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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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로봇랜드에서 로봇산업클러스터로 지면기사
어렵게 유치불구 10여년간 뚜렷한 성과 못내테마파크 비율 21%로 낮추고 산업용지 신설투자자 난항·코로나… 사업 재설정 잘한 일이번 계획변경으로 정상화 길 접어들길 바라인천이 국책사업인 로봇랜드를 유치한 지 10년이 지났다. 2007년 11월께 로봇랜드 조성사업 예비사업자로 선정됐으니 15년 가까이 된 듯싶다. 당시 유치 경쟁이 치열했다. 예비사업자로 선정된 인천과 경남 마산을 비롯해 경기 안산 등 10개 지자체가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인천시가 제시한 부지는 청라국제도시다.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과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점, 인근 산업단지 입주 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점, IT·BT 연구단지와 국제업무단지가 조성될 예정인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청라가 최적지라고 강조했다.당시 로봇랜드 개발 콘셉트는 '로봇을 주제로 한 미래형 테마파크'였다. 지자체들은 로봇랜드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생각했다. 로봇랜드 조성·운영과정에서 연간 1만9천명의 고용유발효과와 9조2천859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로봇랜드 유치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예비사업자 발표를 연기하는 일도 있었다. 각 지역 정치권이 유치전에 가세하면서 국책사업이 정치 논리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지자체 간 갈등이 나타나고 후유증이 우려되자 공모 방식에 대한 회의론까지 제기됐다.인천은 글로벌화 전략, 사업성, 재정 조달 측면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경남 마산과 함께 예비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처럼 어렵게 유치한 로봇랜드지만 현재 상황은 실망스럽다. 인천로봇랜드 조성 부지(76만7천여㎡)에는 23층짜리 '로봇산업지원센터'와 5층 규모의 '로봇연구소'만 덩그러니 있다. 로봇산업지원센터와 로봇연구소가 사용 승인을 받은 건 2017년 7월로, 이들 공익시설을 짓는 데만 약 10년 걸린 셈이다. 지식경제부와 인천시 애초 계획대로라면 인천로봇랜드 전체 시설은 2013년에 개장했어야 한다.코로나19로 4차 산업혁명 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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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의왕역과 GTX 지면기사
의왕시가 GTX-C 노선의 의왕역 정차를 위한 큰 산 하나를 넘었다.지난달 21일 국토교통부가 GTX-C 노선 사업에 대한 신청을 마감한 결과 입찰에 참여한 사업자 팀 2곳이 의왕역을 추가 정차역 중 하나로 포함시켰다. 다른 한 곳, A사는 추가 정차역으로는 제외하더라도 실제 설계에 의왕역을 반영한다는 내용의 MOU를 의왕시와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입찰에 참여한 사업자 팀은 현대건설 컨소시엄, GS건설 컨소시엄,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다. 의왕시는 어느 사업자 팀이 선정되더라도 의왕역에 GTX-C 노선의 열차가 정차하게 될 것이라며 이날의 결과를 반겼다.그러나 3개 사업자 팀이 모두 의왕역을 추가 정차역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을 두고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어느 사업자가 선정되어야 의왕역에 가장 좋을지를 셈하는 한편, 국토부 평가를 앞두고 사업자 팀 간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구속력이 없는 MOU 특성상 A사가 선정될 경우 의왕시는 MOU 이행을 위한 산을 하나 더 넘어야 할 것이라는 예견과 어느 쪽이든 의왕역 정차는 확정적이라는 입장이 뒤엉켰다.GTX-C 노선에 의왕역을 추가하기 위해 의왕시와 시의회, 지역주민들은 지난 1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의 의왕역으로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딛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며 한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GTX가 의왕역에 정차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배차간격, 정차 시간대 등 실제 이용의 편리함을 확보하는 것이다. 시는 2023년부터는 장안지구, 월암지구, 초평지구 등 의왕역 주변 7개 택지개발사업과 의왕테크노파크, 당수 1·2지구 등 4개 산업단지가 완료돼 1일 통행량이 18만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GTX 정차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시가 이러한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이들의 생활 및 교통 편리를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기를 바란다. /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zuk@kyeongin.com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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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달팽이 2021년 6월 4일자(이공명)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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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해양생태계의 복원과 해양성의 회복 지면기사
인천시가 해양생태계 관리 계획을 발표했다. 인천시는 31일 '제1차 해양 생태계 보전관리 실천계획'(2021~2030)을 수립하고, 5대 전략과 12개 중점 추진 과제를 제시하였다. 해양 생태계 보전·관리 5대 전략으로 해양 생태계 서식지 보호, 해양생물 보호·복원, 해양 생태계 서비스 혜택 증진, 해양 생태계 보전·관리 기반 선진화, 해양 생태계 거버넌스 체계화를 설정했다. 이 계획은 인천 앞바다의 해양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인천시가 계획한 주요 사업 중 '자연형 해안선 복원'이 추진된다. 인천시의 해안선 복원계획은 해수부의 '해양 생태축 관리계획'과 연계해 서해안 연안 습지 보전축에 속한 인천 연안 지역의 자연 해안선을 복원한다는 것이다. 갯벌 매립 등 개발 행위로 훼손되거나 인공적으로 조성한 해안선을 복원해 해안선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생물 다양성을 증진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인천시는 저어새와 노랑부리 백로, 점박이물범 등 보전 가치가 큰 해양보호생물 서식지와 해양경관자원 등 해양보호구역을 확대하기로 했다.해양 생태계의 보존과 이용 계획은 해양도시 인천의 해양성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할만한 사업이 될 것이다. 종합적 관점에서 본다면 해양성 회복과 관련된 과제는 해안선과 해변 경관개선 사업이다. 철책이나 산업시설 때문에 그동안 도심과 철저히 격리되거나 방치되어 온 해안선과 도심의 공간적, 기능적 연결성을 강화하여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일상공간으로 복원시키는 일이다. 대부분의 해안선은 자동차 도로로 이용되고 있는 점도 과제이다. 보행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늘리고 전망데크나 둘레길, 녹지 공간으로 가꾸어 시민 여가공원으로 가꾸어 나가야 한다.섬과 해양은 인천 문화의 뿌리이다. 뱃노래와 나나니 타령, 갯가노래와 같은 전통음악, 배연신굿이나 풍어제와 같은 전통제의는 모두 해양생활을 반영하고 있지만 해양문화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인천은 해양도시를 표방하고 있으나 연구인프라는 부족하다. 세계 각국이 해양자원 개발과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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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연대책임 묻는 군의 '닫힌 문화'가 비극 불렀다 지면기사
국방부는 3일 공군 제20 전투비행단 소속 여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과 관련, 군사경찰과 군 검찰, 그리고 국방부가 참여하는 사실상 합동수사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군 수사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군 검찰 차원에서 수사심의위가 설치된 것은 처음이라고 하는데, '뒷북 수사'라는 비난 여론은 여전하다.군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핵심 문제점으로 군의 고질적인 '닫힌 문화'를 꼽는다. 군 내부 성 비위와 폭행 등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면 이를 공개하고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감추려는 문화가 뿌리 깊다는 거다. 이런 악습은 이번 사건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성추행 피해를 본 피해 중사의 극단적인 선택을 '단순 사망'으로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엉터리 수사와 부실 수사가 결국 피해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말았다. 피해 중사의 극단적 선택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했다.군 당국이 처음부터 성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에 근거해 초동 수사에 나섰다면 젊은 군인의 안타까운 죽음은 없었을 것이다. 비극적인 사건의 원인에는 군대 내 연대책임제가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사건이 발생할 경우 그 지휘 책임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징계 등 문책이 뒤따른다. 군 특성상 상급자에 대한 지휘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징계를 우려한 상급자들이 사건을 고의 은폐하려는 시도를 하게 만드는 유인책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각적인 상부 보고를 통해 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수사에 착수하는 군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과도한 연대책임을 묻기에 앞서 제대로 된 문제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군대 상급자의 회유 및 은폐 문화가 계속되는 한 비극은 재발할 수밖에 없다. 사건 진상은 물론 관련 상관들의 회유와 사건 은폐 시도, 군사 경찰의 초동 부실 수사 의혹이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사실 보고가 어디까지 이뤄졌는지, 절차적인 부분도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은 이날 "성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최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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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만평 이공명 2021년 6월 4일자] 겁나서 밟겠나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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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빨라지는 선거 시계, 고개드는 네거티브 지면기사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유력한 자치단체장 후보군으로 떠오르면서 빨라지는 선거 시계에 도의회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22년 6월1일)는 제20대 대통령선거(2022년 3월9일)를 마치고 100일도 채 되지 않아 진행될 예정이어서 자치단체장 후보군들이 일찌감치 채비에 나선 모습이다.달아오른 선거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는 여러 변화 중 하나는 지방의원을 대상으로 한 진원지를 알 수 없는 소문들이다. 최근 3선의 A도의원은 지역사회에 "선거에 나갈 수 없는 큰 결격사유가 생겼다"는 소문이 퍼져 곤혹을 치렀다고 한다. 구체적인 이유도 없이 '결격 사유'가 있다는 소문 때문에 해명도 못하고 냉가슴만 앓았다고 했다. 또 다른 B도의원도 "경찰서에서 봤다"는 '발 없는 말'이 지역구를 들쑤셔놓은 탓에 주민들이 물어볼 것을 대비해 자신의 모든 동선을 휴대전화에 저장해 놨다고도 했다.선거가 다가오면 가장 먼저 머리를 드는 것이 네거티브성 소문이다. 내가 돼야 하는 이유 만들기는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확고한 철학과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만, '당신이 되면 안 되는 이유'를 들자고 하면 무수히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가진 거친 속성 때문이 아닐까.의원들을 둘러싼 숱한 의혹들이 모두 거짓이라거나 도마에 오른 지방의원들을 두둔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지만 벌써부터 들려오는 실체 없는 소문이 선거 결과를 왜곡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내년 지방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은 후보를 가리기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선에 의제가 휩쓸리면서 정작 중요한 지역 현안에 대해서 후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도, 채널도 부족할 것이기 때문이다.개인적으로 대선이 우리나라의 방향을 묻는 선거라면 지방선거는 우리의 삶을 가꾸는 선거라고 생각한다. 네거티브성 정보보단 정책에 귀를 기울이는 약간의 노력으로 내 삶을 바꿀 수 있다면 그만큼 성공한 투자가 또 있을까. /김성주 정치부 차장 ksj@kyeongin.com김성주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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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보훈의 달 6월 지면기사
미국인 윌리엄은 평소처럼 한적한 길을 운전하고 있었다. 갑자기 경찰차가 다가오더니 차를 멈추라고 지시했다. 차를 세운 윌리엄은 과속했느냐 물었지만, 그게 아니라고 한다. 경찰은 윌리엄 차에 붙어있던 육군 스티커를 보고 차를 세웠다고 했다. 경찰은 "나라를 위해 일하는 당신에게 그저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소." 윌리엄은 답했다. "저는 이라크에서 15개월 동안 복무했어요."이 말을 듣고 경찰이 울먹였다. "우리 아들도 이라크전에 참전했었죠. 잘 다녀오겠다고 했는데…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얘기를 듣던 윌리엄은 눈시울이 붉어졌고, 조용히 위로를 건넸다. 차 안에는 국기(성조기)가 놓여 있었다.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받은 국기와 같았다. "당신이 내 아들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차를 세웠어요. 저를 한번 안아줄 수 있나요?" 윌리엄은 눈물을 흘리며 차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두 남자는 오랫동안 서로를 끌어안고 울었다.사실 포옹이 정말 필요했던 사람은 윌리엄이었다. 그는 참전 후유증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었다. 이날도 병원 치료를 받고 집으로 오던 중 경찰관을 만난 것이다. 2분짜리 이 동영상은 986만 뷰어를 기록했다.국가보훈처가 국가유공자의 차량 번호판에 특정 문양이나 문구를 새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국은 '골드 스타'(Gold Star) 제도를 통해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과 그 가족들을 예우한다. '골드 스타'는 전투나 군사 관련 임무수행 중 사망한 군인들을 가리키며, 그 가족을 '골드 스타 패밀리'(Gold Star Family)라 한다. 차량 번호판에는 황금색 별 문양과 'GOLD STAR FAMILY'라는 문구가 새겨진다. 지방 정부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각종 행사를 열고, 주차장 전용공간 제공 등 혜택을 준다.보훈의 달, 6월이다. 정부는 참전유공자와 상이군경, 국가 유공자, 유족으로 나눠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금액이 너무 적다는 푸념이 나온다. 국가 보훈 예산 비율은 전체예산의 1.5%, 서울시 복지예산 14조5천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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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에세이] 문학은 어디로 가시려는가? 지면기사
백만부씩 팔리던 서정윤·도종환 책 문단 입문시절엔 참 화려해 보였다그러나 작금의 문학적 환경은 급변사회로부터 외면 천덕꾸러기 전락여지는 '감동'을 더 하는 것 뿐인데필자는 1980년 문단에 나와 40년 넘게 글을 써오고 있다. 시집을 일곱 권, 비평집 등 에세이를 네 권, 영문시선집을 두 권, 그리고 잡다한 책 열 권 정도를 출판했다. 평생 수백 권의 저서를 남긴 분들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직장 다녀 밥 먹고 살면서 이만하면 열심히 살지 않았나 자위해본다. 1980년대엔 펜으로 원고지에 쓰던 것이, 1990년대 들어 타자기로 콕콕 눌러 찍었고, 2000년대 들어와 컴퓨터가 대세가 되었다. 지금은 물론 훨씬 성능 좋은 워드 프로그램으로 글을 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어쩌면 음성인식으로 쓰거나, 아예 AI가 내 머릿속을 스캔해 자동으로 작품을 만들어 줄지도 모르겠다.처음 문단에 발을 들이던 그 시절엔 문학이 참 화려해 보였다. 서정윤의 '홀로서기'나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같은 책은 백만부씩 팔렸다고 한다. 황지우나 이성복 같은 시인은 문학의 범주를 넘어 당대의 이데올로기를 대표하는 인물로 주목을 받았다. 이런 분위기는 19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다. 그때만 해도 문학이 한 사회의 등불이 된다는 공통된 믿음이 있었다. 나를 포함해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등불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는 자부심을 지녔다. IMF를 거치고 세기말을 넘기면서 신자유주의가 절정으로 치닫기 전까지 그랬다.그러나 세상은 변하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급작스러운 것도 아니었지만, 문학적 환경은 썰물처럼 빠르게 변해갔다. 세상이 변했으니 세상을 반영하는 문학도 변하는 게 당연할 터.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사태가 심각하다는 게 분명해졌다. 이후 십 년을 보내면서 독자들은 문학으로부터 급격히 멀어졌다. 시인들은 더는 주목을 받지 못했고, 문학적 이슈는 사회에 아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십 년이 흐른 지금, 문학은 완전히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처지에 이르렀다. 지금 독자에게 시는 무슨 소린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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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노인학대 예방의 날에 부쳐 지면기사
비전문가인데 노모 모신 경험에 강연 수락늙음은 한마디로 수분감소 모든 게 작아져신체·경제·정신적으로 미리 대비해야 한다일생의 경험 활용 좀 더 관대한 삶은 어떨까중년의 나이에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다 보니 '중년', '노년'을 내세운 단체에서 간혹 강연 의뢰가 들어온다. 이번에는 '노인학대 예방의 날'에 기념 강연을 해달라고 한다.내가 노인 전문가도 아니고 노인에 관해 연구한 적이 없어 한참을 고민하다가 한 번 해보겠다고 했다. 그 이유는 내 어머님이 70이 되셨을 때부터 90으로 작고하셨을 때까지 어머님을 모시고 목욕탕에 다니면서 어머님이 늙어가는 모습을 지켜봤고 마지막 1년간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의 늙어감을 직접 봐왔기 때문에 노년에 대해서 몇 마디 할 말이 있을 것 같았다.늙어서 노인이 된다는 것을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하면 나는 '수분감소'로 즉답할 것이다. 싱싱한 무가 수분이 빠지면서 구멍이 숭숭 뚫렸다가 결국 먹을 수 없게 되는 것과, 사람의 체중이나 머리의 크기가 늙어갈수록 점점 작아지고 줄어드는 현상은 결국 수분감소라는 현상에 의해 나타난다.구순이 되신 어머님은 내가 육십만 됐어도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다 해보겠노라고 노래를 하셨었다. 어머님은 가시고 그의 막내딸은 그가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 했던 육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내 인생에 육십이라는 글자가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숫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늙는다는 것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칠간 내가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맨 처음 떠오른 생각은 병에 걸리면 어떻게 하지, 치매에 걸리면 어떻게 하지, 기력이 없어져서 걸음도 못 걸으면 어떻게 하지 등등의 온갖 걱정과 불안이 엄습해 왔다. 학문적으로는 그러한 증상을 이미 노화불안이라고 칭하고 있는 것을 보니 늙음에 대한 불안은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었나 보다.2025년에는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