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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의원, 특권만큼 국민을 더 섬겨라 지면기사

    전쟁과도 같은 선거가 끝났다. 거리 곳곳을 누비던 형형색색의 무리들도 어느새 사라지고, 총성이 멎은 듯 온갖 소음들도 뚝 그쳐버렸다. 막말 논쟁, 보수와 진보, 기성세대와 젊은이들 간의 대립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은 한층 더 성숙해진 민주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대립과 갈등 속에서도 별 탈 없이 평화적으로 주권을 행사했고, 상대에 대한 고소 고발 등 고질적인 병폐도 많이 줄어들었다. 정치의식이 성숙하면서 지지하는 정당과 노선은 달라도 마음껏 비판했고, 입장을 달리하고 있음에도 소중한 한 표를 던졌다. 국민들의 정치를 바라보는 의식수준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모두가 느낀다.오히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아 정치를 하는 선량(選良)들이 더 걱정될 뿐이다. 당선만 되면 표를 준 유권자들을 잊기 일쑤다. 40일 남은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6천639개 법안이 쓰레기통으로 자동 폐기될 위기다.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각종 특권에 비해 국민들이 이들에게 거는 기대치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의원의 금배지 무게는 6g에 제작비 2만5천원에 불과하지만 수반되는 특권은 무수하다.헌법으로 보장된 불체포 특권과 면책특권 입법권이다. 현행범인이 아닌 이상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기업·공기업, 이익단체, 정부 공무원들이 설설 긴다. 그만큼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특권보다 더 놀라운 혜택도 있다. 월 세비 624만5천원에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정근수당과 명절 휴가비 등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연간 1억2천만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받는다. 4급 2명을 포함한 9명의 보좌진에게 연간 3억6천880만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여기에 KTX 선박 항공기(비즈니스석)가 공짜다. 국회의원 1인당 6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된다. 게다가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은 평생동안 월 120만원씩의 연금을 지급받는다. 이 법안이 2010년 국회를 통과했을 때 여야 통틀어 고작 2명만이 반대했다. 앞에 열거한

  • 선악 이분법이 지배하는 한국정치

    선악 이분법이 지배하는 한국정치 지면기사

    지금 전국에서 유권자들의 투표가 진행중일 것이다. 19대 국회를 구성할 여야 국회의원들을 선출하는 날이다. 어제 일기예보가 맞다면 봄비가 추적추적 내릴테니 투표장을 향하는 발길이 성가실 법하다. 애꿎은 봄비를 탓할 일이 아니다. 흔쾌하게 투표소를 찾아 기쁜 마음으로 원하는 후보와 정당을 선택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어제까지 치열하게 전개됐던 선거운동을 복기해 보면 투표장을 향하는 유권자의 발걸음이 무거운 이유가 자명해진다. 국민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양립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패거리들이 주고받은 저주와 악담을 들어야 했다. 더욱 끔찍했던 것은 진영 논리로 무장한 성선과 성악의 정치였다. 자기 진영의 가치와 사람은 무조건 선하고, 다른 진영의 그것들은 무조건 악하다는 교조적 신념. 보통 국민에게는 너무 무서웠다.결국 끝까지 완주한 '나꼼수' 출신 김용민을 예로 들어보자. 서른여덟 김용민이 서른살에 내뱉은 막말은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었다. 그 자신도 "내가 한 말인가를 의심할 정도로 당황스러웠다"고 고백했다. 눈물도 흘렸다. 그를 공천한 민주통합당은 순식간에 공황상태에 빠졌다. 그 이후의 상황을 중언부언할 필요는 없다. 민주통합당은 김용민을 공천했고, 그는 살벌한 비난 여론에도 불구 완주했으며, 오늘 노원갑 유권자들이 표로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무엇이 김용민의 완주를 가능하게 했는가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나꼼수 지지 세력의 변함없는 성원 덕이 크다. 나꼼수 공동진행자인 김어준은 "김용민이 자폭하면 민주당 다죽고 야권 다 죽는다"고 말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사퇴권고를 개그로 받아쳤고 공당인 민주통합당의 고민은 길거리에서 면박을 당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저는 김용민을 신뢰합니다"라며 공식적으로 면죄 발언을 하사했다. "김용민이 바뀐다면 새누리당 후보에 비할 수 없이 낫다"는 이유를 댔다. 그들에게 김용민의 막말은 과거일 뿐이었다. 그 막말로 오늘의 김용민을 다시 볼 여지는 없는지, 고민한 흔적이 없다. 나꼼수와 이정희의 쿨한 태도는 선악의 이

  • 부실한 청년실업 공약

    부실한 청년실업 공약 지면기사

    "장가갈 수 있을까…. 통장 잔고 없는데 장가갈 수 있을까. 이러다 평생 혼자 사는 거 아냐?"연중 최대의 결혼성수기를 앞둔 시점에서 웬 생뚱맞은 소리인가. '커피소년'이란 무명가수가 부른 '장가갈 수 있을까'란 제목의 노래가사 일부이다. 근래 들어 결혼건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1998년 37만4천 건에서 2007년에는 34만4천 건으로 줄어들더니 지난해에는 32만9천 건으로 13년 만에 무려 4만5천 건이나 축소된 것이다. '나홀로' 가구수 급증 및 고시원이 청년들의 주거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원인 중의 하나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젊은이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열악해지고 있는 때문이다.지난 2월 기준 실업률은 4.2%이나 청년실업률은 무려 2배 이상인 8.7%로 지난해 4월 이후로 가장 나쁘다. 아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6.7%의 절반수준이어서 다행이라 판단할지 모르나 낙관은 금물이다. 선진국의 경우 취업자와 실업자가 정확히 구분이 되는 반면에 한국은 가끔씩 아르바이트하거나 가사를 돕는 실질적 실업자수가 상당한데 이들이 모두 취업자로 간주되는 탓이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추계한 국내의 잠재청년실업률은 21.2%였다.빈둥빈둥 노는 젊은이 수는 사상최고를 기록 중이다. 15~34세 청년 니트(NEET)족은 2003년 75만1천명에서 이미 100만명을 능가했다. 대졸 이상의 고학력 룸펜 증가가 특히 두드러진다. 교육비 대느라 허리가 휠 정도였는데 이젠 늙은 자식까지 거두어야만 하는 캥거루 부모들의 신세도 딱하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의 15~34세 니트족수는 63만명으로 총인구 대비 0.49%인 데 반해 한국은 2%로 일본에 비해 무려 4.08배나 높은 실정이다.청년근로자 고용의 질도 갈수록 나빠지는 추세이다. 지난해 15~29세 시간제 근로자수는 43만9천명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작성을 개시한 2003년에 비해 무려 45.1%나 증가한 것이다. 그나마도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는 업종보다는 주로 편의점이나 식당, 주점 등에서 저임금의 단순업무로 아까운

  • 기업가정신 대변하는 정치는 왜 없나

    기업가정신 대변하는 정치는 왜 없나 지면기사

    4월 총선 정국이 무르익으면서 많은 정책 공약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경제에 긴요한 공약이 빠져 있어 마음이 불편하다. 바로 기업가정신에 대한 정책이다. 아마도 많은 정치가들이 기업가정신을 말하는 것은 아직 대중에게 주는 호소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침착하게 생각해 보자.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의 현안을 풀어주는 대책으로 기업가정신을 육성하는 것 만한 방책이 없다. 한국경제의 당면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유망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과제도 모두 기업가정신에서 잉태됨을 절감해야 한다.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정치가들이 외면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대학에서 기업가정신을 강의하는 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청년들에게 창업을 강권하지 못하는 비애(悲哀)를 절감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가로서 감당해야 할 위험과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젊은 인재들이 기업가로서 겪을 험난한 경로를 생각하니, 기업가정신이 중요함을 알면서도 유능한 동량(棟梁)들에게 창업자로서의 인생을 권장할 용기가 선뜻 나지 않는 것이다. 한국경제에서 창업자가 감당해야 하는 위험은 상당하다. 특히 자신이 창업한 기업이 실패했을 때 개인이 그 위험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 이런 정도의 높은 위험이라면 창업자로서 인생을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경제가 선도경제로 도약하려는 현 시점에서, 창업기업가의 위험에 대해 합리적인 조정이 진정으로 시급하다. 정치가들이 앞장서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해 주기를 간절히 고대한다.젊은 인재들이 대학문을 나서면서 대기업을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창업 성공을 높이는 것과도 연관된다. 현재 기업가로 성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책은 일단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다. 거기서 일정기간 산업관행과 실무를 학습하고, 또 구체적인 판로와 사업아이템을 포착해서 자신의 사업체를 시작하는 경로가 성공확률이 가장 높은 것이다. 이런 개인경력 인센티브 체계에서는 고급인력이 대기업에 취업하겠다는 욕구를 저지할 수 없으며, 결국 대기업 중심의 인력수급을 깰 수 없다. 대기업이

  • 기로에 선 문예회관 정책

    기로에 선 문예회관 정책 지면기사

    문화예술회관 운영 정책이 일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가장 대표적 문화기반시설인 문예회관 시설현황은 2010년말 현재 192개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10년 전에 비해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정부와 지자체가 광역시도와 기초자치단체당 1개소 이상의 문예회관 건립을 목표로 확충하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기 때문이다.인천의 경우 종합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하여 강화군·계양구·서구·부평구·남동구·중구에 문예회관이 건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나머지 자치단체도 문화회관을 조성하거나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몇몇 지자체는 지역 문화예술활동의 거점인 문예회관이 없어 문화 활동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문예회관을 건립한 지자체도 운영비와 인력부족으로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문예회관은 공연과 전시를 중심으로 예술작품의 발표와 문화행사가 이뤄지는 복합문화예술 시설이기 때문에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기관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치단체에서는 문예회관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설공단에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경우 최소 인원으로 시설을 운영하기 때문에 비용절감 효과는 거둘 수 있으나, 공연장 대관 업무 위주의 소극적 운영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시설을 지어놓고 정작 가동은 하지 못하는 셈이니 이런 문예회관은 문화적 '전시물'에 가깝다.그래서 수도권의 일부 지자체는 문예회관의 전문화와 효율적 운영을 명분으로 지역의 문예회관을 민간 위탁으로 전환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경우 문예회관 운영에 전문성과 자율성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기획과 홍보는 물론 회관운영과 관련된 다양한 전문가를 필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채용할 수 있으며, 운영 기술도 축적될 수 있다. 그러나 위탁운영 업체로서 비용절감과 수익 창출에 급급할 경우 예술의 상업화와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도 높아진다.공공 공연장이 경영 효율화를 추구할 경우, 결국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대중성 있는 문화 예술을 주로 공연하는 상업공간으로 변질하게 되고 그것은 문화 생태계를 단순화하는 역효과를 낳게

  • "개혁? 쇄신?" 당신들이 할수 없는 일

    "개혁? 쇄신?" 당신들이 할수 없는 일 지면기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국회 의석수를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렸다. 당초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경기도 파주, 용인기흥, 용인수지, 수원권선, 여주·이천 선거구를 비롯해 8개 선거구를 분구하고, 5개 선거구에 대해선 통합하도록 국회의장에게 건의했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편차 3:1 권고를 맞추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친 결과였다. 그러나 획정위의 권고안은 정개특위로 넘어가면서 누더기로 변했다. 지역구를 사수하려는 의원들과, 표밭의 분할 등기를 유지하려는 여야 지도부의 이해타산이 맞물리니 합의가 가능할 리 없었다. 중앙선관위가 '이러다가는 선거도 못치르겠다'며 이번 총선에 한해 300석으로 의석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불감청이언정 고소원, 정개특위는 선관위가 건넨 당의정을 꿀떡 삼켰다.이런 사람들이 정치개혁을 '특별히' 하겠다는 위원회에 앉아 있다. 안다. 정개특위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당 지도부의 '오더'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누구 하나 당 지도부보다 국민 여론에 순응할 처지가 아니다. 그들도 공천을 받아야 하는데, 한 석이라도 유리한 선거구를 만들거나, 유지하라는 지도부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 여론은 수없이 국회의석수를 줄이라고 요구해왔다. 비효율적인 정치풍토를 개선하려면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 다양하게 분화 중인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학계와 민심의 요구였다. 그런데 거꾸로 간다. 여주는 양평·가평에 묶이고 수원권선, 용인수지, 용인기흥의 일부 동네는 행정구역을 넘어가 딴 동네 사람을 선출해야 하니, 그들의 민의가 제대로 대변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이렇게 특별하게 자신들만 챙겼다.여야 여성 대표들이 외친 '쇄신 공천'도 뚜껑이 열리자 허접한 실체를 드러냈다. 민주통합당의 1차 공천자 명단은 친노세력과 열린우리당 시절 486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불법자금 수수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 삼화저축은행에서 돈 받아 쓴 공동정범으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임종석 사무총장이 공천을 받았다. 강원도 어느 지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직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지면기사

    우리나라의 2월은 1월보다 상대적으로 평균기온이 높으나 이번 겨울에는 거꾸로다. 추위의 절정기인 1월 중순 서울 기온은 섭씨 0도로 평년(-2.4도)보다 높았지만 2월 들어서는 수은주가 평균치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가장 추웠던 날도 작년은 1월 16일이었으나 올해는 2월 7일로 한랭시즌 자체가 뒤로 밀린 느낌이다. 3월이 코앞인데도 봄을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이다.올봄의 경제 기상(氣象)도 날씨처럼 변덕스러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스의 재정위기 강제수습시한이 초읽기에 돌입한데다 이란발 긴장고조가 점입가경인 때문이다. 금년부터 미국의 국방수권법이 효력을 발휘함에 따라 세계 각국의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EU가 오는 7월부터 이란산 원유수입 전면금지를 선언한 터에 이란석유 최대수입국이자 심정적 동조국인 중국까지 가세할 조짐이니 말이다. 중동에서 또다시 전운(戰運)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미국정부의 고민이 가장 크다. 유럽발 경제부진이 점차 가시화되는 터에 중동전쟁이 재발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연말 재선은 물 건너갈 수도 있는 탓이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만 끌 수도 없는 상황이다. 매파인 공화당의 정치공세가 점증하고 미국 군부까지 우유부단한 행정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사회에 영향력이 큰 유태인 유권자들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개발은 묵인하면서 이란은 불용(不容)하는 미국의 이중잣대에 대한 국제적 시비우려도 걸림돌이다. 더 큰 골칫거리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정부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이란에 대한 군사대응을 천명한 것이다. 미국주도의 경제봉쇄가 기존 핵시설 이전 등 이란에 시간만 벌어줄 뿐만 아니라 자칫 이란이 핵무장할 경우 무력화(無力化) 비용이 훨씬 더 클 것이란 판단이다. 이르면 3~4월중에 이란 핵시설을 파괴할 움직임마저 간취된다. 미국의 동의가 선결과제이나 낙관은 금물이다. 이란과 이스라엘간의 요인암살경쟁이 첨예화되는 터에 이스라엘은 지난 2007년에도 시리아의 핵 원자로를 임의로 공습한 적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 중소기업은 '차별화'로 자란다

    중소기업은 '차별화'로 자란다 지면기사

    한국경제에서는 왜 실리콘밸리와 같은 '작은 기업 성공사례'가 없을까? 서구(西歐) 학자들에 의하면 창조적인 혁신은 작은 기업에서 나오며, 대기업들은 과거의 성공방법을 믿고 자만하여 오히려 창조적 혁신에 뒤떨어진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하버드 대학의 크리스텐슨 교수는 '파괴적 혁신' 현상을 지목하며, 많은 대기업이 작은 벤처기업의 혁신에 의해 파괴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여전히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10년동안 대기업의 실적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한국경제가 가진 특유의 수수께끼이다.이 수수께끼의 답은 한국경제의 성장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경제는 추격(catch-up) 전략으로 성장했다. 즉, 표준화된 제품시장에서 선두기업을 타깃으로 설정하고 빠른 추격을 통해 그 선두기업을 밀어내어 시장지배자의 위치에 올라서는 전략으로 성장했던 것이다.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업종들인 철강, 반도체, 휴대전화, TV, 조선 등 모두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성장했다.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는 이런 표준화 상품의 조립생산에서는 혁신역량이 승부를 결정짓는 요인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뛰어난 판단력, 대규모 투자, 빠른 추진, 철저한 경영 등이 중요할 뿐,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에서 느끼는 제품의 혼(魂)과 같은 혁신적 창조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세계시장이 혁신이라는 무기로 싸우는 전쟁터로 변모하면서, 표준화 제품의 조립생산에서 확보한 강점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의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서구의 '작은 기업 성공론'에 주목하여 혁신에 강한 중소기업 육성을 본격화할 시점으로 생각된다. 당장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맏형님'의 의젓함을 보이지 못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쌓은 대기업의 경쟁력이 무너져도 좋다는 생각은 미숙한 생각이다. 한국경제를 키워온 수출(輸出)만 보더라도, 당장은 대기업 없이 현재 실적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미래는 현 실력자인 대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혁신역량이 강한 중소기업들을 선별해서 육성하는 방책에

  • '추락'하는 것과 '날개'

    '추락'하는 것과 '날개' 지면기사

    '모든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구절은 독일의 여류시인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작품 '잔치는 끝났다'의 한 구절이다. 사실 이 시의 구절은 '지금은 대추야자씨가 싹트는 시절'이라는 행에 이어져 있어서 문맥적 의미가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투어처럼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아마도 추락하는 것들이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역설적 표현이 주는 효과 때문일지도 모른다. 날개가 있는데 왜 추락하느냐는 의문이 들지만 날개가 없는 존재는 날지 않기 때문에 추락할 수도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결국 추락하는 것은 반드시 날개를 지닌 존재여야 한다는 말을 수긍하게 된다. 날개를 가진 존재는 언젠가 추락하게 될 운명인 것이다. 물론 도도새처럼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한다면 추락할 염려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도도새가 멸종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인간이나 포식자들이 다가와도 날지 못한 탓도 있었을 터이니 그들은 추락보다 더 큰 비극을 겪은 셈이다.그런데 조류가 아닌 우리 인간에게 '날개'란 무엇일까? 날개는 흔히 자유를 환기하는 기호이지만 상징적 의미는 욕망과 관련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의 이야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미노스왕의 노여움을 사서 미궁에 유폐되어 있던 다이달로스는 아들인 이카로스에게 새들의 깃털을 모아 날개를 붙여서 탈출하게 만든다. 그런데 미궁을 탈출한 이카로스는 태양 가까이 가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하늘로 계속 날아 올라가다가 결국 날개를 붙여놓은 밀랍이 녹는 바람에 추락해 죽고 만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된 이카로스의 날개는 인간의 지나친 호기심이나 과도한 욕심은 화를 초래한다는 교훈적 의미로 사용된다.흑룡의 해라고 불리는 올해 총선과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의 장래가 결정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는 중국과 북한의 권력이 교체되거나 교체 중에 있으며, 유럽에서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또 러시아와 미국에서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세계적인 권력 재편의 해다. 이 과정에서 승천하려는 용들의 일대 격전이 벌어지고 승천하는 용들

  • 살생부(殺生簿)와 아름다운 퇴진

    살생부(殺生簿)와 아름다운 퇴진 지면기사

    요즘 한 종합편성 채널의 연속극 '인수대비'가 인기다. 종편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바닥 시청률인데 비하면, 이 드라마는 꾸준히 일정 비율의 시청률을 보인다고 한다. 수양대군의 집권 과정, 그의 며느리인 인수대비의 집요한 권력욕이 시청자들을 끄는 모양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정치 계절인 요즘 시대와 맞물려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더 든다.요사이 전개되는 드라마 인수대비의 핵심은 살생부(殺生簿)다. 수양대군이 자신의 집권을 반대할만한 신하들을 죽이기 위해 작성한 명부다. 살생부에 이름이 올랐던 영의정 황보인, 좌의정 김종서, 이조판서 조극관, 좌찬성 이양 등이 참혹한 죽음을 맞는다. 이를 주도한 이가 바로 한명회이고, 이 난이 계유정난이다.인류 역사에서 정치적 위험 인물이나 라이벌을 제거하는 방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살생부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특정인을 추방하기 위해 실시한 오스트라키스모스(ostrakismos)가 비밀투표를 통해 좀 민주적으로 정적을 추방했다면, 살생부는 미운 털이 박힌 자를 맘대로 정해서 손보는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점에서 더 잔인한 방법으로 통한다.우리 역사에서도 살생부는 정권을 차지하거나 유지하는데 늘 등장했다. 조선시대만이 아니다. 최근 정권에서도 살생부는 예외없이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시절엔 출처 불명의 '민주당 살생부'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민주당 의원 94명을 특1등 공신에서 역적 중 역적에 이르기까지 7등급으로 나눠 나돌았다. 살생부는 정치권에만 있는 게 아니다. IMF 환란위기 때는 퇴출기업을 지칭하는 '기업 살생부'가, 2002년 한일 월드컵때는 대표선수의 선발을 놓고 '히딩크 살생부'가 등장하기도 했다.최근 4·11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그 말 많은 '공천 살생부'가 또 등장했다. 그것도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먼저 나왔다. 민주통합당에서도 언제 나올지 모른다. 출처가 명확치는 않지만 한나라당의 공천 탈락 살생부에는 인천 4명, 경기도 9명 등 13명의 경인지역 국회의원이 포함됐다고 한다. 명단에 오른 인물의 면면을 보면 나이가 많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