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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대집행 지면기사
[경인일보=]명산에는 등산객이 몰리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먹거리촌이 형성된다. 많은 곳이 무허가 불법영업으로, 매년 고발과 벌칙금, 전과자의 악순환을 거치면서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곳이 생활전선이며, 적게는 수년 많게는 수십년 장사를 해 온 터전이기 때문이다. 떠나서는 그만큼의 생활을 영위하기도, 자신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지 모른다. 자연보전구역이나 상수도보호구역 등 영업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곳에서의 영업이 이뤄진 이유지만, 당시 행정당국이 이들의 행위를 인정적인 면에서 눈감아 준 것도 한몫 했을 터다. 기간이 길어지면서 수가 늘게 됐고 개중(個中)에는 돈벌이가 커져 내놓기 섭섭하고 못마땅해 단속 등 행정기관의 법적행위에 항의하며, 불법영업을 이어가는 기업형 식당도 있을 수 있다. 시작은 몇 안 되는, 구멍가게 규모여서 인정에 끌린 면이 있었다면 끝은 한바탕 실력행사로 아수라장이 되곤 한다.광교산 무허가 보리밥집이 철퇴를 맞았다. 인정법에 끌리고 마찰을 우려해 경고만이 연례행사였던 전례에서 탈피, 이번에는 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 대대적인 원상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상수원보호와 환경개선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명제를 앞세워 수원시가 철거를 예고했고, 광교상우회에서 받아들여 자진철거키로 하면서 여타 지역에서 봐 왔던 충돌은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다.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아픔은 이들의 호소에서 느낄 수 있다. 토박이들은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업주들이 자진해 철거에 나선 만큼 시에서 상인들과 공존할 수 있는 좋은 해결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당부의 말로 아쉬움을 달랜다.광교산은 주말이면 수원뿐 아니라 인근 수지와 의왕 등 수도권 일대의 등산객이 인산인해를 이뤄 전진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을 정도로 명산이다. 자연스럽게 등산객의 허기를 채울, 땀을 씻고 잠시 쉬어 갈 공간인 먹거리촌, 보리밥집이 생겼고 유명세를 타면서 모임을 하고 맛집을 찾는 시민들이 몰리는 명소가 됐다. 시 살림에도 보탬이 돼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특수성이 아니라면 양성화해 상권을 살리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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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재발걱정 없나 지면기사
[경인일보=]저축은행 부실이 남긴 상처는 매우 깊어 보인다. 사정(司正)의 최후 보루인 감사원의 고위 인사와 금융감독원 수장까지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탓이다. 경찰이 절도행위를 거드는 모양이었으니 힘없고 빽(?)없는 서민예금자들만 날벼락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부실은행 오너들의 파렴치 범죄로 인한 손실보전에 거금(巨金)이 소진됐는데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자금이 투입될지 가늠되지 않는다. 캐면 캘수록 고구마줄기처럼 부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니 말이다.앞으로가 더 문제다. 또 한 차례의 구조조정 쓰나미가 임박한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의 결산마감일이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계속된 데다 올해는 부실문제까지 불거져 저축은행들의 올해 경영실적은 예년보다 나쁠 전망이다. "하반기에 저축은행에 대한 추가 영업정지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그렇다"는 답변이 시사하는 바 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대출 비중이 높고 재무구조가 열악한 자산 1조원 이상의 대형 3곳과 5천억원 이상의 중형 1곳이 살생부에 오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미 2차 수술준비를 끝내고 작전개시 명령만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대책 발표 시기도 머지않은 듯하다. 저축은행의 영업실적이 공표되는 8월 이전에 작전을 개시할 가능성이 크다.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에 대한 우려로 저축은행들은 벌써부터 크게 긴장하고 있다. 전국의 수많은 소액예금자들도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주목되는 것은 그간의 준비상황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로 구성된 저축은행 구조조정태스크포스(TF)는 저축은행에 한해 다음달 1일부터 실시예정이었던 국제회계기준(IFRS)의 적용시한을 5년간 연장했다. IFRS를 당장 적용할 경우 대손충당금이 일시에 불어나 부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89개 저축은행의 468개 부동산 PF에 대한 전수조사를 완료, 부실채권을 선별해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인수중이며 부실 PF대출 처리기간도 종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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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육성의 진정한 의미 지면기사
[경인일보=]21세기 들면서 독일경제의 성장세가 만만치 않다. 지난 90년대만 해도 독일 장인제도의 종언이라는 표현이 설득력을 가졌던 적이 있다. 특히 독일의 전통적인 강점이었던 전자 및 광학 분야에서조차 일본에 밀려나면서 독일경제시스템에 대한 의문이 강화되었던 것이다. 그랬던 독일경제는 다시 부활해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중소 부품·소재 업체들의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최근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높은 중소기업군(群)을 지칭하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을 비롯해서 다양한 글로벌 강소(强小)기업 리스트에 많은 독일기업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이러한 독일의 성장세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중소기업 정책이다. 독일은 산업육성 측면에서는 여러 유럽 국가들과 연합하여 움직이지만, 중소기업 정책에서만은 독립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독일이 선택한 중소기업 정책의 핵심은 공정경쟁의 조성이다. 여기서 공정경쟁이란 기업간 정당하고 치열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여 진정으로 실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성공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구체적으로 첫째, 효율적인 경쟁자들이 활발히 경쟁하는 여건조성. 둘째, 혁신을 추진하는 중소기업을 우대하는 환경조성으로 요약된다.한국경제에서 중소기업 정책이라고 하면 시장에서 실패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을 돕는 후생적 의미가 강한 편이다. 그래서 한계에 도달한 중소기업에 세제혜택을 주거나 자금을 대출해주는 것 등이 전형적인 수단이었다. 그런데 독일이 보여주었듯이 성공하는 중소기업 정책은 한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아니다. 독일은 공정경쟁 정책을 통해, 역량 있는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또 한계기업들은 퇴출시키면서 경쟁력을 회복했다. 독일의 최근 성공은 공정한 경쟁이야말로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최선책임을 다시 일깨워준 것이다.특히 첨단·고부가가치화를 소망하는 인천경제에 독일의 중소기업 정책은 소중한 교훈을 준다. 첫째, 중소기업 정책은 경쟁력을 키워주는 것이라는 교훈이다. 특히 산업근대화의 기조였던 제조집적지를 탈피하고 고부가가치화로 전환하려는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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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시민과 미래도시 지면기사
[경인일보=]이상 도시에 대한 로망 혹은 도시에 대한 유토피아적 상상은 언제나 소중하다. 최근 도시문제와 폐단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지난 세기에 추구해 온 도시 패러다임에 대한 반성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전면적이고 입체적 비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장기계획이 부재한 계획은 결국 전략없는 전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나 국가가 장기 전략이 없거나 단지 메타포로만 제시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비현실적인 이상주의도 문제지만 유토피아적 비전에 입각하지 않는 단기 계획들이란 말 그대로 대중추수주의나 유행의 모방에 급급해 지속성을 갖기 어렵거나 공공재원의 낭비로 귀착될 가능이 높기 때문이다. 사회의 변화속도가 수십 년의 미래를 예측하는 장기적 구상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일 수 있다. 당파적 관점 때문에 의미있는 지난 정부나 타 정당의 정책이나 실험을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많다. 참여정부가 공들여 만든 '비전 2030'이 현 정부에서 참고하거나 인용하지 않는 것이 그 사례다.이상 도시의 꿈을 비현실적이라 할 수 있을까? 자동차 회사들은 모터 쇼에 출품되는 콘셉트 카(concept car)를 통해 회사가 지향하는 스타일과 기술적 목표가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모터쇼에 제시되는 콘셉트 카는 당장 생산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미래형 모델이어서 상당수가 폐기되기도 하지만, 이상적 디자인과 기능을 매개로 자동차 회사는 소비자와 소통하며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미국 애리조나주 사막 한가운데 건설된 친환경 생태도시 '아르코 산티'는 사막위의 낙원으로 불리는 현존하는 유토피아 도시의 하나다. 생태건축학자인 파울로 솔레리가 설계한 아르코 산티 사람들은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하고 유기농법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며, 차없이 걸어다니는 환경친화적 유토피아다. 이 미국판 무릉도원의 콘셉트를 일반적인 현대도시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태적 가치의 극한을 실험해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아르코 산티는 현존하는 유토피아 도시라는 찬양을 받아 마땅한 것이다.한국의 여러 도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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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쇼'라도 보고 싶다 지면기사
[경인일보=]참으로 이게 나라인가. 부족사회인가. 곳곳이 제몫찾기 전쟁이다. 지금은 좀 한숨을 돌렸다지만, 정말 가관이다. 세종시로 온 나라를 들쑤셔놓더니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등장했다. 이어서 과학비즈니스벨트,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이전 문제로 나라가 사분오열됐다. 국익이나 나라는 온데 간데 없고, 오직 지역이익뿐이다.시발은 동남권 신공항의 백지화다. 아직 신공항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아 당장 건설하는 것은 국익에 반한다는 것이 정부의 결론이다. 어찌보면 뻔한 결론이었는지 모른다. 한 식구라던 영남권이 남북으로 갈려져 있는 상황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 올릴 수 있었겠는가. 예상대로 이 지역들은 난리가 났다. 삭발을 하고, 떼거지로 항의집회를 열었다. 국회의원들의 말투를 보면 여당의원인지, 야당의원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다. 오히려 여당쪽 의원들의 목소리가 더 컸다. 정부는 내친 김에 과학벨트와 LH의 이전 문제까지 결론을 내버렸다. 때늦은 결론은 다분히 지역적 분배 성격이 강했다. 그런 만큼 그 파장도 컸다. 신공항때와 마찬가지로 단식 농성에 삭발 시위로 이어졌다. 도지사는 물론이고 국회의원까지 예외는 없었다.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도, 장관을 지낸 이도 가세했다. 국익에는 늘 뒷전이었던 국회의원들도 지역문제라면 열일을 제쳐놓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쟁을 조정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분열의 중심에 선 모양새다.정부도 참 한심했다. 어느 것 하나 명분있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설득력도 부족했다. 그냥 뻔한 술수가 지역민들에게 읽혔다. 결과가 훤히 보이는데 마냥 시간만 끌어온 꼴이다. 그러다 보니 해당 주민들 입장에선 얼마나 허탈하고 분노가 치밀었을까. 이해도 간다. 요즘 정부가 하는 일이 뭐하나 시원하게 해법을 제시하는 게 없지 않은가. 그렇다 치더라도 국익은 제쳐두고 오직 지역민에만 파고드는 영호남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좀 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고, 얄밉기까지 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우린 왜 '이런 정치인들이 없을까'하고 내심 부러움이 앞서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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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 지면기사
[경인일보=]국방(國防)의 목표는 군사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 전쟁을 방지하고 다른 나라의 도전을 억제하는 데 있다. 군사적인 발전과 전쟁규모의 대형화, 복잡한 국제관계로 인해 자국의 힘만으로는 방위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각 국이 상호공동방위와 집단방위체제를 유지하려는 이유다. 전쟁이 불가피하면 총력을 기울여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국방이다. 전제 조건은 당연히 자국의 경제력과 국방력이다. 나부터 실력을 갖추고 국제 세력을 쌓아야 튼실하고 안전보장을 위한 신뢰의 폭을 넓힐 수 있다.'국방개혁 기본계획 11-30'이 논란이다. 자주국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방개혁은 의존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도 크겠으나, 우리가 살고 있는 영역을 지켜낸다는 자발적 선언의 자긍심이 더 크게 다가와야 한다. 의욕과 자신감, 즉 사기가 없으면 그 군대는 전쟁에서 반은 지고 들어가게 된다. 잘된 개혁은 천안함·연평도 사건 대응과정에서 드러난 취약점을 보완, 불안해 하는 주민과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다. 20년간 작전지휘와 행정이 분리 운영됨에 따른 비효율성도 개선하게 되며, 오는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시에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그런데 개혁의 주체인 육·해·공군이 사분오열의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갈등요소가 해소되지 못하면 개혁은 의미가 반감되며 국방은 장담할 수 없다.육군이 일방통행식으로 만든 개혁안에 해·공군이 발끈한 후 사태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발단은 각 군의 의견수렴과 조절 등의 절차를 생략한 데서 비롯됐다. 개혁안 검토단계에서도 그렇고, 발표를 앞두고도 3군 합동참모회의 또는 군무회의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문가 토론회 역시 마찬가지다. 개혁진행과정에서 나타난 일련의 행태를 보면 특정 군을 위한 개혁이라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지휘체계도 늘어나 복잡해지고 해·공군의 전문성은 고려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비전문가적 개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군계획의 핵심인 상부구조 개편을 통한 군의 합동성 강화에 차질을 빚으면서 오히려 국방력 강화가 멀어지는 듯한 느낌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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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불량시대의 자화상 지면기사
[경인일보=]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심리학과 폴 에크먼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하루에 200번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는 우리네 언설은 약과인 것이다. 인간이란 매우 정직하지 못한 존재임을 방증하는 것이다.공직사회의 거짓행위가 빚은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선 느낌이다. 금융감독원이 설립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터에 이번에는 강원도 화천군에서 구제역방역 관련 대리근무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작년 말부터 곳곳에 방역초소를 설치하고 공무원 1인 2교대, 주민 3명 3교대로 조를 편성했는데 야간근무 당번인 일부 공무원들이 일용직을 대신 투입하고 일당 8만원의 야근수당을 챙겼던 것이다. 화천군에서만 15억원이 부당 지출됐는데 국민들은 "화천뿐이겠는가"라는 반응이다. 지난 겨울 기록적인 혹한만큼이나 구제역이 전국을 초토화시켰으니 말이다. 주목되는 것은 공직자들의 세금도둑질이 구제역에만 국한된 사실이 아니란 점이다. 천재지변시 비상대기가 일상화한 터에 공무원들의 일상근무에서도 부당한 초과근무사례들이 비일비재한 탓이다.공직자들의 양심불량행위는 이뿐 아니다. 지난 3월에는 인천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이 특진을 위해 허위공적서를 제출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의 자체감사에서는 부서회식비 마련을 위해 가짜로 출장비를 수령하고 교원들의 경력이나 근무성적을 조작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다. 뒷돈 제공을 담보로 유흥업소들의 일탈을 외면하는 투캅스(?)들이 근절되지 않는 가운데 스폰서 판검사들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권(利權)과 밀접한 부처 공무원 및 정치인들이 유관기업들의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관행은 비밀도 아니다. 공기업들의 부실경영도 이와 무관치 않다.법을 집행하는 공직사회의 반칙과 비리가 끊이지 않는 형국이니 민간부문은 오죽할까. 과도할 정도의 배당을 통해 기업을 빈사지경에 이르게 함은 물론 대주주들의 불법비자금 조성사례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물타기 증자, 주가조작 등으로 개미투자자들을 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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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러스터 리셋, 인천경제 도약의 열쇠 지면기사
[경인일보=]경제정책 중에는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정권의 운명과 함께 버려지는 정책이 있다. 클러스터 정책이 바로 그렇다. 클러스터 정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지역혁신 수단이지만, 지난 정권의 꼬리표가 달린 탓인지 최근 관심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이다. 그런데 인천이 클러스터 정책을 반드시 살려내야 하는 이유는, 인천경제에 클러스터의 성패에 의존하는 중요사업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자유구역이 대표적이며, 벤처집적 공간인 제물포스마트타운, 바이오산업 육성, 산업단지 고도화 등 인천의 전략사업들이 놀랍게도 모두 클러스터를 통해 성패가 결정되는 상황인 것이다.한번 관심에서 벗어난 정책을 다시 되살리려면 부분적인 수정으로는 부족하다. 이 경우 대폭적인 수술을 통해 새로운 관심을 유인해야 한다. 인천의 클러스터 정책은 이러한 대전환이 필요한데, 그 대전환을 '클러스터 리셋(reset)'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여기서 '리셋'의 의미는 마치 컴퓨터가 잘 돌아가지 않을 때 재부팅하는 것과 같은 뜻이다. 현재까지 힘없이 돌아가는 패턴을 바꾸기 위해서는 재부팅과 같은 대규모 수술이 필요한 것이다.'클러스터 리셋'의 첫 번째 계명은 '클러스터 유형을 구분하라'이다. 모든 클러스터를 동일하게 접근했던 것이 지난 정책의 오류였다. 현재 인천경제의 전략 클러스터들도 모두 유형이 다르고 발전 동력도 다르다. 구체적으로 제물포스마트타운은 벤처기업 클러스터이며, 바이오산업은 대기업 주도 클러스터, 또한 산업단지는 중소제조업체 클러스터로 구분된다. 특히 이들을 움직이는 인센티브 체계의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벤처기업 클러스터에서는 벤처기업가와 벤처투자자들의 만남이 특별히 중요하다. 투자자금이 있는 공간에 벤처기업가들이 모여든다는 진리에서 인천이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정황상 벤처투자자금을 인천내부에서 자급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인천 벤처기업 클러스터 전략에서 투자자금만은 서울의 것을 활용하도록 지역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투자자금까지 지역 완결성을 가지려는 것은 당분간은 과욕일 것이다.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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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 본 인문학 열풍 지면기사
[경인일보=]인문학에 대한 대중적 열기가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마이클 샌델의 정치철학서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대학과 각종 도서관이나 문화 기관의 프로그램, 백화점 문화센터, 동사무소에 이르기까지 인문강좌가 개설되어 수강생을 끌고 있다. 대학이 개설하는 최고경영자 과정도 인문학강좌로 진행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었으며, 일부 기업에서는 사원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유치하는가 하면 신입사원 채용에 인문학 전공자를 늘리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인문학 열풍은 1980년대의 사회과학 열기에 비견할 만한데, 사회과학 열풍의 진원지가 대학이었다면, 인문학 열풍은 기업과 사회전반의 현상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또한 본래 이공계 중심으로 출발했던 대학에서 학제를 개편하여 인문학 과정을 강화하고 통섭인문학 혹은 융복합 과정으로 인문학과 과학의 융합 시도도 늘어가고 있다. 이쯤하면 인문학은 위기가 아니라 가히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인문학 열기가 이례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이미 1990년대에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 열풍이 그 조짐을 보여 주었듯이, 물신주의로 황량해진 우리 삶의 내면과 환경을 되돌아보려는 대중적 욕망의 흐름은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압축 성장의 신화를 창조했지만, 정작 주인공들에게 질주하는 기관차처럼 오직 속도와 성과만 요구해왔다. 경제 위기 이후에 파급된 신자유주의의 물결은 개인이 삶의 가치나 사회적 정의를 고민하는 것을 사치처럼 여기게 만들었다. 그 점에서 본다면 최근의 인문학 열풍은 가장 비인문학적인 시대에 불고 있는 수상쩍은 흐름인 셈이다.인문학 열풍을 유도하는 진원지 중의 하나는 기업이다. 기존의 정보산업을 넘어 창조산업(문화산업) 중심으로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어 효율성 중심으로 경영해온 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지닐 수는 없다는 것을 경영자들이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의 인문학 열풍이 자본과 기업의 갱신의 수단으로 동원되어 '인문정신' 본연의 기능과는 무관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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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궐 선거 이후 지면기사
[경인일보=]참으로 지루했다. 또 짜증스러웠다. 왜 이리 정치권이 변하지 않는단 말인가. 평소 정도(正道)를 걷겠다고 공언하던 사람도 정치판에 끼어들면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국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준 재·보궐 선거가 오늘(27일)이면 끝이 난다. 투표만 남겨놓은 상태다. 후보들의 당락도 오늘 늦은 저녁이면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과연 누가, 어느 당이 승자가 될 것인가. 최대 관심지역인 분당과 김해지역 국회의원, 강원도지사 선거에선 누가 축배를 들 것인가. 그래도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그렇다면 표심은 어디로 쏠렸을까. 민심을 모르니 표심을 알 턱이 있나. 억지로 예측 아닌 추측을 해 보면 여·야가 1:2나 2:1로 결론이 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변수가 있다. 바로 연령대의 투표율이다. 투표율의 높낮이에 따라 뜻밖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여든, 야든 싹쓸이의 패배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정치권이 신경을 바짝 곤두세운다.사실 이번 재·보궐 선거는 국회의원 의석수로 보면 몇 자리도 안 된다. 통상 승부처로 보는 수도권도 겨우 한 자리다. 그런데 왜 정치권이 이 야단이란 말인가. 그 속내는 따로 있다. 당장의 이번 선거 결과보다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 있다는 게 그 속내다. 내년 선거야말로 여야 정치권으로선 '죽느냐, 사느냐'의 선거다. 정권을 '쥐느냐, 빼앗기느냐'가 더 실감나는 표현일 것이다. 예상외의 과열 양상은 정치권이 이번 선거결과를 바로 내년 선거전의 분수령으로 보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선거판이 의사당보다 더 많은 국회의원들이 총동원됐다고들 한다. 현장에선 정당은 정당대로, 대선 후보들은 후보대로 대리인을 통해 이미 치열한 헤게모니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한다.내일이면 그 후속 드라마가 예고돼 있다. 선거의 결과를 두고 정치권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의 '삼류 소설'을 마구 써댈 것이다. 선전했다느니, 민심의 결과라느니, 아니면 참패에 따른 책임론 등등. 또 온갖 수사를 동원한 기선잡기에 나설 것이고, 예전에 보지 못한 정치적 술수도 등장할 것이라는 것이 뻔한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