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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공기업의 목적, 도덕성, 기강 무너진 LH 지면기사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토교통부에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 공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하고, 부실 시공 관련자에 대한 중징계와 수사 및 고발 조치를 지시했다. 전날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발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축 아파트 주차장 부실시공 실태에 격노한 것이다. LH가 발주한 91개 아파트 단지 중 15개 단지의 지하주차장 기둥에 철근이 없었다. 대표적인 건설 공기업의 부실 시공에 대통령의 격노는 당연했다.발단은 지난 4월 29일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였다. LH가 발주하고 GS건설 컨소시엄이 시공 중이었다. GS건설 조사 결과 무량판 구조인 주차장 지붕을 지탱하는 기둥에 철근을 빼먹은 탓이었다. 설계에 있던 철근이 빠졌다는 자백에 LH의 감리 부실이 불거졌다. 국토부는 지하주차장을 같은 공법으로 시공한 LH 발주 아파트단지 전체를 현장 조사했고 결과는 참담했다.15개 단지 중 10개 단지는 아예 설계단계에서, 5개 단지는 시공단계에서 철근이 빠졌다. 건축 상식을 무시한 설계와 시공이 감리와 감독 없이 진행된 것이다.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가 아니었다면 모두 모르고 넘어갔을 부실이었고, 입주민들은 붕괴 위험이 있는 주차장을 아무 생각 없이 매일 이용했을 것이다. 입주 전 붕괴한 검단 아파트가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숨겨진 시한폭탄을 제거한 셈이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여겨야 할지 기가 막힐 뿐이다.공기업 LH 발주 아파트 현장이 이 지경이라면 민간이 같은 공법으로 주차장을 시공한 아파트들이 안전할 지 의심하는 건 합리적이다. 공기업이 연루된 사태의 심각성에 집중하는 동안 민간 시공 아파트들을 여론의 사각지대에 방치한다면 이 또한 큰 문제다. 원인 제공의 주체가 공공이든 민간이든 상관없이 일단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의 차이는 크지 않다. 지금 당장 민간 시행 아파트 단지에 대한 전수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택지와 주택 공급을 전담하는 공기업 LH는 전 정부에서 택지개발 내부 정보를 이용한 직원 비리로 홍역을 앓았고, 이번 정부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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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연천~철원 철도에서 궤도이탈한 정부와 공기업 지면기사

    동두천~연천 전철화 사업으로 운행이 중단된 지 4년이 지난 경원선 국철 연천~철원 구간의 재개통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이 구간 내 철도교량공사에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행정난맥상이 연출되고 있다.국가철도공단과 연천군은 경원선 연천~철원 구간 내 철교 설치 및 정비 등을 위해 총 240억원의 사업예산을 책정했다. 이중 공단은 연천~신탄리 사이에 놓인 장거천교를 철거하고 새로 짓는 데 국비 160억원을 투입, 올 하반기에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연천군도 구간 내 낡은 교량 6개를 개선하는 데 군비 86억원을 투입키로 하고, 공단에 위탁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문제는 이 구간에 다시 열차가 다닐 가능성이 현재로선 희박하다는 점이다. 연천~철원 구간은 동두천~연천 전철화 사업으로 인해 2019년 4월 이후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운행 중단의 원인이 된 동두천~연천 전철화 사업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어 올 10~11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 반면 남아있는 국철 구간인 연천~철원 구간의 경우, 국철을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이를 관할하는 국토교통부가 운행 재개에 난색을 표하면서 폐쇄 위기에 처해 있다.코레일과 국토부는 국철을 달리는 디젤 열차의 사용 연한이 다 된 점을 들어 운행 재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 연천~철원 구간까지 전철화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는 있지만,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현재로선 요원한 상태다.결국 코레일과 국토부가 사실상 폐선을 검토 중인 구간에, 또 다른 공기업인 국가철도공단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철도교량을 새로 짓겠다는 셈이다. 혈세 낭비 운운에 앞서 이런 중구난방 국책사업이 가능한 일인지 어이가 없다. 교량개축 공사로 인근 주민들이 열차 운행을 확신하는 것도 문제다. 연천~철원 폐선이 확정적이라면 국토부, 코레일, 철도공단, 연천군 등 관계기관 전체가 문책의 대상이 될 중대한 사안이다.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4년 동안 무대책으로 일관한 정부, 마구잡이식 예산집행으로 논란을 자초한 자치단체 및 관계기관은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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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무용지물 우려되는 국회 인사청문회 지면기사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한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전혀 상반되는 논평을 내세우면서 날 선 공방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지난 29일 논평에서 "이 후보자가 우리 방송 생태계를 미래지향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경험과 의지를 모두 갖춘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권 때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 공영방송 장악 및 언론사 광고 탄압 등의 논란과 자녀 학교폭력 은폐 의혹 등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물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 지명 이후 "이 후보자가 '학폭' 자녀를 위해 학교에 구체적으로 외압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이 후보자와 관련한 여러 의혹들은 국회 인사청문회 때의 검증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의혹이 해소되지 않거나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학폭 관련 사실은 진실 공방의 양상을 띠고 있지만 야당의 지적은 경청할 부분이 없지 않다. 특히 이 후보자는 방통위원장 지명설이 나올 때 여러 문제가 이미 지적되어 왔었다. 이렇듯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을 굳이 임명하려 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게다가 국민의힘은 그동안 제기됐던 이 후보자의 의혹에 대한 확실한 검증 약속 대신에 낯 뜨거운 옹호 논평을 냈다. 청문회 때 여당 의원들의 발언 내용은 안 봐도 짐작이 간다. 이 후보자가 국민의힘 주장처럼 '우리 방송 생태계를 미래지향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이명박 정부 때 방송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방송 환경에 민감한 게 현실이다. 지난 정권들에서도 방송 장악을 둘러싼 논란은 여야가 양보할 수 없는 부분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어떠한 이유에서든 방송의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에 확실한 소신을 가졌다고 보기에 부족한 인물이 방통위원장에 지명됐으니 향후 여야간에 정쟁과 갈등의 소지만 잔뜩 키운 셈이다.윤 대통령은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청문보고서 채택이 되지 않았음에도 임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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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수백억 과징금도 무시하는 '벌떼 입찰' 근절해야 지면기사

    중견 건설사 중 일부가 인천 검단신도시와 영종하늘도시 등에 공급된 공공택지를 이른바 '벌떼 입찰' 수법으로 낙찰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우미·호반·대방건설 등 일부 건설사가 인천 검단신도시와 영종하늘도시 등에 공급된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과정에서 여러 계열사를 동원해 '벌떼 입찰'을 벌였다는 것이다.'벌떼 입찰'이란 건설사들이 공공택지 당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계열사나 가짜 회사인 '페이퍼 컴퍼니'를 동원하여 입찰에 참여하는 해묵은 불공정 행위임에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벌떼 입찰은 계열사 설립과 유지 경비를 분양가에 전가하는 원인으로도 지목되는 등 건설사의 대표적인 불공정행위 중 하나이다. 그리고 '벌떼 입찰'을 일삼아온 건설사의 아파트는 입주 이후 하자분쟁 신청 건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 주거안전문제도 제기되고 있다.이번에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인천 동구·미추홀구갑) 의원이 공개한 '추첨 방식 공공택지 당첨 상위 10개사 청약 세부 내역'을 보면, 2018~2022년 검단신도시와 영종하늘도시, 서구 가정2지구 등 인천 공공택지에서 7개 건설사(우미건설·호반건설·제일건설·대방건설·라인건설·중흥건설·금성백조)가 총 19개 필지를 낙찰받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인천지역에 공급한 공공택지 63개 필지의 30%를 이들 건설사가 낙찰받은 것이다.일부 건설회사들은 계열사를 대거 동원해 낙찰을 받고, 낙찰받은 택지를 다른 계열사에 다시 매매해왔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만으로 이 같은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벌떼 입찰'을 해온 건설사 중 호반건설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13~2015년에 진행된 공공택지 벌떼 입찰과 부당내부거래 등의 이유로 6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그런데 이 정도의 과징금은 그동안 챙긴 천문학적 수익에 비하면 말 그대로 '새발의 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국토교통부와 LH는 규제 지역의 300가구 이상 공공택지 입찰에는 모기업과 계열사를 통틀어 1개 회사만 응찰할 수 있는 '1사 1필지 제도'를 지난해 10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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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용인시체육회장을 지키는 초법적 정관 지면기사

    오광한 용인시체육회장의 갑질·폭언 논란이 불거진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체육회 직원들이 폭언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체육 가맹단체장들이 대응에 나섰으나 사태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시간만 흐르고 있다. 그 사이 직원들의 사기는 저하되고 가맹 단체장들의 불만이 커지는 등 시 체육행정 전반이 멍들고 있으나 사태를 진정시킬 방법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지난달 27일 용인시체육회 소속 직원 20여 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 회장의 지속적인 폭언과 욕설 행태를 고발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이 느끼는 수치심과 공포심이 극에 달했고, 더는 직장생활이 어렵다는 눈물 맺힌 호소의 자리였다. 직원들에 의해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 상황이 특정되면서 기정사실화 됐고, 경찰에 오 회장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오 회장의 갑질 행태를 비판하는 언론보도가 잇따랐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 윤리센터도 진상조사에 나서는 등 논란이 번졌지만 정작 오 회장의 자리는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용인시체육회 정관이 그를 지키기 때문이다. 시 체육회 정관 제17조(임원의 불신임) 2항은 '임원 전원을 해임할 경우에는 임원의 임기 경과와 관계없이 해임할 수 있으며, 일부 임원을 해임할 경우에는 해당 임원이 선출된 날부터 만 1년을 경과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임기를 시작하고 1년 내에는 해임할 수 없다는 초법적 정관이 존재하는 한 지난 2월에 임기를 시작한 오 회장은 앞으로 최소 7개월 여 임기를 보장받는 셈이다. 이 와중에 정관의 보호를 받는 오 회장을 둘러싼 또 다른 의혹이 불거졌다. 직원채용 과정에서 조직개편안이 확정도 되기 전에 6급(과장급) 행정직 직원 채용이 시작됐고, 공고 후에 채용기간을 2주가량 줄이면서 자격조건도 갖추지 못한 인물이 채용됐다는 것이다.속전속결로 채용이 이뤄졌고, 자격조건도 갖추지 못한 최종 합격자가 나왔다는 사실은 고소당한 체육회장이 주도하는 체육행정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국정을 다루는 선출직에도 없는 '최소 임기 1년 보장'이라는 초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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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정치현수막 걷어내자며 헌법소원 제기한 법조계 지면기사

    인천시는 지난달 정당현수막 난립을 방지하는 내용의 조례를 전국 처음으로 시행했다. 조례에 따르면 정당현수막은 지정 게시대에만 걸어야 하고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로 제한했다. 또 정책이 아닌 혐오나 비방 내용도 담지 못하도록 했다. 시청과 구청은 조례에 반하는 현수막들에 대한 강제 철거에 나섰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상위법에 위임조항이 없어 지방자치법에 위반되는 조례'라며 인천시를 대법원에 제소했다. 광주광역시도 최근 조례를 개정해 정치 현수막을 제한하기로 하고 입법 예고했으나 같은 사유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지난해 말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은 정당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위해 정당현수막의 경우 수량, 규격, 장소 제한 없이 걸 수 있도록 했다. 법 개정 이후 정당현수막이 도심 곳곳에 무분별하게 설치되면서 안전사고 유발, 도시경관 저해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게재내용도 상대 정당이나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이나 과장된 표현, 특정 사안에 대한 선동성 문구까지 포함되면서 시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인 환경권과 각종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와도 배치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지역마다 민원이 속출하고 지자체들이 반발하는데도 옥외광고물법이 재개정되지 않자 법조인들이 나섰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은 내달 초 피해 시민들을 주요 청구인으로 한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정당현수막 난립이 시민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구체적 행동에 나선 것이다. 법조계는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가 또 다른 기본권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상호 배치되는 권리에 대한 가치가 사법판단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반인과 정치인, 정당 소속 여부에 따라 현수막을 걸 수 있는 권리가 달라지는 등 평등권을 침해하는 요인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옥외광고물법은 극소수 수혜자를 위해 절대다수 국민이 피해를 보는 대표적 악법이다. 정치현수막의 자유를 확대했다고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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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내 몸을 내가 지켜야 하는 세태에 절망하는 국민 지면기사

    지난 24일 늦은 밤에 수원시 팔달구 화서오거리 인근에서 40대 남성이 50대 남성에게 주먹을 휘두른데 이어 30대 남성에게는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1일 흉기로 행인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신림동 흉기난동사건' 직후여서 시민들의 불안과 걱정은 더욱 컸다.이제 맘 놓고 길거리를 걷는 것조차 두려워졌다. 호신용품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4일 네이버 쇼핑에 따르면 지난 22일 하루 동안 20∼40대 여성과 20∼50대 남성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가 '호신용품'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루가스를 분사하는 후추스프레이를 비롯해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3단봉과 전기충격기 등이 검색 상위에 올랐다. 대낮 번화가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하자 개인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범죄 개연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어려워진 시대가 됐다. 과거에는 전과자, 사이코패스, 정신병력자 중심의 예비단속만으로도 범죄예방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가능하지 않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평범한 국민들의 우발적 범죄가 점증하고 있는 배경이다. 공동주택 위층의 작은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이웃 간에 원수가 되고, 운전 중의 사소한 시비가 끔찍한 범죄로 귀결되는 지경이다. 성인남녀 모두가 서로를 예비 범죄자로 여겨야 할 지경이 됐다.우리 사회에 '불만', '분노', '적대감' 등이 팽배해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이 '네 탓'사회, '분노'사회가 된 것이다.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고단해지는 것이 화근인데,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점차 더 심해질 예정이어서 걱정이다. 가족 해체와 맞물린 은둔형 외톨이 양산도 주목된다. 타인과 유의미한 교류 없이 고립된 상태로 지내는 19∼34세 청년 외톨이만 무려 54만여 명이다. 해외에서는 공동체에서 이탈한 '외로운 늑대' 범죄의 심각성이 이미 실증되었다.형사사법기관의 책임이 크다. 약해빠진 공권력, 가해자 인권우선의 형사정책, 법원의 느슨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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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서울~양평고속도로 주민설명회로 재개하라 지면기사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사태가 표면적인 극한 정쟁 양상 속에서도 사업 재개를 위한 고비를 넘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여당과 야당은 오늘 예정된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사업 백지화의 원인과 책임을 놓고 격렬하게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속 사정은 다른 듯하다. 양측 모두 국책사업 백지화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상당해 출구 전략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국토부는 지난 23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자료 55건을 공개했다. 야당이 제기한 의혹을 국민 검증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사업 백지화를 결정한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민주당이 정쟁화를 중단한다면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민주당은 국토부 공개 자료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국토부 관계자의 "백지화는 충격요법" 발언을 빌미로 정부와 원 장관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국정조사 카드까지 흔드는 등 겉으로는 대정부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 재추진 입장엔 변함이 없다.국토부와 여당은 전문가 의견이 집약된 자료 공개로 수정안 재개 명분을 축적하는 모양새다. 야당은 공세를 강화하면서도 전문가들의 부정적 의견으로 원안 고수 입장이 부담스러운 처지다.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으로 시작된 정쟁에 발목을 잡힌 당정과 야당 모두 서로 먼저 발을 빼주길 바라는 처지이다.주민설명회 재개가 답이다. 국토부는 지난 3일, 5일부터 예정됐던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공람 및 주민설명회를 취소했고, 6일 원 장관은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최종안을 공개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려던 차에 사업은 날벼락을 맞았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주민들의 의견은 완전히 배제된 채, 사업은 정쟁에 오염됐다.이제 양평 군민들은 야당이 제기한 의혹과 당정의 반박 및 주장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당정과 야당이 20일가량 벌인 정쟁은, 역설적으로 양평 군민이 오직 군민 전체에게 유리한 노선을 편견 없이 선택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양평군민에게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공개하고, 문제가 커진 만큼 주민설명회도 대폭 확대해 최적의 노선을 찾아내면 된다.주민들이 노선을 선택하면 당정과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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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인천 물류지형 변화로 대형창고 난립, 대책 세워야 지면기사

    인천항을 중심으로 형성된 인천지역 물류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인천항 내항 인근 구도심에 집중돼 있던 보세창고가 신항으로 옮겨가면서 쿠팡 등 대형 물류창고가 보세창고가 떠난 자리에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증가하고 있는 인천항 인근 대형물류창고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2022년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인천지역 보세창고 14개가 폐업했다. 2022년 폐업한 보세창고 대부분은 내항 인근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974년 운영을 시작한 내항은 인천항의 중심 항만 역할을 해왔으나 2005년 남항, 2015년 신항이 각각 개장하면서 물류 거점으로서 역할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 인천항 보세창고는 2010년대 초반만 해도 200여 개가 성업했지만 갈수록 줄어들어 현재 139개 정도가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 인천항 신항에 항만 배후단지가 추가로 공급되면 보세창고 이동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보세창고가 떠난 자리에는 대형물류창고가 자리 잡았다. 과거 수출입 위주였던 인천의 물류 지형이 내수 물류 중심으로 바뀌면서 대형물류창고가 인천항 내항 인근을 중심으로 건립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에 있는 연면적 1만㎡ 이상 물류창고는 42개로 이 중 40%에 해당하는 17개가 지난해와 올해 생겨났다. 대형물류창고 대부분은 보세창고가 떠난 자리에 들어섰다. 서울과 비교해 싼 땅값과 경인고속도로, 수도권순환고속도로 등 교통 편의성도 좋아 관련업계에서 물류창고 입지로 최상의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문제는 이처럼 인천항 내항이 위치한 인천 구도심 일대에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물류창고가 인천시 등이 구상하고 있는 각종 개발 청사진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인천항만공사는 현재 인천항 내항 1·8부두에 대한 재개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인천시는 내항 전체를 역사·문화가 어우러지는 해양관광과 레저문화 중심의 '하버시티'로 조성하는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이대로 대형창고 건립을 방치한다면 인천시가 구상하고 있는 하버시티는 대형물류창고와 여기를 오가는 화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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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교권과 학생인권 조화시킬 사회적 대타협 시작하자 지면기사

    서울 서이초등학교 새내기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을 계기로 교권 회복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호소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교사와 교원단체들은 교권이 교사의 생존권을 위협할 정도로 추락했다고 주장한다. 서이초교 교사의 죽음도 교권 추락을 방치한 사회와 제도가 빚어낸 참사라 규정한다.언제나 그렇듯 국민적 공감으로 거대한 여론이 형성되면 정부와 정치권은 반사적으로 반응한다. 교육부는 교권 추락의 배경으로 과도한 학생인권을 지목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21일 긴급기자회견에서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공언했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교권을 침해하는 자치조례, 즉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위한 자치단체와의 협의를 강조했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의 주요 원인으로 여론의 한복판에 선 것이다.진보진영 교육단체와 교육감들이 주도한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에서 처음 제정된 자치조례다. 조례 제정을 전후해 과도한 학생인권 보호로 교권과 학습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17개 광역단체 6개 시·도만 시행 중인 것도 학생인권의 개념과 이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그만큼 힘들다는 증거이다.학생인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지난한 상황에서 교단과 사회의 교권추락 체감지수는 높아졌다. 지수는 통계로 확인된다.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폭증하고,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장사진을 쳤다. 무제한에 가까운 학생인권에 기대 교사를 을로 업신여기는 학생·학부모의 횡포는 인권의 가치와 상식에 반한다.교권과 학생인권의 충돌은 대한민국 교육이 실패했다는 증거다. 학생인권만 강조하는 조례 자체가 교사와 학생·학부모가 분리된 교육현장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고, 반교육적 결과를 초래할 소지가 다분했다. 이는 상황이 역전돼도 같은 결과에 이를 수 있다. 교단의 분노에 휩쓸려 교권을 과도하고 급격하게 강화하면 학생인권이 추락하는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교육은 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 등 교육주체들의 조화로운 협력과 제도적 지원으로 완성되는 백년대계다. 정치적 이념과 진영이 조장해놓은 교육주체들의 갈등은 방치한 채, 즉흥적 대응이 널을