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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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혈세 낭비·실효성 논란 '주민소환제' 개선 나서라 지면기사
지난달 6일 과천시장을 상대로 한 주민소환 투표가 과천에서만 역대 세 번째로 청구됐다.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선거직 공무원을 임기 중에라도 주민투표를 통해 해직시킬 수 있는 제도다. 2007년 시행된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다. 과천시는 2011년 여인국 전 시장, 2021년 김종천 전 시장에 이어 신계용 시장까지 주민소환이 이어졌다. 이번엔 환경사업소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소송 패소로 인한 세금 낭비 등이 청구 이유다. 지역사회에서는 실효성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법 시행 후 현재까지 경기도 내에서 주민소환청구는 총 34건이 접수됐고 이 중 투표까지 간 경우는 2007년 하남시장 및 시의원 3명과 여인국·김종천 전 과천시장 사례 등 총 6건이다. 하지만 지자체장에 대한 소환은 투표율 미달로 전부 개표조차 하지 못했다. 과천시는 인구가 적어 소환 투표를 진행할 수 있는 서명 기준(유권자 대비 15%) 충족이 쉬워 주민소환제 투표가 잦은 것으로 보인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소환제의 실효성에 대한 물음표가 끊이질 않는다. 실제 이번 과천시장 주민소환투표의 경우 지출 예상 비용은 3억4천여만원으로 이는 과천시의 임신 및 출산 축하금 예산,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 등과 유사한 규모다. 만약 이번에도 투표함을 열지도 못하고 무산된다면 혈세 낭비인 셈이다. 또한 투표가 결정되면 단체장의 직무가 정지돼 실익 없이 시정에 공백만 생기게 된다.도입 17년째인 주민소환제는 초기부터 법제처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등에서 실효성 문제와 대안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행정안전부가 2020년 12월 국회에 제출한 관련 법률 일부개정안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안은 하향된 선거연령에 따른 주민소환투표권자 확대와 개표 확정 요건 완화 등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개정안은 2022년 12월 행정안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해 2월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까지 상정됐다.하지만 외국인 투표권에 대한 조항이 법무부가 추진 중인 외국인에 대한 선거권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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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민 피해 대책없는 일출·일몰 기준 항행 금지 지면기사
경인지역 어민들이 일출 이전과 일몰 이후 어선들의 항행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1월 강화도 남측과 영종도·영흥도 서측, 덕적도 인근 등 경인지역 해역 대부분에 대해 일몰부터 일출까지의 항행과 조업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의 '일시적 조업 또는 항행제한구역'을 공고했다. 이를 따르지 않는 어민은 1차로 경고를 받고, 이후에는 조업허가정지 등의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다. 항행제한은 해군과 해경의 국가 중요시설인 항만 방호와 우리 영해에 대한 경계 작전, 선박 안전 등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규정이다.본격적인 조업철을 앞두고 이 규정이 경인지역 어촌계의 큰 반발을 사는 이유는 최근 해군과 해경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항행 제한 위반 행위를 단속하는 등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소래어촌계 등 경인지역 어민들은 해양수산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가지는 등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통상 어민들은 오전 1~2시 출항해서 해가 뜨기 전에 조업을 시작한다. 해가 떨어질 때에는 항구로 돌아와 잡은 어획물을 정리하고 다음 날 오전에 진행되는 경매에 내놓는다. 일몰 이후와 일출 이전 항행이 금지되면 조업 차질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 어민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더해 인천시와 경기도 인근 해역은 조수간만의 차가 커 일출·일몰 시간대에 맞춰 입출항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해양수산부 측은 과거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던 항행 제한 규정 관련 업무를 넘겨받은 것일 뿐 새로 만들어진 규제가 아니라면서 최근 해군과 해경의 단속 상황 등을 살펴보겠다고 해명했다.어민들은 정부가 어촌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규정대로만 일몰 이후와 일출 이전 어선들의 항행을 전면 금지시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동안 어민들이 조업철에 손해를 감수하고도 해군과 해경의 통제에 최대한 따랐던 것은 생계유지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유연하게 단속이 이뤄졌기 때문이다.정부는 항행 제한 구역 규정을 원칙대로 시행하려면 어민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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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늘봄학교 안정적 시행으로 저출산 위기 극복해야 지면기사
초등학생 방과후 학교와 돌봄교실을 통합한 '늘봄학교'가 우려 속에 새학기와 함께 시작됐다. 교육부는 1학기에 전국 2천741개 학교에서 시행한 뒤 2학기부터 6천여개 전국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늘봄학교 '누구나 이용' 대상은 올해 초등 1학년, 내년에는 초등 1∼2학년, 2026년부터는 전 학년에서 시행한다. 하지만 당장 이번 학기엔 경기지역 1천330개 초교 중 975곳(73.3%), 인천지역 262개 초교 중 60곳(22.9%)만 참여한다. 서울지역은 608곳 중 38곳(6.3%)으로 더 심각하다. 지역마다 천차만별인 참여율이 정책 효과 격차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대상 초등학생들은 아침 수업 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방과 후 최대 저녁 8시까지 학교에 머물면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석식까지 해결한다. 학부모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당초 시행 계획을 1년 앞당긴 만큼 혼란 없이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도록 촘촘히 준비했는지는 의문이다. 현장 교사들도 담당 인력·공간 부족으로 인한 부실 운영과 업무 전가를 걱정한다.맞벌이 부부는 자녀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부모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두거나 아이들을 '학원 뺑뺑이' 돌리는 게 현실이다. 자녀 한 명 케어도 감당 안되는데 둘째 셋째는 언감생심이다. 해마다 최저 기록을 경신해 온 0.7명대 합계 출산율이 올해는 0.6명대로 떨어질 전망까지 나오는 최악의 상황이다. 돌봄학교가 제대로 정착된다면 자녀 돌봄 공백 해소로 저출산 방지의 묘책이 될 수 있다. 직장맘의 경력 단절을 예방하는 추가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합계 출산율 1.39명인 저출산 국가 일본의 소도시 나기초는 2019년 출산율 2.95명에 달했다. 아이를 키우는 760가구 중 48%는 자녀가 셋 이상이고, 둘인 경우도 40%에 달한다. 높은 출산율의 비결은 마을 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무료 공동육아시설 '차일드 홈'이다. 돌봄 인프라로 저출산을 극복한 대표적 사례이다.학교 현장의 숱한 우려에도 늘봄학교는 출발했다. 양질의 인력 확보와 명확한 업무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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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공천난맥이 선거를 왜곡시키고 있다 지면기사
총선이 40일도 안 남은 현재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유지됐던 더불어민주당 우위의 전망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을 추월했고 서울에서도 국민의힘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경기·인천에서는 민주당이 아직 우세한 결과가 많지만 이러한 공천 난맥이 일주일만 지속된다면 이마저도 바뀔 수 있다.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친명 측근들의 태도는 일반 상식으로는 납득되지 않는 면이 많다. 공천이 원래 잡음이 있게 마련이지만 공천 탈락자들을 납득시키고 통합의 원팀을 강조하는 게 관례다. 그러나 이 대표와 그의 측근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비아냥거리고 '나갈 테면 나가라'는 식이다. '탈당은 자유'라는 이 대표의 말이 대표적이다. 선거에서 패배하여 제1당의 지위를 빼앗겨도 잠재적 경쟁자를 솎아내고 자신의 친위세력으로만 당을 운영하고 아무런 경쟁 없이 차기 대선후보가 되겠다는 계산이 아니라면 지금의 민주당 공천의 난맥을 설명할 길이 없다.총선은 흔히 회고적 성격을 갖는다고 한다. 이는 정권심판론과 중간평가론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지금은 정권심판론보다 야당 심판론이 우세해질 판이다. 윤석열 정부 심판론의 실종이다. 출범 2년의 윤 정부의 국정은 국민 기대에 한참 못미쳤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100석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의 논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권심판론은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췄다.국민의힘 공천에는 쇄신도, 감동도 없다. 인요한 혁신위가 말했던 친윤 영남 중진들의 희생과 불출마는 없던 일이 됐다. 현역 불패가 이어지고 대통령실 출신의 약진도 뚜렷하다. 일부 행정관 출신들의 탈락이 눈에 띌 뿐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공천 파열의 강도가 워낙 세니 국민의힘의 무혁신 공천이 가려지고 있다.공천은 각 정당의 선택이고 자신들이 책임지면 된다. 그럼에도 공천은 선거 과정의 핵심 절차이므로 보편과 원칙에 기반하여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민주당의 과도한 친명 위주의 공천이 선거 자체를 왜곡시키고 있다. 다른 쟁점은 실종되고 오직 공천의 정치학만 난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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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천시, 백령도 카페리 직접 건조 신중히 검토해야 지면기사
연두방문의 마지막 행선지로 백령도를 찾은 유정복 인천시장이 차질을 빚고 있는 인천~백령항로 카페리 투입을 위해 새로운 선박을 인천시가 직접 건조해 항로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 시장은 지난달 28일 백령면사무소에서 열린 백령면과 대청면 주민과의 간담회에서 한 주민이 카페리 투입이 기약 없이 미뤄짐에 따라 주민 불편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실정을 호소하면서 특단의 대책을 요청하자 "9차 공모가 무산할 경우 반드시 배를 직접 건조해 운항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준공영제 도입 가능성에서 한발 더 나간 셈이다.백령도 카페리 직접 건조·투입 방안은 지난해 4월에도 언급됐다. 당시 인천시 해양항공국장은 사업자 선정이 계속 지연되면 "옹진군이나 인천시가 직접 선박을 건조해 인천교통공사에 위탁하는 방안까지 폭넓게 여객선 준공영제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금과 결손금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인데 선박을 직접 건조하겠다는 의지까지 보탠 것이었다. 실제로 옹진군은 10년간 100억원을 지원한다고 해도 나서는 선사가 없자 조례 개정을 통해 지원금을 180억원까지 올렸다. 또 시와 협의해 운항결손금을 향후 20년간 최대 358억원까지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이러한 준공영제 도입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차를 실어 나를 만한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어 정주여건이 더욱더 악화되고 있는 주민들의 입장에 서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배를 건조해 항로에 투입하는 방안엔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물론 전남 신안군이 배를 건조하거나 중고선을 매입한 뒤 민관도선운영협의회에 맡겨 운영하는 좋은 사례가 있긴 하나 단순 비교엔 무리가 따른다. 신안군은 짧은 항로를 소형 선박이 운항하는 경우지만 백령도와 같은 긴 항로에 대형 고속선박을 투입하는 것은 고도의 전문성과 운영 노하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무엇보다 민간 영역의 문제를 공적 영역이 직접 개입해 문제 해결을 시도할 때 초기에 유효했던 방법들이 시간이 가면서 감당할 수 없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사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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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천600만 시민 수도권 통합교통카드 탄생 고대한다 지면기사
경기도와 서울시의 교통정책 공방이 주목된다. 포문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먼저 열었다. 지난 21일 오 시장이 "경기도 지자체들이 기후동행카드에 참여하면 재원을 서울시가 60%, 시·군이 40%를 부담한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 100만여명에게 혜택을 제공하겠다는데 경기도가 도와주지 않아 재정이 열악한 도내 기초자치단체들이 기후동행카드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밝힌 것이다. 다음 날인 22일 김상수 경기도 교통국장이 "도는 작년 말에 시·군이 자율적으로 기후동행카드에 참여하도록 했지만 실효적 혜택이 없다고 판단해 안 하는 기초자치단체들이 많다. 상호 건강한 정책경쟁이 불필요한 정치 쟁점화로 변질해 수도권 시민에게 혼란을 가중 않길 바란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오 시장이 지난 27일 모 방송에서 또다시 지원 미흡을 거론하자 경기도는 오는 5월 시행예정인 국토교통부의 'K-패스'보다 도민들에게 혜택이 더 많은 'The 경기패스' 준비에 올인 중이라고 밝혔다.서울시는 지난달 27일부터 전국 최초의 무제한 대중교통 통합할인권인 기후동행카드를 시범운영 중이다. 월 6만2천원 혹은 6만5천원으로 서울 시내 지하철과 서울면허 마을·시내버스 및 따릉이 등의 무제한 이용 가능한 정액권인데 한 달 만에 판매량이 46만장을 돌파했다. 수도권으로의 외연 확장 중이나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있는 인천시와 경기도 김포, 군포, 과천시만 기후동행카드 사용 업무협약을 맺었을 뿐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들은 소극적이거나 검토조차 않고 있다.수도권 주민들은 K패스(국토교통부), 기후동행카드(서울시), 더 경기패스(경기도) 선택을 놓고 어느 것이 자신에게 더 유리할지 헷갈린다. 기후동행카드를 사용 중인 도민들의 혼란은 점입가경이다. 기후동행카드를 이용, 서울에서 지하철에 승차했더라도 경기도 지하철역에서 내리면 서울 외 구간 이용료를 따로 납부해야 하고, 광역버스와 신분당선, 서울시 면허가 아닌 서울 외 시내버스는 갈아탈 수 없다. 무제한 승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간인지 따로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에 더해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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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시스템 제대로 작동하고 있나 지면기사
민주당의 공천 분란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당내 친명 세력과 친문 세력 간 갈등의 핵심으로 꼽혀왔던 임종석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의 공천 탈락이 정점 같아 보인다. 비명계인 고민정 최고위원이 임 전 실장의 공천 탈락이 확정 발표된 지난 27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했고, 비명계 5선 중진인 설훈 의원이 다음날 탈당을 선언했다. 설 의원은 특히 탈당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당 대표를 연산군에 빗대며 "당이 이 대표의 지배를 받는 전체주의적 사당으로 변모됐다"고 비판했다. 이로써 이상민,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 말고도 순수한 공천 파동으로 탈당한 의원만 박영순, 김영주, 이수진 의원 등 벌써 4명이나 된다.4선의 비명계 좌장으로서 현역의원 평가 하위 10%에 포함된 홍영표(인천 부평구을) 의원의 경선 탈락 여부가 이제 마지막 남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 이하에 해당하는 의원에 대해선 경선 득표의 30%를 감산하는 규정을 마련해 비명계 현역 의원들의 격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 공천관리위는 이런 반발을 의식해 지난 27일 일단 홍 의원을 비롯한 비명계 의원들의 지역구를 '전략경선지역'으로 지정해 전략공관위로 넘겼다. 그럼에도 홍 의원의 경선 탈락이 기정사실화되면 비명계 의원들 중심으로 집단 탈당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만큼 공천 갈등이 심하지 않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마음을 아주 놓을 형편도 아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야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소위 '낙동강 벨트'의 탈환을 위해 부산을 비롯한 영남권 중진들의 '희생'을 이끌어냄으로써 더불어민주당과의 초반 공천 싸움에서 기선을 잡았다. 하지만 단수후보와 경선 지역을 속속 발표하면서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깔끔하지 못한 과정도 드러나 보인다. 인천 연수을 예비후보인 김진용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을 경선 참여자로 결정했다가 불과 며칠 만에 전격 배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양당의 이런 공천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그들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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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와 의료계 서둘러 대화 테이블에 앉아라 지면기사
정부는 최후통첩을 했고, 의료계는 여전히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파국임이 분명함에도 양측의 힘겨루기는 계속되고 있다.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정부가 복귀하라고 정한 시점은 내일(29일)이다. 이날까지 업무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겠지만 복귀하지 않을 경우엔 면허정지는 물론 수사·기소 등 사법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복귀 시한을 정한 것 자체가 정부의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보여준다. 윤석열 대통령도 엊그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의대 2천명 증원 방침을 재확인했다. "국민이 아플 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복지의 핵심이고 국가의 헌법상 책무"라고 강조했다. 법과 원칙대로 대응한다는 의미로 읽힌다.의료계 또한 조금도 굽힘이 없다. 오히려 반발의 강도는 더 세진 모양새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의 예고된 조치를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모든 다리를 파괴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하면서 "전공의가 다치면 모든 의사 회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의료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전임의들의 계약기간이 대부분 2월 말로 끝나는데 이들까지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의료 공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역 일부 의과대학에서는 전공의 파업을 지지하는 학생들도 수업거부와 휴학에 나서고 있다. 인천의 한 의과대학 재학생 250여명의 사례다. 일부 의대 졸업생들은 수련병원에서의 인턴 임용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집단행동에 뛰어들었다. 학생들까지 선배들의 뜻을 좇아 배움의 현장을 이탈하면서 의료현장의 인력공백 확산 우려를 더욱 더 키우고 있다.의료계는 표현이 상스럽다 말할지 모르겠으나 이 힘겨루기는 분명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이다. 이 밥그릇 싸움 과정에서 벌써부터 애꿎은 국민만 죽어나가고 있다. 대전에서는 80대 심정지 환자가 119구급차에 실려 전화로 이곳저곳 진료가 가능한 응급실을 찾다가 결국 이송 도중 숨졌다. 가족들은 연명을 위한 추가의료 중단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일찌감치 우려했던 일이다. 같은 사례가 더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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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천시 신속한 출자로 iH 재무건전성 확보해야 지면기사
iH(인천도시공사)가 '중· 장기 재무계획'을 확정하고 부채 관리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 금리 인상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경색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 시기 조정과 인천시로부터 출자 조치 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채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iH 내부 위기감이 크다.2014년 iH의 부채는 8조원까지 치솟으며 인천시 부채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부동산 시장 호황기 인천시가 무분별하게 각종 도시개발사업을 떠안긴 게 주요 원인이었다. 영종하늘도시, 미단시티, 도화구역 등 12조원 규모의 개발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다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후 iH는 자산매각과 사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부채 규모를 5조원(2022년 기준) 수준까지 줄였고 현재는 정부의 '부채중점관리기관' 지정 기준인 부채율 200%를 밑돌고 있다.iH의 재무구조는 부동산 시장 상황과 직결된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구월2공공주택지구 개발사업(1만6천가구·3조2천억원), 인천항 내항 1·8부두 개발사업(7천600억원), 인천로봇랜드(7천113억원) 조성 프로젝트 등 신규 사업이 속속 본격화하면서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iH는 총 36조4천928억원 규모의 102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천시 정책 결정에 따라 신규 사업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최근 들어 인천시가 민선8기 공약과 관련된 개발사업은 물론 자금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개발 프로젝트 등을 iH에 넘기면서 다시 부채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개발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지방 공기업 특성상 사업을 많이 할수록 부채율이 증가하는 구조지만 이에 따른 규제만 있을 뿐 지원책은 미미하다.iH는 수년간 부채 중점관리기관으로 지정돼 정부 규제는 물론 위축된 경영 활동으로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했다. 중·장기 재무계획을 통한 iH의 자구 노력과 함께 인천시의 출자 조치가 신속히 이뤄져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경기도는 2026년까지 경기주택공사(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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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의장단 인천시의회 '신뢰와 위상' 회복해야 지면기사
인천시의회가 이달 5일 국민의힘 이봉락(미추홀구3) 제1부의장을 의장으로 선출한 데 이어 23일 같은 당 신영희(옹진군) 의원을 제1부의장으로 뽑았다. 제9대 인천시의회 전반기 의장단이 새로 구성된 것인데, 이는 허식(동구) 전 의장이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으로 동료 의원들로부터 불신임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허식 전 의장은 한 언론사의 5·18 민주화운동 특별판을 의원들에게 배포해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지난달 24일 불신임안이 통과되면서 의장직을 상실했다. 인천시의회 의장이 불신임을 받아 자리를 내려놓은 것은 개원 이후 처음이다.허식 전 의장이 동료 의원들에게 나눠 준 특별판은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하나의 사건 때문에 허식 전 의장이 의장직을 박탈당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는 특별판 배포 논란 이전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찰 폄훼 글을 올려 사과한 적이 있으며, 행사장에서 미추홀구를 비하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 같은 언행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결국 의장직 상실을 자초했다.다른 의원들은 잘못이 없을까. 물론 가장 큰 책임은 허식 전 의장에게 있지만, 일련의 사건이 허식 전 의장 개인만의 문제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허식 전 의장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을 받은 적은 한두 번이 아닌데도, 윤리특별위원회 개최 등 시의회 내부의 자정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다수인 국민의힘을 제대로 견제·감시하지 못했다. 그동안 같은 당 의원 감싸기에 급급한 것은 아니었는지, 상대 당을 견제·감시하는 칼날이 무뎌진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인천시의회가 의장단을 재구성하면서 정상화의 길로 들어선 것 같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의장단 재구성은 그간 상황과 갈등의 일단락·봉합 수준으로 보는 게 맞다. 이번 사건으로 인천시의회 위상은 밑바닥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300만 인천시민이 망신을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새 의장단 등 인천시의회는 추락한 위상과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