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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살인 연기' 차단 급식실 환기 개선 시급하다 지면기사
인천시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에서 급식을 담당하는 조리실무사는 499개 학교 2천639명이다. 정원(3천28명)보다 389명이 적다. 부족한 인원만큼의 일을 나눠서 해야 해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다. 1명이 수십~수백명의 식사를 담당해야 한다. 지난달 1일자로 신규 채용한 226명 중 21명이 한 달도 안 돼 사직했을 정도다. '고된 노동'도 문제지만 조리실무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산업재해다. 발암물질 조리 퓸(cooking fumes)에 노출된 노동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급식실에서 식재료를 볶고, 튀기고, 굽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인 조리 퓸은 폐암을 유발한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미 지난 2010년 조리 퓸 노출량과 폐암 발병의 상관관계를 연구보고서로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조리 퓸의 위험성이 뒤늦게 제기됐다. 인천시교육청이 지난해와 올해 학교 급식실 노동자를 대상으로 폐 CT 검진을 시행한 결과 폐암 확진 판정을 받은 이는 6명에 이른다. 주변에 폐암 발병이 하나둘 생기면서 노동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이처럼 급식실 현장은 열악한 반면 교육 당국의 설비 개선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인천시교육청은 조리 퓸에 의한 폐암 발병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급식실 환기 설비를 개선하는 공사를 계획했다. 본래 내년까지 474개 공립학교에서 진행하기로 한 계획은 2년 늦춰졌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학교 급식실 업무환경 개선 종합계획'을 내놨지만 환기 설비 개선 사업을 모두 끝내는 시점을 지금으로부터 4년 뒤인 2027년으로 잡아 급식 현장에서는 사업 추진 속도를 체감하기 힘들다.발암물질 조리 퓸은 '살인 연기'로도 불린다. 이 연기 속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폐암을 얻은 동료의 소식을 종종 접하면서도 일터에 나가야만 하는 처지를 교육 당국은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학사일정 등의 이유로 급식실 개선 공사가 지연되는 건 일견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발암물질 속에서 일해야 하는 급식 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는 작업 역시 후순위로 밀릴 수 없는 사안이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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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별법도 무용지물인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공포 지면기사
경인일보의 경고 보도로 공론화된 정모씨 일가족 전세사기 의혹 사건이 수원시를 발칵 뒤집어 놓은 지 10여일이 지났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피해자들은 뾰족한 대책이 없어 불안하다. 앞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다수의 대형 전세사기 사건으로 정부와 지자체 등이 대책을 내놓고, 검·경이 엄정한 법 집행을 다짐했지만 피해자들에겐 공염불에 가깝다. 피해 구제의 핵심인 전세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사건 구조 때문이다.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가 지난주 마련한 수원 전세피해자를 위한 현장 설명회에는 대부분 청년 세대인 수백여 명의 피해자들이 참석했다. 경기도 관계자들은 전세사기특별법과 경기도의 피해자 지원 정책을 설명했다. 그러나 전세보증금의 현실적 반환 가능성을 알고 싶은 피해자들은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고 한다.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전세사기특별법은 떼인 전세보증금 만큼의 무이자 대출, 전세대출 미상환금 장기 무이자 분할 상환, 주택우선매수권 등 피해자 지원 대책을 담고 있다. 지자체들도 지원 정책을 마련했는데, 경기도의 경우 150만원의 이주 비용과 100만원의 긴급 생계자금을 지원한다.모두 전세사기 피해가 확정되고, 피해 원금 회수가 불가능해진 뒤의 대책이다. 피해자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정씨 일가족의 전세사기 의혹 관련 예상 피해액이 확인된 세대는 394세대 475억원에 달한다. 피해 예상 주택은 671세대로 피해 금액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피해자들의 한결같은 공포는 전세금 회수 불가능 사태다.피해자들은 정씨 일가에 대한 경찰·검찰의 신속한 수사와 재산 동결을 원한다. 100명이 넘는 피해자가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경찰은 정씨에 대한 조사도 시작하지 않았고, 검찰은 뒤늦게 검·경 공조에 나섰다.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피의자들이 대개 가벼운 처벌로 피해복구 의무를 회피하고, 일부 피의자는 사기의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된 과정들을 기억하며, 이번 사건 수사 결과를 우려하고 있다.검·경은 신속한 수사로 전세사기 혐의자의 재산은닉 가능성을 봉쇄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특별법을 손질해야 한다. 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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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저장 강박 의심 가구 지원책 마련해야 지면기사
'저장 강박' 의심 가구가 늘고 있다. 사회적 관계 단절과 고립 등에 의한 결핍이 저장 강박이란 증상으로 발현되고 있다고 한다. 저장 강박은 쓸모없는 물건인 데도 주어다가 버리지 않고 집 안팎에 쌓아놓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다.저장 강박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한다. 국내에선 아직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사회적, 경제적 결핍을 느끼는 가구에서 저장 강박 증상을 겪는 사례가 많다고 보고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취약계층의 사회적 활동 제약과 경제적 어려움, 정서적 문제 등이 지금에 와서 더욱 심각하게 표출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저장 강박 의심 가구는 안전이나 건강 등이 위협되는 '자기 방임'의 상황에 놓여 있다. 불안, 우울증, 치매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저장 강박은 가정불화를 일으키는 불씨가 되기도 한다. 쓰레기 집이 되면서 벌레가 꼬이고 심지어 집 밖으로까지 나온 쓰레기에 이웃과의 갈등도 빚어진다. 개인 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전문가들은 저장 강박을 인지행동치료 또는 약물치료를 꾸준하게 받으면서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본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장 강박 의심 가구에는 치료비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장 강박 의심 가구는 사후 관리도 중요하다고 한다. 쓰레기를 치우더라도 정신과 상담 등 치료를 받지 못하면 평균 6개월~1년을 주기로 다시 '쓰레기 집' 상태로 돌아오는 가구가 많기 때문이다.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저장 강박 의심 가구를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잇달아 제정하고 있다. 인천에선 이런 가구에 주목해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기 시작한 게 불과 2년밖에 되지 않는다. 2021년 8월 남동구를 시작으로 올해 5월 계양구, 7월 미추홀구, 9월 중구 등 4개 기초자치단체가 이 조례를 마련했다.인천만 하더라도 저장 강박 의심 가구는 이미 74가구(남동구 13가구, 중구 4가구, 미추홀구 57가구)에 이른다. 다른 군·구에선 이런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한다. 실태 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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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선 참패에 책임지지 않는 국민의힘 지도부 지면기사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난 후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국민의힘 임명직 당직자들의 사퇴 등 여당 내에서 쇄신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참패 원인에 대한 반성과 제대로 된 진단이 나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의 보선 패배는 예견되어 왔던 바다. 단순히 강서구의 선거지형이 국민의힘에 불리하다거나 투표율이 높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그동안 보여왔던 정권의 오만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와 무리한 이념 공세, 협치를 외면한 불통, 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해병대 전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의혹 등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낮은 지지로 연결된 것이다. 더구나 김태우 후보는 선거 원인 제공 당사자다.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후보를 사면 복권 시켜 무리한 출마를 강행한 것부터가 민심에 부합하는 정치가 아니었다.이에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는 선거 패배 후 김기현 대표가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의에 배치되는 대통령실의 결정들에 대해 집권당으로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이의제기나 건의조차 하지 못하는 식물정당의 양태를 보여온 여당의 대표가 취할 자세가 아니다. 어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당 쇄신과 관련한 여러 방안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선거 참패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김기현 대표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뇌고 있다. 임명직 당직자뿐만 아니라 대표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책임성과 대표성이다. 이는 정권을 담지하는 측이나 당 지도부가 당원들에 대해서도 견지해야 할 원리이다. 대선이나 총선에 패배하면 당연히 물러나야 할 당 대표와 지도부가 기초단체 선거라고 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내년 선거에서는 지난 2020년 선거 때보다 더 큰 실패를 맞을 수도 있다. 애당초 강서구청장 선거에 총선 전초전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선거판을 키운 쪽은 국민의힘이었다.대통령실 역시 책임을 여당에만 미룰 일이 아니다. 애당초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사면 복권해서 공천까지 준 당사자는 다름 아닌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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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철 득표 쟁점으로 전락한 수원군공항 문제 지면기사
수원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지역간 갈등이 민주당내 갈등으로 번졌다. 경인일보는 지난 4일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수원 무)의 수원군공항 이전 특별법 발의 계획을 보도했다. 수원군공항 이전 및 민군공항 설립 특별법과 군공항 부지 개발 특별법을 연말까지 발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민주당의 송옥주(화성 갑) 국회의원이 12일 "수원전투비행장의 꼼수 이전 주장을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수원군공항 문제가 부상하는 것을 보니 선거철이 임박했음을 알겠다. 수원시의 숙원인 수원군공항 이전은 2017년 국방부가 예비이전후보지로 화옹지구를 발표한 뒤로 한 치의 진전 없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화성 동부지역의 결사반대 때문이다. 대신 선거철 쟁점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는 수원시 민주당 후보들이 합동공약으로 내세웠고, 대구 출신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대구 군공항 이전의 주역임을 내세우기도 했다.김 의장이 특별법 발의를 언명한 것도 지역구내 군공항 이전을 염원하는 유권자를 의식한 행보일 것이다. 수원 선거구를 장악한 민주당 현역의원들도 같은 처지이다. 정체된 군공항 이전에 실망한 민심을 특별법 발의로라도 달래야 할 입장이다. 반면 군공항 이전을 불발시켜야 하는 송 의원은 특별법 발의가 지역구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폭거라 반발한다. 군공항 이전을 무조건 찬성하고 반대해야 지지받는 지역 갈등이 적대적 공생으로 진화한 양상이다.이런 상황이 군공항 이전에 따른 국가이익을 논의할 기회마저 봉쇄하고 있다. 수원과 화성에 걸친 군공항 이전은 단순히 소음문제가 아니라 국가이익과 국방전략상 손익을 따져 결정할 문제다. 인구밀집지역의 군공항은 비행 훈련의 제약을 받는다. 기체 결함이 발생해도 조종사는 민간희생을 막으려 기체를 버리지 못해 순직한다. 유사시 군공항 인근 민간인 밀집지역이 적의 표적이 된다.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소음 배상 및 보상 규모도 부담이다.김 의장을 비롯한 수원시 국회의원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득표에 불리한 송 의원의 정치 환경도 현실이다. 지난 4년 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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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감사로 시정질의를 대신할 수는 없다 지면기사
인천시의회가 의회 고유의 목적을 스스로 훼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인천시의회가 인천시의 '국정감사 준비'를 이유로 시의회 시정질문 일정을 축소해주는 '선심'을 베풀어준 것이다. 인천시의회는 11일 제290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20일, 23일 2일간 예정된 시정질문을 24일 단 하루로 단축한 일정에 맞춰 유정복 인천시장 출석을 요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국정감사 자료 제출 요구 등으로 행정력이 많이 투입되면 시정질문 답변 준비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인천시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인천시의회가 일정을 축소 조정해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도 유정복 시장이 아시아·태평양 재난위험 경감 각료회의와 지난 6월 하계 다보스포럼(WEF) 참석을 이유로 시의회 회기 일정을 조정한 바 있다. 앞서 민선 7기 때인 2018년 8월에도 박남춘 인천시장이 중앙정부 행사 참석을 이유로 시정질문 일정을 단축하면서 논란이 됐다. 시장이나 인천시 형편에 따라 시정질문 일정을 조정하거나 축소해주는 '선심'은 인천시의회가 대의기관의 독립성과 권위를 스스로 부정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문제의식이 없기 때문이다.이번 가을의 시정질문은 시의회가 시 정부 주요 현안 성과를 살펴보고 앞으로 시정 방향을 짚어야 할 시기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내년 4·10 총선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지역사회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천시의회가 시정질의와 행정사무감사를 어느 때보다 충실하게 해야 할 시점이었다. 국정감사는 천재지변이나 불가항력의 사태가 아니라 행정기관의 일상적인 업무이다. 국정감사는 시의회의 고유 기능인 시정질의를 연기하거나 축소할 사유가 될 수 없는 것이다.시장과 시의회의 다수 의석을 점유한 시의원의 정당이 같을 때마다 되풀이되는 시의회의 '행정부 하부기관 혹은 행정부 시녀 논란'은 이제 근절돼야 한다. 시의회와 시의원들은 스스로 되물어 보기 바란다. 국정감사가 인천시의회의 시정질문을 대신할 수 있는가? 시장의 일정에 의회일정을 맞추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무엇보다 인천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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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민 없는 축제, 성남시 시민 참여형으로 개선해야 지면기사
가을을 맞아 경기도 전역이 축제로 물들고 있다. 수부도시 수원의 '2023 힐링폴링 수원화성'을 비롯해 정약용 선생이 태어난 남양주에선 '다산 정약용 문화제', 포천은 산정호수의 수려한 풍경을 활용한 '억새꽃 축제', 밥맛 좋은 쌀로 유명한 이천과 여주는 각각 '쌀 문화축제'와 '오곡나루축제' 등으로 가을 정취를 느끼려는 방문객들을 불러 모은다.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부실한 내용으로 '축제를 위한 축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성남시는 '성남페스티벌'을 대표축제로 만들겠다며 15억원의 예산을 사용했는데, 공감할 수 없는 내용으로 축제의 주역인 시민들의 참여와 반응이 미미했다. 탄천 위에 설치된 수상무대는 관람객들에게 잘 보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허약한 서사와 볼거리 등은 시민들이 집중하기 힘들었다는 평가다.이날 행사장 주변 보도교인 세월교의 인원 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지만, 단 4일간의 페스티벌을 위해 수변과 하도의 식생을 제거하는 생태파괴라는 악수까지 두면서 무엇을 위한 축제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게다가 성남페스티벌 이틀째인 지난 7일에는 메인행사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스나 시설물이 시민들을 이끌지 못하고 한적한 모습을 보이면서 성남시 대표축제로 만들겠다는 비전은 한계를 드러냈다.성남시는 이미 십수년 전부터 시민들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대표축제와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을 사용해왔다. 그럼에도 이번 선보인 성남페스티벌은 시민이 없는 축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성남페스티벌에 투입된 17억원(시비 15억원·후원 2억원)에 비해 현저히 적은 예산으로 전 국민이 알만한 축제가 상당히 많다. 콘텐츠는 다양하지만 성공한 축제들의 성공방정식은 '지역 정체성'을 주제로 삼은, 시민들이 축제의 주역이라는 점이다.신도시를 기반으로 성장한 도내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민 모두가 공감하는 전통적 지역 정체성을 내세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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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파격적이고 혁신적으로 유턴기업 지원하라 지면기사
경기도가 해외진출 국내 기업의 도내 유치에 열심이다. 도는 2020년에 지방정부 최초로 '해외진출기업의 복귀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기업당 7년간 최대 5억원까지 지원하고 있는데 지난 10일에는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베트남 진출기업 투자·비즈니스 포럼'까지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 40여 사가 참여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경쟁국들의 자국 기업 국내복귀(리쇼어링) 작업이 한창이다. 최근 미중갈등, 세계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 탈세계화 조짐 등이 배경이다. 각국은 경기불황 해법의 하나로 자국 기업의 리쇼어링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정부 집권초인 2009년부터 자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외국 기업의 현지화까지 추진 중이며 EU(유럽연합)는 최근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을 내놓았다. 일본은 '경제안전보장법' 등을 통해 자국 복귀 기업에 대한 세제와 지원금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그 결과 미국으로 유턴한 기업은 2014년 340개사에서 지난해에는 1천844개사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애플, 보잉, GE 등의 미국 복귀가 눈길을 끈다. 일본도 2018년에 612개 기업을 비롯해 해마다 600∼700개 기업이 회귀하고 있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기업 재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파나소닉, 혼다, 로봇시장의 강자인 세이코엡손 등이 일본열도에 정착했다. 우리보다 규모가 작은 대만도 한해에 들어오는 유턴기업이 연평균 72개이다.한국도 2013년말에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을 제정하고 우리 기업의 리쇼어링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나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복귀를 선언한 유턴기업은 총 160개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정부가 유턴기업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주얼리, 신발 등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잃은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10년 동안 대기업의 국내복귀는 전무하다. 높은 법인세와 불확실하고 까다로운 인센티브제, 경직적인 노사문화, 수도권규제 등이 결정적 원인이다. 지난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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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천 하수처리장, 현대화 시급하다 지면기사
인천 연수구 동춘동의 승기하수처리장과 서구 가좌동의 가좌하수처리장 등 인천의 대표적인 환경시설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인천 앞바다에 비상이 걸렸다. 승기하수처리장은 연수구와 남동구 일대 하수를 하루 최대 35만t, 가좌하수처리장은 중구·동구·미추홀구·남동구·부평구·서구 등 6개 기초단체의 51개 동에서 나오는 35만t을 처리하고 있다. 승기하수처리장의 방류수는 람사르습지인 송도갯벌에, 가좌하수처리장의 방류수는 인천교 유수지로 들어가 바다에 유입된다.인천시·인천환경공단 등에 따르면 올해 1~9월 가좌하수처리장에서 모두 6회의 방류수 수질 기준 위반 사례가 환경부에 적발됐다. 승기하수처리장 역시 올해 수질 기준 위반으로 2회의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았다.승기·가좌하수처리장의 방류수 수질 기준 위반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방류수가 수질 기준을 초과하면 횟수에 따라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최근 3~4년간 이들 하수처리장에 부과된 과태료 총액이 1억원을 웃돌 정도다. 문제는 이들 하수처리장이 낡아 방류수 수질 기준을 맞추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승기하수처리장은 지난 1995년에, 가좌하수처리장은 1992년에 운영을 시작했다. 이들 하수처리장은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환경시설로 내구연한(30년)이 이미 지났거나 내구연한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다. 하수처리시설의 사용연수가 20년 정도를 넘어서면 처리효율이 낮아져 방류수의 오염도가 높아지는 만큼, 이들 하수처리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물론 두 시설의 내구연한 도래와 맞물려 수년 전부터 시설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탓에 자꾸만 사업이 미뤄지고 있다. 여기에는 물가상승, 처리용량 확대 등에 따른 사업비 증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무산, 국비 확보의 어려움 등 시설현대화 사업의 발목을 잡는 요소들이 난맥상처럼 얽혀 있다.바다는 자연의 보고이자 삶의 터전이다. 노후 하수처리장의 오염된 방류수가 지금처럼 계속 바다로 흘러들어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수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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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킹에 뻥 뚫린 선관위,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지면기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개표 관리시스템이 해킹에 속수무책이라는 실태가 밝혀졌다. 너무 충격적이라 입을 다물 수 없다. 이 같은 결과는 국가정보원, 선관위,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약 두 달간 진행한 합동보안점검에서 드러났다.10일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 점검은 가상의 해커가 선관위 전산망 침투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투표 여부를 관리하는 통합 선거인 명부 시스템은 인터넷만으로도 침투가 가능했단다. 일단 침투하면 사전 투표 여부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었고, 심지어 유령 유권자 등록도 가능했다. 사전투표 용지를 증명하는 선관위 도장과 투표관리관의 도장 파일을 훔쳐, 실제 사전투표 용지와 QR코드가 같은 투표지를 인쇄할 수도 있었다.개표 시스템은 보안 관리가 허술해 해커가 개표 결과값을 변경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투표지 분류기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 투표 분류 결과 조작도 가능했다. 선관위 내부전산망은 인터넷을 통해 마음대로 침입할 수 있었다. 선관위가 지난해 자체 점검 후 100점 만점이라는 해킹 보안 점수가, 이번엔 31.5점에 불과했다.불순한 외부세력의 해킹에 투표와 개표가 모두 조작 가능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두동강 난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일단 발생하면 조작에 의한 선거결과를 교정, 수정하기 전에 국민이 정치적으로 분열된다. 공신력을 잃은 선관위의 오류 수정을 여론이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단 한 번 해킹만으로도 대한민국을 공멸의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 이를 바라는 외부의 적과 내부의 불온 세력들이 선관위 해킹을 시도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실제로 2021년 선관위 컴퓨터가 북한 해킹 부대 '김수키' 조직의 악성코드에 감염돼 대외비 문건이 유출된 적도 있다.선관위는 아무리 안전한 보안시스템도 완벽하지 않다는 논리로 항변한다. 투표용지 발급은 발급기 없이 불가능하단다. 정신 나간 변명이다. 선거관리로 나라를 지킬 헌법기관이 보안관리에 완벽을 추구할 수 없다니 어이 없다. 투표용지 발급기 같은 하드웨어 복제는 일도 아니다. 그런데 선관위는 직접 제작한 특허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