 같은 화학물질로 생강나무가 만들어 내는 방어물질이다. 생강나무는 다양한 쓰임새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녹차가 들어오기 전부터 어린잎이 돋아날 때쯤 이를 따서 말렸다가 차로 마셨는데 참새의 혓바닥을 닮은 어린잎의 모양을 따서 작설차라고 했다. 또한 독특한 향 때문에 나름대로 풍미가 있어 잎을 쌈으로 먹고 장아찌나 부각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참죽나무잎과 함께 부각 중 최고로 손꼽힌다. 생강나무의 까만 열매는 예로부터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이나 등잔용으로 썼다. 생강나무 기름은 질도 좋고 향도 좋아 값비싼 동백기름을 구하지 못하는 중북부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대용품이었기에 산동백, 개동백으로 불렸고 심지어 강원도에서는 그냥 동백나무라고도 했다. 그래서 강원도 민요나 문학작품에 나오는 동백나무는 사실은 남쪽지방에서 겨울에 붉은 꽃이 피는 동백나무가 아니라 생강나무를 말하는 것이다. 춘천이 고향인 김유정이 1936년 발표한 단편소설 '동백꽃'에는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노란 동백꽃'에 '알싸한 향'까지 바로 생강나무를 말하는 것이다. 또한 정선아리랑의 님 그리워 부르는 대목에도 등장하며, 가요 '소양강처녀'의 2절은

  • [시인의 연인] 사랑 산조散調―바람
    칼럼

    [시인의 연인] 사랑 산조散調―바람 지면기사

    그대와 나 저승에선 바람이었을지도 모를 일머리 풀고 떠돌다 눈비 맞고 떠돌다 살과 살 다 섞은 후에 빈 몸으로 울었을 바람이지엽(1958~)사랑이 눈에 보이지 않듯 바람 역시 그 실체를 알 수 없다. 그것의 존재는 느낌으로 있는 것으로서 지금 삶에서 감각하는 것이다. 당신의 사랑도 바람이 불어오듯 저만치 오고 있거나, 이미 와 있거나, 어디쯤 당도하고 있다. 다양한 자질 가운데 사랑을 표상하는 바람의 특이성은 이승에서 저승으로, 다시 저승에서 이승으로 온다. 이 사랑은 삶과 죽음을 '떠돌다' 건너온 초월적 인연으로 유예되는 바, '그대와 나'라는 분리된 주체를 낭만적인 생명체로 합일시킨, '한줄기 바람'으로 도달하게 만든다. 이제 사랑은 무색채의 대상이 아니라 "머리 풀고 떠돌다 눈비 맞고 떠돌다" 피로한 '주체의 육체'를 드러낸다. "살과 살 다 섞은 후에 빈 몸으로 울었을" 당신도 바람같이 방황하다가 그곳에서 육체를 풀지 않았던가./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월요논단] 신문명을 예고하는 '알파고'
    칼럼

    [월요논단] 신문명을 예고하는 '알파고' 지면기사

    바둑 최고수를 이긴 인공지능사람 언어·생각마저 해독·추론상상력·창의성까지 무한 진화부작용과 위험 극복하고미래 인류를 행복으로 이끄는 인간의 한 수, 신의 한 수 어디에…인공지능 바둑 컴퓨터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세계 최강 이세돌 바둑기사를 연파하며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두뇌 스포츠의 대명사로 4천년 역사를 가진 바둑은 가로 세로 19줄×19줄, 361점의 반상 위에서 흑백 두 돌이 우주에 있는 원자 수만큼이나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로 펼쳐지는 게임으로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길 수 없는 분야의 하나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딥마인드사가 개발한 초지능 컴퓨터 알파고는 바둑의 규칙과 무궁무진한 변화를 학습하여, 인간을 뛰어넘는 수 읽기 뿐만 아니라 직관과 형세 판단 및 게임 운영 능력까지 갖추어 세계 바둑최고수에게 완승하고 있다. 알파고의 개발자인 딥마인드의 허사비스나 많은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해치지 않고 인간복지의 질적 향상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스티브 호킹 같은 과학자와 여러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자가발전을 거듭하여 개발자인 인간까지 정복함으로써 인간 문명의 종말을 초래하리라 경고하고 있다. 20세기 초 발표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바탕하여 개발된 원자력이 인류의 복지를 향상시킴과 동시에 고도화된 핵무기로 한순간의 오판과 실수로 전쟁에 사용되어 인류를 공멸의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는 것처럼, 인공지능도 첨예한 양면성을 지닌다. 알파고라는 이름은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댕(1881-1955)의 오메가 포인트(Omega point, 극점)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스어 자모 중 알파(α)는 첫 글자이고, 오메가(Ω)는 끝 글자이다. 샤르댕은 진화론과 창조론을 융합하여, 혼돈 상태의 무기물에서 극적인 변화로 탄생한 유기물과 원시적 생명체가 장구한 시간의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를 거쳐 질적 복잡화 고도화를 통하여 고등동물이자 지성체인 인간으로까지 진화하였으나, 오만한 인간 상호간 또는 인간과 자연간의 갈등과 부조화 상태로 전쟁과 환경파괴 같은 부조리를 반복한다고 하였다.

  • [열린마당] 공항에서 잊을 수 없는 분들
    칼럼

    [열린마당] 공항에서 잊을 수 없는 분들 지면기사

    인천공항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지인들을 만나게 된다. 고향 친구도 있고, 예전 세관에서 근무했던 동료들도 있다. 개중에 잊을 수 없는 분들이 있다. 다름 아닌 험지를 마다하지 않고 봉사에 매진하는 분 들이다.2014년 에볼라로 지구촌에 비상이 걸렸다. 급성 열성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치사율 60~90%, 예전의 전염병과는 확연히 달랐다. 정부는 그해 10월 서아프리카에 파견할 에볼라 대응 의료진을 모집했다. 하루가 다르게 죽어가는 생명을 두고만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있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분들이 응모하는 결단을 보면서 한국의 박애정신이 이렇게 위대하게 보인 적이 없었다.한 지인은 시흥의 모 병원 응급과장으로 여기에 동승하게 된다. 고민을 거듭했던 그분을 보노라면 누군들 그렇지 않았을까. 한 가정의 주부·아내로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간다는 게 결코 쉽지만은 않았으리라. 40도가 넘는 서아프리카의 더위, 실제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일, 거기다가 하루 12~13시간씩 근무한다는 것도 상상 이상으로 고역이었을 게다. 이런 노력들이 어우러져 환자들이 치유되고 회복되는 것을 보면서 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또 한 분은 노숙자만 치료하는 특이한 케이스의 내과의사다. 인턴시절 우연히 노숙자들의 생활을 보며, 평소 낮은 자들을 위해 봉사하기로 맘 먹는다. 노숙자들은 거의 70%가 어릴 적 가정폭력에 시달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가정의 폭력은 어찌 보면 대물림 비슷한 현상을 보이는데 본인은 선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어느 땐가 자신도 모르게 가족들에게 부친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이런 분들에게 설상가상인 것은 복합질병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더욱 슬프게 한다. 경제적 여건때문에 병원진료가 요원하니 질병이 악화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다행인 것은 교회를 비롯한 여러 종교단체 등에서 진료 뿐만 아니라, 한끼 식사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따뜻한 사회의 일면을 보여 준다.며칠 전 필자에게 전화 한통이 왔다. 필리핀 오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