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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강대국이 될 수 없는 이유 지면기사
'위기가 기회다. 살아남는 자가 강자가 된다. 버티면 대박의 기회가 다시 온다'. 지치고 힘든 우리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보내는 격려의 메시지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우리만의 목표나 구호가 아니라 중국의 구호이자 일본의 목표이기도 하다. 세계 제 1위의 외환보유고와 위안화를 무기로 갖고 있는 중국이 우리에게는 경쟁 상대이자 위협 대상이다. 세계적인 실용과학기술과 엔화로 무장한 일본 역시 강자의 지위를 확고히 할 기회로 삼고 있다.IMF이후 10년 공부가 허사가 된 지금. 그렇다면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것인가. 눈물로 보따리를 싸던 10년 전을 상기시키면서 위기를 극복하자는 호소는 구차하다. 정부의 호소에 미동도 하지 않는 국민들이 묻는다. 위기가 극복되면 과연 어떤 모습이 된다는 것인가. 지난 10년간 애용한 신자유주의도 결국 가진 자를 위한 이데올로기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그것이 불신과 분노의 핵심이다. 그래서 절실하게 지금, 새로운 '강대국'전략과 목표가 필요하다. 강대국의 길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첫째, '민족의 힘'을 모아야 한다. 화교자본이 오늘의 중국을 만들었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들은 해외 동포들을 위해 무엇을 했던가. 외국투기자본은 그렇게 우대하면서도 해외동포를 배려하는 정책에는 인색했다. 북한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치 혹은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한 강대국의 꿈은 달성할 수 없다. 남북한의 통합과 포용없이 우리들이 강대국으로 진입할 방법은 없다.둘째, '역사의 힘'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 중국은 끊임없이 서북공정과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다. 광대한 중국의 영토와 이른바 소수민족을 포섭하기 위해 문화와 역사를 최전선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를 내세우면서도 홍콩과 마카오 등을 제도적으로 공존시키는 이유다. 역사상 강대국들이 포용정책을 펼친 것과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는 피를 나눈 조선족 동포들에 대해서도 차별적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잣대로 역사와 문화를 뭉개면서 곳곳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사상과 문화 그리고 역사의 경험을 스스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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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과 뒷모습 지면기사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우리말 속담으로, 윗사람이 잘하면 아랫사람도 따라서 잘하게 된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가 담겨져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친인척 등은 어느 위치의 사람들일까. 이들을 따르는 부류나 모시는 분에게는 분명 윗사람이 맞는 듯한데 맑은 물은 아닌 분들이 꽤 있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단지 그들만의 축재라면 죄값만 치르면 되겠지만, 권력자 주변 인물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과 그 파장이 적지 않아서다. 특히 자기의 위치에서 경제회생을 바라며 착실하게 살아가는 많은 서민들에게 박탈감과 소외감을 더 얹어 주기에 충분하다. 이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만 넓어짐을 의미한다. 그래서 2009년 소의 해 바람은 우직함, 즉 정직을 배울 수 있는, 기본이 충실한 풍토 조성에 두고 싶다.친인척형 비리사건 등은 정권이 바뀌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전 정권에서 감추고 싶은 치부가, 계기가 마련되면 여지없이 밝혀지기 때문일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권하에서는 물론 친인척의 철저한 배제를 다짐했던 참여정부도 형님에게 '발목'을 잡히는 등 가족 옥살이가 정권마다 반복돼 왔다. 심지어는 이명박 정권도 집권 초기 영부인의 사촌 언니가 비례대표 공천 청탁과 관련된 사기 혐의로 구속되는 오점을 남겼다.친인척 등의 비리는 어느 정권에서나 경계대상 1호다. 유혹의 손길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이 많을수록 관리대상도 많아지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에서 가족의 일거수 일투족을 철저하게 관리하면서도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의 첫 번째로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꼽고 있다. 가족만을 중시하는 가정문화와 그로 인한 온정주의도 무관치 않다고 한다. 떠나면서 아름다워야 하는 대통령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는, 무언가에 짓눌려 무겁고 아픔을 간직한 듯한, 결코 아름답지 못한 모습의 근원이기도 하다. 기본이 무시되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며,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다.바뀌어야 산다. 가장 청렴해야 하고 본이 돼야 할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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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되는 마르크스 부활메시지 지면기사
지난 6일 경찰의 총격으로 16세 소년이 사망한데 대한 아테네 시민들의 반정부시위가 그리스 전역은 물론 반(反)세계화단체들이 가세하면서 유럽과 미국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시위의 성격도 미국발 금융위기가 초래한 극심한 경제불황에 대한 항의데모로 변질되었다. 러시아에서도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비상히 높은데다 상당수의 '700유로 세대', 한국판 '88만원세대'들이 경제적 고통을 더 이상 감내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탓이다.그 와중에서 칼 마르크스 부활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유럽의 은행 국유화 등 구제금융정책에 무덤속의 마르크스가 미소를 짓고 있다"고 전하고 있으며 영국 성공회의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자본의 방종을 경고한 마르크스가 옳았다"며 한술 더 뜬다. 옛 동독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3%가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지난해 영국 국방부가 2035년의 세계를 전망한 '미래전략환경 전망보고서'에서 세계적 불평등의 심화로 미구에 마르크시즘이 부활할 것을 확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도 최근 공자와 함께 마르크스가 다시 강조되고 있다. 대학생 전원은 마르크스주의 강좌를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며 고교생들도 마르크스주의시험에 합격해야만 대학입시에 응시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빈부격차 확대를 저지할 마땅한 대안이 없는 때문이다. 무자(戊子)년 지구촌의 세모(歲暮)는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마르크스 부활외침으로 대미를 장식한 것이다.근자 들어 우리나라 서점에서도 오래전에 사라진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한 서적들이 다시 팔리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존 K 갤브레이스의 '대폭락 1929'는 물론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인기를 끌었던 '대공황전후 유럽경제', '대공황의 세계적 충격', '금융제국 JP모건' 내지는 심지어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찾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단다. 그동안 팔리지 않아 창고에 처박아 두었던 고물(?)들이 다시 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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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관들은 괜찮았나 지면기사
"우는 아기 젖준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울어도 젖을 물리지 않는 엄마도 있다. 아직은 젖줄 시간이 안됐다면서…. 즉 규칙적으로 시간을 맞춰 줘야 하는데, 아무 때나 운다고 젖을 물리면 습관이 나빠지고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백번 옳은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만에 하나 아기가 평소보다 소화를 잘 시켜, 정말 배가 고파서 우는 것이라면, 그래도 시간을 맞춰야 한다며 계속 내버려둬야 하는 것일까.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나오는 개각 요구 및 설에 대해 한사코 부인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서 문득 떠올려본 생각이다."쇄신이다. 이런 식의 인사는 과거 방식이고, 독재국가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할 때 쓰는 방식이다. 과거엔 한해가 지나고 새해가 오면 새로운 정치방안을 내놓곤 했지만, 어느 시점에 새로운 것을 내놓고 그런 거보다는 적시(適時)에 필요할 때 필요한 사람으로 바꿔나가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 대통령이 개각 불가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한 말들이다.심지어 그는 조기 개각설이 나오자 "왜 자꾸 이런 게 (언론에)나가느냐"고 반문,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냈다고도 한다. 이런 걸 볼 때 분명 가까운 시일내 개각은 없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그런데 느닷없이 몇몇 부처 1급 공무원들이 잇달아 일괄사표를 제출하면서, 공직사회의 대대적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느닷없이'란 표현을 쓰긴 했으나, 엄밀히 말해 그렇게 느닷없는 일만은 아니었다. 최근 이 대통령이 "내뜻이 공무원들에게 잘 먹혀들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비롯, 청와대 및 여권 주변에서 "고위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아 정책 침투가 안된다"며 물갈이 필요성을 계속 제기해왔던 것이다. 특히 여권 관계자들은 최근들어 부쩍 "정부가 열심히 하려 해도 코드가 안맞는 공무원들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불평하는가 하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바뀌고 사회 전반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이런 정황들로 미뤄 볼 때 공직인사 쇄신은 이미 예고됐다고 여겨진다. 단지 개각설이 부인되는 와중에 일어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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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친구들과 형님 예산 지면기사
시골에서 초등학교 친구들이 버스를 대절해서 인천에 온단다. 전화를 받고 서둘렀다. 감기 기운으로 몸이 으스스 했지만 핑계가 통하지 않는 모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택시를 타고 가면서 걱정이 앞섰다. 중년의 티를 벗어날 수 없는 친구들의 뱃살과 얼굴을 보면서, 낄낄대던 그 언제부터인가. 친구들의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여자동창생들의 경우에는 얼굴도 이름도 가물가물하다. 건넛마을의 누구라고 하지만 이름 따로 얼굴 따로다. 졸업한지 38년의 세월이 만든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그래서 차라리 먼저 물어본다. "친구야. 이름은. 동네는."섭섭해 하는 표정도 한 순간, 벌써 할아버지가 됐다는 친구는 정말 할아버지처럼 너그럽다. 시집보내야 할 딸을 둔 동창은 걱정이 앞서 있다. 대학을 보내야 할 친구는 수능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신 친구들은 병수발에 걱정이다. 그렇게 한바탕 인사와 생사확인이 끝났다.그리고 너나할 것 없이 무대에 나와 한잔의 동동주를 안주 삼아 구성지게 노래를 부른다. 친구가 이리저리 사진을 찍는다. 그 때 갑자기, 그 흔한 앨범도 없이 계단에 모여앉아 찍었던 한 장짜리 초등학교 졸업사진이 생각난다. 궁금하다. 180여명의 친구들은 과연 무사한가.몇몇 친구들은 소식이 끊어진지 오래다. 제 2의 IMF가 온다고 하니 더 조바심이 난다. 지난 10년간 잘 나가던 친구들 몇몇은 IMF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은행이나 회사에서 잘려나간 친구들이 밖에서 할 일이란 없었다. 시도한 사업마다 실패했다. 후회를 했다. 어느 날, 농사나 지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골에 남아 농사일을 한 친구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예나 지금이나 농사일은 힘들고, 정부정책에 속을 대로 속은 친구들이다. 밤늦게 시골로 향하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고, 또 흔들었다. 제발 꿋꿋하게 버텨내어, 내년 송년회에서 다시 만나자고.그러나 어렵게 대학을 졸업시킨 자식들 마저 제 2의 IMF와 청년실업에 내몰리고 있다. 이미 주변은 더욱 어려워졌다. 펀드실패나 아파트 폭락은 대화거리도 아니다. 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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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가 두 번 울어야할 이유 지면기사
일전에 필자는 취업과 관련해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모 국립연구기관이 석사급 연구원 1명을 모집하는 내용의 광고를 신문에 냈는데 전국에서 7천여명의 이공계 고급 두뇌들이 몰려들었단다. 대학졸업자도 아니고 석사학위 소지자들의 경쟁률이 무려 7천 대 1이라니! 취직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표현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더 놀라운 점은 채용관련 내막이었다. 이 연구소는 사전에 모 대학 교수와 접촉, 그 교수 제자의 채용을 미리 확정해 놓은 후에 모집공고를 냈다는 것이다.이 얘기가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7천여 구직희망자들의 면접기회 부여는 언감생심이고 원서접수와 동시에 서류전형 탈락이란 추론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간기업도 아닌 국가기관이 국민을 기만했을 뿐만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국민들의 직업선택의 자유까지 제한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범법행위다. 밀실전형을 통해 사전에 선발한 연구원의 능력이나 자질이 7천여 원서접수자들보다 뛰어난지도 의문이려니와 한 푼이 거금인 시기를 맞아 신문광고비만 낭비했다는 비난도 면할 수 없다. 제한된 연구분야의 고급인력을 필요로 하는 연구소의 특수한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또한 이 연구소가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직원채용에 대한 정보공개도 당연하다. 그러나 아무리 예쁘게 봐주려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다.'신도 부러워한다'는 공공기관들이 최고경영자, 연구원 등 소수의 인재들을 채용할 때 필요인력을 사전에 확보해 놓은 후 모집공고를 내는 식의 잘못된 채용방식이 횡행하고 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내막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채용공고가 신문에 소개되더라도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공연히 남의 들러리 노릇 하기가 싫은 탓이다. 공공기관의 채용방식이 이런 실정이니 구직희망자들은 정계 혹은 관계(官界)의 힘 있는 사람들에 연줄을 댈 수밖에 없고 그 와중에서 각종 채용비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인재선발도 담보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낙하산 시비가 불거질 개연성도 높다.공기업들의 채용실태가 이 지경인데 민간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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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변하고 있다 지면기사
1999년 이래 3기째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사에 장기 재임 중인 이시하라 신타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인'이란 작품을 써 일본 국내에선 문필가로도 이름이 났다지만, 우리에겐 그의 이른바 '제3국인' 발언으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몇년 전 그는 다음과 같은 망언으로 국내외 분란을 일으켰었다. "많은 제3국인과 외국인의 흉악범죄가 계속되고 있다. 지진이 일어날 경우 이들의 소요가 우려된다"고. 그의 말대로라면 자기네 일본 국민만 올바르고 착하며 외국인은 모두 잠재적 흉악범죄자가 된다. 특히 심각한 건 그가 지칭한 제3국인이란 표현이었다. 제3국인이란 2차대전 전후 일본 거주 한국인과 대만인을 경멸조로 속칭해온 말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우리 국민이 크게 격분했음은 물론이다. 그 옛날(1923년 9월 초) 간토(關東) 대지진 때의 광기어린 한국인(당시 조선인) 대학살이 연상돼 새삼 몸서리가 쳐지기도 했다."너희들 때문에 우리가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걸핏하면 범죄나 저지르는 작자들, 빨리 너희들 나라로 돌아가라". 요즘들어 부쩍 외국인, 특히 그들 노동자들에 대한 적대행위가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한다. 곳곳에서 인종주의적 모멸감과 차별, 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하는 외국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우리나라에 웬 이시하라 신타로 같은 인물들이 득시글대게 됐나싶다. 이러다 외국인에 대한 무차별 폭력을 일삼는 유럽의 '스킨헤드'가 우리 사회에도 등장하게 되는 건 아닌지 두렵기조차 하다. 특히 근래들어 외국인에 대한 혐오감이 한층 커지는 건 보이스피싱 같은 외국인 범죄가 증가한데다, 경제위기 속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인식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얼핏 그럴듯해 보이긴 한다.사실 몇년사이 외국인들의 보이스피싱 금융사기와 같은 지능형 범죄가 크게 늘긴 했다. 2004년 1천660건이던 게 지난해엔 4천536건으로 2.7배나 증가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일부 외국인 범죄를 빌미로 마치 모든 외국인이 범죄자인양 취급한다면, 이시하라 신타로와 과연 무엇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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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유도의 빈 건물을 보셨나요 지면기사
용유·무의도. 세계적인 관광지를 꿈꾸는 땅이다. 국제공항과 붙어 있고, 수도권에서는 보기 드문 바다와 산을 끼고 있다. 그 때문인지 개발계획들이 수도 없이 제안되고 있다. 백미는 누가 뭐라 해도 페이퍼 컴퍼니 수준의 캠핀스키가 내세운 80조원 투자계획이 아닌가 싶다. 광고중에 '세계제일'이나 '세계최초'가 빠진 적이 없는지라 어지간한 홍보에도 놀라지 않는 국민들이다. 그러나 공항배후도시에, 경제자유구역을 주제로 거액을 투입한다는 발표는 투기바람을 부채질하기에 안성맞춤인 소재였다. 때마침 을왕리에 들어선 국내 대기업의 콘도 역시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그러나 세계적 차원의 부동산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지금. 용유도의 큰 길을 지나 옛길로 들어서면 참담한 후유증을 예고하는 흔적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말할 것도 없고, 간판만 내건 음식점들도 수두룩하다. 계획대로라면 철거되고 수용되어야 할 땅에 건물들이 새롭게 들어선 것일까. 의혹의 눈초리를 받는 첫 번째 대상은 투기꾼이다. 거기에다 하늘도시나 검단 등에서 일차 보상을 받은 주민들이 다시 보상을 받기 위해 건물을 지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철거될 건물신축을 결과적으로 구청 등이 강제했다는 비판도 있다. 구청이 토지거래허가 조건인 건물신축을 강제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법대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고 하자 허물어야 할 것을 알면서도 집을 지었다는 것이다.사실 보상목적의 행위를 막아야할 책임은 행정부에 있다. 그런데도 토지투기를 막겠다고 도입한 허가조건만을 생각하는 경직된 행정 때문에 대지는 늘어나고, 그 위에 빈 건물들만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상수도도 없다. 도로는 옛날 그대로다. 철거되었던 해변가 송림에서 대낮에 불법으로 콘크리트를 타설하지만 제재하는 공무원은 없다. 그러나 셈이 빠르다는 투기꾼들도 부동산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캠핀스키를 투기꾼으로 낙인찍는 현지의 분위기 뒤에는 인천시의 계획을 믿고, 건물신축에 과잉 투자한 돈을 건질 수 없다는 절박감도 있다. 보상이 임박했다는 소식은 이제 낭설이 되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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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된 힘 지면기사
북미관계와 한미 FTA. 미대통령 당선인인 오바마와 민주당을 상대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한국 경제호의 침몰위기를 졸업하는 일은 국제공조와 신뢰가 해법이지만, '북미관계와 한미 FTA'의 당사자는 한국으로, 딜레마에 빠지면 그 피해의 대상은 국민이 된다.그래서 국민과 야당의 협조, 즉 통일된 의견이 절대적이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해법을 달리하는 집단이 많을수록 잃어버린 날들이 더 늘어나는 것은 자명하다. 미국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다른 시선이 화(禍)가 돼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국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의 변화 향방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오바마는 "한반도 비핵화를 지켜내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양보해서는 안된다"고 했다가 "악의 축 지도자와도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6자회담속에서 북미양자간 회담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최종입장은 정리하지 않은 듯 하지만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직접 대화와 포괄적 협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통령 취임후 미국측 정책이 정리되면 '6자회담협의 틀에서의 핵문제 해결'과 '선 변화'를 북한정책의 기조로 하고 있는 우리와 충돌여지가 충분하다.한미 FTA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오바마는 불공정협정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그 중심에는 우리의 수출주력 품목인 자동차가 자리해 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미간 자동차 교역의 불균형을 들어 한미 FTA를 비판해 왔다. 보호주의 장벽 강화를 예측 할 수 있다.더욱이 미의회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보호무역 성향이 강하다. 세계화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지만 미국 자동차산업이 지난 3분기 25억4천만달러 손실을 보는 등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의 미국의 결정은 자국의 이익일 수밖에 없다. 미국으로선 당연한 절차일 것이다.우리에겐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미국발 불리한 여건을 우리 쪽으로 돌린다는 것은 힘에 부칠 수 있다. 문제는 현 상황을 유지하며 내일을 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흩어진 여론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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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매를 들어야 지면기사
한때 미국의 생명보험은 피보험자가 보험가입 후 12개월 또는 24개월 이내에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했었다. 그런데 보험가입자들의 자살률이 가입 직후 13개월과 25개월이 되는 시점에서 최고치를 기록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보험가입자들이 제도를 악용해 의도적으로 보험회사에 손해를 끼쳤던 것이다. 이후 법 또는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해 사익(私益)을 추구하거나 혹은 자기책임을 소홀히 하는 행동을 포괄하는 행위일체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 부르기 시작했다.이 생경한 용어가 우리 사회에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부터였다. 직접적 원인은 대외결제용 외환의 턱없는 부족에서 비롯됐으나 대마불사의 신화에 도취한 재벌들의 무분별한 차입경영이 단초를 제공했으며 배후에는 은행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당시 은행들은 해외에서 단기의 저리자금을 융통, 높은 금리로 재벌기업들에 몰아주는 수법으로 초과이윤을 누렸던 것이다.미스매칭에 대한 우려가 점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심지어 만기 3일짜리 초단기 외채까지 마구잡이로 끌어들였다. 은행들은 외국투자자들의 '셀 코리아'쯤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경상수지 적자누적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IMF 관리체제로 전환과 함께 비롯된 살인적인 고환율과 고금리, 주가 대폭락은 수만 개의 중소기업과 30대 재벌 3분의 1이 파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재벌들에 뒷돈을 대다 덜미가 잡힌 서울은행·제일은행·외환은행·조흥은행 등 간판급 시중은행들은 줄줄이 헐값에 매각되는 수모(?)를 겪었으며 상장기업 대부분이 외국자본의 수중에 떨어졌다. 가까스로 사경(死境)을 넘긴 재벌들은 윤리경영을, 은행들은 도덕적 해이의 근절을 국민들에 약속했다.외환위기가 발발한 지 10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떠한가. 무분별한 차입경영과 외환부족으로 혼쭐났던 기억 탓에 상장기업들의 부채비율은 현저하게 낮아지고 외환보유고가 2천400억 달러에 이르는 등 지표상으로는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리 편치 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