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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통과의례 유감 지면기사
[경인일보=]통과의례(通過儀禮)란 말이 있다. 사람들이 한평생 살아가는 동안 크고 작은 고비들을 지날 때에 치르는 의식이나 의례를 의미한다. 동양문화권에서는 인륜지대사라 하여 관례, 혼례, 상례, 제례 등 사례(四禮)를 매우 중요하게 간주해 왔다. 이중 혼례와 상례가 으뜸으로 아무리 가난해도 이날 만큼은 음식을 풍성하게 차려 가까운 친지들은 물론 이웃들까지 모셔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통과의례를 치르는 이들 및 후손들에 대한 발복(發福)에 대한 염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과다한 비용지출이 문제될 수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기위해 경조사에 참가한 손님들이 십시일반으로 부조하곤 하는데 이 또한 뿌리 깊은 공동체적 유습이다.최근 일본에서는 통과의례 문화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사망 후 24시간이 경과하면 간단히 장례의식(직접장)을 치르고 곧바로 화장에 들어간다. 제례(祭禮)도 매우 간소할 뿐 아니라 때론 의식마저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참례인원도 고인의 가족과 친인척 약간명이 전부이다. 장례비는 관값, 운구비, 꽃값, 인건비 정도로 10만~30만엔(약 130만~400만원) 정도이다. 직접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일본 전국평균 5%정도인데 도쿄에서는 20~30%에 이른다. 결혼풍습도 마찬가지이다. 신랑, 신부가 반지 등 약간의 예물만 교환하고 혼인신고로 결혼식을 대신하는 것이다. 민폐(民弊)를 매우 꺼리는 일본인 특유의 기질 탓이기도 하나 초미니 핵가족화 및 고령사회에 부합하는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한국사회는 어떠한가. 장례식장은 점차 대형화되고 럭셔리해지며 호텔결혼식이 일상화되었다. 서울 강남의 S, J병원 장례식장은 밀려드는 문상객들로 특수를 누리고 있으며 결혼시즌에 특급호텔 대형 연회장 부킹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힘들다. 장례 및 혼수품의 경우 품질은 언감생심이고 비쌀수록 좋다. 웬만한 호텔 결혼식장의 장식용 꽃값만 몇천만원을 호가한다. 행세깨나 하는 이들 명의의 화환들을 자비(自費)를 들여 식장에 전시하는 해프닝도 드물지 않게 확인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이나 부모가 평생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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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 지면기사
[경인일보=]6·2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6명이나 당선됐다고 떠들썩하다. 당장에 이 나라의 교육정책이 송두리째 뒤흔들릴 것 같은 분위기다. 이번 선거에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비롯해 곽노현 서울특별시교육감과 강원, 전남·북, 광주광역시 교육감 등 6명의 진보 교육감이 탄생했다며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보수와 진보의 사상싸움이 계속 이어지면서 한국 사회는 이제 교육계까지 진통을 겪는 것일까? 공영방송의 토론회에서 김상곤 후보는 상대 후보로부터 '친북 좌파세력이 아니냐'는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경영학과에서 인사와 노무를 전공한 자유주의 시장경제론자'라고 답했다. 냉전시대의 산물인 좌익과 우익에서 출발한 이념의 논쟁이 냉전 종식과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이후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에까지 보수와 진보 논쟁이어서 이를 지켜보는 교육수요자들은 혼란스럽다.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에서는 진정한 보수, 진보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보수세력은 뿌리가 없으며 진보세력 역시 확고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해 양자의 투쟁은 진정한 의미의 사상 투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의 출발점은 동일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 출발점은 바로 '사람에 대한 사랑'이며, 그 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시각과 방법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다.미국이나 유럽의 정당은 주로 보수, 진보를 떠나 적절히 조율하고 타협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사회가 극단적인 이념 논쟁에 휘말려 교육에서까지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것은 혼란스럽다. 김상곤과 곽노현 당선자는 '반 MB 교육, 혁신학교, 무상급식'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기를 들고, 전교조 교사들의 징계를 유보했다는 이유로 일단 진보성향으로 분류된 사람들이다.특히 1년 2개월 전 주민 직선에서 '김상곤의 무상교육' 공약은 전국적인 의제가 됐고, 야당의 핵심 공약으로 채택되기도 했으며, 나아가 많은 유권자가 교육감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찬반 논란과 함께 무상교육이냐, 무상급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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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지정학적 이익 감소 지면기사
[경인일보=]제주에서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렸다. 아세안+3의 한 부분으로 시작된 이 회의가 정례화되고 내년에는 사무국을 둘 정도로 발전하였으니, 국제정치에서 국제기구화의 바로 전 단계라 할 레짐(국제체제)으로 이제 기능하게 된 것이다. 중국 총리 원자바오는 기자회견에서 "중·한·일 3개국은 가까운 이웃과 그리고 지역의 대국으로서 상호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처하며, 호혜와 윈-윈-윈을 실현하는 것을 유일한 정확한 길로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해, 한국이 '큰 나라의 하나'로, 일본 중국과 더불어 아시아의 정세를 논할 만큼 지역 당사자가 됐다고 언급했다.그러나 실상은 그러한가? 작게는 아시아의 문제를, 크게는 지구적 의제를 논할 만큼 한국의 위상은 정말로 커졌는가? 그렇다면 왜 우리는 여전히 한반도 문제에 대해 주변 열강들의 입김을 그리도 의식하고 있는가? 북한에 의한 천안함 침몰 테러에 대한 중국의 입장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그리도 외교적인 노력을 했건만, 왜 '반보 전진'이나 '한 보 전진을 위한 걸음' 정도만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동아시아의 번영과 발전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해결없이는 있을 수 없다. 한·일·중 3국은 현재 북한에 의해 초래된 위기 상황을 국제사회의 준칙에 기초한 공동인식을 가지고 해결해야만 한다. 원 총리의 말대로, "반드시 3개국 국민들의 근본적인 이익에 입각해 의사 소통을 강화하고,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 서로 배려를 해주며, 민감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고 정치적 신뢰를 강화해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근본 이익이라 할 '지정학적 이익에 대한 근본적 검토'다.중국에게 있어 한반도는 국경을 접한 인접국으로, 그리고 수도 베이징과 가까운 지역으로 안보적 중요성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동맹국인 미국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어, 자국의 국가 목표인 타이완과의 통일과도 연관된 지역으로 인식한다. 즉 중국 및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위협이 현재화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또한 친미적인 통일 한국이 성립될 경우, 국경선 바로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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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對備) 지면기사
[경인일보=]봄비가 4일째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커 단비이기도 하고, 버리는 양이 많은 억수일 수도 있다. 농사는 지금이나 옛날이나 천하지대본이어야 하며, 그래서 한 해의 가장 중요한 시기가 이맘 때다. 가뭄이 들면 물을 대야 하고, 홍수가 나면 넘치는 물을 빼는 수위 조절이 필수다. 지난해 폭우로 망가진 다리나 도로 등의 마무리 공사가 우기 전 일정에 맞춰져 있어야 하고, 대단위 토목공사도 대비하며 우기를 맞아야 한다. 장마철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천재지변도 철저하게 대비하면 그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다.요즘 선거유세가 한창이다. 대한민국이 역대 최대의 선거를 치르는 중이다. 광역단체장과 의원, 기초단체장과 의원, 교육감, 교육의원, 비례대표 등 선거구별로 8명을 동시에 뽑아야 하니 그동안의 선거 풍토를 봐서 온 나라가 흔들거리는 것은 당연하다. 여나 야나 준비된 인물론을 내세우며 준비한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고 한바탕 설전이다. 사람의 왕래가 잦은 길목이면 어김없이 이력과 경륜, 공약이 담긴 크고 작은 쪽지를 나눠 주느라 발품팔이가 힘에 겹다. 유인물을 받아 바로 버리는 행인, 받기를 거절하는 주민, 귀찮다는 듯 멀리 돌아가는 이웃 등 이를 지켜보는 후보자나 선거운동원이 화를 낼 만도 하지만 애써 미소를 보인다.폭우를 대비해야 하는 시기다. 더불어 지역의 진정한 일꾼을 뽑아야 하는 선거철이다. 우리 주변에 준비가 덜 돼 장마철을 걱정해야 하는 지역이 부지기수다. 경기지역만 해도 지난해 물폭탄으로 인해 파손된 둑과 교량 등 주요시설이 1천여곳에 달했다. 이로 인해 사람이 실종되거나 농경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도 헤아리기 힘들다. 피해지역이 보상지연과 예산상 문제로 장마 전 복구가 힘든 곳이 상당수다. 그래서 폭우와 관련, 매년 되풀이되는 단골 메뉴가 '피해지역 올해 또다시 수해'다. 그만큼 또 새로운 예산을 편성해야 하고, 수해지역을 언론이 집중 조명하면서 물난리의 아픔을 씻어 주는 온정의 손길이 밀물처럼 넘쳐난다. 때만 넘기면 반성하는 사람도 예방에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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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제 위축의 시사점 지면기사
[경인일보=]올 초에 잠시 일본에 다녀왔다. 와세다대학에서 주최한 학술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는데 세미나장에서 한 일본인 학자가 필자에게 느닷없이 "일본은 경제가 점차 위축되는 상황인데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 나가는 원인이 뭐냐"는 요지의 질문을 해서 당혹스러웠다. 세미나 주제와 무관한 질문이어서 필자가 예상답안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때문이었다. 도쿄는 물론이고 여행 중에 지나쳤던 인근 주변도시들의 상점가마다 '세일' 문구 내지는 '다이소' 등 100엔숍들이 상당히 많이 눈에 띄었다. 관광지는 손님이 없어 을씨년스러웠으며 거리에서 마주치는 일본인들의 표정도 별로 밝아 보이지 않았다. 잠깐 동안 머물렀던 이방인에게도 장기불황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일본은 지난 10여 년 동안 초저금리에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이를 정도로 막대한 재정자금을 쏟아부었음에도 도통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덕분에 중산층 이상의 고소득자 계층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연 1천500만엔 이상의 소득자 수가 무려 30%나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1천만~1천500만엔의 상류층은 19%나 줄어들었다. 중상층에 해당하는 800만~900만엔 소득계층도 18%나 감소되었다. 대신 중하층에 해당하는 연소득 200만~400만엔 세대수는 같은 기간 50% 이상 증가했다. 작년 10월 기준 상대빈곤율은 멕시코, 터키, 미국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자동차 신규등록대수는 2000년 405만대에서 2009년에는 292만대로 줄어드는 등 작년 한 해 동안에만 경제가 5.4%나 쪼그라들었다. 소득양극화를 넘어 하향평준화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자칫 '1억 총중류' 신화가 사라질 지경이다. 선진국들 중 유일하게 디플레함정에 빠진 일본은 체면이 말이 아니다.한때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불리던 거함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가계부문의 부실은 내수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기업과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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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지방선거 지면기사
[경인일보=]오는 6월 2일 실시하는 제5회 동시지방선거가 꼭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분위기는 아니다. 내일부터 이틀간 후보자등록을 받고, 20일부터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면 조금 다르겠지만 예비후보자들만 분주할 뿐 아직도 싸늘하기는 마찬가지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실게임이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여야를 막론하고 여기 저기서 공천을 둘러싼 후유증이 들리기에 더욱 그렇다.그래도 언론들은 기를 쓰고 예비후보자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귀를 기울여 보도한다. 행여라도 늘 부르짖는 '현명한 선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천탈락에 맞선 이들의 무소속 출마도 내일이나 모레면 가려져 각 선거의 출마자 숫자도 밝혀진다. 어떻든 지역의 일꾼을 뽑는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사상 유례없는 1인 8표제가 시행된다. 1명의 유권자가 붓두껍에 인주를 묻혀 8군데에 기표해야 한다. 우선 정당추천이 아닌 교육감과 교육의원 투표용지에 지역구 도의원, 지역구 시·군의원 선거 순으로 투표용지를 조합하여 선거인이 정당추천과 무관한 교육관련 선거를 먼저 기표하도록 유도했다.2차 교부시에는 도지사와 시장·군수, 비례대표 도의원, 비례대표 시·군의원 선거 순으로 투표용지를 교부한다. 투표용지 색상은 1차와 2차 모두 백색·연두색·하늘색·계란색 4가지이나 너비를 2가지로 서로 달리하여 유권자가 구분하기 쉽도록 했다. 그러나 투표용지를 구분하기는 쉬울지언정 후보자가 누구인지는 헛갈릴 것이 뻔하다. 그래서 일부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모의투표를 실시하며 홍보에 나서기도 한다.투표 현장에서 혼란스러움을 피하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사전에 선거공보를 통해 후보의 정당과 이름은 물론, 공약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유권자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매일 매일 바쁜 생활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그렇게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투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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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테러 전선 국제가치기준으로 중국과 협의하라 지면기사
[경인일보=]천안함 사건으로 촉발된 외교전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침몰의 원인과 유발자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여러 추측 속에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국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안보리에 회부될 경우 중국의 비토가 있으면 실효성있는 제재안이 마련될 수 없다고 한다. 북한에 대해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중국이 이번 사건에서도 또다른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상하이 엑스포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와 위문의 뜻을 전한다"는 언급이 채 가시기도 전에, 중국은 김정일의 방중을 받아들이는 '전략적 모호성'을 보여 주었다. 한반도 비핵화와 현상 유지, 즉 한반도 통일을 선호하지 않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국가 이익을 위한 차선책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에서 중국이 어떻게 우리 입장을 받아들이고, 우리와 건설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겠는가?그 대답은 테러에 반대하는 보편적인 글로벌 가치에 호소해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자국 중심의 국가 이익 추구에서 글로벌 역할의 증대로 방향을 전환하도록 요청하는 것이다. 개혁 개방후 중국은 경제개발이라는 대원칙하에 외교에 있어서 도광양회(실력이 있으나 들어내지 않는다) 전략을 구사하였다. 가능한 국제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자국의 경제발전에 매진하는 자기이익적인 정책이었던 셈이다. 후진타오 주석이 취임한 2003년부터 화평굴기(평화적으로 대국화) 정책이 시작되었음에도, 국가이익 중심의 좁은 시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G2로 일컬어질 정도로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속에서 대외관계를 수행하고 있다.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중국의 자원외교가 전세계로 퍼지고, 아프리카에 대한 공적개발원조가 대규모로 진행되면서도, 중국은 자국이 여전히 개발도상국의 하나이면서 정치적인 영향이 작은 국가로 치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이슈를 무시하고, 무임승차(free riding)하고 있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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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농가 구제(救濟) 뒷전인 구제역사태 지면기사
[경인일보=]축산 농가가 무너지고 있다. 강화도를 급습한 구제역이 김포에 이어 충북 충주까지 덮쳐 국가적 비상사태를 몰고 왔다. 정부가 구제역 위기경보 단계를 사실상 최상위 수준인 '심각(Red)'으로 격상시켰다. 내륙 교통의 중심지에 해당하는 충주시에서 구제역이 발병한데 따른 조치다. 더욱이 추가 발병을 우려했던 강화에서 한우·염소 농가 구제역이 추가로 확인돼 방역 당국은 물론 축산 농가가 초비상, 초주검 상태다. 소와 돼지, 양, 염소 등 발굽이 2개인 우제류(偶蹄類) 동물에만 발병하는 구제역은 전염성이 강해 세계동물기구(OIE)가 가장 위험한 A급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바이러스 전파 속도도 최상위급이다. 강화에서 내륙 깊숙한 곳까지 번지는데 걸린 시일이 단 2주다. 전파력이 소의 100~3천배에 이르는 돼지가 감염됐기 때문이다. 전염 속도에 비해 경로 파악은 더디다. 개인적 거래는 파악조차 어렵고, 방역 장비가 고장나는 등 방역 대책이 허술해 구제역이 어디까지 번질지 예단이 힘들다. 정부 수립후 구제역 사태가 발생한 것이 4번째고 그 중에서도 경계 경고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구제역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더욱이 이번 감염이 가축뿐 아니라, 이동 경로 파악을 어렵게 하는 멧돼지·고라니·노루 등 발굽이 두 개인 우제류에 속하는 야생동물에 의해 퍼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어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옮긴 사례가 발견되지 않아 확률을 점칠 수는 없지만, 개나 늑대 등이 구제역으로 죽은 동물의 뼈나 시체를 옮기면서 구제역을 전파한 일도 캐나다와 옛 소련 등에 있었고, 여우나 새 등이 유사한 방식으로 구제역을 옮기는 일도 가능하다는 것이 국립환경과학원의 설명이다. 경로 파악과 방역 성과에 따라 사태가 커질 수도 있고 고비를 넘겨 안정을 찾을 수도 있다.악성 구제역은 치사율이 50%에 이르고 매몰하는 살(殺)처분이 유일한 예방 수단으로 돼있어 방역이 뚫려 전국으로 확산되면 축산 농가는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된다.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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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대란 연상되는 미소금융대책 지면기사
[경인일보=]근래 들어 정부가 쏟아내는 서민금융대책들은 온통 '스마일' 일색이다. 정부는 저신용자에 대한 무담보대출을 목적으로 하는 미소금융지점을 올 상반기에 22개, 하반기에는 40~50개를 각각 신설할 계획이며 개인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제도 1년 더 연장했다.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현행 5%에서 8%로 상향조정했다. 서민금융과 무관한 사업편중에 대한 제재를 예고했으며 연 49%인 대부업체들의 대출금리 상한을 7월부터 44%로 인하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39%까지 끌어내리기로 했다.그중 압권은 제2 미소금융이라 불리는 대규모 서민금융활성화대책이다. 정부와 서민금융기관들이 각각 1조원씩 마련해서 지역신용보증재단에 출연해서 향후 5년간 약 200만명의 서민들에게 총 10조원을 대출해줄 예정이다. 6등급이하 저신용자와 차상위계층의 자영업자, 근로자, 농어업인 등에 긴급생계자금은 500만원, 사업자금은 5천만원까지 연 10%대의 금리로 대출해주기로 했다. 지역신용보증재단들이 지급보증을 서는 터에 신협·새마을금고·농수협·산림조합·저축은행 등에 저신용자 대출을 의무화하는 한편 금융감독위원회가 주기적으로 체크할 예정이어서 실효성이 커 보인다. 정부는 이 대책 시행만으로 서민들의 금리부담이 향후 10년간 10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경기가 회복중이라고는 하나 악성채무에 시달리는 저소득층이 여전히 많아 공적구제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6등급이하의 금융소외자들이 무려 800만명에 이른다. 근래 들어 은행권의 서민대출이 점증하는 추세이나 저신용자들에게는 대출문턱이 여전히 높을 뿐만 아니라 고리채(高利債) 해소도 절실하다. 또한 미소금융 등 무담보 소액대출이 창업자금 대출위주여서 이를 보완할 필요도 있었다. 낮은 조달 금리로 무장한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서민대출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그러나 문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시장 왜곡은 차치하고 '소문난 잔치'로 마무리될 개연성이 크다. 2008년 하반기부터 실시예정이었던 주택바우처제는 아직까지 3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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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와 정치적 중립 지면기사
[경인일보=]6월 2일 치러질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를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낙선한 김진춘 전 교육감이 최근 구충회 강인수 최운용씨 등 출마를 저울질하던 보수성향 인사들과 함께 불출마를 선언하고 후보 단일화를 촉구했다. 지난 선거에 이어 또 다시 보수진영 후보가 난립한 상태로 선거를 치르는 것은 전교조와 좌파 세력의 지지를 받는 교육감을 재선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이들 보수 인사들의 위기의식은 보수 후보 난립으로는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김상곤(60) 교육감을 상대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이 작용한 것이다. 특히 김 교육감은 진보진영의 사실상 단일후보로서 무상급식을 화두로 오히려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급기야 지난달 23일 정진곤(59)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이 예비후보로 전격 등록했다. 전북 출신이면서 한양대 교수를 지낸 정씨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사실상 지원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정 전 비서관도 "청와대 수석까지 지낸 제가 제 발로 걸어나오겠느냐"면서 이같은 사실을 비공식적으로 내비쳤고, 보수진영 예상후보들이 단일화를 촉구하며 순순히 물러난 이유로 분석된다.이번 교육감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보다도 진보 성향의 김상곤 교육감의 재선이냐, 아니면 보수 진영이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 승리를 거머쥐느냐다. 더욱이 지난 선거에서는 1년 2개월 짜리의 교육감 단독선거로 인해 투표율이 13%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광역·기초단체장과 의회의원, 교육의원과 함께 동시 선거를 치르기에 투표율은 훨씬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기에 표의 향배도 가늠하기가 어려워진다. 보수 후보들이 단일화를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게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과 특정 교육감 후보자와의 정책연대 추진을 금지키로 결정했다. 선관위는 정당과 교육감 후보간 정책연대를 현행법에 어긋나는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위반사례 적발시 고발키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지난해 교육감 선거때만 해도 하늘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