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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카지노 사업 성공 하려면 지면기사
드디어 시작된다. 말도 많고 염려도 많았던 영종도 카지노 사업의 문이 열렸다. 한국관광의 새 시대를 여는 이 사업은 일자리 창출을 포함하여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경제적 파급효과만 봐도, 2018년까지 약 8천명 이상의 직간접 고용효과, 1조3천억원의 경제생산 효과, 600억원의 세수 기여효과를 낼 것으로 알려진다. 인천경제뿐만 아니라 국가경제를 들었다 놨다 할 정도의 규모이다. 영종도가 '한국판 라스베이거스'로 변모되는 꿈도 가져볼 만하다.카지노와 같은 관광리조트 사업이 성공하려면 정확한 예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만약 섣부른 가정을 했다간 큰 실패를 낳을 수 있다. 테마파크와 관광리조트 사업으로 유명한 미국 디즈니랜드 회사도 큰 시련을 맞은 적이 있다. 그들은 미국의 LA와 올랜도, 일본 도쿄에 이어 4번째로 추진한 파리 인근의 테마파크 조성사업에서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정성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디즈니랜드는 파리 프로젝트에 최고의 분석팀을 투입했다. 그들은 예상 방문객 숫자, 방문객이 머무는 시간, 주위 동심원 내 인구밀도, 날씨 패턴, 소득 수준 등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고려하여 예측 모델을 도출했다. 물론 앞서 성공했던 기존 3개 테마파크의 경험수치도 반영시켰다. 분석팀은 1천100만 명의 방문객 숫자와 평균 체류 3일이라는 예측 값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예측은 빗나갔으며 그에 기초했던 파리 프로젝트는 장기간 고전하게 된다. 가장 결정적인 착오는 방문객이 평균 하루만 체류하는 오류였다. 이로 인해 테마파크뿐만 아니라 숙박시설과 음식점들이 한동안 적자에 시달려야 했다.이렇게 디즈니 파리 프로젝트가 실패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잘못된 가정에서 초래된 것이다. 다른 테마파크는 45가지 놀이기구가 있었지만 파리는 불과 15가지 놀이기구만 설치한 채 개장했었다. 방문객으로서도 하루면 충분했다. 분석팀의 누군가 무의식적으로 다른 테마파크와 동일할 것으로 가정했던 것이다. 영종도의 카지노 사업에서는 이런 섣부른 가정이 절대 없어야 한다.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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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소통하는 도시 지면기사
우리 사회가 급격하게 고령화하고 있어 이에 대비한 주택정책과 사회문화정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인천시의 경우 2022년 65세 노인인구 비율이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8년에는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강화군과 옹진군은 2001년 이전에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도심의 고령화는 원도심 지역의 재생의 제약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이와 관련된 도시 정책의 전반적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도시의 고령화로 인한 문제는 원도심 지역의 슬럼화로 이어져 전반적인 쇠퇴를 초래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원도심 지역의 노령화는 제조업을 비롯한 전통 산업의 쇠퇴와 부동산 하락의 한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로 인한 해당 지역의 기초자치단체의 도시재생투자 소홀을 낳게 되어 도시 경쟁력은 더욱 취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 현상은 비단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전체의 문제이다. '젊은 수도권, 늙은 지방'이라는 통념이 무너지고 있다. 수도권 주요 도시들의 고령화 속도가 오히려 비수도권보다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고령화에 대비한 도시 인프라와 주택 수요 변화를 예측하고 변화에 부합하는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고령화에 대비하여 원도심 지역 도시계획의 고령친화적 개발이 당면한 과제이다. 병원, 공원 등을 주거시설과 가까운 거리에 배치하는 고밀도 복합주거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또 1인가구와 고령가구의 급격한 증가에 대비하여 상권 형성이 활발하지 않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노인전용 임대주택부지를 공급하는 방안, 무장애 주택과 노인친화형 디자인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다.그런데 노령화에 대비한 도시계획과 주택 대책과 별도로 사회· 문화적 정책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고령친화적 도시계획이 의도와 달리 원도심 지역을 고령화 지구로 기정사실화하고 도심 실버타운으로 고착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도시 공간이 생애주기별로 구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원도심 지역에는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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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교정 그리고 새내기들 지면기사
몇 달만에 캠퍼스가 북적거린다. 이제 갓 대학생활을 시작한 14학번 새내기들의 발걸음이 사뭇 가벼워보인다. 넓은 대학 교정이 어디가 어딘지 몰라 어리둥절하기도 하지만 눈동자들은 호기심에 가득 차 있다. 학생들을 실은 학교버스는 정문과 후문 언덕을 연신 오르내린다. 교내 곳곳에는 선배들이 부스를 차려놓고 한 명의 새내기들이라도 자신들의 동아리로 끌어들이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새학기에나 볼 수 있는 풍경이어서 정겹다. 낯선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새내기들의 모습도 풋풋하다. 파릇파릇하다 못해 싱그런 새내기 대학 1학년을 프레시맨(freshman)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는 성중립적이지 않은 표현이라 하여 'first-year student(퍼스트이어 스튜던트)로 부르는 주도 있지만 우리에겐 아직도 프레시맨이 문자 그대로 신선해 보인다.들뜬 분위기를 나타내는 3월의 교정에서 주인공은 단연 신입생이다. 일부 대학의 특정 학과에서 선배들이 신입생 군기잡기에 나서 말썽을 빚었다는 소식이 우리를 슬프게도 하지만 그래도 3월 한 달만큼은 누구에게서나 환영과 사랑을 받는 존재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과는 환경이 사뭇 달라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중·고등학교 때는 교실 앞에 크게 시간표가 붙어 있었다. 모든 학생들이 같은 과목을, 같은 시간에, 같은 선생에게 배웠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밥을 먹었다. 1년내내 어울리는 사람들도 한정돼 있었다. 맘대로 반을 바꿀 수도 없다. 선택권이 하나도 없으니 차라리 부담감이 없었을지도 모른다.그런데 대학에 입학하니 새내기들은 나 스스로 결정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강 신청을 하느라, 수업시간표를 짜느라 곤혹을 치러보기도 했다. 게다가 뭘 입을지, 뭘 먹을지, 뭐를 해야할지 완전히 내 책임인 동시에 내 자유다. 한꺼번에 주어진 자유가 오히려 새내기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늘어난 자유와 선택권이 오히려 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누리는 자유만큼 책임이 뒤따른다. 12년간 보통교육을 받는 동안 부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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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강이 멀리 흐른다 지면기사
드라마 '정도전'의 열풍이 뜨겁다.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에 푹 빠진 아내와 딸에게 TV리모컨을 빼앗긴 남편들이 모처럼 주말저녁 리모컨을 빼앗아 와 정도전 삼매경에 빠져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지난 9일 정도전은 시청률 16.5%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의 '세 번 결혼하는 여자'도 '개그 콘서트'도 따돌린 놀라운 기세다. 이성계와 이인임, 정도전과 이방원의 갈등이 더 깊어지고, 마침내 조선건국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당분간 아내들이 남편으로부터 리모컨을 빼앗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왜 남자들이 지금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혁명가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했던' 한 사나이에게 열광하고 있는가. 고려에서 조선으로 교체되는 격동의 시기, 타락한 고려왕조를 뒤엎고 조선을 설계한 '고려가 버린 아웃사이더'에게 왜 중장년들은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걸까. 불황으로 숨도 못 쉬던 서점가 서가에도 정도전 일색이다. '소설 정도전'에서부터 '정도전 연구'에 이르기까지 정도전과 관련된 서적만 50권이 넘는다. 방송계나 출판계 모두 정도전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훌륭한 학자 정도전이 역심을 품는 개혁가가 된 것은 이인임과의 불화로 나주로 유배를 떠나면서부터다. 9년이라는 길고 길었던, 그리고 가난하고 외로웠던 긴 유배생활이 없었다면 조선정신의 바탕이 되었던 위민의식은 싹트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이 무려 519년 동안 망하지 않고, 도도한 강물처럼 멀리 멀리 흘러갈 수 있었던 것은 정도전이 초석을 다진 조선의 건국이념 때문이었다. 우리가 조선이 500년만에 '망했다'고 하지만 조선은 500년동안 '망하지 않은' 보기드문 왕조국가였다. 조선은 그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었다. 왕이 주인이 아니라 백성이 주인인 나라가 조선이었다. 왕의 독단을 거부하는 신하가 있었고, 왕의 행차를 백성이 꽹과리를 치면서 막고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직접 왕에게 호소하는 이른바 '격쟁(擊錚)'이 가능한 나라가 조선이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큰 전쟁을 겪고도 무려 280년이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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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 분열, 어느 쪽이든 야권 몫이다 지면기사
정치 현실은 요동치게 마련이다. 그래서 정치는 생물이라고들 한다. 정당간의 합당이나 정책연합, 선거연합 등 연합정치는 정치지형의 변화를 추동하는 주요 기제들이다. 1990년의 3당 합당, 1997년의 DJP연합, 2002년의 노무현과 정몽준의 단일화 시도 등이 광의의 연합정치의 일환들이다. 그러나 3당합당은 밀실야합이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DJP연합은 이념지향이 전혀 다른 정치세력간의 지역연합이라는 부정적 평가에 노출됐다. 2002년의 후보 단일화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정치가 연합정치의 긍정적 면보다는 부정적 면이 부각되는 이유는 선거를 앞두고 권력획득만을 위한 정치공학적 연대라는 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3당 합당은 여소야대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여권의 계산과 제2야당이었던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내각제를 관철시키기 위한 김종필의 셈법이 맞아떨어진 것으로서 정계개편을 가져왔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렇듯 정치세력간의 합종연횡은 정계개편의 요인으로 작용한다.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올지 아직은 예단하기 힘들지만 집권당과 야권의 대립각을 선명하게 하면서 경사진 운동장을 정지작업하는 효과는 있다. 이는 정치지형의 변화를 초래하고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정계개편을 가져올 수 있는 폭발력 있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 등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거대정당의 독점 구조를 비판했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또 하나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시 안철수 교수가 정치혁신이나 정치개혁 등 새로운 정치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문재인 후보와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는데 지금의 민주당이 새정치를 담보할 만큼 혁신했는가 의문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질문들에 답하지 못하면 통합신당의 미래는 없다. 바로 이 지점이 신당이 야합이나 기존의 구태 정치처럼 선거를 목전에 두고 정치적 이해에만 기반한 선거공학적 이합집산인지, 야권 통합의 지평을 여는 훌륭한 연합정치인지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4년전 5회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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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힘 실릴 영어공용화 지면기사
예능학원들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전국적으로 1만6천여개이던 피아노학원이 10% 이상 사라졌는데 미술학원 폐업은 이를 훨씬 능가한다. 대신 영어나 수학, 논술 등 주요 과목학원엔 아이들이 넘쳐나는데 영어 사교육 확대가 압권이다. 2009년에 7천700개이던 영어학원수가 지난해에는 1만 곳을 초과한 것이다. 입시경쟁이 초등학교로 확대된 때문이나 청년실업난과 조기영어바람까지 가세해 매년 10조원 이상이 영어사교육을 위해 소진된다. 또한 한국인들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2만 시간 이상을 영어습득에 할애하고 있으나 투자대비 성과는 별로이다. 스위스의 교육기업인 에듀케이션 퍼스트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영어능력은 전세계 비영어권 60개국 중 24위에 랭크된 것이다.비영어권 국민들의 영어 열공(熱工) 배후에는 세계화가 도사리고 있다. 자본주의의 외연적 확대는 냉전시대를 청산했다. 노동력을 제외한 모든 경제적 자원의 국제적 이동성을 높인 때문에 지구촌의 요소생산성이 제고된 결과 세계인들이 물질적 풍요의 혜택을 누린 것이다. 반면에 신자유주의의 그늘(=장기불황)은 더욱 짙어졌는데 분배문제가 결정적이다. 특히 1980~90년대를 거치면서 국내외적으로 빈부격차는 훨씬 심해졌다.최근 미국에는 민간소비 훈풍이 감지되고 있으나 정부의 고민도 깊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산업지형에 반갑지 않은 변화가 감지된 것이다. 중산층 산업이 쇠퇴하고 럭셔리 및 대체재 산업이 점점 비대해지니 말이다. 지난 3일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이 발표한 "2012년 미국 전체 소비의 38%를 소득 상위 5%인구가 담당했다"는 내용이 상징적이다. 유럽과 일본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동소이하다. 민간소비의 핵인 중산층이 무너져 내리면서 저성장체제가 장기화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상위 0.1% 사람들이 모이는 다보스포럼의 금년 주제가 양극화문제인 지경이다.국내적으로 성장문제, 주거문제, 사교육문제, 수출경쟁력문제 등이 산적했으나 부(富)의 편재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소득분포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0.353으로 위험수준(0.4)에 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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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9 벤처붐! 지면기사
지난 과거를 돌아볼 때 특별한 감동을 주는 대목이 있다. 대체로 엄청나게 일이 잘 풀렸던 시기이거나, 혹은 혹독한 역경을 겪었던 시절이 그런 대목이 된다. 최근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따뜻이 적신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그 코드를 정확히 짚었다. 그 드라마는 1994년에 대학에 입학한 청년들의 사랑과 낭만을 그리면서 20년 전 시대상들을 담으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IMF 경제위기 시절과 같이 어려웠지만 지나고 보면 낭만적인 과거들을 회상시키며 시청자들을 드라마에 집중하게 했다.한국 중소기업의 역사에서도 이렇게 뭉클하면서도 기묘한 시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1999년, 즉 벤처붐이 절정이던 시기이다. '벤처붐'이라고 말하는 시기는 1999년과 2000년 상반기까지 약 18개월 정도의 기간을 말한다. 이 시기는 인터넷 버블과 닷컴 열풍을 기반으로, 벤처업계로 엄청난 투자금액이 몰리고 코스닥시장이 급성장했던 시기이다. 이때 벤처 인프라들이 정상적인 기대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가 추락했기 때문에 그저 거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벤처붐 시절의 숨겨진 효과들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그 시절에 엄청난 원천기술이 잉태되었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지금 '다이얼패드'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독자 분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현재 너무도 익숙한 '인터넷 전화'라는 분야에서 최초로 상업화를 성공시킨 기업이 바로 '다이얼패드'였다. 지난 1999년 새롬기술의 자회사로서 실리콘밸리 동북부 포천 드라이브에서 창업했던 '다이얼패드'는 잠시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현재 인터넷 전화의 최강자 자리는 '스카이프(SKYPE)'가 차지하고 있지만, 그 원천기술은 우리 기업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1999년이 특별한 이유는 다이얼패드 외에도 다른 몇 가지 원천기술들이 탄생했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기술도 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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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사회의 기반을 주목할 때 지면기사
인류의 문명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징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제3의 물결'이라 칭한 정보화 사회를 넘어 전개되는 우리 시대를 흔히 '창조화'사회라고 부르고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경제와 사회를 지배하는 시대에 도달하였다고 보는 관점이다. 도시의 비전을 '창조도시'로, 기업 경영의 비전도 '창조'가 강조되고 있으며, 우리정부도 국정 과제로 '창조경제'를 내세우고 있다.'창조화 사회'라는 개념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지만 대량생산형 공업사회에서 탈공업사회로의 전환은 선진국의 보편적 현상임은 분명하다. 선진국의 경우 서비스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컴퓨터와 IT관련 직종, 카피라이터, 변호사, 회계사, 연구자 등의 직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여러도시에서 영화와 음악 그리고 애니메이션과 연극, 미디어 아트 등의 문화산업이 침체일로에 있는 제조업을 대신하여 지역의 성장과 고용을 견인하는 사례도 많다. 문화산업의 발전은 그 자체로 고부가가치를 생산해내는 원동력이지만, 도시문제에 대한 창조적 해결방식을 제공하는 다양한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며, 친환경적이며 고유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점이다.창조화 사회의 도래를 알리는 몇 가지 사례를 보자.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크 주커버그가 불과 26세의 나이에 불과하지만 소셜 네트워크 프로그램인 페이스북을 개발하여 불과 6년만에 230억 달러 가치의 기업인 페이스북 닷컴의 최고 경영자가 되었다. 현재 주커버그의 개인 재산만 약 7조8천억원에 달한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도 신화의 주인공이다. 교사출신의 가난한 프리랜서 작가였던 롤링은 판타지 소설의 성공으로 일약 1조130억원의 재산을 가진 부호가 되었으며 10년 후에 롤링의 재산 총액은 64조원에 도달한다고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해리포터시리즈라는 판타지 서사가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 출판 등의 문화 산업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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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주의, 서열화 만을 추구하는 사회 지면기사
'삼성식 대학순위' 교육부에서 또 발표할까 걱정'일류대 합격·일류기업 입사' 1등인생 보장안돼더 성숙한 사회되려면 1등주의·서열문화 버려야1990년대 중반이니 한 20년쯤은 됐나 보다. 교육 분야를 주로 취재했던 기자시절이다. 사회적으로 고교 서열화 논란이 가열되고 '1등주의 심리'를 우려하던 때다.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고교와 대학을 서열화하지 않겠다는 기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수능 수석합격자, 각 대학의 수석합격자, 고교별 대학합격자 수, 지원가능대학 분포 등을 앞으로 보도하지 않겠다는 자율실천강령이 있었던 것이다. 사실 언론에서도 '1등, 최고, 전국 최초, 세계 최초'라는 단어는 기자들이 가장 좋아한다. 독자들의 입맛에 맞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들은 그 이후 수능 수석과 대학 수석합격자가 발표될 때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일이 없어졌다. 수석합격자의 학교와 집을 찾아다니며 앞다퉈 취재경쟁을 벌이는 수고도 사라졌다.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이같은 현상이 사라지고 말았다. 국내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1등 서울대가 1996년 이후 10년간의 고교별 합격자 현황을 보도자료로 배포한 것이 화근이었다. 서울대의 의도는 지역균형 선발로 합격자 배출 고등학교가 다양해졌다는 것을 알릴 의도였다지만 기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보충취재에 들어간 기자에 의해 지난 10년간 서울대에 진학시킨 고교와 합격자 수가 낱낱이 공개됐다. 그 기자 역시 1등을 자처하는 신문사 소속이었다. 10년간 서울대 합격자의 고교별 현황에 목말라하던 일부 독자들의 갈증을 씻어준 것이다. 그 기자는 교육부 기자실 1년 출입금지 조처가 내려졌음은 물론이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해프닝이었다.이후 서열화를 없애는데 보탬이 되자던 기자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지금 언론에는 온통 서열화 아니면 1등만이 존재한다. 서울대를 비롯해 사법시험 합격자의 고교별, 대학별 숫자가 큰 관심이다. 외국어고 출신이 사법시험 수석합격자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기사는, 내 자녀의 1등주의에 빠진 학부모들을 외고나 특목고만을 고집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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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이… 지면기사
존재감 알리려고 쏟아낸 발언 아쉬움만분명한건 정치인들만 냉정한건 아니다이젠 유권자도 아주 독해졌다는 사실정치판은 피도 눈물도 없다. AI가 창궐하고, 전 국민 개인정보가 탈탈 털려도 정치판은 6·4 지방선거를 향해 거침없이 진격중이다. 정치인은 피도 눈물도 없다. 어제의 적이 오늘 동지가 되고, 오늘 동지가 내일 적이 된다. 손바닥 뒤집는 건 다반사다. 얼굴이 두껍지 않으면 정치를 하지 말라는 성현의 말을 곱씹어 보는 요즘이다.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최근 어느 모임에서 박근혜 정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현장에서 직접 들었던 기자가 귀를 의심했을 정도였다니 보통 강도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김 지사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민주화의 이름하에 귀중한 취임 초기 1년을 허송세월했다"며 "작년 한 해가 매우 중요했는데 임기 초반 대통령이 내내 답답했다"고 말했다. 기초선거 공천제에 대해서는 "공천권을 주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정치개혁의 첫걸음"이라며 새누리 당론과 정면배치되는 발언도 쏟아졌다. 이런 김 지사의 발언을 두고 말들이 많다. 직설적 발언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김 지사의 발언에 대해 "박 대통령이 아니라 김 지사 본인이 자신의 임기말을 허송세월했다고 이야기하는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받아쳤다. "너나 잘하세요"라는 뜻이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스스로 자극적인 자해적 발언을 통해 큰 선거를 앞두고 문제를 일으키는 모습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유의 직설화법 때문에 숱한 설화(舌禍)를 남겼던 김 지사다. 2년전 소방서 119 전화(電禍)사건은 수십건의 패러디로 재생산돼 인터넷상에서 회자됐다. 김 지사는 최근 경기지사 불출마 입장을 밝힌 뒤 정부와 여당을 향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일각에선 이같은 행동이 당내 기반이 없는 김 지사가 당 복귀를 앞두고 존재감을 보이려는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정치의 한 단면이라는 견해도 있다.이날 발언의 압권은 김 지사의 자화자찬에서 정점을 이뤘다. 김 지사는 "경기도가 지난해 매우 어려웠지만 우리는 빚을 한 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