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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초가 튼실해야

    기초가 튼실해야 지면기사

    거미가 집을 짓고 있었다. 시골의 어느 농장에서다. 빨랫줄을 주 기둥으로 삼아 한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 놈을 처음엔 무심코 보고 있다 이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어서 또 망가질 것이고 그러면 다시 짓는 일을 반복할 텐데…, 측은지심이 발동해 아예 다른 곳으로 거미를 옮기려는 시도도 해봤다. 그러나 부질없는 짓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잠자리와 나비 모기 파리 등 먹거리가 거기보다 풍부한 곳이 없었다. 잠시 더 그 놈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했다. 망설임도 작은 실수도 없이 촘촘히 기초를 다지며 그물망을 완성해 가는 정교한 집짓기는 환경에 적응하며 태생 때부터 해오던, 삶을 이어가기 위해 잘 학습된 유전정보의 결정판이다.거미집은 비·바람을 막는, 추위에 견디기 위한 보금자리가 아니다. 먹이에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는 생명줄이다. 노출돼 있어 투명해야 하고, 더 확실히 해야 하는 전제 조건은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기초가 튼실하지 못하면 비·바람에 견딜 수 없다. 생존경쟁에서 패자로 남아 결국엔 종이 사라지게 된다. 한 나라가 부강해지고 국민들이 복된 삶을 누리기 위한 필요 조건도 다르지 않다. 인간이 다른 것은 행복조건이 여건에 따라 천태만상이라는 것이다.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종사자, 도시와 농촌생활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정상인과 장애인 등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다.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오지의 단순함과는 비교도 하지 않을 만큼 대한민국 국민들의 욕구분출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물론 모두에게 공통분모는 있다. 건강한 삶이다.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가 최대 이슈다. 등록금·교육·의료 등 대상의 폭을 넓혀 가고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고, 그 전면에 전면 무상급식과 선택적 무상급식이라는 먹거리가 놓여 있다. 행복지수와도 그 맥을 같이 한다. 같은 사안을 놓고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마땅치 않기는 하나 나름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편들기도 나뉘어 논쟁이 뜨겁다. 주장들을 간단히 살피면 '선별적 복지'의 장

  • 세금논쟁의 유의점

    세금논쟁의 유의점 지면기사

    미국의 세금 논쟁이 점차 힘을 받고 있다. 일개 신용평가사의 기습펀치에 휘청거릴 정도로 미국의 재정 적자가 심각한 터에 투자 천재 워런 버핏이 부자증세로 불을 지핀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지를 선언하자 공화당은 전가보도인 '증세=경기침체'론으로 즉각 응수했다. 버핏이 "세율을 낮추면 일자리가 더 줄어든다"며 증세론을 거듭 강조하자 공급측 경제학의 리더인 아더 레퍼가 재차 반대 논리를 펴는 등 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세계증시 불안이 키포인트다. 미국의 재정 적자는 치료불가인데다 유럽은 각국간의 이해가 맞물려 조기 수습은 난망이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잇따라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도이치뱅크는 중국경제 침체 우려에 주목하면서 힘을 보탰다. 경제란 사람들의 심리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 만큼 비관적 전망이 우세할수록 불황이 현실화하는 법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대위기- 의 임박 예언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또한 미국의회가 올 11월까지 1조5천억달러의 예산감축안을 확정해야 하는 터에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까지 예정돼 있어 세금 논쟁은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화두로 부상할 개연성이 크다.한국은 수출액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이고 미국과 유럽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특히 높은 국가다. 이번의 증시 대폭락이 이를 방증한다. 나라 곳간의 건전성 여부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가 채무는 올해 435조5천억원으로 2007년에 비해 무려 45.5%나 급증했다. 국가채무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습 차원에서 정부가 대규모 재정투입을 한 탓이다. 현 정부내내 계속된 감세 조치로 재정수입 증가율이 다소 둔화됐음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4%로 여전히 양호한 편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것은 못된다. 공공기관들의 부채를 포함한 광의(廣義)의 국가채무액이 2010년 기준 1천637조원에 달하고 외채 또한 4천억달러에 육박한 탓이다. 저출산·고령화에다 양극화 심화에 따른

  • 산학협력은 지역발전 시작이자 완성

    산학협력은 지역발전 시작이자 완성 지면기사

    한창 키가 자라야 할 때 크지 못하면 마음에 상처가 남는다. 지식경제의 메카로서 성장 기회를 맞은 인천경제가 빠른 성장궤적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산학협력 자체를 지역발전의 엔진으로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지역발전이라는 과제는 이제 '지식'없이는 생각할 수 없게 되었고, 따라서 최고의 지식공급자인 '대학'이 논의의 한복판에 들어서게 된다. 실리콘밸리에서 스탠퍼드 대학, 베이징에서 베이징대와 칭화대, 핀란드 울루에서 울루대학의 역할이 바로 대학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위력을 입증하는 사례들이다. 이제 대학실험실에서 내놓은 첨단연구결과는 학술적 산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업 원재료이거나 혹은 기존 산업계를 뒤흔드는 혁신상품으로 상업화되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대학에서 산출하는 지식의 경쟁력에 따라 지역기업들의 성장 속도가 결정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대학이 지역혁신의 주체로 부각된 것은 미국경제의 성장과정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의 혁신시스템 역사를 보면 오래전부터 대학이 혁신을 주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1930년대 이후 국방연구를 비롯한 상당부분의 국가연구비가 대학에 투입되었고, 산업체의 연구도 일부 자체(in-house) 연구를 제외하고는 대학과 공동으로 추진되었다. 이랬기 때문에 미국경제에서는 대학이 혁신지식을 뿌려주는 주체가 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은 상황이 달랐다. 1970년대 이후는 정부출연연구소가, 1985년 이후는 대기업 R&D센터가 한국 혁신시스템의 중심에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대학은 지식공급자보다는 산업체에 인재를 공급하는 기관으로 만족해야 했었다. 그러나 지식경제로 접어들면서 한국의 대학들에도 지식공급자라는 시대적 책무가 부여되었고, 공동연구와 기술교육 등을 통해 지역산업과 교류하고 있다. 이렇게 지역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자리매김한 산학협력에 다음의 대책들이 보완된다면 더욱 효과가 높아질 것이 틀림없다.첫째, 대학이 주도하는 지식교류 네트워크가 만들어져서 산업계와 대학사이의 지식교류가 지속되어야 한다. 미국의 샌디에이고가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유명해진 이유는 캘리포니아 대학(UC

  • 해방과 함께 '숨은 神' 아마테라스

    해방과 함께 '숨은 神' 아마테라스 지면기사

    얼마전 요시하라(吉原)라는 한 일본인의 회고담을 흥미롭게 읽었다.해방 전후의 인천 체험을 담은 이 회고록에는 인천신사의 제례를 주관하던 궁사(宮詞)였던 이소노(磯野)가 인천신사의 신체(神體) 은닉 과정에 대해 증언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소노의 증언에 따르면 인천신사에는 탁구공 크기의 검은 색 옥사리(玉砂利)가 신체로 보관되어 있었는데, 해방 직후인 8월17일 오후 4시에 인천신사의 궁사들과 인천부윤, 부두관리국장이 입회한 가운데 인천 앞바다의 한 지점에 그 신체를 가라앉혔다는 것이다.인천신사의 신체를 숨긴 사실에 대해서는 여러 기록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그의 증언에 크게 새로운 사실은 없다. 다만 은닉 당시에 입회자가 누구였는지를 밝혔고, '○○지점'이라고만 알려진 장소를 '인천항 앞바다 한 가운데'라고 조금 구체화했을 뿐이다. 그런데 일본인들이 '숨은 신'의 은닉처에 대해 굳게 함구하고 있는 것은, "언젠가는 다시 신전으로 맞아들일 때를 기다리는 임시조처"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처럼 해방 직후에 일본인들이 벌인 소란 중의 하나는 한국에 설치했던 신궁과 신사에 보관된 신체를 숨기는 일이었다. 천상의 최고 신이자 천황의 조상인 아마테라스 오오미가미(天照大神)를 비롯한 제신들의 신체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느라 전전긍긍했다. 실제로 8월15일 저녁 평양 신사를 비롯한 전국 중요 신사에 대한 방화와 파괴가 시작되었다. 신사 건물은 가장 일본적인 건축물이자 잔혹한 식민통치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조선총독부는 '일본과 조선은 한 뿌리이며 일체'라는 이른바 '내선일체'를 내세우며 조선인을 천황의 신민으로 만드는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했다. 신사참배는 천황제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한 군국주의 표상이었다. 일본인들의 민간신앙이었던 신도(神道)를 국가종교로 둔갑시켜 일본인은 물론 조선인들에게도 강요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총독부는 신사의 건립을 독려하여 1945년 6월까지 전조선에 신궁(神宮) 2곳, 신사(神社) 77곳, 면 단위에 건립된 소규모 신사 1천62곳이 세워졌으

  • 정치인과 약속이행

    정치인과 약속이행 지면기사

    약속은 지켜질 때 그 의미가 존재한다. 지켜지질 않을땐 '헛약속', 즉 식언(食言)이요, 공약(空約)이 된다. 좀 심하게 말하면 사기다. 철강 왕 앤드류 카네기는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이라도 한번 약속한 일은 상대방이 감탄할 정도로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탈무드에서도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 약속을 실천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했다. 약속이행만큼 세상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이 없다는 얘기다.우린 수많은 약속을 하면서 또는 받으면서 살아간다. 약속이 잘 지켜지는 사회를 두고 '신뢰사회'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린 신뢰사회에서 살고 있는가. 이런 물음에 선뜻 답하기란 쉽지 않다. 너무나 많은 속임을 당하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켜지는 약속만큼이나 크고작은 약속들이 헌신짝 버리듯 이행되지 않는 것이 너무나 많은 것이 요즘 세태다. 정치인들은 더욱 공약(空約)을 남발한다. 정치인이라면 국민들에게 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약속을 통해 선택을 받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요즘 불행하게도 약속은 지키지 않으면서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정치인들이 더욱 인기가 있는건 왜 그럴까. 참 아리송한 세상이다.그럼 역대 대통령들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떻게 이행했을까. 일반 정치인들처럼 공약(公約)을 남발하고 공약(空約)하긴 매 한가지다. 인천을 좀 한정해서 살펴보면 역대 대통령이 쏟아낸 약속들이 제대로 지켜진 것이 손꼽을 정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천경제자유구역에 한해 모든 예산의 1순위로 지원하고, 임기중에 인천을 동북아에서 가장 번영한 중심도시로 건설하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훗날 참여정부의 치적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성과를 내세우겠다고까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 약속은 결국 '정치적 수사'에 그친채 임기를 마쳤다.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초 인천을 방문해서 많은 약속을 했다. 우선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활성화를 위해 TF팀을 구성해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도권 규제 완화를 들고 나온 것은 그의 핵심 공약이 됐다. 아직 임기를 마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결국 공약(

  • 자원봉사

    자원봉사 지면기사

    재해복구 자원봉사활동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업·사회단체·봉사단체에서 조직적으로, 또는 개인이 각종 정보망을 통해 참여할 곳을 정해 구슬땀을 흘린다. 노력 봉사는 기본이며 기능적 봉사가 눈에 띄게 활발해지는 등 다양화하고 있다. 국민들의 높아진 시민의식이 보인다. 반면 재해에 대비하는 수준은 아직도 후진국형이다. 폭우시 가장 우려되는 산사태는 세계적인 추세로 홍콩·대만·일본 등 인근 나라의 예만 보아도 대비 정도를 알 수 있다.방재에 만전을 기한다 해도 피해지역을 다 막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토부·기상청·자치단체 등의 통합시스템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우리의 경우 인재의 범위가 넓은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기후변화로 위험적인 요소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대비는 땜방식 복구다. 과학적 체계적인 복구시스템을 말하고 있지만, 단기간 퍼붓는 비의 양이 매년 기록을 경신하며 산기슭 마을과 저지대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복구 시스템이 그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사업도 예산도 선택과 집중의 실패다. 그 빈자리를 자원봉사자가 메우며 버티고 있다.우리의 자원봉사가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예는 2007년 12월 7일 태안 해상에서 터진 미증유(未曾有)의 기름유출사건이다.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의 이름을 따 '삼성-허베이스피릿호 원유 유출 사고'로도 불리며, 유출된 원유도 엄청나 1만2천547㎘에 이른다. 1997년 이후 10년 동안 발생한 3천915건의 사고로 유출된 원유(1만234㎘)를 앞지른다는 통계이고 보면 그 양을 짐작하게 된다. 범위도 상상을 초월해 인근 해안지역을 넘어 진도·해남에 이어 제주 추자도 해안까지 퍼져 양식업과 해수욕장·어장·양식시설 등 바다와 관련된 모든 산업이 망가졌다.태안 등 6개 시·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후 1차 해상방제는 2008년 1월8일, 도시지역 해안방제는 같은해 10월10일 마무리 됐다는 보고가 있다. 이 또한 인재로 10년 또는 30년이 될지 기약하기 힘든 방제를 초 단기간내에 일단 끝내고 폐허가 된 해상산업이 활기를 되찾게 한 일

  • 사정(司正) 당위성은 큰데

    사정(司正) 당위성은 큰데 지면기사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사건이 터진 지 6개월이 지났으나 마무리는커녕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되었으니 말이다. '카더라'식 루머가 항간에 떠도는 와중에 국정조사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청와대는 물론 과거권력과 미래권력 핵심실세들의 명단까지 들먹이는 탓이다.피해규모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데다 범죄연루자들이 금융감독원, 국세청, 감사원, 법조계, 청와대, 언론인, 국회의원 등 전방위적이어서 충격이 더했다. 감독기관이 눈감아주고 정치권이 뒤를 봐주었으니 은행예금을 통째로 가로채는 것쯤은 '땅 짚고 헤엄치기'격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부산 자갈치 아줌마들만 날벼락을 맞았다.한국에는 3대 불가사의한 조직이 있다. 작금 여론의 표적대상으로 부상한 해병대 예비역모임인 해병대전우회와 호남향우회, 그리고 고려대교우회 등이다. 이 조직들의 연(緣)줄이 유난히 굵은(?) 탓인데 주목할 것은 대한민국이 '연의 사회'란 사실이다. 탯줄이 혈연사회를 지탱해주는 근간이듯이 고향, 출신학교, 특수집단 등은 사회적 연결고리이자 입신출세의 든든한 밧줄이며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아무리 생면부지의 인사라도 서너 사람만 거치면 그 사람의 족보까지 캘 수 있는 곳이 한국이다. 부패커넥션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이다. 부산저축은행 대주주 및 경영진은 지연, 학연 등을 이용해서 서민예금자들을 등친 것으로 확인되었다.부패는 정보의 독점과 왜곡, 은폐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불식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용인할 수도 없다. 뇌물을 매개로 한 부패와 시장경제 및 자원배분은 역(逆)의 상관관계에 있어 독과점과 부(富)의 편재, 고비용, 기업가정신 약화, 외국자본 유입저해 등 국가경쟁력을 훼손할 뿐 아니라 국제무역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부정부패는 전 세계 기업활동비를 10%가량 증가시키며 개발도상국 조달계약 규모의 25%에 상당하는 비용을 추가로 발생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입증한다.부패인식지수가 세계 최고인 핀란드에서는 공적(公的) 정보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을 대대적으로 허용해서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비리소지를

  • 창업계보(系譜), 지역경제 일으키는 힘이다

    창업계보(系譜), 지역경제 일으키는 힘이다 지면기사

    창업은 지역경제의 꽃이다. 특히 양질(良質)의 창업이 많을수록 지역경제가 얻는 효과는 더욱 커진다. 기술 역량이 높은 우량 벤처기업의 창업은 고용효과 뿐만 아니라, 지역산업구조를 개편하여 혁신지역으로 변모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본래 벤처기업은 기술로 승부하는 만큼 고용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최근 중소기업청의 발표에 의하면, 벤처기업의 5년 평균 고용증가율은 12.65%로 대기업(2.26%)과 일반중소기업(4.99%)의 평균고용증가율보다 최소 2.5배에서 최대 5배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우량 벤처창업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우는 중요한 통계로 생각된다.한국경제는 모든 행정단위별로 창업 활성화에 주력했지만, 아직 정확한 해답을 얻지는 못했다. 감춰진 해법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창업 활성화의 숨겨진 비결은 '창업계보(系譜)'이다. 창업계보란 지역기업에 고용되었던 사람들에 의해 그 지역에서 창업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창업계보를 통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국의 실리콘밸리다.1938년 휴렛패커드(HP) 창업에서 시작된 실리콘밸리가 정작 세인의 관심을 끈 것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1957년 '페어차일드 반도체' 설립에서 부터다. 이 기업은 '쇼클리 반도체'에서 근무하던 8인이 창업한 회사였는데, 이 '페어차일드 반도체'는 실리콘밸리가 반도체 창업의 계보를 이루는 모태가 된다. 페어차일드 설립 6년 후 고든 무어(Moore)와 로버트 노이스(Noyce)에 의해 '인텔(Intel)' 기업이 탄생하는 등, 페어차일드는 36개의 창업기업을 낳은 것으로 알려진다. 심지어 대표적 벤처캐피털 기업인 '클라이너 & 퍼킨스'도 그 계보에 속한다. 실리콘밸리에서 '클라이너 & 퍼킨스'가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하면 벤처캐피털 업종의 모태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창업계보 구축 과정이 주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첫째, 연고(緣故)가 살아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창업계보를 이루려면 연고주의를 건전하게 잘 살리는 것에 해답이 있다. 연고주의를 무조건 전근대적 방식으

  • 백령도 잔점박이 물범 이야기

    백령도 잔점박이 물범 이야기 지면기사

    백령도 잔점박이 물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백령도 물범은 1982년 천연 기념물(331호)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물범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2005년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된 것이 한 계기였는데, 이후 물범의 생태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고 다큐 영화로 제작되거나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물범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로 선정되어 더욱 집중적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백령도 잔점박이 물범은 여러모로 특이한 해양생물이다. 고래를 제외하면 서해안 유일의 해양 포유류로서, 유전자 검사 결과 이들은 북태평양 점박이 물범과 동일한 개체이지만 고유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오랜 세월동안 황해의 해역 생태계에 적응하여 진화한 집단으로 파악되고 있어 그 정착과정도 흥미로운 연구과제이다.잔점박이 물범은 둥근 얼굴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코를 벌름거리는 모습은 천진난만한 아이를 연상케 한다. 바닷물에서 자맥질할 때면 날렵하지만 바위섬에 올라 통통한 몸통을 땅에 대고 기어다니는 모습도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 물범의 '몸매'는 육상에서 진화하여 바다로 되돌아간 해양 포유류들이 바다에 적응한 결과이다.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체온을 유지하고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 유선형의 둥근 몸으로 바뀌었으며, 오래 잠수하기 위해서 귀와 콧구멍은 여닫을 수 있는 구조로 진화하였다 한다.백령도 물범의 이동 경로는 한국과 중국 북한 해역에 걸쳐 있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물범들은 3월부터 12월까지 백령도 근해에서 보낸 다음 북한 해안을 따라 북상하여 중국 발해만까지 이동하여 얼음바다 위에서 새끼를 낳고 겨울을 보낸 다음 이듬해 3월경 다시 북한 해역을 따라 남하하여 한해를 보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물범을 '백령도 물범'이라 부르는 것은 한해의 대부분을 백령도 일대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물범류들은 북위 45도 이북의 북극권에서만 서식한다. 물범이 북극권에 서식하는 이유는 얼음 위에서 새끼를 낳는 해양포유류이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백령도 물범은

  • 송영길 인천시장과 1년

    송영길 인천시장과 1년 지면기사

    시간은 '금'이라고 했던가. 1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새로운 변화와 희망을 얘기하며 힘차게 출발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차에 접어들었다. 시간의 수레바퀴는 참 빠르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시간은 금이라고 했나 보다.그렇다면 임기 4년중 1년을 넘긴 송 시장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 젊음과 변화의 상징이라는 그가 제대로 시정을 장악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단 말인가. 점수로 따지자면 몇점이나 받고 있을까.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아 각 언론 매체들이 내린 평가를 종합해 보면 그리 높은 점수가 매겨지질 않는다. 칭찬보다는 질책이 많아 보인다. 어떤 경우는 혹평에 가깝다. 공동정부 구성에 참여할 만큼 후원자적 위치에 있던 시민단체들조차도 좋은 평을 내놓질 않는 것을 보면 언론의 평가가 그렇게 무리한 것만은 아닌 듯싶다.송 시장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억울하겠다. 본인이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중요한 진전을 이룬 소중한 한 해라고 생각하는데, 왜 이리 혹평만 내린단 말인가. 빚더미인 인천시정을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왔고, 송도에 삼성바이오까지 유치하는 등 할만큼 했는데 평점이하라니 '말이 됩니까'하고, 내심 서운할 법도 하다. 그러나 시장에 대한 평가는 그를 뽑아준 시민들 몫이니, 자신이나 측근이 나서서 대놓고 평을 내릴 수도 없지 않은가. 차라리 그 평을 겸허하게 듣고 옷소매를 다시 여밀 수밖에….그럼 송 시장이 왜 이런 평가를 받고 있단 말인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 같은데 말이다. 정답은 앞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행정에 있다. 구호나 말만 무성했지, 뭐하나 시원하게 매듭 된 게 없는 1년이었다는 것이 평가절하의 핵심이다. 거창한 구호로 출발한 '경제수도 인천건설'도 그렇고, 인천의 빚이 7조원이니, 8조원이니, 1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등 '빚타령'만 했지, 정작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행착오도 한 몫 했다. 2014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설을 두고 짓네 마네 하고 허송세월 하더니, 도화지구나 루원시티 등 인천의 대표적인 재개발 사업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