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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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폭전담조사관 새학기 도입 미덥지 않다 지면기사
3월 새 학기부터 전국 학교 현장에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이 배치된다. 학폭조사관은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가해·피해 학생에 대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학교가 자체 종결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닐 경우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 사례회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등에도 참석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월부터 교육지원청별로 모집해 지원자 783명 중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거쳐 506명을 위촉했다. 92명을 선발하는 인천시교육청은 1차 서류전형에 80명이 통과했고, 사전연수 이수 후 오는 22일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올해 전국 2천700명 규모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경기도교육청 학폭조사관 경력을 살펴보니, 퇴직경찰(39.7%), 퇴직교원(23.7%), 그 외 상담전문가(8.3%) 순이다. 대다수가 전문직 경력 보유자로 보이는데 전체가 그런 것인지는 의문이다. 학폭 문제의 민감성을 감안하면 전체 학폭조사관 중의 일부라도 현장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제도 전체를 위협할 공론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학폭조사관 전체의 전문적 역량이 강조되는 이유다. 하지만 교육부는 학폭조사관 선발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뒤, 열흘 남짓한 역량 강화 연수 후 현장에 투입할 준비를 마쳤다. 학폭조사관의 엄중한 기능에 비해 사전 준비가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지역별로 제각각인 학폭조사관의 건당 수당체계도 문제다. 경기도교육청은 1건에 20만~40만원, 인천시교육청은 20만원, 서울시교육청은 18만원이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까지 갈 경우 추가 조사가 필요해 1건에 수개월을 매달려야 할 수도 있다. "자원봉사 재능기부다",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낫다"라는 불만이 제기되는 배경이다.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려는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부실한 전문성과 보상 때문에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학교폭력은 교육주체 간의 이해가 충돌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학생과 유대가 없는 학폭조사관이 교화보다 실적 위주의 조사에 주력하면 학교가 소송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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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쟁 중이라도 국가 응급의료시스템은 작동해야 지면기사
이른바 '빅 5' 병원 전공의들의 진료거부 시점이 내일로 다가왔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우리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서울지역 대학병원의 전공의들이 오늘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부터는 근무에 들어가지 않을 예정이다. 지난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이들 5개 대형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해 결정한데 따른 집단행동이다. 다른 지역에선 이미 사직서 제출이 시작됐다. 인천에선 가장 먼저 가천대길병원 전공의 20여 명이 사직서를 집단 제출했고, 경기도 수원의 아주대병원 전공의들도 사직서 제출에 동참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17일 첫 회의를 열고 전공의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한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레지던트와 인턴을 뜻하는 전공의는 우리나라 필수의료체계에서 핵심인력이다. 전공의들은 각 지역의 주요 대형병원에서 응급의료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병동의 환자 상태를 관리하고, 수술 지원과 응급실 운영을 맡는다. 특히 야간 응급실은 전적으로 전공의 인력에 의지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진료거부는 사실상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의 마비를 뜻한다. 각 동네마다 있는 개원의들의 진료거부와 전공의들의 그것이 갖는 의미가 다른 까닭이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하다 포기한 가장 큰 요인도 전공의 진료거부였다. 당시 전국 전공의 1만5천여명 중 80% 이상이 진료거부에 동참해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고, 결국 정부는 손을 들었다.4년 만에 재연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과 대치는 그야말로 한 선로에서 마주 보고 달리는 폭주 열차의 모습이다. 의료계는 확전을 경고하고 있고, 정부는 의사 면허 박탈 등 엄정 대처를 강조한다. 예고한 충돌 시점까지도 임박했다. 만약 그대로 충돌한다면 그 사상(死傷)의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 바로 국민의 몫이다. 전공의가 그 명백한 사실을 알면서도 진료거부를 강행한다면 국민을 인질로 삼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대의와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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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대로는 의미있는 제3세력 출현 기대할 수 없다 지면기사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민주개혁진보연합(민주연합)이 창당 발기인 대회를 갖고 출범했다. 민주연합은 지역구·비례공천을 통합하고 공동정책과 공약도 발표한다고 한다. 민주연합은 통합진보당 후신인 진보당뿐만 아니라 연합정치시민회의도 참여하고 있다. 비례를 목표로 다른 한편에서는 새진보연합(기본소득당,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이 이미 결성됐다.이름도 생소한 이들 정당은 민주당이 22대 총선에서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준위성정당 창당을 도입할 것을 결정하면서 출현한 정당들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여야가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사실상 47석의 비례의석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군소정당의 원내 진입을 용이하게 한다는 명분으로 선거법을 개정했지만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법의 취지는 왜곡되고 거대 정당들의 기득권 챙기기는 여전했다.민주연합과 새진보연합은 민주당과 친화적인 정치세력이다. 민주당은 진보당의 현역 강성희 의원의 지역구인 전북 전주을을 비롯해 경기 의정부을과 화성갑, 서울 관악을, 울산북 등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지역구 '양보'를 통하여 야권 후보 단일화의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정당은 지역구나 비례대표를 막론하고 총선 이후에 민주당 '2중대' '3중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군소정당이라곤 하지만 연동형이 지향하는 진정한 군소정당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이다.게다가 거대 양당에서 이탈한 제3지대의 개혁신당은 지난 9일의 전격적인 통합에도 불구하고 당내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정의당 출신의 류호정 전 의원과 배복주 전 부대표의 개혁신당 합류에 대해 이준석 대표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낙연·이준석 두 공동대표 간에 불협화음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22대 국회는 역대 어느 국회보다 여야의 대립이 극단적이다. 이재명 대표가 내세운 준연동형과 준위성정당의 명분은 중간지대의 출현을 통한 거대 양당제의 혁파일 것이다. 그럼에도 작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22대 총선 결과 역시 의미있는 제3의 정치세력의 출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럴 거면 병립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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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실 행정'에 철퇴 가한 용인경전철 배상 판결 지면기사
혈세 낭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용인경전철 사업과 관련, 법원이 전임 용인시장 등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2013년 10월 주민 소송이 제기된 지 10년여만이다. 현 용인시장이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등에 214억6천만원을 청구하라는 게 판결의 요지다. 전임 시장 등이 무리하게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혈세가 낭비됐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한때 경전철 사업은 마치 유행이라도 하듯 전국 각지에서 추진됐다. 사업비로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데다 매년 운영비로 수백억원을 써야 하는 '돈 먹는 하마'인데 비해 예상 밖의 미미한 수요로 골칫덩이로 전락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역만 다를 뿐 공통적으로 혈세 낭비 논란이 불거졌고, 일부 지역에선 법정 다툼으로 비화됐다.용인은 이런 경전철 논란의 대표적 지역이었다. 2013년 운영을 시작한 용인경전철은 사업 추진단계에서 수입이 예측치의 90%에 미치지 못하면 부족분을 시 재정으로 메워주기로 협약하는 등 사업시행자에 과도한 이익을 보장한다는 의혹이 일었다. 무리한 협약 문제 등으로 시가 민간사업자에 지급한 금액만 지난 10년간 4천300억원에 달한다. 경전철 개통 6개월 만인 2013년 10월,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한 이유다. 하지만 판결의 현실화까지는 난관이 많다. 이정문 전 시장 등이 판결에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용인시가 재상고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대법원이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의정부, 인천 등 경전철사업이 도마에 올랐던 다른 지자체에서도 유사한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6천억원 이상을 투입해 만든 의정부경전철 역시 실제 이용량이 예측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데도 민간사업자에게 매년 막대한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 애물단지로 방치됐다가 지난해 10월 재운행을 시작한 월미바다열차도 손실이 계속 누적되고 있다.용인경전철 소송은 주민소송 제도가 도입된 후 처음으로 주민들이 지자체의 불합리한 민간투자 사업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이라는 점, 그리고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더라도 불합리한 행정엔 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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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현 고유섭 재조명 사업을 기대한다 지면기사
미술사가 우현 고유섭(1905~1944) 선생을 재조명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우현 고유섭 평전' 출간을 계기로 고유섭의 생애와 한국 미술사 연구의 업적에 대한 문화계의 관심이 높아졌다. 고유섭은 '조선미술사', '조선탑파의 연구', '고려청자', '조선건축미술사 초고', '미학과 미술평론' 등 미술사 관련 저서를 집필했으며, 한국 미술의 역사와 미학의 체계를 정립하는 데 일생을 바친 미술사 연구의 선구자로 평가받아 왔다. 지난 14일에는 '우현 고유섭 평전'을 쓴 이원규 작가의 초청 강연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우현 선생을 기리고 기억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논의되었다. 1974년, 인천시립박물관에 우현 추모비가 세워지고, 1992년에는 우현 동상이 세워졌다. 우현 탄생 100주년이 되던 해인 2005년에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하여 동아시아 근대 미학의 맥락에서 한국미학과 고유섭의 미학을 검토하였다. 또 '우현 고유섭의 생애와 연구자료전'을 개최한 바 있다. 또 우현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고, 우현 선생의 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자 우현상을 제정하여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까지 17회째 우현상을 시상해왔다.이처럼 우현 정신을 계승하려는 다양한 인천 문화계의 노력은 이어져 왔으나 정작 우현에 대한 연구를 촉진하고 우현의 미학 및 미술사 연구를 시민적으로 확산하는 일은 소홀했다는 지적이 높다. 일반인들은 물론 인천시민들에게도 우현은 미학 미술사 연구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을 뿐 정작 그 학문적 성과가 무엇인지는 제대로 소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우현의 대표적 연구성과인 '조선탑파의 연구'를 시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관련 저술지원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올해는 고유섭 선생이 타계한 지 8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인천의 대표적 인물인 고유섭 재조명 사업에 인천시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현 관련 자료를 정리하는 일도 시급하다. 안타깝게도 우현의 친필 원고를 비롯한 중요 연구 자료는 현재 동국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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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존폐 기로에 선 사전청약제도 손 볼 때가 됐다 지면기사
아파트분양 사전청약제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사전청약 포기 사례들이 속출한 것이다. 사전청약 무용론까지 등장했다. 인천 검단신도시의 제일풍경채 3차의 경우 2021년 9월에 총 610가구 중 551가구를 사전청약했는데 본청약이 1년 4개월 미뤄지면서 본청약으로 이월된 물량이 300여 가구로 쪼그라들었다. 전국의 사전청약 사업장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유사한 현상들이 확인되고 있다.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아파트 당첨권을 수요자들이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것이다.2년 전 사전청약을 진행했던 인천 서구 '가정2지구 우미린B2블록'의 시공사인 심우건설이 올해 초에 사업을 철회한 사례는 더 주목된다. 사전청약 당시 분양가는 인근 시세보다 저렴했지만 근래 집값이 하락해 분양가와 시세 간의 차익이 줄면서 대거 청약 포기가 발생한 탓이다. 건축비 앙등에 따른 수익 축소는 설상가상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민간단지 중에서 '제2의 우미린'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사전청약은 본청약보다 2년 앞서 미리 청약하는 제도로 당첨에서 입주 시까지 소요기간이 가장 길다. 이명박정부 때 주택 가격 급등을 저지할 목적으로 보금자리주택에 처음 시행했으나 지지부진했던 것을 2021년 7월 부동산 과열을 우려한 문재인정부가 수요 분산을 위해 본격 시행했다. 2021년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사전청약으로 16만3천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는데 이중 수도권 물량이 13만3천가구(82%)였다. 공공분양에서만 추진하던 사전청약을 민간분양 물량에도 적용했다.사전청약 주택은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물량인 만큼 민간아파트의 분양가보다 저렴해 인기가 매우 높았다. 그런데 근래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 등으로 본청약 분양가가 사전청약 당시 예상 분양가를 초과해 실익이 없어졌다. 당첨돼도 계약금이 당장 필요하지 않은 데다 당첨 후에 포기해도 재당첨 제한도 없다. 2021년 7월∼2023년 6월 공공아파트 사전청약 주택 4만4천352채 중 실제 본청약까지 이어진 경우는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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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화 '그린바이오 특화도시', 이중삼중 규제 풀어야 지면기사
강화군의 행정구역 면적은 411.4㎢다. 그런데 규제 대상 지역 면적이 673㎢로 행정구역 면적의 1.6배나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시설보호법, 문화재보호법, 산지관리법, 농지법 등에 의해 이중삼중의 규제를 받게 되면 그렇게 된다. 특히 낙후된 접경지역인데도 불구하고 적용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규제가 현실적으로 가장 무겁고 버겁다. 기업 유치 지원, 개발 부담금과 세제 감면 등의 정부 지원 수혜를 근원적으로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그 결과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33%를 차지해 초고령 사회로 분류된다. 행정안전부는 이미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대로 가면 인구소멸지역이 될지도 모른다.인천시가 강화도 남단에 '그린바이오 특화도시' 청사진을 마련 중이라는 경인일보 보도는 그래서 일단 반갑다. '뉴홍콩시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그린바이오 연구·실증·생산이 한곳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녹색생명공학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관광메디컬 시설, 뷰티·헬스케어센터, 해양자원을 활용한 해양치유센터 등 전후방 관련 산업도 유치한다. 해안이 내려다보이는 곳에는 휴양형 단독·공동주택을 건립하고, 옹진군 신도와 강화도 남단을 잇는 평화도로 2단계 사업도 계획에 반영시킨다. 그린바이오 특화도시 구역 지정, 개발·실시계획 수립 등의 절차를 거쳐 1단계는 2033년, 2단계 사업은 2039년까지 각각 마무리하겠다는 게 인천시가 마련한 시간표다.그러나 이렇게 멋진 개발계획도 강화군을 이중삼중으로 에워싸고 있는 저 얽히고설킨 규제의 그물을 걷어내지 못하면 공염불이다. 규제 완화 없이는 한낱 공상에 불과할 뿐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 한다. 강화도 남단 일대가 경제자유구역이나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될 수 있도록 정부를 설득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각종 세금과 부담금 감면 혜택이 주어지고, 기반시설 조성을 위한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민간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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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본권 보장해야 할 공공부문의 차별행정 지면기사
경기도내 중동 및 중앙아시아 등 이슬람 문화권 이주민 가정의 학생들이 한국식 식단으로 구성된 학교급식으로 배를 곯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돼지고기가 자주 오르는 학교급식을 이슬람 율법상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종교적 금기는 극복할 수 있는 문화적 차이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의 문제다. 무슬림에게 돼지고기 조리 음식을 강제하는 것은 종교적 폭력이자 인권 침해이다. 도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 4만4천여명 중 중동·중앙아시아 출신 학생들이 1주일에 몇 번이고 학교급식을 못 먹고 배를 곯고 있다. 이런 학생들이 수백명인지 수천명인지 전혀 모른다. 도교육청이 현장을 확인했다는 행정의 흔적이 없다.정부는 2008년부터 관공서 행정보조직을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청년행정인턴' 사업을 시행 중이다. 청년 일자리 확대 차원에서다. 하지만 사업명을 '대학생행정인턴'으로 고쳐야 할 판이다. 사업 대상을 대학생으로 제한하는 현실 때문이다. 지난해 도내 31개 기초단체 중 24곳이 청년행정인턴 사업의 지원 자격을 대학생으로 못 박았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대학생 아닌 청년들은 청년이 아니냐는 상식적인 비판을 이유 없이 십수년 째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보조나 민원인 안내 같은 단순 단기직 채용마저 학력으로 구분하는 행정은 시대착오적인 공적 폭력에 가깝다.두 사안 모두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입했다. 그 정도로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로 판단했다는 증거다. 2020년엔 소수 종교 학생들에 대한 할랄급식 미제공에 대한 차별과 관련해, 17개 시·도 교육감에게 일반 급식을 먹을 수 없는 아동의 현황 파악과 대체식 제공을 학교급식 행정에 반영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지난해엔 대학생으로 지원자격을 제한하는 청년행정인턴 사업이 차별 행정의 소지가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하지만 소수 종교 학생들이 돼지고기 급식을 거부하고 배를 곯거나 따로 비용을 들여 도시락을 지참해야 하고, 대학생이 아닌 청년들은 정부의 청년사업에서 배제되는 현실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부, 지방·교육자치단체는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을 정책과 행정으로 지켜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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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소규모 관광단지' 수도권 역차별 안된다 지면기사
수도권인 인천 강화·옹진군과 경기도의 가평·연천군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소규모 관광단지' 조성계획에서 제외될 위기에 놓였다. 관광단지 지정제도는 1975년 외화유출 방지와 지역경제 기반 구축, 고용 창출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관광단지는 49곳이다. 문체부는 올해 상반기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인구감소지역에 한해 소규모 관광단지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해당 지역의 생활인구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수도권과 광역시의 인구감소지역은 제외했다. 전국 인구감소지역 89곳 가운데 수도권 4곳을 비롯해 부산 3곳(동구·서구·영도구), 대구 3곳(남구·서구·군위군) 등 10곳을 뺀 79곳만 소규모 관광단지 지정이 가능한 상태다.'관광단지'로 지정되기 위해선 50만㎡ 이상 사업 대상지에 공공편익시설과 함께 관광호텔 등 숙박시설을 필수적으로 짓고, 운동·오락시설과 휴양·문화시설 중 1개 이상을 갖춰야 한다. '소규모 관광단지' 지정 기준은 이를 대폭 완화했다. 문체부는 면적 기준 5만㎡ 이상 30만㎡ 미만, 공공편익시설과 숙박시설만 지어도 소규모 관광단지 지정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소규모) 관광단지로 지정되면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개발부담금 면제, 취득세와 공유재산 임대료 감면, 관광진흥개발기금 융자 지원 등 혜택이 부여된다.정부가 지역 사정을 따지지 않고 수도권 카테고리에 매몰됐다는 지적은 이번에도 나온다. 접경지역이자 도서지역인 인천 강화·옹진군은 인구감소지역이면서 노후주택 비율, 하수도 보급률, 유아 1천명당 보육시설 수 등 각종 지표가 지방 기초단체보다 열악하다. 수도권 규제와 함께 군사시설, 문화재 보호 등 이중삼중의 규제를 받는 곳이다. 경기 동부와 북부권의 가평·연천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성장관리권역으로 묶여 있어 비수도권보다 불리한 여건에서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은 강화·옹진군의 수도권 규제 완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대통령까지 인정한 수도권 규제의 불합리함을 문체부가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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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대 증원, 국민건강권 볼모로 극단 갈등 안된다 지면기사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 2천명 증원 방침을 발표하자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결의하는 등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의사단체들은 15일 전국 16개 시도 의사회 궐기대회 등 본격적인 투쟁에 나설 채비 중이고, 정부는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대형병원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집단 휴업이나 연가투쟁, 집단 사직서 제출 행동에 나설 경우 의료 현장의 혼란과 진료 차질이 불가피해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의료현안협의체를 1년 넘게 28차례나 진행했다면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논의했길래 사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가.의협은 "정부에 숫자를 제시해 달라고 여러 번 요구했지만 한 번도 2천명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파업 시 즉시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징계한다는 초강수 입장이다. 전공의를 교육하는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까지 명령했다. 국민 건강권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있는지 정부와 의사단체에 묻고 싶다.정부가 발표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규모는 5천56명, 올해보다 무려 2천명 65.4%가 한 번에 늘어나는 유례없는 일이다. 계획대로 실현된다면 제주대 의대 신설 이후 27년만이다. 정부가 대규모 증원 계획을 발표한 배경에는 2035년 의사 1만명이 더 부족해져 모두 1만5천명의 의사 충원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사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사에 대한 낮은 처우 때문에 지역·필수의료의 의사 인력이 부족한 만큼 정원을 늘려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라고 항변한다.대형병원의 소문난 명의에게 진료받기 위해 수개월 아니 심한 경우 1~2년 전부터 예약해 놓고 새벽부터 소아과 오픈런 하는 게 우리 의료 서비스의 씁쓸한 풍경이다. 무작정 의대 정원을 늘려도 지역과 공공·필수의료에 적절히 배치되지 않는다면 이번 파격적 증원은 하나마나 한 일이 된다. 적절한 보상이 없는데 지역과 공공·필수의료를 기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