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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그 달콤한 유혹 지면기사
요즘 전직 장차관들과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고 현직 고위공무원과 일부 정치교수들은 좌불안석이다. 외출할 때는 물론 사우나에 갈 때도, 화장실에 갈 때도 휴대폰을 꼭 들고 다닌다. 집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잠잘 때도 머리맡에 두고 밥 먹을 때도 식탁 위에 두고 먹는다.수신 확인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한다. 자칫 배터리가 방전되면 배고픈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한다. 외출시 예비 배터리 하나쯤 양복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은 필수다. 이토록 휴대폰을 애지중지하는 것은 입각 소식이 날아올까 봐서다. 곧 총리가 정해지면 각 부처 장관들도 임명될 것이다.혹시 자신이 낙점되었다는 연락이 왔는데 받지 못하면 거절하는 뜻으로 받아들일까 휴대폰에 목을 매고 기다리는 것이다. 권력의 맛이란 이렇게 무서운 법이다. 고기도 먹어본 자만이 맛을 안다고, 권력도 누려 본 자만이 그 맛을 알 것이다.어려운 고시에 통과해 서기관이 되고 차관이 되고 장관도 하고 심지어 퇴직 후 국회의원이라는 덤까지 온갖 영화를 누리고도 은퇴할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권력, 그 달콤한 유혹을 뿌리쳤다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그토록 주구장창 권세를 누렸건만 불러준다면 당장 달려가고 싶은 게 권력의 속성이다.징비록이 주는 교훈=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의 '징비록(懲毖錄)'은 읽을 때마다 가슴이 저민다. 유성룡은 임진왜란 당시 좌의정이었다. 왕의 바로 옆에서 전란을 지켜본 최고 관직에 있던 사람이다. '징비록'은 임진왜란 이전에 일본과의 관계, 명나라의 구원병 파견을 위해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던 비굴한 상황마저 정확하게 기록한 책이다.또한 그의 눈에 비친 전란의 비참함, 문관, 무관들의 성향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이순신에 대한 평가에 상당부분 할애한 것도 놀랍다. 그러나 유성룡은 정유재란 이듬해 북인들의 탄핵을 받아 관직을 박탈당했다. 고향 하회로 돌아가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징비록' 집필이었다. 징비란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는 뜻이다.당파간의 정쟁만 벌이지말고 또다시 닥칠지 모를 전란에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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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두 얼굴 지면기사
재작년 5월 스릴러 영화의 거장 커티스 핸슨 감독이 만든 '투빅 투페일(Too big to fail)'이란 제목의 영화가 출시된 적이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미국이 아슬아슬하게 수습해 나가는 과정을 묘사한 다큐멘터리 형식이었는데 리먼브라더스은행 파산 장면이 인상적이었다.영원의 상징처럼 인식되던 세계 4위의 공룡은행이 한순간에 맥없이 무너진 것이다. 이 영화는 월스트리트 금융자본의 탐욕과 이를 부채질한 미국정부와의 야합이 빚은 범죄로 규정했다.한국민들에겐 더 깊고 큰 상처가 있다. 1997년 1월 23일 한보그룹 부도로 표면화된 위기가 갈수록 확대되자 다급했던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1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담보로 경제주권을 넘겼다.IMF는 재정지출 축소와 증세, 은행 폐쇄와 금융긴축, 공기업 헐값 매각과 노동시장 유연화 등 규제완화를 요구했다. 30대 재벌의 절반이 좌초하는 등 2만2천여 기업들이 무더기로 부도를 맞았는데 그중 7천여 기업은 흑자도산했다.무려 250만명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다. 대마불사신화에 도취된 수많은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돈을 빨아들여 몸집을 키운 것이 화근이었다. 작금의 양극화와 평생직장 종식, 경제불안 심화, 캔두(can-do)정신 실종 등은 16년 전 악몽의 유산(遺産)이다.이 무렵 인도네시아는 IMF로부터 100억 달러를 지원받는 대신 벨트타이트 프로그램을 강요받은 결과 1998년 한 해 동안에만 경제규모가 13%나 위축되었다. 태국도 수술후유증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당시 세계은행 부총재였던 조시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IMF의 초긴축처방이 그릇되었다며 목소리를 높였음에도 막무가내였다. 저금리에 근거한 빚잔치를 공공의 적으로 간주, 과감하게 척결했던 것이다. 국제금융자본의 진입장벽까지 일거에 허물어버렸다. 채무국들에게 소방수 IMF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저승사자였던 것이다.그런데 근래 들어 IMF에 이상기운이 감지된다. 지난해 10월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총재가 뜬금없이 1990년대 말의 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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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시대 명분은 충분하다 지면기사
박근혜 당선인은 역대 대통령 중 중소기업에 가장 많은 애정을 쏟는 대통령이 될 듯 싶다. 줄곧 한국경제를 중소기업 위주로 운영할 것임을 표현하면서 '중소기업 대통령'을 자임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그런데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꾸려가려면 그것을 통해 한국경제의 현안이 해결된다는 명분이 필요할 것이다. 얼마 후부터 중소기업 위주의 정책에 대해 다양한 쟁점과 도전이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무엇보다 제한된 요소와 자원을 어떤 부분에 투입할 것인가에 대한 쟁점이 부각될 것이며, 또한 한국경제의 당면과제인 '일자리'와 '혁신' 문제를 중소기업이 과연 해결하는지에 대한 도전이 등장할 것이다. 이들을 속 시원히 풀어주는 명분을 갖고 있어야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현재 가장 중요한 명분은 '중소 제조업'이라는 테마이다. 이는 케케묵은 전통적인 주제로 보이지만, 실상은 한국경제의 현안인 일자리와 혁신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세계경제는 이미 중소 제조업 경쟁으로 진입했는데, 가장 적극적인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미국은 지난 시절 서비스업 중심의 전략을 반성하면서 제조업 르네상스의 깃발을 내세운 지 벌써 2~3년이 되었으며, 독일은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중소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유럽 경제위기를 뚫고 고속성장을 누리고 있다.이들이 중소 제조업을 육성하는 쪽으로 집중하는 이유를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특히 대기업 위주의 경제에서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전환하려고 한다면 더욱 그렇다. 우리가 가졌던 큰 오해는 제조업은 비선진국 산업이자 사양산업인 것처럼 이해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면을 정확히 이해하면 그렇지 않다.혁신과 일자리 측면에서 제조업의 가치는 실제 놀랍다. 첫째, 제조업이 있는 곳에 연구개발(R&D)이 따른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제조업이 인근에 있을 때 과학자들이 자신의 발명을 직접 검증할 수 있었고 또 그 발명을 상업화할 수 있었다.생산현장이 멀다면 연구개발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혁신이 줄어든다는 발견이 쌓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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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600년과 계사년 지면기사
지난 2012년은 유달리 사건도 많고 탈도 많은 임진년이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는 몽골의 침입으로 고려가 강화로 피난했던 해인 1232년(고려고종 19년)과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한 1592년(선조 25년)도 모두 임진년이었다니, 우리가 지난해 겪은 일들은 오히려 액땜 정도로 위안해야겠다.이제 2013년, 계사년(癸巳年)의 새해가 시작되었다. 올해로 지명을 얻은 지 600년인 지방이 여럿 있다. 인천시를 비롯하여 경기도의 고양시와 양주시, 용인시, 충북 제천시, 전남 함평군 등 전국의 지자체가 지명 600돌을 맞이하여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개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600년 '묵은' 지명은 대부분 조선 태종 13년에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고려시대의 군현체제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명명된 것으로 당시 이웃 군현과 통폐합되거나 지위가 격하된 경우도 있으나 이후 600년 동안 같은 땅이름으로 '장기지속(Longue Duree!)'해온 것만도 장엄하지 않은가. 사람으로 따지면 회갑을 10번째 맞이하는 10주갑(周甲)에 해당하며, 30년을 한세대로 치면 무려 20세대가 바뀌어 갔으니 참으로 장구한 역사이다.이 가운데 인천의 변화는 극적이다. 1413년 당시 기초 단위였던 군(群)에서 도호부로, 직할시로, 광역시로 바뀌면서 지금은 한국 제3의 도시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고려시대의 인천의 위상은 인주 이씨가 고려왕실과 7차례나 중첩된 혼인관계를 맺을 만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고려시대의 인천 지명이었던 경원(慶源)이니 인주(仁州)니 하는 지명은 고려 왕실의 왕비들이 태어난 고향이라는 말이며 '고려 왕실 경사의 근원'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며 대체로 도호부격의 위상을 지니고 있었다.올해는 제물포 개항 13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1883년 개항이 이뤄지면서 수도 한양의 방어 진지였던 제물포는 국제항구도시로 탈바꿈했다. 그런데 제물포개항은 조선정부의 능동적 의지가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열강의 요구를 수용하여 이뤄졌다는 점이다.개항과 동시에 조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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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대에 오를 박 당선자의 인재등용 지면기사
'고소영S라인', '회전문 인사'. 이명박 정권의 인사 스타일을 두고 한 말이다.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서울시청 출신들을 국가의 주요 보직에 대거 등용한 것을 두고 일컬은 일종의 비아냥이다.비판적인 시각에서 보았던 측면도 있겠지만 실제로 앞에 거론된 출신들이 많이 중용됐던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장에 당선되면 선거때 혼신의 힘을 쏟은 측근들을 무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자신이 부리기 좋고, 또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기에 그렇다. 회전문 인사의 경우도 그렇다. 인재가 없는 것도 아닐텐데 한 사람에게 돌려가며 자리를 주는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자는 이를 인식한 듯 탕평인사와 통합을 원칙으로 내걸고 있다. 그래서 선대본부장을 지낸 '친박'의 좌장격인 김무성 전의원을 비롯한 많은 측근들이 공직에 대해 손사래를 치며 낙향한 것으로 전해졌다.멋진 사람들이다. 비서실장과 대변인들을 기용하면서도 박 당선자는 '친이'계를 중용했다. 이도 일단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윤창중 수석대변인의 임명을 놓고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야당은 물론 보수 언론들마저 윤 대변인의 임명에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처음부터 '옥에 티'라 할까?대표적인 보수논객인 윤 대변인의 임명에 대해 야당은 '국민의 절반을 적으로 돌리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논평했다. 윤관석 의원은 윤창중 수석대변인에 대해 "48% 문 후보 지지자들에 대해 '국가전복세력', '반대한민국세력', '정치적 창녀' 등 온갖 막말을 대선 당시 뿐만 아니라 대선 이후에도 쏟아내고 있는 전형적인 국민분열 획책 인물"이라고 평가했다.보수언론들마저도 자극적인 표현으로 야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연재한 그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이날 임명 직후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지독한 고민 속에서 (수석대변인 수락을) 결심했다"며 "거절하려 했지만, 박근혜 당선자의 첫 번째 인사여서 거절하는 건 참으로 힘들었다"고 했다.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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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저주의 폐허에서 장미는 필 것인가 지면기사
오늘은 18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4천만명이 넘는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차기 대통령을 지목하는 날이다. 어제 일기예보대로라면 아침 날씨는 꽤 추우리라. 날씨뿐이랴.투표소를 향하는 유권자들의 마음도 추우리라 짐작해 본다. 어제까지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분노와 저주의 언어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 분노와 저주를 대리해 투표하는 처지에 몰렸으니 마음이 시린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절반의 진영에 포함돼 나머지 절반을 배격하는 선택, 괴롭지 않겠나.이번 대통령 선거는 모처럼 양자대결로 뜨거웠다. 보수진영은 열외없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우산 아래 집결했다. 진보진영은 우여곡절 끝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단일화의 월계관을 진상했다. 그래서였나. 안철수의 단일화 곡예와 이정희의 무개념 원맨쇼 말고는 무미건조했던 선거전이 막판에 달아올랐다.국민들은 신사와 숙녀의 페어플레이를 기대했다. 그럴 만도 했다. 박근혜와 문재인은 지금과 같은 정치는 안 하겠다고 공언했다. 정치쇄신은 피할 수 없는 대선화두로 자리잡았다. 안철수를 중심으로 새정치 희구세력이 정치개혁을 시대정신으로까지 승화시켜 놓은 덕도 컸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안철수가 몇 번의 투정과 몽니 끝에 자진 하차한 뒤 양자대결이 현실화되면서 보수와 진보 진영의 분노와 저주가 곧바로 부활했다. 박빙의 판세가 전개되자 새정치의 희망을 노래하던 그 입으로 저주와 독설을 쏟아내고, 국민통합을 약속하던 선한 미소는 적개심에 불타는 표정으로 돌변했다. 한때 박근혜와 문재인을 궁지에 몰아넣었던 안철수가 낙마하자 정당이 현실을 장악했고 새정치의 꿈은 쓰레기통에 처박혔다.여야의 공방에 실체적 진실은 유효한가. 아니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보자. 민주당측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악성댓글 작성반을 운영했다며 20대 국정원 여직원을 지목했다. 이후 과정은 모두 건너뛰자.여하튼 경찰이 그녀의 컴퓨터를 들고가 조사했고 결과를 발표했다. 댓글작성 흔적이 없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경찰의 조사를 인정하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의 사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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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안철수씨에게 지면기사
많이 추워졌습니다. 지난 4월 청명 이후 다시 편지를 띄웁니다. 추운 날씨에 지원유세 다니느라 고생이 많겠습니다. 18대 대선 예비후보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유세를 전격적으로 나서면서 여러 가지로 만감이 교차하겠지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출마 선언 발표 시기를 늦추는 바람에 지지자들의 애간장을 어지간히 태우셨지요. 지난 9월20일 마침내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라는 대형 현수막 밑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출마를 선언할 때의 모습과 출마 포기선언 때의 떨리던 목소리가 지금도 귓전을 맴돕니다.출마포기 이후 많은 사람들은 과연 문 후보의 지원압력을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저는 '시련'을 극복하지 못할 것을 보았습니다. 안철수진영에 있던 세력들중 일부가 문 후보의 지지를 집요하게 추궁할 것이고 성격상 견뎌낼 수 없다고 본 것이지요. 결국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진영은 와해됐습니다.지지자들에게 단 한마디 해명없이 지난 6일 '오늘이 대선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라며 문 후보에 대한 무조건지지를 선언하면서 대선은 또다시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문재인'보다 '안철수'를 연호하는 소리를 다시 들으니 기분이 어떻습니까.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이 무의미하지만 만약 '새정치'라는 기치를 내걸고 혼자의 길을 고집스럽게 걸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부풀려진 인기'였건 '새정치의 열망'이었건 정치쇄신을 지독히 염원했던 '국민'들만 보고 "나는 여도 아니고 야도 아니다"라면서 앞으로 꿋꿋하게 걸어갔다면 어찌됐을까.아마도 그 정치적 신념에 박수를 보낸 지지자들이 생각보다 많았을 겁니다. 돌이켜보면 도와주겠다면서 민주당에서 넘어온 세력, 이른바 '트로이의 목마'를 거둬들인 것이 첫 번째 실수였습니다. 기존의 정치세력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안철수 그 자체'에 열광했던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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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비결은 충성심 제고 지면기사
중국 한(漢)나라 건국 무렵의 일화이다. 하루는 항우가 유방을 살해할 목적으로 그를 초대해 연회를 베풀고 동생 항장에게 칼춤을 추게 했다. 춤을 추면서 항장이 다가갔으나 유방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유방의 목숨이 경각간에 있었던 것이다.순간 유방의 측근인 번쾌가 비호같이 연회장에 난입해서 항우에게 창끝을 겨누었다. 항장이 유방을 칠 경우 자신은 항우를 요절내겠다는 의도에서였다. 의표를 찔린 항우는 번쾌를 '훌륭한 장수'라며 칭찬하면서 유야무야하고 말았다. 충신 번쾌 때문에 한왕조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연말 업적평가시즌에 즈음한 샐러리맨들의 표정이 밝지 못하다. 일년 내내 불황타령으로 일관한 터에 내년 경기전망마저 신통치 못한 때문이다. 명퇴신청을 받는 기업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는 소식에 오금이 저린다. 내년 연봉협상을 앞두고 평가점수를 한 점이라도 더 올리려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승진을 앞둔 회사원들의 심정은 더욱 절박하다.직장 상사가 후배사원들의 공을 가로채는 후안무치는 물론 다면평가를 채택하고 있는 경우 거꾸로 부하직원들의 눈치를 살피는 진풍경마저 간취된다. 한치 앞이 예단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빚은 해프닝이다.기업의 존재이유는 이윤에 있다. 민간기업의 경우는 특히 그러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이 담보되어야 지속적 투자가 보장되고 임직원들의 먹거리까지 담보되는 탓이다. 매출액 극대화와 비용 최소화야말로 알파요 오메가인 것이다.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한 요인이다. 국내경제가 산업화단계에서 후기산업사회로 이행한 것은 점입가경이었다.글로벌 스탠더드가 대안이었다. 1990년대 말의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패러다임은 종래 일본식 경영에서 미국식 경영으로 대체되었다. 종신고용은 노동시장 유연화로, 연공서열형 임금은 업적위주의 생산성임금으로 전환되었던 것이다. GM의 잭 웰치 회장은 기업경영의 전범(典範)으로 자리매김했다.성과는 단기간에 입증되었다. 기업들의 고질적인 부채경영이 완화되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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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을 위한 변명 지면기사
일본의 경제전문가 오마에 겐이치는 "한국의 대기업은 납품단가를 깎지만 일본 중소기업은 자기 고유의 특화된 기술이 있기 때문에 납품단가를 함부로 깎지 못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우리는 그동안 이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했고 또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도 약했다. 대기업 경쟁력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중소기업들이 특별한 기술력이 없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가능하다고 말해왔다.그러나 우리 중소기업들은 억울하다. 기술개발을 하고 싶지 않아서 범용기술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들의 의지 및 실력 부족 탓으로 질책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오히려 원인은 대기업 쪽에 있다. 문제의 시작은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에 의해 중소기업이 얻는 이윤이 워낙 적다는 것에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거래에서 이윤의 상당부분을 대기업이 가져가는 관행이 문제의 뿌리인 것이다.이윤이 적기 때문에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창조적인 기술개발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으며, 우수한 기술 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어렵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는 기술력으로 승부하기보다는 대기업의 하청구조에서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 것이다.2011년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은 대기업의 63.2%에 그쳤다. 2000년대 초반에는 대기업 임금의 70% 수준이었지만, 중소기업의 임금이 60% 초반대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대·중소기업 사이의 임금격차가 더욱 커졌다는 것은 총 이윤에서 대기업의 몫이 커졌지만 중소기업에 돌아가는 몫은 줄어들었다는 실상을 드러낸다.이는 우리 경제에서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을 견인할 것이다'라는 낙수(落水)효과가 매우 취약하다는 지적과 무관하지 않다.우리 중소기업들이 기술력 향상의 의지가 없다는 질책은 오해이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중소기업들의 연구개발 노력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연구개발 지출액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인 '연구개발 집중도'라는 지표로 계산해 볼 때, 중소기업 평균은 1.75%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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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부활과 해양도시의 과제 지면기사
해양수산부의 부활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해수부는 2009년 이명박 정권이 작은 정부를 명분으로 국토부와 농림부로 분리 통합되면서 폐지되었으나, 주요 대선후보들이 부활을 공약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해수부 부활은 정부부처개편의 1순위가 될 전망이다. 관련 부처의 공무원들은 업무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대하고 나섰다. 부처직원들의 주거지 문제도 적지 않다.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코 앞에 두고 있는 국토부 소속 해양담당 직원 1천800명은 다른 도시로 또 '이사'를 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가들이 해양강국을 표방하고 투자를 강화하는 추세인데다, 해양정책총괄부서는 미래 성장동력인 해양 영토와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해수부 폐지는 시행착오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해수부 폐지 이후 해운항만 분야 6천억, 해양환경 분야 4천억원 가량의 예산이 감축되어 그동안 관련사업도 상당히 위축된 실정이다. 해양 수산 관련업계, 부산과 인천과 같은 대표적 해양도시가 해수부 부활을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나선 것은 그 때문이다. 향후 해양도시들 사이에는 해수부와 관련 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도시란 해양 환경이나 해양산업을 기반으로 삼고 있는 도시이다. 따라서 해상과 해변에 거주시설이나 항만·공항 등을 건설하여 해양의 공간과 자원을 이용하여 발전하는 도시로, 해양 인프라를 구축하여 다양한 해양 자원 이용을 극대화하려는 도시 발전 전략을 추진하는 경향을 띠게 된다. 인천이나 부산, 목포나 여수 같은 항구 도시들이 한국의 해양도시이다. 부산은 각종 해양관련 기관과 시설을 갖춘 도시일 뿐 아니라 오래전부터 '해양수도'를 표방하며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해수부 부산유치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최근 부산을 방문한 박근혜 후보가 해수부 부산 유치를 시사하는 언급을 하였다가 타도시의 항의를 받은 후 유치 후보지 중의 하나로 검토중이라고 해명했으나 부산 민심을 의식하고 있는 속내까지 숨기지는 못하고 있다.문제는 정부가 이른바 '투포트(T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