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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웰카운티 5단지 분양참패 어떻게 볼것인가 지면기사
최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추진한 '송도웰카운티5단지' 아파트 분양의 초라한 성적표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반공급 1천56가구 모집에 1~3순위 청약자가 56명에 그쳐 청약률 0.05%에 그쳤기 때문이다. 분양 실패의 수준을 넘어 청약률 제로에 가까운 결과에 부동산 업계와 송도국제도시에서 올 하반기 분양을 준비해 왔던 다른 건설사 등이 큰 충격을 받았다. 불과 몇개월 전에 포스코건설이 분양한 '더샵 그린스퀘어'가 11월 현재 계약률 70%에 이를 정도인데 웰카운티의 분양 참패는 도대체 무엇인가? 불과 5개월만에 부동산 경기가 더 안좋아져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의미인가? 인천도개공이 아파트를 분양한다고 하면 인천시민 누구나 잘 되기를 바란다. 시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공기업이어서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도 어떻게 해서든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특히 도개공의 아파트 브랜드인 '웰카운티'가 인천 곳곳에서 선전하면 다른 민간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보다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심정도 있다. 그동안 송도·청라·논현 등지에서 청약불패의 신화를 이어가던 '웰카운티'가 이번에 처음으로 매우 쓴맛을 보게 됐다.궁금한 게 있다. 도개공은 도대체 어떤 생각과 전략을 갖고 이번 아파트 분양에 나섰을까하는 점이다.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경기가 좋지않다는 건 누구나 알고있는 일이다. 더구나 연세대복합단지, 삼성 바이오단지, 국제학교, 동아제약 유치, 롯데쇼핑몰 가시화 등의 호재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송도국제도시가 예전과는 달리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나, 중대형 미분양 물량이 2천여채나 쌓여있는 등 대형 건설사 브랜드도 고전을 하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들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웰카운티'가 분양에 나섰을 때는 뭔가 특별한 게 있을 줄 알았다. 너무 기대가 컸던 것인가.이번에 '웰카운티'의 분양 실패에는 총체적인 문제가 함축돼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도개공은 시장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지 않고 분양에 나서는 등 전략을 세우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무주택자들이 청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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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정치했으니… 지면기사
몇년 전 우연한 기회에 한 정치 신인의 후원회에 갔는데 평소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하던 유명 정치인이 축사를 했다. 요지는 정치가의 자질론으로 "남보다 좀 더 근면성실해야 함은 물론 공부도 더 잘해야 한다. 정의감과 애국심, 정직성 측면에서도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어려운 사람들을 혜량하는 자비심"이라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나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정치 정서와 괴리가 큰 것 같아 실소(失笑)를 금치 못했다.정치인들의 나라사랑타령은 여전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한(?)한 애정 표현은 강도를 더하는 중이다. 그러나 서민들이 체감하는 정치 효용도는 더 악화되는 인상이다. 단적인 사례가 저임금과 고용 불안으로 대표되는 비정규직 600만명인데 전체 임금근로자의 34%를 상회한다. 또한 비정규직 3명중 1명이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란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실제 비정규직수는 이보다 훨씬 높다는 주장이다. 사내 하도급과 자영업체 근로자를 포함하면 800만명이 넘는단다.자영업자수의 증가도 간과할 수 없다.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이 계속되는 터에 불공정 거래가 심화되는 등 갈수록 경영 환경이 열악해짐에도 소상공인수가 작년보다 5만여명이 증가했다니 말이다. 오죽 고단했으면 레드오션임을 뻔히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있겠는가. 중소기업들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또한 정규직이라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물가는 천정부지인데 월급은 게걸음이어서 갈수록 생활이 팍팍해지니 말이다. 연소득 2천만원 미만 저소득층 가계의 생계용 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카드·저축은행·신협·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의 고금리 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설상가상이어서 가계대출 부실문제가 언제 불거질지 불안하다.소득분배 불평등을 보여주는 지니계수가 1997년 0.264에서 지난해에는 0.310으로 급속히 악화된 것이 방증한다. 최하위계층의 평균 소득은 1998년 38만2천원에서 지난해 59만9천원으로 56.8% 증가한 반면에 최상위계층은 165만8천원에서 328만9천원으로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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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성공스토리 발굴해야 한다 지면기사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연고팀 덕분에 인천의 가을은 다시 축제마당이었다. 비록 한국시리즈를 제패하지는 못했지만, 인천시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기회로는 충분했다. 야구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국야구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해 있어 볼만한 게임이 연출된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지금 내로라하는 투수들의 구질을 보면 놀라운 수준이다. 이들이 이런 수준의 실력을 갖추기까지는 선배들인 박찬호와 선동렬 등이 메이저리그와 일본리그에서 보여준 성공스토리가 큰 밑천이 되었음이 분명하다.세계무대에서의 성공스토리가 늘어나면서 많은 청소년들이 메이저리그 선수로서의 희망을 품었으며, 이에 따라 선수들의 기량은 한층 커졌다.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또 그들의 엄청난 기량을 관찰하면서, 선동렬·박찬호·서재응·추신수 선수들이 만들어준 성공스토리가 얼마나 중요했나를 다시 실감한다. 현재 한국야구의 수준은 그동안 초·중·고 야구선수들이 박찬호 키즈 또는 선동렬 키즈로서 메이저리그 수준의 기량을 연마한 결과인 것이다.기업 현장에서도 이런 성공스토리의 존재가 절실하다. 한 기업이 창업하면서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할 때, 그 기업을 '본 글로벌(born global)' 기업이라고 부른다. 전 세계의 숨겨진 챔피언 기업들을 발굴해 온 독일의 헤르만 지몬 박사에 의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렇게 사업탄생 시점부터 글로벌 경쟁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결국 세계시장의 강자가 된다고 한다. 이들이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이유는 일찍부터 글로벌 수준의 기량이 없다면 세계무대에 나설 수 없다는 절박감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국내시장에서의 작은 경쟁에 만족하지 않았고 글로벌 강자를 꿈꾸며 지속적으로 기술을 연마한 결과인 것이다.한국 중소기업들이 하루속히 글로벌 수준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한국경제의 큰 희망임에 분명하다. 특히 인천과 같이 중소기업의 메카로서는 너무도 중요한 비전이다. 그런데 중소기업들이, 또 예비창업자들이 글로벌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세계시장에서 통했던 성공스토리이다. 그 스토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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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함'과 '통큼'의 문화론 지면기사
'착하다'는 말의 용례가 확장되고 있다. '착한 가격', '착한 가게'처럼 물건 값이나 영업 서비스에 대한 관용적 표현을 넘어 일반적인 가치척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본래 '착하다'는 말은 '착한 아이'의 용례에서 보듯, 사람의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는 의미로 쓰여왔다. 물건 값이 착하다거나 가게가 착하다고 하면 문장론으로는 오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언중(言衆)들은 언제부턴가 일상의 일과 사물에 이 형용사를 붙여쓰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약방의 감초처럼 쓰이지 않는 데가 없다. '착한 기술', '착한 결혼', '착한 대출'도 있으며 '착한 몸매'라는 표현이 있는 걸 보면 이 말은 모든 일과 사물의 평가 지표로, 심지어 심미적 기준으로까지 격상된 셈이다.그런데 '착하다'는 표현은 본래 자신이 직접 다녀온 음식점의 음식 맛과 가격, 서비스가 만족스러울 경우 이를 뭉뚱그려 평가하는 말이었는데, 인터넷에서 블로거들이 맛집을 소개하는 글을 통해 확산되어 관용적 표현으로 자리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 '착하다'는 말의 의미를 확장시킨 전파자들은 그리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깔스런 음식을 내놓는 먹거리를 찾는 보통사람들이다. 이들은 명품이나 신상품 구매에 열을 올리는 소비지향적 계층과 구별되는 알뜰파 서민들이다. 이들은 몸소 '착한' 가게를 찾아내서 그 정보를 취향이 비슷한 이웃과 자발적으로 공유하려 한다는 점에서 소박한 소비자 운동가들이라 할만하다.최근 몇몇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시민들의 취향을 반영하여 '착한 가게'를 지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 지자체는 '착한 가게'를 '업소 가운데 최저가이면서 평균 가격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는 업소로 자율적인 가격할인 참여를 통해 서민 생활물가 안정에 이바지하는 업소'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종래의 '모범업소'를 가격 중심으로 재명명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또 '착한'이라는 형용사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여 상업적으로 성공한 제품도 적지 않다. 대기업들도 최근 경쟁적 제품판매 전략보다는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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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 '쓰레기통' 인가 지면기사
인천 사람들이 착하기는 참 착한 모양이다. '쓰레기통' 발언, '수도권매립지 영구화' 소릴 듣고도 좀처럼 흥분하질 않는다. 시민단체나 일부 정치권에서만 몇마디 하곤 또 조용하다. 연일 악취로 잠 못 이루고, 집값은 떨어지고, 애들은 아토피에 고통을 겪어도 속앓이만 하는 모습이다. 인천이 '쓰레기 도시'가 계속돼도 정말 좋단 말인가. 정작 가해자인 수도권매립지공사는 시민을 향해 한방 때리곤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너무나 태연하다. 지역 언론에서 아무리 지적해도 꿈적 않는다. 오히려 더 당당하다. 매립지의 영구화는 그들의 사명이란다. 시민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수도권매립지는 또 무법천지다. 법도 없다. 허가도 받지 않고 마구 건물을 짓고는 관청 핑계만 댄다. 허가신청을 했는데 안 해줘서 부득이 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곳은 허가 안해주면 막 지어도 되는 '치외법권지역'인가.그 중심에 정치인 출신 조춘구 사장이 있다. 정부의 기관평가에서 D등급을 받고도 그는 불사조처럼 재선임됐다. 다른 공사의 사장들이 이 정도 평가를 받았다면 아마 벌써 집에 갔어야 했지만 그는 예외다. 여권에서 조차도 의아해 한다. 그는 재선임된 뒤 목소리가 더 커졌다. 얼마 전엔 인천의 한 대학에서 강연을 하면서 인천시민 및 정치권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는 "나를 쓰레기통에 박아 둔 것은 영구매립지를 만들라는 사명으로 알고, 두들겨 맞더라도 매립지를 영구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향해선 "주민들 표를 먹어보겠다고 정치세력이 그냥 다 덤벼들고 있다"고 톤을 높였다. 결국 그는 이말 때문에 국감장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긴했다. 그러나 조 사장은 '힘있는 국회의원들'에게만 사과를 했지, '힘없는 인천시민'에겐 아직까지 말 한마디 없다. 정말 인천 사람들을 '쓰레기통 시민'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사실 수도권매립지는 인천으로선 암적 존재다. 1992년 2월10일 쓰레기가 반입되기 시작한 이래 꼭 20년동안 1억t 이상의 쓰레기가 매립되면서 연간 민원이 6천건을 넘을 정도로 시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반입량 비율로 보면 서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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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문자 지면기사
한글, 훈민정음은 세계의 문자 중 가장 신비로운 문자로 일컫고 있다. 세계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만든 사람과 반포일, 글자를 만든 원리가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만든 이유가 서문(序文)에 자세히 적혀 있는 것도 희귀한 사건일 테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를 서로 사맛디 아니할쎄 이런 전차로 어린백성이 니르고저 할빼이셔도 마참내 제 뜻을 능히펴지 못할놈이 하니라. 내이를 어여삐 녀겨 새로 스물여덟자를 맹가노니 사람마다 수비니겨 날로쓰매 편아케 하고저 할 따라미니라.'한글에는 창제 이후 500여년 서민정신, 일반 국민인 백성들의 정서가 온전하게 담겨 있다. 대한민국 정신의 뿌리가 한글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말은 변한다'. 언어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정지된 시대가 없듯이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 새로운 말이 생겨나고 오랜 시간을 두고 있던 말도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고 기존 틀이 변형돼 전혀 다른 말로 바뀌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 말의 변화를 주도하는 매개체는 단연 인터넷을 꼽는다. 새롭게 만들어지고 확산속도가 빠른 말이 은어·비속어·신조어지만 우리말 찾기 운동으로 사장될 위기의 아름다운 말들을 다시 살려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인터넷이다. 순기능을 살리고 역기능을 자제케 하는 노력으로 말의 순화(純化)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일상 생활에서 역기능의 대표주자는 욕이다. 순간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기능도 있지만, 자주 뜻을 알고 사용하는 성장중인 학생에게는 정신세계와 행동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코이케 류노스케는 '생각버리기'에서 '푸념이나 험담을 하면 일순간 쾌감을 느끼는 것 같지만, 사실 부정적인 말에는 분노라는 독소가 포함돼 있어 결국 말하는 사람 스스로 불쾌한 감정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부정적인 말은 입에 담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과격한 영화나 드라마, 게임을 하고 난 후 행동을 살피면 영상이 뇌에서 지워지지 않은 또렷한 상태에서 연장선상의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아직 설익은 어린 학생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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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감사가 화근이다 지면기사
13년 전 외환위기의 파괴력은 엄청났다. 재계 3위의 대우그룹을 비롯한 30대 재벌의 3분의 1이상이 맥없이 무너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1997년 12월 한달 동안에만 무려 3천여 기업들이 줄도산하는 등 외환위기 3년 동안 기업부도 건수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였다. 덕분에 서울은행, 조흥은행, 외환은행, 제일은행, 한미은행, 동화은행 등도 막대한 부실대출로 주인이 바뀌거나 간판을 내려야 하는 비운을 맞았다. 거리마다 실업자들로 넘쳐나는 생경한 모습에 민초들은 경악했었다.정부는 경제 주권을 담보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급전 200억 달러를 차용해서 수습하는 한편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했다. 재벌들의 과도한 차입을 근절하기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를 부활하고 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을 한층 강화했다. 또한 기업 오너들의 고질적인 황제경영을 견제하기위해 사외이사제를 도입했다. 엉터리 외부감사로 일관했던 회계법인에 대해서도 철퇴를 가하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결과는 어떠한가. 금년 들어 2차에 걸친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통해 확인된 것은 실망 그 자체다. 수많은 서민예금자들이 또다시 화이트칼라범죄의 표적이 되었던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천만원이 예금된 저축은행 통장을 언론에 공개했음에도 뱅크런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실대출 근절을 공언했으나 립서비스에 불과했다.금융 감독 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 새마을금고나 진배없는 동내 서민금고에 '은행' 명칭을 부여해서 시중자금의 대거 유입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2000년대 말부터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B)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했음에도 수수방관했던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8·8클럽' 운운하던 모 저축은행의 BIS비율이 불과 1년도 못돼 마이너스 12%로 수직낙하한 점이다. 마치 1960년대 초에 불거진 증권파동이 연상된다. 이런 감독기관이 왜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회계법인들의 구태(舊態)도 여전하다. 이번에 새로 퇴출된 토마토, 제일 등 7개 저축은행들에 대한 감사보고서에서 모두 '이상 없음'으로 판정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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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게 글로벌화란 무엇인가 지면기사
중소기업에 글로벌화가 중요한 이유는 좁은 시장이 넓어지는 매력 때문이다. 특히 첨단산업에 속한 중소기업일수록 좁은 내수시장을 극복하는 돌파구로서 의미가 크다. 네덜란드 필립스(Philips) 같은 기업은 자국 내수시장이 작았지만 다른 유럽시장과 북미시장으로 진출하여 의료장비 사업에서 성공했던 것이다. 시장이 넓어야 연구 개발에 투자할 동력이 커지는 것도 불변의 진리이다. 내수시장이 크면 기술발전이 앞당겨지곤 하는데, 특히 기술진화의 초기단계에서는 내수시장 규모의 효과가 큰 편이다.의료기기 분야를 볼때, CT촬영기술을 발명한 미국은 자국 내부의 큰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GE(General Electric)라는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 냈다. 한편 내시경 분야에서는 위암환자시장이 넓었던 일본의 올림푸스(Olympus) 기업이 초기의 세계시장을 주도하게 되었다. 기술발전의 초기단계에서는 이렇게 내수시장이 큰 국가의 기업들이 주도권을 갖게 된다.큰 내수시장 덕택에 얻은 산업 주도권은 더 큰 연구개발 투자를 유인한다. 예를 들면 1900년대 초반까지 독일은 당시 대학의 연구 능력에 힘입어 화학산업에서 최강자로 군림했는데, 1920년대 들면서 미국은 독일을 제치고 화학산업에서 최강자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주도권 변화는 미국 정부와 산업계의 막대한 연구개발비 투자 때문이었다. 미국은 이 기세를 몰아 1950년 이후 화학산업에 뿌리를 둔 염료산업과 제약산업의 리더가 되며, 더 나아가 이들 산업과 연관된 바이오테크놀로지(BT)라는 첨단 영역을 개척하게 된다. 바이오산업을 주도하기 시작한 때는 1970년대 중반이었다. 이처럼 시장의 크기가 준 인센티브가 첨단산업의 주도권으로 연결되게 된다.한국의 첨단산업은 태생적으로 작은 내수시장을 극복해야 하는 숙명적 과제를 유산으로 물려받고 있다. 특히 바이오산업과 같은 개척해야 하는 업종의 중소기업에 글로벌 시장의 의미는 크다. 최근 인터넷과 교통수단의 덕택으로 작은 중소기업들도 세계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많아졌다 하더라도, 중소기업이 글로벌 현장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일은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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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육체' 지면기사
한국 사회는 서울대 융합대학원 안철수원장이 일으킨 '안풍(安風)'의 풍향과 정체에 대한 논의로 온통 뜨겁다. 문득 김해자 시인의 '바람의 육체'가 떠오른다. 그 시의 한 구절- "새벽 산길 도망갈 길 없는/ 모퉁이에서 마주친 바람/ 그에게선 산하를 떠돌다 온 행려의 냄새가 났다". 시인은 바람과 대면(對面)하고 행색과 체취를 느껴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바람이 불지 않는 시간은 없지만, 빛과 소리에 취한 우리는 바람의 존재를 망각하고 지낸다. 바람이 사나운 소리를 동반한 폭풍이 되어 삶의 터전을 뒤흔들 때에야 새삼 그 위력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때 뿐, 가뭇없이 사라진 바람처럼 바람에 대한 우리의 기억도 말끔히 지워버린다.'안풍'이라 부르는 현상의 팩트를 복기해보자. 9월 2일 한 인터넷신문에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검토'라는 내용의 기사가 한 인터넷 신문의 기사가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의 톱기사로,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의 뜨거운 화제가 되면서 바람은 시작되었다. 여론조사기관들은 안 원장이 출마한다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될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앞 다퉈 내놓았다. 닷새간 정국을 강타한 '안철수 돌풍'은 지난 6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 원장이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상식적으로 그의 불출마 선언으로 안풍은 멎어야 했으나, 이번엔 대선 주자로 부각되면서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하는 지지율로 나타났을 뿐 아니라 안원장에 대한 지지율은 고스란히 그가 '양보'한 서울시장 후보 박원순 이사에 대한 지지로 옮겨 갔다.안원장에 대한 지지율 폭등사태 한국은 물론 외국의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외형적으로 그는 닷새 동안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하다가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불과하지만 그 바람이 휩쓴 흔적은 역력하다. 위기감에 휩싸인 여야 정치권은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황급히 제시하는가 하면, 대선과 관련해서는 대세론의 위기를 지적하는 이도 있다. 그러니 여타의 대선후보들의 존재감은 아득해질 수 밖에 없다.안철수원장에 대한 지지율 폭등사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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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풍(安風)과 추석이후… 지면기사
'추석 행복하게 보내셨나요?' 새벽부터 휴대전화에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하도 많은 문자들이 쏟아지는 통에 건성으로 읽고 지워버리는 것이 습관화 된 필자도 잠시 색다른 내용에 눈길이 멈춰섰다. '안철수 얘기 좀 했나요?' 아~하 그랬지, 엊그제 추석 차례상 앞에 모처럼 함께 한 친지들의 대화 주제는 단연 안철수와 곽노현, 그리고 강호동이었다. 정치인도,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도 없는 평범한 집안 식구들이 모였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화제가 그쪽으로 흘러갔다가 그쪽에서 끝났다.좀 색다른 문자 메시지를 보낸 그 사람은 '족집게 도사'라도 된단 말인가. '천만에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하도 '안철수, 안철수'라고 말해서 추석안부 겸 그렇게 여러 사람에게 보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물가에 찌든 살림, 취업 못해 빈둥대는 자식 걱정 등이 주 메뉴가 돼야 할 자리가 이들 세 사람이 차지한 셈이다.그렇다면 '안철수 신드롬'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예전에 보지 못한 신선함과 그 반전이다. 지지율 50%인 사람이 5%에 깨끗이 양보하는 상식을 뛰어 넘는 통쾌한 반전이 답답한 국민들의 가슴을 때려 열광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인물에 그 정파, 식상함으로 찌든 우리 정치판에 던지고 떠난 그의 '메시지 여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철옹성이라는 박근혜의 지지도까지 단숨에 뛰어 넘지 않았는가. 국민들은 그래서 더욱 짜릿해 한다.문제는 우리 정치권이 보는 '안철수 돌풍'에 대한 해석이다. '그건 거품이다', '바람이 오래 갈 것이다. 아니다', '안 교수가 정치할 것이다. 안한다' 등등.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을 단순히 그의 출마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문제다. 바닥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지금 민심은 그의 출마에 달려 있는게 아니다. 안철수 같은 정치인이나 세력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여·야 기존 정치권에 대한 피로감에 지쳐있다. 우린 지금 좌우와 보수·진보로 갈려 얼마나 많은 논쟁을 하고 있는가. 그 밥그릇 싸움에 나라꼴이 되는 게 없이 지리멸렬한 요즘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