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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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검사 탄핵 변호인 선임 신중해야 지면기사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손준성·이정섭 검사의 탄핵심판에서 여당 몫으로 추천된 김용관 변호사를 해임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사임했다. 겉으로는 사임이지만 사실상 '해임'이다. 김 변호사가 개인적인 사유로 그만둔 게 아니라 정 위원장의 해촉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두 검사의 탄핵심판에서 국회를 대리하는 변호사는 야권 추천으로 선임된 김유정 변호사만 남게 됐다.국회 측 법률대리인은 탄핵소추위원을 맡는 법사위원장이 정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권 추천으로 선임된 김 변호사에 대한 불신 때문에 정 위원장이 해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변호사는 지난 21대 국회 법사위원장이었던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 선임했다. 민주당에서는 "검사 탄핵을 반대했던 법사위원장(김도읍 전 법사위원장)이 선임한 변호사가 적극적으로 탄핵 소추 사유를 입증하지 않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탄핵 심판 내내 있었다"고 전했다.민주당은 손 검사 탄핵심판의 법률대리인을 보강할 방침이다. 속단할 수 없지만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여권 추천 변호인을 배제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여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김도읍 전 법사위원장은 민주당 추천 몫의 김유정 변호사를 선임한 바 있다.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돈 봉투 사건 등을 수사한 검사 네 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검사들에 대한 탄핵이 추가로 발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사 네 명에 대한 탄핵은 근거로 들은 사실관계도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일을 들춰내서 탄핵을 위한 억지 명분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해병대원 특검은 찬성 여론이 높으니 추진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밖의 특검과 대통령 탄핵 청문회, 검사 탄핵 청문회 등에 대해서는 비판 여론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 검사 탄핵 사건에서 여당 추천 법률대리인을 해촉하고, 민주당 추천으로 다시 변호사를 선임한다면 중립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국회 의석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은 검사 탄핵 청문회 개최에 신중해야 함은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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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지뢰밭 된 민간 사전청약, 구제방안 서둘러야 지면기사
공공택지에서 민간 사전청약을 접수한 단지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공사비 급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건설사들이 신규 아파트 건설을 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인천 가정2지구에 이어 파주 운정3지구, 화성 동탄2 등 사전청약 취소 사례가 잇따랐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겐 날벼락이다.통상 아파트 착공 때쯤 진행하는 청약 접수를 1~2년 앞당겨 하는 사전청약은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2021년 7월 문재인 정부 당시 주택시장 수요를 분산시켜 '패닉바잉'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하지만 2022년 12월 제도적 한계로 인해 민간 사전청약 시행이 중단된 데 이어 5월 공공분양분 사전청약까지 폐지됐다. 불과 3년도 되지 않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전청약 실시 조건으로 민간에 매각한 필지는 모두 55곳에 이른다. 지금까지 사전청약을 접수한 뒤 취소한 단지는 5곳으로, 취소된 단지의 총 분양 가구 수는 1천739가구다. 이 중 사전청약 가구 수는 1천510가구(86.8%)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사전청약이 취소된 단지 5곳을 포함해 11곳이 LH와 토지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민간 사전청약단지 44곳이 남았는데 이곳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혹시나 사전청약이 취소될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 사전청약 필지 상당수가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경기·인천지역에 몰려 있어 한마디로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이나 마찬가지다.정부는 공공분양 사전청약의 경우 본청약이 6개월 이상 밀린 당첨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당첨자를 보호할 장치가 부족한 민간 사전청약이다. 민간 사전청약 당첨으로 상실된 청약자격은 청약통장을 복구토록 하면 되겠지만 사전청약 취소 때까지 기회비용을 날리는 것에 대한 구제 방안은 없다. 특히 2~3년이 지나면서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 자격을 잃게 되는 사전청약 당첨자는 사전청약 취소로 인해 평생 내 집 마련의 꿈을 잃어버리게 된다.최근 이한준 LH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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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천로봇랜드 조성사업 전략 재점검 필요하다 지면기사
인천로봇랜드 사업이 또 위기다. 당장 내년에 쓸 운영비가 바닥이 난 것이다. 경인일보 취재에 따르면 인천로봇랜드의 내년도 운영비로 7억원 가량이 필요한데 가용자금은 2억5천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운영되는 (주)인천로봇랜드의 지분 52%를 인천테크노파크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인천시 공금을 추가 투입해야 할 실정이다.인천로봇랜드는 인천 청라경제자유구역내 약 76만7천㎡에 로봇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산업인 로봇산업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인천광역시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국책사업이다. 로봇랜드는 로봇산업시설, 테마파크, 업무시설, 상업시설로 구성될 예정이다.인천로봇랜드는 2009년 2월 국책사업으로 지정돼 사업을 추진했으나, 1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사업성 부족 등으로 표류에 표류를 거듭해 왔다. 로봇랜드 사업 부지는 아직 기반시설 조성을 위한 실시설계 중이다. 실시설계를 마쳐야 기반시설 조성에 착수할 수 있다. 2027년에 기반시설 조성을 완료하고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주)로봇랜드의 운영비는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로 충당되는데 자금이 고갈되면서 2028년까지 매년 7억원씩 모두 28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로봇랜드의 핵심시설인 테마파크 조성 용역비와 땅 매입 비용까지 고려하면 (주)로봇랜드에 필요한 운영비는 70억원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시행자인 인천시와 (주)인천로봇랜드 최대주주인 인천테크노파크는 구체적인 운영비 확보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인천시가 자본 잠식을 해결한다 해도 사업성은 여전히 미지수이다. 인천시는 2020년 사업성 개선을 위한 실행계획 변경을 통해 테마파크 부지를 45%에서 21.2%로 줄이고, 산업용지를 6%에서 32.5%까지 늘렸다. 지난해에는 인천시와 iH가 로봇랜드 사업의 공동 시행자로 나섰고 사업성 향상을 위해 산업용지 21만7천㎡ 중 2만5천㎡ 정도를 복합용지로 변경하기 위한 협의를 산업통상자원부와 진행하고 있다. 로봇랜드 사업이 인천시의 성장 동력이 아니라 혈세 낭비로 시정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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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거부권 vs 탄핵' 정국, 국민은 안중에 없나 지면기사
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험한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의 각종 법률 제정을 반대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어코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몰아가려는 야권의 대결이 일촉즉발의 상황을 빚어내고 있다. 양자 간의 전쟁은 이미 시작된 분위기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구 청원과 관련한 일련의 청문회가 그 전장이 될 것이다.예상했던 대로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을 국회로 돌려보냈다. 취임 후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15번째 법안이다. 야당이 자신의 거부권 행사를 내심 바라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사인을 했다. 이 특검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뒤 국회의 재표결에서도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폐기됐다.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을 위시한 야당이 다시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처리했다. 재발의 법안은 채 상병 순직 사건은 물론 파생된 관련 사안을 모두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고, 야권의 특검 추천 권한을 넓혀 수위를 더 높였다.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법사위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에 대한 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채택했다. 100만명을 넘어선 국회 청원이 근거다. 채 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함과 동시에 오는 19일 채 상병 특검 관련 청문회와 26일 김건희 여사 관련 청문회를 각각 열어 분위기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한편으로는 탄핵의 명분을 쌓아가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이미 탄핵의 불을 지피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을 탄핵 예비절차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지만 제 집안일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는 형편이다.정당이 권력을 노리고, 이에 맞서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정치적 상식이 국민의 안녕과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데에서 한국 정치의 낙후성이 드러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국민의 행복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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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천 신혼부부 천원주택, 지속가능성이 관건이다 지면기사
인천시가 신혼부부에게 하루 임대료가 1천원인 '천원주택'과 주택담보대출 이자 1%를 추가 지원하는 '1.0대출' 등의 인천형 주거정책을 내놨다. 유정복 시장은 9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저출생 극복과 신혼부부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 플러스 집 드림(i+집 dream)' 정책을 발표했다. 작년 12월에 공표한 '1억 플러스 아이 드림'에 이은 인천시의 두 번째 저출생 대책이다. '1억 플러스 아이 드림'은 정부가 이미 지원 중인 부모급여, 아동수당, 첫 만남 이용권, 초중고 교육비 등 7천200만원에 인천시가 2천800만원을 추가해 총 1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이다.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루 임대료 1천원(월 3만원)의 파격적인 주거정책을 내놓은 건 전국에서 인천시가 처음이다. 민간주택 월평균 임대료 76만원의 4%에 불과하다. 지난 5월 전남 화순군에서 월 1만원에 임대아파트를 제공하는 사업을 발표했으나 지방인구 소멸 억제 차원이어서 성격이 다르다.'천원주택'은 예비 신혼부부 및 결혼 7년 이내 부부에게 무자녀 65㎡, 1자녀 75㎡, 2자녀 이상 85㎡ 이하의 주택을 최초 2년, 최대 6년까지 제공한다. 인천시는 내년부터 연간 1천 호(매입임대 500호, 전세임대 500호)씩 공급하는데 매입임대란 인천시가 보유 또는 매입한 주택으로 이번에 임차보증금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세임대는 지원자들이 입주하고 싶은 시중 주택(아파트 등 전용 85㎡ 이하)을 먼저 구하면 인천도시공사(iH)가 집주인과 직접 전세계약을 한 후 지원자에 빌려주는 것으로 전세임대 보증금은 최대 2억4천만원이며 초과 시엔 지원자가 부담한다. 2인 가구 월 소득 650만원 이하인 경우에 지원이 가능하다.'1.0대출'은 2025년부터 출산하는 가구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한 것으로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신생아특례디딤돌대출(금리 1.6∼3.3%)과 연계해 0.8∼1.0% 상당의 이자를 별도로 지원해서 전체 금리를 1% 수준으로 낮춰주는 내용이다. 연 3천 호씩 5년간 1만5천호가 혜택을 볼 예정이다.시민들의 반응은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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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도권매립지 종료, 정부 의지가 중요하다 지면기사
수도권쓰레기매립지가 위치한 인천 서구지역의 김교흥(서구갑)·이용우(서구을)·모경종(서구병) 국회의원은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수도권 대체매립지 선정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경인일보 주관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세 의원은 한목소리로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종료를 위해 국내 폐기물 처리 정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총괄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했다. 토론회에서 세 의원은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대체매립지 확보를 위한 정부 차원의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 것이다.세 의원 외에도 토론자로 나온 환경부, 국회입법조사처, 인천경실련, 인천평화복지연대 관계자와 서구 주민 대표 등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현실화하기 위해 '정부 의지'가 중요하다는 주장을 재차 했다.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체매립지 4차 공모 역시 1~3차 때와 마찬가지로 '불발'로 끝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매립지 사용 종료와 대체 매립부지 확보를 위해선 3개 지자체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앞서 4자 협의체(환경부·인천·경기·서울)는 대체매립지 3차 공모를 진행하면서 인센티브(특별지원금)를 기존 2천500억원에서 3천억원으로 늘린 바 있다. 인센티브 증액과 함께 매립지 면적과 필수 부대시설 규모도 축소하는 내용으로 공모를 진행했지만, 응모 지자체는 단 한곳도 없었다. 인센티브를 조금 늘리고 면적을 일부 늘리는 것으로는 대체매립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차원의 로드맵과 함께 대체매립지와 관련한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제대로 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시민 공론화 등을 통해 수도권매립지, 대체매립지 등에 대한 현황이 제대로 알려져야 한다.모경종 의원은 토론회에서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둘러싸고 정쟁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수도권매립지 현안을 대한민국 전체의 자원순환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정 책임자인 대통령, 환경부 등이 국내 인구 절반의 쓰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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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컬처밸리 무산, 설명과 대안 요구한 청원 지면기사
경기도가 지난 1일 전격적으로 사업협약 해제를 발표한 'K-컬처밸리(CJ라이브시티)'의 후폭풍이 거세다. 경기도에 설명과 대책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하면서다. 'CJ라이브시티 관련 상세한 소명, 재검토, 타임라인 제시 요청'이라는 제목의 도민 청원이 대표적이다. 1일 게시된 청원을 지지하는 도민이 9일 오후 3시 기준 8천600건을 넘겼다. 청원인은 K-컬처사업이 9년 동안 지체된 이유와 책임 소재, 국토교통부의 조정안 권고의 효력 및 감사원 컨설팅 지체 이유, CJ와의 협약 복구 여부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아울러 경기도가 밝힌 공공개발 계획과 관련한 구체적인 실행 시기와 성공 가능성에 대한 납득 가능한 답변을 당부했다.추천인이 1만명을 넘으면 경기도는 답변을 해야 한다. 청원내용은 경기도가 형식적인 입장 표명으로 무마할 수 없을 정도로 논리정연하다. 청원인은 '도민으로서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대략적인 설명 수준으로 대답할거면 그냥 CJ와 재협의해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서릿발 같은 유권자 권리 청원이다. 대안이 없다면 협약을 복구하라는 제안의 무게는 천근 같다.지난 3일자 사설에서 경인일보는 K-컬처밸리 사업 무산 과정을 비판적으로 복기하면서도 "확실한 사업복구 계획도 준비했을 것으로 믿는다"고 경기도에 대한 신뢰를 표시하고, 공영개발 방식의 신속한 공개와 사업 재개를 촉구했다. 청원의 핵심적인 요청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K-컬처밸리 사업에 내포된 공공성을 감안하면 이 같은 요청은 상식적인 요청이다. 민간이 주도하지만 한류산업 진흥을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였다. 경기도가 나선 이유다. 지역적으로도 고양시와 경기도를 한류산업의 중심으로 만들 공공사업이었다. 고양 시민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했고, 수많은 인구가 사업에 이끌려 고양시에 터전을 잡았다.경기도가 이처럼 의미심장한 사업을 플랜B 없이 백지화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사업이 지체된 세월이 9년이다. 협약 당사자인 CJ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면 플랜B를 수립하기에 시간은 충분했다. 국토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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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령운전자는 잠재적 사고 유발자가 아니다 지면기사
지난 1일 밤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온 한 승용차가 200m가량을 역주행한 뒤 인도로 돌진했고 이로 인해 무고한 시민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언론은 사고의 참상을 앞다퉈 보도하는 동시에 사고 원인 분석에 나섰다. 당시 사고를 낸 차량 운전자의 신원이 알려지면서 68세라는 나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사고의 키워드로 '급발진'과 '역주행' 외에 새로운 단어 '고령운전자'가 추가됐다. 운전자가 고령이라는 점이 사고의 배경 중 하나로 부각되면서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 자격 논란이 재점화됐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 도입한 조건부 운전면허제가 다시금 이슈화됐고 70세 이상의 경우 면허 자진 반납을 더 강력히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공교롭게도 시청역 사고 이후 일주일 간 서울에서 고령운전자 사고가 잇따라 3건이나 더 발생하자 고령운전자의 운전에 대한 경각심은 점차 높아져 갔다.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뉴스 댓글 등을 중심으로 노인층 전체를 싸잡아 비하하고 혐오하는 발언이 서슴없이 표출돼 또 다른 사회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사고 차량의 운전대를 고령자가 잡았다는 것에서 출발한 운전 자격 논란이 엉뚱하게 '노인 혐오' 현상으로 번진 것이다. 고령운전자는 곧 잠재적 사고 유발자인 것처럼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온라인상에선 거칠고 험한 표현들이 연일 등장하며 노인들을 위축시키고 있다.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연령주의'와 연관된다. 연령에 따라 사람에게 고정관념 또는 차별 의식을 갖게 하는 연령주의가 심화될수록 고령자에 대한 비난과 편견은 당연시된다. 최근 택시에 타려다 자신이 고령자라는 이유로 젊은 승객이 탑승을 포기했다는 한 택시기사의 하소연은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운전자의 나이로만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무책임한 일반화다. 사고는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고 68세라는 나이는 해당 운전자의 특성 중 하나일 뿐이다. 초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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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급증하는 가계대출, 영끌 투자 재현될까 불안하다 지면기사
7월 들어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불과 나흘 만에 2조원 넘게 급증했다. 지난 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710조7천558억원으로 6월 말(708조5천723억원)보다 2조1천835억원이나 늘었다. 이미 6월 한달새 5조3천415억원이 늘어 2021년 7월 이후 2년11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반기 금리인하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타고 부동산 영끌 투자가 재현될 위험신호가 켜진 것이다.가계대출을 종류별로 들여다보면, 최근 주택 거래 회복 영향으로 수요가 커진 주택담보대출이 552조1천526억원에서 552조9천913억원으로 8천387억원이 늘었다. 특히 지난달 2천143억원(102조9천924억원→102조7천781억원) 감소해 다소 주춤했던 신용대출도 이달 들어 나흘 만에 1조879억원(102조7천781억원→103조8천660억원)이 증가했다.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1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6월 24일 기준) 보다 상승 폭이 확대(0.07→0.10%) 됐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로 매수심리가 회복돼 과천시 부림·별양동과 인천시 중구 운서·항동 등을 위주로 상승 거래가 이뤄졌다. 여기에 게임업체 '시프트업'의 일반투자자 대상 상장 공모 청약도 신용대출 증가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공모주 청약에 자그마치 18조5천500억720만원의 증거금이 몰렸다.이와 함께 최근 국내외 증시 활황도 빚투를 자극하고 있다. 월평균 신용융자 잔고(유가증권시장+코스닥)가 이달 들어 나흘 동안 20조234억원 불어난 점도 예사롭지 않다. 신용융자는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증권사에서 신용대출을 받는 것으로, 이 잔고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빚투를 많이 하고 갚지 못한 대출도 쌓여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정부는 신생아 특례대출 조건에서 부부 합산소득을 작년 7천만원에서 올해는 1억3천만원으로, 내년에는 2억5천만원으로 대폭 완화했다. 또 최근에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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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심 무시한 채 이전투구 전념하는 여당 전대 지면기사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중반으로 접어들었지만 당권 경쟁은 여전히 '친윤 대 반윤' 구도와 '배신자' 공방에 머물러있다. 급기야 김건희 여사가 총선 기간 중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냈다는 문자가 공개되면서 '배신자' 프레임이 다시 강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 석 달이 됐지만 총선 이후에 새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는 물론이고, 대통령실과 여권 전체가 야당의 공세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것 외에 이렇다 할 미래 비전과 반성의 메시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해병대원 순직사건도 "국방장관의 정당한 이첩 보류 지시 명령을 박정훈 수사단장이 어긴 항명 사건이 그 실체이고 본질"(지난 1일 정진석 비서실장, 국회 운영위원회 발언)이란 입장이다. 이 사건은 '대통령이 순직 사건 조사 결과 회수에 외압을 행사했느냐'의 여부가 핵심 쟁점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사건의 본질에 대해 강변으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전당대회에서 한 후보가 해병대원 특검을 '조건부로 수용하자'고 제안했지만 이에 대한 논쟁은 배신자 프레임으로 변질됐다. 당정 관계도 '건강한 견제와 비판'을 바탕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했지만, 이는 곧 '대통령과의 갈등 초래'로 왜곡되면서 결국 '친윤 대 반윤' 구도만 강화시킨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이런 와중에 한 후보가 김 여사의 문자에 답변하지 않았다는 '읽씹(읽고 씹음)' 논란이 전대 중반에 돌출한 것이다. 한 후보가 '문자 읽씹' 논란에 "공적 채널로 소통했다"고 해명했지만 곧바로 "공적으로도 소통한 적 없다. 거짓"이라는 반박이 나오면서 진실공방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당내에서 '당 윤리위 심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윤리위에서 해당행위로 판단, 당원권을 정지시킬 경우 대표 출마 자격을 상실한다.향후 이 사안이 어떻게 전개될지 두고 볼 일이지만, 집권당의 전당대회가 이러한 양태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전형적인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남은 기간만이라도 향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