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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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바른정당 지면기사
새누리당에서 이탈한 비박계 개혁보수신당이 공식 출범과 함께 당명을 '바른정당'으로 정했다. 공모에 응한 당명이 보수당 신알파고당 주민바라기당 정정당당 바른정치 바른정치연합 공정당 등 무려 3천800여 개였고 그중 '올바르다 공정하다 정의롭다 따뜻하다'는 뜻의 '바른'으로 정했다는 거다. 하지만 종이나 헝겊 따위를 풀칠해 붙이는 것도 바르는 것이고 밤 따위의 알맹이를 빼고 겉을 쪼개는 것도 바르는 거다. 뭘 발라내 먹는 것 또한 바르는 것이고…. 당의 알맹이를 빼고 겉을 쪼갠다면 두렵지 않나? 그도 그렇지만 뭣보다 기존 정의당과 뜻이 같지 않은가. 바르다는 말에 '따뜻하다'는 뜻도 없다. '양지바르다'는 말은 햇볕을 잘 받게 생긴 땅이라는 거지 따뜻하다는 뜻은 없다. 그리고 '바른'정당이라며 로고 글씨는 왜 그 모양샌가. '른'자는 춤을 추고 똥그라미 두 개는 왜 그리 작나?그런데 인명도 당명도 왜 그렇게 우리 고유어로만 지으려고 광적으로 집착하는지 자다가도 모를 일이다. 2012년 8월 새누리당 창당 이래 중국과 일본 언론은 단 한 번도 새누리당 보도를 하지 않았고 못했다. 그 사실을 바른정당에선 알고 있을까. '누리'는 '세상'의 고어다. 따라서 '새 옛 세상 당'이라는 뜻도 어처구니없지만 뭣보다 '새누리'의 한자 표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언론은 새누리당을 집정당(執政黨→집권당) 아니면 新世界黨, 新國家黨으로 표기하고 일본에서도 새누리의 '새' 표기가 불가능해 '세누리'로 적을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어의 '누리'는 노예고 일본어 '누리'는 개칠 똥칠 등 칠하기다. 전 한나라당과 현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韓ナラ黨'과 '一國家黨'이라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共ニ(토모니)民主黨' '共同民主黨'이다. 도대체 야당을 '더불어당(與黨)'이라고 하다니 포복절도 감이다.우리 당명에 일본어 중국어까지 신경 쓸 거 있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표기가 안 되는 걸 어쩌나. 바른정당 '바른'도 중국어로는 '바퀴를 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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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소녀상 문제 지면기사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은 '소녀동상'이 적합한 말이지만 그 구리 소녀로 인해 현해탄(玄海灘) 파고가 높아졌다. 일본 큐슈(九州) 서북쪽 바다와 부산 앞바다 사이가 현해탄(일본 명 '겐카이나다')이지만 지난 주말 문득 그 한·일간 현해탄에 떴던 무지개가 떠올랐다. 1960년 폭발적인 인기였던 게 한운사(韓雲史) 원작의 KBS라디오 드라마 '현해탄은 알고 있다'였다. 일제 말기인 1944년 아로운(阿魯雲)이라는 문과 대학생이 학도병으로 강제 입대, 갖은 고초를 겪었고 일본 여성 히데코(秀子)와 사랑에 빠져 도망친다는 줄거리다. 그 때 현해탄에 떠오른 무지개가 환상적이었지만 한·일 양국이 삐걱거릴 때마다 그 현해탄 무지개가 아른거린다. '일의대수(一衣帶水)'라고 했다. 한 줄기 띠처럼 냇물(바닷물)을 끼고 있는 가까운 나라가 한·일 간이다.그런데 7일 키시다(岸田文雄) 일본 외상과 스가(菅義偉) 관방장관은 부산 소녀상의 즉각 철거요구와 함께 나가미네(長嶺安政) 주한 대사와 모리모토(森本康敬) 부산총영사에게 본국 소환령을 내렸고 닛카이(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한국은 번거롭고 귀찮은 나라'라고 했다. 그에 맞서 윤병세 한국 외무장관도 일본대사를 불러 유감을 표명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양국이 합의한 위안부 문제 교섭내용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일본에선 자성(自省)의 목소리 또한 높았다. 이시바(石破茂) 전 방위상은 6일 '양국의 단층은 깊다. 서로 간의 감정 에스컬레이터는 좋지 않다'고 말했고 나카소네(中曾根弘文) 자민당 특명위원장은 그 이튿날 '반발과 항의보다는 의연한 대처'를 요구했다. 서로 쏘아보는(니라미아우) 대항보다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거다.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도 각각 사설에서 '성급한 대항보다 숙고를' '관계개선 흐름을 멈춰선 안 된다'고 썼다.바로 그거다. 그게 다름 아닌 '일의대수' 양국 사이의 현해탄 무지개를 지우지 말자는 주창 아닐까. 이제 우리도 끝없는 과거 피해의식보다는 전향적 자세가 아쉽다. 당당하고 의연하자는 거다. 위안부 문제든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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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여론조사 무용론 지면기사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점친 언론사는 극소수였다. 대선 며칠 전 11개 조사결과 중 트럼프의 승리를 점친 조사는 단 2개(LA타임스-USC와 IBD-TIPP)였다. 투표일 아침 CNN은 클린턴 당선율이 91%라고 주장했고, 뉴욕타임즈는 한술 더 떠 클린턴 승리를 94%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결과는 트럼프 압승이었다. 선거 후 미국 여론조사연합회가 반성문을 썼다. 연합회는 "오류들이 나타난 이유를 두고 많은 추측이 있지만 '여론조사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지난해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국민투표 때도 여론조사가 도마에 올랐다. 대다수 여론조사는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예측했지만 결과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 4·13총선 여론조사는 예외없이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다. 총선 사흘전 한 통신사가 무려 4개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내놓은 조사결과는 새누리 157∼175석, 더민주 83∼100석, 국민의당 28∼32석이었다. 리얼미터도 선거 이틀 전에 새누리 155~170석, 더민주 90~105석, 국민의당 25~35석을 예상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새누리당 참패였다. 이런 여론조사를 맹신한 언론사들은 일제히 반성문을 써야 했다. 여론조사 무용론이 나온 것도 이때다.어제 프랑스 최대 일간지인 '르 파리지앵'이 치열한 내부 토론 끝에 올 4월에 있을 프랑스 대통령 선거때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제 더 이상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신뢰성 없는 여론조사로 여론을 호도하느니 차라리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듣겠다는 것이다.지난 총선 엉터리 여론조사 결과를 모두 잊었는지, 새해를 맞아 우리 언론사들이 앞다퉈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대부분 여론조사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우세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혼란한 정치상황 속에서의 여론조사의 신뢰성은 여전히 장담할 수 없다. 결과는 수없이 바뀔 것이다. 여론조사만 믿다가 낭패당하기 십상이다. 여전히 시중에는 "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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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대학 총장 지면기사
대학 총장이 누구인가. 1807년 나폴레옹 군대에 점령당한 베를린에서 그 유명한 '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라는 연설을 한 대 철학자 요한 피히테(Fichte)는 베를린 대학 초대 총장을 지냈다. '존재와 시간' '진리의 본질' 등 명저(名著)로 유명한 실존주의 철학의 대가 하이데거(Heidegger)도 나치 시절 프라이부르크(Freiburg)대학 총장이었다. '뷔리당의 나귀'로 유명한 철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장 뷔리당(Buridan) 역시 두 차례나 파리 대학 총장을 역임했고 '빛의 형이상학'을 주창한 영국의 철학자며 신학자인 로버트 그로스테스트(Grosseteste)도 옥스퍼드 대 총장이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퇴임 후 대학총장으로 가는 걸 자랑으로 여긴 이유가 뭘까. 명예도 권위도 존엄도 그 이상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부터 퇴임 후 버지니아 대 총장이 됐고 4대 매디슨도 같은 버지니아 대 총장으로 갔다. 대통령도 대학 총장 바통도 인계받은 것이다.그러니까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Summers)가 2001년 6월 하버드대 총장 자리에 오른 건 분에 넘치는 대단한 영예였다. 전 고대 총장 김준엽(金俊燁)씨가 역대 정권이 수도 없이 간청하는 국무총리 자리를 마다한 이유도 구미 명문대학 총장의 권위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총장이든 학장이든 호칭이 미국에선 프레지던트, 영국에선 찬슬러(chancellor)다. 대학 대표는 총장이 아닌 '학장'이 제격이다. 도쿄대학이나 베이징대학은 총장이 아닌 '學長'이고 단과대학이 아닌 학부(學部)로 분류한다. 법학부 의학부 공학부 등 도쿄대학엔 10개 학부가 있고 그 대표는 학장이 아닌 부장이다. '총장'이 뭔 뜻인가. 東京大學 北京大學엔 '校'자도 붙지 않는다. 대학의 집(校)이란 아무런 의미도 없다. 학교 출석을 안 해 무조건(여지없는) 제적 대상이었던 학생의 학점이나 조작해 구제해준 잗달아빠지고 쩨쩨하고 비굴하기 짝이 없는 총장이라니! 그 막장 꼼수 짓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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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정초 미세먼지 지면기사
중국에선 지난 12월부터 스모그 적색 경보령이 내려졌고 한반도 역시 그 영향으로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지만 중국에선 '赤'자를 기피한다. 적색경보가 아니라 '홍색경보'다. 적기(赤旗)는 홍기(紅旗), 적성은 홍성(紅星), 적십자는 홍십자, 적외선은 홍외선이다. 1960~70년대 마오쩌둥(毛澤東)의 문화대혁명 붉은 청년 근위대(학생조직)도 적위병이 아닌 홍위병(紅衛兵)이었고…. 적색경보 전 단계인 주황색 경보도 중국서는 橙色預警(등색예경)이고 豫警도 아닌 '預警'이다. 미세먼지도 '사진(沙塵:사천)'이라 부르고 그 먼지바람이 사진폭(沙塵暴:사천푸)이다. 베이징 등 중국 북부지방은 예전부터 미세먼지 지옥이다. 중국어사전에 이런 말도 있다. '바람이 없으면 먼지가 석 자나 쌓이고/ 비가 오면 시가지가 진흙투성이다(無風三尺土 有雨一街泥)'. 먼지가 석자나 쌓이다니! 과장이 좀 심하긴 하다만….지난달 22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대기오염 적색경보가 발령된 중국 북부 24개 도시 중 하나인 베이징 시 중심부 5지구(地區)가 금후 5년간 인구의 상한을 설정,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는 거다. 76만2천명의 둥청(東城)구부터 작년도 목표보다 많은 11만5천명을 2020년까지 줄인다는 것이다. 시청(西城)구와 따싱(大興)구, 순이(順義)구도 감축하고 스징(石景)구만 변함없이 61만6천명으로 유지한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 등의 인구감소 현상과는 반대의 인구감축 계획이지만 실효를 거둘까. 중국의 대기오염 감소를 위해선 무엇보다 노후 화력발전소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로 대체하는 게 급하고 화석연료 감축과 노후 경유차 대체 등이 시급하다. 베이징 등 북부 도시민이 스모그 미세먼지를 피해 남쪽 푸젠(福建)성과 윈난(雲南)성을 비롯해 '하이난의 밤'이라는 노래로도 유명한 하이난(海南) 섬 등으로 피난을 떠난다지만 일시적 방편일 뿐이다.2017년 벽두부터 중국발 미세먼지가 답답하기 그지없다. 새해에 많이 받으라는 복이라는 것도 미세먼지가 묻어 뽀얀 듯싶다. 먼지떨이로 탁탁 털든지 물로 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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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태영호와 황장엽 지면기사
'太陽號'를 연상케 하는 태영호, 작년 7월 한국에 온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말했다. '북한 주민이 눈을 뜨면 북한은 물먹은 담벼락처럼 무너질 것'이라고. 그럼 북한 주민들은 아직도 캄캄하게 눈을 감고 있다는 건가, 아니면 실눈만 겨우 뜬 채 '위대한 지도자' 김정은만 우러르고 있다는 소린가. 태영호씨가 한국에 오면서 아들에게 '이제 잘 살아 보자'고 했더니 '난 이제 남조선 영화와 책, 인터넷을 맘대로 보고 뒤져도 되는 거죠?'라고 말했단다. 그 얼마나 눈물겨운 부자 대화인가. 그 태영호씨는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을 맡게 됐다지만 과연 앞날은 순탄할까. 이 참에 문득 황장엽씨가 떠오른다. 전 김일성대학 총장, 최고인민회의 의장, 조선노동당 비서, 주체사상연구소장 등을 지낸 북한 최고 거물이자 지성인이었던 그는 YS 정권 말년인 1997년 4월 74세로 한국 땅을 밟았고 2010년 10월 타계(87)까지 13년을 남한에서 살았다.김일성 주체사상 이론을 정립했던 황장엽. 그의 한국 망명은 그 이듬해 DJ 정권이 들어섰고 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졌다. 그 좌파 세상 10년을 실감한 그의 만년(晩年)이 어땠던가. '이러려고 내가 남조선에 왔나!' 회한(悔恨)이 뼛속에 사무쳤을지도 모른다. DJ정권을 겨냥, '어둠의 편이 된 햇볕은 어둠을 밝힐 수 없다'는 책을 내자 국정원이 그의 활동을 제재했다. '시대착오적인 늙은이'라며 정치인 언론인 접촉과 외부강연 등을 금지시켰고 미 의회로부터 방미 초청도 수차례 받았으나 DJ정부가 막았다. 저술활동까지 막혔고 심지어 북으로 돌아가 투쟁하라는 비난까지 감수해야만 했다. 그런 황장엽을 태영호는 알고 있었을까.그는 '10조 달러를 갖다 줘도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 11조 달러를 주면 될 거 아니냐'는 골수 좌파들의 제의에 '그랬다가는 떼돈만 떼일 뿐'이라며 답답하다는 듯 말할지도 모른다. 집권 5년간 340명이나 처형했다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과 미사일이 완성 단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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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닭의 해 지면기사
시계가 없던 시절의 새벽 알람시계가 닭이었다. 수탉이 우는 소리가 그렇다는 거지만 결코 우는 게 아닌 외침 소리고 그 자지러진 절규가 집안 귀신들을 쫓아냈다고 했다. 그래서 닭을 새벽을 맡은 동물인 '사신(司晨)'이라고 했지만 수탉은 대체 어떻게 새벽 시간을 알까. '금계(金鷄)전설'에 의하면 황금 닭이 땅 속에 묻혀 있고 그 금계 소리를 신호로 지상의 모든 수탉이 일제히 꼬끼오한다는 거다. 그러나 중국의 전설은 금계가 땅속이 아닌 천상의 금계성(金鷄星)에 산다고 했다. 새 중의 새, 덕 있는 새(德禽)가 또한 닭이다. 완전식품인 달걀과 영양가 높은 몸까지 인류의 먹이로 바치고…. 특히 오골계를 약계(藥鷄)라 부르고 유태인들은 속죄양 대신 수탉을 제단에 바쳤다.인종이 그렇듯이 계종(鷄種)도 많고 알 많이 낳는 다산 닭의 으뜸으로는 레그혼(Leghorn)부터 꼽힌다. 이탈리아 북부 리보르노(Livorno) 해안 도시 레그혼이 원산으로 특히 백색 레그혼이 유명하고 1년에 20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털이 새빨갛고 꽁지가 긴 로드아일랜드레드(Rhode lsland Red) 역시 다산종이고 1년에 150개 정도 산란한다. 그런데 닭의 원종(原種)은 집닭이 아니라 들꿩과에 속하는 멧닭(野鷄)이다. 흑치(黑雉)라고도 부르는 그 야계는 한 배에 7~12개의 알을 품는다. 영국이 원산인 오핑턴(Orpington)의 산란 수도 연간 140개고 독일의 '함부르크'종도 난용으로 유명하다. 그밖에 명품 닭으로는 프랑스산 우당(Houdan)과 미국 매사추세츠의 플리머드록(Plymouth Rock)이 난육(卵肉)겸용으로 꼽히고 중국 북부 원산의 코친(Cochin)도 육종(肉種)으로 쳐준다. 특히 몸집이 크고 깃털이 흰 닭과 검은 닭 두 종류인 동인도 원산의 브라마(Brahma)는 육질이 일품이다. 올해가 붉은 닭의 해라지만 음력 기준이다. 설날부터가 정유(丁酉)년이다. 닭의 해라면 1453년 조선조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의 왕권을 찬탈한 계유정란(癸酉靖亂)과 1597년 선조 때의 정유재란(丁酉再亂→왜란)부터 연상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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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올해의 책 지면기사
한국인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다 알려진 사실이다. 책읽지 않는 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는 사실에 세계인들은 지금도 경이로워하고 있다. 한국인의 평균 독서시간은 6분, 성인 세명 중 한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물론 OECD 국가 중 단연 꼴찌다.안중근은 지독한 독서광이었다. 사실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사형집행 전 "책을 다 못읽었으니 5분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는 안 의사의 말은 지금도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지금도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이라는 안중근의 복사본 유필을 족자로 만들어 걸어두는 집도 꽤 된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라는 내용임을 알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 누구도 책 읽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연말이 되자 올해도 예외없이 모든 언론매체마다 '올해의 책'을 선정하느라 분주하다. 전세계 독서 꼴찌 국가의 언론들이 매년 앞다퉈 이런 특집기사를 정성스럽게 꾸미는 것은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묘한 풍경이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 끊기지 않고 '올해의 책'을 선정하는 것은 그 책안에 한 해의 세태가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끼리 겹치는 경우도 있지만 매체의 성격에 따라 선정되는 책들은 무지개 빛깔처럼 다양하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드러난 지 두달이 넘었다. 여전히 국민들은 큰 충격과 허탈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답답한 건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도 어렵고, 더군다나 그 후유증이 언제 치유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감이 너무도 싫었던 丙申年에 우리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어딘가에 기대어 구원받고 싶어 하는 좌절하고 분노한 사람들이 지금도 우리 주변에 차고 넘친다. 촛불을 드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책도 우리가 기대어 구원받을 수 있는 것 중 하나다.한해 동안 책을 읽으며 느꼈던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몸과 마음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허세를 부리지 않았던가. 나는 왜 그를 미워하고 그는 왜 나를 싫어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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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지구 괴멸 지면기사
인간이 무섭고 나라가 무섭고 세상도 지구도 무섭다. 아마겟돈, 터미네이터, 젊은 용사들, 인디펜던스데이, 딥 임팩트, 매트릭스, 28일 후, 투모로 등 지구 종말 영화가 아니라 지구의 괴멸(壞滅)이 1천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거다. 그래서 인류는 지구 밖 다른 혹성에 colony(식민지)를 건설, 이주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Hawking) 박사가 옥스퍼드 대학 강연에서 그렇게 주장했다고 지난달 17일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지가 보도했다. 지구 괴멸, 그 원인으로는 기후변동과 핵전쟁 말고도 로봇인간을 꼽았다. 물론 당장의 지구 멸망 확률이야 극히 낮지만 1천년을 더 버티긴 어렵다는 거다. 그래서 미 항공우주국(NASA)이 인류의 생존이 가능한 여타 혹성을 탐색한 지는 오래고 우주 개발기업 스페이스X의 CEO 엘론 마스크(Musk)는 화성에 콜로니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우주는 끝도 없다. NASA는 지난 10월 13일 '관측 가능한 우주의 은하(銀河)는 약 2조개로 지금까지 추정치의 약 10배'라고 발표했다. 영국 노팅엄(Nottingham)대학 연구팀의 수학모델 산출치가 근거라는 거다. 1990년대까지 허블 망원경 등으로 헤아린 은하의 수만도 2천개였다. 그런데 인류는 지구별에 살든 지구 밖 화성 식민지 또는 기타 혹성에 살든 서로 충돌하게 마련이고 그래서 미래의 전쟁은 공상과학영화처럼 실제의 우주전쟁이 될 거라고 천문학자들은 말한다. 이미 우주 강국들의 인공위성이 어지럽게 우주에 떠 있고 필시 언젠가는 충돌한다는 거다. 최신예 무기도 우주공간에 배비(配備)됐고 미국의 가상 적은 러시아와 중국이다. 미·러 핵전쟁 위험, 미·중 아시아 태평양 패권 다툼만도 얼마나 치열한가.달에서 보이는 지구는 파란 골프공만하다고 했다. 이 작은 지구별에 합승한 동시대 인류의 인연만도 얼마나 눈물겨운가. 그러나 국가간 동족간의 전쟁과 분란은 그칠 날이 없다. 옥스퍼드 사전의 '올해의 단어'가 post-true(脫진실)다. 진실과 상식은 언제 어떻게 이탈하고 깨질지 모른다.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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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AI 사태 지면기사
경기 침체와 생활고, 최순실 사태, AI(조류 인플루엔자) 사태, 독감 창궐 등 연말이 온통 어두운 뉴스뿐이다. 권력서열 1위의 실세 대통령 최순실만 공황장애와 심신피폐가 아니다. 중산층 이하 서민 모두가 그럴 게다. 그런데 왜 확산일로의 AI조차 막지 못하는 건가. 경기도만 해도 김포 평택 이천 등 85곳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2천393만 마리의 닭과 오리, 메추리를 살처분했다는 거다. 이제 묻을 곳조차 없다고 했다. 그 가금류 농민들이야 얼마나 참담하랴. 닭과 계란 품귀로 인한 치킨 가게, 빵집, 삼계탕 집 등의 고통은 또…. 지난 3월 이세돌 9단을 무참히 누른 바둑 고수는 구글의 알파고(Alphago)였다. 그 공포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도 AI라고 불렀다. 그 알파고―AI를 냉큼 불러서라도 어떻게 좀 조류독감 AI(avian influenza) 퇴치가 안 될까.일본 아오모리(靑森) 현청에 첫 AI 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달 28일 오전 8시 30분경이었다. 그러자 10시 40분 살처분 방역 요원들이 득달같이 현장으로 달려갔고 이튿날 아오모리현 전역의 방역작업과 함께 1만7천여 마리의 오리를 서둘러 처분했는가 하면 그날 밤 11시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관저에 AI정보 컨트롤타워가 설치됐다. 그만큼 위기관리에 신속하다. 그런 일본은 북쪽 아키타(秋田)현에서 도쿄 인근인 나고야(名古屋), 남쪽 끝인 가고시마(鹿兒島)까지 열도 전역에 AI가 번졌지만 102만 마리 매몰처분에 그쳤다. 우리 정부가 드디어 최후의 수단이라는 AI 백신 개발에 착수, 내년 4월쯤 접종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왜 '최후의 수단'이라고 하는가. 백신을 사용하면 인체 감염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거다.하긴 AI 인체 감염은 무섭다. 1997년 홍콩, 2003~2006년 동남아 일대와 유럽의 아제르바이잔, 아프리카까지 번진 AI로 인한 인체 감염으로 홍콩에서 6명 등 모두 131명이 숨졌다. 이번에도 지난 18일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44세 남성 등 2명이, 홍콩에선 노인 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