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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제조업을 다시 생각한다 지면기사
[경인일보=]최근 인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인천지역 제조업 구조변화 분석' 보고서는 인천경제에 드리워진 위기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1999년 이후 10년간 인천경제를 진단한 결과, 인천은 여전히 제조업 중심경제이지만 기계·자동차 등 전통업종 중심이고 IT·반도체와 같은 지식기반 제조업의 비중은 아직 약하다는 현실을 드러낸다.또한 제조업체들은 생산성 향상에 실패하여 낮은 성장세에 허덕이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300인 이상인 중견 기업수가 10년 전보다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결과가 말해 주는 것은, 인천경제는 지식경제시대에 적합한 업종전환에 실패했으며, 중소제조업의 메카이지만 성장통로가 막혀 있거나 혹은 성장기업들이 지역을 떠난다는 문제로 집약할 수 있다. 이 현상들은 '경제수도'를 목표로 하는 인천시의 경제정책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인천 제조업의 지속적인 부진에서 파생되는 가장 큰 부작용은 인천경제의 중심축을 서비스업 쪽으로 옮기자는 견해와 맞서야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인천경제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지만, 제조업의 성장속도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무시할 수 없는 설득력을 축적해 왔다. 인천은 지역특성상 항만과 공항 등 물류 인프라가 강하기 때문에 서비스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은 단견에 불과하다.본질적으로 서비스업은 제조업보다 생산성이 낮은 편이며, 서비스업은 생산성이 증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없다. 또한 서비스 상품은 교역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출능력이 약하다. 서비스는 본래 동일 지역에서 거래가 발생하는 상품이다. 협소한 내수시장 때문에 언제나 경제활동의 돌파구를 해외시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던 한국경제를 생각할 때, 수출이 어렵다는 것이 얼마나 큰 한계인지를 실감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인천경제가 진정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지식산업화만이 진정한 해법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할 때이다.인천경제는 남동산업단지로 대표하는 제조집적지로서 자리매김하면서 한국경제의 성장과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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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과 '마켓 3.0' 지면기사
[경인일보=]사회적 기업이 대안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들은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을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행 사회적기업육성법은 사회적 기업을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 목적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어딘가 밋밋하지만 사회적 서비스 확충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을 동시에 실현시키자는 대안에 사회적 합의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실상 사회적 기업이란 말은 동어반복이라 할 수도 있다. 기업은 사회적일 수밖에 없으며 대부분의 기업이 '사회적 기여'를 설립 목적으로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점에서 '사회적 기업'이란 말은 역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추구해야할 사회적 사명보다 이윤추구에 급급해 왔다는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도 된다.기업의 사회적 성격과 관련된 일련의 지각변동을 불러오는 진앙지가 바로 소비자들의 의식변화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의식변화는 기업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 문화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새로운 소비자들은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며 사회적 이슈들을 대안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기업과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제 상품의 기능을 중시한 시장(마켓 1.0), 상품의 감성적 성격을 중시한 시장(마켓 2.0)을 넘어 소비자의 정신과 영혼에 호소하는 가치중심의 시장(마켓 3.0)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이제 단순한 상품소비의 대상이 아니다. 환경과 에너지 위기와 같은 공동체의 이해와 관련된 상품, 소비자의 참여와 공유가 가능한 상품, 감정이입이 가능한 '이야기'가 있는 상품을 선택하는 주체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사회적 기업의 성공은 그 주체들이 새로운 시장의 변화가 의미하는 요체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선 사회적 기업을 바라보는 정부와 지자체의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적 기업을 고용창출의 새로운 수단 정도로 바라보아서는 성공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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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본 새해 다짐들 지면기사
[경인일보=]신묘년(辛卯年)의 토끼는 어떤 동물일까. 영리할까, 약삭빠를까. 해가 바뀌자 여기저기서 '토끼타령'이다. 엄밀히 말해서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로 한해를 나누는 것은 양력이 아닌 음력이 기준이지만 요즘은 양력으로 적용하는 것이 통상적이 돼 버렸다. 어찌됐든 유달리 올해는 '토끼타령'에 사자성어(四字成語)도 풍성하다.그 원인이 뭘까. 간단하다. 너무나 힘겨웠던 지난해 즉, 묵은해를 빨리 잊고 새해를 맞고 싶은 심정이 배어 있다. 새해의 희망이란 말이 더욱 절실한 곳은 인천이다. 경인년은 악몽의 연속이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만큼 북의 포탄공격까지 받은 한해였으니 말이다.그렇다면 토끼는 우리에게 어떤 이미지로 인식돼 왔는가. 대개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구전소설인 '토끼전'에 나오는 영리함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에 등장한 토끼로 교만과 어리석음의 상징이다. 우린 당연히 토끼전에 나오는 영리한 토끼같은 한해를 기원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 척척 해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운도 좀 따라주는 한해가 되길 바라서다.사자성어로 본 신년 화두도 토끼에 거는 기대치 만큼이나 요란하다. 청와대는 '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해낸다'는 뜻으로 일기가성(一氣呵成)를 내놨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미루지 말고 과업을 이뤄내자는 의지로 해석된다. 2009년에는 부위정경(扶危定傾·위기를 맞아 잘못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 지난해에는 일로영일(一勞永逸·지금의 노고를 통해 이후로 오랫동안 안락을 누린다)이라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임기가 막바지에 가까워 오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자칫 속도전이 다시금 등장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기업인들이 신년에 내건 사자성어도 각양각색이다. 그중엔 최태원 SK그룹회장의 붕정만리(鵬程萬里·붕새를 타고 만리를 난다)가 눈길을 끈다. 10년내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자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국내 유력 대기업이지만 그간 이렇다할만한 국제 경쟁력을 가진 상품을 내놓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 듯하다. 얼마전 인천경영포럼에서 만난 기업인들도 하나같이 신묘년에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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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약속 지면기사
[경인일보=]신묘년(辛卯年) 태양도 어김없이 대지를 비추며 새 역사를 이어 가고 있다. 여명의 빛이 구름을 뚫고 고개를 내밀면 희망가를 부르고 덕담을 나누며, 개인의 경우 작심 3일이 될지언정 한가지씩 자신과 약속을 굳건히 하고 해낼 것을 다짐한다.지도층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반성을 시작으로 국민의 복된 삶과 국가의 번성을 위해 위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신년사에서도 새해 맞이 각오들이 비상하다. 한결같이 그 안에는 국민이 있다. 매년 그 해 약속한 내용들을 추려 나열하면 국민, 특히 서민들의 삶은 풍요 그 자체다. 빈부의 격차를 생각할 필요도 없다. 서있는 위치에서의 충분한 행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공수표로 믿음이 가지 않는다.정치권이 신년사중 국민에게 약속한 말들을 나열해 보자.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민생의 한가운데에서 서민과 함께 생활정치를 해 나가겠다'는 올해 정치 포부를 밝혔다. '서민경제 살리기에 전심전력을 다해 나가도록 하겠으며, 서민과 중산층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더불어 잘 사는 대한민국'을 강조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말의 차이가 있을 뿐 의지만은 다르지 않다. '새해에 국민 속으로 더욱 깊이 들어가 국민과 함께 새로운 나라를 준비하겠다'며 새틀을 말한다. '서민들이 허리를 펴고 차별과 특권이 없는 사회를 준비하는 새해', '중산층이 활개를 펴고 국민이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하는 역동적인 사회를 준비하자'고 호소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를 통해 희망을 품고 꿈을 꿀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당의 역량을 강화해 노동자·농민·서민에게 희망의 정치'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서민의 삶을 파괴하는 전쟁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평화에서 행복한 삶을 찾았다.국민을 강조한 이면에는 기득권의 선점과 대권이 있다. 물론 당의 존재이유에는 대권을 손에 넣고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국민과 국가를 반석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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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大魚) 빠진 후의 그물 손질 지면기사
[경인일보=]'내부자거래'와 '내부거래'란 용어가 있다. 얼핏 보면 같은 말처럼 보이나 의미가 전혀 다르다. '내부자거래'란 상장기업의 임직원 및 주요 주주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회사정보를 입수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행위로 자칫 부당이득을 얻을 수 있어 증권거래법에서는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반면에 '내부거래'란 특정 기업집단의 계열사들간에 서로 물건을 사고팔거나 인력 등을 지원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바 내부거래가 이뤄질 경우 생산비 저하 및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 등 국민경제적으로 순기능이 많다. 수많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수직적 계열화에 나서는 이유이다.그러나 내부거래에도 문제가 많은데 대표적인 사례가 계열사들간의 가공(架空)거래로 그룹의 외형을 부풀릴 뿐만 아니라 거래물량 허위산정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 등이다. 이런 거래를 '부당내부거래'라 칭하는데 현재는 규제와 감시가 심해 이런 유형의 내부거래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새로운 형태의 부당내부거래가 확인되곤 하는데 이는 그룹의 전 계열사들이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이다. 그 와중에서 회사이익 편취 내지는 재벌들의 고질적인 몸집 불리기와 세금 없는 경영권의 상속 등이 자행된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비자금 조성도 가능하다.대표적인 사례가 현대기아차그룹이다. 지난 2001년 3월에 정몽구 회장과 장남 정의선이 각각 10억원, 15억원씩 투자해서 설립한 현대글로비스에 현대기아차그룹은 자동차와 부품, 철강운송 등의 물류업무를 통째로 몰아주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운송비는 떨어졌으나 글로비스에는 반대로 운임을 올려주기도 했다. 자본금 25억원의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글로비스의 외형 및 수익은 불과 10년 만에 눈덩이처럼 커져 현재는 시가총액 6조3천억원의 국내최대의 물류기업으로 부상했다. 그 사이 글로비스는 주요계열사들의 주식까지 사들여 현대기아차그룹의 지배권까지 확보했다. 정의선은 상속세 한 푼 내지 않고 재계순위 2위의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한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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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끝났다고 하는 곳에 희망이 있다 지면기사
[경인일보=]자전거. 누구에게나 한 가지쯤의 추억을 만들어 주는 친근한 삶의 수단이다. 세발 자전거로 시작하여, 휠체어로 인생을 끝낼 때까지 자전거 바퀴는 우리와 함께 한다. 자전거는 한국 근대화과정에서 기계조립산업의 대표였다. 1980년대 중반에는 연간 150만대를 수출하여 북미시장의 15%를 점유하였다는 기록도 있다.그러나 중국과 대만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사양산업으로 낙인찍혔다. 그 후 신발과 섬유와 마찬가지로 공장과 기술자들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통째 이전하였다. 부품산업과 제조업 영역에서 명단이 사라져 버린 사이 중국과 대만이 자전거 산업의 강자로 등장했다.MB 정부는 녹색성장의 대표적 산업으로 자전거를 내세웠다. 자전거도로 건설과 자전거 타기와 같은 1회성 혹은 낭비적 사업들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 한국자전거종합연구센터도 개소하였다. 하지만 자전거 산업의 부흥을 꿈꾸며 출범한 남동공단의 (주)미추홀아리랑바이크는 현재 자본잠식상태다. 천정부지로 올랐던 자전거 주식은 정책의 실패를 예감하듯이 폭락했다. 그리고 자전거 시장은 천덕꾸러기 공짜 자전거와 고급브랜드의 외제 자전거로 더 양분되고 있다.만약 일본과 대만의 자전거산업을 조금이라도 면밀히 검토했다면 그런 실패는 되풀이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일본의 자전거 수요는 연간 1천만대이며 그 가운데 600만대를 수입하고 있다. 일본은 자전거 완성품보다 부품시장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 결과 '시마노', '나카노'와 같은 세계 초일류의 자전거 부품 전문회사를 갖고 있다. 일본이 기업단위로 성공한 사례라면 대만은 정부정책으로 성공한 사례다. 대만은 중국에 밀려 자전거 산업이 고사위기에 처하자 기업을 클러스터화시켰다. 이를 통해 기술과 품질에서 승부수를 걸었다. 대만은 세계 2위의 자전거 수출국이자, '자이언트'는 자전거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다.최근 일본의 (주)나카노철공소(中野鐵工所)로부터 기술이전과 관련한 제안이 들어왔다. 나는 나카노의 성공담에 눈길이 갔다. 모두가 끝났다고 하는 포기한 사업에서 어떻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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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망각… 현재는 푸대접… 미래는 무대책 지면기사
[경인일보=]예산 파동이 여야 간의 분쟁을 넘어, 정부와 한나라당 간의 설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내년 예산에서 종교, 복지, 서민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함께 끼여 있으면서 별로 주목받고 있지 못한 것이 있는데, 재일동포 단체인 민단에 대한 지원교부금의 삭감이다. 불교와 서민복지가 푸대접을 받는다고 하니, 재일동포도 푸대접 받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재일동포 단체인 민단에 대한 지원금은 원안에서 73억원이었는데, 여기에서 약 22억원이 줄어든 51억원으로 통과되었다. 2012년 재외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에서는 표가 우루루 떨어지는 소리처럼 들렸을 것이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정부원안에서는 19억원이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2001년 국회외통위에서 민단에 대한 지원금을 매년 10%씩 감소시켜 2010년 지원을 종료시키고, 다른 지역 동포 사회에 대한 지원으로 사용하자고 한 것을 반영한 액수가 아닌가 한다. 현실은 2004년 80억원 지원에서 2008년 73억원으로 감소하였고, 올해는 51억원으로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민단 지원금의 삭감은 2001년 방한한 LA한인회장 등 미주한인회장들이 "150만이 거주하고 있는 미주에서는 여권, 영사 수입 등으로 모국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데, 모국이 다른 동포사회에는 지원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논쟁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해외의 동포들에게 지원을 전체적으로 확대하는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야지, 배정 예산을 줄이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망각하기 잘하는 한국인들은 과거 재일동포의 모국에 대한 '막대한 지원'을 잊은 것 같다. 어렵고 가난했던 1960~70년대 한국 산업화의 기본 자금은 거의 재일동포들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한국 최초의 수출 공단인 구로공단은 재일동포전용공단이었다. 물론 그들 자신의 투자를 위한 것이라고 폄하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순전히 공짜 기부만을 얘기해 보자. 해방 후 해외공관 하나 제대로 만들어 유지할 외화가 없던 대한민국에 현재 1조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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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주민들이 가슴에 단 물음표 지면기사
[경인일보=]연평도가 북한의 폭격을 당해 불타는 모습을 본 우린 지난 15일간 참으로 참담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정말 우리가 이 것 밖에 안 되는 건가. 이렇게 힘없이 당한단 말인가. 최고의 군대, 최고의 국방력을 운운하던 소리는 어딜 갔단 말인가. 이런 자괴 섞인 복잡한 심정은 군대를 갔다온 사람들이라면 아마 상당수가 같았을 것이다.연평도 사태는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충격과 분노가 삭여들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것은 꺾이지 않는 북의 호전성에다 연일 쏟아냈던 우리 내부의 실망스런 광경들이 원인이 아닌가싶다.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상한 마음은 우리 군대의 열악함에 놀라고, 허술한 정보와 분석력에 혀를 찬다. 또 쏘겠다는 엄포(또 실제상황이 될지 모르지만)에 떨어야하고, 소위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언행이나 행동은 견디기 어려운 짜증을 보탠다.연평도 사태만 보면 우리 군은 부실 그 자체다. 재론하고 싶지도 않지만 어떻게 적의 코앞에 있는 K-9 자주포가 고장이 나 있고, 민가까지 초토화 됐는데 대응사격이 고작 절반도 안 된다는 말인가. 장관(전임)이란 사람이 아무리 해명을 해도 13~14분이나 지나서 응사했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그나마 쏜 80발 중에서 명중 시킨건 손꼽을 정도라고 하니 이게 우리 군대의 현주소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국가 정보파트는 또 어떠한가. 지난 8월에 이미 북한이 서해 5도서를 공격할 징후를 포착했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고, 연평도 도발이 이뤄지기 불과 며칠전에도 감지했지만 설마가 사람 잡은 꼴이 됐다. 뭐 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는 쓴소리를 들어도 싸다. 정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대미는 역시 정치인들 차지다. 연평도 피격현장을 앞 다퉈 방문해선 고작 남긴 말이라는 것이 폭탄주가 어쩌구, 불에 탄 보온병을 들고 나와선 폭탄이니 뭐니 하고 헛소리를 해댄다. 공교롭게도 군대를 안갔다온 분들이 쏟아낸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하지 않을까. 정치인은 언행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적어도 눈치코치는 있었으면 좋겠다. 대충 이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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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학습을 위한 경험은 없어야 지면기사
[경인일보=]연평도 주민들의 탈출기가 9일째 이어지고 있다. 포격 도발 첫날인 23일 옷가지만 챙겨 어선 등을 타고 두려움에 떨며 고향을 떠나 1일 현재 연평도에는 해병대와 최소 인원만 남아 적막강산이 됐다. 고향을 떠난 이들 대부분은 인천의 한 찜질방에 머물고 있다. 피란민 임시 숙소로 지정된 곳이지만, 정부가 아닌 이 업소 대표가 무료로 숙식을 제공해 왔다. 하루 100여명 정도의 예상이 빗나가 소문을 듣고 온 탈출민이 1천명이나 달한다. 그러다 보니 사랑의 온도계가 필요치 않은 훈훈한 곳이긴 하지만, 한계치를 넘어 정말 전쟁통 피란민 수용소가 됐다. 주인도, 연평도 주민도 모두가 생 고생이다.경험을 통해서 배우고 실수를 줄여 나간다. 남북관계가 주변 환경 등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특수상황이고, 확전시 그 피해 또한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은 충분히 경험했고, 여러 번의 도발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 등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경험이 적은 것도 아닌데 전혀 학습효과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연평도 사태다. 도발 첫날 경인일보 기자가 확인한 대비태세를 점수로 계산하면 0점에 가깝다고 해야 한다. 대피소로 몸을 피한 주민들은 '악몽'같은 시간이었다는 말로 대신했다. 공간만 확보돼 있을뿐, 보온장비도 조명시설도 비상식량도 없었다. 잠시도 지낼 수 없는 곳이었다. 30여년전 구축한 콘크리트 구조물만 덩그란히 지키고 있는, 접적지역 대피소가 아닌 남북통일로 용도가 폐기된 역사적 유물로, 귀감삼아 남겨 둬 관광상품화한 듯한 분위기다.국방은 무기의 첨단화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지켜야 할 대상이 국민이며 국토다. 전쟁상황이 아닌 국면에서, 불가침조약과 정전협정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국민과 장병의 희생이 되풀이 돼서는 국방에 실패한 것이며, 자주국방도 멀었다고 봐야 한다. 혹자들은 연평도를 비롯 북한과 마주한 서해 5도에 거주하는 것만으로도 애국이라고 말한다. 이들이 고향에서 나오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연평도 주민은 물론, 백령도·소청도 등 서해 5도 주민들이 동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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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역사는 고무줄인가 지면기사
[경인일보=]'국내 유통 프런티어'라며 열심히 홍보중인 신세계백화점이 피카소에 비견되는'장 뒤뷔페' 작품들을 전시중이다. 뒤뷔페는 프랑스 국민들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화가여서 미술애호가는 물론 문외한들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백화점측은 고객들에게 사은선물 증정행사도 병행했다. '신세계 본점 개점 80주년' 기념의 일환이었다.필자가 주목한 것은 이벤트행사가 아니라 '개점 80주년'이란 표현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일본 삼월(三越)백화점이 일제 강점기인 1930년에 오픈한 경성지점에서 비롯되었다. 한국에 있는 일본인 고객들을 겨냥해서 당시 일본상권의 중심지였던 서울 명동 입구에 국내 최초로 문을 연 것이다. 경성점은 1945년 광복이후 소위 귀속(歸屬)기업으로 한국인 관리 하에서 동화백화점으로 운영되었다. 1957년 9월에는 강의수 등이 인수해서 운영하다가 1963년 동방생명(삼성생명)과 함께 삼성그룹에 재차 인수되어 그해 11월 12일에 상호를 신세계로 변경해서 오늘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삼성이 인수했던 시점을 감안하면 신세계백화점의 역사는 올해로 정확히 49년인데 '개점 80주년'이라니. '개점'이란 상점을 내어 처음으로 영업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하는 바 자칫 신세계가 80년간 계속 경영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 탓이다.신한은행의 경우는 더 이상하다. 1982년에 설립된 새내기인 신한은행이 국내 최고(最古)의 은행으로 홍보중이니 말이다. 2006년에 100년 역사의 조흥은행을 인수한 것이 계기였다. 주지하는 바처럼 조흥은행은 1897년 2월에 설립된 한성은행의 후신이다. 1995년 11월에 최고법인기업인증을 받았다며 자랑중이나 신한은행의 '100년 은행'타령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그러나 이 정도는 애교에 속한다. '하이트맥주'로 유명한 하이트그룹은 아예 창립연도를 1933년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하이트맥주의 모체는 1933년 서울 영등포에서 대일본맥주의 자회사로 설립된 조선맥주다. 조선맥주는 광복후 귀속기업으로 1952년에 민덕기가 불하받아 운영하다가 1966년 8월에 현 오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