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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기업 비결시대에 따라 변한다 지면기사
살아남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한 기업이 장수(長壽)한다면 무언가 비결이 있다는 얘기다. 본래 기업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기업의 평균수명은 12년6개월에 불과하다. 1970년대의 포춘 500대 기업 중 3분의 1이 13년 뒤에 사라지는 정도였다. 이렇게 기업 생존 판도가 급변하다보니 기업에게 장수비결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과연 우리나라 장수기업의 비결은 무엇일까?우리나라에도 100년 이상의 장수기업들이 있다. 국내 최초기업인 116년 역사의 '두산'(1896년 창업)을 비롯해서 '동화제약'(1897년 창업, 115년)과 '서울신문'(1904년 창업, 108년)들이 바로 그들이다. 또 100년에 약간 못 미치는 장수기업에는 '성창기업'(1916년 창업), '삼양사'(1924년 창업), '유한양행'(1926년 창업) 등이 있다. '성창기업'은 1916년 설립 이후 96년간 목재업에 집중했으며, '삼양사'는 88년동안 제당사업에 집중한 기업이다. '유한양행' 역시 86년동안 제약업이라는 한우물을 파며 장수해온 기업이다. 1945년에 창업한 해방둥이 기업들('한진', '태평양', '중외제약' 등)은 현재 67년 역사를 통과하고 있다.이들 장수기업은 공통 비결이 있다. 첫째 한 가지 사업에 집중하는 '한우물경영', 둘째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짠돌이 경영', 셋째 돌다리도 수도 없이 두드린 뒤 건넌다는 '보수(保守)경영' 등이다. 이 공통 비결은 '위험을 가급적 최소화하면서 억척같이 수익을 좇고 보수적으로 원가를 절감했다'로 집약된다.그런데 이 장수비결들은 영원한 비결이 아니다. 한국경제에서 현재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업종인 반도체, 자동차,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업체들에게 한우물을 파고, 비용을 줄이며, 보수경영을 하라고 요청할 수 없다. 그들의 싸움은 위험에 도전하며 R&D에 투자하고 혁신을 창조하는 것에서 결정된다. 그러면 과거 장수비결과 현재의 우량기업의 비결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시장에 있다. 과거 장수기업은 내수시장을 상대하면 됐지만, 현재 우량기업은 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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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기념물, 그리고 이야기 지면기사
에펠탑의 경제적 가치가 무려 616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탈리아 몬자-브리안자 상공회의소(CCMB)가 최근 유럽의 주요 기념물·유적들을 이미지, 브랜드 가치, 경관가치, 고용 창출 효과, 관광객 수 등 10가지 지표를 토대로 평가한 것이다. 이 연구에 의하면 프랑스 파리의 랜드 마크인 에펠탑의 경제 가치가 무려 3천430억 파운드(약 616조원)에 이른다니 놀랍고 부럽다. 다른 기념물·유적의 경제적 가치평가도 제시되었는데, 로마의 콜로세움은 약 129조원,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파밀리아 성당은 약 127조원, 이탈리아 밀라노의 도오모 성당은 약 11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89년 세워진 에펠탑은 매년 관광객 800만명이 찾고 있는 유럽 최고의 관광명소이다. 616조원은 프랑스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에 해당한다고 하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더구나 에펠탑은 유럽 도시의 기념물 유적 가운데 최상위 7위 안에 들어간 다른 기념물이나 명소의 경제가치를 합한 것보다도 높은 가치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평가 결과는 도시의 랜드마크나 창의적 기념물이 갖는 중요성을 재확인시켜준 것이다.에펠탑이나 콜로세움과 같은 역사적 명소는 아니지만 방문객을 불러들이는 매력적 상징물을 가진 도시는 의외로 많다. 인어공주 이야기를 조형물로 만들어 유명해진 코펜하겐이나, 물고기의 몸에 사자의 얼굴을 한 머라이언(Merlion)으로 유명한 싱가포르도 그 사례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항구에는 항구를 상징하는 작은 인어공주 동상이 있다. 가스텔레트 요새가 있는 해안에 위치한 이 인어공주 상은 조각가 에드바르트 에릭슨이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를 참고로 하여 자신의 아내를 모델로 하여 만든 조각이다. 80㎝에 불과한 작은 동상이지만 코펜하겐을 찾는 관광객이 반드시 방문하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그런데 코펜하겐 항구의 '외로운' 인어공주가 최근 꿈에 그리던 왕자를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코펜하겐 북부의 항구에 인어공주의 짝이 됨직한 멋진 왕자 상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 왕자 상은 인어공주상과는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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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도 모병제(募兵制)? 지면기사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선출되면서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 다가왔다. 정치권과 국민 모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권획득을 위한 여야(與野)의 정쟁은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양상이다. 정권획득은 전적으로 표와의 싸움이다. 그래서 정치인은 표를 먹고 산다고 하지 않는가. 표심(票心)을 사기 위한 공약들도 난무한다. 재탕, 삼탕도 많다. 그 중의 하나가 모병제다.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후보인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공약이다. '100만 가구 신혼주택 무상융자'와 함께 들고 나왔다.20대들의 정치 참여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투표권을 가진 만 19세를 포함한 20대 유권자의 수가 약 760만명에 이른다. 전체 유권자 수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20~30대에게 관심을 끄는 신혼주택 무상융자, 사병복무기간 단축 등과 함께 젊은이들의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대권 후보들도 이들을 겨냥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정치인들은 20대 유권자들이 강력한 정치적인 힘이라는 것을 각종 선거를 통해 경험했기 때문이다.특히 모병제는 전방의 총기사건이 발생했을 때나, 또 최근 치러진 여러 선거를 통해 심심찮게 등장했다. 김 후보는 '군대가 젊은이의 꿈을 빼앗을 수 없다.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하려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꿈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군대 안에 월 200만 원 정도를 받는 양질의 일자리 20만 개를 만든다는 것이다. 또 징병제 폐지로 감축된 청년들이 경제활동에 종사함으로써 약 35조원의 GDP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했다. 김 후보의 말대로라면 군대는 젊은이들의 꿈을 빼앗는 곳이 된다. 병장으로 제대한 김 후보나 '군대에서 썩는다'는 발언을 한 상병 출신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군대에 대한 생각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신성한 병역의 의무가 국민의 4대 의무에 들어 있다. 젊은 시절 몸바쳐 국가의 존립요소인 영토를 수호했다는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 더 많다.또한 세계에서 하나밖에 남지 않은 분단국가이다. 모든 국민이 병역의 의무를 지니는 국민개병제(皆兵制)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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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7년 정치권만 제자리 지면기사
전국을 가마솥 처럼 달구던 폭염이 한풀 꺾였다. 가장 뜨거웠던 여름을 견딜 수 있었던 건 그보다 뜨거운 런던 승전보 덕분이었다. 사격 부터 시작해 축구로 대미를 장식하기까지 대한민국 선수단이 펼쳐낸 런던 드라마에 푹 빠져 국민 모두 한국인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시간이었다. 이제 런던 올림픽은 끝났다. 덩달아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제법이고, 열기가 높았던 만큼 다시 돌아온 대한민국의 현실은 스산하다.오늘은 광복 67주년이자 건국 64주년을 맞는 날이다. 일제로부터 국권을 회복하고 대한민국이 건국된 바로 그 날이다. 그 세월동안 대한민국은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우리가 이룬 한강의 기적은 독일이 성취한 라인강의 기적보다 더욱 선명하다. 정말 맨주먹으로 이룬 기적이라서다.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들 중 오직 대한민국 만이 기적의 국가로 칭송받고 있다. 그 기적의 후예들이 런던 올림픽에서 세계 5위의 기록을 세웠다. 올림픽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변했다. 승패에 집착했던 세대가 뒷전에 물러앉고 경기 자체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전면에 나섰다. 그들은 박태환이 은메달을 따자 "여름엔 시원한 은메달이 낫다"고 위로했다. 박태환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자신의 은메달을 자랑스럽게 깨물었다.일제의 36년 수탈로 헐벗고 동란으로 폐허가 된 한반도가 이제는 적어도 남녘에서 만큼은 세계와 어깨를 겨루는 무역대국으로 면모를 일신했다. 독재정권의 산업화 과정과 저항세력의 민주화 과정을 압축적으로 성공시킨 결과이다. 그리고 이제 스포츠를 스포츠로 즐길 줄 아는 신세대들이 나라의 주역으로 성장하고 있다. 구세대는 신세대의 국가관이나 애국심 결핍을 비난할 지 모르지만 자유분방한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대한민국 광복의 증거이다. 과거에서 자유롭고 얄미울 정도로 현실적이면서도 외세의 부당한 시비에 분노하는 그들이 대한민국이 기르려했던 한국인 아닌가.세대는 바뀌고 한국인은 진화하는데 퇴행적, 퇴폐적 구태를 벗지 못하는 정치가 세대의 순환을 방해하고 진화하는 한국인의 유전자를 오염시키고 있다. 정치권은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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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년에 재산 불리더니… 지면기사
금년 정치권의 최대화두는 경제민주화이다. 그러나 의미가 모호해 뜻풀이를 둘러싼 해프닝도 빈발하고 있다.일전 새누리당의 이한구 원내대표가 "기회의 공정, 공정한 부담, 공정한 거래, 불공정경쟁방지, 불균형 해소를 의미한다"고 했다가 김종인 선대위원장으로부터 "시장경제발전과정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부족한 자"로 면박을 당한 것이 단적인 사례이다.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도 "경제민주화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자칫 경제적 평등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시프 스티글리츠까지 헷갈려할 정도이다. 경제민주주의의 요체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의 기회의 평등이나 문제가 많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으며 가난의 대물림 탓에 자칫 빈곤층의 생존권까지 위협을 받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정치가 경제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현대국가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왜곡된 분배구조를 바로잡아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민주주의를 사회민주주의라고도 한다. 제18대 대통령선거운동 양상은 종래와는 사뭇 다르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까지 이구동성으로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온 것이다. 재벌을 공격대상으로 삼은 것도 똑같다. 재벌 때리기의 강도(强度) 내지는 '짝퉁' 시비만 다를 뿐이다. 서민들 및 중산층의 생활이 어려워진 반면에 재벌을 포함한 대기업들이 승승장구한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OECD 회원국들의 빈부격차는 상위 10% 부자의 소득이 하위 10%의 소득보다 9배이다. 그러나 한국은 10배로 평균보다 더 나빠진 것이다. 지난 4년간 15대 재벌의 계열사수는 427개에서 778개로 64%나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73%가량 늘었다. 재벌들이 주로 동네슈퍼나 빵집, 통닭집, 꽃집 등 골목시장을 접수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고용률은 제자리이며 실업률은 오히려 증가했다. 청년실업률 점증은 설상가상이다. 민생경제가 날로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명박정부 4년 동안에 더 심해졌다는 주장도 한몫 거들었다. 오죽했으면 새누리당의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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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대한민국 시계는 돌아간다 지면기사
2012년 7월22일 AM 11.30: 아름양이 실종 6일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범인은 이웃 마을에 살고 있는 김점덕으로 그가 성폭행으로 4년 징역형까지 살고 나왔다는 것을 그 누구도 동네사람에게 알려주는 이가 없었다. 성폭행 전과자의 허술한 관리 때문이다. 아름양 역시 범인을 '이웃집 아저씨'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비보를 접한 국민들은 분노와 슬픔으로 심장을 짓누르는 통증을 느낀 하루였다.2012년 7월23일 PM 11.00: 안철수 원장이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했다. 이날 출연이 대권으로 가는 길이나 정치적 쇼라는 비난이 따르지 않겠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진정성이 있는지 진심인지의 판단은 국민이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장장 8개월동안 출마 여부로 국민의 인내심을 충분히 테스트한 그의 행보에 진정성이 있는지 국민들은 알지 못한다. 아무튼 그 프로 덕분에 안 원장의 지지율은 급상승했다.2012년 7월24일 PM 2.00: 이명박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취임 이후 벌써 6번째 대국민 사과다. 대통령은 "사이후이(死而後已ㆍ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하겠다는 뜻)의 각오로 더욱 성심을 다해 일하겠다"며 쓰기는 쉽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사자성어로 국민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대통령의 사과가 마음에 절실하게 와닿지 않았다. 그만큼 마음의 상처가 컸기 때문이다. 다음날 청와대는 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가석방 논란에 휩싸였다.같은 날 같은 시간: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 첫 TV토론회가 열렸다. 초반 기선 제압을 위한 주자들간 치열한 공방이 있었다. 김문수는 박근혜 전 위원장의 올케 문제를 언급, '만사올통'이라며 신 사자성어를 만들어냈다. 박 전 위원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날 저녁 방송뉴스에는 새누리당 경선보다 오히려 대통령 사과문 발표가 큰 비중으로 다뤄졌다. 새누리당은 같은 날 같은 시간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가 경선열기에 고춧가루를 뿌렸다고 대노했다.2012년 7월25일 AM 11.00: 중국에서 국가안전위해 혐의로 체포됐다가 114일 만에 풀려난 북한인권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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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붐, 거품만은 아니었다 지면기사
지난 10여년전 '벤처붐'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벤처붐'이라고 말하는 시기는 1999년과 2000년 상반기까지 18개월 정도의 기간을 말한다. 이 시기는 인터넷 버블과 닷컴 열풍이 중첩되면서 벤처업계로 엄청난 투자금액이 몰리고 코스닥시장에서 벤처기업의 가격이 이상적으로 상승했던 기간이다. 정상적인 기대보다는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가 추락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저 거품이라고 생각한다.과연 '벤처붐'은 거품만을 남겼나? 보통 거품이라는 표현은 실질은 없고 허상만 가득했다는 의미이다. 당시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있었고, 또 그것을 기반으로 닷컴 기업들이 우후죽순 탄생했다가 무너지고 한동안 '옥석가리기'가 진행되었던 현실을 돌아보면 거품이라는 견해도 어느 정도 맞는 듯싶다. 그러나 이제서 드러나는 것은 벤처붐 시기에 놀라운 창조적 기술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세계 최초의 창조적 기술은 아무 때나 낳을 수 없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벤처붐 이후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현재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최강자이다. 그런데 그 SNS의 최초 기술을 개발한 사업자는 한국의 '싸이월드'였다. '싸이월드'는 벤처붐이 한창이던 1999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국내시장에서 성공하다가 2005년 이후 해외진출에서 실패했다. 지금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페이스북'보다 앞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개발해서 시작했다는 사실에 새삼 자부심을 느끼지만, 후발주자에게 시장지배력을 내준 아쉬움과 교훈이 남는다. 인터넷 전화서비스에서는 '스카이프(Skype)'라는 기업이 현재 최강자이다. 2003년 8월 룩셈부르크에서 시작했으며 현재 이베이가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인터넷 전화의 최초 기술도 우리가 챔피언이었다. 새롬기술은 '다이얼패드'라는 서비스를 벤처붐 시절인 2000년 6월에 시작했다. 서비스 시작 8개월만에 1천만 가입자를 돌파했는데, 이후 수익성 개발에 실패하여 '야후'에 매각되었다가, 이것이 다시 9천500만 달러에 '구글'에 매각되었다. 인터넷 전화에서 글로벌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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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공공성과 문화기본법 지면기사
'공공성(公共性)'에 대한 논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공공성이란 공공재의 독점이나 사유(私有)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다수의 이익 실현이나 공정한 운영을 내포하고 있는 사회 정의이다.그렇다면 공공성 논의의 증대는 환영해야 할 현상일 테지만, 실상은 우리사회가 심각한 공공성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우울한 징표라는 점이다.신자유주의와 글로벌리즘이 세계와 국민국가로 파급되면서 '효율성과 경쟁'이라는 시장논리가 모든 사회와 조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성의 위기는 현 정부들어 정점에 이른 것처럼 보인다. 철도와 공항과 같은 사회 인프라의 민영화 논란들, 영리병원 도입을 둘러싼 논쟁들은 효율성을 명분으로 한 민영화론과 공공 가치론이 첨예하게 대립한 사례이다.문화예술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화기반시설의 확충과 운영에서 나타나는 공공성의 훼손이다. 역대 정부가 문화의 공공 인프라 확충을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결과 2010년 말 기준 전국의 문화기반 시설은 공공 도서관 759개소, 등록박물관과 미술관은 800개소, 문예회관은 192개로 나타나고 있어 선진국 기준에 근접하고 있다.그런데 시설은 대대적으로 확충되었으나 운용예산과 인력, 프로그램 부족으로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시설이 늘어났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내놓은 것이 국공립예술기관 민영화였다. 결과는 공공성을 훼손하고 국민부담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영화하지 않은 시설들도 마찬가지이다. 효율성과 수익성을 경영지표로 삼고 있어 상업주의가 문화를 질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의 공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답보상태이다. 2006년, 문화평등권에 기초한 '문화헌장'이 제정될 무렵까지는 문화의제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문화헌장'에서는 문화적 권리를 '시민의 평등한 권리'로 정의하였다. 즉 모든 시민은 계층, 지역, 성별, 학벌, 신체조건, 소속집단, 종교, 인종 기타에 의한 어떠한 차별도 받음이 없이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인식은 문화의 속성을 잘 반영한 명쾌한 표현이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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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과 독서 지면기사
축제로 시끌벅적했던 대학의 낭만을 뒤로 하고, 과제 중간고사 기말시험을 치르다 보니 4개월간의 16주가 정신없이 지나가 버렸다. 신입생들은 뭐 하나 제대로 한 것 없이 후딱 지나가 버린 한 학기가 아쉽다 못해 허전하다는 느낌일 것이다. 경쟁심을 부추기는 상대평가이다 보니 학점을 후하게(?) 주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불행 중 다행인지 모르지만 40명에 가까운 수강 학생 가운데 성적에 이의를 제기한 학생은 두 명에 불과했다. 이메일을 통해 조목조목 답해 주고 또 위로했다. 이에 수긍하는 학생들에게 안쓰러운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지난 한 학기 공과대학 학생들의 '글쓰기' 수업을 맡았었다. 강의 첫날 독서를 무척이나 강조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 필수적이라는 말과 함께 그 중에서도 책을 많이 읽자고 했다. 책과 벗하는 것은 비단 글쓰기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의 전당이다. 당연히 책 속에 길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독서를 너무 게을리하고 있다는 것은 각종 통계 수치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 달에 한 권 남짓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를 독서의 해로 선포하고, 국민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책 읽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증대시키는 일은 곧 국민의 삶의 질과 품격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 중에는 책을 많이 읽은 경우가 많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고졸이 최종 학력이다. 국회의원 시절 원고 없이 6시간 이상을 연설했다. 세계 권위의 대학에서 받은 명예박사 학위만 20개다. 책을 많이 읽기로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이다.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었다. 하버드대학 졸업장보다 더 소중한 것은 책읽는 습관'이라고 했다. 기업형 카페 '민들레 영토'의 창업자 지승룡씨나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씨 모두 어려움을 겪던 시절 2천~3천권의 독서를 통해 성공한 케이스다.이처럼 독서의 힘은 놀랍다. 시카고대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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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對 박근혜' 지면기사
알려지지 않은 비사 한토막. 지난 17대 대통령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당내 경선 전후로 시종일관 여론조사 1위를 차지했고 결국 역대 대선 최다표 차이로 경쟁후보들을 누르고 당선됐다. 당시 이 후보의 당선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던 만큼 무수한 비선 조직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경쟁을 벌였고, 무수한 전략보고서가 쏟아졌다. 그 중에 한 문건의 제목은 '이명박 대 이명박'이었다. 제목 자체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을 뿐 아니라, 내용 또한 용비어천가식 혹은 아전인수격 대선전략이 아니라 이 후보가 고치고 개선해야 할 내용으로 시종일관했다고 한다. 이 후보측은 이 보고서를 비중있게 수용했다는 후문이다.그러나 최시중, 박영준에 이어 만사형통(萬事兄通)의 바로 그 형님 이상득 전의원까지 검찰 문지방을 넘은 마당이고, 청와대의 국정 독주를 감안하면 '이명박 대 이명박'의 경고는 이 대통령 당선과 함께 사장된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이를 거론하는 이유는 당시 대선을 나홀로 질주하던 이명박 캠프에도 그나마 내부를 각성시킬 자경(自警) 시스템이 작동했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에게도 지금 '박근혜 대 박근혜'라는 보고서가 절실해 보인다. 박 의원은 현재 여론의 지지추세로만 보면 새누리당의 확정적 대선후보일 뿐 아니라 여야를 통틀어 대통령 집무실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인물이다. 이는 당내 경선은 물론, 대선 본선에서도 경쟁후보들에게 박근혜가 명확한 타도의 대상이라는 의미이다. 반면 박 의원의 입장에서는 상대와의 전선과 접촉면을 최소화하면서 현재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대선 당일까지 끌고가려 할 것이다. 한 체급 낮은 상대와의 전면전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회피가 가능할지이고, 상대의 체급이 현재와 같을 것이냐이다. 가능하지 않고 같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박 의원은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정몽준 의원, 임태희 전대통령비서실장 등 군소 후보들의 오픈프라이머리 실시, 선거인단 확대 요구를 외면했다. 룰을 바꿀 수 없다는 그녀의 한마디에 당내 누구도 감히 토를 달지 못했다. 이 과정을 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