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대통령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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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대통령 지지율 지면기사

    정치인들에게 지지율은 계륵(鷄肋)같은 존재다. 조사 방법에 의구심을 표하면서도 결과에 일희일비한다. 입으로는 "지지율은 바람불면 '훅' 날아가는 새털같은 것"이라고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정치인들이란 늘 그렇다. 1981년 존 힝클리가 쏜 총에 맞고 병원에 실려가면서 "예전처럼 영화배우였다면 잘 피할 수 있었을 텐데…"라던 레이건 대통령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던진 이 유머로 지지율이 83%까지 치솟았다. 이듬해 지지율이 30%대로 폭락하자 걱정하는 참모들에게 "다시 한번 총 맞으면 된다"며 유머로 넘겼지만 속은 매우 쓰렸을 것이다. 그는 배우가 아닌 정치인이기 때문이다.대통령에게 지지율은 민심의 거울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동력 상실로 국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취임하던 해 광우병 사태를 겪으며 지지율 직격탄을 맞았던 이명박 정부가 그런 경우다. 지지율 추락으로 국정은 만신창이가 됐다.과거나 지금이나 여론조사에서 적절한 표본 선정은 큰 난제다. 조사기법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표본 선정의 오류는 여론 조사의 왜곡을 부른다. 정치의 무관심으로 인한 낮은 응답률도 조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요인이다. 특정 지역과 계층, 세대 그리고 질문 내용과 시기, 방식까지 꼼꼼히 따져보면, 과연 여론조사로 민심을 완벽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경우도 많다.지난 4일 한국갤럽이 조사한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이 83%로 역대 대통령 취임 1년 지지율 최고를 나타냈다. 8·9일 이틀간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76.1%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남북관계 복원'으로 큰 점수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1년 내내 7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여왔다. 적폐청산 등 주요 정책들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도 지지율에 힘입은 바 크다.문재인 정부는 연인원 1천600만명이 참가한 '촛불'이 탄생시킨 정부다. 그러니 여론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지율에 너무 집착하면 '여론조사 정치'라는 함정에 빠진다. 반드시 챙겨야 할 중요한 과제를 잊어버리

  • [참성단]지방선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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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지방선거 유감 지면기사

    6·13지방선거 운동장의 기울기가 심각하다. 수평회복의 조짐은 안보인다. 현장기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여당인 기호1번 후보들은 넘치는데 기호2번 이하 야당은 출마후보 찾기조차 힘들다고 한다. 여당 쪽에 기운 판세가 워낙 뚜렷해서다. 그 탓인가. 여당은 공천후유증으로 몸살을 앓는 중이고 야당은 인물난에 기진맥진이다. 차기 지방자치를 걱정하는 소리도 높다. 여당 일각의 무리한 공천과 야당의 후보난으로 검증그물이 뚫리면서 부적격 인사들이 대거 지방정가로 유입될까봐 그렇다.여당이 압도하는 6·13지방선거 분위기는 아무래도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과 더불어민주당의 프리미엄 덕이 크다.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80%안팎이고,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율도 보수야당의 두배 이상을 유지한지 오래다. 생활자치 이슈는 중앙의 정치지형과 거대담론에 가려졌다. 드루킹 고행중인 김경수 경남지사후보, 혜경궁김씨 논란의 이재명 경기도지사후보가 자유한국당 김태호, 남경필 후보를 전례없는 고공지지율로 압도하는 이유다.3선에 도전하는 전경숙 의왕시의원 예비후보가 경선을 통해 획득한 '1(정당기호)-가(후보기호)'번을 초선 도전에 나선 후배 여성후보에게 양보한 미담이 화제다. 한선거구에서 2~4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기초의원선거는 모든 정당 후보들이 '가'번호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정당기호에 집착하는 유권자 성향상 '가'번은 정당의 대표 후보라는 각인효과로 득표에 훨씬 유리하다. 각 정당의 '가'후보의 당선율이 '나'후보에 비해 월등한 건 통계로도 확인된다. 전 의원 미담의 이면엔 생활자치의 모세혈관인 기초의회마저 정당기호(공천)에 종속돼 중앙정치의 세포구조가 된 현실이 숨어있다.전북 장수군수 김창수 무소속 예비후보가 9일 "중앙정치 선거 결과인 국회의석 수에 따라 지방선거 후보의 기호를 정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지방자치제도에 반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도 곱씹어볼 만한 의제다. 총인구 2만4천여명의 장수군과 같은 초미니 기초단체장 선거를 굳이 정당구조에 종속시킬 필요가 있나 의문이라서다. 최소한 기초

  • [참성단]신발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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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신발 디저트 지면기사

    문화인류학의 거두 레비 스트로스는 어릴적부터 고전 음악을 곁에 두고 살만큼 음악애호가였다. 특히 바그너의 오페라를 즐겼다. '슬픈 열대'와 함께 기념비적 저작으로 꼽히는 '신화학(전 4권)' 시리즈 제1권 '날 것과 익힌 것'에서 그는 음식 문화를 음악과 비교했다. 오페라나 연극이 공연되기 전에 막이 내려진 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서곡(overture)은 풀코스 요리의 수프·채소와 같은 전채요리에 해당하고 교향곡은 스테이크와 같은 메인 요리, 앙코르 곡은 커피나 과일 같은 디저트에 비유했다. 그는 음악이나 음식이나 사람이 재료를 다루는 능력, 비법 그리고 문화에 따라 그 맛과 멋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실제 남아메리카 밀림 속에 사는 부족들이 살아있는 엄지 크기의 애벌레를 맛있게 먹으며 자신에게 권했을 때, 그들의 문화라고 생각하니 먹을 만했다고 술회했다. 국가 정상들 간의 만남에서 만찬장 식탁에 오르는 음식과 술이 언론에 필요 이상으로 세세하게 소개되곤 한다. 영국의 가디언지가 이번 판문점 만찬에 나온 냉면을 두고 "평화의 상징은 이제 비둘기가 아니라 평양냉면"이라고 전 세계에 타전했듯이 만찬장에서 정상들이 나누는 말과 행동 못지않게 그들이 어떤 음식, 어떤 술을 먹고 마시는가는 세인들의 관심사다. 국제회의나 정상들의 만찬장에 오르는 음식들은 대체로 주최 국가의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을 만든 조리사가 누군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건배용 술의 종류와 상표, 생산연도를 식단에 자세하게 표기하는 것은 이제 국제적 관례다. 보통 정상들 만찬의 경우 6~7코스가 기본이다. 아페리티프 와인에서 시작해 입맛을 돋우는 오르되브르-수프-생선요리-육류요리-샐러드-치즈와 디저트로 이어진다. 일본 아베 총리 부부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부부의 만찬에서 검은 신발에 담긴 초콜릿이 디저트로 나왔다고 해서 외교 결례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도 그렇지만 동양권에서 신발을 밥상에 올리는 것은 큰 결례다. 용기로 사용한 신사화는 세계적인 예술가 톰 딕슨의 작품이고, 요리사는 그 유명한 세게브 모셰였

  • [참성단]2018 어버이날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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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2018 어버이날 유감 지면기사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유독 간행이 잦았던 불경이 '불설대보부모은중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인데 간략하게 부모은중경으로 일컫는다. 부모의 은혜를 강조한 경전 내용이 효를 근본으로 하는 유교와 상충하지 않았던 덕이다. 경에 따르면 어머니는 3말8되의 응혈(凝血)을 흘려 자식을 낳아, 8섬4말의 혈유(血乳)를 먹여 기른다 했다. 그러니 자식이 아버지는 왼쪽 어깨에, 어머니는 오른쪽 어깨에 업고서 수미산을 백천번 돌더라도 그 은혜 다 갚기는 어렵다. 효경(孝經)은 공자와 제자 증삼의 문답 중 효도에 관한 것을 간추린 효 실천서로, 효에 기반한 충을 통치사상으로 떠받든 조선의 경국교과서였다.가부장제를 바탕으로 한 전제정치의 사상적 도구로서 효경의 효의 용도는 시대착오적이다. 자녀인 인민이 어머니인 당과 아버지인 수령에 효성과 충성으로 받드는 거대한 가정이라는 북한의 사회주의 대가정론이 대표적이다. 통치규범으로서 효는 너무 낡아 수용하기 힘든 세상이 됐다. 반면 부모은중경이 강조한 효의 의미는 인간적 규범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낳아주고 길러 준 부모를 향한 본능적 도리로서 '효'는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운 가치이다.그런데 인간적 규범으로서의 효마저 흔들리는 패륜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니 큰일이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한해, 사법기관은 1만2천9건의 노인학대 신고를 받아 이중 4천280건을 학대로 판정했다. 전년 보다 12.1% 늘어난 수치란다. 가해자 10명 중 4명이 아들이고, 직계가족을 비롯한 친척과 친족이 전체 가해자의 75.5%에 달한다. 경찰청이 홍철호 국회의원에 보낸 자료는 더 심각하다. 살인을 제외하고 부모를 해치는 패륜범죄가 2012년 956건에서 5년만인 2017년엔 1천962건으로 배가 늘었다니 말이다. 최근 4년간 해마다 47~60명의 부모가 자녀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패륜범죄의 상당수가 부모와 독립하지 못한 자녀간의 경제적 갈등 탓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옳다면, 전례없는 취업난 속에 패륜범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에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려는 모

  • [참성단]힘내라! 동네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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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힘내라! 동네서점 지면기사

    '동네서점에서만 파는 책'이란 게 있다. 제법 책을 읽었다고 자부하는 독자도 온라인 서점만 이용했다면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이 책은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구매하고 싶다면 동네서점을 찾아가야 한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최근 '2010~2017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동네서점 베스트 컬렉션'을 출간했는데 제법 인기가 높다. 책도 책이지만, 숨 막히기 일보 직전인 동네서점을 살려야 한다는 출판사의 기획 의도가 신선하다.발상도 기발하다. 문학동네가 매년 출간하는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중에서 동네서점 주인들이 추천한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7편을 한데 묶었다. 마케팅도 눈에 띈다. 궁금증 유발을 위해 비닐 포장을 뜯지 않으면 내용을 알 수 없게 제작했다. 물론 가격도 저렴하다. 민음사가 지난해 선보인 '쏜살문고 × 동네서점 에디션'도 오직 동네 서점을 위한 기획 상품이다. 이 책은 동네서점 '51페이지'라는 곳에서 출간을 제의했다. 입으로는 동네 서점을 살려야 한다면서도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 중심으로 마케팅에 전념하던 대형 출판사의 뼈아픈 자성(自省)도 한 몫 했다. 막상 출간되자 출판사도 놀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이 출간되자 초판 2천부가 순식간에 동나 한 달 새 3쇄 4천부를 찍었다. 디자인도 첫 눈에 반할 만큼 깔끔하고 예쁘다.지역을 대표하는 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데 반해, 새로 문을 여는 작은 동네 서점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특징은 대형서점과의 철저한 차별성이다. 일부 서점은 고유한 취향을 자랑하고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층 사이에서 '힙한'(최신 유행에 밝은)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중이다. 주말에는 북 콘서트, 독서토론, 시낭송회를 여는데 열기도 뜨겁고 수준도 꽤 높다. 경기도가 최근 '힘내라! 경기 동네서점'이란 주제를 내걸고 공모한 '2018년 경기도 지역 서점' 169곳을 발표했다. 선정된 서점엔

  • [참성단]노벨평화상과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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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노벨평화상과 트럼프 지면기사

    매해 알프레드 노벨이 사망한 12월10일 열리는 노벨상 수상식엔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6개 부문의 수상자는 각 분야에서 이룬 탁월한 업적으로 더할 나위 없는 명예를 인정받는다. 다만 다른 부문 수상자들의 업적이 객관적 성과와 합리적 평가가 가능한 반면, 평화상은 객관적 지표로 계량하기 힘든 '평화'의 가치 때문에 자주 구설에 올랐다.냉전시대 미국의 모든 전쟁에 관여한 헨리 키신저가 베트남평화협정으로 수상하자 논란이 일었다. 동반수상자였던 베트남의 레득토는 수상을 거부했다. 최근엔 3인의 여성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1991년 수상자인 미얀마 실권자 아웅산 수지를 향해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외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2000년 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때는 '로비설'로 시끄러웠는데, 노벨위원회는 "로비는 있었다. 기이한 건 정치적 반대자 등으로부터 상을 주면 안된다는 로비가 있었다"고 일축했다. 평화에 대한 인식의 충돌과 정치적 고려와 입장 차이가 빚은 불협화음이다.요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을 놓고 뉴스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발단은 2000년 수상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받으시라"고 보낸 축전이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야 하고, 우린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는 의미심장한 수사로 트럼프를 추켜세웠다. 미국 폭스뉴스가 이를 보도하자 트럼프는 "문 대통령이 그렇게 발언한 데 대해 매우 관대하다고 생각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화답하고, 딸 이방카는 해당 기사에 '좋아요'를 눌렀단다.트럼프의 노벨평화상 가능성과 관련,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곧 성사될 북미회담의 낙관적 결과의 징조라는 해석과 평화상에 집착한 트럼프가 북핵폐기 의제를 미봉할 수 있다는 우려다.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의제는 북한핵폐기의 수준과 속도다. 트럼프는 북핵폐기 담판에서 대한민국의 이익을 대리하는 셈이다. 성공보수는 결과에

  • [참성단]'삐라'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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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삐라'의 추억 지면기사

    놀거리가 없던 어린 시절, 그나마 유일한 소일거리는 인근 산으로 칡 캐러 가는 거였다. 그때만 해도 산에 칡이 제법 많았다. 칡을 찾다가 뱀과 마주쳐 등골이 오싹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뱀보다 더 무서운 게 있었다. 북한에서 날아온 '삐라'였다. 삐라를 발견하면 모두 얼굴이 굳어졌고, 주변에 무장 공비가 있는지 좌우를 살펴보았다. 호기심에 삐라를 주머니에 넣고 돌아올 때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른다. 역사의 격동기를 살았던 50, 60대에게 이런 '삐라의 추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총 한 방 쏘지 않고 적을 교란시키는 데 삐라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삐라는 적군의 마음을 헤집고 들어가 마침내 적진을 붕괴시킨다. 그래서 삐라를 '벌거벗은 심리전의 첨병' '종이 폭탄'이라고 부른다. 삐라는 영어의 bill에서 나왔다. 일본인들은 이를 '삐라'로 읽었고 그대로 우리에게 건너왔다. 전쟁사에선 2차대전 말 연합군이 항복을 앞둔 무솔리니에게 215만장을 뿌린 것을 삐라의 원조로 삼는다. 그러나 절정은 6·25전쟁때 였다. 38선을 가운데 두고 지루한 진지전(陣地戰)을 펼치자 삐라는 상대를 교란시키는데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수단이었다. 이 당시 유엔군은 25억장, 북한군은 3억장의 삐라를 뿌렸다고 한다.전쟁이 끝난 후에도 남북이 서로 삐라를 보냈다. 연 270일 북에서 남으로 바람이 불어 북에 절대적으로 유리했지만, 경제력이 뒤바뀌면서 북한의 조잡한 인쇄의 삐라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렀다. 그러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6월 12일 남북 군사 회담에서 삐라 살포를 포함한 심리전을 중단키로 합의해 주었다. 하지만 탈북단체가 계속 삐라를 보내면서 북한은 큰 타격을 입었다. 북한은 시간만 나면 삐라 살포 중단을 요구해 왔다. 통일부가 대북확성기 철거에 이어 대북 관련 단체에 삐라 살포 중단을 요구했다. 살포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마찰이 빚어질 경우, 신변안전 차원에서 경찰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관련 단체들은 강행할 태세다. 평화가 온다면 삐라 살포는 당연히 중단해야

  • [참성단]일자리 없는 근로자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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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일자리 없는 근로자의 날 지면기사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다. 노동단체는 노동절로 부른다. 1889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 노동자 8만여명을 비롯해 미 전역에서 수십만명의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며칠 뒤 강제진압에 나선 경찰과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유혈 충돌이 벌어진 헤이마켓 사건으로 비화된다. 그해 7월 세계 각국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모여 결성한 제2인터내셔날 창립대회에서 5월 1일을 국제 노동자 기념일로 결정하니 소위 메이데이다. 우리는 해방후 잠시 노동절로 기념하다, 1963년 법률로 근로자의 날을 확정해 지금에 이른다.최근 무산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했던 개헌안이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일괄 수정해 주목을 받았다.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근로자'가 노사의 대등한 관계를 표현하기에 부적절하다는 노동계의 여론을 수용했다. 근로자는 사용자의 이익에 부합한 단어로, 박정희 시절의 용어라는 심리적 저항이 깔려있다. 반면에 노동을 몸 쓰는 일로 인식해 근로를 단어에 호감을 보이는 여론도 상당하다. 언어가 의식을 규정하니, '근로'와 '노동'의 대치 결과가 주목된다.국제적인 기념일이지만 프롤레타리아 노동계급을 중시하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노동절을 더욱 각별하게 기념한다. 냉전시대 소련은 적군의 화려한 열병식으로 이날을 기념했고, 북한에서도 '국제 로동절'은 7대명절에 포함된다. 중국은 올해 노동절 연휴(4월29일~5월1일)에만 1억4천900만명의 유커(遊客)가 중국 각지를 여행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여행수익이 880억 위안(14조8천869억원)이라니 대단하다.아쉬운 건 '근로자의 날'을 만끽하기엔 근로 대기자가 넘쳐나는 우리 현실이다. 올해 들어 지난 3월 실업률이 4.5%로 17년 만에 최고다. 125만명이 실업자다. 청년실업률은 더욱 심각해 2017년 10%에 달한다. 보조지표인 체감청년실업률은 23%로 2000년 이후 최악이었다. 여기에 베이비붐 세대의 메아리인 에코붐 세대가 취업시장에 쏟아져 나오니 설상가상이다. 조선과 자동차 등 3차산업현장의 일자리가 줄고

  • [참성단]표준시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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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표준시의 정치학 지면기사

    1884년 10월 25개국의 외교관 41명이 워싱턴에서 국제 자오선회의를 갖고 '하루의 길이'와 '하루의 시작'을 정했다. 그러기 위해선 표준시가 필요했다.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가 기준으로 정해졌다. 지구의 북극점과 남극점을 연결하는 자오선을 동경과 서경으로 나눌 때 그 출발점이 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리니치 동쪽에 있는 서울은 동경 135도를 표준시로 쓴다. 영토가 넓은 나라들은 여러 개의 표준시를 사용한다. 미국은 동부, 중부, 산악지대, 태평양 등 4개의 표준시가 있다. 우리 만큼 표준시가 많이 바뀐 나라도 없다. 모두 불행한 역사의 산물이다. 우리는 1908년 4월 1일부터 동경 127.5도 기준의 표준시를 사용하며 서양식 시간대를 처음 도입했다. 경술국치 이후 일본은 1912년 1월 1일 우리의 표준시를 일본 표준시인 동경 135도 기준으로 정했다. 해방후 이승만 정부는 1954년 3월 21일 표준시를 동경 127.5도로 바꿨다. 그러나 군사정부가 들어서면서 1961년 8월 10일부터 다시 동경 135도를 표준시로 쓰고 있다.북한은 지난 2015년 8월 5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표준시를 이전보다 30분 늦은 '평양시'(127.5도)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일제 잔재 청산'이 그 이유였다. 그후 부터 30분 '시차신경전'이 있었다.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해 우리 군이 확성기방송을 시작하자 북한은 준전시 상태를 선포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남북 고위급 접촉이 열렸고 8월25일 낮 12시를 기해 방송 중단과 준전시 상태를 해제키로 합의를 봤다. 우리 군은 낮 12시에 확성기를 껐지만 북한은 12시 30분에 준전시 상태를 풀었다. 당시 협상 역시 자정을 조금 넘겨 타결되는 바람에 같은 합의를 두고 우리는 '8·25 합의', 북한은 '8·24 합의'로 불렀다.북한이 평양 표준시를 서울 표준시에 맞추겠다고 밝혔다. 판문점회담에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화의 집 대기실에 시계가 2개 걸려 있었다. 하나는 서울 시간,

  • [참성단]협상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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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협상의 전략 지면기사

    우리는 매일 협상하며 산다. 물건을 사고 파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협상이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협상술은 큰 관심거리였다. 유대인들이 돈보다 지혜를 중시했던 것은 오랜 방랑을 통해 재산은 빼앗길 수 있어도 지혜는 빼앗아 갈 수 없다는 진리를 터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협상에도 능하다. '상대방 정보를 많이 입수하고, 협상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라. 반드시 명심할 것은 서두르는 협상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이다'(유대인의 협상술/작은 씨앗 간)는 유대인들의 몸에 밴 협상 철학이다.외교에서 협상술은 절대적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협상술 중 하나가 '벼랑 끝 전술( Brinkmanship )'이다. 북한이 핵을 앞세워 자주 쓰던 수법이다. 막다른 상황에서 초강수를 띄워 위기에서 탈출하는 전술이다. 상대방을 겁먹게 만들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으로 '공갈 전술'이라고도 한다. '니블링(nibbling)'이라는 것도 있다.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작은 것 하나를 더 양보받아내는 기술이다. 좀 치사하긴 하지만 큰 물건을 사면서 싼 물건이나 작은 물건 하나를 덤으로 요구하는 경우다. 하지만 상대방이 더 노련한 협상가일 경우 곤란한 일이 발생하곤 한다. 그쪽에서 '카운터 니블링'으로 맞대응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하나 더 줄테니 하나 더 사가라"는 식이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이 이용된다면 '살라미(Salami) 전술'은 협상 과정에서 의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전술이다. 얇게 썰어 먹는 이탈리아 드라이 소시지에서 따온 말로, 하나의 과제를 두고 이를 부분별로 쟁점화하면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협상 전술이다. 목적을 단숨에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계별로 그 대가를 받아냄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특징이다. 상대방은 속이 터지는 협상이지만 승률은 매우 높다. 오늘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만난다. 어렵게 만든 자린데 사진이나 찍고, 만찬이나 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분명하다. 비핵화다. 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