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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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기업의 '참여형 비전' 만들기 지면기사
'미래는 결정하는 것이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경영활동을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성과 예측할 수 없는 불가측성 사이에서 결정을 해야만 하는 인간의 행위라고 할 때, 미래에의 결단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에서 필수적인 것이 기업의 미래 청사진, 바로 기업의 비전인 것이다. 나침반의 바늘은 망망대해나 깊은 산중에서도 길을 잃지 않도록 항상 정북향(true north)을 가리키고 있다. 나침반의 바늘을 믿고 방향을 잡듯이 기업의 미션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명확한 비전이다. 우리의 미래를 우리가 결정하고 가슴 뛰는 비전을 바탕으로 구성원 모두가 한목소리, 한뜻으로 목표를 향해 함께 뛸 수 있다면 기업의 미래는 밝다. 미래 예측은 기업 차별화나 경쟁력의 원천이다. 어린 시절의 영화 '십계'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엑소더스! 이스라엘 민족이 모세의 인도로 노예생활에서 벗어나 이집트에서 해방되어 나올 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위험을 무릅쓰고 홍해를 건너게 한 원동력이었으며, 그들을 힘차게 움직이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약속의 땅으로 가자'라는 희망이 그들의 마음을 뜨겁게 움직이게 했을 것이다. 미래 불투명한 회사는 인재들 떠나활력 넘치고 강한 기업 되기위해선구성원과 함께 변화 예측·대응 중요 인류 진보의 가장 위대한 힘은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원대한 희망'이라는 드러커 박사의 얘기대로 집단의 공유가치인 꿈과 희망을 자극하는 것이야말로 조직 성공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참으로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어제의 최선이 오늘의 보편으로 내일이면 이미 낡은 것이 되어 버리는 격변하는 경영환경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업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젠 코로나 이후의 걱정보다는 코로나와 함께해야 할 미래에 대한 설계가 우선이다. 기업의 미래 방향이 명확히 설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경영활동은 자칫 목적지 없이 떠난 여행과도 같아 실패하기 십상이다. 구성원 모두가 열심히 해도 성과가 나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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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맹목적인 지역 균형발전 논리를 경계한다 지면기사
지난달 9일 인천은 2천500억원 규모의 정부 공모사업인 'K-바이오 랩허브' 구축 도시로 선정됐다. 인천 내부적으론 경사였지만 함께 경합을 벌인 여러 자치단체의 거센 반발도 함께 감내해야 했다. 탈락 자치단체들은 이번 공모를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경쟁으로 규정지었다. 결국 정부가 또 '수도권의 편'을 들어줬고 이는 지역 균형발전 논리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것이 탈락 자치단체들의 주된 반발 논리다. 'K-바이오 랩허브' 구축 도시 인천 선정에탈락 지자체들 "수도권 일극주의" 몰아붙여 인천과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대전시의 반발이 컸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선정 결과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공모 방식 자체를 지적했다. 허 시장은 "공모 방식이 경쟁을 통해 우열을 가리는 효과도 있지만, 17개 자치단체를 상대로 공모하는 방식은 과다 출혈이다. 지방은 수도권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공모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전은 30년간 바이오 산업을 키워왔고 500개 바이오벤처가 있는 지역으로, 지역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수도권을 지역과 동등하게 바라보고 평가하는 것은 국가 균형발전 전략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부산지역은 이번 공모 결과를 '수도권 일극주의'의 폐해로 몰아붙였다. 부산일보는 '바이오 랩허브도 양산 아닌 인천, 어쩌자는 건가'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수도권 일극주의가 도를 넘었다. 이건희 기증관에 이어 바이오 창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K-바이오 랩허브 입지마저 수도권으로 결정되자 전국 지자체에서 정부에 대한 원망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며 이번 공모 결과를 수도권 일극주의 결과로 격하시켰다. 이어 "수도권은 이미 모든 인프라가 갖춰져 어떤 평가를 해도 유리하다. 같은 논리라면 앞으로 있는 공모사업도 죄다 수도권에 돌아가야 한다"고 비판했다.서울·경기와 지역발전·경제적 수준 '큰 차'수도권·비수도권의 '샌드위치 신세'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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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육자치 30년과 경기도형 학교자치 지면기사
올해는 교육자치 30주년이 되는 해이다.독자들은 와닿지 않겠지만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교육자치법)'이 제정된 1991년이 원년이기 때문이다. 이 법에는 시·도 교육감을 두고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를 교육감에게 위임하는 내용이 최초로 담겼다. 그러나 본격적인 교육자치는 주민 직선으로 교육감을 선출한 2010년부터라고 할 수 있고 경기도는 1년 먼저 시작되었다. 주민 직선 교육감 시대 이후 경쟁하듯 시·도별 차별화된 다양한 교육자치 정책이 쏟아졌다.경기도는 교육혁신을 통해 시민교육과 교육자치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10년 10월, 가장 먼저 제정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는 많은 시사점을 던지며 본격적인 교육자치의 출발점을 알렸다. 그동안 학교 교육의 가장 중요한 주체이면서 정작 소외됐던 학생들의 인권을 교육과정에서 보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헌법과 교육 관련법,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근거해 모든 학생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도록 구체화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의 현장 의견을 받아들여 전국적 확산을 가져온 9시 등교는 학생중심이라는 교육 원론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했다.이후 학교민주주의를 통한 학교자치 실현과 교육자치의 완성을 위한 정책과 로드맵이 펼쳐졌다. '학교민주주의'란 말조차 생소했던 시기에 교육부보다 먼저 민주시민교육과를 신설하고 학교자치팀을 만들어 민주시민 육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민주시민, 통일시민, 세계시민 등 3개 교과서 10종을 개발하여 시·도교육청에 보급하고 실천학교를 통해 다양한 실천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경기도 학교자치 조례' 제정을 통해 단위학교의 자치기구 활성화를 위한 지원 근거도 마련했다.전국 최초로 청소년교육의회, 몽실학교, 꿈의학교의 정책마켓에서 나온 청소년들의 정책 제안을 지난해 35건, 올해 53건을 경기교육계획에 반영하였다. 2015년 전국 최초로 경기도 내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적용한 학교민주주의 지수는 기반 조성과 인식개선으로 학교민주주의를 추동(推動)하는데 기여했다는 정책연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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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경기분도에 앞서 수도권 규제혁파가 우선이다 지면기사
왜 잠잠한가 했다. 주요 전국 선거 때마다 단골 이슈로 떠올랐던 경기도 분도론이 결국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소환됐다. 이낙연 전 대표가 불을 지폈다. 지난달 30일 "지난 34년 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경기북도를 이제는 설치할 시기가 왔다"며 "경기북도를 설치해 강원도와 함께 평화경제 메가시티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경기북도를 신설해야 강원도를 포함한 국가균형발전과 경기도 남북균형발전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앞세웠다.경기북부 지역 기초단체와 정치권 및 주민들의 분도 요구는 해묵은 숙원이다. 분도 추진을 위한 법안 제출, 위원회 구성 등 분도 실현을 위한 정치 의사 표출이 간단없이 이어져 온 것도 사실이다. 숙원인 만큼 전국 선거를 통해 집단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한 캠페인 자체는 자연스럽기도 하다. 특히 지역이익을 대변해야 할 경기북부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들 입장에서는 분도 기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하지만 대선 후보 입장이라면 다르다. 대통령은 지역 이익에 앞서 국가이익을 먼저 고려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던 경기분도 공약 찬반 논란이 대통령선거에선 유독 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후보들이 적었던 배경이다. 즉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 입장에선 경기도를 나누는 일이 국익에 도움이 될지 말지를 일조일석에 결단할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분도론의 핵심 논리는 경기 남·북 균형발전이다. 분도 후 북부지역 발전을 막는 규제혁파와 경제부흥계획으로 경기 남·북 격차 해소를 이루자는 것이다. 이 전 대표도 이 논리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분도 후에 가능한 경기북부 다중규제 혁파가 분도 전에는 왜 가능하지 않은지 의문이다. 북부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규제혁파가 가능하다면 굳이 분도라는 행정비용을 치를 필요없이 지금 단행하면 된다.수도권을 강력하게 옥죄고 있는 각종 규제는 비수도권 지역의 강력한 정치적 압력 때문이다. 이 압력이 분도가 된다고 경기북부에만 예외적으로 다소곳해질 리 없다. 분도를 통한 경기북부 발전 구상은 국가균형발전론자들의 기계적 수도권 규제논리와 정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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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철거위기 몰린 수원 산업화의 상징 '영신연와' 지면기사
우리나라 산업화의 상징적 건축물인 수원 '영신연와'를 놓고 개발과 보존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영신연와는 민간이 추진하는 도시개발구역에 포함돼 지난 2012년부터 개발을 추진해 왔지만, 문화계에서 지난해 학술용역 결과 보존 가치가 인정된 만큼 도시재생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영신연와를 포함한 인근 부지 24만8천여㎡는 지난 2012년 고색지구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돼 민간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환지방식의 개발사업을 통해 공동주택이 들어설 예정이지만 10년 넘게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개발을 추진하는 쪽에선 공장을 철거하고 기록 일부를 전시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하지만 영신연와 지키기 시민모임은 이미 있는 건축물을 보존하는 대신 철거한 후 미니어처 등으로 일부를 전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수원시도 영신연와를 보존하려면 사유지인 용지를 매입해야 하지만, 도시개발 문제가 얽혀 지난해 용역 결과 후 어떠한 조치도 없는 입장이다. 시는 '지난해 12월 학술용역 결과가 나오면서 보존하는 방향으로 협의했지만, 이미 조합이 결성됐고 도시개발 문제가 얽혀 있어 아직 정확하게 보존을 하는 것인지는 정해진 바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지난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도시화와 산업화로 1973년에 건설된 서수원의 벽돌공장 영신연와는 우리나라 경제성장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꼽힌다. 이곳은 벽돌을 굽던 가마터와 야적장, 노동자 숙소 등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시설 내·외부는 비교적 낡았지만 위용은 50여 년 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있다. 특히 벽돌을 굽던 영신연와의 가마는 독일의 화학자 호프만이 개발한 '호프만 가마'로 둥근 모양을 하고 있어 철판으로 칸막이를 조절하도록 구조를 개조, 소성기술의 혁신을 주도한 산업화 시대의 유물이다. 하지만 1990년대 아파트 건설 붐으로 인해 벽돌 수요가 줄어들면서 호프만 가마는 점점 사라져 지금의 영신연와만 남았다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시대를 상징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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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문화유산이 불편하다 지면기사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본의 강제징용 피해 왜곡을 개선하라고 경고했다. 일본이 2015년 6월 '군함도'(端島·하시마섬) 등 7곳의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을 포함한 23곳의 근대산업시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당시 약속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후속조치' 미이행에 대한 비판 결정문을 채택한 것이다. 일본의 기만적인 세계유산 등재는 이번만이 아니다. 히로시마 원폭 돔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할 당시, 핵폭탄의 가공할 위력과 핵전쟁의 참혹함을 증거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작 세계문화유산 지정 후에는 평화 가치를 환기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입은 전쟁의 피해를 강조하는 수단으로, 심지어 우익의 재무장론을 선전하는 도구로 활용해왔다. 일본의 기만행위만 질타할 때가 아니다. 역사와 기억을 대하는 우리 사정도 그리 떳떳지 않기 때문이다. 강화도 관방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 무산개항장 문화지구·캠프마켓도 논란 이어져 인천시는 강화도 관방유적의 가치를 알리면서 효과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방안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해 왔다. 일본 군함 운요호의 침략현장인 강화 초지진과 미국 태평양 함대가 조선 수비군을 궤멸시킨 광성보를 비롯한 강화도 관방유적은 조선후기 일본, 미국, 프랑스 등 여러 세계열강과의 전투가 벌어졌던 장소들로, 세계유산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어 왔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2016년 문화재청의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잠정목록까지 제출하였지만 강화군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 7월에는 유네스코 세계위원회에서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는 '경사'가 있었지만, 한국 최대 규모의 강화갯벌은 정작 포함되지 못했다. 주민들의 어업활동 위축을 우려한 강화군의 반대 때문이다.개항장 문화지구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13년에는 구청장이 개항장 문화지구 일대의 건축물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인천시에 건의해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2015년에는 중구 주민들이 식민지기에 건축된 일본식 건물을 문화재로 지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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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로봇과 인류의 미래 지면기사
올해는 로봇 탄생 101년이 되는 해다.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1890~1938)는 1920년 세계 최초로 로봇을 소재로 한 희곡 '로섬 유니버설사(社)의 로봇'을 발표한다. 그러나 이 작품이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 것은 1921년 1월25일이니 '로봇'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올해가 사실상의 백주년이 되는 셈이다. 로봇의 반란과 인간의 멸종이라는 당시로서는 매우 충격적이고 신선한 이 이야기는 당연히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로봇은 약간의 시차를 두고 한국문학사에도 등장했다. '개벽'지 기자이자 소설·평론 등을 겸업(?)한 회월 박영희(1901~?)가 이 작품을 '인조노동자'(1925)란 이름으로 '개벽'지에 번역, 소개하였던 것이다. 이후, '사의 찬미'로 한참 성가를 올리던 가수 윤심덕(1897~1926)과 함께 현해탄에서 동반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극작가 김우진(1897~1926)도 연극평론 '축지 극장에서 인조인간을 보고'(1926)를 발표했다.이어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1920~1992)는 '나, 로봇'(1940)이라는 단편집을 통해서 그 유명한 '로봇공학 3원칙'을 발표한다. '인간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되고, 인간의 명령에 따라야 하며, 로봇은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로봇공학 3원칙'은 2006년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서 국가표준규격으로 채택되기도 하였다.로봇공학의 발전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함께 공존한다. 로봇이 가져올 생활의 편리와 경제성이 장밋빛 희망의 영역이라면, 로봇의 도입으로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는 다보스포럼의 예측은 매우 걱정되는 대목이다. 8월 현재 코로나19와 최저임금 등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알바를 전전하는 사실상의 실업자가 491만명에 이르며, 알바 자리를 두고 20대와 60대가 경쟁하는 민망한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이런 판국에 2035년이면 인공지능과 결합된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모든 지성을 초월해버리는 특이점이 올지도 모른다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인류사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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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타운하우스의 명암 지면기사
안전거리가 유지되는 쾌적한 주거공간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아파트를 벗어나 주택에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타운하우스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각광받았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타운하우스'라는 주거형태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A씨도 타운하우스의 견본주택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장점을 채택한 주거형태라는 분양상담사의 말에 망설임 없이 계약했다.그러나 이후에 문제가 발생했다. 한 필지에 두 동으로 지은 듀플렉스 형태의 단독주택이라 이웃과 땅의 지분을 공유한다는 점이 주택담보대출이나 향후 매각 시 걸림돌이 될 것이었다. 또한 공동주택이 아닌 단독주택으로 건축허가를 받은 집이라 생활시설이나 관리가 공동주택보다 불편했다. A씨는 "내가 사는 단지는 오수관 맨홀이 이웃집 마당에 있어 문제가 생기면 이웃집 마당에서 공사를 해야 한다"며 "자동차를 잘 모르면 손해보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집도 건축법이나 대출관련 규정을 모르면 곤란한 일을 당하게 되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A씨는 타운하우스 시행사와 분쟁을 겪는 여러 지역의 계약자, 입주자들과 모임을 만들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시행사가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교묘하게 제도를 이용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의왕에서도 최근 타운하우스를 둘러싼 문제가 불거졌다. 입주계약자들은 "시민들이 다양한 주거공간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자체, 정부가 주택 관련 규정을 명확히 정비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zuk@kyeongin.com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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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지구라는 별의 파수꾼으로서의 숲 지면기사
폭염의 계절에도 가끔 숲을 찾는다. 울울창창하게 빽빽한 곳은 아니고 여러 그루의 나무가 단란하게 모여 있는 아담한 뒷산일 뿐이지만 말이다. '숲이 우리의 미래다'라는 슬로건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시대에 잠깐이나마 삶의 쉼터가 되어주는 것이 이처럼 고요한 숲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고 보니 숲과 고요는 서로를 닮았다. 우리는 숲의 고요 안에서 수명을 다한 고목과 자라가는 어린나무를 함께 바라보게 된다. 생로병사라는 삶의 과정을 고스란히 은유하는 장면을 숲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 우리는 활자 너머로 어떤 비(非)언어적 계시가 전해져오는 강렬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느님은 이처럼 은은한 계시를 통해 신성의 기운을 전하고 그때 나무는 신이 흘려보내는 계시의 순간을 우리에게 건네주는 우주의 적자(嫡子)로 태어난다. 산불로 잿더미 된 숲 안타까워하고홍수땐 나무의 존재를 아쉬워한다 윤동주는 '나무'라는 작품에서 '나무가 춤을 추면/바람이 불고,//나무가 잠잠하면/바람도 자오'라고 노래했다. 과연 나무는 춤을 춘다. 바람이 불어 가지가 움직이는 것이지만 시인은 나무가 흔들리니까 바람이 불고 나무가 멈추니까 바람도 잠잠한 거라고 원인과 결과를 바꾸어놓는다. 춤과 잠잠함을 반복하면서도 나무는 가장 오랜 기다림으로 서 있는 존재로 우뚝하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는 소나무의 기상을 말하고 대나무의 절개를 떠올릴 때, 그들 육체에 깃들인 신성한 기품을 인간의 윤리적, 인격적 자질과 연루시키곤 한다. 그들 안에 흠모할 만한 어떤 속성이나 기운이 들어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나무가 정신적 고처(高處)를 비유하는 데 알맞고 우리 삶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친숙한 대상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백석은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이라는 작품에서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보며,/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어두워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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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가보훈처가 다시 한 번 거듭납니다 지면기사
K-민주주의, K-문화, K-방역. 다양한 단어 앞에 K(Korea)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대한민국이 여러 분야에서 세계의 중심이 되고, 세계 각국에서 우리나라를 타의 모범이 되는 국가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점을 이 단어들이 여실히 보여준다.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한순간에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이 아니다. 6·25전쟁, 4·19혁명, 5·18 민주화 운동 등을 거치며 국가수호와 자주독립, 민주화를 위해 목숨 바친 이름 모를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국난의 위기를 찬란한 빛으로 바꾸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은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을 지원하는 기관이 바로 '국가보훈처'다. 국가유공자 합당한 보상위해올해 보상금·수당 인상 오는 8월5일로 '창설 60주년'을 맞이하는 국가보훈처는 1961년 8월5일 전쟁희생자 보상 중심의 군사원호청으로 첫발을 내디딘 이래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보훈 가족의 명예를 선양하고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보상금 지급 및 교육, 취업, 대부, 의료, 재가복지, 국립묘지 안장까지 생애 주기에 맞는 시의적절한 보훈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해왔다.국가보훈처는 장기복무제대군인의 사회정착지원으로 현역장병의 사기를 진작시켜 국가안보의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부처로서 기능을 확대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예산규모는 창설 첫해인 1961년 17억5천740만원에서 60년이 지난 2021년 5조8천350억원으로 늘었다.올해 국가보훈처에서는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에 합당한 보상을 위해 보상금과 수당을 인상했다. 100개소의 위탁병원을 추가로 지정해 국가유공자가 거주지 가까운 곳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환경 개선에 대한 지원도 강화했다. 국가유공자 안장 수요에 대비하여 제주와 연천에 국립묘지를 추가로 조성하고 전국에 산재한 국가유공자의 합동묘역을 국립묘지에 준하는 '국가관리묘역'으로 지정해 관리할 뿐만 아니라 장례지원 대상을 기초수급자 전체로 확대하는 등 국가유공자 한 분 한 분께 생애 마지막까지 최상의 예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