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인천 신항 화물차 주차장 조성 사업 공회전 멈춰야 지면기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인천시청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2027년까지 인천 신항을 '스마트 항만'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만 물류의 혈관 역할을 하는 화물차들을 위한 주차장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신항 주변에 화물차 주차장을 조성하는 사업이 수년째 공회전 중이며, 하나밖에 없던 임시 화물차 주차장마저 폐쇄 위기에 놓였다. 수년간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항만공사 등이 폭탄 돌리기식으로 사실상 방치한 화물차 주차장 문제가 임계점에 다다른 것이다.인천 송도국제도시 신항 항만 배후단지 2-1단계에 운영 중인 임시 화물차 주차장은 이달 말 폐쇄될 예정이다. 신항 1-2단계 컨테이너 부두 공사를 위해 주변 해역을 준설하는 과정에서 파낸 흙이 이곳에 매립되기 때문이다. 1천500여대의 화물차를 주차할 수 있는 이곳이 사라지면 연간 2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를 처리하는 신항 인근에는 단 하나의 화물차 주차장도 남지 않는다. 신항에는 하루 1만여대의 화물차가 드나든다.인천항만공사는 2007년 신항을 이용하는 화물차들을 위한 주차장을 아암물류2단지(인천 남항 배후단지)에 만들 계획을 세웠고, 주차장 조성 공사를 2022년 말 마무리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과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인천항만공사와 인천경제청은 이 문제를 놓고 법정 다툼 중이다. 화물차 주차장이 없으면 신항을 이용하는 많은 차량들은 주변 도로에 불법 주차할 수밖에 없다. 신항 인근 도로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이 많아지면 물류 흐름에도 영향을 끼친다.인천항만공사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임시 화물차 주차장 운영기간을 연장하고, 최근 준공한 신항 배후단지 1-1단계 2구역을 대체부지로 지정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신항 준설토 매립을 위한 공사가 늦어도 올해 중반엔 시작돼야 하고 해당 구역을 조성한 민간사업자와 협의도 해야 한다. 인천 물류업계가 '땜질식 처방'을 지적하며 제대로 된 화물차 주차장
-
[사설] 전공의 업무 떠맡은 간호사는 불안하다 지면기사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료현장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정부는 PA(진료보조) 간호사를 적극 활용하는데 이어 향후 간호법 제정 가능성을 밝히고 있다. 지난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진료지원 간호사가 보다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지침이 보완돼 본격 시행됐다. 하지만 상당수의 병원 현장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의사의 업무를 떠안은 간호사들은 무엇보다 의료 과실에 따른 책임을 전가받을까봐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간호사 업무 지침을 보면 10개 분야 98개 진료지원행위 중 X-ray, 관절강 내 주사, 방광조루술, 요로 전환술, 전문의약품 처방, 전신마취 등 9개 행위를 제외한 89개 진료지원행위를 허용했다. 다만, 병원별로 의료기관장이 주요 진료과 및 간호부서장 등이 참여하는 조정위원회 협의를 거쳐 89개 진료지원행위 가운데 가능 범위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정부는 "지침을 따르다가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병원장 책임"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간호사들은 "소송이 제기되면 결국 우리도 책임을 져야 할 테고, 일자리마저 잃을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경기도내 한 병원 게시판에는 '의사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공유 받지 않기', '불법 의료행위 거절하기' 등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와 관련한 안내문이 부착되기도 했다. 치료가 절박한 환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인력이 부족하다지만 갑자기 간호사의 진료지원 범위를 대폭 넓힌 것은 성급한 조치"라는 우려다.앞서 정부는 간호사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해달라는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간호사의 지위·업무 분리와 지역사회 돌봄 강화'라는 취지의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제정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번 의료공백 사태에 다급해진 정부는 간호법에 대한 태도를 바꿔 제정에 힘을 싣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의료정책은 즉흥적인 대응 논리로 다뤄서는 안된다.정부는 보편적 의료 접근성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최고 수준의 의료시스템을 발
-
[사설] 정부 사상 첫 악성민원TF 확실한 결과 내놔야 지면기사
'좌표 찍기'에 따른 민원 폭주를 혼자서 감당하다가 세상을 떠난 김포시 9급 공무원의 발인식이 지난 8일 새벽 김포시청사에서 치러졌다. 아들 영정 앞에 엎드린 어머니의 사무친 절규에 동료 공무원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장례절차 없이 인천의 종합병원에 안치돼 있던 그는 이날 동료들과 작별을 고하며 비로소 편안하게 퇴근했다. 민원 폭주를 감당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다. 앞서 하남·구리 등 전국 각지의 공무원이 민원에 시달리다 생을 등졌다. 쇠망치와 염산 등 테러 수준의 민원인 범죄 뉴스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진다. 이제 사슬을 끊을 때가 됐다는 국민 여론이 비등하다.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악성 민원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키로 했다. 그동안 없었던 신속한 조치다. 인사혁신처·국민권익위원회·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참여하는 악성 민원 대응 TF를 가동한다는 게 정부 발표 내용이다. TF는 앞으로 온라인상 모욕·협박 등 민원인 위법행위 유형, 법적대응 현황, 민원 응대방식, 민원공무원 인센티브 현황 등을 분석해 나갈 예정이다. 악성 민원에 대한 공무원들의 부담과 우려를 줄이는 계기가 될지가 관심사다.현장에 있는 공무원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현장 민원 담당자의 어려움을 우선 청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현실적인 보호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공무원 노조는 악성 민원으로 죽음까지 이어진 이번 사태를 놓고 기존 매뉴얼 등을 수정만 조금 해서 넘어가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노조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민원담당자를 법과 제도로 보호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기관별 특성에 따라 악성 민원으로 고초를 겪는 사례가 계속 나올 것이라는 입장이다.그동안 대책이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22년 법률 개정에 따른 지침에서는 기관장이 법적 조치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민원전담 대응팀을 지정해 법적 대응을 총괄하도록 했는데, 이를 강제할 만한 조항이 없다. 이 같은 '법적 조치'를 의무화하지 않을 경우 악성 민원으로부터 확실하게 보호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
[사설] 제도와 정당 인물 모두 엉망진창인 총선판 지면기사
양대 거대 정당의 극단적 대립 정치의 폐해 타파가 제3지대 정치의 존재 이유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가 지난달 9일 전격 통합할 때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걸었던 이유다. 그러나 10일 만에 두 정파의 결합은 결렬됐고 이후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어 조국 전 장관과 지난 정권 때 검찰개혁을 외쳤던 인사들이 주축이 된 조국혁신당이 출현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연합도 모습을 드러냈다.준연동형이라는 이상한 선거제도의 기형아로 비유될 수 있는 위성정당과 준위성정당 뿐만이 아니다.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창당하고 징역 3년 형을 받은 현역 의원이 입당하여 비례대표를 노리는 형국이고, 헌법재판소로부터 정당해산 명령을 받은 정당의 후신인 진보당이 거대 정당의 비례대표에 편승해 국회 입성을 노리는 등 선거판이 엉망이 되고 있다.언제부터 피의자들이 창당하고 출마하며 선거판에서 당당하게 활보하는 세상이 됐는지 개탄할 노릇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탄핵만 받아도 낙향하는 게 관례였고 과거에는 기소만 돼도 감히 정치활동은 엄두도 못 냈다. 검찰과 경찰에서 요직에 있다가 정치 관련 사건으로 징계를 받고 정치권에 뛰어들어 공천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여야는 노골적으로 주류의 기득권 챙기기로 민심을 외면한 공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일 발표된 민주당 지역구 공천은 가히 '비명횡사'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충격적이다. 윤영찬 의원·노영민 전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이나 박광온·김한정 의원 등 이낙연 전 대표와 가까운 친문·비명 7명을 비롯해 9명의 현역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공천된 비명계 의원은 10명 정도이고 대부분은 친명 의원들이다. 국민의힘 역시 현역 주류가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이 민주당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용산'의 뜻에 충실했던 친윤 초선 30여 명도 본선에 진출했다.여야 모두 주류의 입맛대로 공천이 이루
-
[사설] 대통령 인천 민생토론회에서 사라진 '뉴홍콩시티' 지면기사
민선 8기 유정복 인천시장의 대표적 공약은 '제물포 르네상스'와 '뉴홍콩시티' 프로젝트다. 제물포 르네상스는 인천의 원도심 개발을 통해 원도심과 신도시 간 불균형 격차를 줄이는데 목표를 둔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인천 내항 일대의 재개발이다. 내항 기능을 재조정하면서 주변 지역 개발계획과 연계해 수변문화공간으로 개편하는 것이다.다른 하나의 주요 공약인 뉴홍콩시티 프로젝트는 인천을 홍콩, 싱가포르 등과 견줄 수 있는 글로벌 허브도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전략산업 육성과 글로벌 도시공간 창출 등 의제도 정하고 실행을 위한 세부 전략과제도 정했다. 두 프로젝트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해 2월과 3월 각각 비전 선포식 같은 성대한 행사를 가졌음은 물론이다.그런데 그 이후 두 프로젝트의 행보가 크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제물포 르네상스의 경우 인천시가 지난 주 '항동7가 연안부두 일원 도시공간 및 도시재생활성화 계획 수립' 용역을 공고하는 등 형식과 내용을 갖춰 일단 추진되어가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인천을 방문해 가진 민생토론회에서도 프로젝트가 명확하게 거론됐다. 윤 대통령은 "역할을 다한 인천 내항 전체를 재개발해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면서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연계해 K-컬처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대조적으로 이날 '뉴홍콩시티'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다. 발언의 내용과 맥락으로 미루어 짐작할 만한 부분이 없지 않았으나 그뿐이었다. 어떡하든 대통령의 입을 통해 사업과 계획의 명칭이 직접적으로 표현되도록 사력을 다하는 관행에선 예외적인 일이었다.민선 8기 양대 공약 중 하나인 뉴홍콩시티 프로젝트는 사실상 실종 상태다. 지난해 비전 선포식 이후 가시적인 성과는 거의 없다. 비전과 전략적 목표를 제시했으나 실제로 어떻게 실행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실현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과 투자 유치 계획도 선명하지 못한 상태다. 그 사이 함께 계획을 수립했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총선 출마
-
[사설] 악질 민원에 공무원 언제까지 방치할건가 지면기사
개인신상을 불특정 다수에 공개해 괴롭히는 이른바 '좌표 찍기'에 시달리던 김포시 공무원이 최근 유명을 달리했다. 김포한강로에서 진행된 포트홀 긴급보수 공사로 불편을 겪은 운전자들이 인터넷카페에 담당 공무원의 실명을 공개했다. 민원이 폭주했다. 결국 공무원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극단적 선택으로 공무상 사망을 신청한 일반직 공무원은 17명에 달한다. '좌표 찍기'는 물론이고, 국민을 위해 강화된 민원처리 의무를 악용해 정보공개청구를 공무원 괴롭히기 수단으로 악용하는 등의 악성 민원이 공무원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그럼에도 순직을 인정받은 사람은 단 3명에 불과하다. 실제 지난 2022년 9월 숨진 인천 부평구보건소 고(故) 천○○ 주무관의 사례를 보면, 정신건강 전문가·노무사 등으로 구성된 원인조사위원회의 6개월여간의 활동 끝에 장시간 노동과 민원 스트레스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라는 점을 밝혀내 가까스로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같은해 8월 하남시 미사3동 행정복지센터의 한 30대 여직원도 대민업무 등으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해 왔으나, 그가 사망한 지 1년이 넘은 2023년 9월에서야 진상이 드러나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공무 중에 발생한 민원인과의 갈등이 사망의 원인이어도 법적으로 인정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악성 민원이나 악의적인 공무원 괴롭힘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기초지자체나 학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누군가의 비극적인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적극적인 대응', '재발 방지'를 외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 공무원들은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악성 민원 관련 법적 대응을 총괄하는 부서를 지정하고 민원 처리 담당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령이 다듬어졌지만 악성 민원이 발생한 이후 대응방안이지, 예방에는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결국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응해서는 공무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
-
[사설]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는 돌려 받아야 한다 지면기사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帥字旗)'가 다시 미국으로 반환된다. 수자기는 전투를 지휘하는 장수를 뜻하는 '수(帥)'자가 적혀있는 깃발로 1871년 신미양요 때 강화도 광성보 전투에서 미군에 빼앗긴 것이다. 지난 2007년 '장기 대여' 형식으로 한국으로 돌아와 강화역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가 대여기간이 만료되어 오는 12일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으로 되돌아가게 된 것이다.수자기는 조선시대 군영 최고 지휘관이 사용한 군기(軍旗)이다. 특히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유일한 자료이며, 서세동점기 서구 열강의 침투과정에서 벌어진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등의 전쟁사를 기억할 수 있는 유물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지대하다. 그런데 수자기를 관리해온 강화군이 수자기를 반환하면서도 관련된 기념식이나 행사도 열지 않았다. 강화군과 인천시는 수자기 반환에 즈음하여 그간의 대여와 반환 과정과 배경을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국보급 문화재를 반환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어야 했다.이 같은 태도는 문화재청이나 강화군이 수자기 환수가 어렵다고 보고 미국이 장기 대여라도 해주기를 바라는 소극적 입장 때문이다. 미국 측에 타진한 결과 "수자기의 반환은 미국의 법상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수자기'는 문화유산이 아니라, 미 해군이 전투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노획한 전리품이라고 본다는 것이다.'전리품(戰利品)'이란 교전국으로부터 탈취하여 자신의 것으로 취한 물자로 대상과 과정, 관리가 적법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 국제법상 전투 과정에서 전장과 점령지에서 몰수할 수 있는 물건은 군사적 용도에 사용된 국유재산뿐이다. 문화재나 문화유산은 승전국이라 해도 노획할 수 없다. 신미양요가 국제법상의 전투인지, 수자기는 전장에서 압수하거나 몰수할 수 있는 물품인지, 그리고 노획 과정이 적법했는지도 제대로 따져 본 적이 없다.최근 인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주관한 '어재연 장군 수자기 영구 반환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에서도 수자기는 미국의 전리품이 아니라 약탈 문화재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으
-
[사설] 국가 존립 위기, '출산 격차'까지 덮치는 일 막아야 지면기사
지난달 5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깜짝 놀랄 사내 복지 정책을 발표했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1년 이후 태어난 70명의 직원 자녀들에게 한 명당 현금 1억원을 지원하는 출산장려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부영그룹 외에도 최근 현금 지원 형식의 출산장려책을 시행하고 있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쌍방울그룹도 출산장려금을 자녀 수에 따라 최대 1억원까지 주겠다고 발표했고, HD현대와 현대자동차는 출산축하금과 바우처를 통한 출산 지원 강화에 나섰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올해부터 첫째 500만원, 둘째 1천만원, 셋째 2천만원, 넷째 자녀에게 3천만원의 출산지원금을 주고, 난임 부부에게는 시술비를 회당 300만원씩 횟수 제한 없이 지급한다.그런데 이렇게 현금으로 지급되는 출산장려금엔 막대한 세금이 붙는다. 연봉 5천만원인 직원이 출산지원금 1억원을 받으면 3천여만원의 소득세를 더 내야 한다. 현행 세법상 6세 이하의 자녀에게 회사가 지원한 출산과 양육지원금의 경우 월 20만원까지만 비과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만약 기업이 출산지원금을 증여 형식으로 주게 되면 근로자의 세 부담은 1천만원으로 낮아지나 기업은 2천100만원을 법인세로 내야 한다. 그러자 윤석열 대통령이 화답했다. 기업의 자발적인 출산 지원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즉각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5일 발표한 출산지원금 세제지원 개편안이 그 결과물이다. 기업이 직원 또는 가족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근로소득으로 규정하고, 출산 후 2년 내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은 최대 2회까지 전액 비과세하기로 했다.문제는 이러한 혜택이 일부 대기업 재직자에게만 집중된다는 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비과세 출산·보육수당을 신고한 근로자는 47만2천38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3%에 불과했다. 총신고액은 3천207억원으로 1인당 평균 67만9천원에 그쳤다. 당시 비과세 한도인 12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출산장려금을 지급할 의지가 있어도 자금 사정이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정부와 기업이
-
[사설] 전국 지역축제의 모범 경기도가 만들어라 지면기사
지난 5일 한국소비자원은 작년 7월부터 9월까지 열린 전국 지역축제장 10곳에서 조리, 판매한 식품 30개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중 2개 제품에서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 조리·판매 종사자가 위생모나 위생장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식품을 취급하거나 조리도구와 식기, 식재료 폐기물 관리 등이 비위생적인 사례도 확인되었다. 일부 축제장에서는 LPG 충전용기나 가스·전기시설 안전관리도 미흡했다. 행정안전부의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LPG 충전용기는 직사광선이나 눈, 비 등에 노출을 막기 위해 차양을 설치해야 하지만 대상 축제장 내 68개 업소 중 35개소가 차양을 설치하지 않았다. 축제장 내 설치된 배·분전반 43기 중 2기는 문이 개방된 채로 방치돼 있었고 1기는 어린이들의 이동이 잦은 수영장 입구에 설치돼 감전 위험이 있었다.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경기도의 경우 이달 말 안양시에서 개최되는 벚꽃축제를 시작으로 진달래축제(부천), 자전거축제(안산), 연극축제(수원) 등 올 한 해 동안에 도내 곳곳에서 총 273개의 축제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2년 차를 맞아 국민들의 봄의 향연에 대한 기대도 크다. 코로나19가 안정세로 접어든 2022년 기준 전국 지역축제 방문객수는 팬데믹 직전인 2019년보다 19.7% 증가했다. 국민들이 다시 지역축제장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여파에 시달리는 지역 소상공인들의 기대는 더 크다.지자체마다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시군과 경찰·소방 등 지역 유관기관에서 만드는 안전관리계획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열리는 축제마다 사전점검하겠다"고 밝혔으나 성과는 의문이다. 고질인 '지역축제=바가지요금' 이미지 타개가 난제(難題)인 것이다. 자릿세의 전매 근절이 요구된다. 그동안 먹거리장터의 입주권은 공공연히 전매되었는데 입주 허가를 얻은 상인들이 입주권을 다른 업체에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매각한 것이다. 웃돈만큼 이익을 내야 하는 악순환이 바가지요금과 안전불감증의 근본 원인이 될
-
[사설] 정부, 전공의들과 의료개혁 논해야 지면기사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 600여명이 지난달 19일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본격화된 의사단체 집단행동이 오늘로 17일째에 이르고 있지만 사태는 해결될 기미조차 없다. 상황의 전개는 2020년 의사 집단행동 사태 때와 판박이다. 전공의, 전임의, 의대생 등이 집단행동을 주도했고, 당시 문재인 정부는 업무 개시명령, 고발 등 강경책으로 맞섰다.하지만 최종적인 결과와 관련된 사회적 환경은 당시와 지금이 확연히 다르다. 2020년엔 코로나19라는 절체절명의 보건의료 위기에 처한 정부가 백기를 들고 항복했다. 의사들을 압박하기 위한 본보기용 고발도 취하했다. 반면 지금은 의대정원 확대를 지지하는 국민 여론이 압도적이고, 윤석열 정부는 이에 힘입어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병원 복귀를 거부하는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과 주동자에 대한 고발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전공의들이 심사숙고할 시점이 됐다. 의대정원 확대 반대 명분이 너무 취약하다. 부실한 응급·필수의료에 장기간 지친 국민들은 의료 인력 확대를 지지한다.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지방일수록 더하고, 실제로 지방의대들이 정부의 정원확대에 호응하고 있다. 중환자들의 생명을 명분 없는 집단행동의 동력으로 삼는 것도 문제다. 국민은 의료인의 양심과 도덕성을 의심한다. 이래서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과 싸우는 꼴이 되고 사태 해결의 당사자 지위를 잃게 된다.정부도 사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의대정원 확대 정책의 가장 큰 이해 당사자는 개원의와 의대교수들이 아니라 전공의다. 전공의는 의료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지위를 위해 약탈적 의료노동을 제공하는 처지다. 의료 인력 대폭 확대로 기대했던 기득권이 깨질까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득권 선점자인 개원의 단체가 아니라 전공의를 협의와 협력의 파트너로 격상시켜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이제 의료시장에 진출하려는 전공·전임의들은 기득권 의사단체들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의료시장 개혁을 말할 수 있다. 정부는 필수·응급의료 확대, 지방 의료 인프라 재건, 건강보험 수가 개혁 등 미래 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