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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금면왕조 공연과 중국의 다자적 역할 지면기사
[경인일보=]오랜만에 베이징을 다녀왔다. 2008 올림픽 이후, 베이징은 말 그대로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았다. 삼환(내부순환로 3번)주변에 보이는 끝이 없는 빌딩들, 언제나 막히는 차량행렬,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 역동적이고도 번영하는 중국의 모습이 베이징에 나타나 보였다. 그러면서도 사회주의 중국의 수도여서 그런지, 상하이 등 남방도시와는 다른 규율과 안정도 보였다. 지인의 소개로 한국단체 관광객들이 모두 본다는 금면왕조 공연을 본 것도, 많은 한국인들이 이 쇼를 본 후 중국의 변화에 대해 감탄한다고 해서다.금면왕조(金面王朝)쇼는 베이징내 가장 큰 테마파크인 환락곡(Happy Valley)에 화교들의 자금을 들여 건설한 화교단지(華僑城)에서 공연하는 일종의 뮤지컬이다. 내용은 중국고대 신화를 8단계로 각색해, 무용과 무대장식의 이동성을 통해 두 남녀의 낭만적인 사랑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뮤지컬은 당대 최고의 전문가들에 의해 연출돼 1시간 조금 넘게 몽환적인 분위기와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했다.쇼를 본 후, 필자는 어떻게 이렇게도 정확하게 현재 중국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가 하는 점에 놀랐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은 화교를 포함한 '전 세계 중화민족의 일치단결'과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모습을 중국과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이어지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국과 더불어 초강대국이 된다는 G2에 대해 이제는 아무도 반박하지 않을 정도로 중국의 국제적 위상은 높아진 것만 같다. 반면 한국에게 중국은 가장 큰 교역국이자, 가장 큰 투자처이고, 북핵 6자회담을 통해 중국의 역할이 나타나면서 한반도의 미래와 필수불가결한 관계를 맺은 국가로 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동북공정 등 과거의 역사나 중국동포인 '조선족'관련 등 서로의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금면왕조 쇼는 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세계의 화교와 함께 한족(漢族) 중심의 중국에서 55개 소수민족도 포괄하는 말 그대로 '전 세계 중화민족의 일치단결'의 구호가 쇼에 녹아있었다. 반면 형식은 최신 중국 무대기술의 총 집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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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돈 지면기사
[경인일보=]나랏돈 먼저 가져다 쓰는 사람이 임자라는 속설이 아직도 유효하다. 그 수단도 불법에 의한 유용과 정당성을 가장한 빼먹기 등 광범위해 한 해 새는 국고가 얼마인지 헤아리기 조차 힘들게 하고 있다. 비리의 경우 재산 압류조치 등 좀 강력한 법 규정이 만들어지면 전 보다 덜 할지 따져 봐야 할 일이지만, 벌어진 틈새가 많아서인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 예로 가난한 이들에게 쓰여져야 하는 복지예산을 착복, 개인 용도로 써온 담당 공무원의 비리행위가 들통나 전국을 혼란스럽게 한 것이 엊그제다. 공기업에서는 공공을 위한 대가로 엄청난 비용을 가져가고 있다. 억에 가까운 연봉도 모자라, 적자를 내고도 상여금을 나눠쓰는 성과급 잔치 등 신의 직장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뭇 직장인과 서민들, 즉 국민적 사기를 떨어뜨리는 대표 직업군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공언에도 크게 바뀐 것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부조리 때문인지 나랏돈을 선점하려는 행태의 범위가 넓어져 위기라는 생각마저 들게 하고 있다.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나랏돈 빼먹기 사건은 국민적 사기 저하를 넘어 충격이 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의 생각으로는 깨끗해야 하고 털어서 먼지가 거의(?) 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집단에서 장기간에 걸쳐 벌어진 행태여서다. 시민·사회·문화예술 등 민간단체가 정부에서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을 3년간 유용하거나 착복한 사건이 터졌다. 건전한 시민단체를 지원, 육성하고 문화예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국고보조금 제도가 부패의 또 다른 통로가 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 한동안 멍한 상태였을 국민들이 적지 않을 성 싶다.감사원이 횡령혐의를 잡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 국민들을 경악케 한 집단은 ▲예술가협회 3개 ▲시민운동단체 2개 ▲영리법인 5개 ▲공연단체 2개 ▲기타 문화예술단체 4개 등 총 16개 단체의 임직원 21명이다. 국내 최대 민간 문화예술단체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민예총)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이들의 수법은 전문가 뺨치는 수준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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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바람에 대한 단상(斷想) 지면기사
[경인일보=]2009년의 최대 화두는 저탄소녹색성장이다. 한반도 전역에 점차 녹색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이명박 정부는 저탄소녹색성장을 국가비전 내지는 발전전략으로 정하고 지난해 7월에 마련한 녹색성장 5개년계획에 따라 금년부터 2012년사이에 국내총생산(GDP)의 2%를 투자할 계획이다. UN이 권고하는 녹색투자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구온난화와 세계경제위기라는 중첩된 어려움 속에서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는 지속가능성장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그 일환으로 열병합발전·태양광·풍력·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12년 3%에서 2020년에는 10%로 확대할 예정이다. 2015년에 전세계 전기차시장의 10% 점유를 목표로 양산시기를 2011년으로 2년이나 앞당기고 내년 상반기까지 배터리·차량·충전시스템 등 전기차산업 로드맵을 마련하며, 2014년까지 4천억원의 집중지원방침을 확정했다. 핵심부품 관련기술개발투자에 대해 2012년까지 한시적으로 R&D세액공제대상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전기차 구매시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 및 백화점, 할인매장 등에 충전소 설치유도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근거법률인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의 국회통과만 남은 상태다.지식경제부는 내년 예산에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보급예산을 올해보다 18.7% 증액한 8천59억원을 배정하는 등 녹색성장 지원예산 4조6천581억원을 확정했으며 국토해양부는 4대강사업 등 녹색사업에 총 3조5천억원을 할애했다. 또한 내년 1월부터는 녹색인증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녹색인증사업에 투자하는 녹색예금·녹색채권·녹색펀드 보유자에 투자금액의 10% 소득공제와 이자 및 배당소득 비과세는 물론 녹색기술에 의한 매출액이 총매출액의 30%이상인 기업에는 별도로 '녹색전문기업'인증도 도입한단다. 국민의 주거공간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고 녹색교통수단을 보급하며 녹색생활 실천에 역점을 두는 등 바람몰이도 병행하고 있다.녹색부문에 대한 투자 움직임도 활발하다. 금년도 투자액은 지난해 대비 무려 72%나 증가했는데 신재생에너지투자는 태양광분야에 집중되었다. 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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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터고 성공하려면… 지면기사
[경인일보=]내년부터 마이스터고교로 전환하는 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며칠 전 원서접수마감 결과, 수원하이텍고는 160명 모집에 832명이 지원해 5.2대1, 평택기계공고는 3.6대1의 사상 최고 경쟁률을 각각 나타냈다. 학교 관계자들도 이같은 지원상황에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시도의 마이스터고교의 경쟁률도 최소 2대1이 넘는다. 학생부 성적만 본다면 예년의 상위권 합격점수도 이번에는 떨어질 점수란다. 그러나 학생부 성적 외에 소질과 적성검사, 2~3차례에 걸친 심층면접, 실습과 실기고사 등 종합적이고도 다양한 전형방법을 취한다. 수원하이텍고교는 학교측에서 검진비를 부담하며 종합병원에서 신체검사도 실시한다. 대기업의 신입사원 뽑는 방식에 버금간다. 그만큼 해당 학교에서도 장차 기술 명장(名匠)으로 육성하기 위해 철저한 검증을 거치는 것이다.그러면 마이스터고교란 과연 무엇일까? 필자는 물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개념을 알지 못한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에서의 마이스터란 해당분야에서 최고의 기능을 가진 명장이다. 독일을 비롯한 이들 나라들이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중 하나다. 200여종의 분야에 연간 2만5천명의 마이스터 자격이 발급돼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편성이 가능하다. 독일에서는 취업률 100%를 자랑하고 창업성공률도 98%에 이르러 마이스터들은 중산층으로서의 삶에 부족함이 없다고 한다. 직업훈련과정의 최고 타이틀로서 학문영역의 박사대우를 받을 정도다. 재벌중에서도 20~30%가 이들이다.내년 개교하는 마이스터고 재학생에게는 학비 면제와 전원 기숙사 생활, 졸업후 협약기업 취업과 군입대 연기, 군입대시 관련분야 특기병 근무 등의 특전이 주어진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밝힌 바에 의하면 마이스터고는 최고의 직업교육으로 영 마이스터(Young Meister)를 양성하고 산업체가 직접 참여하는 맞춤형 교육을 통해 안정적 취업과 경력개발이 가능한 학교를 목표로 한다. 선정된 21개 학교에 대해서는 기반조성 자금 등의 명목으로 학교당 25억원이 지원된다. 공업계 고교치고는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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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 한상대회와 동포의 한국사회 기여 지면기사
[경인일보=]제 8차 한상대회가 '한상은 대한민국의 희망입니다'라는 대회 슬로건을 내걸고, 오는 27일부터 3일간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다.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계한상대회는 세계 각지의 동포 기업인들과 국내 기업인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여 상생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민족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국제비즈니스 컨벤션이다.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상(韓商)이 무엇이고, 한상대회가 왜 열리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도시축전과 인천대교 개통이라는 축제에 가려 지역 내의 관심도 크지 않은 것 같다.필자에게 이것은 700만 재외동포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홀대가 나타나는 것으로 느껴진다.또한 바로 앞의 화려함만 쫓고, 과거의 은혜와 유산을 잊어버리고,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왜냐하면 동포들은 과거 한국 사회에 큰 기여를 하였고 글로벌 시대인 미래에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하여 한국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이런 추상적인 얘기 말고,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는 '비즈니스'측면에서 동포들이 한국사회에 끼친 기여를 살펴보자.인천에서 첫 출발한 근대이민의 시조인 하와이동포들은 사탕수수밭에서의 고된 노동 속에서도, 자신이 번 돈의 25%를 꼬박 10년 이상 독립운동자금으로 보냈다.어린이를 포함, 7천명이 채 안되는 한줌의 하와이동포들이 전체 한국독립운동사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인 지금, 자신 봉급의 4분의 1을 기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필자가 봉직하고 있는 인하대가 '인'천과 '하'와이의 결합에서 그 명칭이 유래한 것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1954년 인하공대가 설립된 것도 하와이의 동포 민족교육기관인 한인기독학원의 매각 대금인 15만달러가 그 모체가 되었다.한국전쟁 후 피폐해진 한국은 일본과 국교가 성립되지만 대사관을 구매할 자금도 없었다. 재일동포들이 나섰다. 현재 도쿄에서 최고로 땅값이 비싼 아자부(麻布)의 한국대사관 부지를 비롯해 요코하마, 후쿠오카 등 9곳의 총영사관 설립에는 재일동포들의 기부가 근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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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습관 지면기사
[경인일보=]말에는 기본적인 예절이 있다. 한글창제 당시 그 시대에 맞는 쓰임새가 있고, 현대에 와서는 변천과정을 거치고 학자들의 중론을 모아 가장 합리적인 표준어를 정해 사용하고 있다. 그 글에 담은 말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일부에서 뜻의 변이는 있었겠으나, 우리의 정서와 예절은 살아 있다. 또한 지역 특유의 사투리로 특색있는 구수한 인심도 묻어난다. 이러한 우리 말을 가꾸고 발전시켜 바르고 고운 말로 남게 하기 위한 작업은 실생활에서부터 실행돼야 한다. 부모의 말, 형제의 말, 또래의 말, 학교의 말, 사회의 말 등 다양한 경로와 장기간에 걸쳐 습관화되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름의 정서와 예절을 담게 되면서 자기의 말이 만들어진다 하겠다.말의 예절은 말의 습관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것으로, 성장기 부모의 말 습관에서 정서가 형성된다면 정서에 더해 인격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곳은 교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또래의 말도 중요한 변수가 되겠지만, 그들의 말을 결정하는 바로미터는 교사가 쓰고 가르치는 말과 글이다. 말의 습관은 초·중등을 거치면서 정착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물론 반항기인 사춘기를 지나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말의 습관을 바로잡는 스스로 교정기간을 갖는 경우도 있지만, 말의 습관을 고치는 것은 단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데서 성장기 습관을 바로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이렇게 중요한 말의 습관이 통제하기 어려운 제3의 힘에 의해 급속도로 저속화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인터넷과 영화 등이 그것이다. 전에도 저속어의 주범으로 자주 등장해 온 것이 사실이나 이번처럼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교사 512명을 상대로 '학생들의 욕설·비속어 사용 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교사의 75.4%가 '학생들 대화의 절반이 욕설·비속어라는 우려'에 대해 '동감한다'라는 의견을 냈다. 응답자 절반인 51.8%는 대화에 섞인 욕설·비속어 사용 비율을 20∼50%로 봤고, 50∼70%라는 응답률도 19.5%에 달했다. 욕설과 비속어를 모르면 대화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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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세계화는 희망사항 지면기사
[경인일보=]"워싱턴의 지배계급들조차 이제는 규제가 수반되지 않는 자본시장의 자유화는 극히 위험할 수도 있다는데 동의한다."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시프 스티글리츠의 '세계화와 그 불만'에 나오는 한 구절로 그의 걱정은 7년여 만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현실화되었다. 재작년 초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 관련 투자손실문제는 점차 증폭되면서 월가를 초토화시키고 세계경제를 불황의 심연으로 밀어 넣었던 것이다. 진작에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가래로도 못막는 엄청난 사태가 불거졌다.금융위기 1년이 지난 지금 세계증시는 지난해 9월초 대비 87%수준으로 되살아나며 국제원자재가격이 꿈틀거리는 등 긍정적인 시그널들이 간취된다. 미국의 실업률 상승세가 둔화되고 독일의 산업생산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우리나라의 성적표가 가장 양호하다. 세계경제에 서서히 희망의 빛이 간취되는 것이다. 국제공조체제가 큰 역할을 했다. 각국이 신속하게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초저금리로 적기에 공동 대응하는 등 일사불란한 협력을 한 탓이었다.목하 세계는 금융위기의 수습대책강구로 고민 중이다. 이번에 개최된 G20정상회의의 주요의제중의 하나가 그것이었다. 세계가 당면한 과제는 첫째, 어렵사리 지핀 불씨를 여하히 되살리는 것이고 둘째, 시중에 풀린 과잉유동성을 흡수해서 인플레도깨비의 준동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재정건전성 확보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월스트리트 자본주의모델이 실패한 만큼 대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한 금융산업이 말썽을 일으킬 경우 삽시간에 시장전체를 붕괴시키는 등 시스템리스크에 의해 촉발된 만큼 적절한 대책이 절실한 때문이다. 미국정부는 초고강도의 금융규제관련 법안을 의회에 상정했다. 유럽 등 세계 각국도 유사한 금융개혁을 예고하고 있다.국가간의 공조체제 강화방안들도 거론되고 있다. 국제공인기관이 아님에도 잘못된 신용평가로 금융위기 발발에 한몫 거든 무디스, S&P, 피치 등에 대해 국제행동규범을 준수하도록 압박하고 조세피난처에 대한 규제도 강화할 예정이다. 위험을 숨긴 파생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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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내각의 또 다른 심판대 지면기사
[경인일보=]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등장은 그동안의 베일을 벗고 언론과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건이었다.총명한 학자로서, 쓴소리마저 아끼지 않던 고고(孤高)한 학(鶴)과도 같은 존재였다. '깜짝 놀랄 만한 대통령 후보'로서 지난 두 대통령의 은근한 러브콜을 받았지만 야멸차게 거절하고는 학자의 길만을 걸었다. 그래서 그의 주가는 더욱 치솟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결국 비판자를 총리로 택하는 용기(?)있는 결단을 내렸다. 충청권을 비롯한 일부에서는 총리로 그칠 분이 아니라는 극찬까지 받았다.그러나 지난 21일부터 23일 새벽까지 진행된 인사청문회를 통해 정 후보자는 국무총리로서 적격자임을 국민들에게 확신시켜주지 못했다. 자신과 배우자의 소득세 탈루가 확인됐고, 공무원의 영리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 드러났다. 병역면제 의혹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없었고, 기업인에게 받은 1천만원의 '용돈'은 사회지도층으로서의 도덕적 불감증을 보여주었다.급기야 민주당과 선진당 의원들은 정 총리를 소득세법·국가공무원법·공직자 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야당이 총리 후보자를 검찰에 고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정 총리 이외에 청문회를 거친 9명의 장관 및 공직후보자들도 김태영 국방장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흠 투성이의 인사들이었다. 이 시대 최고의 양심이랄 수 있는 대법관 후보자도 위장전입을 했다. 혹자는 요즘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위장전입자들 대부분이 '자식을 위해서…'라고 강변한다. 누구는 자식이 없는가? 사람이 살다 보면 알게 모르게 법을 어기는 수도 가끔 생길 것이고, 때론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도 없지 않다. 성인·군자처럼 살기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로 지도층이나 고위공직자들의 범법행위에 계속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된다. 법을 어기면 여지없이 법대로 처리되는 국민 앞에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인사청문회가 너무 인민재판식 마녀사냥이자, 인권도 온 데 간 데 없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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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과 유대(紐帶) 지면기사
[경인일보=]매년 9월 10일은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자살예방협회가 정한 '세계자살예방의 날'이다. 대한민국이 우울해지는 날이기도 하다.지난 한 해 스스로 세상을 등진 사람이 1만2천858명, 전체 사망자 중 5.2%로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 29개 회원국 중 선두로 지난 2005년 이후 변함이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살 시도자가 매년 30만명이 넘는다는 데 있다. 이는 겉으로 드러난 수치로, 숨겨진 진실까지 들춰내면 10~20% 상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프랑스의 사회학자 뒤르켐은 자살의 원인으로 이기적(利己的)·애타적(愛他的)·아노미적(anomie·無規制狀態) 자살이 있다고 했다. 이기적 자살은 개인이 사회에 결합하는 양식(樣式)서 과도한 개인화를 보일 경우, 즉 개인과 사회의 결합력이 약할 때, 애타적 자살은 그 반대로 과도한 집단화를 보일 경우, 즉 사회적 의무감이 지나치게 강할 때의 자살이다. 아노미적 자살은 사회정세의 변화라든가 사회환경의 차이 또는 도덕적 통제의 결여(缺如)에 의한 자살이라고 정의했다.통계로 본 자살동기는 다양하고 복잡하며, 여러 조건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염세·병고·신경쇠약·실연·가정불화가 두드러지며 성별로 남자에게는 신경쇠약과 병고가, 여자는 가정불화와 실연이 많다고 한다. 연령별로는 청소년이 실연과 염세, 노인에서는 병고가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정불화는 20~30대에 많다. 장래에 대한 고민, 사업실패, 생활고도 적지 않은 원인이 되고 있다. 아노미적 자살의 형태가 가장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살의 문제는 개인에 머물지 않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우선 가족의 삶에 직격탄이 된다.한 가족의 우울증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겠지만 자살하는 수가 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나비효과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사례의 연쇄적 선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비근한 예로 친구 곁으로 가기 위한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베르테르효과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동기부여를 차단하는 사회적 노력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 어느 경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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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채무 관리만전 기해야 지면기사
[경인일보=]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Fitch)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지난해 11월 러시아·멕시코·헝가리 등 10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무더기로 하향조정할 때 함께 강등했다가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원상복구해준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전년동기 대비 7월 소비자물가가 9년만에 가장 낮은 1.6%를, 그리고 2분기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21년만에 최고치를 각각 기록했다. 경제성장률도 5년6개월만에 가장 높은 성장을 시현했으며 금년 중 국제수지 흑자규모가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 등 경기 회복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데다 최근 들어 북한리스크까지 완화되었으니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향후 국내경기에 대한 긍정적 신호도 감지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소비자심리지수가 5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사상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소비심리가 지나칠 정도로 위축되었던 점을 고려할 때 고무적이나 주택가격의 동요는 목에 걸린 가시처럼 껄끄럽다.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집값상승이 빠른 속도로 수도권전역으로 확대된 것이다. 전세난 탓에 변두리로 내몰린 수많은 서민들과 이참에 대박을 터뜨린 주택구입자들의 표정이 대조적이다. 주택공급부족에다 무분별한 도심재개발에 따른 이주수요 급증, 그리고 저금리에 풍부한 유동성까지 겹친 때문이다. M2(광의통화)와 Lf(금융기관 유동성)는 작년 하반기 이래 각각 15%와 12.7%까지 증가한 상황이다.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완화는 금상첨화였다.덕분에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금년 1월부터 7월까지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22조6천억원으로 역대최고를 경신, 가계부채는 700조원을 돌파했다. 주택담보대출 순증액이 8월에만 4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들도 크게 늘어 증권사의 신용융자규모는 4조5천억원에 이른다. 올 들어서만 무려 200%이상 증가, 종합주가지수가 사상최고를 기록했던 2007년 10월 수준에 육박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최근 들어 신용카드사들마저 대출경쟁대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