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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입시전쟁 지면기사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엊그제 끝났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인 입시전쟁은 시작됐다. 언론에서는 범죄와의 전쟁, 학교폭력과의 전쟁, 쓰레기와의 전쟁 등 수많은 것들을 전쟁에 비유한다. 그래서 '~와의 전쟁'이라는 끔찍한 표현을 자제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수험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은 총칼만 안 들었지 그야말로 실제 전쟁을 방불케 한다. "한국인은 본능적으로 대학입시일의 의미를 알고 있다. 이 날은 12년 공부의 결실을 보는 날이며, 한 인간의 평생 운명과 신분이 결정되는 무시무시한 '계급전쟁의 날'이다. 때문에 온 나라가 초긴장 살얼음판이다. 전국의 출근 시간이 늦어지고 비행기가 제시간에 뜨고 내리지 못하며 버스와 전철, 택시 등이 총동원되고 경찰과 구급차가 출동한다." 강준만 교수의 저서 '입시전쟁 잔혹사'라는 책의 표지에 적혀 있는 문구다. 어떤 이는 한국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12년 동안 가장 높은 곳을 향해 사다리를 오르던 아이들을 밑바닥으로 떨어뜨려 버리는 날이라고 잔인하게 표현하기도 했다.생존경쟁의 본격적인 막이 오른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에게는 30~40년 동안 지속돼온 당연한 현실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큰 뉴스거리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별을 보고 등교해 별을 보고 집에 돌아오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몹시 안타까운 눈초리다.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너무 고달프다. 성적을 비관하여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자주 일어난다.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아마도 수험생보다 더 초조한 마음이었다는 것을 경험자라면 모두가 느낄 정도다. 입시위주의 교육과 출세지향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이 같은 현실이 안타깝지만 12년 공부를 단 한번으로 결정짓는 수능시험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어쩔 수 없이 경쟁 사회에서 1위가 있으면 꼴등도 있는 법이다. 인생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달콤한 표현도 지금은 귀에 들리지 않을 때다.오로지 다른 학생과 비교 대상이 되는 것과 공부하는 능력에도 한계는 있는 법인데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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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가 점거한 2012 대선마트 지면기사
18대 대통령선거 상품 진열대가 획기적으로 변할 조짐을 드러내자 여론이 주목하고 있다. 진열대에 촘촘히 세워져 경쟁하던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라는 상품 중에서 문재인, 안철수 두 상품이 '1+1' 기획상품으로 새로 출시된다는 빅 뉴스 때문이다. 다소의 불만을 무릎쓰고 문재인, 안철수를 골라야 했던 야권 지지층이나 개혁희구 세력들은 환호하고, 심지어 박근혜를 고집스럽게 구매하던 보수 유권자들까지 기획상품의 면모가 궁금해 매대 앞에서 장사진이다.지각있는 사람들이 '문재인 안철수 1+1'이 공정거래에 위반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소비자들이 원한다는 함성 속에서 그저 모기가 앵앵대는 소음일 뿐이다. 또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1+1'이 문재인, 안철수 마니아층 상당수의 반발과 구매포기로 이어져 시장에서 실패할 것이라 예상한다.즉 '문철수'가 되면 안철수의 개혁희구 세력들이, '안재인'이 되면 문재인의 정통야당 지지세력이 시장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소비자의 지갑, 유권자의 표를 노리는 상품기획자들이 이런 위험을 방치할 리 없다. 그래서 가치연합을 강조한다. 문재인, 안철수 두 봉지를 투명테이프로 거칠게 묶어내는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의 건빵과 개혁의 별사탕을 섞어 제공하겠다는 상품기획이다. 그럴 듯하다.이제 2012 대선마트엔 단일화 기획상품전이 매장의 전면을 장악할 모양이다. 상품기획자들은 소비자들과 참여하는 단일화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단일화의 대표상품으로 누가 적당한지, 화학적 단일화를 위한 조건을 놓고 수시로 거리 시식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미 상당한 시간을 단일화 이벤트를 예고하는 티저광고를 쏟아낸 마당이니 소비자의 주목도는 압도적이다. 단일화 지지층은 연일 언론매체에서 쏟아지는 단일화 드라마를 즐길 것이고, 박근혜 구매자들은 "우리는 뭐 재미있는 이벤트 없나" 하고 짜증내며 TV 전원을 끄거나 묵음으로 시청하는 괴로움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그래서 '문재인, 안철수 1+1' 상품기획자들에게 주문한다. 단일화 상품기획을 반드시 성공시키라고 말이다. 만일 단일화의 결과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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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지면기사
옛날에 야당 정치인들의 정체성이 싫다는 아버지와 새벽 야음을 틈타 정권을 탈취한 전두환을 독재자라고 생각하는 아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부자간의 의견은 늘 엇갈렸고 정치얘기만 나오면 서로 티격태격 다투고 한 두달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여당을 지나치게 옹호하는 아버지가 싫어서 '60세 이상은 투표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대들었던 아들은 아버지에게 호되게 뺨을 맞은 적도 있었습니다. 서슬퍼런 그 시절, 친구 중 몇 명은 데모를 하다 감옥에 갔고 그 친구들처럼 적극적으로 데모에 참가하지 못하는 자신의 나약함을 스스로 자책하던 그 아들은 어렵게 구한 금서들을 탐독하며 '민주화의 꿈'을 키웠습니다.그런 아들이 아버지는 늘 걱정스러웠습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착취당하는 노동자'와 '노동자를 착취하는 재벌' 등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로 열을 올리는 아들을 보면서 아버지는 혹시 '저놈이 데모하다 감옥에 가지 않을까' 전전긍긍했습니다.아버지는 아들과의 논쟁에서 아들의 논리정연한 말을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아들의 말이 때로는 옳기도 했지만 6·25때 공산당이 싫어서 북한 고향을 등지고 내려 온 아버지는 "공산당이 얼마나 무서운지 너는 모른다"며 "우리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어 안보가 제일이다"라고만 되풀이 했습니다. 그럴수록 아들은 "미국보다는 북한이 편하다"라며 대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해방부터 6·25가 일어났던 5년간 고향에서 일어났던 그 끔찍한 일들을 주마등같이 떠올리며 치를 떨었습니다. 가끔 38선을 넘던 이야기를 하면 아들은 오히려 화를 벌컥 냈습니다. 아버지는 속이 상합니다. 고향에 두고온 부모 생각에 눈물을 훔칠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렇게 아버지와 아들은 늘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영원히 대통령 자리에 있을 것 같았던 전두환의 7년은 지나갔고 6·10항쟁으로 이땅에 민주화가 찾아왔습니다. 전두환은 백담사로 쫓겨 났고, 그의 친구 노태우가 대통령이 됐습니다. 아들은 직장을 구하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몇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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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안이한 증세 타령 지면기사
역사를 반추하다보면 미스터리한 일들이 많다. 아득한 옛날은 고사하고 비교적 최근의 사실(史實)들 속에서도 의아한 일들이 자주 확인되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식민지기(18~20세기)의 인도역사이다. 인도는 3세기에 가까운 기간의 대부분을 영국 동인도회사의 관리를 받았는데 이 회사는 영국정부와는 무관한 순수 민간무역업체였다. 동인도회사는 이윤극대화를 위해 최소통치비용으로 인도를 경영했다. 세계최대 규모의 대륙국가가 한 기업에 의해 식민지배를 받았다는 점이 이채롭다.19세기 중반 동인도회사가 해체되면서 인도에 대한 지배권이 영국정부에 이양되었다. 영국이 지배한 영역은 오늘날의 인도는 물론이고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미얀마와 북서쪽의 페르시아 남부와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등 인도대륙 전체를 아울렀다. 당시 인도대륙의 인구수는 무려 4억여명인 데 비해 인도총독부 소속 브리튼출신의 군인, 경찰, 일반행정직 공무원 총수는 수천명에 불과했다. 인력증원에 따른 재정 부담이 가장 큰 이유였다. 사상최대의 대영제국 형성을 위한 물적 기초가 확립되었던 것이다. 덕분에 영국은 1857년 세포이폭동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 이후에도 재정지출 최소화원칙은 유지되었다. 영국 특유의 '작은 정부'관이 간취되는 대목이다. 대선이 임박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증세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불을 지피고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구체적인 증세액까지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세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터여서 복지재원의 추가소요가 불가피하나 기존 세출구조하에서의 염출이 곤란한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다. 공공부문의 살림형편은 어떠한가. 중앙 및 지방정부의 국가채무는 435조원에 GDP대비율이 35%로 경제협력기구(OECD) 평균 103%에 한참 못 미쳐 지표상으론 매우 유망하다. 또다시 빚을 내서 복지재원으로 충당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으나 대외발 악재가 여전해 부담이 큰 것이다. 4대강사업처럼 공기업들에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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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부' 찬성하나 조건이 있다 지면기사
우리 중소기업의 위상을 말해주는 숫자는 '998860'이다. 그것은 전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며, 전체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 근로자이고, 전 국민의 60%가 중소기업 가족이라는 뜻이다. 대선(大選) 정국에서 중소기업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임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숫자이다. 표심(票心)이 중요해지면서 중소기업인의 마음을 얻으려는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중 하나가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시키는 방안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무책임한 립서비스에 비해서는 반가운 제안이기는 하지만, 정부조직 격상만으로 중소기업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것은 오산이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을 보는 철학이 제대로 서는 것이며, 기존 정책에서 부족했던 측면과 새로운 시대적 요청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자세이다. 물론 많은 중소기업인들은 '중소기업부' 승격에 찬성한다. 그 이유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 기능이 강화된다는 점을 내세우지만, 내심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중소기업부' 승격에는 찬성하지만, 조금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이제 중소기업 관할 정부 조직은 무조건 중소기업의 생존을 늘려주는 관청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중소기업 정책은 앞으로 '시혜성'과 '성장성'이라는 두 관점을 구분해서 추진하길 바란다. 여기서 '시혜성'이란 사회 안정 측면에서 보호해야 할 기업군(群)에 대한 지원책이며, '성장성'이란 경제체질 강화 측면에서 키워야 할 기업군(群)에 대한 육성책이다. 중소기업 정책에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시혜성'과 '성장성'의 균형이다. 기존 정책은 '시혜성'에 너무 치우친 편이어서, 중소기업이 시장 경쟁력은 약하지만 정부 정책에는 우등생인 '마마보이'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제 한국 경제가 요소투입형 발전에서 혁신형 성장을 요청받고 있다. 대기업군(群)만으로는 이 혁신형 성장을 감당하기 어렵다. 중소부품업체들에서 혁신이 나와야 글로벌 경쟁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견인차로서 부상해야 하며, 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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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내부'의 위기다 지면기사
구미시에서 발생한 불산가스 누출 피해가 확산되자 정부가 사고발생 12일 만에 이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불산가스는 구미공단뿐 아니라 전국의 화학공단에 대량으로 저장 유통되고 있는 유독물질이다.문제는 유독물질과 위험요소가 너무 많아서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원자력 발전소도 가동이 중지되는 사태가 빈번해지고 있으며, 이웃나라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국가적 위기 사태를 겪고 있다.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일찍이 경고한 바 있듯이 산업화를 통해 구가한 물질적 풍요가 사회를 총체적으로 위협하는 '위험사회'(risk society)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일련의 사태는 과학기술 신화에 대한 철저한 성찰을 요구하는 것이다.'위험사회론'이 사회의 물적 토대와 외적 환경의 위기를 경고한 것이라면, 최근 우리 사회의 몇 가지 징후는 사회의 '내부'가 위기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사회의 내부란 가정과 학교처럼 개인이 보호되고 교육받는 공간이다. 그중 가족과 가정의 위기는 가장 심각하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1990~2002년간 의도적 살인사건으로 죽은 여성 가운데 46.4%는 배우자이거나 내연·동거관계인 남성의 손에 살해당했으며 이들 상당수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폭행·학대받았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밝힌 가정폭력 통계도 충격적이다. 가정폭력을 경험한 가정이 전체 가정의 53.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두 집 중 한 집에서 가정 폭력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정폭력의 발생수도 최근 10년간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초·중·고교생의 자살 사유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인이 가정불화(37.5%)인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끔찍한 성폭행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어 시민들은 뉴스 보기가 두렵다고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그런데 성폭행 가해자의 과반수도 일반적 예상과는 달리 가족이나 친인척, 연인, 직장 상사와 동료, 이웃사람과 같이 피해자와 가까운 사람들이다. 역시 '내부'의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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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바디스' 베이비부머 지면기사
1960년대 중반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책가방은커녕 보자기에 둘둘 말아 어깨와 등을 가로질러 질끈 동여맸다. 미국에서 원조받은 옥수수죽과 빵을 학교에서 만들어 나누어 먹었다. 점심시간에 죽을 한 술씩 떠 입맛을 다시다 만 아이들은 모두 운동장으로 달려나갔다. 이름하여 '중간놀이' 시간. '올해는 일하는 해, 모두 나섰다~~~.'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남녀 구분없이 음악에 맞춰 삽질하는 모습을 하며 무용을 했다. 한 반에 70명이나 되는 콩나물교실도 모자라 2부제 수업을 했다.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 초기.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외식이라곤 초등학교 졸업식 날 어머니와 먹은 100원 짜리 짜장면. 그래도 그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고깃국도 설날·한가위·생일 등 1년에 2~3번 먹어보는 게 고작이다. 추운 겨울 퇴근하는 아버지를 마중하기 위해 형과 같이 버스 정류장으로 시린 손을 호호 불며 나간다. 아버지께서 사주시는 따끈따끈한 국화빵이라도 몇 개 얻어먹기 위해서다. 교회 마당이나 동네 공터에서는 땅거미가 져 공이 안 보이는데도 축구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회택·김정남·이세연 등 청룡팀이 당시 유일한 우상이었을 때다.'58년, 개띠'들의 자화상이다. '58년, 개띠'들은 우리나라 베이비부머(baby boomer)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베이비부머란 6·25전쟁 휴전 직후인 1955년부터 산아제한 정책이 도입되기 직전인 1963년까지 태어난 세대들을 말한다. 이들의 은퇴 대열이 벌써 시작됐다. 경기불황이 극심해지면서 대기업들은 이미 소리없이 인력 감축을 진행하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이 타깃이다. 상시 구조조정 체제에 돌입한 건설업종은 말할 것도 없고, 제약·정유·자동차 등 전체 업종을 망라한다. 이 여파는 협력사나 중소기업으로까지 영향을 미친다. 다행스럽게 목숨(?)이 붙어있다손 치더라도 길어야 몇 년이다.한국전쟁 이후 이 시기에 태어난 인구는 약 820만명이고, 현재는 710만명 정도라 한다. 이 중에서도 1958년생에 이르러 출산이 절정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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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함부로 소환할 수 없다 지면기사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결국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었다. 9월 24일 기자회견. 박 후보는 "5·16과 유신, 인혁당 등은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아버지 박정희 시대의 대한민국의 시작과 끝이 헌정파괴의 역사였음을 인정한 것이다.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 가치"라고도 했다. 경제기적이라는 목적을 위해 독재라는 수단을 선택한 아버지의 잘못을 시인한 것이다.박근혜후보 독재 선택한 아버지 잘못 시인기자회견후 대선지형 변화 따지는 정치인 분주편향된 인식으로 역사적 사실 보는일 경계해야지금 박 후보의 심정은 어떨까. 아버지의 역사를 옹호해야 하는 딸의 처지와 아버지의 역사를 비판하는 여당 대통령후보의 입장이 상충하는 충격으로 몸은 고단하고 마음엔 거친 파도가 일렁일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아주 힘든 일이었을텐데 아주 참 잘했다. 국민통합으로 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정말 필요한 일을 했다.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역대 대선정국에서 상대후보에 대한 이같은 헌사는 없었다. 대권을 놓고 사즉생의 경쟁을 벌이는 판국이라도 아버지를 부정할 수 없는 딸이자 부정해야만 하는 대통령후보 박근혜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차린 것이니 아름답다.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박 후보의 기자회견을 두고 정치공학적 셈법으로 분주하다. 박 후보에게 딸로서가 아니라 대선후보로서 박정희 시대의 과오를 인정하라고 강제했던 세력들이 그렇다. 박 후보의 기자회견이 갖는 역사성, 진정성에 대한 평가는 뒷전이고 기자회견 이후의 대선지형 변화를 탐지하느라 정신이 없다. 박 후보를 기자회견장에 밀어세운 새누리당 내부세력이나 야당의 대선캠프들은 지지율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회견만으로는 안된다. 반성과 사과의 진정성을 실천으로 보여달라"며 공세의 차원을 상향조정하고 나섰다. 역사공방을 벌이는 여야 정치인들의 역사인식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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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박근혜 지면기사
요즈음 한 케이블방송에서 방영되고 있는 '응답하라 1997'이 꽤 인기다. 아니 폭발적이다. 특히 이말삼초(이십대 후반 삼십대 초반) 세대들에겐 신드롬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다. 평균 시청률은 3.7%, 최고 시청률은 5.52%다. 케이블방송에서 이 정도의 시청률이면 공중파에선 40% 이상이다. 대박이 터진 것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는 드라마에 대한 뒷담화로 홍수를 이룬다. 한때 '세시봉'의 재조명으로 50대들이 열광했던 것에 버금간단다. 드라마의 완성도도 최상이다. 스토리나 배우들의 연기도 압권이다.20대 후반·30대 초반세대 사이 신드롬캐릭터·배경 보면 단순한 성장드라마 아냐박근혜후보 역사문제 해답 담겨있어드라마의 배경은 부산. 이것도 의외다. 대부분 드라마가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드라마는 발상의 전환으로 부산을 택했다. 진득한 부산사투리. 시간은 1997년 부산의 한 고등학교와 2012년 그 고등학생들의 동창회 모임이 교차로 보여진다. 1997년. 생각하기도 싫은 IMF가 터진 해다. 한달 뒤 대통령 선거도 있었다. 선거 덕분에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감정도 최고조에 달한 해이기도 하다. 대통령 선거가 뭔지 어른들이 지역감정으로 핏대를 세울 때 고등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나? 이 드라마는 전부는 아니지만 비중있게 그것을 조명한다. 아이돌 그룹 H.O.T와 젝스키스의 광팬의 처절한 싸움이 있었다. 그들의 싸움은 김대중 지지자와 이회창 지지자들의 싸움 이상이다. 드라마는 그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일종의 청소년 성장드라마다. 그런데 뜯어보면 청소년 드라마도 아니다. H.O.T의 광팬인 주인공 시연의 아버지는 전라도, 어머니는 부산 출신이다. 지역 감정이 드센 시절임을 상상해 보라. 반에서 꼴등인 시연을 좋아하지만 고백을 못하는 윤제는 전교 1등 모범생이다. 그런데 윤제의 형 태웅도 시원을 좋아한다. 그런데 문제는 태웅의 캐릭터다. 학력고사 전국 수석을 했지만 사범대를 진학하고 교사생활을 하다 그걸 접고 벤처회사를 차린다. 성공한 태웅은 벤처 주식을 모두 사회에 기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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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두 살림 접어야 지면기사
직장인들의 국민건강 보험료 부담이 또다시 늘어난다. 지난달 말 정부는 임금 외에 사업이나 이자, 배당, 연금 등으로 인한 종합소득이 7천200만원이 넘는 직장가입자 3만4천여명에게 상당액의 건보료를 추가 징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원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건보재정 적자에 있다. 근래 들어 해마다 적자 규모가 확대된 결과 누적적자액이 무려 1조3천여억원에 이른 때문이다. 앞으로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누적적자액 규모가 2013년 1조5천억원, 2014년 3조1천억원, 2015년 4조7천억원 등으로 추정한 바 있다. 병원 문턱이 낮아진데다 빠른 속도의 고령화가 결정적이다. 진료비 허위부당청구 및 리베이트관행이 여전한 것은 또 다른 이유이다. 임금근로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장기간의 내수부진으로 실질임금 상승률은 답보상태인 반면에 건보료 부담액은 갈수록 늘기만 했으니 말이다. 이번에 보험료를 더 내야하는 샐러리맨들은 부아가 치밀어 오를 지경이다. 근검절약해서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이자 혹은 임대수입 등 가외소득을 올린 것을 정부가 마치 범죄행위나 한 것처럼 치부하는 인상이니 말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직장가입자들이 전체 건보료 수입의 80%를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총가입자 중 지역가입자수가 30%를 상회함에도 20%밖에 부담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득이 전혀 파악되지 않는 지역가입자 비중이 무려 56%에 달하는 탓이다. 그중에는 상당한 규모의 자산을 소유한 얌체 부자들도 수두룩하다. 면세점(免稅點) 이하의 쥐꼬리 근로소득에까지 어김없이 건보료를 징수하면서 4천만원 미만의 금융소득에는 예외를 두는데 대해서도 유감이다. 의료급여 보장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1인당 건강보험료는 무려 53%나 올랐음에도 보장성은 60%로 답보상태인 것이다. 어쩌다 한번 병원 신세라도 질 양이면 온통 비급여 투성이여서 민간 보험회사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미국의 전철을 답습하는 것 같아 우려가 크다.앞으로가 더 문제이다.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