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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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천상륙작전과 워커 장군 지면기사
얼마 전 지인들과 인천 근교에서 라운딩 후 식사를 하게 되었다. 식사 장소가 마침 워커힐 호텔에서 경영하는 곳이었다. 메뉴를 주문받는 20대 후반의 여성 매니저에게 왜 이곳 식당에 "워커힐"이라는 이름을 쓰느냐고 질문을 했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이 돌아왔다. "잘 몰라요 그냥 영어 이름인가 봐요"하는 것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필자는 "그럼 6·25전쟁을 아느냐"고 다시 물어보았다.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일본이 쳐 들어온 거 아닌가요?" 순간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 왔다. "OOO씨 시간 나면 인천상륙작전 영화 꼭 한번 보세요"라며 말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신세대들의 한국 현대사에 대한 무지는 우리 기성세대 모두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요즘 폭염만큼이나 뜨겁게 이슈로 떠오르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주인공은 맥아더 장군이다. 그러나 한국 전쟁과 인천상륙작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사람의 주연이 있다. 그가 바로 월튼 워커(Walton H. Walker 1889~1950) 미 8군 사령관이다. 워커 장군은 1950년 7~8월 북한 공산군의 대대적인 공세에 밀려 후퇴를 거듭하던 한국의 전황이 최악의 시점에 다다랐을 때 낙동강 최후 방어선(일명 워커라인)을 성공적으로 지켜냈다. 워커 장군에 의한 낙동강 최후 방어선 사수가 없었다면 한국전쟁에서 일거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던 인천상륙작전도 있을 수 없었고 나아가 오늘의 대한민국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국전쟁의 영웅 백선엽 장군은 회고록에서 밝히고 있다.워커 장군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용맹을 떨치며 독일의 전쟁 영웅이었던 롬멜이 지휘하던 전차 군단을 격파하는데 혁혁한 공훈을 세웠다. 종전 후 주일 8군 사령관으로 근무하던 중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유엔사령관으로 임명된 맥아더장군은 불독이라고 별명이 붙은 맹장, 워커 장군을 한국 전선으로 급파하여 낙동강 최후 방어를 맡기게 되었다. 1950년 7월 13일 낙동강 전선에 급히 도착한 워커 장군은 북한군의 공세에 밀려 후퇴를 거듭하고 있던 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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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 규제라는 가뭄에 개혁 단비를 지면기사
郡 면적 2.3배 달하는 중첩규제에 억눌린 '양평'인구 줄고 기업 떠나고 대학은 신설조차 어려워전 군민 만족하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이뤄지길…정부의 '2016년 경제정책 방향'은 분야별 규제 완화 방안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점점 증가하는 등 재정 건전성이 나빠지자 나랏돈을 쓰지 않고 성장 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규제개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그 내용을 보면 비수도권은 '규제 프리존'을 도입해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하고 수도권 동북부 낙후지역은 수정법상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완화 논의는 정부마다 항상 거론됐지만, 번번이 비수도권의 반대로 무산되곤 했으나 이번엔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해 큰 기대를 하게 된다.'규제의 철책' 속에 있는 양평군에는 규제개혁이 꼭 필요하다. 군민은 한 가지 행위를 하더라도 수십 개의 법령 검토가 필요하고 그중 한 가지 법령만 불가하더라도 권역 설정으로 인해 원하는 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70년 서울시는 서울 주변부 자연 경관을 보전·유지해 도시민에게 쾌적한 생활환경을 부여하기 위해 시를 중심으로 띠 모양의 녹지대 보존 안을 건설부에 신청해 1971년 개발제한구역이 지정되었고 양평군은 1972년에 일부 지역이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1973년 팔당댐 완공을 시작으로 1975년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1982년 사격장 입지, 1983년 자연보전권역 지정, 1990년 특별대책 지역 지정, 1999년 수변구역 지정 등 군(郡) 면적의 2.3배에 달하는 중첩 규제가 양평군을 억누르고 있다.돌이켜보면 우리 군은 1970년대를 시작으로 규제라는 암 덩어리가 차곡차곡 쌓여왔고 그 결과 1966년 군의 인구가 11만8천697명이었으나 1995년에는 7만603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우리 군은 총면적 877.08㎢(서울시의 1.45배)가 무색하게 종업원 수 5명 내외의 90여 개 소규모 기업이 전부이며, 작년에는 양서면 유일한 중기업(종업원 100명 이상)이 과도한 규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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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열(熱)섬 도심을 식히는 냉(冷)섬 '도시 숲' 지면기사
어릴 적 여름방학이면 동네 어귀에 있는 커다란 노거수 밑에서 친구들과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 여름은 덥긴 해도 견딜 만 했다. 하지만 요즘 여름은 더워도 너무 덥다. 특히 도심은 콘크리트건물과 아스팔트 그리고 자동차 배기가스 열까지 더해져 '열섬현상'까지 나타나니 더욱 견디기 힘들다. 한여름 폭염에 노출되면 열사병이나 탈진 같은 온열질환을 조심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여름은 5월부터 시작된 폭염으로 8월초까지 온열질환자 수가 909명에 달하며, 이중 1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가로수와 공원 등을 포함하는 도시숲은 증산작용과 그늘효과를 통해 도심을 식혀주는 '냉섬효과'를 가지고 있다. 숲의 증산작용은 뿌리에서 물을 끌어올려 잎의 기공(氣孔)을 통해 수증기로 방출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때 물 1g당 596칼로리의 에너지를 끌어들여 주변을 시원하게 만든다. 숲의 그늘효과는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어 내리쬐는 직사광선을 막아 주변보다 시원하게 해준다. 이처럼 도시숲은 훌륭한 에어컨이자 다양한 생물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며 도시민들의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치유의 공간이다.한여름 도시숲 기온은 바깥 기온보다 평균 약 2℃ 낮으며, 침엽수림은 최대 3℃나 낮다고 한다. 이는 침엽수가 잎이 많고 단위면적당 엽면적이 넓어 증산작용과 그늘효과가 크기 때문이다.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더위는 기온과 습도에 따라 달라 이를 열지수로 정량화하여 나타내는데, 도시에서 열지수를 계산한 결과 '신체활동 시 피로위험이 높은 수준'이 숲 밖에서는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지속됐지만 숲 중심부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보통 사람이 땡볕에서 활동하다 숲 그늘에 어느 정도 있으면 정상체온으로 돌아오는지를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한 결과, 나무높이가 10m 정도인 숲 그늘에서 약 15분간 있을 경우 정상 체온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듯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도시숲이 우리 주변에 많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도시숲은 전체 숲 면적의 3.3%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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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철의 날씨이야기] 태풍, 피할 수 없다면 끄떡없이 이겨내자 지면기사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와 함께 태풍이 다가올 시기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우리에게 찾아와 긴장시키는 태풍, 어떻게 생성되는 걸까?태풍은 북태평양 서쪽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으로, 세계기상기구(WMO)는 중심 부근의 최대풍속이 33m/s 이상의 열대저기압을 태풍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17m/s 이상을 태풍으로 분류한다. 태풍은 발생 초기에는 서북 서진하다가 북상해 편서풍 지역에 이르면 진로를 북동쪽으로 바꿔 한반도를 향하는데 육지에 상륙하면 에너지원을 잃고 지면 마찰로 인해 빠른 속도로 약화하면서 소멸한다. 태풍이 접근하면 폭풍과 호우로 수목이 꺾이고, 건물이 무너지고, 통신 두절과 정전이 발생하며, 하천이 범람하는 등 피해가 일어난다. 하지만 태풍이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해서 피해만 주는 것은 아니다. 전 지구적인 관점으로 볼 때 태풍은 수자원의 공급원으로 물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1994년 여름은 유난히 덥고 길어 가뭄이 극심했었는데 그나마 더위를 식혀주고 가뭄을 해갈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 8월에 내습한 태풍 '더그(Doug)'다. 사람들은 이 태풍을 효자 태풍이라 불렀다. 또, 태풍은 저위도 지방에 축적된 대기 중의 에너지를 고위도 지방으로 운반해 남북의 온도균형을 유지해주고 해수를 뒤섞어 순환시킴으로써 바다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태풍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버리고 대비를 철저히 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태풍이 발생하면 대형·고층건물에 거주하는 주민은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여 파손에 대비해야 한다. 주변에 간판처럼 낙하위험시설물이 있다면 제거하거나 정비해야 하고 가로등, 신호등, 고압전선은 접근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태풍주의보 또는 경보를 라디오나 TV, 인터넷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기상청은 2015년 5월부터 태풍보다 한 단계 약한 열대저압부(TD;Tropical Depression) 정보서비스를 제공한다. 태풍의 사전, 사후에도 위험기상을 동반할 수 있는 열대저압부 예보는 태풍 정보서비스 영역을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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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월미도와 건국절 지면기사
북한의 인천상륙작전 역사 왜곡통일전에 바로 잡을 준비해야난데없는 '건국절 소동'광복절 대신 건국절로 하고 싶다면법률 아닌 개헌통해 실행해야헌법수호자는 국민이기 때문에월미도. 한국인이라면 책으로 배우거나 한 번쯤 방문하는 역사의 현장. 1950년 9월 15일 미군이 인천상륙을 한 지점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18일 월미도 그린비치를 방문했다. 해군첩보부대 충혼탑 등을 돌아보면서 관광 활성화를 강조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잊고 있었던 20년 전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1996년 겨울 어느 날. 중국 유학생을 면접하기 위해 선양에 갔다. 우리 역사에 굴욕과 참패가 무엇인가를 알려준 청나라의 수도가 있었던 곳. 눈이 사정없이 내렸다. 짧은 일정인지라 시내 서점을 들렀다. 당시만 해도 한글로 된 중국 법령집이나 북한 책들도 있었다. 작은 만화책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북한판 월미도'. 호기심에 펼쳐 보았다. 머리가 멍해졌다. 아니 이게 뭐지. 월미도에서 최후까지 저항한 인민군에 관한 내용이었다. 내가 배운 인천상륙작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월미도가 북한에서 일종의 전쟁 성지이자 영웅담의 장소로 교육되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둘러보니 그런 유의 엉성한 책들이 여러 권 있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지라 만화책이라고 해도 구입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당황스러웠던 것은 내가 즐겨 찾던 월미도가 전혀 다르게 북한에서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북한으로서는 완전한 패배를 정당화할 구실을 찾고자 했을 것이다. 퇴각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인민군을 미화할 방법도 마련하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은 엄연히 존재한다. 물론 '인천상륙작전'에도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되어 있다. 그러나 동일한 사실을 놓고, 전혀 상반된 평가를 하는 북한의 역사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월미도 만화책을 접한 후 심란했다. 통일 후 국민들의 정신적 혼란과 오해에 기인한 위험도 걱정이 되었다. 시험으로 대변되는 교육현장에서 혼동은 더 클 것이다. 통일 대박을 말하기 전에 북한의 왜곡된 역사에 대해 바로잡을 준비를 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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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연인] 소망 지면기사
생애 끝에 오직 한 번화사하게 꽃이 피는대나무처럼 //꽃이 가면 깨끗이 눈 감는대나무처럼 //텅 빈 가슴에그토록 멀리 그대 세워놓고바람에 부서지는 시간의 모래톱 //벼랑 끝에서 모두 날려버려도곧은 길 한 마음단 한 번 눈부시게 꽃피는대나무처럼김후란(1934~)언제나 변화하지 않는 절개와 정조의 식물, 대나무가 있다. 푸르고 곧은 대나무의 형상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인간의 마음을 비유하기에 충분하다. 대나무가 피어올린 꽃은, 생애 한번 보기 힘들 정도로 희귀하면서 개화 시기도 알 수도 없다. 그러나 대나무가 꽃을 피우고 나면 죽고야 만다는 속설과 같이 그 꽃은 대나무의 마지막을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생애 끝에 오직 한 번/화사하게 꽃이 피는/대나무"에서 인간의 가치를 자연의 숭고한 것에서 발견하려고 한다. "꽃이 가면 깨끗이 눈 감는/대나무"는 "텅 빈 가슴에/그토록 멀리 그대 세워놓고/바람에 부서지는 시간"과 "벼랑 끝에서 모두 날려버려도 곧은 길 한 마음" 온갖 비바람을 서서 맞이하며 숙명적으로 한 사람을 기다리는 대나무에게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가 배워야 할 '마음의 길'을 본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김후란(193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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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에세이] 아무도 죽지 않았다… 나는 웃었다 - 임진각 평화누리 '평화의 발'- 지면기사
지난해 DMZ 북한 지뢰도발 사건두 용사 불굴의 정신 기린 조형물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軍에 대한따뜻한 성원과 하나된 안보 의지1년이 지난 지금 잊은건 아닌지'평화의 발' 앞에서 되새겨 보길/정강이 아래로 오른쪽 발을 잃었다. 왼 다리 전체와 오른쪽 허벅지, 왼 손등 외상을 입었고 왼쪽 고환도 하나 제거했다. 복부와 상체는 방탄조끼 덕분인지 하재헌 하사를 들고 있었기 때문인지 다치지 않았고 내장 또한 무사했다. 교전이라도 했더라면 북한군을 모두 쏴 죽였을 텐데 적은 없었고 비겁한 지뢰만 있었다. 폭발음이 들렸을 때 웃었을 그들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미칠 지경이었다. 중환자실에서 처음 깨어났을 때 두껍게 쌓인 붕대들을 보며 잠깐 내 인생의 꿈과 사랑에 대해 절망했다. 그래도 걱정되는 것은 하재헌 하사와 다른 사람들의 생사였다.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나는 그걸로 되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웃었다./(김정원 하사의 수기 중에서)지난해 8월 4일 비무장지대 순찰에 나섰던 우리 장병들이 북한군이 몰래 매설해 놓은 지뢰가 터져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 당시 수색대원들은 급박한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작전 대오를 유지하며 부상자 2명을 성공적으로 후송했었지요. 이들의 행동은 DMZ 열상 감시 장비에 고스란히 찍혔고 이 영상은 국민 모두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 영상을 보고 우리 국민은 모처럼 한마음이 되었지요. 50여 병사들이 전역을 미뤘고 예비역들도 군복을 챙겨놓고 언제라도 입대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외국에 있는 젊은이들도 SNS를 통해 조국이 부르면 달려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지요. 그리고 1년이 지났습니다.군(軍)은 지난해 이들 용사의 자랑스러운 희생과 불굴의 의지를 기리기 위해 '평화의 발'을 만들었습니다. 임진각 평화누리에 두 용사의 발을 형상화한 청동 조형물을 설치한 것입니다. 이 평화의 발은 민관군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의미 있는 조형물이지요. 올해 들어 가장 더웠던 날 평화누리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비무장지대 북한 지뢰도발 1주년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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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전기요금과 관료주의의 벽 지면기사
가정용 전력수요 많이 써도 전체 사용량중 15.6%대통령 한마디에 "누진제 완화 검토" 180도 돌변관료주의 관점서 볼때 우리나라는 '후진국'에 불과관료주의란 조직의 공정성, 합리성, 효율성을 기할 수 있도록 위계질서를 형성하고 있는 전문적 관료들의 체계를 말한다. 관료주의는 업무 처리에 있어 공평무사의 원칙에 따라 합리성을 실현한다. 임용과 보수에 있어 능력주의에 따르고, 통제력의 집중과 위계적 질서에 의하여 능률성을 발휘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관료주의는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독선적 권위주의, 행정적 형식주의, 무사안일, 책임 전가, 규정 만능주의 등을 말한다. 관료주의에 젖은 조직의 구성원들은 상급자에 대하여는 아첨하고 하급자에게는 거만하며, 까다로운 업무는 적당히 넘기고, 자기 업무 이외에는 무관심하며, 독선적이고, 책임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등의 특징을 나타낸다. 온라인에서 찾아본 '행정학 사전' 등은 관료주의를 이처럼 풀이한다.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은 이 같은 부정적 관료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 숨 막히는 더위에 시달리는 국민들이지만 에어컨조차 제대로 틀지 못한다. 말 그대로 전기요금 폭탄이 두려워서다. 최고 11.7배까지 가중되는 징벌적 누진제비판은 매년 여름 되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국민을 더 열불 나게 만든 것은 누진제를 강변하는 산자부 관료의 권위주의적 태도이다. 에어컨을 하루 서너 시간만 틀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니. 아침부터 시작된 찜통더위가 기록적 폭염으로 이어지는 날이 계속 중이다. 도저히 잠을 이루기 어려운 열대야도 수십 일째 지속 중이다. 하루 종일 에어컨 속에서 긴팔 옷을 입고 근무하는 고위 관료들이니 국민들의 사정을 알 턱이 없다. 거짓 논리로 누진제를 옹호하는 점은 더 어이없다. 가정용 전력 수요는 전체 전기 사용량의 13%. 지금보다 가정에서 20%를 더 써도 전체 사용량에서는 15.6%에 불과하다. 여름철 전력 대란이 우려되는 피크 타임은 오후 2~3시이다. 가정용 전력소비는 그 시간에 오히려 줄어든다. 당연한 얘기지만 가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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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레탄? 지면기사
교육부가 실시한 '우레탄 트랙 유해성 조사'에서 경기도 내 우레탄 운동시설은 867개교 중 514개교가 한국산업표준(KS)을 초과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전국 대상학교 64%가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이 검출됐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레탄에 포함된 납은 생물학적 반감기가 길어 체내에 오래 남아 빈혈, 신장 및 생식기능 장애 등 심각한 중독 증상을 유발한다니 불안하고 두렵다. 이와 같이 심각한 유해 물질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학교 운동장에 설치됐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산업표준(KS)상 우레탄 트랙 유해성 검사 대상 물질은 납, 수은, 카드뮴, 육가(六價)크롬 등 4종이다. 그런데 현재 유해성 검사 기술로는 '걸러내지 못하는 유해물질들도 있을 수 있다'는 잠재적 가정이 더욱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교육부는 우레탄 개선 사업비를 1천700억원 정도로 생각하고 올해 추경과 내년 예산에 반영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레탄 개선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우레탄 문제는 특정 지역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학교에 해당되는 문제임에도 어느 학교는 마사토로, 어디는 잔디로, 또는 유해물질이 없는 우레탄으로 재포장하겠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군가는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내 연구기관이나 외국의 관련 연구기관의 협조를 얻어서라도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이 사안은 지역별, 교육청별이 아니라 교육부, 아니 정부차원에서 정확한 정책 방향이 나오고 관련 예산 지원도 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는 2007년과 2014년 인조 잔디구장의 납 중독 문제로 교육부가 예산을 들여 교체했던 사건들을 기억하고 있다. 교육부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전수조사를 하고 미봉책으로 예산을 지원해 틀어막고 있지만, 학교 운동장 문제가 주기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2년 전 기억이 가시기도 전에 2016년 또 우레탄 운동장 문제가 터진 것이다. 사실 우레탄 운동장 못지않게 학교에 존재하는 시한폭탄은 석면이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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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친일인명사전과 친일파 처단 지면기사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게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을 강제로 배정하여 반발과 논란이 있었다. 그 후 경기도교육청에서도 751개 중·고교에 예산을 배정하여 또다시 논란이 되었다. 이미 친일파 세력의 당사자들이 없는 상황에서 뒤늦게 하는 일들 때문에 후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친일인명사전은 일제강점기 친일 반민족행위를 자행한 친일파의 목록을 정리해 발간한 사전이다. 여기에는 일제의 침략을 지지 찬양하거나 민족 독립을 방해하고 일제 식민통치에 앞장선 4천389명의 친일행적이 수록되어 있다.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해방 후 친일파 처단과 일제 잔재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 때문이다. 과거 청산은 시기를 놓쳐 버리면 혼란만 가중시킨다. 때늦게 이루어진 친일 잔재 청산이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로 정리되어 미래 지향적 국민 통합의 기능을 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프랑스는 4년의 나치 독일 점령 기간의 과거사를 단호히 청산하여 1944년 8월부터 8개월 동안 12만4천600여명을 재판에 회부하고 6천763명에게 사형을 선고하였다. 실제로 767명을 사형시켰고, 9만8천명을 징역에 처하였다. 네덜란드, 벨기에, 노르웨이는 이보다 더 엄격하였다. 부역행위로 구속된 사람의 숫자가 10만명당 프랑스 94명, 벨기에 596명, 네덜란드 419명, 노르웨이 633명이었다.이에 반해 우리는 친일 과거사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이없게도 해방 후 미군정 치하에서 친일 세력들이 행정의 주역이 되었고, 뒤이은 이승만 정권에서 친일 세력이 정치의 중심세력이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반민법'은 이미 커질 대로 커져 버린 친일파들에게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없었다. 8개월간의 공소시효 속에 반민특위의 취급 건수는 682건에 기소 221건, 재판 40건이었다. 그 결과 체형이 14명이었고, 실제 사형 집행은 단 한 건도 없었다.친일파 처단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승만 정권의 반대와 이미 해방 3년이란 시간이 흘러가 버렸고, 그동안 친일파 세력들이 기득권 세력으로서 국가권력에 강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