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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예산과 민심 지면기사
[경인일보=]예산은 돈이다. 정부는 그것을 숫자로 말한다. 이 숫자에 따라 국정의 방향도 시정의 방향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숫자 앞에 붙여진 이름을 보면 돈이 어디로 흘러갈지를 가늠할 수도 있다. 바로 그 숫자와 이름을 놓고, 국회와 지방의회가 논쟁중이다. 숫자를 늘린 부처나 지자체에 대해서는 예산의 건전성을 우려하고 있다. 예산이 줄어든 부처나 지자체는 경기 활성화와 선투자가 먼저라면서 아우성이다. 인천시의 경우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7.4%가 감소한 6조5천821억원, 서울시는 3% 감소한 20조6천107억원, 부산시는 3.5% 감소한 7조5천722억원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충북은 올해보다 5.3%를, 경남은 4.1%를, 대구는 2.9%를 증가한 예산을 편성했다. 같은 지방자치단체이면서도 증감이 엇갈리는 예산에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재정 건전성이 우선인가, 아니면 경기활성화 정책이 우선인가. 긴축재정의 바탕에는 부동산 거래 위축과 방만한 재정 운영에 대한 비판이 자리잡고 있다. 인천시가 7.4%나 줄어든 초긴축 예산을 편성한 것이 그 예다. 선거 당시부터 문제가 되었던 송영길 시장의 부채 탕감 정책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악화된 재정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선투자를 감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 바탕에는 무상급식이나 복지와 같은 의무지출 예산의 증가에 대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도로나 토목과 같은 건설 부문과 미래 성장 동력 부문에 대한 과감한 선지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중의 분위기도 유사하다. 선거공약대로 무상급식과 같이 교육이나 복지 예산의 증액을 주장하는 입장과 대폭 삭감된 도로나 건설 분야의 예산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이 공존하고 있다. 악화된 재정 여건과 무관하게 인천시에 같은 차원에서 증액을 요구하는 주장도 있다. 지역사업 성과를 통해 선거에 도전해야 하는 일부 정치인과 예산 보조를 통해 단체를 살려야 하는 사회단체나 지자체의 공사 발주를 기다리는 사업가들의 이해관계도 내재되어 있다. 시의 긴축예산 편성을 특정인사의 탓으로 돌리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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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이제 '빚 타령' 그만하자 지면기사
[경인일보=]이념이나 이상, 또는 구호만으로 지역발전을 이루긴 어렵다. 그래서 송영길 인천시장은 취임 후 곧바로 경제수도본부란 조직을 만들었다. 경제수도건설을 주창하는 그의 핵심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첫 포석인 것이다. 우린 경제수도란 용어가 좀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인천경제를 서울보다 앞서는 대한민국 1번지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로 이해하고 받아들였다.전임 안상수 시장이 개발위주의 경제정책에 치중했다면, 송 시장은 좀 더 서민에 파고드는 경제정책을 통해 성장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직 임기 초반이지만 그렇게 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최근 쏟아내는 정책이나 말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선다. 너무 '곳간' 탓만 하고 있고, 파이를 키우기보다는 축소 지향적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다. 송 시장 취임 이후 인천시의 행정은 줄곧 '빚 타령'에 몰입돼 있다는 느낌이다. 7조원이니 8조원이니, 내년 가면 10조원이 넘는 빚이 된다느니, 인천시의 재정위기론은 시정의 방향이 돼 버렸다. 빚 타령만 하다가는 뭐 하나 시원하게 추진될 것이 없어 보인다.'빚 타령'은 곧바로 현실로 이어진다. 전임시장 때 벌여 놓은 대형 사업은 보류되거나 재검토 대상이 되고, 이미 기공식까지 마친 건설사업도 전면 중단위기에 처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수년째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실속있는 사업조차도 내년예산이 잘려 나갈 판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경쟁도시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됐던 인천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쪽박 도시'로 전락한 느낌이다. 건설과 관련된 기업들은 물론이고, 인천의 발전가능성에 기대치가 컸던 기업들은 힘들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일부에선 서서히 짐을 싸려 한다는 걱정스러운 소식까지 들린다. 시민들 또한 자연스럽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오비이락인가. 인천시민들의 소비심리가 몇 개월 사이에 크게 위축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며칠 전 조사 발표한 10월중 인천지역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 심리가 올 들어 최악이다.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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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해외연수 지면기사
[경인일보=]경기도의회를 포함, 지방의회의 구성원인 의원들의 금지조항에 임기중 '해외연수'를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 임기 초와 말, 또한 그 사이 사이 해외연수와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같은 제한 조치가 (가능하지 않지만) 가능하다 해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효과면에서 '아니올시다'라는 답에 이른다.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렵고, 마음 먹고 서로 담합하면 다른 명분으로 해외나들이를 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의원 스스로 존재가치를 되새겨 자정하고 자제하는 성숙된 의회상을 정립하거나 유권자의 바른 선택에 답이 있다.지방의회 의원도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권한과 의무가 있다. 권한은 의안발의권, 동의발의권, 발언권, 표결권, 선거권 및 피선거권, 청원소개권, 청구권 등이다. 다만 강력한 특혜인 면책특권은 주어지지 않고 있다. 지방의원에 대해서는 헌법과 법에 아무런 명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회기중 말이나 행동을 잘못하면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의원으로서 지켜야 할 규범과 의무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공공이익 우선의 의무, 청렴 및 품위유지의 의무, 회의 출석 및 직무 전념의 의무, 직위남용금지의 의무, 일정한 직의 겸직 및 거래 등의 금지 의무, 질서유지의 의무 등이 있다. 그러나 의무는 무시하고 권한만 행사하려 한다. 일탈행위로 언론이나 지역민으로부터 질타를 받아도 바로 잡으려 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연수로 회기중 또는 외유성 연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의원자격 상실이나 형사고발 대상이 아닌 것도 한몫하고 있는 듯하다.얼마나 심한지는 신문지상에 꾸준히 제기된 고발성 기사의 제목만 나열해도 알 수 있다. '브레이크 없는 외유성 해외연수' '도의회 해외연수 욕먹어도 고' '경기도의회, 해외연수 강행 빈축' '관행탈피 못하는 지방의회 해외연수' '지방의회 해외연수 매년 되풀이되는 외유성 논란 왜?' '재정난 외면한 성남시 해외연수 논란' '낙선 경기도의원 잇단 해외연수 물의' '경기북부 기초의원 임기말 국외연수 눈총' '지방의회 해외 연수,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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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예측 잘못이라… 지면기사
[경인일보=]"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수요예측이 잘못된 때문입니다."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의 '텅 빈 고속도로'질타에 대해 류철호 도로공사 사장의 궁색한 변명이다. 장성~담양 고속도로 이용률이 19%인 터에 2007년에 개통한 익산~장수 고속도로의 지난해 이용차량대수가 8천714대로 당초 예측치의 17%에 불과하다. 2007년 이후 개통된 전국 8개 고속도로의 실제 교통량은 41.3%다. 도로건설에 총 8조510억원의 혈세를 쏟아 부은 점을 감안할 때 유구무언(有口無言) 언급은 당연해 보인다.민자(民資)도로도 마찬가지다. 적자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한 4개 민자도로 중 서울외곽순환도로를 제외한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천안~논산, 대구~부산 등 3개 고속도로의 누적손실 보전금만 2001년 이후 9천72억원에 달했다. 각 지자체 단위로 추진하는 경전철 및 터널공사도 비일비재하다. 현재 최소운영수입보전금을 지출하는 구간은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을 잇는 이화령터널을 비롯해서 총 18곳이다. 손실보전제는 2006년에 폐지되었지만 이는 민간제안사업에 국한한 것일 뿐 정부고시사업은 여전히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하고 있어 국고낭비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진작부터 여론의 표적이 되었던 전남 무안공항은 더욱 한심해 보인다. 인천·김해공항에 버금가는 서남부권 항공허브 구축을 목표로 공사비 3천56억원을 들여 2007년에 오픈했으나 투자비 회수는 언감생심이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해 차라리 무안(無顔)공항으로 불러야할 판이다. 강원도가 3천567억원을 들여 건설한 양양공항의 상주근무인원수는 150명에 육박하나 하루 평균 이용객수는 30여명으로 무안공항과 흡사하다. 양양·울진·무안·김제·예천공항 등 5곳의 '유령공항'을 건설하는 데만 총 8천597억원의 세금이 투입되었다. 적자행진도 계속되고 있다.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은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3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11곳은 전부 적자인 실정이다.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의 명지국제업무지구는 투자유치가 전무인 상황에서 세금 1천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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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는 이미 죽었는데… 지면기사
[경인일보=]막생혜 기사야고(莫生兮 基死也苦) 태어나지 말지어다. 죽는 것이 괴롭구나. 막사혜 기생야고(莫死兮 基生也苦) 죽지 말지어다. 또 태어남이 괴롭구나. 생사를 달관했다는 원효대사도 생사의 윤회에는 깊은 상념이 있는 듯 이같이 노래했다. 또 생이란 나오는 것(出)이고 죽음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入)뿐이어서 어느 누구에게나 생사는 동일하다. 우리가 집밖으로 나와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출입이라고 하듯 노자(老子)는 인간의 삶을 출입이라고 자연스럽게 말하기도 했다.요즘 들어 일반인은 물론 유명 연예인이나 사회 저명인사들의 자살사건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강연회 때 기운찬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며 행복전도사로 불리던 최윤희씨 부부의 동반자살을 보면서 사람들은 충격과 함께 가치관의 혼란마저 느낀다. 혹자는 '베르테르 효과'까지 퍼지지나 않을까 염려한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편지 형식으로 지은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남자 주인공 베르테르는 여자 주인공 로테를 열렬히 사랑하지만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실의와 고독감에 빠져 끝내 권총자살로 삶을 마감한다.당시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이 작품은 유럽 전역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지만 이 작품이 유명세를 타면서 해지면서 베르테르의 모습에 공감한 젊은 세대의 자살이 급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유럽 일부지역에서는 이 책의 발간이 중단되는 일까지 생겼다. '베르테르 효과'는 이처럼 자신이 모델로 삼거나 존경하던 인물, 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일컫는다.지난 1996년 1월 '서른 즈음에' '이등병 편지' 등의 히트곡을 남긴 가수 김광석의 자살 이후 배우 이은주, 가수 유니, 배우 정다빈 안재환 최진실 최진영, 가수 박용하 등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그래서 이들 두고 '베르테르 효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때문에 '유명인의 자살은 되도록 작게 보도하라. 주검과 현장, 자살 수단의 사진을 싣지 마라. 복잡한 자살의 동기를 단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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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한국 상호이해, 지자체가 나설 때다 지면기사
[경인일보=]최근 중국의 위상이 말 그대로 욱일승천(旭日昇天) 기세다. 일본을 제치고 제2위 경제대국이 되더니, 무역 거래나 위안화 절상 등 통상·통화문제에서 예전과는 다른 각을 미국에 세우고 있다. 댜오위다오(센가쿠) 영토분쟁에서 중국은 일본에 외교적 완승을 거두었다. '댜오위다오는 국가핵심이익'이라고 주장한 날, 스텔스 기능을 갖춘 잠수함 보도가 나오더니, 달탐사 위성의 성공적 발사 보도도 연이어 나왔다. 경제·안보·외교 모든 면에서 중국은 강한 톤으로 세계를 향해 굴기(崛起:일어섬)를 보여주고 있다.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어느 때보다 강한 것 같다. 한국에게 중국은 최대무역국이자 최대투자국이고, 인적교류가 가장 많은 나라다. 수교한 지 18년밖에 안되었지만 양국 교역액은 올해 2천억 달러를 달성할 것이다. 경제관계의 진전에 따라 앞으로 중국의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절대적이다. 지난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올해 두 번째 방중은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 의도가 후계체제에 대한 후견에 있건, 경제지원에 있건 그 대상은 중국이었다.그러나 급증하는 경제관계만큼 한-중 관계는 좋은 것 같지 않다. 아니, 경제 이외 한-중 관계는 위험 수위에 이른 것 같다. 천안함사건 이후 한국 언론에선 '중국 때리기'가, 중국 언론에선 '혐한 감정'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토론사이트에서 '한국 응징론'과 '한국상품 불매론'이 논의될 정도로 한국에 대한 감정은 격해져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세계의 다른 곳에선 한류가 붐인데, 한류의 첫 출발점이기도 한 중국에서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을까? 중국이 급부상하다보니 중국인들의 애국주의가 과도하게 표출된 걸까?대답은 한국인과 중국인이 서로 너무 상대를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왜냐하면 양국민이 상호이해하는데 18년은 너무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직 1세대도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한-중 관계의 변화와 속도를 보건대, 양국의 상호이해 작업은 속도를 내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작업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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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과 속도전 지면기사
[경인일보=]몇 해 전 정치권에서 질풍노도(疾風怒濤)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무섭고 빠르게 부는 바람처럼 국정 운영에 있어서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당시 현 정부가 집권 1년차를 온통 촛불 진화로 허비해 버리자 주어진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고 판단한 조급증이 발동했던 것이었다. 속도전의 중심에는 평소 '불도저'라는 별명을 듣던 이명박 대통령이 있었다. 남은 임기동안 속도를 내서 뭔가 실적을 올려야만 한다며 속도전 카드를 꺼내 들었고, 여권은 질풍노도라는 말로 힘을 실어줬다. 물론 국민들도 당시에는 대통령 못지않게 속도전을 원했다. 세계 경제의 위기상황에서 우리끼리 내부에서 다툼만 하고 있기엔 너무나 급박했기 때문이다.'속도전'은 원래 칭기즈칸의 발명품이다. 유럽의 기사들이 70㎏이나 무장해 움직일 때, 몽골 기마병은 5분의 1에 불과한 무게로 속전속결의 전쟁을 수행했다. 유럽은 수만명 단위로 이동하는 돌파력 위주였지만 열명·백명·천명 단위로 수시로 쪼개지고, 뭉치는 몽골군에게는 기습의 대상일 뿐이었다. 정면충돌 보다는 유연한 우회전술에 속도전이 합친 승리였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평가다. 그만큼 속도전에는 전술과 전략이 필수다.현대사회에서 속도전은 필수라곤 하지만 꼭 성공만 있는 게 아니다. 전략과 전술이 있어야 하고, 진정성이 있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 고집스럽게 밀어붙인다고 해서 그 결과가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속도전을 벌이다 급브레이크가 걸렸던 미디어 관련법이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세종시 추진 등을 우린 보지 않았는가. 인천만 해도 151층 인천타워 건설, 밀라노시티 추진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바로 이 것이 준비 안된 속도전이 주는 교훈이다.요즘 인천에서 또 다시 속도전 얘기가 나온다. 내주면 송영길 인천시장이 벌써 취임 100일을 맞지만, 아직까지 시정방향 조차 분명치 않자 조바심이 발동한 것이다. 남은 임기(4년)를 감안하면 시간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뭔가 성과를 내고 실적을 올리고 싶은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그렇다고 전략과 전술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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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편 지면기사
[경인일보=]교편(敎鞭)은 출석부와 함께 교사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교사가 수업이나 강의를 할 때 필요한 사항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하는 가느다란 막대기, 교사의 회초리가 교편이다. 반장의 우렁찬 '차렷' '경례' 소리와 함께 교탁을 두드리는 회초리의 둔탁한 소리로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렸고, 어수선한 수업분위기를 다스리곤 했다. 물론 쓰임새의 위력은 매에 있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회초리는 교사의 위엄이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교편을 잡았다는 말은 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하고 있다는, 교사와 교편은 동의어로 통용되기도 한다.전통서당에서 훈장은 회초리로 매를 들었다. 그 당시 회초리는 가르침의 도구로, 서당교육의 초달문화(楚撻文化)에서 유래한다. 서당에 아들을 맡긴 아버지가 산에서 나무를 할 때 가장 매끈한 싸리나무를 골라 한 다발 묶어 훈장에게 전달한다. 아들을 잘 가르쳐 달라는 뜻이 담겨 있다. 훈장은 아버지의 정성이 묻어 있는 이 싸리나무를 학동의 올바른 교육에 사용했다. 초달은 어버이나 스승이 자식이나 제자의 잘못을 징계하기 위해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는 사랑의 매의 시작이다. 물론 이같은 풍습을 오늘날에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는 격이다.학생 체벌과 두발·복장 규제 금지 등을 담은 학생인권 조례 제정안이 도의회에 제출된 마당에 새삼스럽게 사랑의 매를 들먹이는 것은 교육현장에서 교사의 모욕과 수난이 도를 넘고 있어서다. 학부모가 교사를 폭언·폭행하고, 제자로 부터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일어나고 있는 것이 우리의 교육현장이다. 도저히 교사로 인정해 주기 어려운 교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인 상황에서 학부모와 학생의 문제시 되는 행동만을 끄집어내 질타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랑의 매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대체 훈육이 필요하며, 그 것은 교육현장을 지키고 있는 교사들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학교 교육의 중심에 있는 교사의 경험만큼 큰 자산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 교사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드는, 사기를 땅에 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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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인하는 속빈 강정 지면기사
[경인일보=]지난 4월 금융감독위원회는 연간 매출액 9천600만원 미만인 신용카드 가맹점들에 한해 수수료율 인하를 단행했다. 재래시장 내 점포에는 기존의 2.0~2.2%에서 1.6~1.8%로, 재래시장 이외 가맹점들에는 3.3~3.6%에서 2.0~2.15%로 각각 끌어내렸던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영세자영업자들이 고전중인 점을 혜량한 조치였다. 이명박정부의 친서민정책의 일환이기도 했다.그러나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비씨, 국민, 신한, 삼성, 현대 등 8개 주요 카드사들의 수도권 영세가맹점 2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중 29.5%인 59곳은 수수료 인하혜택을 전혀 못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인하혜택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나머지 141곳의 경우에도 당초 금감위가 공표했던 인하폭에 훨씬 못미쳤다. 재래시장 내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2.06~2.26%였으며 재래시장 이외의 경우는 2.28~2.37%였던 것이다. 카드사들이 정부의 강요에 못이겨 수수료인하 시늉만 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카드사들이 이지경인데 나머지 업체들의 실상은 더 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수료인하가 영세가맹점 경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신용카드사들의 영세가맹점 역차별 시비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수수료율이 백화점 및 대형할인마트에 비해 턱없이 높다는 여론의 압력에 굴복해서 2007년 11월 이래 몇 차례 찔끔찔끔 수수료율을 내려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 와중에서 카드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수수료 인하가 적자경영을 초래할 것이라며 항변했었는데 경영성과는 어떠할까. 카드사들의 영업이익은 카드대란을 겪은 2003년 8조5천410억원의 적자에서 지난해에는 2조3천95억원을 기록하는 등 6년 만에 무려 11조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발군의 성적을 시현, 표정관리 하기에 급급했다. 가계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카드사용 문화 정착에 따른 신용판매부문이 급신장한 탓이다. 포인트 적립, 무이자 할부, 소액결제비중 확대,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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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후보자는 도덕성이 우선이다 지면기사
[경인일보=]한마디로 안타깝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보면서 이 나라의 인재등용 시스템이 이것밖에 안 되는가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지난 7월말 현실 정치의 험난함을 언급하며 취임 10개월 만에 사퇴표명을 한 이후 '깜짝 등장'했던 40대 총리 후보자는 각종 의혹 속에 내정 21일 만에 스스로 물러나고 만 것이다. 개인의 잘잘못을 떠나 이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인재검증이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혹자들은 말한다. '현재와 같은 인사청문회가 인민재판식이 아니냐. 인권도 생각지 않고 마녀사냥하는 데 급급한 것 아니냐. 국회의원들은 뭐가 그리 깨끗하다고 이렇게 구석구석 파헤칠 수 있는 것이냐'. 물론 청문회가 주는 역기능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청문회가 도입된 10년간 적잖은 결격자들을 걸러내는 효과도 있었고 미래 후보자들에게는 학습의 효과도 있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연적 과정이기에 필요한 제도다. 그럼에도 매번 반복되는 사례들로 낙마를 겪는다면 인재등용에 큰 실패를 했다는 얘기다.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단골메뉴는 위장전입·세금탈루·부동산 투기 의혹에 논문표절·병역기피 의혹이다. 결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법치국가인 줄만 믿고 살아온 힘없고 순진한 대다수 서민들이 분노를 느끼기에 더욱 그렇다. 이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총리와 각 부처 장관을 할 사람들이라면 누가 친서민 정부라 생각하고, 누가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라 보겠는가.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엄연히 알면서도 이를 밥먹듯이 어긴 자들이 장관 자리에 앉으려고 포장하는 말이 자식교육이다. 국민들도 엄연히 자식이 있다.일부에서는 인사청문회가 지나친 도덕성의 잣대를 들이대고, 일반인과의 형평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요즘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 몇이나 되겠느냐' 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공직후보자가 불법체류자를 식모로 썼다가 낙마한 사례도 있다. 법을 어기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