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경인칼럼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새는 동이 땜질이라도 지면기사
물이 새는 동이는 먼저 새는 구멍을 찾아내 땜질을 해본다. 그래도 여의치 않을 땐 아예 깨트려버리고 새 것을 장만한다. 하지만 아무리 줄줄 새도 손 쓸 엄두도 안낸 채, 그저 내버려두다시피 하는 게 있다. 심지어 새는 것을 남이 알새라 쉬쉬하며 감추기도 한다. 날이 갈수록 엄청나게 새나가고 있는 국민의 피같은 세금이 꼭 그 타령이다.'물먹는 하마'라고 했던가. 물 대신 한도 끝도 없이 '세금만 먹어대는 하마'라면, 가장 먼저 수많은 공기업들을 떠올리게 된다. 거의 예외없이 적자를 내와 엄청난 정부지원금을 펑펑 받아 쓰면서도 항상 잔칫집마냥 흥청대는 곳, 그래서 '신의 직장'이니 '황금 밥통'이니 비아냥을 받는 곳들이다. 부채가 자그마치 40조원에 달하는데도 최근 3년간 임직원 복지후생비로 710억원이나 지출한 대한주택공사, 절실히 필요한 중소기업 수출지원비 등은 마구 깎아내리면서도 4년간 임직원 성과급으로 무려 400억원이나 써댄 코트라가 있다. 그런가 하면 3년간 1조원대의 누적 적자금을 기록한 코레일은 4년간 6천250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이밖에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이 찰만큼 숱한 공기업들이 적자행진을 하면서도 흥청대온 게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좀처럼 개선이 안되고 있다. 기껏해야 솜방망이 처벌에 감독 또한 제대로 못 이뤄지고 있다. 그 사이 천문학적 액수의 지원금만 쏟아부어왔고, 그게 모두 국민 혈세로 충당돼 왔다.지방자치단체들 또한 '세금먹는 하마'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저런 사업을 벌인다면서 걸핏하면 이중 삼중으로 용역계약을 남발, 예산을 낭비한다. 게다가 경쟁적으로 수천억원씩 들여가며 호화청사 짓기에 바쁘다. 심지어 어느 한 시에선 겨우 700여명의 공무원들이 근무할 청사를, 공무원 1만여명이 넘는 서울시청보다도 940억원이나 더 많은 3천200여억원을 들여 새로 짓고 있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2000년 이후 신축했거나 현재 짓고있는 지자체 청사는 모두 40군데로, 사업비가 무려 2조6천여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40곳의 재정자립도가 평균 31.7%에 불과
-
한국기술유출방지법을 배우는 일본 지면기사
한국의 법률을 배우자. 제3세계가 아니라 선진국 일본이 내세운 구호다.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의 한 법률을 연구하고 있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이 법률은 2년 전에 일본보다 앞서 제정되었다. 그동안 다른 법률들은 그 내용과 형식에 차이가 있을 뿐 일본의 법률을 상당부분 참고한 것이 사실이다. 외형적으로는 대륙법계라는 이름으로 일본 법률을 참고하는 현실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경제·산업·문화 등에서 유사한 점이 많거나 일정 주기를 두고 뒤쫓다보니 일본의 법률을 참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그런데도 법률과 제도에 관한 한 앞서있다고 생각하는 일본이 우리 법률에 대해 주의 깊게 연구하고 있다. IMF 이후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도산하고, 실직한 연구자나 임직원들이 중국 등에 취업하면서 기술유출이 발생하였다. 일부 외국기업에서는 핵심 기술자를 빼돌리기도 했다. 자동차 등에서는 M&A를 통해 영업비밀과 핵심기술을 통째로 훔쳐가기도 했다. 주요 퇴직자나 실직한 연구자들을 경쟁국가에서 모셔가기도 한다. 한국에서 경영상의 이유로 버림받고, 해고된 이들이 이를 갈며 한국과 맞선 경쟁국가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우리가 법률을 만들기 전에는 이를 막을 근거도 없었고, 그 중요성도 깨닫지 못했다. 한국의 산업기술을 보호할 것이 과연 있는가 하는 시각에서부터 부정경쟁방지나 영업비밀 차원에서 보호하면 된다는 낙관적 시각도 있었다. 자칫 기술에 대한 규제가 기업성장이나 외국자본 유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정책적 시각도 기술유출방지법 제정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한 국가핵심기술이나 산업기술의 유출은 해당기업은 물론 국가경제의 근간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다. 삼성전자와 외국기업의 기술 격차나 포스코에 대한 적대적 M&A가 문제되면서 새로운 차원의 기술보호 중요성도 강조되었다.그러나 한국이 국가핵심기술과 산업분야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게 되면서 산업기술과 임직원 등에 대한 스카우트 손길은 끊임이 없다. 중국 등과 기술격차가 급격히 줄어드는 이유이기
-
한글 투자, 선택아닌 필수여야 지면기사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 'ㄱ'자 모양의 낫을 보면서도 'ㄱ'자를 모르는 형국이니, 무식도 이런 무식이 없다. 너무 비약한 비유겠지만 요즘 우리말의 기본틀이 파괴되는 추세를 보면 몇세대가 흐른 뒤 한글의 표기체계와 언어가 사용하는 그룹별 세대별로 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낫 놓고 기역자를 모른다고 무식을 탓할 수 없는 시대가 올 수도 있음이다. 의사소통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음은 물론이다. 많은 이들이 극단이라며 크게 나무랄 것은 짐작할 수 있으나, 지금부터 예방하는 등 대책을 준비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오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한 포털의 조사에서도 심각한 정도가 보인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우리말 사용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를 물었더니 40.9%가 '인터넷상의 언어 및 맞춤법 파괴'를 지적했다. 다음이 '은어와 비속어 남발' '소홀해지는 우리말 교육' '맞춤법이 틀려도 용인해 주는 분위기'순이다. '일상생활에서 맞춤법을 고려하는 편인가'에는 '아니다'를 선택한 학생이 32.2%에 달했으며, 이유로는 '그러는 편이 편해서' '이모티콘, 줄임말 등 유행을 따르기 위해서'다. 한글사용에 대한 문제점을 알면서도 바르게 사용하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 한글파괴를 걱정하기보다는 사용하기 편하면 된다는 식의 단순논리로, 바로잡지 않으면 그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힘들다.'한글은 탄생 기록을 갖고 있는 유일한 문자' '제자원리가 매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 '문자의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음소 문자' '모음은 언제나 일정한 소리를 갖고 있는 문자' 등의 요소로 인해 한글은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세계의 모든 문자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7년 유네스코에 세계기록 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이를 뒷받침한 사건으로 큰 자랑거리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앞에서 예시한 뛰어난 활용성으로 인해 가능한 파생 문자의 부작용 또한 크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선조들이 물려준 유산 중 으뜸을 물으면 한국인 대부분은 한글을 뽑는데 주저하
-
자통법 시행 서두르지 말자 지면기사
수지청즉무어(水至淸則無魚). 명심보감에 나오는 어구로 물이 맑으면 고기가 없다는 뜻이다. 즉, 물속이 잘 들여다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려야 어종도 풍부하고 개중에는 잉어나 가물치 같은 큰 고기들도 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원래는 성정(性情)이 곧고 시시비비를 잘 가리는 사람 주변엔 친구들이 꼬이지 않음을 경계한 말이나 사회가 적당히 부패하고 혼탁해야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오늘날 세계경제가 이만큼 이나마 발전하게 된 것이 양의 탈을 쓴 자본주의 덕분이라고 평가하는 데 이론(異論)을 제기할 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 특유의 역동성과 유연성에 기인하고 있는 바, 그 기저에는 자유방임과 경쟁원리가 버티고 있다. 미국정부는 1980년대부터 새로운 경제실험을 했다. 과감한 규제완화와 감세로 대표되는 공급측 경제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고 그 중심에는 금융산업이 자리매김했다. 투자은행들이 첨병역할을 했는데 이로 인해 미국은 또 한 차례의 황금시대를 구가했던 것이다.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월가의 빅브라더들이 각국의 금융소비자들을 경쟁적으로 금융자본주의 정글로 끌어들인 탓이었다. 투자은행은 현대판 미다스의 손이었다.외환위기 이래 국내경제는 중병에 시달렸다. 수출은 꾸준히 신장되었으나 점차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해갈 뿐만 아니라 내수는 게걸음질을 지속함으로써 성장동력 약화 내지는 사회양극화만 확대재생산되었다. 다급해진 정부는 경제성장 모델을 일본형에서 미국형으로 전환, 동북아 금융허브를 슬로건으로 상업은행의 대형화 유도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통합법)을 제정했던 것이다. 이 법은 증권업, 선물업, 자산운용업 등의 칸막이 제거를 통해 한국판 빅 브라더를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별도의 은행거래 없이도 금융투자회사에서 직접 송금, 카드대금 결제, 공과금 납부 등을 할 수 있게 했을 뿐 아니라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일괄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 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상품의 판매도 허용하고 있어 앞으로는 각양각색의 금융상품들이 대거 선보일 전망이다
-
국정감사 이제는… 지면기사
1972년 이른바 10월유신은 국회의 손과 발을 꽁꽁 묶어버렸다. 우선 직접 국민의 손으로 뽑아야 할 국회의원 3분의 1을 국민 대신 대통령이 마음대로 골라서 지명했다. 거수기 허수아비 의원들을 양산해낸 것이다. 게다가 입법권 예산심의권과 함께 국회의 고유한 3대 권한 중 하나인 국정감사권마저 박탈당했다. 민주국가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중심축이어야 할 국회는 그렇게 무너져내렸다.거의 모든 것을 잃고 허수아비로 전락, 심한 말로 세비나 축내던(?) 국회가 제대로 된 기능과 권한, 특히 국정감사권을 되찾기까지엔 장장 16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한국정치의 암흑기라는 유신시대가 종말을 고하고도, 곧 이어 등장한 신군부의 독재정치를 한 차례 더 겪어야 했던 것이다.하지만 그마저도 국회의 노력으로 회복했다기보다는, 오로지 국민의 힘과 투쟁에 의해서였다. 1987년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났던 6월 민주항쟁 승리의 열매였던 것이다. 어렵사리 되살린 국정감사(이하 국감)는 그러나 그다지 바람직한 모습만을 보여주진 못해왔다. 주요 정책의 방향과 성과에 대한 분석 평가를 통해 공론의 장에서 개선 논의가 이뤄지게 하는 등의 순기능보다는, 여야의 정치 선전장 내지는 폭로전에 육탄전까지 벌이는 저질 정치쇼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일부 부처 감사에선 서로 상대 정당 대통령 후보들의 도덕성과 비리의혹 등을 앞세워 드잡이로 지새우곤 했다. 그러다 급기야 피켓이 날고 격렬한 몸싸움까지 벌였던 일을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긴 세월 항쟁 끝에 기껏 국민들이 힘들게 되찾아준 고유 권한을 국회는 그렇게 스스로 저버려왔던 것이다. 아마도 자신의 노력과 힘이 아닌 남의 힘(국민의 힘)으로 되찾다 보니, 그 진정한 가치를 미처 인식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며칠 있으면 또 국감이 시작된다. 18대 국회 첫 국감이자 10년 만의 정권교체 후 처음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이번 역시 소모적 신경전 폭로성 한탕주의 등 구태가 재연될 조짐이 벌써부터 보이는 것 같아 우려 또한 크다.우선 증인채택
-
자식과 로스쿨 지면기사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후. 강남의 로스쿨 학원에 들어섰다. 궁금했다. 도대체 누구인가. 어떤 목적으로 입학하려고 하는가. 정말 우리대학에 올 생각은 있는가. 지난 3년간에 걸친 노력 끝에 로스쿨 설립과 준비가 끝났다. 이제 신입생을 선발해야 한다. 그런데 언론의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로스쿨 입시가 법대나 관련 수험생들의 과제가 된 것이다. 언제 시험이 실시되는지.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이미 시험 대상자도 9천600명으로 정해져 있다. 우선 수험생의 주소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무리하게 주소를 확보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명색이 로스쿨이다. 그리고 미래의 법조인을 꿈꾸는 자들이다. 그들에게 시작부터 정당치 않은 방법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 그러던 중에 생각해 낸 것이 로스쿨 학원 방문이었다. 돌이켜 보면 나는 아들의 입시 때문에 학원에 간 적도 없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물론 학교 운영위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자식과 무관한 학교였다. 아들이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졸업하던 날. 처음으로 학교를 방문했다. 존경하던 학교 이사장님을 만났다. 자네 아들이 다니는지 몰랐다면서. 섭섭해 했다. 그러나 어쩌랴. 되돌아보았다. 내가 하는 교육방식이 옳은가. 눈 질끈 감고 수시 추천이라도 부탁할 것을 그랬나. 마음이 흔들렸다. 아내 또한 왜 이런저런 소문을 못 듣겠는가. 추천장 하나 못 받아 오는 부모에 대해. 갈등이 심했다. 그러나 상장을 만들어 대학에 갔다고 해서 그것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마음속으로 아들에게 말했다.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자체가 큰 행복이라고. 같은 또래의 학생들이 말한다. '학교는 없어져야' 한다고. 하지만 시골의 동창들과 대학을 간 사람이 열명도 안되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제발 배부른 소리 좀 그만해라. 열심히 좀 살아라. 거침없이 대꾸한다. 전설 같은 이야기 그만하라고.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학교는 학교다. 믿어야 한다. 자식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결과는 우려한 대로 끝났다. 주위의 눈길이 편치 않았다. 고상한 척 하더니. 맞는 말이다. 1년 후 결
-
믿음 지면기사
요즘 우리 주변엔 믿음조차 치우친 현상이 뚜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다. 말에는 책임이 따라야 하지만, 무책임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약하다는 데서 강제에는 한계가 있다. 무책임이 난무하면 믿음보다는 불신이 커 정치·사회·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한동안 난맥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 여론 형성의 윗선에 있어 가장 청렴해야 할 위정자로부터의 불신 만들기가 일반화된다면 바로잡기가 더욱 어려워지며,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하면 고착화된 치우친 믿음으로 불투명한 불확실한 미래만 있을 뿐이다.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가 그래서 불안하다. '대통령과의 대화' 이후 대부분의 부류에서 태생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보수성향의 집권당과 같은 성향을 보이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에서 보이고 있는 믿음은 편 밀어주기식으로 비치고 있다. 진보로 대별되는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한결같이 진정성을 의심한다. 대화 집단을 둘로 나누고, 시간과 참여한 국민도 달리했다면 질문과 답변의 뉘앙스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같은 조건에서 동일한 내용에 대한 판단과 반응이 극명하게 달라 평행선을 긋고 있다. 편가르기가 끝간 데 없이 지속되면 진실에 대한 수혜자가 돼야 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자가당착으로 흐르는 진실게임을 더 이상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국회 또한 믿음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추석 전 벌어진 추가경정예산안 사태에서 국민들은 재차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다. '민생을 만신창이로 만들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을러대는 여나, '의회민주주의 20년 전 후퇴'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는 야 등 모두의 모습이 새삼스럽지가 않다. 자신이 놓인 입장에 따라 하던 대로 하고 있을 뿐이다. 민생도, 의회민주주의도 없어 보인다. 믿음의 사전적 의미는 어떠한 가치관, 종교, 사람, 사실 등에 대해 다른 사람의 동의와 관계 없이 확고한 진리로서 받아들이는 개인적인 심리 상태다. 하지만 여론 주도층인 정치를 하는 부류나 이를 따르는 부류의 심리적 상태는, 진실은 하나인데 상황에 따라 믿음이 바뀔 수 있다는 데서 미래가 걱정된다.'양치기 소년'은
-
또 편 가르기 하나 지면기사
요즘 보수층 인사들은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폄훼하곤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동안 기득권 세력들이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어 혹독한 시련(?)을 겪은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에 등장한 김대중 정부는 통치기간 내내 재벌 길들이기에 힘을 쏟았다. 무분별한 문어발 경영 규제와 투명경영을 담보하기 위해 계열사간 상호출자 금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부채비율 축소를 강요함은 물론 오너들에 대한 책임강화 차원에서 사외이사제 도입과 기획조정실 해체로 재벌들을 압박했다. 이 기간은 재벌들의 시련기였다.노무현 정부는 한술 더 떴다. 동반성장을 구실로 양도세를 대폭 강화하고 자의적으로 책정한 고가(高價)주택에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는 등 부동산 부자들에 무차별적으로 세금폭탄 공격을 감행했다. 도처에서 비명소리가 불거졌다. 집부자들은 자신이 마치 투기꾼 내지는 도덕적 해이의 전형으로 매도되는듯해 심기도 매우 불편했다. 부자는 물론이고 중산층까지 죽이는 것으로 해석했다. 덩달아 수도권도 유탄을 맞았다. 지방균형발전을 빌미로 수도권은 옥죈 반면에 막대한 세금을 지방과 경제적 약자들에게 쏟아 부었다. 결과는 장기간 내수 부진에다 집값이 폭등하고 양극화는 더 심화되었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할 수 없다는 속설이 재확인되었다.'9·1 감세대책'은 가히 슈퍼 메가톤급이다. 소득세·법인세·부동산세·상속세 등 세제 전반에 걸쳐 향후 5년간 무려 26조원을 깎아주는 내용이다. 당장 내년에만 11조6천여억원을 감세할 예정인데 이중 58%가 중산 서민층 및 중소기업에 귀착될 것이란다. 감세는 이미 예견되었으나 이 정도일 줄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제불안에 대한 우려가 심한 터여서 매우 반갑다.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니 사회적 약자들에겐 속빈 강정처럼 보인다. 양도세와 종부세 부과기준 완화조치는 춥고 배고픈 서민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수도권 외곽지역과 지방에는 2~3년 거주요건이 추가되어 변두리지역의 집값만 더 떨어지게 생겼다. 소득세도 일률적으로 2%씩 인하할 예정이나 저소득 계층에는 '코끼리
-
그동안은 눈치만 살폈나 지면기사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를 보는 많은 국민들의 시각이다.사상 최대의 득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돼 누구보다도 자신만만하게 취임했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출범과 동시 불거진 강부자(강남 땅부자)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출신) 인사 파문이 정권의 도덕성에 흠집을 냈다. 곧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두달 넘게 국정을 마비시켰다. 갈수록 거세게 타는 촛불에 대통령 스스로 두번씩이나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엎친데 덮친 격으로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까지 터져 가뜩이나 멀어진 남북한 관계를 한층 멀리 후퇴시켰다. 여기에 일본의 독도 영유권 명기 파문이 일어났는가 하면, 국회마저 촛불을 빌미로 장기 파행을 거듭, 국정마비에 부채질을 해댔다. 지금은 또 종교 편향을 탓하며 불교계 시위까지 이어지는 판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최고의 악재는 경제난이다. 7·4·7(경제성장 연간 7%,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경제대국 진입)을 내세우며 경제대통령을 자처했지만, 7·4·7은 이미 물건너갔다는 게 중론이다. 연초부터 국제유가 등이 급등하면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보였지만, 오직 7·4·7만 의식해 외환시장에 개입, 환율을 급등시켰다. 환율 급등이 물가상승을 한층 부추겨 서민경제를 타격하고, 통화옵션 상품 등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그러자 급등하는 물가를 하릴없이 통제해 더욱 기승을 부리게 했는가 하면, 이젠 또 환율을 떨어트린다고 외환 보유고를 털어내는 등 갈팡질팡하기만 했다. 그래도 원·달러 환율은 수그러들지 않아,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 우리 국민소득은 지난해 2만45달러에서 1만달러대로 추락할 것이란 경고마저 나온다.치솟는 물가는 서민들의 삶을 벼랑끝에 몰아세웠고, 기업은 기업대로 자금이 안돈다고 아우성이다. 당연히 취업문도 좁아졌다. 지난 7월 신규 취업자 수는 15만3천명으로 1년전 30만3천명의 절반에 그쳤다. 대선 공약인 60만개 일자리 창출의 겨우 4분의 1 수준이다. 이 모든 게 국민 눈에 곱게
-
불황 때문에 술 마시는 사회 지면기사
고환율, 고금리, 고유가. 불황이라는 우리경제의 어두운 미래를 말해 주는 단어들이다. 자고 나면 몇 %가 올랐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수치보다 절박하게 압박을 받는 이들은 서민들이다. 살림이 적자로 돌아선 지 오래되었지만 물가가 심상치 않다는 뉴스가 오늘도 판박이로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장바구니 현실과 동떨어진 뉴스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이미 돈이 마른 서민들은 우리 경제가 가는 길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현실을 IMF와 비교해 보는 대폿집의 분노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장래를 예측하는 기준도 한 가지씩은 가지고 있다. '극장과 유흥 오락시설이 된서리를 맞을 것이다. 음식점은 파리를 날려도 동네 슈퍼의 술 판매량은 늘어날 것이다. 부동산에 붙은 폭탄 세금과 은행금리 때문에 서민들의 집에 경매딱지가 먼저 붙을 것이다'. 물론 학자들이 좋아하는 과학적인 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장감 때문일까. 오히려 사람들은 비과학적이라는 그런 기준에 더 귀를 기울인다.여성들의 치마길이를 보면 경제상황을 알 수 있다는 개그 수준의 고전에서부터 출근길의 만원 전철상황에 이르기까지, 서민들이 생각하는 불황기준도 많다. 청년백수의 인터넷 접속 수, 로또의 판매율, 대학휴학생 증가와 군입대율 등 불황을 점치는 저마다의 기준은 늘어만 간다. 그리고 몽땅 음식을 준비해 가지고 온 손님을 맞이해 본 해수욕장 상인들은 이미 불황이 왔다고 믿고 있다.불황의 지표로 술 소비량을 드는 사람도 있다. 분노가 클수록 그리고 살기 어려울수록 더 술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 때문일까. 모든 공산품 소비가 줄고 있는 가운데 유독 술 소비만 늘고 있다. 7년 만에 줄었다던 술 소비량이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5월까지 소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 맥주는 4.7% 증가했다고 한다. 환산하면 소주는 14억2천만병, 맥주는 14억5천만병 가량 팔린 셈이다.그런데 반대로 최근 일본에서는 맥주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10년 전 20대 남녀의 56%가 가장 좋아하는 술이었던 맥주가 지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