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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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천 '건축왕' 엄벌 막은 사기죄 법정 형량 지면기사
국민적 공분을 산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사건의 주범인 속칭 '건축왕' 남모(62)씨에게 인천지법이 최근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그의 혐의는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이다. 남씨와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동산 공인중개사 등 9명에겐 각각 징역 4~13년이 선고되고, 불구속 피고인은 모두 법정구속됐다.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이 사건에 대해 판사는 이례적으로 사기죄 형량에 대한 개정 입법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사기죄 최대 형량은 10년이고, 경합범 가중을 하더라도 징역 15년 이하로 정해 더 높은 형을 선고할 권한이 없다며 세입자들의 삶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간 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로는 형량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남씨 등 일당은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세입자 191명에게서 전세보증금 148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남씨는 임대사업을 위해 공인중개사들(보조원)을 고용했다. 이들 명의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본인이 소유한 주택의 중개를 전담하도록 했다. 불어난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처지가 됐는데도 임차인들을 속여 전세계약을 맺은 사건이었다.판사는 또 의식주는 천부인권에 해당한다며 남씨는 탐욕으로 주거를 침탈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남씨 일당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 4명(20~30대 청년 등)은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고도 했다.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법정에 100여 명의 피해자를 소환해 다시금 고통을 주고 정부가 피해를 구제할 테니 기다리라는 최후진술로 변제를 국가 책임으로 떠넘겼다며 남씨 일당을 꾸짖기도 했다.경찰과 검찰은 남씨 등 18명에게 국내 전세사기 사건 중 처음으로 범죄집단조직 혐의를 적용해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남씨와 연루된 일당 전체를 범죄집단조직죄로 엄벌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대책위가 파악한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의 피해 가구는 총 2천753가구, 보증금 금액으로는 대략 2천억원에 달한다. 아직도 기소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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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제철 사고' 중대재해처벌법 논의 진일보 시켜야 지면기사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이후 대형 안전재해가 또다시 발생했다. 지난 6일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폐기물 수조를 청소하던 외주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제철 직원 1명을 포함한 6명이 의식장애와 호흡곤란 등 중·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수조 내부에서 침전물 제거 작업을 하다 질산과 불산 등의 화학물질 가스에 질식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면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모두 수사 대상으로 한다. 특히 이번 사고의 외주업체는 지난달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0인 이하의 사업장과 개인사업자로 확대된 이 법의 처벌 대상이 되므로 원청과 하청업체가 함께 조사를 받게 됐다. 이날 사고는 지난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대제철 사업장에서만 벌써 네 번째 발생한 중대재해다. 법 시행 첫해 3월 당진제철소에서 도금용 대형 용기에 작업자가 빠져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고, 같은 달 예산공장에서도 작업자가 철골구조물에 깔려 숨졌다. 그해 12월 다시 당진제철소에서 안전 난간 보수공사 중 작업자가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대부분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들이다. 이번에도 맹독성 가스를 취급하는 실내 작업장에서 환기장치 설치와 방독 마스크 등 보호구 착용이 의무화되어 있는 안전 매뉴얼이 무용지물이 됐다. 알다시피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포스코에 이어 국내 두 번째 규모의 철강회사다.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런 대형 사업장에서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것은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이러한 측면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강화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현대제철과 같은 큰 기업에서 인명과 재산피해가 끊이질 않는 것은 돈과 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기초적인 안전 매뉴얼조차도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현장의 작업 행태와 관리자의 안전의식 부족이 빚어내는 결과다. 반면 이번 사고는 50인 이하 사업장의 준비와 대응책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가 되기도 한다. 하청의 형태이기는 하나 대기업과의 협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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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대 정원 경기·인천 필수의료 수요 반영하라 지면기사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천명 늘린다. 2006년 이후 3천58명으로 동결됐던 의대 정원을 2025년 입시부터 5천58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긴급을 요하는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다 도중에 숨지는 사례가 빈발하는 터에 소아과가 줄폐업하고 임산부들이 산부인과를 찾아 2∼3시간씩 이동할 정도로 지역의 필수의료 체계가 무너진 근본 원인이 의사 수 부족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정부는 2035년에는 국내 의사 수가 1만5천명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도 지방 의료 취약지역의 의사수는 전국 평균보다 5천명이 부족하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급증은 또 다른 변수이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2025년부터 최소 5년간은 의대생을 매년 2천명 이상 더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2021년 기준 한의사를 제외한 우리나라 인구 1천명당 임상 의사수는 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7명보다 매우 적다. 같은 해의 국내 의대 졸업자는 인구 10만명 당 7.3명으로 OECD 평균인 14명의 절반 수준이다. 의사들의 몸값이 천정부지인 이유이다. 2020년 기준 봉급쟁이 의사 연봉은 대략 2억5천560만원으로 OECD 평균보다 40% 더 높다. 위험하고 보상이 크지 않은 필수의료 분야 기피는 당연하다. 올해 상반기 소아과 지원율은 26%에 불과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산부인과, 외과 등 다른 필수의료분야도 미달이었다. 의사들의 지방 기피는 더욱 심각하다. 2022년 기준 서울의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3명인데 지방은 1.6명이다.조만간 지역별, 대학별 정원이 발표될 예정인데 복지부는 비수도권의 국립대와 정원이 적은 '미니 의대' 중심으로 증원하기로 했다. 필수의료 붕괴 위기의 인천시가 주목된다. 인천 인구 10만명당 치료 가능 사망률은 48.5%로 충북(50.56%) 다음으로 높다. 전국 평균은 43.8%이다.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1.77명으로 전국 평균을 밑도는 데다 인구 1만명당 의대 정원도 0.3%로 최하위권이다. 난도(難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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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 인재발굴, 야 인물교체가 가를 경기·인천 총선 지면기사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여야는 설 연휴 직후부터 공천 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아무래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관심지역은 경기, 인천, 서울이다. 전체 지역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의석을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선거 패턴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쏠림 현상이 상대적으로 심각했던 경기·인천에서 여야는 사활을 건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19대 총선부터 민주당 강세가 두드러졌던 경기·인천 선거구는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텃밭이 됐다. 경기도(59석)와 인천(13석) 중 민주당이 51석, 11석을 싹쓸이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7석, 1석에 그쳐 10여%p 차이의 득표율 격차로 참혹한 패배를 맛봤다. 흥미로운 점은 세 차례 총선을 거쳐 고착화된 진보정당 독식 구조로 인해 여야 모두 인물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국민의힘은 연이은 경·인 선거구 총선 패배로 현역 민주당을 압도할 인물들이 씨가 말랐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 선전이 독이 됐다. 그나마 남아있던 당협위원장 등 득표 소구력이 있는 자원들이 대거 기초단체장으로 이탈한 것이다. 방문규 전 산자부장관과 이수정씨를 경기 수원에 차출하고, 원희룡 전 건교부장관이 인천계양을을 자청한 것 말고는 이렇다할 인재영입 소식이 없다. 그동안 영남 패권에 집착해 수도권 인재 발굴에 소홀했던 대가가 심각하다.더불어민주당은 연전연승에 발목이 잡혔다. 이 기간동안 다선 의원으로 성장한 현역 의원과 21대 국회에 대거 진출한 초선 현역 의원들 상당수가 정쟁의 전위나 무능력한 의정 활동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구태 정치 청산을 희망하는 중도 여론에 이들의 존재는 부정적이다. 인물 교체가 절실하지만, 교체의 기준을 두고 친명 대 반명의 내부 투쟁이 심각하다. 교체가 명분을 잃으면 인물 교체 의미가 퇴색하고 상식적인 중도층 소구력도 잃을 수 있다.각기 다른 사정으로 여야가 경기·인천에서 인물난에 시달리는 현상은 지역 유권자의 선택의 폭을 제한할 뿐 아니라, 선거 결과로 획득해야 할 경기·인천의 정치적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다. 21대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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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의치료 배제 실손의료보험 개편 논의 필요하다 지면기사
첨단 의료기기를 활용한 한의 진료를 두고 한의학계와 양의학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지 수십 년 만인 지난 2022년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한의학계는 양의학 중심으로 기울어진 의료제도를 조금이나마 바로잡아가고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법원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안된다는 법적 규정이 없고, 한의과대학에 의료기기 사용 관련 교육제도가 있어 위험이 적다"고 판단했다. 또 "진단용 기기와 같은 과학기술은 의사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한의초음파연구회 등이 창립되고 관련 세미나가 개최되는 등 한의학계 현장의 변화가 눈에 띈다. 지난해에도 뇌파계 사용, 한의사의 감염병 신속항원검사(RAT) 등이 잇따라 대법원에서 허용됐다. 법원이 의료 이원화 제도에서 서자 취급을 받아온 한의학계 규제를 완화하고 국민의료체계의 한 축으로 인정하는 추세다.이런 추세와 달리 한의학을 바라보는 보험업계의 시선은 차갑다. 2009년 출시된 이후 제2의 국민보험으로 자리 잡은 실손의료보험에서 한의학은 보장 대상이 아니다. 당시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하는 민간 보험업계는 한의 치료의 목적 여부가 불분명해 보험금 지출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고 주장했다. 한의학계는 "보약 등을 위해 한의원을 방문하는 경우는 10%도 되지 않는 데다, 한의 치료의 표준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필수 진료 여부가 구분되는 만큼 보험사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하지만 보험업계는 요지부동이다.최근 경기도한의사회의 법률자문을 의뢰받은 법무법인 광장은 "한의업계가 한의치료의 표준화 작업을 수행해 왔고 보건복지부와 표준임상진료지침까지 개발했다"며 "전향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의료보험에서 비급여 한의 진료를 일률적으로 보상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적 제한이라며 개정을 권고하기도 했다.가입자가 자신이 원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실손의료보험 상품을 판매한 보험사들이 양·한방 사이에 칸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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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동훈 '경기분도·서울편입 동시추진' 가능한가 지면기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구리와 김포를 잇달아 방문해 "서울 편입과 경기 분도 추진을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김포검단시민연대가 주최한 5호선 중재안·GTX-D 노선안 환영 및 조기 개통 촉구 시민대회에서 "목련 피는 봄이 오면 김포시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구리시에서도 "경기도는 지역마다 원하는 게 너무 다르기 때문에 서울 편입과 경기 분도 둘 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해당 지역 주민을 들썩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경기도 발전의 큰 그림을 가지고 발언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김포시 서울 편입 주민 투표는 사실상 무산됐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 구상은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당시 김기현 전임 당 대표가 꺼낸 카드였다. 당시 총선용으로 제안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흐지부지됐다가 한 위원장이 다시 이슈 파이팅하는 모양새다. 한 위원장의 발언을 들여다보면, "동료 시민이 원하면", "시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해"라는 모호한 전제가 깔려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메가 서울과 경기북도 분도의 동시 추진은 누가 봐도 뜬금포"라고 즉각 직격했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서울 주변 도시들을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서울로 만들어주겠다고 현혹하지 말라"고 맹공했다.경기북부특별자치 구상은 경기도지사 김동연표 공약이다. 김 지사는 "여당이 동의한다면 경기북도 주민 투표부터 빨리 진행해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라며 한 위원장의 정치적 계산보다 진정성을 요구했다. 한 위원장은 구리·김포에 이어 의정부, 고양에 가서도 경기 분도와 서울 편입을 말할 것인가. 경기북도의 주요 도시들이 서울로 대거 편입된다면 과연 지역 주민들이 분도를 원하겠는가. 메가시티와 분도는 양립하기 힘든 구상이다.한 위원장은 지역 신년 인사회에서 "대통령을 보유한 우리의 정책은 현금이고, 민주당의 정책은 약속 어음일 뿐"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 말대로라면 사실상 경기도 해체 방안인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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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공모에 정치 논리 안된다 지면기사
인천문화재단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공모에 각계에서 11명이 지원했다. 인천문화재단 임원추천위원회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재단 대표이사를 공개 모집한 결과, 예술계와 학계, 언론계 등에서 인천 내·외부 인사 11명이 응모했다. 전임 이종구 대표이사의 중도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는 이번 공모에 인천 지역 사회의 관심이 크다.이종구 대표는 지난해 12월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심경을 밝히고 돌연 자리를 내놓겠다고 했다. 국내 민중미술계를 대표하는 이종구 화백은 전임 민주당 출신 시장이 임명했지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그의 이력과 성과 때문에 인천 문화계 내부에서 왈가불가가 없었다. 진보·보수 진영을 가리지 않고 그의 대표 임명에 딴죽을 거는 이들도 찾아보기 힘들었다.시장이 바뀐 후 지역 문화계가 아닌 정치권에서 이종구 대표를 흔들기 시작했고 거기에 더해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아트플랫폼 본연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정책까지 나오면서 더는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종구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히자 지역 문화예술계와 시민사회계에선 성명을 내고 "인천문화재단이 지역 정치권과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일이 반복되거나 관행이 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번 공모에서 현 유정복 시장의 선거캠프 출신이 온다거나 변화된 인천아트플랫폼 기조에 맞춰 문화가 아닌 '관광 활성화' 구호를 내세운 인물이 낙점될 경우 지역 문화계의 실망감도 클 것이다.인천의 문화현실은 척박하기만 하다. 올해 인천시 문화·예술분야 예산 비율은 전체의 1.4%에 불과하다.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유정복 시장은 임기 내 시민 1인당 평균 문화예술 분야 예산을 3%까지 올려서 '문화 불모지'를 탈피하겠다고 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요원해 보인다. 예산은 그렇다 치고 다른 자치단체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전국에서 인정받고 있는 인천아트플랫폼의 레지던시 기능까지 사실상 폐지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논란만 키우고 있다.도시의 진정한 경쟁력은 겉만 그럴듯한 외형이 아닌 문화에서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문화재단이 가지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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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0%대로 추락한 윤석열 대통령 직무평가 지면기사
한국갤럽의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가 29%로 나타났다.(1월 30일~2월 1일, 1천명, 가상전화면접,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해 4월 2주 차에 27%를 기록한 후 9개월 만에 30%를 밑도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다음 조사에서 반등할 소지가 없지 않지만 대통령실은 20%대를 기록한 수치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게다가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마찰을 빚고, 신년 기자회견 역시 KBS와의 녹화 대담으로 갈음하기로 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책임지는 고위직이 없고, 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의 항명 사건에서의 외압 의혹 등 국민의 눈높이와 배치되는 일련의 태도들이 지지율 정체의 고착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대신 방송 대담을 생방송이 아닌 녹화로 하기로 한 것도 국민과의 소통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많은 비용과 논란을 무릅쓰고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 대통령실의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산발적 질문이 나오는 회견보다 깊이 있게 말할 수 있는 대담을 대통령이 선호한다"고 했다. 보편적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같은 예민한 질문과 기자들의 국정 현안에 대한 비판적 질문을 피하고 싶어서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지지율이 정체를 면치 못하고 30%대를 밑도는 결과가 나온 것은 경제·민생의 어려움, 잦은 거부권 행사, 김건희 여사 문제 등 국정의 난맥과 무관치 않지만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소통 부재에서 찾아야 한다. 잘못된 일이 있으면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는 것이 소통의 출발이다.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언론과의 소통이 국민과의 소통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취임 100일, 단 한 차례의 기자회견을 끝으로 정식 기자회견은 한 번도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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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속·신중한 2심 판단 필요한 '몰래 녹음' 증거 지면기사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자폐성 장애 자녀를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초등학교 특수교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선고 유예로 처벌은 일단 미루어졌지만 법원은 공소사실 일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주씨 측이 제출한 특수교사 발언 녹음파일을 증거로 채택한 결과다. 담당 판사는 "어느 정도 방어 능력과 표현력이 있는 여러 학생들이 함께 수업 듣는 장소와 달리 장애를 가진 소수 학생만이 있었고 CCTV도 설치되지 않은 교실에 있었던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했다.판결에 대해 교육 당국은 유감을 나타냈고, 현장 교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재판 당일 브리핑을 통해 "감내하기 힘든 상황을 참아가며 버텨온 선생님의 동의를 받지 않고, 몰래 녹음한 것이 법적 증거로 인정되면 교육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은 다음날 집회를 열고 "이번 판결에서 드러난 문제는 정서적 아동학대를 판단하는 기준이 지극히 모호하고 주관적이며 불법 녹음 자료를 법적 증거로 채택했다는 것"이라고 항의했다.사건의 본질은 아동학대냐 아니냐를 가리는 것이지만 이렇듯 그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수단인 '몰래 녹음' 행위의 불법성 여부가 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면 증거능력을 갖지 못한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를 보면 비록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음이라 할지라도 그 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이나 이익이 있고, 해당 녹음이 필요한 범위에서 사회윤리나 사회통념 상 용인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면 위법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 판단은 순전히 재판부의 재량이다.그런 면에서 이번 판결은 장애 학생의 부모가 자녀의 학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한 '몰래 녹음'이라는 수단에 대해 목적과 이익의 정당성을 인정해 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실에서의 '몰래 녹음'이 우리 사회의 윤리와 통념에 비춰볼 때 용인 가능한 범위의 행위인 지에 대해선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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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숨기기에 급급해 키운 지역농협 부실대출 지면기사
여주 대신농협 전·현직 임직원들의 '기업·개인 부실대출' 의혹 관련 경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농협의 '내부 제보제'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오리무중인 상태다. 이와 관련해서 농협중앙회가 대신농협에게 보고를 받았는지, 해당 농협이 사실을 알렸는지 등 사실 관계 숨기기에 급급해 '제 식구 감싸기' 논란까지 일고 있다.지난해 11월 대신농협의 대출업무를 담당했던 상무 A씨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및 횡령)으로 고발됐다. 3개 회사와 개인 B씨에게 총 16회에 걸쳐 110억원가량을 대출했는데 사실상 위법적인 '쪼개기 대출'이며 이 과정에서 감정평가는 내부 규정을 피해 특정 법인에게 일감을 몰아줬고, 매매 계약서상 실거래가액을 초과하는 대출이 진행됐다는 내용이다. 수사 과정에서 대신농협의 다른 전·현직 임직원 3명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현재 농협은 내부 제보제를 운영하고 있다. 업무와 관련된 사고 위험 등의 문제점이나 임직원의 사고, 비리행위 등을 준법감시인 및 감사 담당 부서에 보고해야 한다. 내부 제보 대상은 횡령, 배임, 금품 수수, 저축 관련 부당행위 등 범죄 혐의가 있는 행위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스럽다. 제보를 받아야 하는 농협중앙회와 제보 대상 행위 인지 후 지체 없이 제보할 의무가 있는 대신농협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대신농협 관계자는 중앙회에 보고가 됐는지는 알려줄 수 없다며 대출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대출이 나가지 말았어야 하는데, 대출이 나갔다는 건 현재로선 이상이 없다고만 답변한다. 사실 관계를 숨기기에 급급한 태도다. 농협중앙회 경기본부 관계자는 관련돼서 파악한 내용이 없고 대신농협에 물어봐야 할 것 같다고 한다.한 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셀프 대출' 혐의를 받던 관계자의 근무를 계속 방조한 결과, 지속적인 불법대출이 실행됐다고 한다. A씨는 과거 배우자 명의로 32억원 셀프 대출을 해 2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이다. 관련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