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노트북] 80대 노인의 항변
    노트북

    [노트북] 80대 노인의 항변 지면기사

    "만약 성추행 혐의가 사실이더라도 회장이라는 지위가 있고, 노인한테 그래도 되는 거요?"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대한노인회 한 지회 소속 회원을 옹호하겠다며 노인회 관계자가 한 말이다.그의 항변을 듣다 보면 참 기가 찼다. "성추행한 사실이 없고 있다 한들 무엇이 문제냐. 노인에게 이렇게 대우를 해도 되는 것이냐."취재현장에서 만난 가해자를 두둔하던 또 다른 노인도 이렇게 말했다. "회장님 지위도 있고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인데 직원들은 당장 직위를 내려놓으라고 난리야. 말도 안 되지." 성추행 혐의를 받은 노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손사래까지 치면서 당연하다는 듯 수긍했다.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혹여나, 불편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그를 만났다. 하지만 그 자리는 굉장히 언짢았다. 취재 자리엔 굳이 아내도 동석했다. 결국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성추행 당시 상황에 대해선 그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없었다. 그의 아내는 30분이 넘도록 기자를 지켜봤다. 불편했다. 정작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노인은 당당했다.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한국사회는 어른과 어린아이 사이 사회적 순서와 질서를 나눈다. 나이를 앞세운 그의 주장에 '젊은' 기자는 말문이 턱 막혔다. 한국사회는 수직 계열화된 서열문화가 뿌리 깊게 박혔다. 나이에 따른 서열문화가 강하다. 그 노인도 이러한 문화에 기대어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것 같다.서열이 고착화된 곳은 병든 사회다. 통용되는 사회적 기준을 뒤엎자는 것은 아니다. 바꿀 수 없다면 최소한 우리 사회가 나이에 유연해야만 한다. 나이가 곧 한 사람의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마치 80대 노인처럼 말이다. 어쩌면 그의 안일한 태도가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킨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이시은 사회부 기자 see@kyeongin.com이시은 사회부 기자

  • [시인의 꽃] 제비꽃에 대하여
    칼럼

    [시인의 꽃] 제비꽃에 대하여 지면기사

    웅크린 바위 피운 꽃이악수 청하는 적의 손처럼흔들린다나의 웅덩이는 어둡게 닦은 수면의 백지에그 화해의 수결(手決)을 확실하게 인쇄해놓는다이하석(1948~)제비꽃은 들녘에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그 이름은 강남에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이때 강남은 중국 양자강 이남 지역을 가르치는 것으로, 지리적으로 겨울에도 따듯해서 제비가 추위를 이겨내기에 알맞은 곳이다. 지방에 따라서 오랑캐꽃, 반지꽃, 앉은뱅이꽃, 외나물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제비꽃은 4~5월에 진한 자주색으로 개화하며 꽃말은 '겸양'이다. 겸양은 겸손과 양보를 의미한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져야 하는 마음의 너그러움이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고도화된 정신으로 나간다. 마치 삶의 전장에서 '악수 청하는 적의 손'을 뿌리치지 않는 것도, 그 손을 같이 잡고 함께 흔들어 주는 것도 겸양에서 오는 것. 이러한 제비꽃은 욕망이라는 '웅덩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의 '어둡게 닦은 수면의 백지'를 들여다보게 한다. 사람은 계절의 순리와 달리 한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애절한 인연의 무상함을 가졌기에. 모든 용서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것. 그렇다면 구원은 당신의 자존심이 '웅크린 바위 피운 꽃'에서부터 개화하는 것. 돌아온 제비꽃은 우리가 돌아가지 못할 그곳에서 '그 화해의 수결(手決)을 확실하게 인쇄해놓'은 구원처럼. 용서도 용서하라고 먼저 와서 흔들고 있는 것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이재우 칼럼] 국가 난제와 미래전략
    기명칼럼

    [이재우 칼럼] 국가 난제와 미래전략 지면기사

    1776년 조선의 22대 왕인 정조가 즉위하던 시대에 조선사회가 가지고 있던 모든 물건의 수와 조직 시스템의 수를 2021년인 오늘날의 물건의 수와 조직 시스템 수와 비교해 보자. 조선시대에 없었던 물건들이 더 많아졌으며 사회의 조직 시스템은 더 복잡해지고 고도화하였다. 오늘날 사회의 복잡성은 정조시대의 복잡성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도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 2022년 3월9일에 제20대 대통령이 뽑힐 것이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많은 후보자들이 다양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미래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국가 난제를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국가 난제에 대한 미래비전을 보여주는 지도자가 선출된다면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국가적 난제를 STEEP(Social, Technological, Economical, Ecological, Political) 관점에서 살펴보자. 사회 기술 경제 생태 정치적 관점서저출산·감염병·온난화·미중 갈등은우리만이 아닌 후손도 마주할 문제 먼저 사회적 난제로 저출산·고령화, 사회적 양극화가 가장 당면한 문제이다. 2020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837로 자연적인 감소가 진행될 것이다. 인구의 순감소는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 경제활동 인구의 1인당 부양비율 증가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반대로 인구수 감소로 인한 치열한 경쟁의 감소, 일자리 선택 기회 확대 등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활력을 유지하면서 국민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적절한 인구의 수는 얼마일까? 저출산과 함께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2026년에 65세 이상 인구는 20.8%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 고령인구의 증가는 연기금의 고갈, 고령 의료비용의 증가, 사회 소비의 감소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반대로 고령산업의 활성화, 바이오 헬스와 로봇 산업의 발전을 전망할 수 있다. 양극화는 부자와

  • [윤인수 칼럼] 침묵하는 민심이 심판관이다
    기명칼럼

    [윤인수 칼럼] 침묵하는 민심이 심판관이다 지면기사

    문재인 대통령이 양념이라 했던 팬덤은 이제 단순한 정치적 기호((嗜好) 수준을 넘어 정당과 정치지도자의 운명을 결정할 정치 결사로 진화했다. 조국 사태가 기폭제가 됐다. 진보의 표상이 감추어왔던 볼품 없는 민낯은 민망했다. 진보진영은 반성과 성찰 대신 조국을 수사하는 검찰을 표적으로 삼아 서초동을 촛불로 밝혔다. 여당은 이를 민심으로 받들어 윤석열의 검찰을 박해했다.서초동 공간에서 조국은 예수와 맞먹는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유시민은 정경심의 PC 반출을 증거인멸이 아닌 증거보전이라 주장했다. 이 공간에서 발언권을 얻어 조국 무죄를 외친 사람들이 금배지를 달았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조국 수호를 외친 덕분이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법. 조국 팬덤이 같은 질량의 윤석열 팬덤을 창조했다. 윤석열이 여당의 표적이 되자, 갈 곳 없던 보수층과 중도층이 표적 뒤로 줄을 섰다. 권력 작용의 반작용이 현직 검찰총장을 대권 후보로 밀어 올렸다. 조국 팬덤이 검찰총장으로 끝났을 윤석열의 운명을 바꾸었다. 팬덤 정당·정치지도자 운명 결정체로 진화그러나 묵언 민심은 결정적 순간 훅 들어와 한국 정치는 맹신적인 팬덤에 갇혔다. 강력한 팬덤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다. 팬덤의 정치적 안전과 정서적 안정을 보장해 줄 인물에게 집중한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20대 대통령 후보로 확정했다. 여당 팬덤 연합체들의 선택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는 이재명을 정권 재창출의 적임자로 판단했고, 조국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조국 대체제로 지목했다. 이재명의 손가락혁명군이 여당 내 팬덤을 천하 통일했다.확정된 권위를 허물기란 계란으로 바위치기이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이 투표 집계를 시비 걸어 경선 불복에 버금가는 저항에 나섰지만 사후 약방문이다. 당 지도부가 경선 투표 결과를 수정해 결선투표를 결단하는 순간 당은 쪼개진다. 정치적 자살을 결단하는 바보는 이 판에서 밥을 먹을 자격도 없다. 무엇보다 이재명을 정권 재창출의 유일한 희망봉으로 선택한 팬덤 연합체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이

  • 사설

    [사설] 공공버스 총파업 경기도가 막아야 한다 지면기사

    경기도 내 버스 기사들의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며 오는 13일 사측과의 조정회의를 앞두고 있지만, 이마저 결렬되면 이튿날부터 총파업이다. 현실이 되면 경기도 전역에 교통지옥이 펼쳐진다.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서울과 인천에 비해 열악한 처우 개선을 호소한다. 버스 준공영제를 먼저 실시하고 있는 서울과 인천의 운수직 노동자들과 임금 수준을 맞춰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노조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경기지역 운수 노동자들의 임금(월급 기준)은 서울과 인천에 비해 50만원가량 적다. 노조는 조합원 복지 기금 조성과 심야운행 수당 및 2층 버스 운행수당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하지만 운수회사 측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자신들에게 결정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에 노조는 사측을 제쳐 두고 경기도가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주장한다. 경기도 공공버스 운영 실태를 보면 노조 측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경기도는 공공버스 설계와 버스 노선 배분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이뿐 아니다. 버스 기사들의 임금은 도지사 승인을 거쳐야만 최종 결정된다. 경기도가 사실상 사용자에 준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이와 관련 CJ대한통운과 택배 기사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자 부당노동행위라며 서울지방노동위에 구제 신청을 접수했고, 서울지노위는 지난해 11월 'CJ대한통운을 사용자로 볼 수 없다'며 이를 각하했다. 하지만 택배노조는 이에 불복, 지난 1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노위가 택배 노조 손을 들어줬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와 직접적인 근로 계약을 맺지 않더라도 실질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법조계가 버스 노조 주장에 힘을 보태고 나선 배경이다. 도가 공공버스 정책과 운영 전반에 관여한 정도를 보면 교섭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 제공에 대한 대가인 임금 결정권을 도가 행사하는 구조라면 중노위, 행정소송까지 가더라도 노조가 불리하지 않다는 해석인 셈이다.공

  • 사설

    [사설] 한강하구 해양쓰레기 수거율을 높여야 지면기사

    '인천 앞바다 쓰레기 처리 비용 분담 협약'(이하 협약)이 이달 15일 체결된다. 환경부는 한강 하구의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수도권 3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내년부터 5년간 425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환경부와 수도권 지자체는 2007년부터 5년마다 '인천 앞바다 쓰레기 처리사업 비용분담에 관한 협약'을 체결해 매년 장마, 태풍 등으로 한강 하구와 바다로 흘러드는 쓰레기를 수거·처리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업비가 적절하게 분담된 것인지는 중요한 쟁점이다. 이번 합의에서 연도별 사업비 총 85억원 중 환경부가 27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금액은 서울특별시 22.8%, 인천광역시 50.2%, 경기도 27%로 나누어 분담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쓰레기 처리와 관련해서 오염 원인자 비용부담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해양쓰레기의 상당량은 육상의 쓰레기가 한강하구를 거쳐 인천 앞바다로 흘러온 것이다. 인천시에서 해안선을 보유한 모든 군·구에서는 해안가로 떠밀려오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해안쓰레기 정화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로인한 행정비용,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유무형의 피해까지 고려한 고통 분담의 원칙도 적용되어야 한다.한강하구에서의 수거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양 쓰레기 발생량을 60%로, 2050년까지 제로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해양쓰레기 중 수거되지 않는 쓰레기는 유입량의 약 86%로 추정되고 있다. 한강하구의 해양쓰레기 수거율도 매우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구에서 수거하지 못하면 먼바다로 흘러가 도서지역의 해안과 해저에 침적되어 수거가 어렵고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분담금과 효과적인 대책 수립을 위해서 한강하구의 해양쓰레기의 현존량을 정확하게 추정해야 한다. 인천시 해안쓰레기 현존량도 모니터링 조사나 일제 조사결과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사업 대상 구역도 구체화해야 한다. 환경부에서는 '한강영향권 '인천 앞바다'를 인천대교 안쪽 연평도 안쪽의 50만ha'로 관리구역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인천시에서는 대상지를 서해5도까지 포함되어

  • [경인만평 이공명] 위드 대장동?!
    만평

    [경인만평 이공명] 위드 대장동?! 지면기사

  • 미스터 달팽이(이공명)
    만화

    미스터 달팽이(이공명) 지면기사

  • [특별기고] 출범 100일 '자치경찰'… 지역사회 변화 주역 되길 기대한다
    칼럼

    [특별기고] 출범 100일 '자치경찰'… 지역사회 변화 주역 되길 기대한다 지면기사

    자치경찰이 기대와 우려 속에 전국적인 출범을 한 지 100일이 되었다. 경찰청 산하의 국가경찰과 광역자치단체장 산하의 자치경찰로 분리하여 이원화하는 안으로 추진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이라는 전 세계적인 위기상황과 맞물린 예산의 문제와 이원화모형이 내재하고 있는 치안혼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 인해 결국 국가경찰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광역자치단체장 산하에 자치경찰위원회를 두어 지역밀착형 치안사무를 관장하도록 하는 일원화모형으로 급격하게 선회하여 전국적인 시행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원화모형은 자치경찰을 시행하는 근본적인 목적 중 치안력의 분권화에 방점이 있다기보다는 지역밀착형 치안행정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데 더 무게중심을 두었다고 봐야할 것이다.예상했던 바와 같이 광역자치단체별 자치경찰위원회에서는 여성안전, 교통안전, 시민중심 협의체 구성, 코로나 방역지침 관련 유흥시설 합동점검 등 지역밀착형 치안행정을 위한 적극적인 시책을 고안하여 시행 중이다. 각 광역시도별 자치경찰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러한 지역밀착형 치안행정은 지방행정과 치안행정의 연계를 통해 기존의 국가경찰체제에서보다 더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는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일선경찰관들은 물론 일반시민들도 기존 국가경찰체제에서와 다른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며 치안현장에서는 변화가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새로운 치안체제가 론칭이 되었는데도 일선에서의 치안혼선 없이 지역밀착형 치안행정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면 이는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변화를 체감하지 못할 만큼 자치경찰의 역할과 존재감이 크지 않다는 비판을 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출범 100일이 된 시점에 이제 적응기를 지난 자치경찰은 향후 치안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며 치안일선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비전을 향해 나아갈 필요가 있겠다. 우리의 자치경찰제 모형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란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나 자치경찰위원회 권한의 실질화를 통해 분권화와 밀착치안이라는 자치경찰의 양대 목적 중 후자를 제대로 시행할 수 있는 틀을

  • [참성단] 문화유산 '한글'
    참성단

    [참성단] 문화유산 '한글' 지면기사

    '고루' 이극로 선생(1893~1978)은 언어학자이자 독립운동가로서 뚜렷한 족적(足跡)을 남겼다. 우리 말글에 깊은 애정으로, 한글 지킴이를 자처했다. 1929년 '조선어사전' 편찬 집행위원(뒷날 조선어학회의 '조선말 큰사전'), 1930년 한글 맞춤법 제정위원, 1936년 조선어학회 간사장을 지냈다. 1942년 7월 조선어학회 사건에서 최현배, 이윤재와 함께 핵심 인사로 지목돼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이제 쓰는 조선 글씨는 조선 임금 세종이 서력 1443년에 대궐 안에 정음궁을 열고 여러 학자로 더불어 연구하신 끝에 온전히 과학적으로 새로 지어진 글씨인데 서력 1446년에 안팎에 되었습니다. 이 글씨는 홀소리 11자와 닿소리 17자로 모다 28자올시다."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어 음성자료 중 일부다. 한글 창제의 시원(始原)을 말하는 이극로 선생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쩡쩡 울린다. 그는 일제 탄압으로 조선어가 사라질 것을 걱정해 1928년 프랑스 소르본대학의 구술 아카이브 스튜디오에서 육성 기록을 남겼다. 우리 글의 역사와 자모음 결합으로 이뤄지는 음성체계를 담았다. 이 귀중한 사료는 2011년에야 발견됐다. "세상 사람들은 한울님은 공경할 줄은 알되 사람은 공경할 줄은 알지 못합니다. 얼마나 까꾸로 된 생각입니까"란 말에는 우리 말 변천사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9일은 제575돌 한글날이다. 정부는 '2021 한글주간 행사'를 통해 다양한 비대면 행사를 개최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해외문화홍보원도 세계 주요 27개국, 32개 재외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한국문화 퀴즈대회를 비롯해 한국 문학 소개, 한국영화제, 케이팝 공연을 진행한다.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빅히트하면서 외국인들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말한다고 한다. 추억의 '달고나'를 프랑스 파리 시민들이 핥고 있다. 우리 말, 우리 글이 없었다면 K-문화도 없었을 것이다.표음문자 한글은 대한민국 대표 문화유산이다. 28개 자모음 결합만으로 오만가지 글자를 조합해 낸다. 숭례문(남대문)이 아닌 훈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