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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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정치로 과열된 과천 민심 지면기사
정치와 선동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서 대중이 알아듣기 쉬운 단어로, 대중이 가장 아끼는 것을 공략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동은 객관적 사실들의 징검다리를 없애고 값싼 단어로 상대를 몰아친다. 지금 과천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정부과천청사유휴지 주택공급 계획이 발표되자 시민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활용했다. '시민광장사수방' 등에서 단문으로 시시각각 이뤄진 토론들은 '과천사랑카페', '과천부동산스터디 카페' 등을 통해 확장되고 다시 오픈채팅방에서 소화되는 방식이었다. 처음엔 청사유휴지 사수 집회를 이끌고, 주민의지를 보여줄 현수막 등을 관리하는 목적으로 쓰이더니 어느 순간 다른 의견을 개진하면 욕설과 비아냥이 난무했다. 아무 증거 없이 마음에 안 들면 민주당 시장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처음엔 '과천부동산스터디카페'와 '시민광장사수방'이 사라진 것이 우연의 일치겠느냐고 하다가 다른 오픈채팅방에서 소화되고 보니 시장 세력의 작당으로 귀결되는 식이다.'몰아가기 식' 정치에 물꼬를 터준 것은 물론 잘못된 정부 정책이다. 정부과천청사 유휴지에 주택 4천호를 짓겠다는 8·4 대책은 민관 할 것 없이 반대했으니 정부가 과천에 청사사수라는 '단일화된 정의'를 세워 준 셈이다. 이를 확장한 것은 야당이다.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주민들의 정제되지 않은 요구를 내세워 민주당 시장을 밀어붙였다. 과천 3기신도시를 볼모로 잡아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자 국민의힘은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과천도시공사의 3기 신도시 참여를 지연시키고 출자를 허용하지 않았던 것도 그러한 맥락에 닿아 있다. 공수는 항상 바뀐다. 당장 국민의힘은 시민들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도시공사 출자를 승인한 이유가 내년 집권 시 정책수행을 유리하게 하기 위함이라 밝힌 바 있다. 행정은 그렇다 치고 어지러워진 민심은 어떻게 수습하려나. /권순정 지역사회부(과천) 차장 sj@kyeongin.com권순정 지역사회부(과천)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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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이준석 이후 지면기사
어렴풋하던 2030정치 모습 서서히 드러나이들은 신자유주의경쟁체제서 교육 받아승자독식엔 부정적이고 공존과 공생 원해기성사회의 대응에 한국정치 지형 달라져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예상대로 이준석이 대표로 당선되면서 2030정치가 현실화 되고 있다. 그와 함께 어렴풋하던 2030정치의 모습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헌정사상 초유의 30대 야당 대표 선출에 대해 국민의힘 뿐 아니라 민주당도 새로운 정치상황에 적응하기에 분주한 모습이다.서울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이어 국민의힘 대표 경선까지 휩쓴 쓰나미라고 표현되는 2030정치의 실체는 무엇인가? 실제 2030세대의 유권자 수는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가 되지 않는다. 베이비부머 민주화세대가 2030세대였을 때는 2030세대만으로도 50%를 훌쩍 넘겼다. 따라서 당시에는 2030세대가 50%가 넘는 숫자의 힘으로 민주화를 요구하면서 정치판을 흔들었다. 그러나 지금의 2030세대는 30%도 되지 않으면서도 과거 민주화 세대의 2030시기와 같은 큰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가는 원인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준석 이후 한국정치는 어떻게 될까?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 2030정치의 영향력이 큰 이유는 유권자 수가 많기 때문이 아니라 2030세대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에 대한 이들의 생각이나 가치관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관은 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도층의 생각과도 유사하기 때문이다.2030세대는 대체로 초중고와 대학시절을 신자유주의 경쟁체제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2030세대는 경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경쟁을 받아들인 2030세대들은 경쟁에서의 공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경쟁으로 인한 승자독식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설사 그 경쟁이 공정하다고 해도 승자가 모든 것은 갖는 그런 결과를 원하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공존과 공생하는 사회를 원한다.2030세대들은 정치적 화법도 다르다. 2030세대들은 기본적으로 자기주도학습으로 성장한 세대로 문제의 도출과 그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에 익숙하다. 그러다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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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에세이] 무릉계곡과 삼화사 지면기사
소나무가 복숭아 꽃을 대신하지만골짜기 너럭바위에 자리잡은 고찰아름다운 무릉도원을 그대로 재현갈래머리 여고시절에도 왔던 이곳독경소리 들으며 나를 되돌아본다무릉, 생각만으로도 나는 이미 염화미소다. 무릉계곡을 걷는 동안 계절은 여름을 향해 달리고 있다. 때가 때이니만큼 복숭아꽃은 지고 없지만 누군들 무릉에 와 무릉도원을 떠올리지 않겠는가. 중국의 대표시인 도연명이 유토피아 무릉도원(武陵桃源)을 노래한 '도화원기(桃花源記)'는 진(晉)나라 때 무릉의 한 어부가 봄이 되어 복숭아꽃이 아름답게 핀 숲 속 물길을 따라가다가 난리를 피해 그곳으로 온 사람들이 씨를 뿌리고 농사를 지으며 화목하게 사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곳에 머무는 동안 융숭한 대접을 받고 돌아온 꿈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름이 아닌 복숭아꽃이 골짜기를 붉게 물들이는 봄이었다면 이 계곡은 영락없는 무릉도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높은 산세와 암벽 틈새로 꿋꿋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소나무들이 아름다운 무릉도원을 그대로 재현해주고 있다.강원도 동해시 삼화로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 말사인 삼화사와 무릉계곡은 내게도 인연이 있는 곳이다. 여고시절 걸스카우트 단원의 일원으로 무릉계곡으로 야유회를 갔고 너럭바위에 앉아 친구들과 걸스카우트 단복에 베레모를 쓰고 한껏 멋을 부리며 찍은 사진은 아직도 서랍 어딘가에 그날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요즘 어느 사찰이나 주차장으로 들 때 한 번, 주차장을 지나 계곡과 사찰로 입장할 때 또 한 번, 두 번의 티켓을 끊는 과정을 거쳐야 입장이 가능한 시스템은 개인적으로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누구라도 제발로 걸어왔으니 그만한 불편은 감수할 수밖에.무릉계곡 암석 위에 자리를 잡은 천년 고찰 삼화사는 삼층석탑이 있는 적광전(寂光殿)을 중심으로 육화료, 약사전, 심검당, 비로전, 범종루, 무향각, 무문전, 삼성각, 극락전, 천왕문, 일주문 등의 건축물을 보유하고 있다. 어느 사찰이든 입장을 하면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 본전인 대웅전 건물과 탑을 가장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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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키자 서해바다 지면기사
서해는 동해나 남해와 달리 물결도 잔잔하고 평화롭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올망졸망 널려있는 섬들과 함께 그야말로 장관이다. 그 평화로운 서해바다에 거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우리와 마주보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오는 파도이다. 필자는 해군에 복무하며 12 년 가까이 군함을 탔고 대부분 서해에서 근무했다. 때문에 서해바다에 남다른 애정을 느끼고 애환도 많다. 지금도 호국보훈의 달 6월이 오면 그 애잔한 추억에 가슴이 아리다. 그 때의 추억을 되살리며 온 국민과 함께 서해를 지키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서해에서는 시대별, 해역별로 특별한 어장이 형성되며 풍어를 이루었다. 대략 1970 년대 연평도 근해의 조기어장, 1980년대 대청도 근해의 홍어어장, 1990년대 연평도 근해의 꽃게어장이다. 매년 어장이 형성되면 수많은 어선들이 모여 들었고 해군과 해경은 분주해졌다. 어선들이 NLL을 넘어가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북한 경비정으로부터 보호해야 했다. 남북 간 대치상황 속에서 결코 쉬운 임무가 아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떼거리로 몰려드는 중국어선을 퇴거하는 일이 더 힘들고 어려운 임무가 되었다. 중국 어선들은 남과 북을 넘나들며 저인망 쌍끌이로 어족자원의 씨를 말렸다. 이로 인한 남북 간 긴장조성보다 어장의 황폐화가 더 심각한 문제였다. 그대로 두면 서해바다 전 어족자원이 고갈될 위기였다. 물론 해양환경의 변화와 어족 자원의 이동으로 어장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중국 어선들이 근본적인 원인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현장에서 중국 어선단을 퇴거하며 온갖 어려움을 겪었다. 때로는 충돌을 불사하며 밀어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야했다. 결국 현장에서의 실효적인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으로 상부에 대책을 건의했다. 심지어 주한 중국대사에게 직접 그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근원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의 요구에 대해 중국 당국도 어선들을 통제할 수 없다고 답한다. 그러나 중국의 통치행태를 감안할 때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이다. 중국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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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달팽이 2021년 6월 17일자(이공명)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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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체감도 높은 중소기업 제값 받기 대책이어야 지면기사
중소기업의 고질적 애로사항인 '제값 받기'문제의 제도적 접근이 강구되고 있다. 지난 15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민변, 참여연대 등과 함께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 발의를 천명한 것이다. 대기업과 납품 중소기업 간 가격협상에 중기협동조합을 활용해서 불공정문제를 시정하려는 것이다.현행의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서는 조합, 사업조합, 연합회가 공동사업을 수행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에 따른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지만 가격 인상 등을 통해 소비자 이익을 침해할 시에는 담합행위가 되어 납품기업들의 '제값 받기' 실현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 발의에서는 직접 소비자를 상대로 한 가격 인상에 대한 공동행위를 제외한 하도급, 위수탁 거래 등에 한해 중기협동조합을 통한 가격 인상 등 공동행위를 할 수 있도록 했다.코로나19를 계기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훨씬 심해진 때문이다. 최근 경기회복 조짐에 따른 원자재 및 물류비 증가로 중소기업들의 공급가 인상이 불가피하나 오히려 대기업들은 코로나19를 빌미로 납품가격을 깎아내리는 것이다. 상생협력법에는 원가연동조항이 있어 원가가 오르면 납품단가 인상은 물론 거부할 경우 중소기업중앙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지만 대기업이 이행하지 않으면 속수무책이다. 조족지혈의 과태료가 화근이다. 더구나 납품기업들은 물량 줄이기 등 보복이 두려워 납품단가 조정협의 신청조차 어렵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국내 기업체 수의 97%를 점하는 중소기업이 전체 근로자의 88%를 고용하고 있어 중소기업이 살아야 국민경제가 활성화된다. 대기업 위주 성장 → 중소기업 성장정체 → 소득의 제자리걸음 → 민간소비 침체 → 내수부진의 악순환 고리를 타파하려면 불공정 거래근절 → 중소기업 수익성 향상 → 생산성 제고 → 소비 및 투자 확대의 선순환으로 바뀌어야 한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중소기업의 협상력이 제고돼 납품단가 제값 받기가 수월해져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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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직무 정지되고, 소환되는 기초의회 의장들 지면기사
시의회 의장이 동료 의원들에 의해 직무가 정지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다른 지역 의장은 의회가 불신임하자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법정 다툼을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에 의해 소환될 처지에 놓인 의장도 있다. 경기도 내 기초 지자체 의장들 얘기다. 지난해 은행 현금인출기에 있던 돈을 훔치고 뇌물공여를 약속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부천시의회 의장은 징역형이 확정됐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가 왜 불신과 소환의 대상이 됐는지 황당하다는 반응들이다.포천시의회는 지난 15일 손세화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포천시의회에서 의장이 동료 의원들에 의해 직무가 정지된 건 초유의 일이다. 보도자료를 사전 검열하고 공문서를 훼손한 것은 물론 부적절한 언행으로 의장으로서의 권위와 품위를 손상했다는 게 불신임 이유다. 손 의장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밝혔으나 "오죽하면 동료들이 직무를 정지시켰겠느냐"는 비판을 받는다. 제갈임주 과천시의회 의장도 비슷한 처지다. 지난달 시의회는 제갈 의장을 불신임했고, 곧바로 법원에 의결취소 청구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해 법정 다툼을 하게 됐다. 제갈 의장은 집행부를 견제하지 못한 데다 특정 정당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받는다.'성남복정2 공공주택지구 반대 시민모임'은 지난주 선관위를 찾아 윤창근 성남시의회 의장에 대한 주민소환 서류를 접수했다. 주택지구를 지역구로 한 윤 의장이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 건설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그동안 휴식공간인 영장산을 지켜달라며 집회를 한데 이어 청와대와 성남시의회에 청원하는 등 철회운동을 벌여왔다. 윤 의장은 자신에 대한 소환 추진은 주민 간 혼란과 갈등을 일으킬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나 지역민들에 의해 소환 대상이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지방의회는 시·군 집행부와 지방공기업을 감사하고 정책적 조언을 하는 역할을 한다. 집행부가 소중한 혈세를 허투루 쓰거나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 집행부와 더불어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된다. 때문에 지방의회가 바른 역할을 하지 못하면 지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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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만평 이공명 2021년 6월 17일자] 이심전심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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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정치인의 '부캐' 지면기사
최근 연예계는 '부캐' 전성시대다. 유재석은 대표적인 부캐 부자다. '유산슬', '유두래곤'이라는 가수이자, '지미 유'라는 음반제작자이고, 하피스트 '유르페우스'이기도 하다. 코미디언 김신영은 부캐인 '김신영 이모 김다비'로 슬럼프를 벗어났다. '부캐'는 원래 온라인게임에서 본래 사용하던 캐릭터와 별도로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를 줄여 부른 말이다. 이를 연예인들이 본래의 캐릭터(본캐)와 완전히 다른 '부캐'로 인기를 누리자 문화 현상이 된 것이다.신세대들은 부캐 문화에 기꺼이 동참하고 공감하며 즐긴다. 본인들이 온라인 세상에서 여러 아바타로 활동하고, SNS와 게임에서 수많은 캐릭터로 살고 있으니, 부캐 문화를 즐겁게 소비한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은 2020년 소비트렌드 10개 키워드 중 하나로 다중적 자아를 뜻하는 '멀티 페르소나'를 꼽았다.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디지털 세상에서 가면 여러 개를 갈아쓰며 다양한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부캐'는 사회적 인간의 숙명일지 모른다. 인간은 다양한 얼굴로 살아간다. 세상의 많은 아내들이 밖에선 친절한 사람이 집안에서 폭군으로 변하는 남편 때문에 상처를 입는다. 직장에서, 집안에서, 페이스북에서 서로 다른 정체성으로 살아야 하는 건 다중인격이라서가 아니라, 사회생활에 필요한 역할과 정체성이 다양해서다.정치인 만큼 다양한 부캐가 필요한 사람들도 없을 듯 싶다. 다양한 부캐로 모든 세대의 환호를 받는다면 선거는 따놓은 당상일테니 그렇다. 청년층 지지가 바닥인 민주당 대권주자들이 부캐로 청년층 공략에 나섰다고 한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유튜브에서 신인 가수 '최메기(MEGI)'로 데뷔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온라인 게임을 즐기며 '프로게이머 여니'라는 부캐를 강조하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가죽재킷에 청바지를 입고 동영상 콘텐츠를 촬영했단다.청년세대와 호흡하려는 눈물겨운 정성이다. 공교롭게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주자들이다. 부캐가 무럭무럭 자랄 시간이 필요해서인가? '부캐'가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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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12음 기법' 100년 지면기사
쇤베르크 창안 20세기 주요 작법 자리매김해당 작품들 주로 불안·긴장·충동 등 표출음악 역할 '아름다운 감정 아님' 강변한 듯후대 모더니즘 음악가들에 의해 한층 강화"오늘 나는 한 가지를 발견했는데, 이것은 앞으로 100년 동안 독일 음악의 우위를 보장할 것이다."100년 전인 1921년 여름, 작곡가 아르놀트 쇤베르크는 한 제자에게 이 같이 말했다. 쇤베르크가 지칭한 '이것'은 12음 기법이었다. 서양음악사에서 바흐의 '평균율'로 주도권을 쥐었던 독일 음악이 자신의 12음 기법으로 다시 서양음악의 근간이 될 거라는 기대와 확신에 찬 발언이었다. 열두 개 음들이 위계 구조를 갖지 않는 대등한 자격으로 연관 지어지는 작법인 12음 기법은 조성(調聲)과 무관할 수 있으며, 악곡을 통일시키는 선율적 근거도 얻을 수 있었다. 12음에 대해 어렵게 생각할 거 없이, 한 옥타브 안의 피아노 건반을 생각하면 된다. 흰 건반 일곱 개와 검은 건반 다섯 개가 각각 내는 열두 음이 동등한 형태로 구성되는 것이다. 즉 12음 기법은 열두 음이 한 번씩 사용된 기본 음렬과 여기서 파생된 전위, 역행, 역행전위 음렬을 사용해 음악을 만드는 '무조(無調)음악'의 한 작법이다.학교 음악 시간에도 배우고 접할 수 있는 조성은 수 세기 동안 음악 형식의 토대이면서 음악의 표현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성을 표현의 수단으로 확장한 인물이 베토벤이었다. 베토벤은 회귀하려는 '조성의 힘'을 적극 활용했다. 원 조성에서 관계가 먼 조성에 도달했다가 종국에 이르러 회귀하게끔 작품을 구성한 거였다. 이를 통해 청자는 긴장감의 해소와 거대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이 같은 작법은 낭만주의와 후기 낭만주의를 거치며 더욱 발전하며, 조성이 확장될 수 있는 최대치에 이른다. 점차 조성의 틀이 모호해지고, 조성의 구분 또한 무의미해지면서 1900년 이후 '무조음악'이 등장한다. 조성과의 연관성을 털어낸 무조음악의 단점은 비교적 짧은 형식의 작품에만 적용 가능하다는 거였다. 조성이 담당하던 음악의 틀(준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