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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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에세이] 윤동주를 다시 읽는 밤 지면기사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무렵, 윤동주의 시를 읽기 좋은 계절이다. 하늘과 바람이 서늘해지고 별이 더욱 총총해진다. 동주의 시를 읽노라면 열기이거나 전류 같은 것이 가슴을 슥 베고 지나간다. 그가 고향 명동촌을 떠나 연희전문 문과를 다닐 때 머물렀던 기숙사 핀슨관이 학창시절 오르내리던 등굣길 왼편에 있었다. 그 앞 빈터에는 1968년에 후배들이 세운 '윤동주 시비'가 자리했다. 시비 앞에는 누군가가 바친 꽃다발과 담배 한 개비, 혹은 투명한 소주가 찰랑거리는 술잔 같은 것들이 놓여 있었다. 그가 한때 머물렀던 공간에서 보낸 시절 나는 젊디젊었다. 그렇게 만난 윤동주는 내게 영원한 청춘의 이름이 되었다. 작금의 세태에 심경 참담한 것은선배가 남긴 부끄럼 메시지로부터모두 너무 멀어졌다는 생각 때문 동주의 시는 염결한 영혼의 노래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서시) 기도할 만큼 욕심 없는 영혼의 시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쉽게 씌어진 시)이라며 괴로워하는 깨끗한 영혼의 노래다. 한때는 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 있다고 믿었다. 하나 누항을 떠돌며 세상의 분진을 뒤집어쓰다 보니, 한 점은커녕 손발가락의 합 안쪽으로 부끄럼을 헤아리는 것마저 감지덕지하게 되었다. 어쩌다 수월히 글줄을 쓰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얄팍한 그걸 재능인 양 우쭐하기도 했다. 시나브로 하늘을 우러르는 일마저 잊어갔다.동주는 스물일곱에 죽었다. 직업을 가져본 이력도, 아내도 자식도 없었다. 어쨌거나 학생 신분으로 밥벌이에서 자유로웠기에 한 점의 부끄럼조차 없는 영혼을 지킬 수 있었던 게다. 시집을 출판하겠노라고 이양하 교수를 찾아갔지만 때가 좋지 않다는 스승의 만류에 뜻을 꺾었으니 이른바 '등단'한 시인도 아니었다. 시인의 허울을 들쓰지 않았기에 부질없는 영광에 붙매여 허명을 쫓는 부끄럼에서 멀었던 게다. 스물일곱이라서 가능한 결백, 스물일곱이 아니라면 감당할 수 없는 순수. 어쩌다 그보다 곱절을 더 살아버린 후배가 구차한 변명과 어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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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가을밤에 생각한 것들 지면기사
가을의 징후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매미소리는 잦아들고, 밤의 서늘한 기운을 품은 풀벌레 소리의 데시벨이 부쩍 높아졌다. 불을 켜지 않은 채 풀벌레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데, 그것은 마치 영원의 저쪽에서 보내는 신호 같다. 몸 안의 가장 작은 뼈인 추골, 침골, 등골 등을 통해 이 소리가 전달된다. 이 청각의 기적을 타고 가을밤의 쓸쓸함과 멜랑콜리가 몰려온다. 물론 내 상태는 항우울제인 프로작을 삼켜야 할 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19세기 초 런던 거리에는 약 4만개의 가스등이 켜졌다. 헤드랜턴도 손전등도 없던 시절 작가 디킨스는 불면 때문에 축축한 습기와 안개가 짓이겨진 어둠이 유령처럼 떠도는 런던 거리를 쏘다녔다. 촛불과 고래기름을 써서 어둠을 밝히던 시대는 빠르게 지나갔다. 백열구가 나오고 산업사회로 진입한 뒤 인공조명들이 밤을 장악한다. 그리고 빛공해와 소음에 의해 밤은 잠식되었다. 이론적으로 인간은 밤하늘에서 3천개의 별을 식별할 수 있다지만 많은 별과 은하수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이에 따라 빛과 어둠의 순환주기가 깨졌다. 많은 양서류와 파충류들이 이것에 영향을 받아 생태적 교란에 빠졌다. 밤은 낮의 노동·근심으로부터 해방시켜줘달이 뜨면 고요·쓸쓸함·멜랑콜리를 맞는다 우리 영혼 깊은 곳에는 밤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이 깃들어 있다. 저 선사시대 인류의 뇌에 눌어붙어 있던 두려움이 유전된 탓이다. 밤마다 맹수들이 포효하고, 재앙은 어디서 덮칠지 몰랐던 시대에 밤은 지옥의 휘장이었다. 밤이면 소등과 통행금지가 시행되던 중세 때까지 밤은 약탈과 방화가 일어나는 위험한 시간으로 인지되었다. 악령들이 출몰하는 미지와 불가사의의 시간, 갖가지 범죄들이 들끓는 시간에 인류는 전전긍긍했다. "밤은 인간 최초의 필요악이자 가장 오래되고 가장 자주 출몰하는 두려움이다."(로저 에커치,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현대에 와서야 밤에 덧씌워진 사악한 이미지가 벗겨지고, 인류는 밤의 두려움에서 해방되었다.밤은 어둠의 시간이다. 밤은 개와 늑대가 분별이 안 되는 땅거미 질 때 시작한다. 해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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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경기도 문화체육관광 예산 확보 제언 지면기사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코로나19의 종식을 쉽게 낙관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문화체육관광 분야는 이러한 현실이 더더욱 가혹하게 여겨진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국가의 힘은 다른 국가 혹은 공동체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문화에서 나온다. 이것이 바로 '문화가 가진 힘'이다. 경기도는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문화강국을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 2022년의 문화재정 계획을 세우는데 있어 필요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경기도 문화체육관광 예산은 2018년 이후 전체예산 대비 2%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20년에는 2.14%에 그쳐 전국 평균 4.37%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어디서든, 누구나, 적정수준의 문화체육관광 분야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지금의 경기도 예산 수립의 방향으로는 경기도에 맞는 최적화된 시설 확충, 시·군별 문화자치 활성화를 통한 문화격차 해소, 체육지도자 육성, 무형유산의 보전 및 전승 안정화를 통한 종사자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추기가 다소 힘들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경기도 문화시설의 수는 전국 평균 이하인 곳이 많다. 그리고 경기도 기초자치단체의 자체 문화사업 비율은 65.2%로 전국 7위, 시·도별 인구 1만명당 평균 자체기획 문화예술 공연 건수는 전국 평균이 0.9건인데 비해 경기도는 0.6건으로 전국 8위인 것이 경기도 문화예술의 현주소이다.경기도는 문화예술체육 분야별 종사자 수가 전국 상위권이다. 예술인 중 예술활동증명을 완료한 사람은 17개 시·도 중 2번째이고 콘텐츠산업 업종별 종사자 수를 보아도 전국 63만6천여명 중 약 20%인 12만9천여명에 달한다. 지도자와 선수 등 체육분야 종사자도 전국 14만5천788명 중 경기도가 2만9천286명으로 20% 이상이 도내 사업장에 종사하고 있다. 문화예술체육 종사자가 경기도에서 안정적인 사업을 하려면 창업 생태계의 조성과 스포츠클럽 확대 등과 같은 생활체육 환경조성에 대한 연도별 전략과 예산 확충 등이 있어야 한다.특히 코로나19로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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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달팽이(이공명)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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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수원 군 공항 옆 땅에 공공택지개발 가능한가 지면기사
정부가 수도권 7개 지역에 12만채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공급 확대를 통해 공급난을 해소하고,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겠다는 것이다. 계획에 따라 화성 진안지구(진안·반정·반월·기산동)는 452만㎡의 공공택지에 주택 2만9천채를 공급하게 된다. 또 화성 봉담3지구는 1만7천채 규모의 미니 신도시로 조성된다. 이들 지역은 수원 군 공항 인근에 위치, 직간접적인 소음 피해와 일부는 개발제한에 묶인 땅이다. 지구 지정이 끝난 수원 당수지구도 군 공항 간접 피해 지역이다.화성시 등 해당 지자체는 군 공항 부지 인근인 진안지구가 택지지구로 지정된 건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공항 이전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택지개발사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진안지구 일원은 이미 고도제한 등 개발행위에 제한을 받고, 소음 피해로 집단민원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공항이 정상 운영되는 와중에 입주가 시작될 경우 소음 피해에 따른 집단민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발표 즉시 화성시장이 성명을 내고 군 공항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이유다. 현 상황에서 인구가 유입될 경우 피해 규모가 커지고, 지자체가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 우려한다.간접 피해 권역인 봉담과 당수 지역도 군 공항이 걸림돌이 될 것이란 입장이다. 69만㎡ 부지에 주택 5천호, 229만㎡ 규모 부지에 주택 1만7천호가 각각 조성되는 수원 당수2지구와 봉담3지구의 경우 일부 지역이 고도제한, 소음피해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군 공항 이전 문제는 후보지 주민들과 화성시 반대에 막혀 진전되지 못하고 수년째 공전하는 상황이다. 수원시는 공항 부지 개발이익금을 제공하고 민간항공노선 병행 등의 대안을 제시했으나 반대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정부의 공공택지 조성 계획에 따라 수원 군 공항 이전은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지자체들만의 노력으로는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국방부와 국토부, 행정안전부 등 정부 차원에서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런 사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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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소비자 공감 없는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 5G 지면기사
국내 이동통신 3사의 5세대(5G) 품질이 향상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난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1년 5G 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중간평가'를 발표하면서 "외국 조사평가기관에서도 대한민국의 5G 수준을 세계 최고로 인정했다"고 언급했다.2019년 4월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세계최초 5G 상용화' 기념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전환이 시작됐다"며 2026년에 5G 세계시장 15% 점유, 일자리 60만개 창출, 730억불 수출 달성을 목표로 정부와 이통 3사가 30조원을 투입해서 2022년까지 5G 전국망 구축을 조기에 완공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서비스 개통 후 2년 4개월의 성적표여서 눈길을 끈다.이동통신 3사의 5G 평균 전송속도는 다운로드 기준 808.45 메가비피에스(Mbps)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117.98Mbps 향상되었다. 5G망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5G서비스 이용 중 4G인 LTE로 전환되는 비율'은 다운로드시 이통 3사 평균 1.22%로 작년 하반기(5.49%) 보다 개선되었다. 속도 못지않게 중요한 '커버리지(서비스 제공범위) 면적'도 3사 평균 6천271㎢로 지난해 말 5천408㎢에 비해 더 확대되었다. 정부가 품질평가 조사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한 배경이다.그러나 소비자들은 자화자찬이라며 불만이 여전하다. 3년 전 세계최초의 5G 상용화 당시 정부와 이통사는 "5G가 LTE보다 20배 빠른 20Gbps를 구현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개통 2년이 지난 지금도 품질이 기대 이하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혈압을 올리는 또 다른 점은 올 2분기 이통3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1조1천408억원으로 전 분기(1조1천86억원)에 이어 두 분기 째 합산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한 것이다. 통신료가 훨씬 비싼 5G 가입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덕분이다. 이통 3사는 제조사와의 협의를 통해 5G 전용 스마트폰만 출시하기 때문이다.부진한 설비투자는 설상가상이다. 소비자들이 5G 품질 개선을 체감할 수 있으려면 28GHz 기지국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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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만평 이공명] 언론 중재법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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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온갖 패닉 지면기사
온갖 '패닉'들이 우리를 패닉(panic)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panic'이란 말은 명사로서 '(갑작스러운)극심한 공포, 공황'이란 뜻과 동사로는 '겁에 질려 어쩔 줄 모르다'라는 무서운 의미를 가졌다. 굳이 손을 뻗어 찾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다양한 패닉들이 다가와 머리를 지끈지끈하게 만든다.아직 결혼 전이거나 대학 졸업조차 안 했는데 무섭게 치솟는 집값에 "평생 집 한 채 못 사면 어쩌지" 하고 겁에 질려 어쩔 줄 모르며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는 '패닉 바잉(buying)'. 은행 저축이나 할 줄 알았지 투자라곤 경험도 없으면서 주변에서 수백만원, 수천만원 단숨에 벌었단 말에 "나만 뒤처지는 거 아닐까"란 '극심한 공포'로 뛰어든 주식시장에서 주가폭락을 경험한 이후의 '패닉 셀링(selling)'.나도 모르게 패닉에 빠진 국민들이 집 사고 투자하느라 빚을 너무 많이 내고 집값도 통제 불능 수준으로 올랐다며 급기야 대출까지 옥죄는 정부 때문에 요즘엔 '패닉 대출'이란 말도 생겨났다.이런 와중에 실낱같은 희망으로 보고 믿어야 할지, 허울뿐인 껍데기만 내세운 속임수인지 헛갈리게 하는 '기본주택', '원가주택' 같은 말들은 우리를 또 다른 패닉으로 몰아넣는다.우리는 잘 모른다. 기본주택이나 원가주택이 희망으로 다가올지 또 다른 패닉이 될지. 그런 말을 만든 당사자들도 어떻게 그걸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주진 않는다.언젠가 우리 곁을 떠나겠지 갈망해 온 '비포 코로나'란 꿈도 어느새 불어닥친 델타 변이란 변수와 함께 '위드 코로나'라는 작은 소망으로 바뀌었다. 정부가 백신 접종에 혼신을 쏟고 있지만 아직 어느 분야에서도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그래도 희망을 버리진 말자.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무더운 여름을 참아내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가을을 맞은 뒤 추운 겨울까지 견디고 나면, 언젠가 따뜻한 봄이 오겠지. /김준석 경제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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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TV 예능과 상대적 박탈감 지면기사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사는 초호화 아파트와 주택들이 TV 예능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되면서 논란이다. 논란의 핵심에 MBC '나 혼자 산다'가 있다. 출연진들의 '억'소리 나는 집값이 언론에 공개된 탓이다. 전현무의 강남 아파트는 지난해 말 매매가가 44억9천만원, 박나래의 이태원 단독주택은 경매 매입가가 55억1천122만원, 화사의 한남동 대형 고급빌라는 매물가격이 30억원이란다.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사회적 성취에 걸맞은 자산은 비판받아선 안 된다. 세 사람 모두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현역이라는 점에서 집값이 그리 과해 보이지 않는다. 고가 주택을 사고 유지하기 위해 비정한 연예판에서 악착같이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삶을 보통 사람은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집은 좋을수 있으나, 삶이 행복할지는 모른다는 얘기다.비판의 초점은 프로그램의 취지 때문이다. '나 혼자 산다'는 450만가구가 넘는 1인 가구의 애환을 예능으로 풀어내는 프로그램이다. 새 출발을 옥탑방이나 반지하에서 시작하는 청년이거나, 돌봐줄 자식과 배우자 없이 텅 빈 집을 지키는 장·노년층이거나, 1인 가구의 삶은 대체로 외롭고 고단하다. 프로그램 초기 '나 혼자 산다'는 평균적인 1인 가구의 삶과 소통했고 그 덕분에 장수해왔다. 그런데 출연자들의 집값이 공개되면서 출연자들이 평균적인 1인 가구의 삶과 분리되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시청자의 비판이 쇄도한 것이다.최근 종편에서 시작해 지상파 방송까지 확대된 '골프 예능'도 마찬가지다. 골프가 대중화됐다지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국민스포츠는 아니다. 많은 서민들에게 골프 용어와 규칙은 외계어나 다름없다. 4인이 주말에 실제 골프장을 이용하려면 1인당 30만~40만원은 가볍게 깨진다. 장비와 용품, 레슨비는 별도다. 박세리, 김미현에 유명 연예인들이 등장해도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 배경이다.'나 혼자 산다' 출연진들의 집값이 성토의 대상이 되고 '골프 예능' 시청률이 저조한 것은 TV가 시대를 읽지 못한 탓이지 싶다. 다락같이 오른 집값에 중산층마저 상대적 박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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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소왕대래: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온다 지면기사
춘추시기 천하의 패권을 잡은 다섯 제후를 춘추 오패라 하는데 그중에 진나라 문공도 포함이 된다. 진나라 문공은 이름이 중이이다. 중이는 사십대 초반에 고향을 떠나 육십대 초반에 귀국하기까지 이십년 가까운 세월을 떠돌아다녔다. 임금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음모와 암투가 판을 치던 때라 그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아 패자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사람 복이 많은 인물이었다. 그를 따라 천하를 떠돌던 사람들은 현명한 지혜뿐 아니라 충직과 능력을 갖춘 보기 드문 인격의 소유자들이었다. 떠돌면서 그의 처가 된 여인들도 하나같이 그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는 캐릭터였다. 주위의 사람 복도 있었지만 알고 보면 그 자신이 신의가 있고 후한 사람이었으니 적 나라를 마지막으로 머무른 곳이 진나라였다. 본국에 돌아와 제후가 되는 것을 놓고 점을 쳤다. 이때 나온 괘가 태괘였다. 지천태괘는 땅을 상징하는 곤괘가 위에 있고 하늘을 상징하는 건괘가 아래에 있는 괘로 괘를 풀이한 괘사에 소왕대래라고 되어있다. 소왕대래란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온다는 뜻이다. 작은 것으로 상징되는 힘든 떠돌이 세월은 이제 지나가고 큰 것으로 상징되는 본국에 군주로 귀환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세월을 맞이한다는 의미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